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하다’의 남발은 수많은 토박이말 어휘를 잡아먹어 우리말의 다양함과 풍성함을 해친다. ‘매우, 무척, 아주, 되게, 몹시, 엄청, 무지, 너무, 하도, 사뭇, 퍽, 꽤, 퍽, 제법, 자못, 대단히, 정말, 참, 상당히, 진짜로, 많이…’ 강세 어감을 드러내는 말이 꽤 많다.

다른 하나는 ‘굉장하다’의 남발이 수많은 토박이말 어휘를 잡아먹어 우리말의 다양함과 풍성함을 해친다는 것이다. 우리말에 ‘보통보다 훨씬 더’라는 강세 어감을 드러내는 말이 꽤 많다. ‘매우, 무척, 아주, 되게, 몹시, 엄청, 무지, 너무, 하도, 사뭇, 퍽, 꽤, 제법, 자못, 대단히, 정말, 참, 상당히, 진짜로, 많이….’ 이들은 모두 정도부사로, 영어의 ‘very’에 해당하는 어감을 전달할 수 있다.
정도부사란 수식받는 말의 정도를 한정하는 부사로 강세 어감을 나타낸다. ‘철수는 매우 멋있다’에서 ‘매우’, ‘정상까지 너무 멀다’에서 ‘너무’가 그런 역할을 한다. 글쓰기에서는 이외에도 내용에 따라 ‘기막히다, 놀랍다, 뛰어나다’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해 ‘보통보다 훨씬 더’라는 의미를 드러낼 수 있다. 이들을 섬세하게 구별해 자주 써야 다양한 우리말 용법이 생명력을 갖추고 힘을 받는다. 그것이 우리말을 살리고 언어적 경쟁력도 키우는 지름길이다.‘언어적 자연스러움’ 해쳐선 안 돼요즘 ‘굉장하다’는 개념이 모호한 채 두루뭉술 쓰이는 경우가 많다. ‘넓고 크고 굳세고 씩씩하다’는 뜻을 아무 데나 붙이니 어색한 표현도 늘어난다. “장관이다”란 말이 그중 하나다. ‘장관(壯觀)’은 ‘훌륭하고 장대한 광경’을 뜻한다. ‘굉장하다’라는 표현 속 ‘굳세고 씩씩함’이 살아 있는 말이다. “산 정상에서 본 일몰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같은 문장이 전형적 쓰임새다.
여기서 의미가 확대돼 지금은 “크게 구경거리가 될 만하거나 매우 꼴 보기 좋다는 뜻으로, 남의 행동이나 어떤 상태를 비웃는 말”로도 쓰인다. 이는 ‘꼴불견’을 비아냥대는 표현이다. 그래서 이런 용법을 국어사전에서도 허용해 풀이로 올렸다. 원래 의미에서 확장해 오히려 반대 의미를 강조하는 용법으로 바뀐 말로도 쓰인다고 본 것이다. 모순적 표현을 통해 의미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전에 살펴본 “가관이다” “점입가경이다”와 같은 유형의 용법이다.
하지만 이를 아무 데나 붙이면 글의 흐름이 어색해지니 조심해야 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한 청문회는 참으로 볼 만했다. 재계 총수들이 청문회장에 줄줄이 불려 나와 앉아 있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어쩌다 저들이 저기 나와서 국회의원의 호통에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는 수모를 당하고 있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예전 사건을 회상하면서 언급한 대목인데, 이때의 ‘장관’은 어색하다. 그저 ‘꼴불견’이라든가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한다’거나 ‘볼썽사나운 장면’이라거나 하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