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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이젠 조선까지…진격의 K방산

미국 트럼프 정부의 중재로 중동과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총성이 멎을지 주목됩니다. 전쟁의 시대가 가고 평화의 시대가 올지 궁금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방위산업, ‘K-방산’의 진격엔 거침이 없습니다. 잊을 만하면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 첨단 무기를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국내 주요 7개 방산 기업의 수주 잔액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만들기도 전에 다 팔려나가면서 3년 치 일감이 꽉 찼다는군요. 평화의 봄바람 앞에서도 세계 각국은 전쟁을 막기 위한 방위력 증강에 앞다퉈 나서는 다소 역설적 상황입니다. K-방산의 주력 제품은 전차·미사일·전투기 등 육해공을 넘나들고 유럽에서 중동·동남아·미국 등으로 수출 영토를 넓힙니다. 중국에 다 빼앗길 것으로 예상되던 조선산업이 군함 건조에 협력이 필요하다는 미국 측의 언급에 따라 K-방산의 핵심 산업으로 뜨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미국 CNN은 “한국이 방위산업의 메이저리거가 되고 있다”, 미국 는 “한국이 조용히 세계 최대 무기 공급 국가 중 하나가 됐다”고 전했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K-방산의 황금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산업 발전에서 K-방산의 진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방산이 수출산업으로서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중국 추격, 관세 전쟁으로 수출 어려움 폭발적 성장세 'K방산'에 거는 기대 커요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은 한국 산업의 발전사 속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K-방산의 진면목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산업, 특히 수출산업은 1960년대 가발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1970년대엔 신발·섬유·철강, 1980년대 들어선 자동차·가전제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였죠. 이어 1990년대엔 반도체, 2000년대 선박, 2010년대엔 석유화학제품과 스마트폰으로 수출 주력 품목이 바뀌어왔습니다. 전통적으로 철강·조선·자동차·반도체·정보통신 등 산업이 우리나라를 세계 10위 경제 규모로 키워낸 일등 공신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 품목 가운데 전기·전자 제품이 27.1%(반도체 15.6% 포함), 자동차 14.5%, 기계·컴퓨터가 11.5%를 점했습니다. 이들 상위 3개 품목이 전체 수출액의 절반 이상(53.2%)을 차지한 거죠. 다음으로 석유·석탄 8.6%,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제품 5.6% 순이었습니다. 물론 최근엔 K-팝, K-무비로 대표되는 콘텐츠 산업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산업 필요 그사이 우리 경제는 수출보다 내수가 성장을 이끌어가는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수출 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았고, 내수 신장률은 성장률보다 낮았죠. 이게 2010년대 중반부터 반전됩니다. 2015~2019년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연평균 2.8%를 기록한 데 비해 내수시장은 3.4%씩 커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은 내수가 침체를 겪으며 상황이 다시 바뀝니다. 작년 경제성장률 2.0% 가운데 내수 부문의 기여도는 0.2%포인트, 순수출의 기여도는 1.8%포인트로 나타났습니다. 내수시장이 아무리 커져도 경제성장의 중심축으로서 수출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문제는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수출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기존 수출산업의 분발이 필요한데, 중국의 첨단 분야 추격과 우리 기업의 혁신 분위기 저조로 인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성장산업, 수출산업의 발굴이 필요합니다. 흔히 말하는 ‘젊은 피 수혈’이라는 표현이 지금의 우리 산업에 요청되는 거죠. 흔히들 차세대 유망 산업으로 바이오산업 등을 꼽습니다. 방위산업도 빼놓을 수 없는 분야입니다. K-방산 수출 ‘세계 8위’ 방위산업이란 나라를 지키는 데 쓰이는 군사 장비와 군수 물품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전차·전투기·전투함·미사일·군사위성 등이 대표적이죠. 이는 비록 인명 살상용 군사 장비지만, 평화를 지키는 최선의 방책은 대응능력을 갖추는 것이란 점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힘의 균형이야말로 현실에서 평화를 보장해주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가 강대국 러시아에 희생당한 사례에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국방력 강화는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반드시 필요한 투자입니다. 더군다나 최근 국제정세는 힘의 논리가 더욱 커져가고 있고, 전쟁 발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일이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증액한다고 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도 2%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입니다. 방위산업야말로 새로운 성장산업이라 할 수 있죠. 우리나라 방산은 최근 10여 년 사이에 크게 발전했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2~2016년 우리나라가 수출한 무기는 세계시장의 1.0%를 점했습니다. 이게 2017~2021년엔 2.8%까지 높아졌습니다. 방산 수출액은 연간 20억~30억 달러에 머물다가 2021년 73억 달러, 2022년엔 173억 달러로 급증했죠. 당시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2.5%를 점하며 비중이 커졌어요. 세계 방산 수출 8위권 규모입니다. 아시아, 북미 지역 중심이던 우리나라 방산의 수출시장도 최근 유럽과 중동, 중남미, 호주, 아프리카 등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수출 품목도 탄약과 함정 중심에서 전투기·자주포·미사일 등으로 다양해졌습니다. 미국 상원은 외국 기업이 미국의 군함을 건조·수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해 한미 간 방산 협력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NIE 포인트1. 우리나라 수출품의 산업별 비중이 어떤지 구체적으로 확인해보자. 2. 국방과학연구소(ADD)가 K-방산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그 과정을 알아보자. 3. 향후 세계 방산 시장 규모에 관한 전망 자료를 찾아보자.첨단 방산 기술, 전·후방 산업에 큰 영향 성능 탁월, 가격은 절반…세계가 놀랐죠 방위산업(방산)의 중요성은 산업 자체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먼저 현대의 군사 무기는 갈수록 전자 장비화하고 있어 첨단기술이 필수입니다. 한 나라의 제조 및 첨단 기술이 총집약된 것이 방위산업 생산품이라 볼 수 있죠. 이렇게 개발된 방산 기술은 각종 산업의 원천기술로 쓰입니다. 미사일 제조 기술이 우주산업의 발전을 돕는 식이죠.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드론, 로봇 산업도 방산과의 연계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방산은 첨단기술의 원천 다른 말로 표현하면, 방위산업은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큽니다. 전·후방산업의 개념을 잠깐 볼까요? 전방산업은 원료에서 최종 생산물로 이어지는 산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 해당 산업의 앞쪽에 위치한 업종을 말합니다. 자기 회사를 중심으로 최종 소비자와 가까운 업종이 전방산업이죠. 그리고 원재료나 제품 소재를 공급하는 쪽을 후방산업이라 부릅니다. 기업이 소비자를 바라보는 방향을 기준 삼으면 헷갈리지 않죠.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산업의 취업·생산유발배수에서 알 수 있습니다. 방위산업이 200억 달러어치를 수출하면 전·후방산업에서 고용이 20만 명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생산유발배수란 최종 수요가 한 단위 발생할 때 이를 충족하기 위해 해당 산업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생산액을 말합니다. 방산의 생산유발배수는 2.3배로, 일반 제조업(2.1배)보다 높습니다. 정부가 국방비 1000억원을 지출(정부 수요)할 때 23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나타난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방위산업은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투기의 경우, 30~40년 사용하는 기간 동안 무기 운용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부품 교체와 정비를 꾸준히 해야 합니다. 수출국에선 그만큼의 추가적 수출이 발생하는 거죠. 가성비에 세계가 ‘엄지 척’ 다음으로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지 볼까요? 우리나라는 방위산업이 발전할 기본적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남북 군사 대결로 인해 자주국방이 중요했고, 정부는 국방과학연구소 등을 설립해 고도화된 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1970년대 초 주한미군 2만 명 철수도 자극제가 됐습니다. 이때부터 중화학공업을 집중 육성했는데, 이는 중화기 생산을 위한 목적이기도 했습니다. 1990년 우리나라가 구소련에 빌려준 경제협력 차관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자, 그 일부를 러시아산 무기로 대신 받은 일명 ‘불곰 사업’이 있었습니다. 이게 최신 방위산업 기술을 확보하는 데 큰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구체적인 경쟁력 요소로는 먼저 ‘가성비 최고’를 꼽을 수 있습니다. K-방산은 탁월한 성능에 합리적인 가격이 장점임을 국제적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평지와 산악을 고루 갖춘 우리나라에서 평소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통해 성능이 검증된 영향이 큽니다. 한국 자주포와 전차의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독일 자주포나 전차와 비교해 거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K9 자주포는 세계 자주포 시장의 6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신속한 공급능력을 들 수 있습니다. 방산의 특성상 주문에서 인도까지 걸리는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안보에 문제가 생기면 마냥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2022년 7월 폴란드와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대규모로 계약했는데요, 이 가운데 1차분인 전차 10대와 자주포 28문을 4개월 만에 납품했습니다. 다른 나라 같으면 공급에 수년이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그 바탕엔 한국의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이 있었습니다. 2023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에 장갑차 레드백을 수출할 때도 수주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습니다. 세계시장에선 아직 한화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화는 호주 현지에서 장갑차를 제조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융통성 있게 현지화 전략을 밀어붙였죠. 호주 정부도 한국의 ‘빨리빨리 정신’에 감동받아 계약했다는 후문입니다. 이러한 도전 의식 덕분에, 1975년 필리핀에 소총 탄약 6억원어치를 판매한 게 첫 방산 수출이었던 나라가 이제 세계 4위권 방산 수출국에 도전하고 있는 겁니다.NIE 포인트1. 방위산업을 통해 개발된 첨단기술에는 어떤 게 있는지 사례를 찾아보자. 2. 방산 수출 대국들의 면면을 확인해보자. 3. 미국이 직접 군함을 제조할 기반이 부족하다고 한다.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시사이슈 찬반토론

교사 정신질환 검사하는 '하늘이법' 도입해야 하나

정부와 정치권이 정신질환으로 교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교원에게 강제 휴직을 명령할 수 있는, 이른바 ‘하늘이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신질환을 앓아온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을 살해한 ‘고(故) 김하늘 양 피살 사건’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교사의 정신 건강 검사를 의무화하고 필요에 따라 강제로 업무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신 병력이 있는 교사가 진단서만으로 휴직과 복직을 반복할 수 없도록, 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하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교육감들의 의견과 당정 협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른 시일 내에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찬성] 정신 병력 있는 교사 분리할 장치 필요…美·日은 정신질환 평가 프로그램 운영고 김하늘 양 피살 사건은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다. 40대인 가해 교사는 경찰에 “수업에서 배제돼 짜증이 났다” “어떤 아이든 살해하고 함께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흉악범죄자와 비슷한 정신 상태인 가해자가 오랜 기간 교육 현장에 머물렀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이 교사는 지난해 학생들의 등하교 안전을 책임지는 ‘새싹지킴이’ 업무까지 담당했다. 우울증을 앓던 이 교사는 작년 12월 6일 ‘6개월 질병 휴직’에 들어갔지만 20여 일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6개월 치료가 필요하다”던 병원 진단서가 불과 20여 일 만에 “일상생활 지장 없음”으로 바뀌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대구나 해당 교사는 더구나 문제의 교사는 동료 교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일로 살인 범행 당일 오전 교육 당국의 현장 조사까지 받았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법의 허점 때문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직위 해제의 이유로 형사사건 기소나 금품 수수, 성범죄 등을 들고 있다. 정신적 질환은 문제 삼지 않는다. 교육 당국의 지침상에는 존재하지만 좀처럼 적용하지 않는 규정도 여럿이다. 시도교육청의 교원 인사 업무 지침은 질병 휴직 후 복직하는 교사가 정상적으로 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면 교원 신분을 박탈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적용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 교사가 자신이 ‘정상’이라고 우기면 들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른바 ‘하늘이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학생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문제 교사를 거를 수 있는 장치를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 일선 학교에 CCTV를 설치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사건 현장에 CCTV가 있으면 교사의 범행을 막거나, 상해를 입은 학생을 빠르게 발견해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선진국의 사례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 등에선 정신질환을 경험한 근로자가 직장으로 복귀할 때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리턴 투 워크(return to work)’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반대] 우울증 앓는 교사 범죄자 취급 곤란…정신질환 숨기는 교사 늘어날 수도‘하늘이법’의 키워드는 ‘정신질환’이다. 사건의 근본 원인을 가해 교사의 우울증으로 본 것이다. 이런 접근 방식은 위험하다. 우울증 환자가 살인이나 상해를 시도하는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대다수 연구에선 우울증 환자와 일반인의 중범죄율에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의사들 사이에서 “범죄 가해자가 고혈압을 앓는다고 고혈압 환자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우울증은 감기와 같다. 정상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성인 남녀 중 상당수가 수시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학교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2023년 교사 1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26.6%가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늘이법이 제정돼 수시로 교사들의 상태를 감정하게 되면,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들이 자신의 상태를 숨길 가능성이 높다. 문제 교사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교사들이 정신 건강이 한층 더 악화할 수 있다. 동료 교사나 학생을 질병 휴직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하겠다는 대목도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전문적인 의료 지식이 없는 학생이나 동료 교사가 적확한 판단을 할 수 있을지가 의문스럽다. 복직하는 교사와 사이가 나쁜 동료나 학생이 위원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런 경우 공정한 판단이 내려지기 힘들다. 사회에 충격을 주는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학교 앞에서 건널목을 건너던 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스쿨존에서 운전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민식이법’이 제정된 게 대표적 사례다. 이런 특별법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상당하다. 사건이 엄중하다 보니, 입법 과정에서 규제의 부작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늘이법’도 이런 과정을 밟을 소지가 다분하다.√ 생각하기 - 하늘이법 논의, 부작용 적은 최선의 대안 도출해야학교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다. 이번 사건으로 학교 안전에 구멍이 있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안과 달리 하늘이법과 관련해선 여당과 야당의 의견 차이도 크지 않다. ‘위험 교사’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강제 분리하자는 총론은 여야가 똑같다. 발 빠른 제도 개선은 당연하지만,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울증과 싸워가며 열심히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정신질환 관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학교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교 보안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으슥한 곳엔 CCTV를 설치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송형석 논설위원

대입 전략

의대 정원 변수…최상위권 N수생 덜 유입될 수도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이 현재까지도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은 수시 1158명, 정시 331명으로 1489명이 늘었다. 수시에서 1158명이 증가한 만큼 지원 인원에도 변화가 생겼다. 학교내신 합격선도 의대뿐 아니라 약대, 치대, 한의대 등 메디컬 부문 학과와 공대 등 자연계 일반학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정시도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의대 모집 정원이 확대되어 실제 의대, 공대 등 일반학과 합격선은 6월에 각 대학의 합격 점수를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그때 구체적인 변화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이 상황에 따라서는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도 있다. 이 경우 의대뿐 아니라 일반학과에 진학하는 문호도 더 좁아질 것이라는 예상에 다소 불안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원자들의 변화 또한 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요소다.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원이 확대된 첫해 수시 지원 건수는 직전년도 대비 1만5159건 증가했다. 1만5159건이 지원 횟수지 지원자 수는 아니다. 의대 수시 지원자가 6회 지원을 모두 수시에 지원했다고 가정하면 2527명이 의대 모집 정원 확대로 새롭게 몰려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의대 수시 지원자가 6회 지원 중 단 한 차례만 의대에 지원했을 경우, 지원자 수도 1만5159명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의대 모집 정원이 확대되어 수시 지원자 수는 최소 2527명에서 최대 1만5159명이 늘어난 것이다. 정시 지원도 직전년도보다 2421건이 증가했다. 정시 지원이 3회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3회 모두 의대만 지원했을 땐 807명이, 정시 3회 지원 중 1회만 의대에 지원했다면 2421명이 늘어난 것이다. 종로학원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시 지원자 표본 106명을 살펴본 결과 정시 3회 지원 중 3회 모두 의대를 지원한 학생은 19.8%고, 2회는 23.6%, 1회는 56.6%로 가장 높았다. 의대를 지원한 학생들은 3회 지원 중 의대에 평균 1.6회를 지원한 것으로 나왔다. 2025학년도 늘어난 의대 정시 지원 건수가 2421건임을 감안해본다면, 의대 모집 정원 확대로 실제 정시 지원자 수는 1513명 정도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표본조사에서 의대 지원 학생은 평균 정시 지원에서 1.6회를 지원한다는 전제하에 계산한 것이다. 의대 합격 점수가 최상위권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 자연계열학과 지원자 학생들에게는 수능 점수상에서 큰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의대 모집 정원 확대가 상위권 지원자의 급격한 증가로 직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의대 모집 정원 확대는 처음 경험해본 것이지만 지원자 수가 정시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수시에서는 정시보다 더 많은 지원자가 가세했고, 상황에 따라 의대 지원 합격선이 아닌 학생도 상당수 지원했다고 볼 수 있다. 수능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들어온 것도 아닌 상황이라면 경우에 따라 의대 모집정원이 줄어들면, 재수생 등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덜 들어올 수도 있다. 2026학년도 수험생들은 의대 모집정원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인원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 2026학년도 입시 상황은 전체 수험생도 늘어나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현재 의대 모집정원 조정을 통해 최상위권 수능 N수생들이 대거 유입될 수 있는 환경으로도 볼 수 없다. 의대 모집정원이 다소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특별하게 불리한 것은 없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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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헌재 어떤 곳일까요

지난해 12월 3일 갑작스러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의 해제 의결과 대통령 탄핵 소추로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큰 불상사는 없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거대 야당 주도로 탄핵 소추되면서 정부가 온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렀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새 행정부가 이른바 ‘관세전쟁’을 시작하고, 일본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국익 외교를 전개하는 사이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에만 목을 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인권도 중요한 만큼 충분한 변론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때엔 헌법재판소가 소추안 접수부터 선고 때까지 91일이 걸렸는데, 그에 비해 재판 진행이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이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 장면이 TV로 전해지면서 헌법재판소의 역할, 헌법재판의 의미와 절차 등에 관심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학생들로선 대법원이라는 최고재판소가 있는데 왜 헌법재판소라는 기관이 생겨났는지 궁금할 수 있죠. 물론 대법원에서 헌법 관련 재판을 하는 나라도 많습니다. 한 번쯤 공부하며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죠? 이어지는 4면과 5면에서 헌법재판소의 유래와 제도별 유형, 우리나라의 도입 과정, 헌재의 기능과 일반 법원과의 차이점 등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헌법과 국민 기본권 지키기 위한 헌법재판 대법원 아닌 독립기관이 맡는 나라 많아요일반적으로 사람들 간의 생활 관계나 경제적 거래로 인해 법적 다툼이 생기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해 누구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판정받을 수 있습니다. 또 법률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법원 재판에서 유·무죄가 가려집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재판을 할 때 적용하는 법률이 최상위 법인 헌법에 잘 들어맞는지, 그렇지 않고 문제가 있는지 모호할 때가 있습니다. 혹은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국민에게 의무를 지우는 국가 공권력의 작용이 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지 따져봐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헌법재판입니다. 헌법재판은 이 과정을 통해 헌법을 지키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주는 것을 사명으로 합니다. 2차대전 후 본격화한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의 개념은 미국에서 처음 확립됐습니다. 미 연방대법원은 1803년 한 판결을 통해 사법부가 위헌법률심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밝힙니다.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헌법에 위배될 경우, 법원이 그 법률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 공표한 것이죠. 이후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법학자 한스 켈젠의 논문 <재판에 의한 헌법의 보장>이 크게 주목받았고, 그의 제안에 따라 1920년 오스트리아에서 기존 법원과 독립된 최초의 헌법재판소가 창설됩니다. 2차대전 뒤엔 나치 등의 인권 탄압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며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같은 형태의 헌법재판소가 설립됩니다. 시간이 한참 지나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된 20세기 말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도 잇따라 헌법재판소를 설치합니다. 영미법계 국가는 대법원이 담당 헌법재판소나 헌법위원회 같은 독립기관을 별도로 세워 헌법재판을 담당하게 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기존 법원이 이 기능을 맡게 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각 나라의 역사적·법적 전통에 따라 다르게 발전해온 겁니다. 독립기관형은 위의 설명처럼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주요 나라에서 먼저 도입했습니다. 법전을 바탕으로 하는 성문법 체계를 지닌 나라, 일명 대륙법계 국가들이 주로 헌법재판소를 설치했죠. 이런 법 전통을 따른 한국이나 중남미 신생 독립국가들도 독립기관으로 헌법재판소를 설치했습니다. 기존 법원이 헌법재판을 하는 경우는 유형의 법률 없이 판례 등에 의존하는 불문법 체계, 즉 영미법계 국가들이 중심입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이 그런 나라입니다. 대륙법계를 따르는 일본이 헌법재판을 대법원인 최고재판소에 맡긴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는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결과로 보입니다. 독립기관형은 어떤 국가기관으로부터도 독립적이며, 전문성을 갖고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습니다. 프랑스의 헌법위원회는 법관 출신이 아닌 정치인도 위원으로 선임하는 전통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따로 헌법재판소를 두지 않는 나라는 일반 법원이 특정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헌법재판을 합니다. 대법원과 같은 최고법원이 최종적인 헌법 해석 권한을 갖습니다. 하나의 사법부 체계 내에서 헌법재판도 다루기 때문에 법적 판단에서 좀 더 통일성을 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재, 1988년 설립 우리나라의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하기 때문에 법원은 원칙적으로 모든 법적 분쟁을 심판합니다. 단 예외 조항이 두 가지 있죠. 헌법과 관련된 분쟁 중 일부를 헌법재판소가 담당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자격 심사와 징계처분은 국회가 맡습니다. 우리나라의 헌법재판 제도는 헌법 제정 이후 헌법위원회형, 헌법재판소형, 대법원형 등으로 바뀌어갔습니다. 1960년 제2공화국 때 헌법재판소를 도입한 적이 있지만, 5·16 군사쿠데타 등으로 헌재가 제 기능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의 헌법재판소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87년 헌법 개정 이후입니다. 당시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직선제, 대통령 5년 단임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 폐지, 대통령의 비상조치권 폐지 및 긴급명령권 신설 등 중요한 변화가 생겼죠. 헌재가 창설된 것도 이런 ‘87체제’의 역사적 산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NIE포인트1. 헌법재판소와 관련한 헌법 규정을 찾아보자. 2. 대륙법계와 영미법계는 어떤 특징을 갖고 어떻게 구분하는지 공부해보자. 3. 세계 각국의 헌법재판소 제도를 비교해보자. 모든 국가기관이 따라야 하는 헌재 결정 호주제 위헌, 통진당 해산…파급효과 컸죠헌법재판소에 대해 대략적으로 이해했다면 이제 그 구체적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헌재는 헌법을 해석·적용해 헌법적 분쟁을 해결하고 헌법의 가치가 침해되는 것을 막습니다. 헌재는 또 국가권력의 작용을 통제합니다. 즉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해 법률을 만드는 국회를 견제하고, 직무 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고위 공직자를 탄핵해 행정부나 사법부의 권력을 통제합니다. 헌재는 이런 기능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민 기본권을 지켜줍니다. 헌법 제111조에는 헌재가 하는 일이 명시돼 있습니다. 위의 예는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헌법소원 심판입니다. 헌법소원이란 공권력에 의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이 침해될 경우 이를 헌재에 제소해 구제를 청구하는 제도죠. 헌재는 이 밖에도 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하는 정당의 해산,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이 자신에게 일정한 권한이 있다고 다투는 사건 등도 심판합니다. 헌재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에 효력 헌법재판소는 사법부와는 독립된 기관인데요, 몇 가지 점에서 일반 법원과 차이를 보입니다. 헌재는 헌법에 대한 분쟁이 생길 경우, 이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심판하는 곳입니다. 세 번까지 법적 판단을 받아볼 수 있는 3심제로 운영하는 법원과 다르죠. 다음으로 관할 범위입니다. 법원은 민·형사, 행정 등 일반적 법률 다툼을 다루는 데 반해, 헌재는 헌법에 관련된 분쟁을 다룹니다. 그러다 보니 판단 기준도 달라집니다. 법원은 일반 법률을 근거로 판단합니다.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관련 법규를 적용해 분쟁을 해결하죠. 헌재는 헌법이 기준입니다. 법률이나 국가기관의 행위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살핍니다. 마지막으로 판결의 효력입니다. 법원의 판결은 원칙적으로 해당 소송의 당사자에게만 효력을 미칩니다. 반면 헌재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의 행위를 구속합니다. 정치적 요소는 항상 논란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그 기능을 본격화한 것은 1988년 이후입니다. 중요한 결정을 많이 내려 국민 생활이 엄청나게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예를 들어, 1997년 동성동본 결혼 금지 위헌 결정으로 동성동본이라도 결혼할 수 있게 됐죠. 2005년엔 호주제가 위헌이라고 결정해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됐습니다. 이로 인해 자녀가 어머니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정치적 사건도 헌재 결정의 파장이 컸어요. 헌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기각, 같은 해 신행정수도 이전 사건도 기각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서는 ‘서울이 관습법상의 수도’라는 유명한 결정이 내려졌어요. 2014년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도 내렸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관의 구성과 여러 결정을 놓고 갈등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헌법재판 자체가 정치적 주장과 대립 문제를 헌법의 규범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 해결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죠. 하나의 정치적 가치 형성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두 가지 문제가 생겨납니다. 하나는 헌재가 그럴 만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느냐입니다. 국회, 대통령, 대법원장이 구성에 관여하는 헌재가 국민이 직접 뽑아 민주적 정당성이 강력한 국회 또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를 통제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죠. 이는 헌재 결정의 구속력 문제로 이어집니다. 모든 국가기관은 헌재의 결정을 따라야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위헌 결정이 난 법률을 국회가 방치하고, 대법원이 헌재의 헌법 불합치 결정과 다른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행정부도 마찬가지죠. 헌재 결정 자체에 정치적 요소가 없지 않기에 국가기관은 헌재 결정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원심력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국회가 추천한 헌재 재판관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은 것을 놓고 헌재가 헌법 위반이라고 결정하면 과연 권한대행이 따를지 지켜볼 일입니다. 결국 헌재가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고 합리적으로 갈등을 해소해나갈 때 자신의 민주적 정당성은 물론, 존립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겁니다. NIE포인트1. 헌법재판이 일반 법원의 재판과 다른 점을 다시 정리해보자. 2. 헌법재판소의 구성에서 권력분립 원칙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3. 합헌·위헌 외에 ‘한정 합헌’ ‘일부 위헌’ ‘헌법 불합치’ 등의 용어가 무슨 뜻인지 공부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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