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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개권유익 (開卷有益)
▶한자풀이開: 열 개 卷: 책 권 有: 있을 유 益: 더할 익책을 펼치면 유익하다는 뜻으로독서를 권장하는 말로 쓰임 -<승수연담록(繩水燕談錄)>송(宋)나라 태종은 독서를 무척 좋아했는데, 특히 역사책 읽는 것을 즐겼다. 쉽사리 다 읽어낼 것 같지 않은 방대한 분량의 서적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태종은 학자 이방(李昉) 등에게 사서(辭書) 편찬을 명했고, 무려 7년의 시간을 들여 모두 1000여 권으로 된 방대한 백과사전이 만들어졌다. 태종 태평 연간에 편찬되어 그 연호를 따서 ‘태평총류(太平總類)’라고 이름 지었다.태종은 크게 기뻐하며 매일을 하루같이 탐독했다. 후에 책 이름을 <태평어람(太平御覽)>으로 고치고, 스스로 매일 세 권씩 읽도록 규칙을 정했다. 정무에 힘쓰다가 계획대로 읽지 못했을 때는 틈틈이 이를 보충했다. 이를 본 측근의 신하가 건강을 염려하자 태종이 말했다.“책을 펼치면 이로움이 있다(開卷有益). 나는 조금도 피로하지 않다.”송나라 학자 왕벽지의 <승수연담록>에 나오는 고사다.개권유익(開卷有益)은 말 그대로 ‘책을 펼치면 유익하다’는 뜻으로, 독서를 권장하는 말로 쓰인다.독서삼매(讀書三昧)는 오직 책 읽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을 뜻하며, 위편삼절(韋編三絶)은 옛날에 공자가 주역을 즐겨 열심히 읽은 나머지 책을 맨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책을 정독함을 일컫는다. 삼여지공(三餘之功)은 독서하기에 좋은 겨울, 밤, 비 오는 날을 가리킨다. 한우충동(汗牛充棟)은 짐으로 실으면 소가 땀을 흘리고, 쌓으면 들보가 가득 찬다는 뜻으로 장서가 아주 많음을 이르는 말이다.박이정(博而精)은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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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왜 맞는지 설명 못하면, 안다고 할 수 있나?
“소수(prime number)는 끝이 있을까요?” 질문은 단순합니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지요. 하지만 누군가가 “아니요, 소수는 무한히 많아요”라고 대답했을 때, 우리는 곧 되묻게 됩니다. “왜요?” 이 짧은 질문이 바로 수학의 출발점입니다.수학은 ‘맞다’고 믿는 사실조차도 논리로 다시 묻습니다. 단순한 계산을 넘어 그 사실이 왜 그런지, 항상 그런지, 다른 경우엔 안 그런지를 철저히 밝히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수학은 증명을 사랑합니다.소수가 무한하다는 명제를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는 단 다섯 줄로 증명했습니다. 이미 알려진 소수들을 전부 곱하고, 거기에 1을 더해보지요. 예를 들어, 2×3×5=30, 여기에 1을 더하면 31입니다. 이 수는 앞의 소수들(2, 3, 5)로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31은 그 자체로 새로운 소수이거나, 적어도 지금까지의 소수 목록에는 없는 소수로 나누어져야 합니다.즉 아무리 많은 소수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 바깥의 소수를 찾아낼 방법이 항상 존재합니다. 이 짧은 증명은 명쾌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진실을 밝혀냅니다. 보지 않아도, 세지 않아도, 실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진리. 이것이 수학에서의 ‘증명’입니다.우리가 일상에서 “보면 알잖아요”, “느낌이 그렇잖아요”라고 말하는 많은 것이 수학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수학은 ‘당연한 것’조차 증명을 요구합니다.실제로 수학자 화이트헤드와 러셀은 ‘1+1=2’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데 379쪽에 이르는 논리를 펼쳐야 했습니다. 그것은 지나친 집착이 아니라, 생각의 기반을 가장 아래에서부터 다시 점검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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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은(는)/-이(가)' 과학적으로 구별하기
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이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44㎡는 지난달 65억원에 거래된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다.”흔히 볼 수 있는 두 문장이지만, 각각에는 표현상 어색한 데가 한 곳씩 있다. 주격조사로 쓰이는 ‘-은(는)/-이(가)’의 용법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면 눈에 띄는 데가 있다.주어를 강조하는 주격 ‘-이(가)’문법을 지키는 것은 ‘세련된 표현’을 쓰기 위한 지름길 중 하나다. 문법은 구성원들이 함께 받아들이는 공통 규범이다. 글쓰기에서도 이를 지킬 때 편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이 나온다. 읽으면서 편하고 익숙할 때 독자는 글이 매끄럽다고 느낀다.흔히 ‘-은(는)/-이(가)’는 다 주격조사인 줄 알지만, 정확히는 ‘-이(가)’만 주격조사이고 ‘-은(는)’은 보조사다. 보조사란 체언, 부사, 활용 어미 따위에 붙어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더해주는 조사다. 가령 주제를 표시하거나 대조 또는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특히 ‘어떤 화제를 이끄는 주제를 표시한다’는 점에서 주제격 조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로 이 주제격 조사로서의 쓰임새가 주격조사 ‘-이(가)’ 용법과 비슷해 늘 헷갈리는 대상이 된다.예를 들면, “부산이 대한민국의 제2의 도시다”와 “부산은 대한민국의 제2의 도시다”를 어떻게 구별할까? 우선 ‘부산이~’는 말 그대로 주격으로 문장에서 서술어 ‘도시다’의 주체/주어임을 나타낸다. 문장의 중심, 즉 내용상 초점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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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모의논술 또는 예시문항…논술 대비의 첫단추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대학 중 20여 개 대학이 수험생을 대상으로 상반기 또는 7~8월 중 모의논술을 실시하며, 모의논술을 실시하지는 않지만 예시문항을 공개하는 대학도 10여 개에 이른다(오른쪽 표 참조). 모의논술은 해당 대학의 출제 경향을 파악할 수 있고, 수험생이 실제 시험과 동일한 실전 경험을 미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논술 대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예시 문항의 경우에도 해당 대학의 출제 경향과 문항 난이도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수험생들이 활용하기에 따라 모의논술에 참가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2026학년도 수리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해당 대학의 모의논술에 응시하거나 예시 문항을 우선적으로 풀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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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독특하고 괴짜스러운 패션 스타일 'geek chic'
As eyewear evolves into a key fashion statement, South Korea’s homegrown brands are setting their sights on the global stage with bold, unconventional designs.“More people are willing to spend on eyewear as it’s now seen as a fashion item,” said Moon Kyung-sun, head of Euromonitor International Korea. “It’s an affordable way to refresh their style, much like lipstick.”Demand for Korean brand eyewear has surged of late, especially driven by the revival of so-called Y2K fashion and the rising popularity of the geek chic trend.According to Lotte Department Store, its eyewear sales -- glasses frames and sunglasses - jumped 40% in 2024 from the previous year.Eyewear sales at Shinsegae Department Store and Hyundai Department Store also increased 16% and 13.6%, respectively, over the same period.안경이 패션 스타일을 표현하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의 토종 안경 브랜드들이 대담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안경이 이제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면서 이에 돈을 쓰려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라고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 리서치 총괄은 말했다. “립스틱처럼 부담 없이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죠.”최근 Y2K 패션의 부활과 긱 시크(geek chic) 트렌드에 힘입어 한국 브랜드 안경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24년 안경테 및 선글라스를 포함한 안경류 매출은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안경류 매출도 각각 16%, 1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해설안경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멋을 내는 패션 소품이 되었습니다. 대담한 뿔테와 각을 살린 디자인으로 얼굴형을 보완하거나 강렬한 인상을 주는 안경이 인기를 끌면서, 한동안 해외 명품 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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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감정·윤리, 경제적 계산에 포함 안돼요"
경제적 효율성은 인문논술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우리 삶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대단히 자연스럽고, 동시에 경제적 사고와 도덕적·정서적 가치가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핵심은 경제적 효율성은 경제적 이익과 비용만 따진다는 점이에요. 감정이나 도덕, 윤리적 만족은 이 경제적 계산 안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를 섞어버리면 개념이 흐려지고, 논리적 분석에서도 실수하기 쉬우니, 반드시 분리해서 이해해야 합니다.경제적 효율성은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합, 즉 총잉여(total economic surplus)를 최대화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 모두가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지점을 찾았을 때, 자원이 잘 배분된다고 보는 것이죠. 그런데 시장은 항상 완벽히 작동하지 않아요. 외부효과 같은 제3자에게 영향을 주는 비용(예: 오염)이 있을 때, 시장은 실패하며 정부 개입이 필요해집니다. 인문논술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단순히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텍스트나 사례에 적용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아래에는 상당히 오답이 많이 나오는 문제를 실어두었습니다. 문제를 읽어보고 스스로 풀이해본 후 해설과 예시 답안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생각을 평가해보세요.[문제] [가]를 바탕으로 [나]의 상황을 효율성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설명하시오.[가] 효율성은 최소 비용으로 최대 만족을 추구하는 경제 행위의 원칙으로 개인 또는 집단의 합리적 선택의 기준이 되어왔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소비자잉여는 소비자가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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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구조적 완전함, 수학적 아름다움의 결정체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기준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해왔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아름다움은 비례, 균형, 그리고 대칭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질서로 여겨졌다.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 조각상은 고대 그리스의 비너스상과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었다. 이 조각들은 모두 인체의 황금 비율, 균형 잡힌 근육 구조, 자연스러운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회화에서도 아름다움은 인체뿐 아니라 풍경과 구도 속에 담겼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미묘한 비대칭 속 조화를 보여주며,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은 대칭과 원근법을 통해 아름다움의 질서를 구현한다. 건축물에서도 대칭과 비례는 중요한 요소였다. 샤르트르 대성당, 산피에트로 대성당,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같은 작품들은 구조 전체가 수학적 비례와 대칭 속에서 설계되었고, 그 안에서 인간이 느끼는 시각적 안정감과 경외심을 이끌어냈다.수학자들은 숫자와 도형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여긴 평면 도형은 정다각형이었다. 모든 변의 길이가 같고, 모든 내각의 크기가 동일한 정다각형은 균형과 대칭, 그리고 반복되는 질서를 담고 있다. 이런 구조적 완전함은 조화로움을 통해 수학적 아름다움의 본질을 보여준다. 원 안에 고르게 배치된 점들, 기하학적 구성의 출발점, 자연 속 대칭까지 — 정다각형은 단순함 속에서 가장 높은 조화를 보여주는 결정체였다.하지만 정다각형에서의 탐구는 한계가 있었다. 내각의 크기를 계산하거나, 변의 수를 늘려 어떤 형태로 수렴하는지를 살펴보는 정도였다. 예를 들어, 변이 무한히 많아지면 정다각형은 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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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관점의 언어 : '주변국' vs '이웃나라'
“‘트럼프 2기’와 함께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한 치 양보 없이 전개돼 세계경제를 뒤흔들었다. …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는 중국 제품을 떠안아야 하는 압박을 받으면서 신음했다.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 등 주변국이 특히 타격을 크게 받았다.”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을 벌인 지 약 한 달 만에 첫 공식 대화에 나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해설 및 분석 기사들이 잇따랐다. 위 인용문도 그중 한 대목이다. 문장 구성에선 크게 흠잡을 만한 곳이 없다. 하지만 ‘언어의 관점’ 측면에서 옥에 티가 숨어 있다. ‘이웃나라’가 주체적·중립적인 표현‘한국 등 주변국’이란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주변국’은 조심해 써야 한다. ‘관점’이 담긴 말이기 때문이다. 우선 사전적 풀이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주변’은 어떤 대상의 둘레를 말한다. ‘둘레’는 무엇일까? 사물의 테두리나 바깥 언저리다. 그러니 ‘주변국(周邊國)’이란 글자 그대로는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나라’ 정도가 될 것이다.하지만 말에는 늘 ‘가치’가 개입한다. 나라와 나라 사이를 얘기하면서 ‘주변국’이라고 하면 의식했든 의식하지 않았든 ‘중심국’을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은 ‘주변국’을 “국력이 약하여 강대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나라”라고 풀었다.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선 ‘주변국가’를 “국제 사회에서 정치, 경제 방면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심 국가의 주변에 위치하거나 정치적·경제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