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국민적 관심을 모은 ‘설탕부담금’ 입법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설탕부담금을 둘러싼 진전된 연구 결과가 공유됐기 때문입니다.설탕부담금이란 설탕이 첨가된 가당음료에 부담금을 매기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통해 가당음료 소비를 줄이고 국민 건강 개선, 특히 어린이·청소년의 비만을 막자는 취지입니다.부담금은 일반적인 세금과 달리, 특정 공익사업에 쓸 자금을 그 사업과 관련된 사람이나 기업 등에 부담시키는 제도입니다. 설탕부담금의 경우 설탕 소비 감축과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사업을 필요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 즉 가당음료 제조 기업으로부터 부담금을 거둡니다.설탕부담금 도입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발의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토론회의 국회 측 주최자는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었습니다. 서울대 교수 출신의 복지정책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여당 인사는 아니란 점을 염두에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타당성 적다는 연구 결과서울대 경제학부 홍석철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한마디로 설탕부담금 도입의 실익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은 새로운 제도나 정책, 사업을 추진할 때 먼저 그 타당성을 검증합니다. 이를 사업타당성 분석이라고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비용편익분석(Benefit-cost analysis)을 활용합니다. 이는 어떤 사업의 사회적 총비용과 총편익을 계산해 비교하는 겁니다. 여기엔 유형은 물론, 무형의 비용과 편익도 수치로 계산해 포함시킵니다.그런데 설탕부담금의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은 0.04~0.09에 불과합니다. 이 비율이 1.0은 넘어야 사업을 추진할 명분이 서는데, 위의 수치는 너무 미미한 수준입니다. 100원의 비용을 들여 사업을 하면 사회적 후생이 4~9원밖에 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이번 BC분석에선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측의 명분과 반대하는 측의 우려 사항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당음료 소비 감소로 비만·당뇨·고혈압 등이 줄어들어 발생하는 건강 편익(의료비 및 생산성 손실 절감)은 연간 44억~104억원에 이릅니다.그런데 제도 도입 시 걷힐 연간 세수는 613억~2324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제조 기업이 내는 돈인데요, 이 비용의 82% 가량(502억~1905억원)이 가격에 전가될 것으로 연구팀은 봤습니다. 제품값을 올려 부담금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만큼 물가가 상승하고 가계 부담은 커집니다. 가격 전가분은 사회적 비용인데, 건강 편익은 그 크기의 10%도 안 됩니다. 또한 제조·유통 산업의 부가가치가 604억~1261억원 증발하고, 일자리도 889~1854개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도입 반대 측은 가격이 오르는 음료 대신 설탕 대체재인 제로슈거 제품들로 소비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우려합니다. 실제로 연구에선 풍선효과로 인해 당초 기대편익의 최대 56%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가당음료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이나 청소년 등이 많이 소비하는데요, 가격 상승 부담이 이들 계층에 집중되는 부담금의 역진성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소득 하위 25% 가구의 소득 대비 부담금 비중이 상위 25%보다 약 20배 높은 상황이어서 소득 역진성은 불가피해 보입니다.소비의 탄력성 정도가 중요여기에서 두 가지 포인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부담금이란 제도가 경제이론에 근거해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설탕부담금의 경우, 비만 등으로 사회 전체의 의료 비용이 커지는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를 개선하기 위한 경제정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부담금을 매기면 가당음료 소비가 줄어 공급량(생산량)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적정 수준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이를 ‘외부불경제의 내부화’라 부릅니다. 외부불경제가 발생할 때 이를 시정하고자 매기는 세금을 영국 경제학자 아서 피구의 이름을 따 ‘피구세(pigouvian tax)’라 부르는데요, 이게 부담금의 이론적 배경입니다.이렇게 경제이론에 기초했다면 괜찮은 정책적 시도가 아닐까요? 그런데 하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즉, 경제이론에서 볼 때 설탕부담금이 성공하려면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높아야 합니다. 만약 가당음료의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잘 줄어들지 않는 수요의 비탄력성이 보인다면, 소비 감소와 이에 따른 건강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 주머니만 터는 나쁜 준조세가 될 수 있죠. 과연 어떨까요? 여러분은 설탕부담금으로 가당음료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를 얼마나 줄일까요? 이런 분석이나 전망 없이 피구세만으로 정책을 포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서울대 연구에서 건강 편익이 연간 예상 세수의 4~7%에 불과하다는 전망이 바로 가격 상승에 소비가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풍선효과도 실은 비탄력적인 수요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부담금도 결국 가격 규제다음으로 해외 주요국에서 이런 부담금이 어떤 성과와 한계를 낳았는지 잘 살펴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많이 다뤄졌겠지만,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세계 최초로 일명 ‘비만세(포화지방세)’와 ‘설탕세’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나라로 덴마크가 있습니다. 덴마크는 2011년 포화지방세와 설탕세를 잇따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세금이 없는 독일이나 스웨덴으로 원정 쇼핑을 떠나는 사람이 급증하고, 국내 물가는 물가대로 크게 올랐습니다. 식품산업은 고용이 줄고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등 부작용이 극심해졌습니다. 결국 세제 도입 1년 여만인 2012년 말 제도를 전면 폐지했습니다. 예상을 넘어서는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는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영국이나 멕시코는 가격 전가의 문제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즉, 세금 부과의 부담이 고스란히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제품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은 기업은 제품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배(건강 편익 등)보다 배꼽(가격 전가에 따른 세금의 역진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결론적으로 어떤 정책의 실효성을 평가할 때는 ‘건강 증진’과 같은 명분상의 선의(Good intention)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전체를 꼼꼼하게 비교하고 따져보는 게 먼저입니다. 지난 국회 토론회는 이런 연구 결과를 공유해본 자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연구팀을 이끈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인과관계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도입하는 가격 규제는 물가만 자극하기 때문에 기업의 저당 연구개발 지원, 영양표시 강화 등 비가격 정책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전국 수험생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입시 결과는 대입정포포털 ‘어디가’를 통해 발표되는 합격 점수이다. 그동안 전국 대학의 정시 입시 결과를 국어, 수학, 탐구 백분위 평균 70%컷 등 동일 기준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수험생 입장에선 각 대학별 지원 가능성을 판단하기에 효과적인 지표로 활용됐다. 그러다 갑자기 2025학년도 입시 결과만 국수탐 평균 백분위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수험생 사이 혼란이 컸다.올해는 2026학년도 입시 결과를 다시 국수탐 백분위 평균 70%컷으로 발표했다. 올해 정시 지원전략에서 가장 먼저 참고해야 할 지표이다. 특히, 의약학 계열처럼 1점 단위로 지원 가능 대학의 수준이 달라지는 최상위권 입시에선 70%컷 등 동일 기준 비교가 매우 중요하다. 2026학년도 의약학계열 어디가 발표 정시 합격 점수를 분석해본다. 전국선발 정시 의대 97.9점, 치대 97.3점 등2026 의약학계열 정시 합격점수 구분 전국선발 지역선발 평균 최고 최저 평균 최고 최저 의대 97.9 100.0 94.0 96.9 99.0 94.0 치대 97.3 98.0 95.0 94.8 98.0 92.0 한의대 96.2 98.0 93.0 94.0 94.0 94.0 약대 95.4 98.0 90.0 94.4 96.0 92.0 수의대 95.4 97.0 94.0 95.0 96.0 94.0 ※ 어디가 발표 국어, 수학, 탐구 백분위 평균 70%컷 기준2026학년도 ‘어디가’ 발표 전국 의대의 정시 전국선발 합격선(국수탐 백분위 평균 70%컷 기준) 평균은 97.9점으로 분석됐다. 최고 100점.0점에서 최저 94.0점 사이로 집계됐다. 전국선발 치대는 평균 97.3점(98.0~95.0), 한의대는 96.2점(98.0~93.0), 약대는 95.4점(98.0~90.0), 수의대는 95.4점(97.0~94.0)으로 나타났다.지역인재 등 지역선발은 전반적으로 전국선발보다 다소 낮은 분포를 보였다. 지역선발은 해당 권역 학생으로 지원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에 전국선발 대비 경쟁률 및 합격선이 다소 낮게 형성되는 특징이 있다. 실제 지역선발 의대 전국 평균은 96.9점(99.0~94.0)으로, 전국선발 평균 97.9점 대비 1.0점이 낮게 나타났다. 의대 입시에서 국수탐 평균 1점 차이는 대학의 수준이 달라지는 상당한 격차다.지역선발 치대 평균은 94.8점(98.0~92.0), 한의대는 94.0점, 약대는 94.4점(96.0~92.0), 수의대는 95.0점(96.0~94.0) 수준에서 합격선이 형성됐다. 모두 전국선발 대비 지역선발의 합격선 평균이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방권 학생이라면 전략적으로 지역선발을 먼저 고려해봐야 하는 이유다. 전국선발 의대 서울권 98.9점, 경인권 99.0점의대 전국선발을 권역별로 살펴보면, 서울권 8개 대학은 평균 98.9점, 경인권 3개 대학은 99.0점으로 분석된다. 강원 97.9점, 대구경북 97.0점, 부울경 98.0점, 제주 97.0점, 충청 96.8점, 호남 97.3점으로 나타났다. 의대 지역선발은 강원 평균 97.4점, 대구경북 98.0점, 부울경 97.3점, 제주 96.0점, 충청 96.2점, 호남 96.5점으로 조사됐다.의대 대학별 합격선을 살펴보면, 서울대 의대의 합격선이 100.0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다음으로 가톨릭대(서울)·고려대·연세대·중앙대·성균관대·아주대·인하대·경북대·울산대 등 9개 대학이 99.0점 순으로 높았다. 다음 98.0점으로는 경희대·이화여대·한양대·한림대·연세대(미래)·영남대·동아대·부산대·고신대·건국대(글로컬)·을지대·건양대(대전)·원광대 등 13개 대학이 해당한다.이처럼 의대 합격 점수는 1점 단위로 촘촘하게 대학이 나열된다. 하지만 국수탐 백분위 평균값이 합격을 보장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같은 백분위라 해도 표준점수로는 격차가 벌어질 수 있고, 각 대학별 국어, 수학, 영어, 탐구의 반영 비중이 달라 단순 평균값으로는 합격, 불합격을 정확하게 따지기는 어렵다. 국수탐 백분위 평균과 같은 기준은 해당 대학에 지원이 가능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1차 기준 정도로 참고하는 것이 좋다. 전국선발 약대 서울권 96.3점, 경인권 95.1점약대 전국선발 권역별 평균은 서울권 96.3점, 경인 95.1점, 강원 96.5점, 대구경북 95.0점, 부울경 94.7점, 제주 95.0점, 충청 95.7점, 호남 94.3점 수준에서 합격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역선발 평균은 대구경북 95.0점, 부울경 95.0점, 충청권 94.3점, 호남권 93.7점 분포를 보였다.약대 전국선발 대학별 합격선을 살펴보면, 연세대 약대가 98.0점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경희대·동국대·숙명여대·중앙대·성균관대·한양대(에리카)·영남대·강원대 등 8개 대학이 97.0점으로 뒤를 이었다.전국선발 기준 치대는 서울대·연세대·경희대·경북대·전남대 등 5개 대학이 98.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형성했고, 한의대는 경희대 98.0점, 수의대는 서울대·경북대 97.0점으로 가장 높은 합격선을 보였다.올해는 현행 대입 마지막 해로 눈치작전 등 수험생 간 경쟁이 어느 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어디가 공개 입시 결과가 70%컷 등 동일 기준 비교 가능한 수치로 발표된 것은 수험생 간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다행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수험생들은 2026학년도 입시 결과뿐 아니라 70%컷으로 발표했던 2024학년도, 2023학년도 정시 입시 결과도 참고하면서 더 정밀하게 지원전략을 세워가기를 권한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금메달을 획득한 일부 선수가 보여준 병역과 관련한 부적절한 언행과 소셜미디어 게시물 등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프로선수로 구성된 야구 대표팀은 사회인 선수로 꾸려진 일본에 완패한 뒤 가까스로 우승해 ‘국위 선양’이라는 특례의 취지를 되묻게 했다.정치권에서는 복무 형평성과 병역자원 감소 등을 이유로 제도 개편·폐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보충역 감축·폐지 추진 방침을 밝혔다. 반면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이 사라질 경우 선수 생명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병역특례 제도 폐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본다. [찬성] 특정 분야 과도한 혜택은 공정성 훼손 … 시대에 맞게 손질해야대한민국 남성은 누구나 동등하게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저출생으로 현역 입대 자원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특정 분야 입상자에게만 병역 면제에 가까운 혜택을 주는 것은 사회적 불공정을 초래한다. 병역 특례가 특정 직업군의 경제적·개인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현행 기준은 국제적 위상과 경쟁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아시안게임은 출전국이 제한적이고 아마추어 선수가 대다수인 종목이 많다. 금메달 획득이 반드시 세계 최고 수준을 의미하지 않는다. 프로 선수로 구성된 야구 대표팀이 일본 사회인야구 선수들에게 패배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위선양이라는 제도 취지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현재 한국은 스포츠 메달 없이도 문화와 산업 전반에서 세계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하나로 복무 면제나 다름없는 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비인기 종목 보호 주장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병역 특례가 선수 생명 연장의 유일한 수단이라면 스포츠 생태계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체육계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소홀히 한 채 병역 특례로 문제를 풀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병역 특례는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종목의 자생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국위선양을 병역으로 보상하는 방식은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국방부도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보충역 감축·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형평성과 공정성,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할 때 병역특례 제도는 개편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반대] 국위선양에 대한 인센티브 … 비인기 종목 육성도 효과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는 국가대표 선수와 예술가가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제도다. 이들이 국가 위상을 높이고, 국민에게 자긍심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손흥민, 이강인 등 세계적 축구 선수들도 병역 특례 덕분에 해외 리그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특히 비인기 종목에서 병역특례는 선수 생명을 유지하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 운동선수의 전성기는 짧다. 20대 초중반 입대로 인한 공백은 선수들의 커리어에 치명적이다. 병역 혜택은 몇 안 되는 동기부여 수단이다. 특례가 없어질 경우 비인기 종목 선수층이 얇아지고, 결과적으로 한국이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토대가 약화될 것이다.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병역 특례는 문화 강국 위상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병역특례가 없어지면 기초예술 생태계가 마비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병역 특례는 완전한 면제가 아니다. 대상자들은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544시간의 특기 활용 봉사활동을 수행한다. 이는 일반 현역 복무와 다른 형태의 국가 기여로 사회 공헌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예술·체육 분야 특례 대상자는 연간 수십 명 안팎이다. 이 수치로 국방력 저하를 논하는 것은 과도하다. 일부 선수의 부적절한 언행과 퍼포먼스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부의 일탈 때문에 묵묵히 최선을 다한 다른 선수들까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 제도 폐지보다는 내실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해보기] 누적 포인트제 등 재설계로 공정성 확보해야병역특례 폐지·축소는 오래된 논쟁이다. ‘국위 선양’이라는 명분만으로 제도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취지를 살리면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다만 선수들의 경력 단절을 막고,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국제대회 도전을 뒷받침해온 측면도 있는 만큼 당장 폐지하기보다 점진적 축소가 타당해 보인다.이를 위해 특례 기준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도 아닌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주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다.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국제대회 성적을 종합 평가하는 누적 포인트제 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종목별 국제적 위상과 경쟁 수준도 반영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진정으로 국위를 선양한 선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합리적이고 공정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비인기 종목 보호를 위한 지원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병역 특례에 의존하지 않고도 선수들이 훈련과 생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연금, 취업 등 지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인 지원을 넘어 종목 자체의 자생력을 키우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양준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요즘 국제뉴스는 국제유가의 강세, 주요국 국채금리의 급등, 그에 따른 각국 증시의 약세로 연일 채워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란 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기름값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향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면서 금리는 사상 최고치로 오르고 있습니다.이런 흐름에 가장 뿔이 난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미국민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고금리 상황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렸습니다. 최고 연 4.00%에 달합니다. 시중금리 동향을 나타내는 미국 국채금리 10년물은 지난달 29일 기준 5.26%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은 미 Fed가 금리를 올리기 전부터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지난달 6일에 이어 13일에도 “미 Fed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 일부 국가와 교역을 중단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이는 “금리가 높으니까 무역적자를 본다”는 평소 그의 생각에 따른 것입니다. 금리가 높으면 달러 수요가 늘고, 강달러가 되면 무역에서 불리하다는 겁니다. 그리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금리와 무역수지의 관계를 아주 단순하게 이해한 결과입니다.트럼프식 경제 관념을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라고 부른다면 이보다 더한 것도 많습니다. 그는 미국 내 고용지표가 최근 호전된 것으로 나오자, “미국 신용도가 훨씬 높아졌다. 강한 나라일수록 금리가 낮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경기변동을 줄이기 위해 조정하는 것인데, 경기가 좋으면(경제가 부강한 나라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금리가 낮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겁니다.트럼프는 무역수지에 관해서도 무역적자는 돈을 뺏기는 것이며 무역흑자는 돈을 버는 것이라는 ‘제로섬(Zero-sum game)’ 사고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상품교역에서 적자를 낸 것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갈취한 결과라는 겁니다.최근 한국경제신문은 이런 트럼프노믹스 세계관을 두고 ‘경제학과 싸우는 트럼프’라는 제목으로 보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통 경제학과 다수가 동의하는 경제이론에 어긋나거나, 전혀 엉뚱한 결론으로 이끄는 문제를 ‘경제학과 싸운다’고 표현했습니다. 트럼프의 생각과 정통 경제학이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왜 트럼프는 경제학에 싸움을 걸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경제(경기)와 금리 수준의 관계먼저, 금리 얘기입니다. 금리를 결정하거나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금의 수요와 공급입니다. 금리(金利)가 화폐의 가격이라고 본다면, 돈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금리가 결정됩니다. 아무래도 경기가 좋을 때 투자가 증가하고 자금 수요는 늘어납니다. 이는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입니다.다음으로 금리는 통화량에 영향을 받습니다. 시중 통화량은 자금 공급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금리는 낮아집니다. 금융정책 당국은 경기가 나쁠 때 시중 통화량을 늘려 금리를 낮춥니다. 기업과 가계가 더 많은 돈을 빌려 투자와 소비에 나서도록 권장하는 것이죠. 거꾸로 경기가 좋으면 중앙은행은 물가를 걱정하게 되고, 통화량을 줄여 경기과열을 막으려 합니다. 결국, 경제 상황이 좋을 때 금리가 올라가는 게 정상입니다.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예상하는 물가상승률, 즉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금리 수준에 영향을 미칩니다. 향후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많은 사람이 예상한다면 실질금리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더한 명목금리는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을 예상한다면 명목금리는 내려갈 겁니다. 경기가 좋으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고, 결국 금리가 올라가는 방향에 더 힘이 실립니다.경제가 강한 나라일수록 금리가 낮아야 한다는 말은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도가 높으면 대출금리가 낮아진다는 민간 신용시장의 논리를 거시경제에 그대로 대입한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무역이 제로섬 게임일까?더 중요한 부분은 국가 간 교역에 대한 생각입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인식이 ‘중상주의(mercantilism)의 현대판’이라고 봅니다. 중상주의는 국부(國富)를 금·은 등 귀금속의 축적량으로 보는 16~18세기의 경제관입니다. 금·은의 부존량(총량)이 세계적으로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면, 한 나라가 무역으로 금과 은을 더 벌어들이면 그만큼 다른 나라의 금과 은은 줄어들게 됩니다. 무역흑자는 금·은이 자기 나라로 들어오는 ‘승리’이고, 적자는 금·은이 빠져나가는 ‘패배’라고 인식하는 겁니다. 제로섬 게임의 세계관이 여기에서 나옵니다.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국부란 금·은의 재고량이 아니라, 그 나라가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이라고 정의합니다. 또한 무역은 제로섬이 아니라, 분업과 비교우위를 통해 양자 모두 이득이 되는 ‘플러스섬(Plus-sum game)’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미 1776년에 스미스가 논파한 중상주의 이론과 세계관을 250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 경제학자 채드 바운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은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 관계이며, 트럼프가 익숙한 부동산 거래의 논리와는 다른 틀이라고 지적했습니다.중상주의는 정부가 개입해 국가 간 교역을 관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트럼프도 관세 인상을 협상 카드로 쓰며 무역수지를 강제로 조정하려고 합니다. 시장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직접 개입하려 한다는 점에서 자유무역 시대 이전의 세계관과 통상관인 셈입니다.중상주의는 금과 은의 확보가 곧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18세기 당대엔 나름 국가전략의 논리로 기능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엔 금본위제가 사라지고 국제 자본시장이 통합되면서 무역수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전략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중상주의의 유령’이 백악관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겁니다.혼란의 시기...올바른 경제학의 이해 중요지금의 국제정세는 자유무역이 최고의 가치로 숭앙받고 세계가 함께 성장하던 시대와는 판이합니다. 미국과 중국, 양대 슈퍼파워의 패권 갈등이 거세지다 보니 정치군사력의 우위가 국부의 향방을 결정짓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18세기 중상주의 국부 경쟁이나 19~20세기 식민지 쟁탈전을 방불케 하는 국제사회의 불안정성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에 자유주의 경제학의 원론만 강조해선 안 되겠죠. 하지만 수백 년간 검증되고 합의 위에 선 경제학의 기초를 아전인수식으로 허물어버리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를 분별해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어요. 요즘 같은 시기에 청소년의 경제 이해력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