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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습 길잡이 기타

    수학의 완전성을 증명하기 위한 학자들의 도전

    무엇인가를 정의한다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우리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 언어를 사용해 다른 것을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특정한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다른 단어들로 설명하고 있지 않나요? 한국어로 영어 단어를 설명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납득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국어사전은 어떨까요? 한국어로 한국어 단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 설명 중에 뜻을 모르거나 애매모호한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를 다시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의자’ 같은 일상적인 단어조차 정의하기가 까다롭죠. 일반적으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가구라고 하지만, 가구의 정의에는 ‘실내에서 쓴다’는 설명이 있기에 “그럼 벤치는 의자가 아니냐?”라는 반례를 들 수 있죠. 혹은 앉을 수 있기만 하면 의자라고 한다면 산 중턱에 적당히 놓여있는 바위도 의자가 될 것입니다.학자들에게 이러한 문제는 매력적인 주제였습니다. 철학자, 언어학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이러한 ‘정의 내림’에 대해 그들 나름의 해석과 이론을 정리하기 바빴습니다. 수학자들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경입니다.수학자들의 관심은 명확했습니다. 애매모호하고 논쟁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단어나 표현을 완전히 몰아내는 동시에 어느 것 하나 “원래 그런 거야”라거나 “이건 어쩔 수 없지”라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즉 완벽한 무모순의 논리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기원전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에우클레이데스)의 원론이 그 시작입니다.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의 저술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危若朝露 (위약조로)

    ▶한자풀이  危: 위태할 위    若: 같을 약    朝: 아침 조    露: 이슬 로위태롭기가 아침 이슬 같다는 뜻으로곧 사라질 수 있는 아주 위급한 상황 -<사기(史記)>중국 전한(前漢) 시대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 ‘상군열전’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상앙이 진나라 재상으로 있은 지 10년이 지났을 무렵, 철저히 법에 따른 개혁정치가 시행되자 종실과 귀족 중에 그를 원망하는 사람이 많았다. 어느 날 상앙이 진나라의 현명한 선비 조량(趙良)에게 교류를 청하자, 조량은 “어울리는 자리가 아닌데 차지하는 것을 탐위(貪位)라 한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상앙은 오랑캐 풍습처럼 아비와 아들이 구별도 없이 살던 나라를 개혁해 남녀를 구별하게 하고 큰 궁궐을 짓고 살게 되지 않았냐며 자신의 진재상 역할과 오고대부의 현명함 중 어느 쪽이 나은지 물었다. 이에 조량이 답했다.“오고대부 백리해(百里奚)는 형(荊) 땅의 비천한 사람이었습니다. 진목공이 그를 데려와 재상을 맡기니, 6, 7년 만에 동쪽으로는 정(鄭)나라를 정벌하고 초(楚)나라의 재난도 구제했습니다. 나라 안에 가르침을 베푸니 먼 곳에서 조공이 오고 제후에게 덕을 베푸니 주변 오랑캐가 복속했지만, 그는 진나라 재상이 되어서도 수레에 앉지 않고 더워도 장막을 펴서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죽자 진나라 남녀 모두가 눈물을 흘렸고,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군께서는 진나라 재상으로 백성을 위해 일하지 않고 궁궐만 크게 지었으니 공이라 할 수 없습니다. 군께서 외출할 때에는 수레 10여 대와 무장한 병사들이 뒤따릅니다. <서경>에 이르기를 ‘덕을

  • 학습 길잡이 기타

    복잡한 경제·과학 단순하게 풀어내는 마력 있어

    “수학은 누가 만들었어요?” “도대체 이 공식은 누가 만든 거예요?” “방정식은 왜 만들었어요?”필자가 많이 듣는 질문이다. 사실 이 질문은 그나마 수학에 관심이 있고, 어느 정도 수학적 기술을 익힌 사람들이 한다. 방정식은 풀 수 있지만 풀기 싫어 하거나, 방정식을 푸는 능력으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경우다.수학은 다른 학문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다 생긴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 봐도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명은 고대부터 수학적인 개념과 방정식을 발전시켜왔다. 바빌로니아 문명은 기원전 2000년경, 토지 면적을 계산하거나 건축에 필요한 자재의 양을 예측하는 등의 문제에 방정식을 적용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원둘레의 길이를 재고 그 반지름을 찾기 위해 방정식을 사용했다. 피타고라스 정리는 직각삼각형에서 변의 길이 사이 관계를 나타내는 방정식으로 표현했다. 두 변의 길이로 삼각형을 형성하는 경우에 대한 방정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수학을 천시했다는 조선시대에도 수학적 개념과 방정식을 문제 해결에 적용했다. 예를 들어, 천문학적 현상을 예측하는 데에는 천체의 위치와 이동에 관한 방정식을 사용했고, 토지 측량에서는 땅의 면적과 경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이처럼 방정식은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널리 사용되었다.현대사회에서는 수학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경제 분야를 살펴보자. 지니계수, GDP, 앵겔지수 등의 용어는 여러분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최근에는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여러 가지 지수가 주목받고 있다. 그중 RIR(Rent to Income Ratio)은 월 소득 대비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입춘'에 새겨야 할 우리말들

    계절은 여전히 한겨울 추위지만 절기상으론 어느새 입춘(立春, 2월 4일)을 앞두고 있다. 입춘은 보통 설을 전후로 든다. ‘설’이나 ‘설날’은 아주 흔한 일상의 말이지만, 의외로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설은 음력으로 해가 바뀌는 첫날을 가리킨다. 그것을 ‘정월 초하룻날’이라고 한다. 설(또는 설날)은 그날을 명절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설이니 정월이니 하는 말을 쓰는 것은 그 자체로 ‘음력’을 얘기한다는 뜻이다.2023년은 쌍춘년 … ‘재봉춘’도 기억을‘입춘’은 24절기의 첫 번째로, 봄의 시작을 나타낸다. 24절기는 양력을 기준으로 날짜를 잡지만, 설이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말이라 종종 절기도 음력인 줄 오해받는다. 하지만 ‘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한 해를 24개로 나눈, 계절의 표준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양력으로 따지며,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매년 여름께 이듬해 절기를 정해 날짜를 발표한다.올해 입춘은 설날인 2월 10일(이날이 음력으로 2024년 1월 1일이다)을 엿새 앞둔 2월 4일(음력 2023년 12월 25일)이다. 음력으로는 아직 2023년이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입춘은 원래 2023년 설 직후인 2월 4일에 있었다. 그러니 해가 바뀌기 전에 다시 입춘이 든 것이다. 이렇게 한 해에 입춘이 두 번 드는 까닭은 지난해 윤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 달이란 기간이 더해지다 보니 다음 해 설이 돌아오기 전에 입춘이 또 드는 것이다. 이런 해는 여름이 더 길게 느껴진다. 기상청에서 얼마 전 발표한 것처럼 작년에 한반도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덥기도 했지만, 심리적으로도 유난히 무덥게 느껴진 것은 그

  • 영어 이야기

    순풍은 'tailwind', 역풍은 'headwind'

    South Korean wind power companies such as SK oceanplant Co., HD Hyundai Electric Co. and CS Wind Corp. are expected to get a tailwind from Taiwan’s ambitious renewable energy policy, after the island nation’s President-elect Lai Ching-te takes office.Lai, the current Taiwanese vice president, was elected as the country’s new president, marking the ruling Democratic Progressive Party’s third consecutive presidential win. During his campaign, Lai proposed the most ambitious energy transition strategy among the four major candidates. He suggested that the share of renewables rise to 30% of the country’s energy mix by 2030 and to 60~70% by 2050.The country has announced plans to build offshore wind power facilities to generate a total of 15 gigawatts (GW) of electricity from 2026 to 2035, or 1.5GW per year. One gigawatt is enough to power 2.8 million households a year.SK오션플랜트, HD현대일렉트릭, 씨에스윈드 등 한국 풍력발전 업체들이 대만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 취임 후 대만의 야심 찬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현 부총통이 새 총통으로 당선됨으로써 대만은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세 번 연속 대선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라이칭더는 4명의 대통령 후보 중 가장 야심 찬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제안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30%, 2050년까지 60~70%로 각각 늘리겠다고 제안했다.대만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총 15기가와트(GW), 연간으로는 1.5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해상풍력 발전설비를 건설할 예정이다. 1GW는 연간 28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의 전력량이다.해설최근 대만 대선에서 집권 여당인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대만이 추진해온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문제 해결 방안 찾으려면 '문제'부터 정의해야

    지난 시간에 고려대학교 논술전형 소개와 함께 제시한 고려대학교 모의 논술 1번 문제, 다들 풀어보셨나요? 간단한 해설과 함께 학교 측 답안을 살펴보고, 두 번째 문제도 제공해보겠습니다. 2023년에 실시한 고려대학교 모의 논술은 80분 동안 1400자 내외의 분량을 작성해야 했습니다. 두 문제, 각각 700자 내외였지요. 제시문은 총 3500자 정도에 자료 4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중 첫 번째 문제로 지난 시간에 제공한 요구사항은 문제의 해결 방안 제시였습니다.【문제 1】 제시문 ① ~⑤ 가운데 셋을 선택해 그것을 근거로 아래 ⑥의 그림이 공통적으로 나타내는 사회적 문제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시오. (50점, 답안지 앞면에 700자±50자로 작성) ‘사회적 문제의 해결 방안’이라고 한다면 먼저 (1) 사회적 문제가 무엇인지 자료를 통해 정의해야겠지요? 다음으로는 (2) 문제의 해결을 위해 앞뒤 관계를 따져봐야 합니다. 즉 논술 문제 풀이에 있어서 먼저 (1) 정의와 의미, 전제를 곱씹어보고 (2) 논리적으로 앞뒤 관계를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⑥의 그림이 나타내는 사회적 문제는 사회 불평등이었습니다. 첫 번째 그림과 두 번째 그림에서 부모 세대의 경제적 수준이 자녀 세대에 직간접적으로 재생산되는 문제를 보여주고 있었다면, 세 번째 그림과 네 번째 그림은 지역 간 경제 수준 편차, 그리고 계층이동의 가능성(유리 천장)이 낮은 한국 사회를 보여준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종합하면 경제 수준, 지역, 성별 등 다각도에서 나타나는 사회 불평등의 수준을 현 한국 사회의 사회적 문제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이제 ‘해결 방안’으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제시문 중 일부를 선택

  • 영어 이야기

    유행하거나 인기를 끌 땐 'catch on'

    Samsung Electronics will premiere the next-generation flagship smartphone model Galaxy S24 at a Galaxy Unpacked event in Silicon Valley next week.The new model is said to be equipped with on-device AI, a technology that’s fast catching on in the tech world around the globe.“With the release of the Galaxy S24, we intend to shake up the global mobile market dominated by Apple and Google,” said a senior Samsung executive.This technology enables customized and personalized AI functions on smart gadgets such as smartphones, laptops and even in autonomous driving cars without internet connectivity. It will be the next ‘game-changer’ in the information technology sector.Samsung Electronics has already registered its AI phone trademark with the European Union Intellectual Property Office and the UK Intellectual Property Office.다음 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를 선보일 예정이다.갤럭시 S24는 전 세계에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는 기술인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전자 고위 임원은 “갤럭시 S24 출시를 계기로 애플과 구글이 지배하고 있는 글로벌 모바일 시장 판도를 뒤흔들어보겠다”고 말했다.온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스마트 기기는 물론 자율주행차에서도 인터넷 연결 없이 개인 맞춤형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차세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삼성전자는 이미 유럽연합 지식재산청과 영국 지식재산청에 AI폰과 관련한 상표 등록을 마쳤다.해설챗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도 탑재돼 인터넷 연결 없이도 스마트폰을 통해 맞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대우탄금 對牛彈琴

    ▶한자풀이對: 대할 대牛: 소 우彈: 퉁길 탄琴: 거문고 금소에게 거문고를 들려준다는 말로어리석은 사람은 참된 도리도 이해하지 못함-<홍명집(弘明集)>후한 말 불경에 밝은 모융(牟融)이라는 학자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불경을 배우려고 그를 찾아왔는데, 그는 찾아온 사람이 유학자면 불경을 설명하면서 늘 유학의 경서를 인용했다. 그 이유를 묻자, 모융은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들은 불경을 읽은 일이 별로 없을 것이오. 그래서 나는 당신들이 잘 아는 유교 경전을 인용하는 것이라오.”그러면서 모융은 송(宋)나라 때 목암(睦庵)이 지은 선집 <조정사원(祖庭事苑)>에 나오는 공명의(公明儀)의 일화를 들려주었다.“옛날 노(魯)나라에 공명의라고 하는 어진 사람이 있었지요. 하루는 애쓰며 일하는 소를 보고 고마움을 느껴 거문고를 켜주었다오. 그런데 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풀만 뜯고 있었다지요. 그가 가만히 생각하니 이건 소가 듣지 못한 것이 아니라 청각(淸角)이라는 고상한 곡조가 소 귀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구나 싶더랍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모기와 등애의 울음소리, 젖을 먹고 있는 송아지 울음소리를 흉내 냈답니다. 그러자 소는 발굽 소리를 내며 꼬리를 흔들기도 하고, 귀를 세운 채 거문고 소리를 다소곳이 들었답니다. 그 소리가 소의 마음에 맞았기 때문이지요. 공명의의 이 이야기는 바로 내가 당신들에게 유교 경전을 인용해 불경을 설명하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소?”중국 양(梁)나라 때의 승려 우(祐)가 편찬한 <홍명집(弘明集)> 이혹론(理惑論)에 나오는 이야기다.여기서 유래한 대우탄금(對牛彈琴)은 ‘소에게 거문고를 들려준다’는 말로, 어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