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원유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 영향은 자동차 휘발유 가격에 그치지 않습니다. 쓰레기종량제봉투, 배달·포장 용기 같은 석유화학제품은 물론, 기저귀·통조림 등 생활필수품까지 사재기 현상이 번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전쟁터 한가운데 선 듯합니다.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원유 정제 후 얻는 나프타(naphtha)는 합성수지의 원료로,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병원 필수품인 수액백(輸液 bag)과 의약품 용기 생산도 불가능해집니다. 국민 건강과 생명 보호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죠. 비행기 연료인 항공유 가격도 전쟁 여파로 한 달 새 100% 이상 급등했습니다. 항공사들은 일부 노선 운항을 취소하기 시작했어요. 이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석유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보여줍니다.생글생글은 지난 3월 2일 자(제932호) 커버스토리로 ‘전기(電氣) 국가’를 다뤘습니다. 그동안은 석유의 생산과 유통을 장악한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다면, 앞으로는 전기에너지의 공급 주도권을 쥔 나라가 부상할 것이란 요지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계는 다시 석유 시대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석유 경제는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됐고, 지금 세계는 어떻게 석유로 얽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과연 화석연료에 기반한 세계경제가 새로운 에너지에 길을 내어줄까요?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19~20세기 세계사를 움직인 동력석유 없는 현대인의 삶, 가능할까?현대인은 온종일 석유 경제 속에서 살아갑니다. 아침에 깨어나면서 집어 드는 스마트폰 자체가 석유화학제품 덩어리입니다.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든 케이스, 에폭시수지 원료의 내부 회로기판, 폴리머 필름으로 덮인 화면…. 욕실도 유화 제품으로 가득합니다. 계면활성제 원료의 비누, 나일론으로 만든 칫솔모, 폴리에틸렌 원료의 치약 튜브, 샴푸와 린스 용기 등이 모두 석유에서 나옵니다. 입는 것, 신는 것도 그렇습니다.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 스판덱스 등 석유 기반의 합성섬유는 요즘 의류 원단의 60%를 차지합니다. 신발 밑창의 고무(합성고무), 방수 재킷의 코팅 소재도 모두 석유화학제품입니다.석유는 ‘문명의 뼈대’먹고 마시는 것도 석유와 연관돼 있습니다. 현대 농업에서 비료가 없으면 농사를 짓지 못합니다. 암모니아 합성의 질소비료는 그 원료가 천연가스 또는 석유입니다. 농약과 제초제도 석유화학 원료로 만들어지고 트랙터 등 농기계는 경유로 움직입니다. 식품 포장재는 폴리에틸렌 등이 원료이고, 합성 의약품의 원료도 석유화학 계통에서 나옵니다. 교통과 물류는 두말할 나위 없죠. 전 세계 수송 에너지의 약 90% 이상을 석유가 담당합니다. 석유는 단순한 연료가 아니라 ‘문명의 언어’이자 ‘현대문명의 뼈대’입니다.석유 경제의 황금기와 도전현대 석유산업은 고래기름을 대체할 등유를 확보하는 데에서 시작됐습니다.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고래가 남획되면서 등불을 피울 연료가 모자랐습니다. 1859년 펜실베이니아주 땅을 파고 들어간 시추공이 검은 액체를 쏟아냈는데, 그게 석유였습니다. 이후 펜실베이니아 일대는 ‘오일 러시’의 현장이 됐습니다. 이때 스탠더드오일을 설립하고 1880년대 미국 정유산업의 90%를 장악한 인물이 바로 존 D. 록펠러입니다. 내연기관, 즉 자동차의 등장은 석유산업에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제1·2차 세계대전도 석유와 인연이 깊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석유의 전략적 가치를 세계에 증명한 전쟁이었습니다. 말(馬) 대신 석유 구동 전차와 트럭이 전장에 투입됐고, 항공기도 처음으로 군사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에너지 전쟁이었습니다. 히틀러의 소련 침공은 코카서스 유전 확보가 핵심 목표였어요.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습격으로 촉발된 태평양전쟁은 1941년 미국의 대(對)일본 석유 금수 조치가 그 발단이었습니다.1950~1960년대는 ‘석유 경제의 황금기’였습니다. 고속도로망이 미국 전역을 연결하고 부유층이 교외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자동차 문명이 꽃을 피운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석유 경제는 1973년 1차 오일쇼크와 1979년 2차 오일쇼크로 큰 위기를 맞습니다. 4차 중동전쟁 당시 이스라엘을 지원한 미국과 서방에 맞서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금수 조치를 단행한 게 1차 쇼크를 불러왔습니다. 이란혁명으로 이란 석유생산이 중단된 것은 2차 쇼크의 원인이었죠. 1920년대 중동 석유가 발견되며 서구 열강과 이스라엘, 그리고 중동 국가 간 지정학적 갈등이 시작됐는데, 결국 오일쇼크라는 충돌 양상을 빚었습니다.경제 시스템 좌우하는 석유석유는 이후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축이 됩니다. 예를 들어, 오일쇼크는 세계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경제 현상을 몰고 왔습니다. 경제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하는 큰 변화였습니다. 석유는 국제 금융 질서와도 연결됩니다. 1971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금환본위제를 폐지해 달러를 더 이상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달러 인기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중대한 시점이었죠. 그 공백을 메꾼 게 1973~1974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협약이었습니다. 사우디가 석유 거래를 반드시 달러로만 결제하는 대신, 미국은 사우디 왕가의 안보를 보장하는 밀약이었습니다. 이로써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등장합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석유를 사려면 달러가 필요해졌고, 이것이 오늘날까지 달러 패권의 핵심 기반이 되었습니다.NIE 포인트1. 미국 스탠더드오일이 왜 여러 석유 기업으로 분할됐는지 알아보자.2. 1940년대 미국의 대(對)일본 석유 금수 조치가 왜 발동됐는지 공부해보자.3. 석유산업과 관련된 경제용어나 경제 상식을 좀 더 찾아보자.유화제품 계통도, 석유경제 이해의 지름길에너지원의 전환은 문명 자체를 바꾸는 일지난달 말 정부는 원유를 정제해 얻는 나프타의 수출을 향후 5개월간 전면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우리나라는 석유는 수입하지만,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는 국내 생산량의 11%가량을 수출합니다. ‘원유 정제능력 세계 5위’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죠. 이 수출제한 조치가 왜 중요한지 이해하려면 석유의 정제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산업의 쌀’ 수출국, 한국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을 뽑을 때 함께 나오는 투명한 액체입니다. 이를 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벤젠·톨루엔 등 기초 유분을 얻을 수 있죠. 기초 유분은 플라스틱·섬유·의약품 등의 원료가 됩니다. 예를 들어, 에틸렌은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들어져 플라스틱 생산에 투입됩니다. 프로필렌은 폴리프로필렌(PP)과 아크릴로 가공돼 섬유와 용기, 가전제품의 원료로 쓰입니다. 부타디엔은 합성고무, 벤젠은 합성섬유의 원료입니다. 이처럼 나프타는 ‘산업의 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상 상황에서 정부가 물량 통제를 하는 겁니다.메이저·OPEC의 ‘석유 정치’다음으로 국제원유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을 알아야 석유 경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엔 ‘석유메이저’라 불리는 거대 석유 자본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있습니다. 석유메이저는 다른 말로 ‘세븐 시스터즈(Seven Sisters)’라고 합니다. 20세기 이후 세계 석유 생산의 85% 이상을 지배해온 석유 대기업이 엑슨모빌·셸·BP·토탈에너지·셰브론 등 7개로 압축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석유 시추에서 수송·정제·판매에 이르는 가치사슬(value chain)을 모두 장악하고 있습니다. 경영학에선 이를 ‘수직 통합(vertical integration)’ ‘수직 계열화’라고 하는데요, 이는 막강한 시장 지배력의 원천이 됩니다. 유가를 산유국이 아닌 이들 메이저가 정할 정도죠.이른바 ‘석유 정치’가 벌어지는 곳은 산유국 협의기구 OPEC입니다. 자신들의 이해와 필요에 따라 석유 생산량을 조절하는데, 목소리를 단일하게 내지 못하는 게 취약점입니다. 같은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수니파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OPEC 내에서 걸핏하면 대립합니다. 유가 급락을 막기 위해 감산(생산량 감축)에 합의할 때면 양국은 “왜 우리가 더 많이 줄여야 하느냐”며 으르렁거립니다. 사우디는 석유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 하고, 이란은 서방의 제재로 억눌려 있는 원유 생산량을 회복하려 하기 때문이죠. 2016년 이후로는 러시아를 포함한 OPEC 플러스(+)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세계 산유량의 약 40%를 조율합니다. 의견이 맞을 때도 있습니다. 2014년과 2020년 OPEC은 의도적으로 석유 생산량을 늘려 유가를 폭락시킵니다. 지하 암석에서 뽑아내는 셰일오일로 미국이 세계 1위 석유 생산국이 되자 미국 셰일오일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증산에 나선 겁니다. 이 여파로 2014년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서 30달러대까지 급락했습니다.석유 경제의 전환, 가능할까화석연료에 기반한 석유 경제가 이제 새로운 에너지원에 길을 내어줄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는 정도의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기존의 석유 경제는 에너지 기술의 발전, 자본의 독점, 전쟁의 촉발, 국가 간 밀약 등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결과물입니다.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연료 교체가 아니라, 문명을 떠받치는 소재·식량·금융·물류 시스템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일입니다. 현대를 ‘플라스틱 문명’이라고 할 정도인데요, 그렇다면 플라스틱을 무엇으로 대체해야 할까요? 석유 기반의 비료 없이 80억 세계 인구를 어떻게 먹일 수 있을까요? 페트로달러 이후 세계 금융 질서는 어떻게 재편될까요? 이런 과제까지 포함하는 에너지 전환은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 발 딛고 선 석유 경제를 먼저 잘 이해해야 하겠죠.NIE 포인트1. ‘석유 정치’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보자.2.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조정 중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3. 미국·이란 전쟁이 석유 경제의 변화를 몰고 올까?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고3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는 수험생이 국어·수학 과목에서 통합수능 선택과목 형태로 치르는 첫 시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입 수능에서 고3 학생들의 선택과목 응시 현황이나 선택과목 응시 집단의 학력 수준을 가늠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우선 수학 과목에서 표본조사상으로 볼 때,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이 지난해에 비해 이례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3월 표본조사상으로는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39.0%였지만, 올해는 57.8%로 18.8%P나 상승했다. 반대로 미적분은 58.7%에서 40.8%로 17.8%P, 기하는 2.3%에서 1.3%로 1.0%P 감소했다.수학 과목에서 확률과 통계가 증가한 것은 자연계 학생들이 미적분, 기하 대신 확률과 통계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2027학년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10개 대학의 정시 전형에서 서울대를 제외한 나머지 9개 대학에서는 자연계 학과에서도 확률과 통계를 반영하고 있다. 이미 2026학년도부터 이들 대학 자연계 학과에서는 수학 선택과목을 특정하지 않는다. 2027학년도에 지난해와 특별하게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2022학년도 통합수능이 도입되면서 수학의 확률과 통계 과목은 본수능, 6·9월 평가원 모의고사와 교육청 전국연합학력평가 등 모든 시험에서 미적분, 기하에 비해 같은 원점수를 받고도 표준점수가 낮게 나왔다. 이러한 구도를 알면서도 자연계 학생들이 수학 과목에서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사탐런’과 같은 맥락으로 ‘확통런’으로 이해하기에는 증가 폭이 크게 느껴진다. 순수 문과 학생이 늘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3월 표본조사의 경우 탐구 과목의 사탐은 전년 대비 19.4%P 증가했다. 지난해 52.7%에서 72.1%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반면 과탐은 전년 대비 15.3%P 감소해 사탐런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자연계 학생들이 사탐런 선택 때 일반적 선택인 사탐1 과목, 과탐1 과목 응시 비율은 18.3%에서 14.2%로 4.1%P 감소했다. 사탐런 현상과 순수 문과 학생이 동시에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국어에서는 문과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화법과 작문’ 응시 비율이 지난해 3월 51.4%에서 58.6%로 7.2%P나 상승했다. 국어는 사탐런 현상과는 무관한 과목이다. 문과 학생이 주로 응시한 화법과 작문이 늘었다는 것은 순수 문과 학생이 늘었다고 추정되는 근거로 볼 수 있다.2026학년도 수능에서 사회탐구를 응시한 학생 중 화법과 작문을 선택한 학생은 77.0%였고,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학생은 23.0%였다. 화법과 작문은 주로 문과 성향 과목으로 인식할 수 있는 근거다. 이러한 패턴은 통합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부터 동일한 양상이다.확률과 통계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 51.7%, 2023학년도 48.2%, 2024학년도 45.1%로 낮아지는 추세에서 2025학년도 45.6%, 2026학년도에는 56.1%로 큰 폭 증가했다. 2026학년도에는 주요 대학 자연계 학과들에서도 확률과 통계 과목을 인정하면서 선택 학생 비중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수능 실채점 결과상 확률과 통계가 표준점수상 불리함에도 자연계 학생들이 확률과 통계로 몰렸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2026학년도에는 무전공 선발 전형이 도입되고, 이과와 의대 쏠림 현상이 동시에 맞물려 수시와 정시 모두 이과 합격 점수가 문과보다 높았다. 이과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문과에 비해 높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과보다 다소 진입이 용이한 문과를 선택한 학생이 높았을 수 있다.2026학년도 수시 전형에서 주요 10개 대학 인문계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하지만 자연계 지원자는 3.2% 감소했다. 2026학년도에 수능 응시 패턴과 주요 대학 수시 지원자 추세를 볼 때, 문과 수험생이 늘어났을 수도 있다.2027학년도 대입은 무전공 선발 전형이 확대되고 있다. 각 대학에서도 복수전공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028학년도부터는 완전 문이과 통합 입시로 전환된다. 종합적인 상황을 볼 때 2027학년도는 지난해에 비해 문과 수험생이 증가할 수도 있다.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문과 비율이 10%P 높아질 수 있다. 2027학년도 대입에서는 문과 지원 및 경쟁 구도가 다소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발전소와의 거리에 따라 전기요금을 달리하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설비가 밀집한 영호남권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고, 발전소와 멀리 떨어진 수도권은 비싼 전기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낡은 송전망에 부담을 주는 전력 과부하를 줄이고 기업들의 지방 이전을 유도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연내 추진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현재 국내 전력은 주로 해안가 원전이나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돼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송전 손실과 선로 건설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산업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수도권 기업들은 전기료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찬성] 전력 소비의 '수도권 쏠림' 해소…기업 이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는 전기를 생산한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게 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요금 체계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막대한 송전망 구축 및 운영 비용을 직접 연동하는 구조다. 발전소와 인접할수록 요금을 낮추고 원거리일수록 높은 요금을 매기게 된다. 대규모 발전시설이 주로 지방에 편중된 국내 전력생 태계를 고려할 때 전력 자립도가 낮은 수도권보다 지방 소재 기업들의 요금 수혜 폭이 늘어날 전망이다.한국의 국가 전력 시스템은 지방에 있는 대형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거대 송전망을 통해 전국으로 공급하는 전형적인 중앙 집중형 구조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은 확보했지만, 전력 소비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대규모 송전 선로 건설을 둘러싼 지역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정부는 우선 산업용 전기료에 적용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일반 국민에게까지 지역 차등 요금제를 적용했을 때 실익이 클지, 아니면 사회적 비용이 더 클지 더욱 면밀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도입하면 지역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 기업의 전기요금 차이가 10% 이상 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장관은 지역 간 전기요금 차이에 대해 “1kWh(킬로와트시)당 10~20원”이라고 답했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이 1kWh당 평균 180원대임을 감안하면 5~10%대 요금 감면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정부는 차등요금제가 기업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에 밀집한 기업들을 발전소가 집중된 영·호남 등 남부권으로 유인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정 과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반대] 반도체 등 첨단업종 부담 커져…지역갈등 부추기는 변수될 수도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이 가시화하면서 산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기업들은 전기료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를 걱정하고 있다.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력 소비가 많은 첨단 업종 기업이 많아 국가 차원의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시행할 경우 수도권 제조업체가 부담해야 할 연간 전력 비용은 최소 6000억원에서 최대 1조4000억원까지 급증할 것이다. 고물가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경영난을 겪는 기업에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 한경협은 “기업이 실제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도로·용수 등 기초 인프라를 우선 확보하고, 지자체별로 전력 수급 균형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유인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학계에선 발전소와의 거리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하는 방식은 전력 시스템 특성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력은 특정 발전소에서 개별 소비지로 직접 전달되는 구조가 아니라 전국 단위의 통합된 전력망을 통해 공급된다. 전력망에 진입한 전기는 구분 없이 섞여 소비지로 공급되기 때문에 발전소와 가깝다고 해서 더 저렴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술적 현실과 어긋난다는 것이다.정부가 제도 시행 효과로 기대하고 있는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이전 결정은 전기료보다 교통, 교육, 의료, 생활 인프라 같은 복합적 요인에 따라 이뤄진다. 전기료 차이만으로 지역 이전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수도권·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에너지 정의 실현’ ‘반(反)기업적 징벌’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생각하기 - 전기료는 제조업 경쟁력의 근원…심도 있는 연구 필요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전력망 구성과 전기요금 체계는 국가 산업의 생존이 걸린 고차방정식이다. 전기요금은 단순한 공공요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에너지 비용은 곧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의 뿌리다. 단기간 고도성장을 이룬 K-기업을 뒷받침한 버팀목은 낮은 산업용 전기료였다. 하지만 현재 산업용 전기료는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정부 정책의 성공 조건은 지속 가능 여부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가 지방 시대를 열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심도 높은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전문성을 갖춘 독립적 연구 기관들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너지 주권이 곧 국력인 시대다.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산업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밀한 요금 체계 설계가 시급하다.이정호 논설위원
얼마 전만 해도 국내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은 똑같이 뜨거웠습니다. 단기간에 급등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죠. 그런데 부동산엔 ‘투기’ 딱지가 붙었고, 주식엔 ‘투자’란 설명이 당연시됐어요.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에서 그런 뉘앙스가 진하게 풍겼습니다. 집, 땅, 주식 등 자산의 보유 목적과 성격이 많이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하는 자산이란 점에선 비슷하죠. 그럼에도 하나는 투기로 매도당하고, 다른 하나는 투자로 대우받는 이유가 무엇일까요?최근 뉴욕 증시에선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급증하면 거품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이 투자가 당장 눈에 띄는 실적을 내지 못한다고 해서 “돈 먹는 하마다” “투기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나중에 실적으로 확인되면 건강한 투자이고, 실적이 따라오지 못하면 투기라고 빈축을 사는 게 맞을까요? 이는 명백한 ‘결과론의 함정’인데, 현실에선 그런 함정에 쉽게 빠집니다.인간은 주류경제학이 전제하는 ‘합리적 존재’와는 거리가 멉니다. 자신이 투자라고 여겨도 투기일 수 있고, 투기라고 낙인찍혀도 나중에 투자로 판명날 수 있습니다.투자와 투기를 나눌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은 찾기 힘듭니다. 경제학자들도 경계가 모호하고 교집합이 넓은 영역이라고 봅니다. 과연 투자와 투기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자산 내재가치 살피는 게 투자의 본질 근거 없는 기대는 투기·거품 키우죠 상식으로 보면 투자는 이성적으로 하는 것이고, 투기는 오를 것 같은 감(感)에 의존하는 행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물론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5년 전 강남 아파트를 산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는 주택시장의 장기적 수급 상황을 따졌고, 입지와 학군도 확인했습니다. 이후 아파트 가격이 2배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투자일까요? 아니면 투기일까요? 이와 달리 기업 분석도 하지 않고 “다들 사니까 오르겠지…”라며 주식을 산 사람은 수익률을 떠나 투자자일까요? 투기자일까요?‘포모’는 투기의 발단자산의 종류로 투자와 투기를 나누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잘한 투자냐 아니냐’는 투자 결과도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의 태도, 그리고 의사결정의 근거입니다. 어떤 기업의 가치가 몇 년 후 어떠한 이유로 높아질 것이란 확신과 근거를 갖고 하는 것은 투자입니다.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는데 매수 대열에 동참하지 않아 안타까움을 느끼던 사람이 투자에 나선다면 그것은 투기에 가깝습니다. 흔히 말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은 대개 투기를 부릅니다. 투기의 본질은 무지(無知)가 아니라 근거 없는 기대입니다. 그런 기대가 집단으로 확산·전염될 때 거품이 만들어집니다.경제학으로 본 투자·투기이번엔 경제학의 ‘언어’로 살펴보겠습니다. 경제학에서 투자(Investment)는 미래의 생산능력이나 수익을 늘리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당장의 필요에 맞추지 않고 미래를 위해 예비하고 사용하는 것이어서 거시경제 측면에선 바람직할 때가 있습니다. 투기(Speculation)는 실물 생산에 기여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서 차익을 얻으려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자산의 내재가치보다 시장의 가격 움직임 자체에 베팅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화폐 가치의 변동을 예상하고 투자 목적으로 화폐를 보유하려는 수요를 ‘화폐의 투기적 수요(Speculative demand)’라고 합니다. 경제학은 투기에 대해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습니다. 그냥 경제주체의 여러 선택 중 하나로서 가치중립적으로 평가합니다.물론 사회 전체가 투기에 휩싸이면 불안 요소가 됩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투기가 투자를 압도하는 상황을 경계했습니다. 그는 “투기꾼들이 기업의 꾸준한 흐름 위에 거품처럼 떠 있는 것은 해롭지 않다. 그러나 기업 자체가 투기의 소용돌이 위에 떠 있는 거품이 될 때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했습니다.효율적시장이냐 아니냐미시경제학 관점으로 좁혀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재무 투자 이론이 그런 분야입니다. 미국 월가의 가치투자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란 철저한 분석에 기반해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을 약속하는 행위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은 투기”라고 명쾌하게 정의했습니다. 그는 주식시장을 ‘미스터 마켓(Mr. Market)’에 비유했습니다. 미스터 마켓은 매일 사람들에게 주식을 사고팔 가격을 제시하는데요, 그의 기분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합니다. 투자자는 미스터 마켓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재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투기자는 미스터 마켓의 기분을 따라갑니다.현대 재무 이론에는 ‘효율적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란 게 있습니다. 시장의 가격은 모든 정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게 핵심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도 코스피지수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 세계에선 투자를 하든 투기를 하든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에서 나온 행동재무학은 다르게 설명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에서 시장은 종종 내재가치에서 크게 이탈하며, 이는 집단적 심리와 투기적 행동의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무엇이 맞을까요? NIE 포인트 1. ‘포모’는 어떤 현상을 말할까?2. 경제학의 ‘투기’와 일반 상식 용어 ‘투기’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자.3. 효율적시장가설에 대해 공부해보자. 사람은 이론과 달리 늘 합리적이진 않죠 인간의 탐욕, 사회의 광기가 투기 부채질 이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주류경제학은 오랫동안 ‘호모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제적 인간)’, 즉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을 가정해왔습니다. 인간은 완전한 정보를 갖고,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우며, 일관된 선호를 유지하고, 항상 자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결정을 내린다는 겁니다. 투자의 맥락에서 이런 인간은 자산의 내재가치를 정확히 계산하고, 위험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감정의 개입 없이 매매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을까요?심리적 편향도 투기의 원인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은 1950년대에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란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인간은 최적의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지능력의 한계 안에서 ‘충분히 괜찮은 답’을 찾는다는 주장입니다. 어떤 결정이 투자인지 투기인지는 판단 당시엔 알 수 없고, 시간이 지나 봐야 합니다. 이게 현실의 인간입니다. 투자와 투기의 경계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가 만들어내는 틈 사이에 존재합니다.행동경제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인간은 원래 비합리적인 존재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고, 과거의 자산 가격 움직임 등 패턴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군중심리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행동경제학자이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 등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이 밝히는 바입니다. 인간의 심리적 편향 중엔 과잉확신(overconfidence bias)도 있습니다. ‘나는 특별하다’는 착각이 투기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연구에 따르면 펀드매니저의 70% 이상이 자신이 시장 평균을 이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도 있죠. 이런 것들이 투기적 행동을 만들어냅니다.비합리성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투자와 투기의 구분은 더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즉 비합리성을 아는 것 자체가 합리성의 시작이란 깨달음입니다. 인간이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투자자는 그것을 모르는 투자자보다 훨씬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투자가 투기로, 투기가 투자로처음엔 투자로 평가받다가 투기로 바뀌어가는 데엔 개인의 탐욕과 군중심리, 사회적 광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귀스타브 르 봉은 1895년 저서 <군중심리(The Crowd)>에서 충격적인 주장을 했습니다. 개인이 군중 속으로 들어가면 지능이 낮아지고 감정이 증폭된다는 겁니다. 그는 군중은 ‘개인의 합’이 아니라, 개인보다 훨씬 원시적이고 충동적인 새로운 심리적 존재라고 봅니다. 금융시장 투기 광풍의 역사는 르봉의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1637년 네덜란드 튤립 구근 거품, 1720년의 남해회사 버블, 1929년 대공황 직전 상황, 2000년 닷컴버블 등이 그랬습니다. 케인스는 주식시장을 ‘미인 선발대회’에 비유했습니다. 진짜 미인을 고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생각할 만한 사람을 고르는 경쟁이라는 거죠. 투기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 비유입니다.반대로 역사적으로는 투기라 낙인찍었지만 올바른 투자인 경우도 있습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초기에 매수한 사람들이 그런 경우입니다. 아무런 가치를 지니지 않는 암호화폐를 사는 것은 투기나 다름없다고 봤는데, 금융 세상이 분산화와 디지털화로 발전하면서 대박이 터진 거죠. 2007년 미국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비우량 주택대출 시장인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 보고 시장 하락에 베팅했습니다. 2008년 그는 수억 달러를 벌었고, 영화 ‘빅쇼트’의 실제 모델이 됐습니다. 그의 행동은 무모한 투기처럼 보였으나, 역사상 가장 철저한 분석에 기반한 투자 중 하나였습니다. 그가 AI 투자 열풍이 닷컴버블과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NIE 포인트 1. 인간은 과연 합리적 존재인지 친구들과 토론해보자.2. 행동경제학이 어떤 배경에서 발전했는지 알아보자.3. 글에서 언급한 버블 역사에 대해 살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