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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伐齊爲名 (벌제위명)

    ▶한자풀이伐: 칠 벌齊: 엄숙할 제爲: 할 위名: 이름 명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딴짓함명분은 그럴듯해도 실속이 없음도 비유- <사기(史記)>전국시대 연나라의 장수 악의(樂毅)가 제나라를 공격했다. 지략이 뛰어난 제나라 장군 전단(田單)이 이간계를 썼다.“악의가 제나라를 정벌한 후에는 제나라의 왕이 되려고 한다.”연왕(燕王)이 전단의 반간(反間, 이간질)에 넘어가 제나라 정벌을 멈추게 하고 악의를 연나라로 불러들였다. 군주가 귀가 얇고 의심이 많으면 이간질에 쉽게 넘어가는 법이다. 전단은 악의에게도 “연왕이 당신을 의심하고 있다”고 이간질했다. 악의가 물러난 뒤에는 또 다른 계책으로 연나라 군사들을 혼란에 빠뜨려 빼앗긴 성들을 모두 회복했다. <사기> 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여기서 유래한 벌제위명(伐齊爲名)은 겉으로는 무언가를 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딴생각을 품거나 딴짓을 하는 것을 이른다. 제나라를 정벌하면서(伐齊) 명분만 있을 뿐(爲名), 사실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명분은 그럴듯하게 내세우나 실속이 없음을 비유하기도 한다. 명(名)은 일을 도모할 때 앞세우는 구실이나 이유다. 명분(名分)의 줄임말인 셈이다.겉과 속이 다르다는 표리부동(表裏不同),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 속으로는 등을 돌린다는 면종복배(面從腹背), 입에는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는 구밀복검(口蜜腹劍), 겉으로는 명령을 받드는 체하면서 물러가서는 배반한다는 양봉음위(陽奉陰違)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뜻이 비슷하다. 안팎이 같다는 표리일체(表裏一體)와는 뜻이 반대다.공자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에 따르면'은 어떻게 상투어가 됐나

    “야권발 가짜 뉴스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가 투표를 한 ○○○ 의원이 의총장을 뚫고 나오느라 옷이 찢어졌다고 했다.” “사측에 따르면,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올해 중랑천 일대 메타세쿼이아길 조성 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해 동대문구의 탄소중립 실천과 녹색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군더더기로 쓰일 때 많아 조심해야문장 첫머리에 나오는 ‘~에 따르면’은 자칫 군더더기로 쓰일 때가 많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글쓰기에서 문장 구성상의 중복 표현은 거의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쓰는 이나 읽는 이나 무심코, 습관적으로 붙이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투적 오류’라고 한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없어도 되는, 아니 없으면 표현이 더 간결해지고 글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당연히 문장에도 힘이 붙는다. 대표적인 게 ‘~에 따르면’이다.예문에서도 불필요한 덧붙임이란 게 드러난다. 가짜 뉴스를 주체로 삼아 ‘가짜 뉴스에 따르면’이라고 한 표현은 어색하다. 바로 주절을 쓰고, 그것이 야권발 가짜 뉴스라는 점을 풀어주면 된다. ‘사측에 따르면’ 역시 이미 드러난 사실을 전달하는 문맥에서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삭제하고 나면 문장이 더 간결하다.‘~에 따르면’ 용법을 온전히 알려면 동사 ‘따르다’가 연결어미 ‘-면’으로 활용한 꼴을 살펴야 한다. 조사 ‘-에’와 결합하는 ‘따르다’는 통상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어떤 일이 다른 일과 더불어 일어나다’의 뜻이다. “증시가 회복됨에 따라 경제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같은 문장에 쓰

  • 영어 이야기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 'goldilocks'

    Analysts say expectations for stronger performances, not just from chipmakers but by automakers, chemical makers and shipbuilders will drive the stock market higher, creating a Goldilocks environment for investors.A Goldilocks market is one performing well enough to avoid losses and even provide a solid return for investors, but not so well that it creates a bubble.According to market tracker FnGuide, the combined operating profit estimate of 276 listed companies for 2021 is 180.2 trillion won, up 38% from this year and above their all-time high profit of 177.5 trillion won in 2018.Chipmakers, which have led the local market’s gains, will be joined by petrochemical makers, including LG Chem, Kumho Petrochemical and Lotte Chemical. Analysts expect chemical makers’ combined operating profit to reach a record 8.5 trillion won in 2021.분석가들은 반도체 회사뿐 아니라 자동차, 화학, 조선업체 등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주식 시장을 끌어올려 투자자에게 골디락스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한다.골디락스 시장이란 손실을 피하고 투자자에게 견고한 수익을 제공할 만큼 좋은 성과를 보이지만, 버블을 형성할 만큼 과열되지 않은 시장을 말한다.시장조사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76개 상장사의 2021년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올해보다 38% 증가한 180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인 2018년의 177조5000억보다 높다.국내 주식시장 성장을 이끈 반도체 회사 외에도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회사들도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분석가들은 화학회사들의 합산 영업이익이 2021년에 사상 최대인 8조5000억 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해설‘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라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으시죠? 영국 전래동화로 금발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혼외자'가 소환한 차별어 논란

    지난달 배우 정우성 씨의 ‘비혼 출산’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여러 시비를 불러왔다. ‘차별어 논란’도 그중 하나다. 한 전직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정우성 씨의 아이를 언급하며 ‘혼외자’라고 부르지 말자고 지적한 게 발단이 됐다. ‘혼외자’는 차별적 용어이므로 아이를 중심에 두고 ‘아들’이라고 부르자는 게 요지다. 혼외자니 혼중자니 하는 말은 법률용어다. 민법에서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태어난 아이를 ‘혼인외의 출생자’(혼외자)와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로 구분한다.주체에 따라 ‘저출산-저출생’ 구별돼이 논란의 핵심은 언어의 ‘관점(point of view)’이다. 누구의 관점에서 말하는가? 모든 언어에서 이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가령 국가 존폐의 위기라고 지적하는 우리나라의 ‘저출생’ 또는 ‘저출산’ 문제에도 이 관점이 담겨 있다. ‘출산율’을 차별어로 주장하는 근거는 그 개념이 여성을 주체로 하기 때문이다. 산(産)이 ‘낳을 산’ 자다. 그러니 ‘저출산’은 아이를 낳는 여성에 중점을 둔 말이고, ‘저출생’은 태어나는 아이에게 초점을 맞춘 말이다.‘저출산’이라고 할 때, 출산의 주체가 여성이라 마치 저출산이 여성 탓이라는 불필요한 오해 또는 왜곡된 과잉 해석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여성계에서 있었다. 좀 더 중립적 표현인 ‘출생률’ ‘저출생’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전에 저출산으로 써오던 말이 근래 저출생으로 바뀌어가는 데는 그런 배경이 있다. 다만 저출산과 저출생은 엄연히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鹽車之憾 (염거지감)

    ▶한자풀이鹽: 소금 염  車: 수레 거  之: 어조사 지  憾: 서운할 감소금 수레에 대한 서운함이라는 뜻으로등용되지 못한 인재의 처지를 안타까워함 -<전국책><전국책>은 전한시대 유향이 전국시대 전략가들의 책략을 편집한 책이다. ‘초책(楚策)’ 편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늙은 천리마가 소금 수레를 끌고 태항산(太行山)을 올라가게 되면 발굽은 무력하고 무릎은 꺾이며, 꼬리는 처지고 살갗은 문드러지며, 침을 땅에 질질 흘리고 땀을 온몸에 줄줄 흘리면서 겨우겨우 끌다가 산 중턱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 백락(伯樂)이 이 모습을 보게 되면 곧장 수레에서 뛰어내려 그 말을 부여잡고 통곡하면서 자기 옷을 벗어서 말을 덮어줄 것이다.”백락은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손양(孫陽)이라는 사람인데, 말을 알아보는 재능이 특출했다. 백락이 한번 돌아보면 말값이 치솟는다는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고사성어와 연관된 인물이다. 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그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능력을 펼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염거지감(鹽車之憾)은 ‘소금 수레에 대한 서운함’이라는 뜻으로, 능력 있는 인재가 때를 만나지 못하거나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르는 말이다.같은 고사에서 유래하는 기복염거(驥服鹽車)도 뜻이 비슷하다. 천리마가 소금을 실은 수레를 끈다는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비천한 일을 맡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기복염차로도 쓴다. 때를 잘못 만난 것을 탄식한다는 불우지탄(不遇之歎)도 뜻이 같다. 재대난용(材大難用)은 재목이 너무 크면 쓰이기 어렵다는 말로, 이 역시 재주 있

  • 학습 길잡이 기타

    기하학적 성질을 논리적 구조로 만든 최초 수학체계

    수학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유클리드(Euclid) 혹은 에우클레이데스라는 이름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모든 형태의 기하학이 유클리드기하학이기도 하고,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 중 유클리드가 제시한 방법을 교과서를 통해 배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유클리드기하학이란 유클리드가 구축한 수학 체계로, 알려져 있던 기하학적 성질을 논리적 구조로 만들어낸 최초의 수학 체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제 생각에 유클리드기하학의 가장 큰 매력이자 힘은 바로 ‘가정의 최소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질구질한 설명과 없어도 되는 부가적 요소를 모두 없애고 단순하고 명확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죠.예를 들어봅시다. 이등변삼각형이란 무엇일까요? 세 변의 길이 중 두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을 말합니다. 그런데 모든 이등변삼각형은 두 밑각의 크기가 같습니다. 이는 어떻게 그리더라도 항상 성립하는 사실입니다.이때 수학은 “두 변의 길이가 같다”와 “두 밑각의 크기가 같다”는 두 가지 사실을 두고 “원래 이등변삼각형은 그런 거야”라는 식의 접근을 최대한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새로운 사실이 나올 때마다 땜질하듯 덧붙이다가는 모순이 생기기 쉽고 예외인 경우가 넘쳐나 논리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죠.“두 밑각의 크기가 같다”는 사실은 “두 변의 길이가 같다”는 사실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후자에서 시작해서 전자의 사실을 논증을 통해 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두 변의 길이가 같다”는 사실만 있으면 나머지는 따라오는 것이기에, 이 사실만 서로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주요 상위대 '미적분, 기하, 확·통' 출제…약식 논술 확대

     논술전형 1만2559명 … 국민대 논술 신설현 고2가 치르게 되는 2026학년도 논술전형에서는 전체 42개 대학에서 1만2559명을 선발해 이 중 자연계열은 전년도보다 105명 증가한 4590명(약술형 제외)을 선발한다. 가천대와 올해 신설되는 강남대를 포함해 약술형 논술로 선발하는 대학은 모두 13개 대학으로 총 3501명을 선발한다(표 참고).논술전형 선발 인원 추이를 보면 주요 대학의 경우 현행 논술 선발 인원을 유지하거나 소폭 감소하는 가운데 국민대가 논술을, 강남대가 약술형 논술을 신설하는 등 전체적으로 논술 선발 인원이 소폭 상승 흐름을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를 주요 대학 기준으로 보면 전체 모집 정원의 10~15%를 논술로 선발하고 있으며 이는 학생부교과 전형 선발 인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학별 수리논술 변경 사항 숙지해야2026학년도 수리논술에 도전하는 수험생이 알아야 할 주요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참고) 주요 대학 미적분·기하 출제주요 상위 대학에서 대부분 미적분과 함께 기하, 확률과통계에서 출제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학습 계획과 실행이 꼭 필요하다. 기하, 확률과통계의 출제 난도는 높지 않은 편이나 수능 준비를 미적분 위주로 해온 학생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꺼번에 몰아서 학습하기보다 단원별로 학습 계획을 세워 꾸준히 적응해나가는 것이 좋다. 연간 계획 맞춰 수리논술 기초 탄탄하게상반기에는 수리논술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차분하게 공통과목을 중심으로 서술형 또는 증명형 문제 풀이 방식의 학습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주요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특히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기하,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징전비후 (懲前毖後)

    ▶한자풀이懲: 징계할 징前: 앞 전毖: 삼갈 비後: 뒤 후지난 날을 징계하여 뒷날을 삼가다이전 잘못을 교훈 삼아 앞날을 조심하다          - <시경><시경(詩經)>은 공자가 춘추시대 민요를 중심으로 엮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이다. <시경> 주송 편에 실린 ‘소비(小毖)’라는 시는 “내 지난 일을 징계하여 후환을 삼가리라(予其懲而毖後患)”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이는 주나라 성왕의 고사에서 비롯한 말이다.성왕은 주나라 무왕(武王)의 아들로, 무왕을 이어 즉위했을 때 아직 나이가 어렸으므로 숙부인 주공(周公)이 섭정을 했다. 주공의 형제인 관숙과 채숙은 주왕(紂王)의 아들인 무경(武庚)과 결탁해 주공이 왕위를 찬탈하려 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어린 성왕이 차츰 그 말을 믿어 주공을 의심하게 되었으므로, 주공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성왕의 곁을 떠났다. 주공이 사라지자 관숙과 채숙은 물 만난 고기처럼 반란을 꾀했다.성왕은 그제야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고 급히 주공을 불러들였다. 주공이 돌아와 반란을 진압하고 관숙과 채숙 등을 징벌했으며, 다시 섭정하다가 성왕이 장성하자 물러났다. 나중에 성왕은 이 일을 깊이 반성하며 여러 신하 앞에서 말했다.“내 지난일을 징계해 후환을 삼가리라(懲前毖後).”여기서 유래한 징전비후(懲前毖後)는 지난날의 과오를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을 이른다. 조선 시대 재상 류성룡(柳成龍)은 임진왜란을 겪고 나서 후세에 끔찍한 전화(戰禍)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기 위해 <징비록(懲毖錄)>을 지었는데, 이 고사에서 제목을 따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