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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문 닫는 선진국, 문 여는
개도국 … 뒤집힌 세계화

관세·보조금 장벽 높이는 서방과 자유화에 나선 신흥국, 탈세계화 아닌 공급망 재편 … ‘세계화 2.0’ 시대 진입‘세계화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지 꽤 됐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중국에 대한 미국의 첨단기술 통제가 본격화한 게 계기였죠. 작년 세계 경제에 충격을 던진 미국의 관세 인상 시도는 보호무역주의의 재등장을 알리며 이런 인식을 더욱 공고하게 했습니다. 자유무역은 1990년대 이후 많은 나라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긴 가치였습니다. 자유무역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나라 경제의 발전이나 국부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범위도 비단 상품과 금융에 한정되지 않고 기술과 저작권, 노동력에 이르기까지 급속히 넓어졌습니다. 무역자유화는 세계화와 동의어입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세계화의 물결에 어느 순간 의문부호가 달리기 시작한 겁니다. 막 내린 세계화…이후엔? 출처 게티이미지한국경제신문은 최근 ‘뒤집힌 세계화…닫는 선진국, 여는 개도국’이란 기획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세계화가 종언을 고하는 듯하면서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역할이 뒤바뀌는 새로운 양상(role change)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일단 선진국은 관세를 올리고 자국 산업에 보조금을 쏟아붓고 외국인 투자를 막으려고 심사를 강화합니다. 중국 등의 산업 보조금이 문제 있다며 제동을 걸던 선진국이 이제는 자기 나라 기업에 보란 듯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진 보호무역주의의 회귀가 맞습니다. 그런데 개발도상국(이하 신흥국)들은 정반대 모습입니다. 자유무역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선진국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세계화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 개도국의 공장과 노동력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이 세계에서 3번째로 해외직접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가 됐고, 한국과 대만 기업은 미국에다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2020~2025년 세계 반도체 그린필드(현지 설립 투자) 투자액 중 대만 기업의 비중은 45%, 한국은 10%에 달했습니다. 이런 투자가 향한 대표적인 곳은 미국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습니다. 국제 투자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거꾸로 흐르고 있는 겁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최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경제에서 놀라운 역할 역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향한 서방 강대국의 추파가 노골화하는 사이 많은 신흥국은 성장에 불을 붙이기 위해 오랫동안 검증된 자유화와 민영화 정석을 따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뒤집힌 세계화’의 원인을 한마디로 짚은 건데요, 어떤 속사정(배경)이 있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경제 통합되면 내부는 분열” 출처 게티이미지먼저 선진국의 경우, 세계화 가속으로 국내 정치의 어려움이 가중됐습니다. 상품 교역과 자본 이동이 자유화하면 세계 각국은 저임금 국가의 노동력, 24시간 이동하는 국제 금융자본과 경쟁하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합니다. 선진국은 이런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자국 내 노동자와 소득계층, 지역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심각한 사회 양극화와 갈등 문제를 부릅니다. 다시 문을 걸어 잠그는 선택 외에 달리 대안이 없었던 겁니다. 세계화의 명과 암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한 다니 로드릭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는 이에 대해 “경제가 서로 더 통합될수록 내부적으론 더 분열됐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1990년대 세계무역기구(WTO)가 중심이 된 세계화는 애초에 지속가능한 체제가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를 ‘하이퍼 글로벌라이제이션(Hyper-Globalization, 초세계화)’이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지금은 이를 되돌리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음으론 세계 패권 경쟁이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를 가져왔고, 이게 세계화 진전에 급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입니다. 조금 어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지경학적 분절화는 ‘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같은 뜻입니다. 즉,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반도체,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다시 짜려는 미국의 전략이 본격화했고,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던 세계화는 역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흥미로운 분석을 담았습니다. 세계화 속도가 늦춰지면서 다극화하고 있는 세계가 반드시 더 분리·고립되는 세계는 아니며, 각국이 지정학적 진영을 넘어 새로운 무역 파트너를 찾고 협정을 맺는 양상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탈세계화’ 보다는 ‘재배치(rewiring)’라고 봅니다. 성장 절박한 신흥국의 선택 ‘개방과 자유화’ 그렇다면 신흥국들은 왜 개방과 세계화 쪽으로 기울고 있을까요? 먼저, 신흥국은 자신의 국내 수요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선진국이 관세 장벽을 세우고 투자 심사를 강화한다면 신흥국은 다른 성장엔진을 어떻게든 찾아야 합니다. 신흥국 간 교역이라도 늘려야 합니다. 실제로 신흥국 간의 교역은 1995년 500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작년 6조8000억달러로 급증하며 세계 교역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또 국제 투자자금을 유치하려면 자국이 예전보다 안전하고 개방적이며 규제가 예측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야 합니다. 국영기업의 비효율성, 불투명한 기업 규제, 외환 통제 등의 이미지를 벗고 민영화와 개방, 자유화의 모습을 보여야 글로벌 자본을 유치할 수 있죠. 선진국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있지만, 우리(신흥국)라도 문을 열어야 투자와 성장을 붙잡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뒤집힌 세계화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탈세계화든 재배치든, 혹은 지속가능한 세계화로의 복귀든 분열되는 세계에선 경제의 파이가 줄어들게 됩니다. 지난 4월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낮추며 더 길거나 광범위한 분쟁, 심화하는 지정학적 분절화, 무역긴장 재점화 등이 성장을 크게 훼손하고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순수 경제학 관점에서 세계화의 퇴조는 글로벌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높입니다. 비교 우위가 아니라 안보 논리로 투자를 하게 되면 진영별로 반도체, 배터리 등 같은 산업 분야에 중복해 투자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당장의 고용과 국내총생산(GDP)에 도움이 되겠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자원이 낭비되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위험이 다분합니다. 마지막으로 WTO의 권위와 역할이 땅에 떨어지면서 무역분쟁이 생겨도 각국의 개별 협상력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신흥국과 약소국엔 절대적으로 불리한 형국인 거죠. 세계화 ‘무게중심 이동’ 아닐까?이런 우울한 얘기 속에서도 희망 섞인 전망을 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1차 세계대전 이전인 1870~1914년 세계화의 흐름이 있었습니다. 금본위제를 바탕으로 자본·노동 이동의 활성화, 낮은 관세 등으로 이른바 ‘1차 세계화’가 이뤄졌습니다. 이 질서는 이후 1차 대전과 대공황, 미국 보호무역 입법(스무트-홀리법) 속에서 급속히 붕괴했고, 세계 무역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약 반세기가 걸렸습니다. 지금은 미·중의 경제 상호의존, 패권국 간 협력이 20세기 초 세계열강들보다는 긴밀한 상황입니다. 또한 선진국이 문을 닫는 대신 신흥국이 문을 더 열고 있어 세계화 체제가 붕괴할 위험은 줄고 있습니다. 그래서 탈세계화라기보다는 위에서 말한 재배치, 또는 재편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세계화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대입 전략

2027학년도 수능
D-100일, 전략은?

수시 수능최저 충족이 절대적 목표라면 전략과목에 집중, 정시 공략 땐 국수영탐 고른 학습, 탐구 2과목도 끝까지 최선... 6월 모평 기준, 수포자가 국어과목보다 2배 이상 많아“올해 출제, 변별력 유지될 것”...변별력 있는 문항 대비해야2022학년도에 통합수능이 첫 도입되었고, 2027학년도 수능은 현 수능체제의 마지막이다. 따라서 2027학년도는 현행 수능체제에서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는 N수생들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단순 N수생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고3 학생들에게 유불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금년도는 또한 지방권 27개 대학 및 경인권 4개 의대가 지역의사제까지 첫 도입해 선발하기 때문에 N수생중 상위권 N수생들이 증가할 수 있다. 고3, N수생 모두 지금부터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따라 수능결과가 지금까지 봐왔던 모의고사 때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내일이면 수능 D-100일이다. 어떤 수험 전략을 고민해야 할까? 점수 뒤바뀜 심한 국어, 수능 당일까지 최선 다해야6월 모평 기준으로 볼 때 원점수 100점 만점 중 30점 이하는 국어과목이 14.2%이고, 수학과목은 35.0%로 수학과목에서 하위권 학생 비중이 상당히 높다. 100점 만점중 50점 이하는 국어과목이 31.4%이고, 수학과목은 47.9%로 원점수 범위를 넓혀보더라도 수학과목이 국어과목보다 점수가 낮은 학생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수학과목이 배점이 큰 4점짜리 문항이 있고, 다른 모든 과목은 5지선다형이지만 수학과목은 주관식 문항이 출제되기 때문에 국어과목보다 점수확보가 대단히 어렵다.남은 기간동안 이러한 점수 구도상으로 볼 때 국어과목은 수능당일까지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경합구간대에 놓여있는 과목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국어과목은 현재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 등급대 상관없이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노력 정도에 따라 결과 값이 상당히 달라질 수도 있다. 수학 중위권은 개념 위주 반복 문제풀이 중요반면 수학과목은 상대적으로 국어과목에 비해 과목 자체를 포기한 학생도 상당히 있을 것이다. 수학과목은 이러한 점수 구도상으로 볼 때 2점, 3점, 4점, 주관식 문항 등에서 한 두 문제만 더 맞추더라도 백분위, 등급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현재 수학과목에서 상위권 점수대를 유지하는 학생들은 2024학년도 이후부터 출제된 준킬러문항 등의 변별력 있는 문제를 끝까지 집중해야 하고, 중위권대 학생들은 준킬러 문항이 아니더라도 한 두 문제라도 더 맞추는 것이 상당히 의미있는 과목이 될 수 있다. 가급적이면 포기하는 단원이 없는 것도 중요하고, 기본적인 개념위주의 문제들은 실수없이 반드시 맞추는 학습전략이 필요하다.국어, 수학은 주요 과목중 상대평가 과목이기 때문에 영어가 절대평가인 상황에서 국어, 수학은 금년도에도 기본적인 출제방침은 변별력있게 출제된다라는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라는 점을 인식하고 변별력있는 문항에 대해 수능당일까지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영어과목은 지난해 보다는 다소 쉽게 출제될 수는 있지만 금년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와 같이 어렵게 출제될 가능성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빈칸추론 등의 기존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인식된 특정된 문항뿐만 아니라 45문항 중 도처에 어려운 문항이 출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출문제에서 각 영역별로 어렵게 출제된 문항들에 대한 대비학습이 필요한 상황이다. 탐구과목, 본수능에서 상당한 점수변화 발생할 듯탐구영역은 우선 수시 수능 최저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수험생들은 2과목 중 1과목 전략적 집중 과목 만큼은 수능 전범위 학습 및 반복 학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 과목 집중 전략과목에 집중 대비하고 나머지 한 과목에 대해서도 수능전범위 무한 반복 학습이 가장 기본 전략이다.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탐구과목에서 2과목에 대한 고른 학습을 끝까지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시에서는 탐구 2과목 반영하는 대학이 거의 대부분이다. 수시와는 탐구 2과목 중 1과목을 못 봤을 경우 대학선택지가 매우 좁혀진다.현재 탐구과목 점수 상황은 6월 모평기준으로 볼 때 사탐 9개 영역에서 50점 만점 중 절반 25점을 못맞춘 수험생이 많은 과목은 경제과목이 72.5%, 윤리와사상 67.9%, 정치와법 63.3%, 세계사 62.7%, 한국지리 62.0%, 동아시아사 56.4%, 세계지리 55.3%, 생활과윤리 50.3%, 사회문화 42.4% 순이다. 현재 하위권 점수대가 많은 과목에서는 그만큼 충분한 학습이 되지 않은 수험생이 많이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학습정도와 강도에 따라 상당한 점수변화가 예상될 수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현재 점수분포상 하위권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과목에서는 끝까지 경쟁구도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20문항중 전문항을 맞춘다는 목표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과탐에서는 현재 6월 모평기준으로 50점 만점 중 절반인 25점 이하 수험생 비율이 많은 과목은 지구과학Ⅱ과목이 76.9%, 생명과학Ⅱ 72.8%, 화학Ⅱ 70.5%, 물리학Ⅱ 66.9%, 화학Ⅰ 66.3%, 지구과학Ⅰ57.1%, 생명과학Ⅰ39.1%, 물리학Ⅰ37.7% 순이다. 이들 과목들의 점수 득점 상황을 현재 인식하고 각 과목에서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수시에서는 수능에서 전략적 선택과목에 따라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이 중요한 상황이고, 정시를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은 국수영탐 전과목 빠짐없이 고른 학습을 수능 당일까지 유지하는 전략이 최선이다. 특히 정시에서는 난이도에 따라 어느 과목이 더 경쟁력이 있는 과목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시사이슈 찬반토론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늘려야 할까?

정부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국민 편의와 의약품 안전성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오는 12월부터 편의점 판매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현행 11개에서 최대 20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약국과 24시간 판매점이 모두 없는 지역에서는 일반 소매점에서도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 시간이나 공휴일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현재 편의점에서는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11개 품목만 판매한다. 법적으로는 최대 20개 품목까지 가능하지만 제도 시행 후 한 차례도 품목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다.소비자단체와 편의점 업계는 심야·휴일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 국민 편익이 확대될 것이라며 제도 개편에 찬성하고 있다. 반면 약사단체는 복약지도가 필요한 의약품의 품목과 판매처를 늘리면 오남용과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찬성]심야·휴일 의약품 구매 수월…국민 건강권 보장 위해 확대 필요안전상비의약품 편의점 판매 제도는 약국이 문을 닫은 심야 시간, 휴일에 국민이 가벼운 증상에 필요한 의약품을 긴급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다. 이는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활 안전과 건강권, 소비자 선택권과 직결된 사안이다. 국민 생활 변화로 의약품 접근이 필요한 소비자층은 다양해졌다.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돌봄 부담 가구, 야간 노동자,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 등은 약국 운영시간 외에도 최소한의 의약품 접근이 절실하다. 가벼운 증상으로 야간에 응급실을 찾는 경우 대기시간이 길고 비용 부담도 상당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은 심야나 휴일에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통증, 감기 증상, 소화 불량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생활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 편의점 주요 3사의 판매 자료를 살펴보면 상비약 구매는 약국 영업이 끝나는 시간대에 집중됐다. 3사 모두 약국이 문을 닫은 야간과 새벽 시간대 매출 비중이 과반을 넘겼고, 평일에 비해 휴일 매출비중이 높았다. 현재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 안전상비약은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13종이다. 하지만 2종은 생산이 중단돼 실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은 11종뿐이다.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품목 수가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국민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가 최근 실시한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5.8%가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선진국들은 소비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은 약 30만 종, 일본은 약 1000종의 의약품을 소매점에서 판매한다. 지사제, 제산제, 알레르기 증상 완화제 등 소비자 수요가 높고 안전성 검토가 가능한 품목에 대해서는 안전상비약 품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약국 문이 열릴 때까지 국민들이 불편과 불안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약사회는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지만,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은 오랫동안 약국에서 판매되며 대중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일반의약품이다. 가벼운 증상에 대해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고 오남용 위험이 낮으며 포장단위와 표시기준, 판매 수량 제한 등으로 관리 가능한 품목에 한정된다. 안전성은 품목 확대를 막는 이유가 아니라, 제대로 된 기준과 관리체계를 통해 보완해야 할 과제다. 안전상비약 확대는 약국의 휴무 시간대에 발생하는 보건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최소한의 자구책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반대]약물 오남용 등 부작용 커질 것 … 편의성 앞세워 국민 건강 침해해선 안돼의약품은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관리되는 제품이다. 단순 영양 보충용 식품이나 공산품과는 다르다. 아무리 대중적인 일반의약품이라 할지라도 이상 반응, 부작용, 상호작용에 따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을 확대하는 것은 의약품 관리의 안전성과 국민 건강권 보호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전문가 검토와 사회적 합의 없이 품목 확대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 급격한 고령화로 만성질환자와 다제약물 복용자가 증가하면서 일반의약품도 약사의 전문적인 상담과 안전관리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약물 상호작용이나 중복 복용 위험을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일반의약품을 임의로 복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는 과다 복용할 경우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감기약에 포함된 성분은 졸음이나 혈압 상승 등을 일으켜 운전이나 작업 중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품목이 확대될수록 약물 사고의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스웨덴 등 해외에서는 일반의약품 판매를 완화한 뒤 오남용 문제가 나타나 규제를 다시 강화하기도 했다. 편의점에서 비전문가가 약을 판매하는 구조에서는 환자의 지병, 현재 복용 중인 다른 약물과의 충돌 여부, 금기 사항 등을 전혀 확인해 줄 수 없다. 1회 1개 판매 제한 조치 역시 다른 편의점을 돌며 구매하는 것을 막지 못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최근 3년간 전국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 점검 결과 상당수 업소에서 판매기준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정부가 우선 할 일은 품목 확대가 아니라 판매·관리 실태에 대한 체계적 모니터링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다. 약국은 단순히 약을 파는 곳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병원 방문을 권유하는 1차 보건의료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한다. 최근 365일 야간 운영약국이 증가하고 있고 휴일지킴이약국, 공공심야약국 운영을 통해 취약시간 약국 접근성 사각지대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과 지원 부족으로 공공심야약국은 전국 242개에 불과하다. 심야·휴일에도 전문적인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는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늘리고, 야간 병·의원 연계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경제적 효율이나 편의성과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지금 시급한 것은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가 아니라 일반의약품 안전 사용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는 일이다. [생각하기]국민 편익, 안전성 함께 높일 대안 찾아야편의점 상비약 품목 확대를 둘러싼 논쟁은 소비자의 이용 편의성과 의약품 복용의 안전성이 대립하는 문제다. 대다수 국민이 품목 확대에 공감하지만, 안전성을 우려하는 약사단체의 목소리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정부가 10년 넘게 품목을 확대하지 못한 배경에는 약사단체의 반발 외에도 국민 건강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는 품목을 몇 개 늘릴지보다 접근성과 안전성이 조화를 이루는 대안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복약 지도 공백이다. 인공지능(AI)과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보완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와 연동해 부작용을 검증하거나, 공공심야약국 약사와 전화 또는 화상으로 상담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정부가 보건 사각지대를 메우는 책임을 민간 편의점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한다. 공공심야약국 확대 등 공공보건 안전망 구축에 예산과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방안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자율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 스스로 약물의 효능과 부작용, 올바른 복용법을 인지하고 오남용을 방지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부작용 우려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홍보·교육과 함께 의약품 포장 및 설명서를 더욱 직관적이고 알기 쉽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양준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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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번진 '디지털 디톡스' 스마트폰 금지가 답일까

스마트폰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본인 인증, 은행 및 금융투자 업무, 각종 결제와 온라인 구매는 기본이죠. 어른들도 숏폼과 같은 짧은 영상을 스마트폰을 이용해 재미있게 봅니다. 그런데 청소년은 스마트폰에 코 박고 산다고 할 정도로 푹 빠져 있습니다. 등교 뒤에도 스마트폰에 중독된 듯한 청소년의 모습은 걱정을 낳는 게 사실입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학교 안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법률 등으로 금지하는 ‘스마트폰 프리존(Free Zone)’이 확산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2024년 말 유네스코 통계를 보면 세계 40%의 나라에서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대표적입니다. 2018년 유치원 및 초·중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200여 개 중학교에서 등교 때 스마트폰을 수거하는 ‘디지털 브레이크(멈춤)’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교육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가 작년 9월부터는 이마저 금지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작년 말 기준 35개 주(州)가 학교 내 스마트폰 규제 법안 또는 정책을 실행했거나 제안 중입니다. 텍사스주는 지난해 9월부터 학교에서 첫 수업 시작 종이 울린 후 마지막 수업 종료 종이 울릴 때까지 학생들의 개인 통신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벨 투 벨(Bell-to-Bell)’ 정책을 도입했습니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올 3월부터 시행된 개정 초·중등교육법에는 학교장과 교사가 학생의 교내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이 담겼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제한 기준과 방법, 기기 유형 등은 학칙으로 정하도록 했죠.이런 흐름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각종 디지털기기와의 연결을 끊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심신을 회복하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디지털 해독)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초연결 시대에 스마트폰 수거와 같은 일률적 규제가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3면에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인적자본 위기, 디지털 격차 부르는 스마트폰 중독 절제와 규제 사이…청소년의 디지털 자생력 키워야 세계적으로 청소년 대상 ‘디지털 디톡스’ 열풍이 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학교 내 스마트폰 이용은 청소년의 학습 집중도를 심각하게 떨어뜨립니다. 예를 들어, 수업 중간의 쉬는 시간에 청소년이 소셜미디어에 빠져든다고 생각해봅시다. 숏폼 영상 한 편 시청으로 끝나지 않겠죠? 이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뇌 속 쾌락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자극합니다. 흥분된 상태에서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청소년의 뇌는 팝콘 맛처럼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절제하고자 하는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얘기죠.스마트폰 절제력이 계층이동 결정시야를 사회 전체로 넓혀봅시다.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사회 전체의 비용을 증대시킵니다. 첫 번째는 미래 인적자본(Human Capital)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청소년이 스마트폰과 디지털 중독으로 책 읽기를 게을리한다면 문해력 저하는 불가피합니다. 앞서 말한 집중력 부족도 만성화하고 있습니다. 많이 읽고 생각하며 두뇌 활동을 왕성히 해야 할 청소년기를 디지털 자극에 빼앗긴다면 우리 사회의 인적자본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적자본의 질이 떨어지면 생산성도 같이 하락합니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같은 단위를 생산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더 커지게 됩니다.정신건강 악화와 이에 따른 의료비 증가 문제도 있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청소년은 우울·불안·수면 부족 등의 증상을 포함한 정신건강 악화 위험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두 배 높습니다. 거북목·손목터널 증후군 등 근골격계 질환과 시력 저하 등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가뜩이나 재정수지가 악화하는 국민건강보험에도 부담이 됩니다.마지막으로 새로운 의미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를 만들어냅니다. 전통적 의미의 디지털 격차는 잘 사는 집의 아이는 PC, 노트북, 태블릿 PC, 고성능 스마트폰을 모두 갖추고 학습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반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의 아이는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격차를 말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중독이 우려되는 시대엔 의미가 조금 달라집니다. 잘 사는 집 부모는 자녀의 디지털기기 사용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스스로 절제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교육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가정의 아이는 부모의 이런 돌봄과 관리의 기회가 적어 디지털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디지털 격차는 계층 상승 사다리를 없애버리는 결과로 이어집니다.초연결 시대의 교육은 어디로?디지털 중독이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면 학교 내 스마트폰 금지와 같은 직접 규제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유럽의 전문가들은 과거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및 주류 판매 금지와 동일한 관점에서 디지털 중독 문제를 바라봅니다. 청소년은 자기 절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환경 자체를 통제해야 한다는 겁니다.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자기조절이 어려운 저성취 학생일수록 스마트폰 금지 효과가 컸습니다. 민간 기업의 자정 노력과 시장 자율 규제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봅니다.반면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습니다. 단순 금지의 경우 위험을 차단할 뿐, 위험을 다루는 법은 가르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특히 학교는 스스로 절제하는 방법과 기술 사용법을 가르쳐야 할 기관인데, 단순 금지는 이런 학교의 교육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합니다.물론 절충할 여지가 없지 않습니다. 전면 금지가 아니라 ‘수업 중 원칙적 금지’ ‘쉬는 시간, 특정 활동 때 제한적 허용’처럼 상황별로 달리 적용하는 방식이 학생의 수용성과 제도의 실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습니다. 자기 절제력과 비판적 미디어 이해력을 기르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관련 학칙을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듣고 협의하는 절차도 중요합니다.따라서 ‘금지냐, 교육이냐’라는 이분법적 판단에서 벗어나 단기적으로는 ‘주의력·학습권 보호를 위한 제한적 금지’, 장기적으로는 ‘자기 조절력을 기르는 리터러시 교육과 플랫폼 규제’를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3월 시행에 들어간 개정 초·중등교육법이 형사처벌 없이 학칙에 세부 사항을 위임한 것은 이런 절충적 성격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디지털 디톡스의 개념과 문제의식을 살펴보자.2. 디지털 중독과 디지털 격차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자.3.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으로 절제력을 키울 수 있을까?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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