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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수출 7000억弗 신기록…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 고지에 오를 전망입니다. 195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69년 만에 이뤄낸 성과입니다. 확정치는 내년 초에 나오지만, 지난달까지의 누적 실적이 이런 기대를 갖게 합니다. 올 1~11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 늘어난 6402억 달러로 집계되며 3년 만에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올해는 침체된 민간 소비(내수)의 회복세가 유난히 더뎠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간 경제성장률이 1.0% 언저리에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죠. 만약 수출이 역대급으로 좋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아찔할 정도입니다.사상 최대 수출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반도체 시장이 대호황을 보인 덕분입니다. 하지만 반도체를 빼고 나면 수출 실적은 크게 쪼그라듭니다. 올 들어 11월까지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4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철강·석유화학·2차전지 등 산업의 수출이 부진한 결과입니다. 사상 최대 수출 이면에 드리워진 그늘이란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였습니다. 수출을 통해 나라 경제를 살찌웠고 고도성장이 가능했죠. 지금은 그런 단계를 지났다고 하지만, 무역 활동의 중요성은 여전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수출주도 성장 전략은 어떠했고, 지금은 내수와 수출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출 분야의 개선 과제는 무엇인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기술 축적 가능케 한 수출주도 성장 전략이젠 내수와 균형 맞추는 과제 중요하죠‘수출주도 성장(export-led growth)’이라고 들어보셨죠? 이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전략이었습니다. 이 역사부터 간단히 살펴보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해보겠습니다.국제경제기구도 인정한 전략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연평균 8~10%의 고도성장을 했습니다. 여기엔 수출이 가장 큰 ‘효자’였습니다.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수출 비중은 1950년대엔 1%도 되지 않았어요. 이게 1970년대 약 10%, 1980년대 30%대, 그리고 2000년 이후엔 40% 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수출이 저개발국 한국을 신흥 고속성장 국가로 바꿔놓은 거죠. 여기서 빠뜨려선 안 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수출을 통해 기술과 경영 노하우 축적, 외환(달러화) 확보, 고급 인적자본 육성도 가능했습니다.경제발전 이론 가운데 ‘내생적 성장 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에 대해 생글생글에서 여러 번 소개했습니다. 전통적 경제발전 이론인 신고전학파의 솔로 모형은 기술 진보가 성장의 원동력이란 점은 밝히면서도 왜, 그리고 어떻게 기술 진보가 일어나는지 모형 안에서 설명하진 못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내생적 성장 이론은 경제성장의 핵심 요인인 기술 진보나 지식의 확산을 경제주체의 이윤극대화 욕구에 의해 발생하는 내생적 요인으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연구개발(R&D) 투자, 인적자본 및 지식에 대한 투자, 혁신 등이 경제성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우리나라는 수출을 통해 이런 요소들을 크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각종 중간재와 장비를 수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종 생산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학습효과(learning-by-exporting)가 컸고, 기술 축적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로선 한국의 수출 성장전략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고(高)성장, 경제 체력 강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도 인정했습니다.‘경제 엔진’ 바통 넘겨받은 내수1960년대 이래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항상 높았습니다. 내수(민간 소비) 증가율은 그보다는 낮았어요. 그런데 2010년대 중반부터 이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2015년부터 5년간 우리나라의 평균 성장률은 2.8%였는데, 내수는 연평균 3.4%씩 늘어났습니다.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위협받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쨌든 경제를 이끌던 수출이 그 바통을 내수시장에 넘겨주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이후엔 다시 내수 증가율이 성장률에 못 미치는 경우가 나타납니다.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내수 침체와 저(低)성장이 이때부터 본격화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어요. 올 초 고금리와 집값 급등 등으로 소비가 부진했고, 이게 성장률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와중에 수출이 7000억 달러까지 확대된 게 정말 다행이었죠. 현재 GDP 대비 비중은 2023년 기준으로 내수가 49%, 수출이 44% 수준입니다.‘고개방-저성장’의 위험성물론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는 글로벌 경제 상황, 환율, 금융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해외발 경제위기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수출주도 성장이 성공을 거둔 이후 서비스 산업과 내수시장, 혁신 생태계 등으로 경제발전의 동력을 바꿔주는 게 이상적인데, 그런 전환이 더디면 문제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고(高)개방-저(低)성장’의 위험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내 연구에서 많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수출주도에서 내수시장과 혁신이 주도하는 경제로 구조 전환에 성공한 나라가 일본, 싱가포르, 대만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현실적 어려움을 보여줍니다.NIE 포인트1. 내생적 성장 이론에 대해 공부해보자.2. 일본, 싱가포르 등은 수출주도에서 어떻게 경제를 변모시켰는지 알아보자.3. 우리나라 내수 부진은 고질적 문제다. 이유를 알아보자.반도체, 미·중에 치우친 수출 구조 '위험'대외충격 견뎌내는 시장 다변화 추진해야7000억 달러 돌파가 유력한 올해 수출 실적은 ‘사상 최대’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슈퍼사이클(반도체 가격 장기 상승 추세)이 만든 기록이란 점에서 아쉽습니다. 우리의 산업 경쟁력이 이런 기록을 만들었다기보다 예상치 못한 시장 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수출 품목과 시장이 너무 한쪽으로 쏠려 있는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반도체 등 쏠림 문제 심각반도체 수출은 올 들어 11월까지 총 1526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체 수출 가운데 비중은 11월 한 달 동안 28%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15개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3분의 2가량의 수출이 작년보다 줄었습니다. 대부분 산업의 수출 실적이 마이너스 인데, 반도체와 조선·자동차 등 일부 산업의 호황이 전체 통계치를 끌어올리는 착시 효과를 만든 겁니다. 한국개발연구원 등은 반도체 외에 대부분의 제조업 수출 증가율이 세계 평균이나 미국·중국·일본 등 경쟁국보다 낮고, 우리나라 수출의 세계 순위도 6위에서 7위로 떨어지고 있어 수출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국면이라고 진단합니다. 또한 미국(19%), 중국(19%), 베트남(9%), 홍콩(5%), 일본(4%) 등에 편중된 수출지역도 큰 문제입니다.만약 이런 상황이나 환경이 다시 급하게 바뀌어 우리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당장 내년도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시야를 넓히면 수출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외 의존 경제문제로 이어집니다. 대외의존도는 국민소득에서 수출과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한 것을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해 계산합니다. 대외의존도는 2023년 기준 88.9%에 달합니다. 글로벌 경기와 환율, 각종 정치 리스크에 우리나라 경제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데요, 그 이유가 바로 과도한 대외의존도 때문입니다. “대외 충격 과민 경제” “미국이 기침하면 감기 걸리는 한국”이란 비유도 그래서 나옵니다.국내시장 기여도 논란우리나라 수출이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는 수치로 명확히 나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수출이 호황을 보이더라도 내수시장 활성화와 근로자 고용증대 및 임금인상, 자영업 경기 활성화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쏟아냅니다. 수출기업의 실적과 수익이 경제 전체에 고루 좋은 영향을 미치는 트리클다운(trickle-down)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수출 호황-내수 부진’이란 관계가 고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유는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 현지 공장을 짓고, 원재료 수입과 생산도 글로벌화하고 있는 요즘의 공급망 환경에서 수출이 곧 국내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부 전문가는 수출을 강조하면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자 임금 상승 억제와 비정규직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수출 패러다임 어떻게?산업연구원, 무역협회 등 기관은 여전히 수출이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 혁신에 대한 투자,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에서 핵심적 동력이란 점을 강조합니다. 과거와 같은 수출 주도 성장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수출의 질(質), 즉 고부가가치 산업과 서비스 산업, 디지털 산업 중심으로 수출 업종과 품목을 다양화하고 무게중심도 상당히 두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합니다. 한국에서 수출은 여전히 ‘필수’이지만, ‘제조업의 수출 물량 확대=성장’이란 등식이나 패러다임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습니다. 고환율과 글로벌 교역 둔화, 디지털 전환의 거센 바람 속에서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경쟁력과 세계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하느냐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NIE 포인트1.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는 품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자.2. 수출 산업의 트리클다운 효과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자.3. 세계 주요국의 대외의존도를 살펴보자.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대입 전략

2026 모의 지원 분석… SKY 인문 391.4, 자연 392.8

올해 정시 수능 위주 전형에서 최대 변수로 수능 국어와 탐구가 꼽힌다. 특히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 1등급 구간 내 최고·최저 격차는 14점까지 벌어지면서 변별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점수 14점 차이면 지원 가능 대학의 수준이 몇 단계는 뒤바뀔 수 있을 정도의 큰 격차다. 변수가 복잡할수록 수험생 간 경쟁 구도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와 비슷한 점수대의 학생들이 어떤 대학을 염두에 두는지를 살펴보면 경쟁 관계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2개년 수능 채점 결과 발표 직후 주요 10개 대학 모의 지원 흐름을 분석해본다.종로학원이 2025학년도, 2026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발표 직후 5만6860건의 모의 지원을 분석한 결과, 대학별 모의 지원자들의 평균 점수(국어, 수학, 탐구(2) 표준점수 합)는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연고 인문계열 모의 지원자 평균 점수는 2025학년도 381.8점에서 2026학년도 391.4점으로 9.6점 상승했다. 성서한 인문 그룹도 같은 기간 376.3점에서 384.1점으로 7.8점 상승했다.자연계도 유사한 상승세다. 서연고 자연계는 전년 384.8점에서 금년 392.8점으로 8.0점이 올랐고, 성서한 그룹은 378.5점에서 386.7점으로 8.2점이 높아졌다. 이 같은 상승세는 전반적으로 올해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표준점수 자체가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전년 139점에서 올해 147점으로 8점이 상승하며 전반적인 상승세를 이끌었다.올해 모의 지원자들의 점수를 자세히 살펴보면, 인문계열은 서울대는 평균 396.7점, 고려대는 390.9점, 연세대는 389.0점으로 집계됐다. 각 대학에 해당 점수대의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모의 지원에 응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평균 점수로 한양대는 384.6점, 서강대는 383.9점, 성균관대는 383.9점, 중앙대는 379.6점, 이화여대는 376.1점, 경희대는 374.0점, 한국외대는 372.9점 수준으로 나타났다.자연계열은 서울대 396.8점, 연세대 391.9점, 고려대 390.5점, 성균관대 387.5점, 서강대 386.8점, 한양대 384.4점, 중앙대 380.9점, 경희대 374.9점, 이화여대 374.1점, 한국외대 369.6점 수준의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드러냈다.모의 지원자들의 국어·수학·탐구 점수 조합도 중요한 분석 포인트다. 이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정시 경쟁 구도의 특징을 읽을 수 있다. 2025학년도는 평년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는 정시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인문계 지원자들은 국어·수학·탐구 성적 조합에서 평균적으로 국어의 성적이 우수했고, 자연계는 대체로 수학 성적이 우수한 모습을 보였다. 인문계는 고려대·연세대·한양대·성균관대·서강대·이화여대·경희대 등 7개 대학에서 국어 성적이 우수한 모습을 보였고, 자연계의 경우 이화여대와 한국외대를 제외한 8곳에서 수학 성적이 우수한 조합의 학생들이 몰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인문계는 국어의 비중이, 자연계는 수학의 비중이 높아 계열별로 변별력이 높은 과목이 다르기 때문이다.하지만 2026학년도는 인문계뿐 아니라 자연계도 국어 위주로 성적 조합이 바뀌었다. 인문계는 10개 대학 모두에서, 자연계는 경희대와 한국외대를 제외한 8개 대학에서 국어 성적이 우수한 조합이 대세로 떠올랐다. 서연고 자연계 모의 지원자의 국수탐 평균은 392.8점으로 나타났는데, 해당 성적대의 학생들은 국어는 134.1점, 수학은 129.8점, 탐구는 129.0점의 성적 조합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성서한 자연계 평균은 386.7점, 성적 조합은 국어 131.0점, 수학 128.6점, 탐구 127.1점으로 집계됐다.이 같은 차이는 해당 연도 수능의 영역 간 유불리와 큰 연관을 갖는다. 2025학년도의 경우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각각 139점과 140점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올해 수능은 국어가 147점, 수학이 139점으로 국어로 무게추가 기울면서 국어 변별력이 크게 증가했다. 국어 표준점수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인문, 자연 모두에서 국어의 영향력이 크게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영어가 어렵게 출제되면서 평균적으로 영어 성적은 하락하는 모습이다. 인문계 모의 지원자의 영어 평균 등급은 성서한 그룹의 경우 전년 2.0등급에서 금년 2.3등급으로, 중경이외는 전년 2.2등급에서 금년 2.5등급으로 하락했다. 자연에선 서연고는 전년 1.7등급에서 금년 2.6등급으로, 성서한은 2.0등급에서 2.4등급으로, 중경이외는 2.2등급에서 2.6등급으로 떨어졌다.모의 지원은 나와 비슷한 점수대 학생들의 지원 흐름을 읽을 수 있어 정시 지원 전략을 확정 짓는 데 중요한 참고 요소 중 하나다. 모의 지원은 시간이 흘러 표본이 쌓일수록 더 정교해지기 때문에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정시 원서접수 직전까지 참고하기를 권한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연간 600만명 찾는 국중박, 유료화해야 하나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누적 관람객이 지난 11일 600만 명을 넘어섰다. 용산으로 처음 이전한 2005년(134만 명)과 비교하면 관람객 규모가 4배 넘게 늘었다. 유럽 대표 박물관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기록이다. 연간 600만 명 이상이 찾는 박물관은 루브르박물관(2024년 기준 873만7050명), 바티칸박물관(682만5436명), 대영박물관(647만9952명) 정도다.관람객이 늘어나면서 유료화 논쟁이 격렬해졌다. “입장료를 받아 세금 투입을 줄이고 전시 수준도 높이자”는 주장과 “보편적인 문화 향유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도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료화 여부와 시점,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박물관은 2008년부터 무료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찬성] 인기에 걸맞은 격 필요…입장료 재원으로 수준 높여야국립중앙박물관의 인기가 오른 것은 올해부터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으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방문객이 많아진 것은 좋지만, 이로 인한 문제도 적잖다. 차를 가지고 박물관을 방문하면 주차하는 데만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전시실이나 푸드코트는 길게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하고, 인기 굿즈는 ‘오픈 런’을 하지 않으면 구매가 어렵다. 하나같이 방문객을 불편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무료로 하면 격이 떨어져 싸게 느껴지기 때문에 귀하게 느낄 필요도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국립중앙박물관의 재정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대관료와 굿즈 판매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19억원 선에 불과하다. 반면 박물관 운영을 위해 쓴 예산은 2325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문객 폭증에 따른 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전시품 보존이나 학술 연구, 새로운 콘셉트의 전시 기획 등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주요국의 대형 박물관들이 1만~3만원 안팎의 입장료를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들에게 더 비싼 요금을 물리는 곳도 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내년부터 비EU 관람객 입장료를 22유로에서 32유로로 올리기로 했다.유료화는 박물관의 수준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SNS용 사진 촬영 목적의 방문객이 진지한 관람층으로 대체되는 만큼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우리도 ‘문화복지=무료’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지속할 수 있는 문화 소비구조를 만들 때가 됐다.[반대] 박물관은 공공 인프라…유료화땐 문화 불평등 심화박물관은 단순한 여가 공간이 아닌 국민의 학습과 정체성 형성을 위한 공공 인프라다. 이런 시설을 유료화하면 저소득층이나 학생들이 박물관을 찾기 어려워진다. 문화 향유의 격차는 교육 격차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유네스코 등의 국제기구들이 “수익 창출이 박물관의 주요 기능을 훼손할 정도로 우선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도 이런 우려를 감안해서다. 더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립기관이다. 관람객에게 돈을 받는 것은 설립 목적에 어긋난다.입장료 수익이 국립중앙박물관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올해 박물관을 찾은 600만 명에게 할인 없이 1만원씩 받는다고 가정한 입장료 매출은 600억원이다. 2325억원에 달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연간 예산의 4분의 1 수준이다. 입장료를 받는다고 해도 획기적인 시설 개선은 어렵다는 얘기다. 유료화로 입장객이 줄어들어 인근 상권 매출이 하락하는 등의 영향까지 고려하면 실익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인한 착시가 없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이 콘텐츠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이 줄어들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같은 유명 전시물을 다수 갖추고 있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처럼 매년 꾸준히 관람객이 들어올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영국 대영박물관은 상설 전시가 무료다. 부족한 예산은 기부금을 통해 조달한다. 문화재를 전 국민이 똑같이 누린다는 사회적 가치를 지키면서 전시의 수준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입장료를 받기에 앞서, 유료 특별전시와 기부금 유치 등의 조치를 먼저 취하는 게 정석이다. 유료화 논의는 그 후에 이뤄져도 늦지 않다.√ 생각하기 - 유료화하더라도 문화 접근성 훼손 최소화해야국립중앙박물관의 유료화 전환은 신중히 결정할 문제다. 전시 수준을 높이고 관람 환경을 쾌적하게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관람객에게 소정의 입장료를 받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입장료를 높게 책정하면 저소득층의 문화 접근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유료화 논의는 수입 확대가 아닌 문화 주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국민 의견 수렴과 사회적 검증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사전 예약제 등 고객 관리 통합시스템을 먼저 도입해 박물관 이용객에 대한 기초자료를 축적하는 작업도 필수다.관람객이 자발적으로 ‘문화 동참 기부금’을 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청소년 등에겐 무료 관람의 기회를 주는 등의 방안 등도 함께 검토해볼 만하다.송형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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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빅뱅, 재정 위기…내년 경제 판 바뀐다

다사다난(多事多難)하던 2025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심화하면서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가 된 것 같습니다.이는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는 올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미국 대 세계 각국의 관세전쟁으로 확전된 게 사실입니다. 세계경제 성장세와 관련해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두 “팬데믹 이전(3%대 중반)보다 낮은 저성장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거의 들어맞는 분위기입니다. 경제위기급 돌출 변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예상 밖 사건과 현상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힘이 줄기는 했지만, 주식·암호화폐·금(金)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이 급등한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는 생각보다 파장이 컸습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이 대대적으로 일어나면서 거품 발생과 붕괴 우려 또한 커졌습니다.내년에는 세상과 세계경제가 어떻게 변화할까요? 적어도 ‘AI가 빚어내는 세상’은 우리 앞에 더욱 또렷한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세계 각국이 저성장 속에서 재정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란 전망도 많습니다. 주요 국제기구·언론과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모습을 4·5면에서 풀어보겠습니다. 미국·인도 경제 '견조', 유럽·일본 '저성장' "북극 자원 확보하라" 각국 선점경쟁 본격화 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와 비슷한 저성장 국면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힘이 강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각국은 재정 위기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어서 재정지출 여력이 크지 않고, 보호무역주의 흐름 또한 강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세계 경제 ‘3% 성장’에 갇히나국제통화기금(IMF)은 2026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약 3.1~3.2% 수준으로 전망합니다. 세계적 고금리 현상은 정상을 되찾겠지만, 관세율 인상 등 무역 갈등이 내년에도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국가별로는 미국(2.0% 성장)과 인도(6.5%)의 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조하고,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 1.6%)과 일본(1%)은 저성장, 중국은 4%대 중반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약 1.8%로 예측했습니다.세계은행은 2027년까지는 세계 경제가 ‘저투자-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예상합니다. 다만, 물가 안정과 일부 통화 완화정책의 영향으로 내년엔 소폭 회복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중·후반으로 갈수록 관세율 인상의 영향이 희석되고 금융시장 여건이 좋아져 글로벌 경제가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생산성 증가세 정체 등으로 성장률의 상단이 낮아졌다고 평가합니다.JP모건,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은 내년 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AI), 친환경,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 관련한 테마주가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들 투자은행은 고위험(하이일드) 채권과 신흥국 채권에도 많이 투자합니다. 다만, 내년엔 채무불이행(디폴트) 등 리스크를 국가별로 따져볼 때라는 신중한 입장입니다.유가 하락, AI 포비아…새해를 전망해보는 책자로 가장 유명한 것은 이코노미스트의 ‘세계대전망’ 시리즈입니다. 올해도 <2026 세계대전망(The World Ahead 2026)>(이하 세계대전망)에 폭넓고 깊이 있는 전망과 키워드가 즐비합니다.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경제와 관련해 선진국발 재정위기의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과도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문제로 올해도 국채 가격이 급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내년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10%를 넘어서며 더 위태로워질 전망입니다. 문제는 유럽 국가인데요, 러시아의 안보 위협으로 군사비 부담이 커지고 있어 설상가상입니다.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재정적자 문제로 경제정책의 초점을 옮기고 있습니다.미국의 관세정책과 중국의 경기둔화는 원자재 가격 하락을 부를 수 있습니다. 특히 원유가 공급과잉 몸살을 앓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산 원유에 미국이 제재를 가하지 않을 전망이고, 중동 국가도 수년간 감산하던 생산량을 회복하고 있어 내년 국제유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요즘 자동차 휘발유 가격이 급등해 걱정인데요, 내년엔 그 부담을 덜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반면 금은 안전자산 선호로 더욱 수요가 늘어 현재 온스당 4200달러대 가격이 내년엔 4500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있습니다.세계 각국의 자원 개발 경쟁은 북극으로 향하고 있고, 북극을 중심으로 한 해상무역로 확보 각축전도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세계대전망>은 “북극이 세계 경제 속으로 녹아들 것”이라고 표현합니다.조금 잠잠해진 인공지능(AI) 거품 우려는 내년에도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대전망>은 “AI의 진짜 영향력은 2026년 비로소 명확해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AI가 호황을 이끌 동력인지, 금융 붕괴를 몰고 올 불씨인지 판가름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듣기만 해도 조마조마해집니다. ‘AI 포비아(phobia, 공포)’가 퍼지고 있다는 얘기가 괜한 소리가 아닙니다. 한편 비만 치료제의 확산으로 비만약이 대중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눈길을 끕니다. NIE포인트1. 유로존과 일본의 경제가 침체한 이유는?2. 우리나라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비율은 어떤지 살펴보자.3. AI가 내년 우리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토론해보자. 미국 중간선거, 국제분쟁이 리스크 요인 '필코노미' '1.5가구' '픽셀라이프' 주목 경제 영역 밖에도 지구촌을 뒤흔들 위험 요소는 적지 않습니다. 이는 종국적으로 글로벌 경제 질서와 개인의 삶,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국제 평화 표류할까, 정착할까가장 먼저 ‘트럼프 리스크’를 떠올리게 됩니다. 특히 내년은 미국 건국 2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1월엔 중간선거까지 예정돼 있습니다. 중간선거(mid-term election)란 대통령 취임 2년 후 실시하는 선거(연방 상원의원의 3분의 1, 하원의원 전원 선출)로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합니다. 이런 중요한 정치 일정 앞에서 트럼프주의,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내년 초 미국 중앙은행(Fed) 새 의장에 누가 임명될지도 관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금리인하 권고를 받아들이는 식으로 Fed가 ‘정치화’하면 세계 경제도 요동칠 수 있습니다.‘지정학적 표류(geopolitical drift)’라는 키워드도 눈길을 끕니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세계에선 인권·민주주의·자유무역과 같은 가치와 규범에 근거한 협력체제 또는 질서가 쇠퇴했습니다. 그 대신 미국·중국의 극한 대결과 동맹 재편이 지정학적 불안을 고조시켜왔죠. 표류하는 듯한 국제정치가 평화의 길로 나아갈지 관심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여부, 중국과 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변곡점이 될 것 같습니다.회계사 국제단체인 국제내부감사인협회(IIA)는 ‘리스크 인 포커스(Risk in Focus) 2026’이란 보고서를 냈습니다. 여기에선 내년 글로벌 리스크 요인으로 사이버 보안, 정책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법·윤리 기준 준수), 인재와 노동시장, 지정학, 공급망 교란 등을 꼽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사이버테러의 위험성은 가공할 수준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자 정책을 강화하는 미국 때문에 인재의 국경 간 이동에 제약이 생기고, 기업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결국 AI 이끄는 인간개인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바뀌어갈까요? 매년 관련 책자를 발간하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팀이 이번에도 <트렌드 코리아 2026>을 냈습니다. 이 책의 몇 가지 키워드를 인용해보겠습니다.김 교수는 사람과 AI의 본격적인 역할 분담에 주목합니다. 즉 반복·계산·추천하는 일은 AI에게 맡기고, 감정·가치판단·관계 형성 등 ‘인간다움’이 필요한 부분에 사람들이 에너지를 집중한다는 겁니다. 그렇더라도 최종 판단과 조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란 점을 강조합니다. 과정과 순환 속에 사람이 반드시 개입한다는 뜻에서 ‘휴먼 인 더 루프(Human-in-the-loop)’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키워드로 잡았습니다.‘필코노미(Feelin’ Economy)’는 소비의 기준점을 말합니다. 기능과 제품 사양 중심으로 소비하던 데서 ‘내 기분이 좋아지는가’가 새로운 기준이 된다는 겁니다. 스트레스와 불안을 떨치고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공간·콘텐츠에 대한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제로 클릭(Zero Click)’은 검색·선택·클릭을 최소화하고, 알아서 맞춰주는 서비스에 익숙해지는 삶의 변화입니다. ‘픽셀 라이프(Pixel Life)’는 삶이 큰 스토리보다는 짧고 선명한 ‘스냅샷’의 연속으로 인식되는 경향을 말합니다. 화장품·향수·식음료·여행 등에서 소용량·단기·마이크로한 경험이 늘어나고, 인생을 픽셀처럼 조합해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주류가 된다는 얘기입니다.‘1.5가구(1.5 Household)’도 재미있습니다. 이는 1인 가구와 다인 가구 삶의 장점을 모아놓은 겁니다. 함께 살되, 철저히 각자의 삶을 지키는 새로운 주거 형태와 관계를 말합니다. 주거·가전·식품·콘텐츠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합니다. NIE포인트1.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주식시장과 환율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아보자.2. ‘미국 중앙은행의 정치화’란 무슨 뜻일까?3. 친구들과 2026년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놓고 토론해보자.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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