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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습 길잡이 기타

    수학 체계도 '증명할 수 없는 참'이 있음을 보여줬죠

    이전 칼럼에서는 수학의 증명이 얼마나 강력하고 아름다운 도구인지 살펴보았습니다. 증명을 통해 우리는 세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어떤 명제가 ‘항상 참’임을 논리적으로 밝힐 수 있다는 점이 수학만의 독특한 힘이었지요.그렇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수학에서 참인 모든 명제는 언젠가 반드시 증명될 수 있을까요?” 20세기 초,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는 수학의 기초를 완전히 세우고자 하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는 1900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에서 유명한 23가지 문제를 제시했고, 그 중심에는 ‘모든 수학적 진리를 인간의 이성으로 완전히 밝힐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힐베르트는 수학이 논리적으로 완전하고 일관되며, 기계적 방식으로 모든 참을 판별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를 수 없다!”라는 그의 말은 그 시대의 낙관적 분위기를 잘 보여줍니다.그러나 1931년, 오스트리아의 수학자 쿠르트 괴델(Kurt Gödel, 1906~1978)은 수학계에 충격적 결론을 발표합니다. “어떤 체계가 충분히 강력하다면, 그 안에는 참이지만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반드시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괴델의 제1 불완전성 정리입니다.이를 이해하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문장은 증명할 수 없다”라는 문장을 상상해보세요. 만약 이 문장이 참이라면, 정말로 증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이 문장이 거짓이라면, 즉 증명할 수 있다면 그 순간 모순이 발생합니다.괴델은 이런 자기언급적 구조를 수학 안에서 정교하게 구성해 실제 수학 체계 안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예체능도 논술 도입…신설학과 등 미리 확인을

    올해 논술전형의 전략적 지원을 위해 논술전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모집인원이 늘어난 2026학년도에 신설되는 학과들, 그리고 계열확대 등의 양상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올해에는 국민대, 강남대가 논술전형을 신설하여 전년보다 2개교가 증가하였습니다. 또한 인문계열에서만 인문논술고사를 실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체능계열과 자연계열도 인문논술(서술형 글쓰기, 혹은 약술형) 문제를 출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예체능계열에서도 논술전형으로 선발하는 대학은 경희대(국제), 고려대(세종), 동덕여대, 상명대, 수원대, 한국공학대, 한양대, 홍익대의 8개교입니다. 그 외에 성균관대학교는 2026학년도 인문논술 전형으로 자연계 및 융합전공 지원의 기회를 부여하였습니다.진로를 고려하여 다양한 계열과 전공을 탐색해 볼 것인문계열의 학과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모든 특성화학과를 전부 소개하기는 지면 관계상 어렵습니다. 각 대학의 입학처 홈페이지에 방문하시면 학과 소개 등에 대하여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입시 정보는 관심을 갖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자기 미래를 위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면 더욱 좋겠습니다. 일부의 예를 들어보자면, 새롭게 논술을 실시하는 동덕여대는 문화지식 융합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을 개설하고 있습니다.또 다른 예로, 고려대학교 세종대학은 문화스포츠 대학과 글로벌비지니스 대학, 공공정책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을 보유하고 있으며, 탄탄한 커리큘럼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한편 예체능계열에서 논술전형을 실시하는 곳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논증추론, 문제의 핵심 이해가 관건

    예를 들어, 고려대를 논술로 합격한 학생이 자신이 고려대 논술 합격생임을 인증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경우 가장 올바른 인증 방법은 휴대폰에 저장된 논술 합격 통지서를 보여주는 것이다. 만일 이 학생이 논술 합격증 대신 수능 성적표를 보여준다면 올바른 인증이 되지 못한다. 수능 성적은 논술 합격을 위해 필요한 조건인 것은 맞지만 그것 자체로 충분한 조건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논증추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올바른 전략은 이처럼 문제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그것에 온전히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그림의 떡'을 '그림[에] 떡'으로 읽는 까닭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2.9% 오른 1만32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오랜 진통 끝에 이달 10일 노사와 공익위원 합의로 결정을 보았다. 다만 심의 도중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중도 퇴장해 17년 만의 노사 합의 속에 ‘옥의 티’를 남겼다.” 우리말에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거나 좋은 것에 있는 사소한 흠을 이르는 말’이 있다. 그것을 예문에서 보듯이 ‘옥의 티’라는 이도 있고, ‘옥에 티’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옥의티’나 ‘옥에티’ 식으로 붙여쓰기도 한다.문장이 줄어들면서 관용구로 굳어명사구처럼 쓰이는 말 중에 ‘◇◇의 ××’와 ‘△△에 ◇◇’ 꼴을 구별해야 한다. ‘옥에 티’는 속담으로 전해 내려오는 말이다. 속담은 예로부터 민간에 전하여 오는 쉬운 격언으로, 관용구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관용구란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각각의 단어 뜻만으로는 전체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다. “손이 크다”(씀씀이가 후하다는 뜻) 같은 게 관용구다. 둘 다 오래전부터 널리 써와 관습으로 굳어져 특별한 의미를 형성하는 문구나 표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속담과 관용구는 전해오는 형태 그대로 써야 하며 임의로 표현을 바꾸면 안 된다.‘옥에 티’는 ‘옥에(도) 티가 있다’라는 문장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극단의 경우를 가정하여 가리키는 말’인 ‘만에 하나’도 ‘만 가지 가운데에 하나’라는 통사 구조를 갖는 말이다. ‘열에 아홉’은 ‘열

  • 학습 길잡이 기타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 쓰러지지 않는 이유는?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스마트폰을 들어보자. 그 모서리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며 개수를 세어보면, 당신은 18세기 수학자 오일러가 발견한 우주의 비밀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스마트폰은 직육면체 모양이다. 이제 그 면, 모서리, 꼭짓점의 개수를 차례로 세어보자. 면은 앞면, 뒷면, 위아래, 좌우로 총 6개다. 모서리는 12개, 꼭짓점은 8개다. 이제 면의 개수를 F, 모서리의 개수를 E, 꼭짓점의 개수를 V라고 했을 때, V−E+F의 값을 구해보자. 8−12+6=2가 된다.이것이 바로 오일러의 정리이다. 놀랍게도 이 관계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면, 모서리, 꼭짓점으로 이루어진 모든 볼록한 다면체에서 성립한다. 정육면체든, 피라미드든, 심지어 울퉁불퉁한 감자 모양이든 상관없이 말이다.1750년경,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한 가지 이상한 현상에 사로잡혔다. 그가 책상 위에 놓인 다양한 입체 모형을 하나씩 살펴보며 면, 모서리, 꼭짓점을 세어보는데 매번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었다. 정사면체든, 정육면체든, 심지어 복잡한 모양의 다면체든 상관없이 V-E+F는 항상 2였다.처음에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다른 형태의 다면체를 가져와 계산해도 결과는 같았다. 정사면체(V=4, E=6, F=4), 정육면체(V=8, E=12, F=6), 정팔면체(V=6, E=12, F=8)... 심지어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찌그러뜨린 다면체에서도 마찬가지였다.이때 오일러는 전율을 느꼈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형태와 크기, 심지어 정확한 각도와도 무관하게, 모든 볼록한 다면체가 하나의 동일한 수학적 법칙을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우주에 새겨진 숨겨진 암호를 발견한 듯한 순간이었다.이 발견이 혁명적 이유는 그 보편성에 있었다. 지금까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知魚之樂 (지어지락)

    ▶한자풀이知: 알 지  魚: 물고기 어  之: 어조사 지  樂: 즐거울 락물고기의 즐거움을 안다는 뜻으로융통성 있는 유연한 사고를 이르는 말 - <장자>춘추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는 도가(道家) 사상의 대가다. 도가는 노자-장자-열자로 이어지며 스스로를 비워서 넓게 품으라는 게 골자다. 높이 쌓아서 하늘의 뜻(성현의 뜻)에 닿으라는 유가(儒家)와 사유의 방향이 다르다.당대 변론가였던 혜자(惠子)는 장자의 친한 벗이었는데, 혜자가 죽자 장자는 통곡을 하면서도 <장자> 뒤쪽에는 그를 비판하는 글을 적었다. 그 화려한 언변을 세상을 현혹하고 이리저리 줄을 긋는 데 썼다는 것이다. 도가는 선을 그어 피아를 구별하고, 군자와 소인을 가르고, 높고 낮음을 따지는 것을 싫어한다.<장자> 추수 편에는 장자와 혜자가 함께 호수 다리 위를 거닐며 나누는 대화가 나온다. 장자가 호수를 노리는 물고기를 보며 말한다. “작은 물고기들이 물속에서 얼마나 유유히 노니는지요.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겠지요.” 이에 혜자가 말한다. “그대가 물고기가 아닌데 물고기가 즐거운지 어떻게 안단 말이오(子非魚 安知魚之樂).” 이에 장자가 답한다. “나는 그대가 아니니 그대를 이해할 수 없지요. 그대 또한 물고기가 아니니 본래 물고기를 이해할 수 없겠지요….” 혜자가 장자의 말을 이어받는다. “나는 그대가 아니니 그대를 이해할 수 없지요. 그대 또한 물고기가 아니니 본래 물고기를 이해할 수 없겠지요.”이에 장자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리 대화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 봅시다. 그대는 내게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느냐 묻지 않았소. 그 말은

  • 영어 이야기

    최고의 뜻을 강조할 땐 'arch'

    KPop Demon Hunters, an animated musical fantasy film on Netflix, has been a smash for Netflix since its June 20 release, globally. Its OST songs beat real-life K-pop groups.Your Idol, a song by a boy band in the film Saja Boys, claimed the No. 1 spot on Spotify’s Daily Top Songs chart in the US on Friday.This makes them the highest-charting K-pop group in US Spotify history, surpassing Korean boy band sensation BTS, whose song Dynamite peaked at No. 3 during its record-breaking run in 2020.Set in a world where a chart-topping girl group, Huntr/x, defends humanity against Saja Boys, demons in disguise, KPop Demon Hunters follows the dual narrative of the female superstar band and their archenemies, Saja Boys - later revealed to hail from the underworld.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니메이션 뮤지컬 판타지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6월 20일 공개 이후 단 2주 만에 넷플릭스에서 대히트를 치면서 영화에 삽입된 OST 또한 실제 K-팝 그룹들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고 있다.극 중 보이밴드인 사자 보이즈의 곡 ‘Your Idol’은 금요일 미국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차트 1위를 기록하며 미국 스포티파이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K-팝 그룹이 되었다. 이는 2020년 기록적 흥행을 기록하며 3위까지 오른 한국 보이밴드 BTS의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를 넘어선 성과다.이 작품은 음악 차트 정상에 오른 걸그룹 헌트릭스가 인간으로 위장한 악마 집단 사자 보이즈로부터 인류를 지킨다는 세계관을 배경으로, 여성 슈퍼스타 그룹과 그들의 숙적 사자 보이즈의 이중 서사를 따라 전개된다. 이후 사자 보이즈가 지하 세계 출신의 존재임이 밝혀진다.해설가상의 K-팝 아이돌 그룹을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습

  • 영어 이야기

    구불구불 움직이다 'snake along'

    Standing in the rain, lines of people snake along Nanjing Dong Lu, Shanghai’s bustling shopping street, outside a Miniso shop.It wasn’t different at a shop of Pop Mart, the global toy sensation behind the wildly popular Labubu dolls, and at TopToy, another local hotspot for collectible figurines.Pop Mart exclusively sells Labubu dolls -- fuzzy monster characters created by Hong Kong-born artist Kasing Lung.The MZ generation is also captivated by cute figurine characters beyond Labubu. That reflects a shift in their spending habits toward small indulgences.Miniso has recently opened its third Korean store in Gangnam in Seoul, after opening outlets in Daehak-ro in Jongno and Hongdae.The new shop immediately became one of the hottest spots in the area.비 오는 날씨에도 상하이 번화한 쇼핑 거리인 난징동루에 위치한 미니소 매장 앞에는 긴 줄이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다.팝마트(Pop Mart) 매장과 또 다른 인기 피규어 매장인 탑토이(TopToy) 매장 앞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팝마트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라부부 인형으로 잘 알려진 장난감 가게다.팝마트는 홍콩 출신 아티스트 카싱 룽(Kasing Lung)이 만든 보송보송하고 귀여운 괴물 캐릭터인 라부부 인형을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다.MZ 세대는 라부부 외에도 다양한 귀여운 피규어 캐릭터에도 매료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작고 귀여운 물건에 돈을 쓰는 것을 일종의 나를 위한 작은 사치로 여기는 소비 습관의 변화를 반영한다미니소는 종로 대학로와 홍대 앞에 매장을 연 데 이어 최근 서울 강남에 세 번째 매장을 열었다. 새 매장은 단숨에 그 지역의 인기 있는 명소 중 하나가 되었다. 해설 작고 귀여운 인형을 가방에 열쇠고리처럼 달고 다니는 것이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유행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