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끝) 모빌리티산업
화려한 디지털 기술에도 불구하고 본질에 집중할 때 혁신 구현 가능.
모빌리티는 디지털 전환이 가장 빠르고 폭넓은 분야 중 하나다. 자율주행과 친환경으로 구체적인 형태가 구현되고 있지만, 그 본질은 여타의 디지털 전환과 다르지 않다. 기존 생산방식으로 산업을 확장하기에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디지털 수단을 활용한 생산성 증대와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
사실 모빌리티의 정의는 불분명하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같이 ‘탈것’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승차공유나 차량공유처럼 다양한 이동 서비스를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동이라는 행위는 이 이동 수단과 수단으로 인한 서비스 모두가 존재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모빌리티로 통칭해 부르는 데 문제가 없다.화려한 디지털 기술에도 불구하고 본질에 집중할 때 혁신 구현 가능.
모빌리티를 통한 이동성 확보는 접근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한 사회에는 기회와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다양한 공간에 분산되어 있다. 문제는 기회는 도시 주변에 집중되어 있지만, 욕구는 분산적이라는 점이다. 이동성은 이 간극을 채워준다. 모빌리티는 인간의 경제적 이기심이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이다. 물론 접근성 자체가 경제성장과 번영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하지만 기회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면 한 사회가 성장하고, 시장실패를 보완할 다양한 지원을 제공할 여력이 현저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자동차가 사회의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받은 이유다.
교통은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기회에 대한 접근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자본재로서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국가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이동 수단을 제공해 모두가 동등하게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민간자본인 택시를 오랜 기간 국가가 관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택시는 완벽할 수 없었던 국가 주도의 교통수단을 보완하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수단이었다.
오늘날 모빌리티 분야는 이동 수단 분야에서의 인공지능 도입과 친환경화, 이동 서비스 부문에서 플랫폼화로 양분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공지능은 끊임없이 논쟁 중이다. 테슬라를 필두로 구글, GM 등 많은 기업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기대만큼 속도가 빠르지 않다. 지난 10월에는 GM의 로보택시인 크루즈가 인명 사고를 내기도 했다. 테슬라는 지난 2년간의 사고 조사 끝에 미국 내 판매 중인 약 200만 대의 차량을 리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양한 노력에도 인공지능의 특성상 상용화에 부족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기술의 문제부터 레벨 3가 실질적으로 자동차 회사의 수익 창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전기차는 산업정책으로 고전 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중국 자본이 25% 이상인 합작법인과 중국 부품을 사용한 전기차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프랑스 역시 탄소 점수가 낮은 전기차에 대한 지원을 중단키로 했다. 문제는 탄소 측정에 운송 과정도 포함해 배를 타고 들어오는 수입 차량은 보조금 대상이 아예 될 수 없다. 독일은 2024년까지 예정되었던 전기차 보조금을 아예 없앴다.
모빌리티는 디지털 전환이 가장 먼저 그리고 활발하게 시작된 분야인 만큼 디지털 경제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이슈가 집약되었다. 기술개발의 중요성과 사회적 갈등, 제도개선의 필요성 등 변화가 구현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엿볼 수 있다.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 노력에서 기억해야 하는 한 가지는 이동성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IT 기술의 발전과 광범위한 보급은 이동의 행태를 크게 바꿔놓았지만, 기회와 욕구가 공간적으로 균등하지 않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개인의 이동을 선호하는 행태도 여전히 그대로다. 디지털 시대에도 사람들은 소득이 증가하면 개인용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 그 배경에는 여전히 사람들은 높은 접근성이 보장되는 대도시에 살고 싶어 한다는 욕구가 담겨 있다. 이는 개별 자동차 소유와 이동에 대한 욕구로 이어진다. 물론 자동차에 한정해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한 도시의 공간 활용 방식이나 교통정책에 따라 어떤 도시에서는 자동차 소유로, 또 다른 도시에서는 오토바이 소유로, 혹은 아직 정의되지 않은 비공식 교통을 선호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결국 이러한 본질을 이해하고 읽어내야 혁신을 구현할 수 있다. 이윤 창출이 목적인 기업도, 제도 설계를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 전기차, 플랫폼 등 외면이 화려해질수록 내면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