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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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자정'보다 '밤 12시'가 좋아요
“지난 2월 27일 오후 3시 38분(미국 동부 시간 기준). 이란 공격을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종 명령이 미 중부사령부에 하달됐다. … 2월 28일 새벽 1시 15분(이란 시간 오전 9시 45분). 육·해상에서 100대 넘는 미군 항공기가 이란을 향해 일제히 출격했다.” 국내 한 언론이 전한 미국의 대이란 작전 개시 상황도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여기 등장하는 오전·오후·새벽 같은 ‘시간을 나타내는 우리말 표현’이다. 특히 ‘새벽 1시 15분’이란 말의 쓰임새가 어색하다. 새벽은 동틀 무렵…‘새벽 1시’ 어색오전이나 오후, 정오 같은 말은 일상에서 늘 쓰는 어휘다. 이들 말에는 우리말의 과학적 용법이 담겨 있다. 우선 공통으로 들어 있는 ‘오’의 정체는 무엇일까. 한자어 ‘오(午)’는 낮을 가리키는 동시에 십이지에서 일곱째 지지인 말(馬)을 뜻한다. 올해가 ‘병오년(丙午年)’으로 ‘말의 해’라고 하는 것을 떠올리면 알기 쉽다.‘오시(午時)’라고 하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의 시간을 나타내는데, 여기서 낮이라는 뜻이 나왔다. 한자 ‘午(오)’는 원래 절굿공이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절굿공이 같은 막대를 꽂아 한낮임을 알았다는 데서 ‘낮’을 뜻하게 됐다. 여기에 ‘바를 정(正)’ 자를 붙여 정오라고 하면 그 낮의 한가운데, 즉 낮 12시를 말한다. 해가 뜨고 져서 다시 해가 뜨는 동안을 하루로 삼았는데, 해가 떠 있는 동안이 낮이고 해가 진 상태가 밤이다. 그 하루 낮과 밤을 편의상 24시간으로 나눠 낮의 한가운데를 12시로 삼았다. 그렇게 생긴 말이 ‘정오(正午)’다.낮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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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접속어 '이에' 남발하면 글이 어색해져요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올 들어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한국거래소는 6월부터 주식 거래시간을 기존 6시간 30분에서 12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시장 주체인 증권업계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한국거래소에서 거래 시간 연장을 추진하자 시장 참가자 사이에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를 전달하는 예문에는 중간에 어색한 말이 눈에 띈다. ‘이에’가 그것이다. 이 말의 정체는 무엇이기에 이 자리에 쓰였을까. 접속어 줄이면 문장 힘 있고 간결해‘이에’가 독립된 말로 쓰일 때는 ‘이러하여서 곧’ ‘이와 같은 까닭에’라는 뜻이다. 부사로서, 접속어 역할을 한다. 앞에 원인에 해당하는 말이 오고 이를 받아 결과에 해당하는 말이 뒤따를 때 그 사이에서 두 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가령 “우수한 성적을 올렸으므로 이에 상장을 수여한다” 같은 게 그 용법이다.문장 안에 쓰인 ‘이에’에는 형태만 같지, 문법적 기능은 다른 용법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를 정책 기조로 하는 정부가 이에 반하는 ‘가격 통제’라는 과도한 개입 정책을 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때의 ‘이에’는 지시대명사 ‘이’에 격조사 ‘-에’가 붙은 꼴이다. ‘이것에’라는 뜻이다. ‘이’는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대상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다. ‘-에’는 앞말이 지정하여 말하고자 하는 대상의 부사어임을 나타내는 격조사다. ‘이에 관해(관한)’ ‘이에 대해(대한)’ ‘이에 의해(의한)’ ‘이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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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여간 쉽지 않다'는 매우 쉽다는 뜻이죠
“요즘 생활물가가 무섭다. 환율도 급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대외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 강국으로 통하던 한국이 경쟁력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문장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표현상 오류가 있다.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부분을 잘못 썼다.‘여간’은 ‘보통’이란 의미의 한자어‘여간 ~하지 않다’ ‘여간 ~ 아니다’란 문구가 있다. 이 표현은 문장 안에서 늘 서로 짝을 이뤄 쓰인다. 이런 말을 ‘구조어(짝말)’라고 한다. 이들은 서로 앞뒤에 놓여 어떤 의미를 나타내는데, 이때 짝을 이루는 특정한 말이 오지 않고 다른 말이 쓰이면 문장을 어색하게 만든다. 구조어의 결합 방식은 ‘부사어-서술어’ 관계로 나타나는 게 전형적이다. 예컨대, ‘여간 ~ 아니다’를 비롯해 ‘~로 하여금 ~하게 하다’ ‘자칫 ~하기 쉽다(하게 된다)’ ‘얼마나 ~한지(할까)’ 같은 식이다.‘여간 ~ 아니다’ 구성에서는 ‘여간(如干)’이란 말이 어렵다. 얼핏 보기엔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어다. 품사는 부사로, ‘(주로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여) 그 상태가 보통으로 보아 넘길 만한 것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하다’ 접미사를 붙여 ‘여간하다’라고 하면 ‘이만저만하거나 어지간하다’란 뜻이다.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보통에 가까운 것임을 가리킨다. 어떤 특성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내기’와 어울려 ‘여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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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한데'는 있고 '하나·하면'은 없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일찍 가도 좋다. (하나/허나) 내일은 한 시간 일찍 오너라.” “오늘은 내가 바쁘다. (하니/허니) 너 혼자 가거라.” “꾸준히 연습해라. (하면/허면) 어느 순간 실력이 늘어 있을 것이다.” “정말 기쁜 일이다. (한데/헌데) 내 마음은 왜 이리 쓸쓸할까?” 우리말에 발음이나 표기가 헷갈리는 게 많은데, 괄호 안 대립하는 쌍도 그중 하나다. 우선 답부터 말하면 모두 앞에 제시된 말이 맞는 표기다. 하지만 이들을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간)에서 올림말을 찾으면 ‘한데’만 나오고 나머지는 나오지 않는다. ‘한데’만 단어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하나/하니/하면’은 ‘하다’의 활용꼴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하나’ ‘하니’ ‘하면’을 따로 올림말로 처리하지 않았다. 그 대신 동사 ‘하다’의 여러 풀이 가운데 하나로 넣었다. “(문장 앞에서 ‘하나’, ‘하니’, ‘하면’, ‘하여’, ‘해서’ 따위의 꼴로 쓰여) ‘그러나’, ‘그러니’, ‘그러면’, ‘그리하여’, ‘그래서’의 뜻을 나타내는 말.” 즉 독립된 단어가 아니라 동사 ‘하다’의 활용형으로 봤다는 뜻이다.우리말 ‘하다’의 주 기능은 동사다. 이 동사의 기능에는 의미가 조금씩 다른 수십 가지 용법이 있는데, 앞에서 설명한 풀이는 그중 하나다. 그래서 따로 ‘하나’라는 표제어를 두지 않았다. 즉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하나’를 찾으면 따로 올림말이 없다는 뜻이다. ‘하니’와 ‘하면’도 같은 이유로 표제어가 되지 못했다. 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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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북향민'은 '새터민'의 전철 밟을까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취업·창업 등 자립·자활 역량 강화 및 심리상담 등을 통해 …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안착을 지원하고,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탈북민’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 지난해 12월 19일 통일부에서 낸 보도자료 하나가 우리말 용어 사용을 둘러싸고 논란을 일으켰다. 그동안 써오던 ‘탈북민’이란 단어를 바꾸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어 세밑을 하루 앞두고 구체적으로 ‘탈북민’ 대신 ‘북향민(北鄕民)’이란 말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귀순용사·탈북민·새터민’ 용어 변천‘탈북민(脫北民)’이란 글자 그대로 ‘북한을 탈출한 사람’이란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 간)에 올라 있는 정식 단어다. 이 말의 생성·변천 과정을 통해 우리말 변화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어 주목할 만하다. 지금은 ‘탈북민’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이 말의 초기 형태로 ‘귀순용사’를 꼽아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휴전 후 북한 괴뢰군에서 탈출한 의거 귀순용사 가운데 미혼자 60명의 합동결혼식이 오는 27일 국민회당에서 거행된다. (하략)” 1962년 3월 20일 자에서 한 신문이 자유를 찾아 월남한 ‘귀순용사’들의 합동결혼식 소식을 전했다. 이 말은 한국전쟁 이후 쓰이기 시작해 1980년대까지 언론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특히 1983년 미그기를 몰고 온 이웅평 대위의 귀순 사건으로 ‘귀순용사’란 말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했다.‘귀순(歸順)’은 사전에서 “적이었던 사람이 돌아서서 복종하거나 순종함”으로 정의한다. 1957년 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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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병오년 적토마가 온다
병오년(丙午年)의 해가 밝았다. ‘병오년’은 육십갑자의 하나로 ‘붉은 말’의 해라 불린다. ‘병(丙)’이 천간(天干)의 하나로 붉은색을 뜻하고, ‘오(午)’가 지지(地支) 가운데 말(馬)을 나타낸다. 이른바 ‘적마(赤馬)’다. 삼국지의 관우가 탔다는 준마 ‘적토마’를 떠올리면 된다. ‘천간’이란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10개가 있는데, 이를 ‘십간(十干)’이라 부른다. 천간이 하늘을 의미하는 데 비해 지지는 땅을 가리킨다.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십이지로 구성된다. 각각 ‘쥐,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잔나비, 닭, 개, 돼지’로 상징된다. 우리가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각자 갖고 있는 ‘띠’가 그것이다.‘정월’은 음력 1월 … 요즘은 양력에도십간과 십이지, 즉 천간과 지지를 합쳐 ‘간지’라고 한다. 가령 지난해가 ‘을사년’이었고, 올해 ‘병오년’, 내년 ‘정미년’ 식으로 부르는 것을 “간지를 따진다” 또는 “간지를 짚는다”라고 한다. 한때 “간지 난다(느낌 있다, 멋지다)”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그것은 일본어 ‘간지[感(かん)じ]’에서 온 말이고, 천간과 지지를 뜻하는 우리말 ‘간지’를 기억해야 한다.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를 순차적으로 배합한 게 ‘육십갑자’다. 태어난 해에 맞춰 갑자년, 을축년·병인년 식으로 꼽다 보면 60가지가 나오고, 61번째에 다시 갑자년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환갑(還甲)’이라고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한 살을 먹는 전통 방식의 나이(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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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피파'를 통해 본 우리말 세 얼굴
“한국은 6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6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결과 멕시코, 남아공 등과 함께 A조에 속했다. FIFA는 이날 ….”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 리그 상대가 결정됐다.” “피파(FIFA·세계축구연맹)는 … 신설된 ‘피파 평화상(FIFA Peace Prize)’을 트럼프에게 수여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 내년 북중미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 본선 조 추첨 결과가 발표됐다. 각종 언론이 전한 관련 기사에는 우리말에서 외래 고유 명칭을 옮기는 여러 방식이 드러나 주목을 끌었다.‘에프아이에프에이’ 사전에서 버려야‘FIFA’ ‘국제축구연맹’ ‘피파’는 우리말 안에서 동일한 국제기구를 나타내는,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말이다. FIFA는 영문 약어(애크로님)이고, 국제축구연맹은 우리말 번역어, 피파는 영문 약어를 한글로 읽은 명칭이다. 영문 약어 중 피파나 나토(NATO) 등 단어처럼 읽을 수 있는 것을 ‘애크로님(acronym)’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WTO(세계무역기구)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처럼 단어화해 읽을 수 없는 것을 ‘이니셜(initial)’이라고 한다. 이들은 더블유티오, 오이시디 식으로 영문 글자를 하나하나 읽어야 한다.애크로님은 원래 단어처럼 읽는 것인데,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선 ‘FIFA’를 ‘피파’뿐 아니라 영문 글자대로 읽은 ‘에프아이에프에이’도 함께 표제어로 올려놓았다. 이는 ‘피파’가 단독으로 우리말 단어로 자리 잡기엔 아직 언어 세력이 충분치 않다고 보았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사전 편찬자의 개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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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故 이순재 선생이 남긴 우리말 숙제
“부끄러운 연기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다그친 일화가 여럿이다. 대사를 암기할 때 그는 완벽을 목표로 했다. 사전을 펼쳐 들고 ‘정(丁) 씨는 단음으로, 정(鄭) 씨는 장음으로 발음한다’는 그 앞에서 동료들은 혀를 내둘렀다.” ‘국민 배우’ 이순재 선생이 지난달 27일 91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영원한 현역’으로 연기 열정을 불태웠던 그를 소개하는 일화 가운데 한 신문의 ‘정(丁) 씨와 정(鄭) 씨의 발음 구별’ 대목은 유독 눈에 띈다. ‘정(丁)’ 씨는 단음, ‘정(鄭)’ 씨는 장음모국어 화자 중에서도 이를 구분하는 이들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말에서 장음과 단음을 구별하지 않고 쓰는 게 아무렇지도 않게 됐다. 어릴 때는 [눈(目)]과 [눈:(눈)], [밤(夜)]과 [밤:(栗)], [말(馬)]과 [말:(言)]이 단음이냐 장음이냐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는데, 요즘은 그조차도 잘 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표준발음법에서는 모음의 장단을 구별해 발음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다(표준발음법 제6항). 이는 수백 년 동안 국어에서 지켜온 규칙으로, 장단에 따라 뜻이 구별되는 단어 쌍이 있기에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그중에서도 성(姓)씨의 장단음 구별은 특히 어렵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김(金) 씨는 단음이고, 이(李) 씨는 장음이다. 그다음으로 많은 박(朴) 씨를 비롯해 조(曺) 씨는 짧게, 송(宋) 씨와 조(趙) 씨는 길게 발음해야 한다. 한글로는 같아도 임(林) 씨는 단음이고 임(任) 씨는 장음이다.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서는 장음으로 소리 나는 표제어에 대해 발음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