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불효자 방지법'에서 엿보는 우리말의 그늘
“부모님 건강히 살아 계시는데 제사상을 준비하는 호래자식하고 똑같다.” 탄핵 정국 와중에 한 유명 인사 입에서 튀어나온 ‘호래자식’이 한동안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이는 ‘배운 데 없이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사전 풀이로 보면 욕은 아니지만 좋은 말도 아니다. 게다가 그 형태도 호래자식, 호로자식, 후레자식, 호노자식 등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이 말의 정체는 무엇일까? 유래를 살펴보면 우리말의 속살이자 그늘을 엿볼 수 있다.후레자식은 ‘홀의 자식’이 변한 말2018년 국회에 발의된 특이한 법안 가운데 ‘불효자 방지법’이란 게 있었다. 자녀가 부모한테서 재산을 상속받고도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부모를 학대하는 패륜 행위를 할 경우 증여 재산을 반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을 따로 제정하는 것은 아니고 민법의 관련 조항을 바꾼 개정안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효를 강제한다는 반론에 부닥쳐 아직 법으로 제정되지는 않았다.이 법안은 원래 ‘호로자식 방지법’이란 더 희한한 명칭으로 불렸다. 개정안을 발의한 민◇◇ 국회의원이 처음 제안한 2015년에 관련 정책 토론회를 열면서 쓴 용어가 통용됐다. ‘호로자식’이라는 어감이 너무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명칭을 ‘불효자 방지법’으로 바꿨다. 일명 ‘불효자 먹튀 방지법’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역시 독특하기는 마찬가지다.하지만 국어사전에 ‘호로자식’이란 말은 없다. 단어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후레자식(후레아들)’, ‘호래자식(호래아들)’만 허용했다. &lsqu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急難之朋 (급난지붕)
▶한자풀이急: 급할 급 難: 어지러울 난 之: 갈 지 朋: 벗 붕위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힘이 되어주는 참된 친구를 이름 - <명심보감><명심보감(明心寶鑑)>은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 대제학 등을 지낸 노당(露堂) 추적(秋適, 1246~1317)이 편저한 어린이들의 인격 수양을 위한 한문 교양서다. 사서삼경을 비롯해 공자가어, 소학, 근사록, 성언잡언 등 유교 경전과 유학자들의 저술을 중심으로 여러 고전에서 금언과 명구를 발췌해 주제별로 엮은 책이다. 상하 2권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명심보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술과 밥 먹을 때 형님 동생은 천 명이나 있지만, 위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 ‘웃을 때는 여럿이 웃어도 울 때는 혼자 운다’는 말과 뜻이 오롯이 이어진다.여기서 유래한 급난지붕(急難之朋)은 위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힘이 되어주는 참된 친구를 이른다. 막역지우(莫逆之友)는 서로 거스름이 없는 친구라는 뜻으로, 허물없는 사이를 의미한다. 이는 <장자> 내편에 나오는 “네 사람이 서로 보며 웃고 마음에 거슬리는 게 없어서 마침내 서로 벗이 되었다”는 구절에서 유래한다.정호승 시인은 “친구는 한 명이면 족하다. 두 명은 너무 많고 셋은 불가능하다”라고 했는데, 살면서 참된 친구 하나를 얻는 게 얼마나 귀하고 힘든 일인지를 시로 잘 표현하고 있다.지나치게 재물을 탐하면, 작은 이익을 마음이 자꾸 기웃대면, 생각이 고집으로 굳어지면 자칫 친구를 잃기 쉽다. <채근담>에는 “명아주 먹고 비름으로 배를 채우는 가난한 사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從容有常 (종용유상)
▶한자풀이從: 따를 종 容: 얼굴 용 有: 있을 유 常: 항상 상얼굴색과 행동에 변함이 없다군자의 몸가짐을 비유하는 말 -<예기(禮記)>從容有常공자는 “얼굴색을 꾸미고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는 사람은 인(仁)이 적다고 했다. 예로부터 이상적인 인간상을 군자(君子)라고 했는데, 이를 강조하고 몸소 실천하려고 애쓴 사람이 공자다. 군자는 최고의 인격과 선을 갖춘 사람이다. 군자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감정의 변화를 얼굴에 쉽게 드러내면 안 된다. 공자는 얼굴은 곧 인격을 나타내는 것이고, 변하지 않는 얼굴색을 지니는 게 군자의 미덕이라고 했다.떠들지 않고 소리 없이 얌전한 것을 두고 조용하다고 하는데, 여기서 조용은 한자 ‘종용(從容)’에서 온 것이다. 말 그대로 얼굴을 따른다는 뜻이다. 마음과 얼굴빛이 따로인 경우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이 된다. 얼굴로는 반기고 말로는 친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해칠 생각을 품고 있는 구밀복검(口蜜腹劍)도 표리부동과 뜻이 이어진다.‘유상(有常)’은 군자로서 변하지 않는 상도(常道)를 말한다. 작은 일로 처신이나 말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늘 중심이 있음을 이른다. 두 말을 합한 종용유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얼굴색이나 행동거지가 변하지 않으며, 자신의 소신대로 정도(正道)를 걷는 것을 의미한다. 공자는 <예기(禮記)> 치의 편에서 종용유상을 통치자의 바른 자세라고 했다. 백성을 다스리는 자의 행동거지는 항상 조용하면서 법도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종용유상의 몸가짐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백성은 그의 덕에 감화되어 불변의 충성심을 보인다고 했다.<시경(詩經)>에도 도읍의
-
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수리논술 주력 대학…수능최저, 선택과목 챙겨야
이들 대학은 모두 적정 수준의 수능 최저와 전 과목 출제 범위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미적분과 함께 기하 및 확률과통계 등의 선택과목을 모두 학습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반면에 문제 난이도는 평이한 수준이어서 수학 2등급대 학생이라면 충분히 대비가 가능한 대학들이다. 일반적으로 수리논술은 합격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소위 ‘로또 전형’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그와 달리 이들 대학은 개별 학생의 역량을 바탕으로 합격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대학군에 속한다. 따라서 이들 대학 중 2~3곳을 주력 대학으로 선택하고 이것을 기준으로 상향 1~2곳과 하향 1~2곳을 추가해 수리논술 원서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논술 전략이라 할 수 있다. ◆ 이화·경희·건국·동국·홍익 ◆ 수리논술 대비전략1. 수능최저기준 충족여부 및 선택과목 이수가 합격의 결정적 역할- 수능최저 충족 및 선택과목 이수한 경우 수학 2등급이면 합격가능성 있음2. 미적분과 선택과목(기하/확률과 통계) 모두 고르게 학습해야3. 문제 난이도는 높지 않은만큼 모든 문항을 고르게 푸는 것이 합격의 관건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방황하는 말 '가품', 선택받은 말 '짝퉁'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품’ 논란이 패션·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작년 12월 국내 패션 플랫폼 1위 업체인 무신사에서 패딩 혼용률이 허위로 기재된 사실이 알려졌다. 올해 초엔 국내 1위 이커머스 쿠팡에서 ‘짝퉁’ 영양제 사건이 터졌다. 이들 업체는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한 ‘정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무신사 등은 입점 브랜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롯데온, SSG닷컴,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 이커머스사도 ‘위조품’으로 판명되면 대금 정산을 보류하는 ‘정책’을 펴기로 했다. 100년 역사 ‘가품’은 사전에 없어유통가에 ‘짝퉁’ 시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 관심은 이들 논란을 전하는 저널리즘 언어에 있다. 우리말의 의미·용법과 관련해 주목할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품’ ‘짝퉁’ ‘위조품’ 같은 말이 눈에 띈다.‘가품(假品)’이란 말이 요즘 많이 쓰인다. ‘거짓 가(假)’ 자를 썼으니 가짜 상품이란 뜻일 것이다. 하지만 국어사전에는 보이지 않는다. 단어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진품(眞品)’은 말 그대로 ‘진짜인 물품’을 가리킨다. ‘정품(正品)’이란 말도 쓴다. 진짜거나 온전한 물품이란 뜻이다. 이들은 사전에 올라 있다. ‘거짓 가(假)’를 쓴 ‘가품’이 ‘참 진(眞)’ 자를 쓴 진품에 상대하는 말이니 그럴듯한데, 아쉽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은 다루지 않았다. 그 대신 가짜 물품을 가리키는 말로 ‘모조품’이 있다. 다른 물건을 본떠 만든 물건이란 뜻이다. 그림이면 ‘모사품’
-
학습 길잡이 기타
주파수 '소수'로 배치하면 안정적 데이터 전송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 소수(素數). 이 단순한 정의 속에는 수학의 신비와 미해결된 수많은 문제가 숨어 있다.초등학교에서 배운 소수(小數, decimal)는 분수를 십진법으로 표현하는 것이었지만, 중학교에 올라가 마주한 소수(素數, prime number)는 전혀 다른 세계의 개념처럼 느껴졌다. 숫자 대신 문자가 등장하고, 3.14 대신 ‘파이(π)’를 사용하며, 익숙했던 소수와 완전히 다른 ‘나누어지지 않는 수’를 배우는 순간, 나는 이 새로운 개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그렇다면 소수란 무엇일까?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 그것이 바로 소수다. 하지만 이 단순한 규칙을 따르는 숫자들이 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가질까? “이 소수는 대체 어디에 쓰이는 걸까?” 세상의 모든 것이 실용적인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 나에게, 그리고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지난 칼럼에서 건축물에서 공진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소수 간격을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한 바 있다. 흥미롭게도, 이 개념은 무선통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무선 주파수가 겹치면 서로 다른 신호 간 간섭이 발생해 통신 품질이 저하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수를 기반으로 채널을 할당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소수 간격으로 주파수를 배치하면 특정 신호들이 배수 관계를 이루지 않게 되어, 서로 간섭 없이 안정적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와이파이, 휴대전화 통신, GPS 신호 등에서 필수적인 원리로 작용한다.소수는 지구상의 통신을 안정화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주 신호를 분석하는 데에도 소수가 활용된다. 최근
-
영어 이야기
선두 또는 중심에 있을 땐 'at the forefront'
South Korea’s grocery delivery platform Oasis Corp., which has been looking to expand its e-commerce market at home and abroad, is seeking to buy TMON Inc., which has been placed under court protection. It is now at the forefront to acquire TMON.TMON, Korea’s first-generation e-commerce player famous for its low-price marketing strategy, filed a motion with the Seoul Bankruptcy Court on Tuesday to request the designation of Oasis as its initial bidder.TMON and its sister e-commerce platform WeMakePrice Co. have been in negotiations with multiple potential buyers of their businesses since their business faltered last July due to delayed payments to vendors.They have been under court management since last summer and looking to find a new owner. After it failed to find the right suitor, Oasis has approached them with an offer to buy TMON.국내외 전자상거래 시장 확장을 모색해온 한국의 식품 배달 플랫폼 오아시스가 법정관리 중인 티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현재 티몬 인수 경쟁에서 선두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의 1세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저가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것으로 잘 알려진 티몬은 지난 화요일 서울회생법원에 오아시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티몬과 자매사인 위메프는 지난 7월 공급대금 지연 문제로 경영이 어려워진 여러 잠재적 구매자와 협상을 진행해왔다. 두 회사는 지난해 여름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새로운 인수 희망자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설우리나라 전자상거래(e-commerce) 시장은 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 보급이 확대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파크, 옥션, G마켓 등의 인터넷 쇼핑몰이 생겨나면서 온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落落長松 (낙락장송)
▶한자풀이落: 떨어질 락 落: 떨어질 락 長: 길 장 松: 소나무 송가지가 길게 늘어진 키 큰 소나무지조와 절개가 굳은 사람을 이르는 말 - <세설신어(世說新語)>“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落落長松)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제 독야청정하리라.”조선 시대 단종의 복위를 위해 계유정난을 일으킨 사육신 중 한 명인 성삼문이 사형장으로 갈 때 읊은 시조다.낙락(落落)은 길고 얇은 것이 끊이지 않고 많은 모양, 고고하고 고상함, 출중하고 뛰어남 등의 의미가 있다. 장송(長松), 즉 우뚝 솟은 소나무는 늘 푸른 모습을 띠고 있어 동양 문화에서 예부터 굳은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날씨가 추워지니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까지 푸름을 알겠구나”라고 한 공자의 말도 소나무를 지조에 비유한 것이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도 제자 이상적이 귀양지인 제주도에까지 귀한 책을 가져다준 것에 감동해 그린 그림으로 전해진다.중국 명사들의 일화를 모은 <세설신어(世說新語)>에는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혜강(嵇康)에 대해 “사람됨이 마치 우뚝하게 솟은 외로운 소나무가 홀로 서 있는 것처럼 우뚝하다(嵇叔夜之爲人也 巖巖孤松之獨立)”라고 하여 부패한 권력에 등을 돌리고 곧은 지조를 굽히지 않은 혜강을 소나무에 비유한 예가 있다.낙락(落落)과 장송(長松)이 합쳐진 낙락장송(落落長松)은 가지가 길게 늘어진 키 큰 소나무라는 뜻으로, 지조와 절개가 굳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뇌뢰낙락(磊磊落落)은 마음이 매우 활달해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음을 이르는 사자성어다. 뇌뢰는 큰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