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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메리카노 가격을 올린 범인, '슈퍼 엘니뇨'였다

지난 5월의 끝자락, 강원도 강릉에서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올해 첫 열대야가 5월 30일 밤에 관측됐는데, 이는 작년보다 19일이나 빠른 기록입니다. 이미 봄부터 전조가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섭씨 1.3℃ 높아 9년 연속 이상고온이 이어졌고, 바다의 해수면 온도는 작년보다 1.4℃ 올랐어요.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는 전 세계적 현상입니다. 바로 ‘슈퍼 엘니뇨’가 엄습한 영향이죠.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 중동부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지구의 대기순환에 교란이 생기는 현상입니다. 정상 상태에선 무역풍이 따뜻한 바닷물을 서쪽으로 밀어내며 균형이 이뤄지는데, 이게 깨지면서 뜨거운 바닷물이 동태평양으로 확산되고 전 세계적 기상이변을 촉발합니다. 슈퍼 엘니뇨는 해수면의 온도 편차가 평년보다 2℃ 이상 높은 극단적인 경우를 말합니다. 1950년 이후 단 다섯 차례만 발생했을 정도로 이례적이어서 세계 과학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엘니뇨가 슈퍼급으로 발달할 경우 올해와 내년은 기후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미국 기후과학자 지크 하우스파더는 올해가 ‘역대 최고기온의 해’가 될 가능성을 19%, 두 번째로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은 50%로 추산했습니다. 문제는 엘니뇨가 단독으로 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 해빙 감소 등 여러 기후변화 요인이 엘니뇨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기상이변의 강도를 키우고 있습니다.이러한 기상이변은 단순한 자연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구촌 경제 전반에 거대한 파급효과를 몰고 옵니다. 미국·이란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는 데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3고(高)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슈퍼 엘니뇨발 식량·에너지 위기는 경제에 또 다른 메가톤급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어떻게 글로벌 경제 리스크로 이어지는지 3면에서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서울의 커피 값까지 좌우하는 '기후 메가쇼크' 물가·금리·일자리 등 경제 전방위로 도미노 타격 2023년 남미 브라질의 커피 농장이 타들어갔습니다. 엘니뇨가 촉발한 가뭄 때문이었죠. 그해 국제 커피 선물 가격은 30% 가까이 치솟았고, 여파는 서울의 카페 메뉴판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마존의 이상기후가 서울 시민이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 값을 끌어올린 겁니다. 기상이변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밥상 물가부터 전기요금, 주식 가격, 그리고 일자리에까지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기후경제학이 작동하는 네 가지 경로파급 경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가장 광범위한 경로는 농업과 식량 분야입니다. 가뭄과 홍수는 곡물 생산량을 급감시켜 식품 가격 급등, 즉 ‘애그리플레이션(Agriflation)’을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 가뭄으로 대두 가격이 오르면 가축 사료비가 뛰고, 이는 결국 축산물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의 밥상 물가를 위협합니다.두 번째는 에너지와 인프라 경로입니다. 가뭄은 수력발전 능력을 떨어뜨리는 반면, 폭염은 냉방 수요를 폭증시켜 전력망의 안정성을 흔듭니다. 나아가 파나마 운하처럼 수위에 민감한 핵심 물류 인프라가 제 기능을 못 하면 해운 병목현상이 발생해 전 세계 교역·물류 비용이 치솟게 됩니다.세 번째 경로는 글로벌 공급망입니다. 동남아시아 가뭄이 현지 전력난을 유발하면 그 지역에 진출한 반도체 패키징 공장들이 가동을 멈춥니다. 이런 균열은 결국 한국, 일본, 미국의 첨단 전자제품 생산 차질이라는 도미노 충격으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거시경제와 금융 경로입니다. 기상이변이 유발한 물가상승은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고, 재난 복구에 투입되는 재정 지출은 정부의 미래 투자 여력을 소진시킵니다.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화석연료 시설이나 해안 저지대 부동산처럼 기후변화로 가치가 급락하는 ‘좌초자산(Stranded Assets)’ 문제는 금융시스템을 흔드는 잠재적 뇌관이 되고 있습니다.“기후변화는 역사상 가장 큰 시장실패”역사는 기후 충격의 실상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가장 참혹한 사례는 1877~1878년 엘니뇨 발생 때였습니다. 인도, 중국, 브라질에 극심한 가뭄과 대기근이 동시에 덮치면서 50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는 당시 지구 인구의 3~4%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1997~1998년 발생한 엘니뇨는 또 다른 교훈을 남겼습니다. 인도네시아 경제학자들은 아시아 금융위기로 자국 경제가 순식간에 붕괴된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엘니뇨를 지목했습니다. 극심한 가뭄이 농업과 수력발전, 생활용수 인프라를 동시에 무너뜨려 경제 체력을 고갈시킨 상황에서 외환위기라는 카운터펀치를 맞았다는 분석입니다. 당시 엘니뇨가 전 세계 경제에 안긴 손실은 약 5조7000억 달러(현 환율로 약 8820조원, 세계 국내총생산 총합 기준)로 추정됩니다.이러한 위기의식은 경제학계를 깨웠습니다. 2006년 영국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은 기후변화를 “역사상 가장 크고 광범위한 시장실패”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지금 당장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전 세계 총생산의 5~20%가 영구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노드하우스 미 예일대 교수는 기후변화와 경제성장의 상호작용을 정량화해 탄소 배출의 사회적 비용을 수치로 산출해냈습니다. 이는 오늘날 ‘탄소세’ 도입의 이론적 근거가 됐습니다.단기·중장기 아우르는 대응책 시급이 모든 이상 현상의 뿌리는 무엇일까요? 온실가스가 답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쉼 없이 뿜어낸 온실가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였습니다. 그 결과 지구가 우주로 내보내야 할 열을 붙잡아두고, 그 열이 바다를 데웠습니다. 데워진 바다가 더 많은 수분을 대기로 증발시켜 폭풍을 강화하고, 가뭄과 폭우라는 극단적 양상을 몰고 옵니다.해법은 국가 경쟁력을 지키면서 기후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이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상 조기경보 시스템을 고도화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공급망 전반의 기후 회복력을 높여야 합니다. 폭염 취약계층을 위한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탄소 감축이 관건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탄소세 도입이나 과도한 배출권 규제보다 자발적 감축을 유도하는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시장 친화적 방안이 고려돼야 합니다. NIE 포인트1. 기후변화가 경제에 영향 미치는 또다른 경로가 있을까?2. 기후변화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시장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3. 글로벌 온실가스 규제와 협약이 어떤 수준인지 확인해보자.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대입 전략

내신도 수능도 올A여야 가능? 지역의사제 냉혹한 현실

2027학년도 전국 31개 의대의 지역의사제 선발 인원인 488명 중 93.9%에 달하는 458명이 수시에서 선발된다. 반면 정시 전형에서는 6.1%(30명)만 선발한다. 이에 따라 지역의사제 첫 선발에서는 학교 내신 성적이 합격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경인 지역 4개 대학(22명)을 비롯해 강원지역 4개 대학(63명), 대구·경북 지역 5개 대학(72명), 부울경 지역 6개 대학(97명)은 전원 수시에서만 선발하며, 정시 선발 인원은 전혀 없다. 해당 지역 학생들은 학교 내신성적이 우수하지 못할 경우, 지역의사제 첫 선발에 지원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반수를 통해 의대 재진입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 역시 수시 지원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방권 학생 중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에게는 지방 소재 대학의 지역인재 전형과 지역의사제 전형에 동시 지원할 기회가 생겨 합격의 문호가 넓어졌다.다른 지역의 경우 충청권 7개 대학(지역의사제 선발 118명 중 105명, 89%), 호남권 4개 대학(88명 중 79명, 89.8%), 제주권 1개 대학(28명 중 20명, 71.4%)이 수시 선발에 배치됐다. 정시에서 지역의사제를 선발하는 대학은 충북대(13명), 전남대(9명), 제주대(8명) 등 3개 대학뿐이며, 총 30명을 선발한다.수시로 지역의사제를 선발하는 31개 대학(458명) 중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인원은 447명에 달하며,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인원은 11명(2.4%)에 불과하다. 즉 내신 성적뿐 아니라 수능 성적까지 완벽히 갖추지 못하면 지역의사제 전형 합격은 불가능한 구조다. 지역의사제 전형 전체 선발 인원의 93.9%를 수시에서 선발하고, 이 수시 선발 인원의 97.6%에 수능최저가 적용되므로 대학들은 내신과 수능 성적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수시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대학은 성균관대(3명), 인하대(6명), 제주대(2명) 등 3개 대학 11명에 그친다. 대학별 수시 수능최저 요구 기준을 보면 가천대는 3개 영역 1등급, 아주대는 4개 영역 등급 합 6을 요구할 정도로 기준이 매우 높다.강원권에서는 강원대 3개 영역 등급 합 7, 연세대(미래) 3개 등급 합 5, 한림대 3개 등급 합 5, 가톨릭관동대는 3개 등급 합 7을 요구하며, 연세대(미래)와 한림대는 영어 2등급을 추가로 요구한다. 대구·경북권에서는 경북대 3개 등급 합 5, 계명대 3개 등급 합 4(광역권)·5(진료권), 대구가톨릭대 3개 등급 합 4(광역권)·5(진료권), 동국대(WISE) 3개 등급 합 4, 영남대 3개 등급 합 4(광역권)·5(진료권)를 요구한다.부울경에서는 경상국립대 3개 등급 합 6, 고신대 3개 등급 합 5, 동아대 3개 등급 합 4(광역권)·5(진료권), 부산대 3개 등급 합 4, 울산대 3개 등급 합 5, 인제대는 4개 영역 각 2등급을 요구한다. 제주대는 3개 등급 합 6을 요구한다. 충청권에서는 건국대(글로컬) 3개 등급 합 6, 건양대 3개 등급 합 6, 단국대(천안) 3개 등급 합 5(광역권)·6(진료권), 순천향대 3개 등급 합 5, 을지대 3개 등급 합 5, 충남대 3개 등급 합 6, 충북대 3개 등급 합 6을 요구한다. 호남권 소재 원광대·전남대·전북대·조선대 4개 대학은 모두 3개 등급 합 6을 요구한다.2027학년도에 첫선을 보이는 지역의사제는 결국 내신과 수능 성적이 모두 최상위권 학생들이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권 학생 중 우수한 자원들이 지역의사제로 흡수됨에 따라 이는 상위권 자연계 일반학과의 내신 및 수능 합격선에도 연쇄효과를 미쳐 일시적인 합격선 하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하지만 2027학년도는 현행 교육과정(내신 및 수능 체제)으로 치르는 마지막 입시다. 이 때문에 졸업생(N수생)들에게는 ‘올해가 마지막 재도전 기회’라는 심리적 압박이 작용할 수 있다. 또 지역의사제 신설로 상위권 의대 진학의 문호가 넓어진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졸업생 유입이 대폭 늘어날 여지도 크다. 실제로 지난 6월 모의평가의 졸업생 접수자 수(9만6931명)는 2011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처럼 탄탄한 N수생 유입이 하방 압력을 지탱할 경우 자연계 일반학과의 실제 합격선 하락 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전면 금지해야 할까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자가 핵심 공약으로 내놓은 ‘휴대폰 없는 학교(폰프리스쿨)’ 정책이 내년 1학기부터 경기도 내 초·중학교에 도입될 전망이다. 이는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등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제도다. 지난해 관련 법이 개정돼 올해 3월부터 수업 중에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이 시행 중이다. 안 당선자는 수업 외 시간까지 학교 공간을 스마트폰에서 분리해 교육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괄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방식보다 학교 자율에 기반해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다. 스마트폰 중독과 학습 능력 저하 등을 우려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은 환영하는 의견이 많다. 반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들의 자기 결정권, 디지털 활용 기회 박탈, 긴급 상황 시 연락 두절 문제 등이 이유다. [찬성] 교사 교육권·학생 학습권 보호…수업 집중도 향상 위해 필요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는 학생들의 학업 집중도 향상과 정신 건강 보호, 무너진 교실 환경을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수업 중 울리는 알림과 주의력 분산을 막아 학생들이 학업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공정한 학습 분위기를 유지하고,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할 수 있다.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학업 성취도와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면 수업 집중력을 높이고 수업 분위기를 바로잡아 학업 성취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교실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 촬영이나 단체 대화방을 통한 사이버 괴롭힘 등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청소년의 스마트폰 및 소셜미디어 중독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사고력·집중력 저하, 문해력 약화, 수면장애 등을 비롯해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핀란드 등은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21만여 명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다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교육 현장의 요구와 제도적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10년 동안 학교의 휴대폰 수거를 ‘인권 침해’라고 규정해온 국가인권위원회조차 기존 결정을 뒤집었다.국회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수업 중 스마트 기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수업 외 시간 역시 교육활동의 연장선이다. 학교 안에서만큼은 스마트폰 화면을 닫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디지털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고 신체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이는 청소년기 건강한 사회성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반대] 디지털 학습 기회 뺏는 과잉규제…자기 결정권 보장해야 학교 내 스마트폰 전면 금지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학습 기회를 박탈하는 시대착오적 규제다. 학교가 학생의 스마트폰을 일괄 수거하거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 자유권과 통신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조치다. 학생을 주체적 시민이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정책이다.스마트폰은 단순한 오락 기기가 아니다. 실시간 정보 검색,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플랫폼 활용, 교과 연계 앱 활용 등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훌륭한 교육 도구다. 스마트폰 사용 금지는 디지털 시대의 교육적 가치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은 위급한 상황 발생 시 학생이 학부모나 관계 기관과 즉각 소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스마트폰 게임에 몰입하는 등 부작용이 있지만, 다른 친구들과 소통하는 메신저로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스마트폰 사용 금지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 과연 스마트폰 때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분위기, 수업 방식의 전환 등 다른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폰만 뺏는다면 아이들의 반항심만 생길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왜 스마트폰을 놓을 수 없는지 근본 원인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경쟁에 시달리는 교육 환경에 대한 대책 없이 스마트폰만 통제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스마트폰 사용 여부는 개인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하기보다 어떻게 절제하며 사용해야 하는지 ‘디지털 시민성’을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역할일 것이다. √ 생각하기 - 전면 금지보다 올바른 활용 교육이 먼저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는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치의 우선순위를 묻는 본질적 질문이다. 교육적 활용과 통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청소년기 미성숙함을 보호하기 위한 통제가 요구되는지, 스스로 조절 능력을 기를 기회를 줘야 하는지 먼저 성찰해야 한다. 또 교내 금지 조치가 학생들의 학업 집중도를 높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미래 디지털 학습 기회를 제한할 수 있는 만큼 그 득실도 따져야 할 것이다.결국 전면 금지보다 수업 중 제한과 쉬는 시간의 자율을 조화시키는 등 현실적 절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논의해 규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사안을 토론을 통해 스스로 결정하고,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디지털 시민성과 책임감을 체득하는 교육적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양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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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는 주사'…건강 혁신인가, 새로운 불평등인가

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신약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천문학적 연구비와 오랜 시간이 투입된 결과물이죠. 제약사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 일정 기간 다른 회사가 똑같은 약을 만들지 못하도록 특허권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누립니다. 독점시장에서는 공급자가 가격 결정권을 갖기 때문에 약값이 매우 비싸게 책정됩니다. 혁신에 대한 보상이라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문제도 생깁니다.그래서 비만약의 한 달 투약비는 국내 기준 수십만 원에 달합니다. 체중감량이 절실한 저소득층 환자는 비싼 약값 탓에 치료제를 구경하기 어려울 겁니다. 반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쉽게 약을 구비해 건강과 미용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비만을 질병으로 본다면 누구나 치료받을 권리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제력이 접근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건강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습니다.건강보험 적용과 정부 규제 딜레마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돈이 된다는 사실이 증명되자 글로벌 제약사들은 물론 국내 제약업체까지 더 싸고 강력한 약을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거든요. 하지만 소비자는 약의 부작용이나 정확한 효능을 의사만큼 잘 알지는 못합니다. 결국 정보 비대칭으로 자원이 잘못 배분되는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비만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보고 국가 건강보험을 적용해 누구나 저렴하게 처방받아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미용 목적의 오남용과 세금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정책적 딜레마도 존재합니다. 비만은 당뇨나 심혈관 위험을 높이는 만성질환인데, 정부가 나서 지나치게 규제한다면 치료 기회나 권리까지 가로막힐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과 시장의 자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비만 치료제에 울고 웃는 산업비만약은 다른 산업들의 흥망성쇠까지 좌우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식품 산업입니다. 달고 짠 고열량 간식이나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등 정크푸드의 소비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재미있는 현상도 있습니다. 지방뿐 아니라 근육까지 빠지게 하는 비만약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닭가슴살 같은 단백질 식품을 더 많이 소비하고, 근력운동을 위해 피트니스센터를 찾습니다. 비만 치료제가 식욕을 억제해 정크푸드에 대한 수요 자체를 줄인다면, 반대로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한 단백질 식품이나 피트니스 산업은 비만약과 함께 소비가 늘어나는 보완재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항공업계에서는 전 세계 탑승객의 평균 체중이 줄어들면 비행기를 띄우는 데 필요한 막대한 항공유를 절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선택 변화가 기업의 전략과 산업 구조까지 흔드는 셈이죠. 상품 하나가 산업 전체를 재편하는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비만약은 해방일까, 또 다른 강박일까비만을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여기는 시선은 사실 흔합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비만은 싸고 자극적인 가공식품, 과도한 노동시간, 걷기 힘든 도시 구조 등 복합적인 사회적 원인에서도 비롯됩니다.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살 빼는 약이라는 결과만 소비한다면 결국 실패의 책임은 온전히 개인에게 돌아갈 것입니다.체중 관리가 도덕적 의무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특히 여성에게 그 압박은 강하게 작용합니다. 소셜미디어(SNS)는 극도로 마른 몸을 전시하고, 패션계에서는 잠시 불었던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열풍이 사그라들고 다시 마른 모델들이 런웨이를 점령하고 있습니다.비만약 열풍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건강은 개인 책임일까요, 아니면 사회가 함께 해결할 문제일까요. 정부는 안전을 위해 어디까지 규제해야 할까요. 날씬함을 지나치게 이상화하는 사회 분위기는 건강한 것일까요. 비만약은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체중이라는 강박에 더 강하게 옭아매는지도 모릅니다. 기술이 인간의 몸을 바꾸기 시작한 시대엔 그 약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NIE 포인트1. 비만약에 국가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할까?2. 비만은 개인의 의지 문제일까, 사회 구조적 문제일까?3. 돈 있는 사람만 더 건강해지는 사회는 공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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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진 지구, 흔들리는 경제... '슈퍼 엘니뇨'의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