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각 당 후보들이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최우선 경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공히 ‘AI 세계 3대 강국’을 목표로 삼고 있죠. 민간과 공공의 재원을 끌어모아 100조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일으키겠다고 호언합니다. AI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군요. 이대로만 되면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듯합니다. 그런데 그동안은 왜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까요?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은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이 전기가 모자라 AI 연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AI 연구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데, 한전의 설비 부족과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전기 공급이 어렵다는 겁니다. 첨단산업의 심장부에 전기를 공급하는 과제도 송전선로나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지역 주민과의 갈등에 가로막히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울진 등 동해안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 공장에 보내기 위한 초고압 직류송전 사업은 경기 하남시의 반대로 계획보다 6년 7개월째 지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한때 ‘IT(정보기술) 강국’이었는데, ‘AI 강국’ 반열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위의 얘기 속에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I 강국’으로 우뚝 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러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AI 기술리더십이 지속가능 발전 보장해
'AI 인재양성 → 기술진보 → 경제성장' 주목
근본적인 물음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 인공지능(AI)이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란 점에서 ‘AI 강국’ 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국가경쟁력과 국민 삶 향상에 이만큼 중요한 게 없죠. 구체적으로 AI 기술은 어떤 경로를 통해 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칠까요?
한국은행 “AI가 생산성 3% 높여”
먼저,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 됩니다. AI는 반복적이고 표준화한 업무의 자동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물류 최적화, 맞춤형 마케팅 등으로 생산성을 높여주죠. 한국은행에 따르면 AI의 도입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1.1~3.2% 향상시킵니다. 국내총생산(GDP)은 4.2~12.6% 높아질 수 있어요. 고령화 등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와 성장 둔화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해줄 겁니다. 다음으로 AI는 기계·설비·건물·제조공정 등에 내재화돼 스스로 판단하고 작동하는 자율화로 나아갑니다. 이게 공장 자동화(스마트 팩토리)로 나타나고, 경제 인프라도 더욱 스마트하게 만듭니다. 세 번째는 인간과의 협업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노동력 증강’을 가능하게 합니다. 네 번째는 신산업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금융에선 AI 기반 신용평가 및 사기 탐지, 의료에선 AI 영상 분석과 신약 개발, 농업에서는 스마트 팜과 자율주행 트랙터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을 적극 도입한 지역은 외국인투자(FDI) 유치, 첨단산업 클러스터링, 고임금 일자리 창출 등에서 유리합니다.
경제뿐이 아닙니다. AI 기술은 의료·복지·교통·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고, 국민 생활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AI 기반의 정보 분석, 위협 탐지, 자동화된 대응 시스템은 현대 안보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또 AI 기술 패권은 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증대시켜줍니다. AI 기술력과 생태계를 잘 갖추면 AI 기술 표준화와 AI 윤리, 법률적 규제 등 글로벌 의제 설정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지요. 이른바 ‘글로벌 AI 리더십’입니다. AI 강국이 되느냐 여부는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민의 미래 복지에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AI가 싱귤래리티 가져올까
이젠 AI 기술의 영향을 경제 이론 관점에서 보겠습니다. 경제성장의 비밀을 푸는 경제성장 이론에는 전통적으로 신고전학파의 ‘솔로(로버트 솔로 박사) 모형’이 있습니다. 이 모형은 각 나라의 경제성장은 물질적 자본축적에 의해 이뤄지고,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 진보가 중요하다고 짚었습니다. 그리고 기술 진보는 과학적 요인에 따라 외생적으로 주어진다고 봤죠. 하지만 1980년대에 등장한 ‘내생적 성장 이론(Endogenous Growth Theory)’은 기술 진보를 경제모형 내부의 변수인 ‘지식’, 지식 축적의 열쇠인 ‘인적자본’이 결정한다고 봅니다.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이런 요소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교육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AI 기술 개발은 내생적 성장 이론이 지닌 함의를 주목하게 만듭니다.
다음으로 빠른 속도의 기술 변화가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꾸는 시점을 뜻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 특이점)와 AI의 관련성입니다. 2005년에 저서 를 통해 싱귤래리티란 용어를 유행시킨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AI가 초지능으로 진화하며 GDP를 10년 내 100~300% 증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MIT 교수는 이런 주장에 회의적입니다. 그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 ‘AI 거시경제학 개요(The Simple Macroeconomics of AI)’에서 AI 기술의 효과는 점진적이며, 이에 따른 생산성 증가가 연간 0.5% 미만에 그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AI는 허위 정보 확산 등 온라인 알고리즘의 문제를 확대하는 등 사회에 해악을 끼쳐 그 경제적 효과가 반감된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논의들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NIE 포인트1. ‘AI 강국’ 진입이 왜 중요한지 정리한 뒤, 학습 동아리 등에서 발표해보자.
2. 중국의 AI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보자.
3. 싱귤래리티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좀 더 공부해보자."美·中과 겨룰 확실한 AI 3강 올라서야"
혁신전략에 민간의 대규모 투자 유도를
우리나라 AI 기술과 산업은 경쟁국에 비해 어떤 수준일까요? 영국의 토터스 인텔리전스가 발표하는 ‘글로벌 AI 지수(The Global AI Index)’에서 지난해 우리나라는 2년 연속 세계 6위에 올랐습니다. 정부 전략과 인프라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상업화와 인재 부문에선 점수가 낮았어요. 우리보다 높은 순위에는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가 있습니다.
한국 AI 투자, 미국의 60분의 1
세계 6위권이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만족할 수준은 아닙니다. 최상위 국가, 즉 미국·중국과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1위 미국의 총점을 100점 기준 삼았을 때, 2위 중국은 53.9점, 우리나라는 27.3점이었습니다. 3위 싱가포르(32.3점)부터 10위 인도(23.8점)까지는 AI 경쟁력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미국은 AI 연구, 투자, 모델 개발, 상업화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압도적 1위입니다. 2013~2024년 누적 AI 투자 규모의 경우, 미국이 4709억 달러이고 중국(1193억 달러), 영국(282억 달러), 캐나다(153억 달러), 이스라엘(150억 달러) 순입니다. 한국은 73억 달러로 9위권입니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와 정책, 방대한 데이터 활용,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의 활약을 바탕으로 AI 특허, 상업화, 응용 기술 부문에서 강세를 보입니다. 현실이 이런데, ‘AI 세계 3강’이라는 목표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인재·인프라·전략 모두 부족
우리나라는 한때 ‘IT 강국’으로 통하고, 세계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 실험장(테스트베드)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AI 분야에선 선도국과 이렇게 격차가 벌어졌을까요?
AI 산업은 기술력만으로 판가름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 인프라, 반도체 제조, 높은 교육열 등 강점이 많지만, 인재·데이터·투자·정부 정책 등에서 두각을 니타내지 못하며 AI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놓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선 AI 관련 학과의 정원 규제, 산업계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교육 등으로 AI 우수 인재의 절대적 수치가 부족합니다. 해외에 비해 낮은 기업 봉급 수준, 연구에 전념하기 힘든 환경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면 다들 미국 등 해외로 나가려고 합니다. 인재 유출 문제가 심각하지요.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도 활발하지 않아요. 혁신을 표방한 스타트업이 기득권을 가진 전통산업의 반대에 가로막히는 문제는 AI 분야에서도 일어납니다.
경쟁력 높은 AI 분야로 특화를
이런 문제를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까요? 과거 IT 강국을 일군 역사에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추진 체계를 신속히 갖춰야 합니다. 장기적 전략하에서 혁신 기업이 고사되지 않는 생태계를 만들려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출발점이자 필수 요소입니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가 경제 공약 가운데 AI 산업 육성을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다음으로,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실행할 수 있도록 여러 규제를 풀어주고 세제 지원책도 획기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벌 특혜’와 같은 프레임에 갇혀선 세계 AI 대전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AI는 결국 ‘자금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규모 AI 시스템을 뒷받침할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가 부족합니다. 여기에 대대적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또 하나,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지닌 분야로 AI 산업을 특화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제조·의료·국방·온디바이스 분야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온디바이스 AI란 인터넷 연결 없이도 스마트폰,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AI 데이터센터, 송전선로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역민의 반대를 극복해내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AI 산업에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 연결까지 완결돼야 AI 강국의 꿈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NIE 포인트1. ‘글로벌 AI 지수’가 어떻게 산출되는지 알아보자.
2. AI 강국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정리해보자.
3. 대기업 지원을 ‘재벌 특혜’로 바라보는 시각의 문제점을 파악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5월 전국 대학가가 축제 열기로 들썩이는 가운데 ‘연예인 섭외비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학들이 정상급 아이돌 모시기 경쟁을 벌이며 수억 원씩을 쓰고 있어서다. 대학 재정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낙후된 시설과 부족한 실험 환경, 우수 교원 확보의 어려움 등 본질적인 교육 여건 개선보다 연예인 공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비판이 거세다. 반면 학생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지고 축제에 대한 무관심이 커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화려한 연예인 공연이 대학 구성원 결집과 학교 브랜드 제고에 기여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학 축제 문화가 ‘지성’보다 ‘돈’이 우선되는 풍토로 변질하고 있다는 우려와 축제의 본질적 가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찬성] 공동체 의식 함양…돈 이상의 가치, 대학 이미지 높이는 데도 효과적축제는 대학 문화의 꽃이다. 외부적으로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고, 내부적으로는 학생들의 결집을 통해 대학 고유의 문화를 창달하는 중추적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공동체의식 함양’이 대학 축제의 가장 큰 순기능이다. 최근 MZ세대 학생 사이에서는 공동체의식이 점점 약해지는 추세이며, 취업 준비 등으로 인해 축제에 참여하는 학생도 줄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학생들이 축제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공동체에 참가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학 축제의 흥행을 좌우하는 핵심 카드는 ‘유명 연예인 초청’이다. 바쁜 학업과 취업 준비에 지친 학생들에게 인기 가수의 무대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많은 학생이 어떤 가수가 오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라인업 발표만으로도 축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다. 연예인 공연이 있는 날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학생이 캠퍼스를 찾고, 축제장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일상에서 얻기 힘든 연대감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교우 관계나 애교심 역시 축제 참가를 통해 새롭게 형성되고 강화된다. 이처럼 축제는 단결과 화합을 도모하고 대학의 일상을 본연의 모습으로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는 학생 충원율을 높이고 중도 탈락률을 낮추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긍정적 효과다.
유명 연예인 공연은 대학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축제에 참여하는 연예인 라인업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공연 영상에는 대학 로고와 상징물이 반복적으로 노출된다. 이는 잠재적 지원자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준다. 전통적 광고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수단이다. 지역 주민이나 인근 학생 등 외부인도 축제에 참여하면서, 대학과 지역사회 간 유대도 자연스럽게 강화된다. 연예인 섭외에 드는 비용이 표면적으로는 높아 보이지만 그 효율성과 효과 측면에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반대] 과소비·상업화로 축제 본질 흐려…장학금·동아리 등 학생지원 '뒷전'한국의 대학 축제는 갈수록 상업화하고 있다. 대학 본연의 순수성은 퇴색하고,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벤트 업체를 통해 ‘국내 최정상급 가수 3팀 이상 섭외’ 같은 조건이 관행이 됐다. 이런 상업화는 대학 문화의 고유성과 순수성을 위협한다. 아이돌을 보려면 콘서트장에 가면 되지, 굳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비싼 연예인을 학교로 부를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억대 예산의 대부분이 연예인 섭외에 집중되면서, 정작 학생 복지나 장학금, 동아리 활동 등 실질적인 학생 지원은 뒷전으로 밀린다. 일부 대학에서는 1년 치 학생회비의 절반 이상이 축제 하루 이틀에 모두 소진된다. 식비 지원이나 취업 프로그램 등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곳에 예산을 쓰는 것이 낫다.
축제를 흥행 위주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대학이 관객 모집에 실패하지 않으려고 연예인을 부른다면, 상업적 기관과 다를 바 없다. 화려한 아이돌에게 의존한 이벤트화는 대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치 역량의 빈곤을 드러낸다. 심지어 섭외한 연예인의 인지도를 두고 다른 학교와 비교하며 학생회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이처럼 축제가 대중문화 소비의 장으로 전락한다면 대학의 교육적·문화적 역할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의미 역시 퇴색시키고 있다. 대학 축제는 원래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모두가 어울리는 자치 행사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예인 공연이 축제의 중심이 되고, 학생들은 단순한 관객으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대부분 대학이 비슷한 연예인 라인업을 내세우다 보니, 각 학교만의 개성과 전통도 점점 사라진다. 대학 간 차별화 없는 천편일률적 구성과 생산적 콘텐츠의 부재 속에서 축제가 대중문화 중심의 소비문화로 변질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동아리 공연, 이색 체험 프로그램, 학과별 이벤트 등 학생 주도 프로그램은 설 자리를 잃는다.√ 생각하기 - 과도한 예산이 문제…학생이 주인공 되는 축제로대학 축제는 각 대학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고, 구성원의 결속을 다지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공동체적 행사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학 문화 창달과 구성원 결집이라는 본래 기능을 상실한 채 상업화·동질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예인 공연과 기업 스폰서십 등 상업화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학 축제의 본질적 기능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예인 공연이 대학 축제의 흥행을 이끄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도한 예산 집중과 학교만의 개성 약화는 분명한 문제다. 대학 축제는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직접 만들고 즐기는 자리여야 한다. 이제는 학교의 전통과 학생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학 축제의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다.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면서 대학마다 추구하는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는 축제로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유병연 논설의원
고려대가 4월 말 2026학년도 입학설명회를 통해 2025학년도 입시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학입시 최상위 그룹인 연세대와 고려대 두 곳의 올해 신입생 입시 결과(70%컷)가 공개됐다. 연세대는 먼저 3월 중 입시 결과를 발표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최상위 입시 판도를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종로학원이 연세대와 고려대의 2024~2025학년도 입시를 분석한 결과, 수시는 합격선의 전반적 상승이, 정시는 유지 및 하락 추세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례적 양상이다. 당초 의약학 쏠림으로 자연계 일반학과에 대한 합격 기대감이 커지면 틈새를 노린 상향 지원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래서 의약학을 제외한 곳의 합격선은 다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연세대와 고려대 수시에선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의약학뿐 아니라 타 학과도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가 뚜렷했다.
수시를 먼저 살펴보면, 학생부교과 전형에서 연세대 추천형 인문계열은 2024학년도 평균 1.56등급에서 2025학년도 1.47등급으로 0.08등급이 상승했고, 자연계열은 같은 기간 1.46등급에서 1.28등급으로 0.18등급이 올랐다. 학생부종합 활동우수형 전형은 인문은 2.21등급에서 2.16등급으로, 자연은 1.86등급에서 1.76등급으로 합격선이 올랐다.
고려대 수시도 이와 유사한 모습이다. 학생부교과 학교장추천 전형에서 인문은 평균 1.54등급에서 1.49등급으로 0.05등급이 상승했고, 자연은 1.50등급에서 1.38등급으로 0.12등급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부종합 학업우수전형의 상승 폭은 인문, 자연 각각 0.24등급, 0.04등급 수준을 나타냈다.
수시 의약학계열의 상승세는 더 뚜렷하다. 의약학은 연세대와 고려대 내에서도 이미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합격선이 더 올랐다. 고려대 의과대학 학생부종합 계열 적합 전형 합격선은 1.92등급에서 1.66등급으로 0.26등급이 오르며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다음으로 상승 폭이 높은 곳으로는 연세대 치의예과 0.17등급(학생부종합 활동우수형 1.49등급 → 1.32등급), 연세대 약학과 0.14등급(학생부교과 추천형 1.18등급 → 1.04등급), 연세대 의예과 0.09등급(학생부종합 활동우수형 1.18등급 → 1.09등급) 등이 있다.
각 대학, 전형별 2025학년도 수시 합격선 상위 3개 학과를 살펴보면, 학생부교과 인문계열에서 연세대는 언론홍보영상학부 1.16등급, 경영학과 1.27등급, 정치외교학과·행정학과 1.30등급 순으로 높았고, 고려대는 경영대학·정치외교학과·미디어학부가 1.30등급으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자연계열의 경우 연세대는 의예과 1.01등급, 약학과 1.04등급, 치의예과 1.11등급 순이었고, 고려대는 의과대학 1.05등급, 컴퓨터학과 1.21등급, 생명공학부 1.27등급 순으로 나타났다.
학생부종합 인문계열의 경우 연세대는 심리학과(활동우수형) 1.68등급, 문화인류학과(활동우수형) 1.69등급, 사회학과(활동우수형) 1.73등급 순으로 높았다. 고려대에선 사회학과(학업우수형)와 교육학과(학업우수형)가 1.88등급으로 공동 1위에 올랐고, 교육학과(계열적합형)가 1.93등급으로 3위를 기록했다. 자연계열에서 연세대는 의예과(활동우수형) 1.09등급, 치의예과(활동우수형) 1.32등급, 약학과(활동우수형) 1.37등급의 성적으로 상위 3위 그룹을 형성했다. 고려대는 의과대학(학업우수형) 1.23등급, 의과대학(계열적합형) 1.66등급, 화학과(학업우수형) 1.82등급 순으로 합격선이 높게 형성됐다.
이처럼 두 대학 수시 합격선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당초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다양한 변수가 복잡하게 얽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신 최상위권 N수생이 유입됐을 가능성, 지방권 의약학보다 연세대나 고려대를 선호했을 가능성, 최상위권 그룹 내에서 전반적으로 안정 지원은 줄고 소신 지원이 늘어났을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시 학생부종합의 경우 내신등급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합격선을 끌어올린 측면도 있을 것이다. 2024학년도 대입부터 자기소개서가 전면 폐지되고 정규 교육과정 외 비교과 항목이 모두 평가에서 배제됐다. 교내대회는 물론 독서, 개인 봉사 등 수업 중 활동 외 대부분 비교과가 평가에서 빠지면서 내신등급이 당락에 끼치는 영향은 더욱 커졌다. 2025학년도는 이 같은 변화가 도입된 지 두 해째로 다소 부족한 내신을 풍부한 비교과로 극복한 학생들의 사례가 기존보다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정시는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정시에서 연세대 인문계열만 평균 91.41점에서 92.13점으로 0.72점 상승했고, 나머지는 모두 하락했다. 의약학계열 쏠림으로 인한 타 학과의 합격선 하락과 전반적인 안정 지원 흐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시에서도 의약학 쏠림은 눈에 띈다. 연세대 의예과(일반전형)는 국수탐 70%컷 기준으로 2024학년도 99.00점에서 2025학년도 99.25점으로 0.25점이 상승했고, 연세대 약학과(일반전형)와 고려대 의과대학(일반전형, 교과우수형)은 합격선을 유지했다. 두 대학의 의약학 4개 학과 중 합격선이 하락한 곳은 연세대 치의예과(일반전형) 한 곳뿐이다. 하락 폭은 0.5점(98.25점→ 97.75점)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달 28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유럽 서쪽 끝 이베리아반도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블랙아웃)가 벌어졌습니다. 약 18시간 만에 전력 공급이 정상화돼 스페인과 포르투갈 국민 6000만 명은 일상을 되찾았지만, 블랙아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정신이 번쩍 들게 한 뉴스였습니다.
지하철·기차·항공기가 멈춰 서고,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는 도로는 삽시간에 거대한 주차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 케이블카에서 위험천만하게 탈출하는 인파는 물론, 안전한 도심에 있는 사람들도 인터넷·금융인프라가 올스톱한 상황에서 무엇 하나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마트에는 물과 비상식량을 사재기하려는 사람들이 몰렸죠. 시간이 멈추고 암흑천지가 된 이베리아반도는 ‘인류 문명의 중단’을 느끼게 했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스페인에선 에너지 생산이 불규칙적인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아 전력망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이 일반화된 시대에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이를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전쟁·지진·홍수에 비견될 대혼란이 일어나고, 막대한 인명 피해도 불가피할 것입니다.
대규모 정전 사태는 왜 벌어지는지, 블랙아웃의 원인으로 재생에너지가 지목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AI 시대에 블랙아웃의 의미와 예방책 등에 대해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스페인 블랙아웃 원인 분분한 가운데
'들쑥날쑥' 재생에너지 문제도 지적돼 블랙아웃은 한마디로 전기가 부족해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전기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중요한 기기부터 차례로 쓰면 되지 않을까요? 나라 전체의 전력 생산이 올스톱되지는 않을 텐데, 왜 한꺼번에 전력 공급이 끊어지는 사태가 발생할까요? 블랙아웃은 먼저 전력 공급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기 수급 불일치 수 초 만에 블랙아웃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전기는 교류 전기입니다. 교류 전기는 파도처럼 요동치며 움직이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파동을 ‘주파수’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220V의 전압을 초당 60번의 파동(60㎐)에 실어 보냅니다. 그리고 전기는 공급과 수요가 일치해 양쪽에서 일정한 압력이 유지돼야 문제없이 쓸 수 있어요. 어떤 원인으로 인해 전기 공급이 모자라게 되면 전력망은 자신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주파수를 떨어뜨립니다. 이게 전기 장비들이 필요로 하는 ‘최저 작동주파수’에 미치지 못하면 장비는 작동을 멈추고 맙니다. 전기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경우에는 반대로 주파수가 크게 높아져 역시 문제가 생기지요.
그래서 전력망을 관리하는 곳에선 전기의 수급을 맞추는 작업을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수행합니다. 밤에는 전기 소비가 줄어드니 발전소를 덜 돌리고, 전기를 많이 쓰는 오후 시간에는 전기 생산을 늘리는 식이죠. 이번 스페인 블랙아웃도 전기의 수급이 맞지 않아 벌어진 일입니다. 전력주파수가 갑자기 떨어지는 상황에서 송·변전 시설이 원래 상태대로 있다가는 고장이 납니다. 송·변전 시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기능을 차단하면서 정전 사태가 확산된 겁니다. 그것도 문제 발생 수 초 만에 전체 전력망이 붕괴되고 말았죠.
스페인 재생에너지 70% 넘어
전기의 원리를 이처럼 길게 설명한 것은 블랙아웃의 원인을 들여다보기 위해서입니다. 정전 사태 발생 초기엔 산악지대가 많은 이베리아반도의 극심한 대기 기온차, 즉 이상기후 현상이 원인을 제공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습니다. 아래쪽엔 차가운 대기, 위쪽엔 뜨거운 대기가 교차하면서 ‘이상 유도전류’가 생겼고, 이게 송전선로와 공명 현상을 일으켜 송전망을 아래위로 크게 뒤흔든 게 원인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 기상현상이 당시에 나타났다는 보고는 없었습니다. 화재나 사이버 공격 등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생산이 급격히 늘며 순간적으로 전기 공급이 급증한 게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실제로 정전 사태 당일 스페인 남서부 태양광발전소에서 2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전력 시스템이 불안정해졌다고 스페인 정부는 발표했습니다.
이베리아반도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거센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어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에 유리합니다. 20년 전 스페인의 화석연료 발전 비중은 80%를 넘었지만, 지금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70%를 웃돌고 있습니다. 유럽의 태양광발전은 2019년까지 독일·이탈리아·영국·프랑스 순으로 많이 했고, 스페인은 미미했습니다. 그러던 스페인이 2020년부터 태양광발전을 크게 늘려 지금은 이들 5개국 중 독일 다음으로 2위까지 올라왔습니다.
막대한 투자 필요한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는 전기 공급이 들쑥날쑥한 간헐성이 특징입니다. 계절·시간·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지는 거죠. 발전량이 갑자기 줄거나, 반대로 과잉 생산될 경우 위에서 설명한 대로 전력망의 수급 균형이 깨지고 주파수가 급변동해 블랙아웃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주 등에서도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해 블랙아웃 위험이 커지자, 일부 태양광발전을 강제로 중단(출력 제어)한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경우,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고 일정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기존 화석연료나 원자력보다 훨씬 더 많은 송전망 설비를 갖추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인프라도 크게 늘려야 합니다. 원자력발전은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재생에너지는 투자비가 과다하게 들어가는 게 문제입니다. 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라는 분명한 장점과 함께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합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각 발전 방식의 장단점을 자국의 상황에 맞춰 따져본 뒤,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에너지 믹스(Energy Mix)에 힘쓰고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전기의 공급과 수요를 맞추는 전력망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보자.
2. 대규모 정전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를 찾아보고, 블랙아웃이 얼마나 위험한지 느껴보자.
3. 재생에너지의 장단점에 대해 깊이 있게 알아보자. AI시대 전기는 혈액, 사고 나면 대재앙
사이버 테러 막고, 수요예측은 정밀하게 ‘블랙아웃’이란 얘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AI)을 떠올릴 겁니다. AI의 대규모 연산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는 일명 ‘전기 먹는 하마’이고, AI에 전기는 ‘피’나 ‘산소’와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I가 질문에 답하려면 일반 검색보다 10배 이상의 많은 전기가 필요합니다. 1년 전만 해도 AI로 구글 검색을 할 경우 필요한 전력량이 아일랜드의 한 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2030년에는 AI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전력의 최대 20%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AI 시대엔 블랙아웃의 피해 양상과 크기가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겁니다.
AI에 모든 걸 맡기는 시대
문제는 인류 사회의 AI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생성형 AI를 넘어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진 범용인공지능(AGI)이 나오면 모든 사회시스템은 더욱더 AI 중심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칩이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지 못한다고 상상해보세요. AI가 작동을 멈추고, 여기에 연계된 교통신호, 의료 진단, 금융거래, 재난 대응 시스템 등도 모두 정지할 겁니다. 블랙아웃이 단순한 생활상 불편이 아니라, 사회시스템의 동시 붕괴를 몰고 오는 대재앙이 될 수 있어요.
조금 더 상상력을 동원해볼까요? 정전 때 AI 시스템이 멈추면, 이를 복구하기 위한 ‘인간 전문가’를 투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평소 AI는 고도의 자동화와 원격제어로 돌아갑니다. 인간 전문가의 손길이 덜 필요하고, 이는 숙련도 높은 전문직 인력의 양성을 가로막게 됩니다. 사고 발생 시 신속한 AI 시스템 복구가 어려워지는 거죠. AI에 모든 걸 맡겼다가, 위기 때 인간이 아무런 역할을 못 하는 상황이 블랙아웃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나요?
전력망 테러 가능성
블랙아웃은 테러의 통로로 악용될 수도 있어요. 전력망을 사이버공간에서 공격하는 것이죠. 2016년 우크라이나 블랙아웃이 그런 사례입니다. 당시 러시아 군사정보국(GRU)의 해킹 그룹 샌드웜(Sandworm)은 우크라이나 전력망 제어시스템에 침투해 악성코드를 심고 우크라이나 정전 사태를 유발했습니다. 미국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미국 내 9개 변전소가 공격당해 18개월 이상의 정전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물리적·사이버 보안 강화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AI 시대엔 AI를 활용한 사이버 테러리즘이 가능하기에 더욱 걱정입니다. AI로 전력망의 취약점을 실시간으로 탐지한 뒤, 대규모 정전을 유발할 수 있죠. 예전엔 국가 주도의 사이버 공격만 가능했다면, 이제는 AI 도구의 힘을 빌려 소규모 테러 조직이나 개인도 전력망을 표적 삼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오픈소스 AI 모델과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위·변조된 명령을 전력망 시스템에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I 기술로 전기 수요 예측도
AI 시대에 맞는 블랙아웃 예방책이 따로 있을까요? 일단 기본은 전력 인프라의 이중화(backup) 및 분산화입니다. 데이터센터, 발전소, 주요 통신 인프라에 대해 전력 공급선과 설비를 이중화하고, 한 곳의 장애가 전체 시스템 마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분산형 전력망(분산 발전) 도입도 필요합니다. 중앙집중식에서 벗어나 소규모 발전소,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분산형 전력망을 확대해 특정 지역이나 설비의 장애가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힌트는 AI 자체에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AI를 사용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예를 들어, AI가 발전소의 최적 전기 생산량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전력망의 이상 징후를 빠르게 감지해 자동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실제로 지금도 강화 학습, 그래프 신경망 등 첨단 AI 기법을 전력망 운영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AI를 통해 전력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는 게 중요합니다. 즉 날씨·시간·과거 데이터 등을 분석해 전력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수급 균형을 실시간으로 맞춰가야 합니다. 민간 기업들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삼성전자 등은 지역 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할 때 스마트홈 플랫폼을 통해 가정 내 가전기기의 전력 소비를 자동으로 줄여주는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블랙아웃을 예방하고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인공지능을 ‘전기 먹는 하마’에 비유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2. AI의 막대한 전기 수요에 대비한 전기 공급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3. 범용인공지능(AGI) 수준에 이르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친구들과 얘기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