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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見指忘月 (견지망월)
▶한자풀이見: 볼 견 指: 손가락 지 忘: 잊을 망 月: 달 월달은 잊어버리고 손가락만 쳐다본다말단만 보고 핵심을 놓쳐버림을 이름-<능가경>한 불자가 명성 높은 스님을 찾아와 가르침을 전해달라고 청하였다. 하지만 스님이 “나는 글을 알지 못합니다”라고 말하자, 불자가 크게 실망했다. 불자의 표정을 보고 스님이 말했다.“진리는 하늘에 있는 달과 같고, 문자는 그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같습니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지만, 손가락이 없어도 달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달을 보라고 손가락을 들었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요.”대승불교의 경전인 <능가경>에 전해오는 이야기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은 ‘손가락만 쳐다보고 달은 잊는다’는 뜻으로, 말단만 보고 정작 사물의 핵심은 놓쳐버리는 것을 이른다.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는 것은 본질은 도외시하고 형식과 수단에만 치우친다는 말이다.선종의 주요 가르침 중에 불립문자(不立文字)가 있는데, 이는 언어 문자의 형식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법을 전하고 깨닫는다는 말로, 견지망월과 뜻이 비슷하다. 마음과 마음으로 뜻이 전해지므로 말과 문자가 필요 없다는 이심전심(以心傳心)도 불립문자와 가르침이 같다. 깨달음을 말이나 글에 의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견월망지(見月忘指)로 쓰면 형식과 수단보다는 본질을 본다는 뜻으로 의미가 정반대로 바뀐다.‘말꼬리 잡는다’는 우리말은 달은 안 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사람과 함의가 이어져 있다. 문맥을 보지 않고 문자 하나에 너무 집착하면 산은 보지 못하고 자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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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민주주의의 꽃? 형식적 절차?…선거를 다시 묻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핵심이라 불리는 ‘선거’는 단지 대표자를 뽑는 절차일까요? 선거가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인지, 아니면 그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지는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와 실제 기능 사이의 간극을 비판적으로 성찰해보고자 합니다.먼저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관점에서는 선거가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제도임을 역설합니다. 법과 질서가 무너질 때 발생하는 불신의 결과는 마피아나 카르텔과 같은 사적 네트워크의 팽창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며, 이것은 사회의 예측 가능성과 안전을 위협합니다. 이런 점에서 신뢰받는 선거제도는 단지 정치적 대표자를 고르는 도구가 아니라, 공적제도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기제이며, 정치적 통합과 사회 안정의 근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릴 만큼 선거는 시민의 정치적 권리를 실현하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심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선거제도가 과연 실제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존재합니다. 선거라는 형식은 유지되지만 그 실질이 정치 엘리트에 의해 독점되거나 특정 계층의 접근만이 가능해지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국민의 지배’라는 이름 아래 정치적 결정권이 소수에 집중되고, 유권자는 제한된 후보 중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이죠. 이는 선거가 본래 취지와 달리,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형식 논리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당 공천, 선거자금, 후보자 난립 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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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0 '부재' 1 '존재'…이 사이서 수많은 수학적 사유 시작
오늘은 수학에서 가장 작고 단순한 두 수, 0과 1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사용하는 수인 0과 1은 수학적 사고의 출발이자 끝입니다.먼저 1을 살펴봅시다. 1은 우리가 처음 배우는 수이면서 셈의 출발점입니다. 하나의 사과, 하나의 의자처럼 현실 세계에서 ‘하나’라는 개념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수학에서 1은 단순히 ‘하나’라는 양을 넘어 기준이 되는 수입니다. 어떤 수에 1을 곱해도 그 수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연산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죠. 수학에서는 이처럼 어떤 수의 본질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수를 특별히 주목합니다.단위의 정의에서도 1은 중심이 됩니다. 1m, 1초, 1g처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재는 수많은 방식은 이 ‘1’에서 출발합니다. 즉 1은 단지 ‘하나’를 넘어 세상의 구조를 형성하는 기본 단위입니다. 1이라는 수는 어떤 사물의 수량을 셈하는 것뿐 아니라, 어떤 개념의 기준을 세우는 도구로도 작동합니다. 모든 수가 1을 몇 번 더한 것이냐는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1은 자연수 체계의 뼈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그렇다면 0은 어떨까요? 0은 ‘없음’을 뜻하는 수입니다. 하지만 이 ‘없음’은 단순히 비어 있다는 의미를 넘어, 수학적으로는 매우 정교하게 다뤄지는 개념입니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자리 표시용 기호로 비어 있는 공간을 표현했지만, 정수 체계 속에서 ‘없음’을 하나의 수로 인정한 것은 7세기 인도에서였습니다. 분수 개념도 고대 이집트에서 이미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0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매우 늦은 시기였죠. 이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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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독창적 아이디어, 발명품을 말할 땐 'brainchild'
A delicate, melancholic love story was set not in New York, London or Paris, but in a crumbling apartment in late 21st-century Seoul. It packed Belasco Theatre’s 1,000-seat house with a tale of two outdated helper robots searching for connection in a disconnected world.The musical, “Maybe Happy Ending,” didn’t just win over Broadway audiences. It earned 10 Tony Awards nominations, including for Best Musical, Best Direction and Best Actor.The seven other nominated categories are Best Screenplay, Best Original Score (Composition and Lyrics), Best Orchestrations, Best Stage Design, Best Costume Design, Best Lighting Design and Best Sound Design.Maybe Happy Ending is the brainchild of Korean playwright Park Chun-hue, also known by his English name Hue Park, and US composer Will Aronson - the two colloquially known in Korea as the “Will-Hue duo.”섬세하고 서글픈 사랑 이야기는 뉴욕도, 런던도, 파리도 아닌, 21세기 후반의 낡아가는 서울의 허름한 아파트를 배경으로 펼쳐졌다. 이 작품은 서로 단절된 세상 속에서 연결을 갈망하는 고물이 된 두 로봇의 이야기로, 미국 브로드웨이에 있는 벨라스코 시어터 1000석을 가득 채웠다.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단지 브로드웨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뮤지컬 부문 작품상, 연출상,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총 10개 부문에서 토니상 후보에 올랐다.후보로 오른 다른 7개 부분은 각본상, 음악상(작곡 및 작사), 편곡상, 무대 디자인상, 의상 디자인상, 조명 디자인상, 음향 디자인상 등이다.‘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에서 ‘윌-휴 콤비’로 알려진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해설 ‘Maybe Happy Ending’으로 해외에 알려진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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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관점의 언어 : '고객'과 '손님'의 차이
“SK텔레콤은 최근 대규모 유심 정보 해킹 사태로 인해 예상치 못한 큰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 … 고객뿐 아니라 기업도 해킹의 피해자라는 측면에서 초기에 보다 빠르고 투명하게 대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난달 터진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해킹 사태가 일파만파의 후유증을 낳았다. 사태 배경과 향후 추이를 분석한 이 기사 한 대목에는 눈여겨봐야 할 말이 하나 있다. ‘고객’은 공급자 중심으로 쓰는 말힌트는 ‘관점의 언어’다. 글쓰기에서 ‘누구의 관점’에서 서술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관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누군가 “쓰레기 분리수거”라고 한다면 이는 쓰레기를 거둬가는 업체의 말이고, “분리배출”이라고 하면 주민의 관점에서 하는 말이다. 1953년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이다. 우리는 그것을 ‘정전기념일’이라고 한다. 남침으로 참혹한 전쟁을 일으킨 북한에서는 이를 미화해 스스로 ‘전승절’이라고 부른다. 역사적 배경을 모르고 누군가 이날을 두고 자칫 ‘전승절’ 운운한다면 이는 망발이 된다.예문에서는 ‘고객’이 눈에 띈다. ‘고객’은 어떤 때 쓰는 말일까? 누구나 아는 말 같지만, 의외로 이 말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고객’은 보통 두 가지로 쓰인다. ‘① 상점, 식당, 은행 따위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는 사람 ② 단골로 오는 손님’, 특히 ②의 의미로 이 말을 쓸 때 제격이다. 즉 ‘판매자 관점’의 말인 셈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고객’이겠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고객’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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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출제범위에 확통 포함…선택과목 이수 여부 확인을
광운대와 가톨릭대는 미적분을 중심으로 비교적 평이한 난이도로 출제되며 내신 선택과목인 확률과통계를 출제 범위에 포함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가톨릭대는 의·약학과에 해당). 확률과통계의 경우 교과서 개념에 충실한 내용 위주로 출제되어 대비가 어렵지는 않지만 선택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에는 출제 범위 그 자체로 일정 부분 변별력을 가지게 되므로 이들 대학의 수리논술을 대비하는 수험생들은 논술 출제 범위와 본인의 선택과목 이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광운·가톨릭대◆ 수리논술 대비 포인트1. 수능수학과 연계하여 미적분 문제해결력을 꾸준하게 길러야 함.- 삼각함수 공식을 활용한 미적분 문제가 자주 출제되므로 대비 필요2. 확률과 통계(가톨릭대는 의·약학과에 해당)는 교과서 개념과 예제를 충실하게 익힐 것.- 내신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라도 적정한 기간의 학습 계획을 세운다면 충분히 대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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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When elephants fight, it is the grass that suffers'
The Chinese government has warned South Korean companies of retributions for exporting any product containing its critical metals to US military contractors.At least two of its transformer manufacturers have received official notices from the Chinese government, demanding they cease exports of any power equipment containing Chinese-origin heavy rare earth metals to US military contractors or the US military.This marks the first time that China has formally taken export control measures on non-US companies with ties to the world’s No. 1 economy.If China continues targeting Korean firms with such export control measures, the fallout could significantly disrupt the growth of Asia’s fourth-largest economy.“When elephants fight, it is the grass that suffers,” said a Korean export company official.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자국산 핵심 금속이 들어간 제품을 미국 군수업체에 수출할 경우 보복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최소 두 곳의 국내 변압기 제조업체가 중국 정부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통보 내용은 중국산 중(重)희토류 금속이 포함된 전력 장비를 미국 군수업체 또는 미군에 수출하지 말라는 요구를 담고 있다.이는 중국이 세계 1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연관된 기업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한 첫 사례다.중국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이러한 수출 통제 조치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4위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의 성장에도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코끼리가 싸울 때 고통받는 것은 풀이다”라고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말했다.해설우리 속담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다에서 거대한 고래들이 싸울 때, 주변의 작은 새우나 물고기들이 파도에 휩쓸려 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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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수술 없이 몸 속 결석 분쇄, 타원의 성질 이용했죠
얼마 전 지인이 신장결석으로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신장의 결석을 빼내기 위해 수술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체외충격파 쇄석술이라는 치료를 하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 방법이 신기해 알아보니 이 치료법에 이차곡선 중 타원과 빛의 성질에 관한 수학적 원리가 담겨 있었습니다.이 치료법에는 체외충격파 쇄석기라는 장치가 사용됩니다. 이 장치는 몸속에 생긴 결석을 수술하지 않고 제거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 장치에서 반사경의 단면 모양은 타원의 일부분입니다.타원은 평면 위의 서로 다른 두 점 F와 F에서의 거리 합이 일정한 점들의 집합이고, 두 점 F와 F′을 타원의 초점이라고 합니다. 결석이 타원의 한 초점에 오도록 맞추고 다른 초점에서 충격파를 발생시키면 반사경에 반사된 충격파가 결석에 모여 신체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결석을 분쇄합니다. 이에 관한 수학적 원리를 알아봅시다.오른쪽 그림과 같이 두 초점이 F, F인 타원 위의 한 점 P에서 접선 ℓ을 그을 때 접선 ℓ이 두 선분 FP, FP와 각각 이루는 각 θ1과 θ2가 같아짐을 보이면, 초점 F를 출발하여 점 P에서 반사되는 빛은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아지므로 초점 F을 지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이를 설명하기 위해 초점 F를 접선 ℓ에 대하여 대칭이동한 점을 F이라 하고, 접선 위의 또 다른 점 Q를 잡읍시다. 이때 이고, 두 초점에서 타원 위의 점까지 거리의 합은 항상 일정하므로 입니다. 따라서 … ①이 성립합니다.한편 점 F은 점 F을 접선 ℓ에 대해 대칭이동한 점이므로 이고, 이를 식 ①에 대입하면 입니다. 즉 두 정점 F과 F에서 접선 위의 임의의 점까지 거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