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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삶에 녹아든 AI…무엇을 바꿔놓을까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2022년 말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AI는 많은 이슈를 몰고 왔습니다. 예를 들어, 챗GPT에 의존해 작성한 대학생 연구과제를 어디까지 인정할 거냐라는 문제부터 AI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란 주장과 AI 기술개발 규제론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적지 않았어요. 이 과정에서 유럽연합을 비롯한 우리나라도 ‘AI 기본법’을 제정했고, AI 기술개발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인식도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가 지난 7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CES는 지난해 세계 AI 기술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올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AI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게 다가오고 있는지 보여줬습니다. AI 기술에 푹 빠져들어 인류 공통의 과제를 해결해보자며 ‘다이브 인(Dive In)’이란 주제어를 제시하기도 했죠. AI 연산용 핵심 칩이 될 엔비디아의 블랙웰,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대신해주는 AI 에이전트가 어떤 모습일지 상세하게 전해줬어요. AI가 몰고 올 미래의 변화를 쉽고 빠르게 점쳐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논쟁점을 중심으로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AI 기술 자체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그 변화의 속도를 체감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CES를 통해 공개된 첨단 AI 기술의 현 단계를 4·5면에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AI 에이전트·양자과학…모든 산업 확산 이젠 '디지털 전환'에서 'AI 전환'으로 지난해 생글생글 마지막 호 커버스토리는 “세계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큰 도박이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기업이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에 무려 1조4000억 달러(약 2040조원)가 투자됐습니다. 미국 기업의 5%만이 제품과 서비스에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수익을 올리는 AI 스타트업도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투자자들의 열광과 비즈니스 현실 사이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거죠. 이미지 인식 기능 관심 이런 의미에서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본격 시험대에 오르는 AI’를 주목하라고 합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대신 알아서 해주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입니다. 사람이 목표를 정하면 AI 에이전트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필요한 작업을 스스로 결정해 수행합니다. 그동안은 사람이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직접 작업을 했는데요, 이제는 AI 에이전트에 그런 일을 맡기면 됩니다. 앞으로는 또 인간의 언어지능을 모방한 챗GPT 같은 모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지를 인식하는 시각 기반의 공간지능으로 AI가 발전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 먹는 하마’인 AI에 대한 에너지 공급 문제도 기업들이 여러 해법을 강구 중입니다. 이에 따라 더욱 효율적이고 특수한 칩, 전력이 덜 필요한 전문적이고 작은 AI 모델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CES에서 단연 주목을 끈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이 대표적 예입니다. 이는 AI 연산용 차세대 핵심 칩인데요, AI 데이터센터의 중추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블랙웰 칩의 성능이 기대만큼 나와줘야 하고,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인근 주민 피해의 목소리도 현실에서 넘어야 할 산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요소는 양자컴퓨팅입니다. 양자과학에 기반한 컴퓨팅 기술이 방대한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분석·처리할 수 있게 되면 AI의 학습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전력 소비 또한 감소하게 됩니다. 유엔은 탄생 100주년을 맞는 양자과학 기술을 주목하며 올해를 ‘국제 양자과학 기술의 해’로 지정했습니다. CES에서도 양자컴퓨팅 분야가 올해 처음 신설됐습니다. AI에 ‘몰입’하자는 세계 올해 CES는 ‘다이브 인(Dive In)’이란 주제어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깊이 빠져든다는 뜻인데요, 한 단어로 ‘몰입’ 정도가 될 겁니다. 여기엔 AI 기술을 파고들어(다이브 인)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보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AI 기술로 모든 걸 ‘연결(connect)’하고, 인류의 공통 문제를 ‘해결(solve)’하며, 가능성을 ‘발견(discover)’하자는 겁니다. AI 기술을 이용한 본격적 혁신을 주문하는 것이죠. 기업 비즈니스 현장은 이미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중후장대 산업, 유통, 미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디지털화가 가속화하는 흐름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이라 부릅니다. 이를 통해 기업의 생산·근무 현장은 원격으로 서로 연결되고, 온라인쇼핑도 대면 쇼핑 이상으로 편리해지면서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크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CES는 이제 ‘AI 전환(AI Transformation, AX)’으로 나아가자고 합니다. 쉽게 말해 모든 산업에서 AI를 적극 활용하자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나 로봇산업과 같은 하드웨어에 AI를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게 바로 자율주행이고, 인간처럼 판단해 작업을 수행하는 AI 로봇이 되는 겁니다. 이제는 AX란 단어를 모르면 안 되는 세상이 될 것 같아요. CES는 또 AI 기술을 이용해 현실 세계를 모방한 가상공간을 만들고, 거기서 기업이 여러 연구개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분야의 신기술도 선보였습니다.NIE 포인트1. CES에서 관심받은 기술이 세계를 어떻게 바꿔왔는지 살펴보자. 2. 자신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친구들과 공유해보자. 3. 디지털 전환이 각 산업과 우리 주변 생활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보자.도시·지구 복제해 기후변화 해법 찾아 성큼 다가온 미래 보여준 CES에 '환호' 올해 CES는 기조연설을 담당한 인사부터 화제였습니다. 작년엔 기조연설자 5명 가운데 4명이 유통·화장품·조선업체 최고경영자(CEO)였습니다. 올해는 바로 정공법을 택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AI 비즈니스 모델 혁신가로 통하는 줄리 스위트 액센추어 회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왔습니다. AI에 더욱 빠져들어야 한다는 메시지 같아 보였습니다. 특히 젠슨 황은 로봇산업이 대중화하는 순간이 다가왔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어요. 헬스케어 관심 폭발 올해 CES의 가장 큰 특징은 AI 기술이 현실 세계와 만나 어떻게 인간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 것입니다. 생성형 AI 자체가 주목받은 작년과는 다른 양상이죠. 이런 모습은 CES 혁신상 총 362개 가운데 헬스케어 분야가 44개를 수상한 데서도 확인됩니다. 순수 AI 기술 쪽은 이보다 적은 41개의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바이오닉엠은 전기모터와 AI 센서를 결합한 ‘바이오레그’라는 의족을 선보였습니다. 자연스러운 걸음에 의족 사용에 따른 통증을 줄여준 제품으로 최고혁신상을 받았죠. 한양대 연구팀이 개발한 이명 디지털 치료기도 최고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AI가 만든 입체음향과 촉각 피드백으로 이명을 완화하는 장치입니다. 대만 기업 페이스하트는 스마트 거울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거울에 얼굴을 비추면 AI가 심박수·혈압·산소포화도 등을 체크하고, 심장질환도 90% 확률로 1분 내에 찾아낸다고 합니다. AI 기술을 가장 이해하기 쉬운 분야는 가전·IT를 중심으로 한 AI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AI홈 플랫폼이 탑재된 스크린 가전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제품의 터치스크린을 조작해 삼성 AI홈 플랫폼에 연결된 가전제품들을 원격 제어합니다. 비스포크 냉장고에 9인치짜리 터치스크린을, 세탁기엔 7인치짜리 스크린을 달았습니다. 삼성은 또 3D(3차원) 전용 안경을 쓰지 않고 3D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이밍 모니터도 출품했습니다. LG전자의 ‘스마트 인스타뷰 냉장고’는 보관 중인 식품의 종류와 양을 체크해 알려줍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등 인기 산업 연관 효과가 더 넓은 기술 분야로 들어가볼까요? 가장 관심을 끈 분야가 바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입니다. 이는 현실 세계와 비슷한 쌍둥이 세상을 디지털로 만든 뒤 여기에서 공장 생산 라인의 고장을 예측하고, 질병을 연구하거나 수술 치료법을 찾고, 자동차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지구나 천체를 대상으로 삼으면 기후변화, 우주탐사까지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어요. 엔비디아의 지구 기후 예측 플랫폼 ‘어스 2’는 태풍 발생 가능성과 경로를 알려줍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고도화를 위해 디지털 트윈을 활용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전기차를 디지털 트윈 세상으로 옮겨 배터리 수명을 예측하는 실험을 했다는군요. 사람의 신체 구조와 비슷하게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로봇은 카메라, 촉각 센서, 마이크 등을 활용해 주변을 인식하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줍니다. 중국 위슨로보틱스의 ‘플라이어봇’은 실리콘이나 고무 같은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해 사람의 근육을 흉내 낸 소프트 근육 로봇을 출품했습니다. 그래서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럽고 부드럽죠. 치매 환자를 돕는 ‘제니’는 미국 톰봇이 개발한 반려동물 모양의 로봇입니다. 환자의 정신적 안정뿐 아니라 건강 상태도 체크해줍니다. 모빌리티 쪽에선 LG전자 전시관에 관람객이 많이 몰렸습니다. AI가 카메라와 센서를 이용해 운전자와 차량의 내부 공간을 감지하고 분석하는 것은 물론, 교통사고도 예방해주는 기술을 선보였죠. 운전자의 표정을 인식해 기쁨·보통·짜증·화남 등의 기분을 디스플레이에 나타내면 운전자가 그 상황을 다시 한번 인식해 사고를 막는 식입니다.NIE 포인트1. CES에 소개된 신기술 가운데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는 무엇인지 친구들과 얘기해보자. 2. 한때 로봇 제조 기업을 육성하다 매각한 글로벌 기업도 있다. 로봇산업이 각광받는 이유를 알아보자. 3.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해 어떤 생활적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시사이슈 찬반토론

가수 임영웅의 "탄핵 목소리 왜 내요"…어떻게 봐야 하나

유명 가수 임영웅이 자신의 SNS에 반려견의 생일을 축하하며 올린 사진과 글이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고, 국회에서는 첫 탄핵 표결이 진행되는 등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은 그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이 시국에 뭐 하냐”고 비판하자, 임영웅은 “뭐요”라고 답했다. 누리꾼은 다시 “위헌으로 계엄령 내린 대통령 탄핵안을 두고 온 국민이 모여 있는데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네요”라고 쏘아붙였고, 임영웅은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답해 논란으로 번졌다.[찬성] 연예인도 '표현 안 할 자유' 있어…정치적 역할 강요는 폭력연예인은 단순히 대중을 즐겁게 하고 예술적 가치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영향력 있는 공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연예인의 정치적·사회적 메시지 발신이 종종 논란과 갈등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이번 논란은 정치적 무관심을 질타하는 상황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연예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삶과 가치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 개인이다. 정치·사회적 의견 표명은 그들의 본업이나 주된 역할이 아니며, 이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 따라야 한다. 이번 논란은 임영웅이 SNS 게시물에 올린 단순한 축하 메시지에서 비롯했다. 설사 그들이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피한다고 해도, 그런 행태를 비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도한 기대를 부여하는 부적절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행동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기본 아닌가. 정치적 메시지를 내지 않거나 무관심하게 보인다고 해서 그들을 비난하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비민주적 발상으로 질타받을 만한 일이다. 모든 연예인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야말로 과잉이고, 비정상이다. 유명 연예인이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발언을 피하거나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그들의 브랜드와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므로 존중해야 한다. 연예인은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지닌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정 이슈에 입장을 밝힐 경우, 의도하지 않아도 팬들을 선동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우리는 영향력 있는 연예인이 충분한 정보와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경솔한 의견을 내면서 오히려 문제를 왜곡하거나 논란을 증폭시키는 사례를 자주 목격해왔다. 청소년은 ‘팬심’으로 인해 연예인의 정치·사회적 입장에 주관 없이 무조건적으로 휩쓸릴 수 있어 관심을 끌려는 연예인의 섣부른 메시지는 오히려 위험하다.[반대] 대중에 영향력 큰 공인…걸맞은 사회적 책임 다해야임영웅의 게시물은 시기적·상황적으로 부적절했을 뿐 아니라 유명 연예인으로서 처신도 잘못됐다. 그의 SNS 게시물이 반려견 생일 축하라는 단순한 의도를 넘어 급박한 정치적 상황을 외면하며 무관심을 넘어 무책임한 태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대중에 대한 관심과 공감은 연예인의 기본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와 국회의 첫 탄핵 표결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순간에 이와 무관한 사적 게시물을 올린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정치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늘어나는 현상은 대의제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이 사회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은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이나 사회적 메시지는 기존에 외면받던 문제를 공론화하며, 사회적 관심을 끌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특히 유명 인사가 공정성과 정의를 강조하는 목소리를 낼 때, 대중의 공감과 지지가 뒤따라 보다 큰 변화를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 인기인의 정치참여나 정치적 메시지 발신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배경이다. 유명인의 정치참여를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청년일수록 정치 관심이 높고 정치 냉담은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명인의 정치적 활동이 선거, 투표 같은 정치과정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에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거나 지지와 지원 등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으로 전개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연예인은 자신이 가진 사회적 책임을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동시에 대중적 인지도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적 역할을 자처하며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게 마땅하다. 그것이 공인으로서 져야 할 책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라면 이런 사회적 역할을 외면해선 안 된다.√ 생각하기 - 연예인의 정치적 메시지 신중해야임영웅의 반려견 생일 축하 게시물은 일상적인 일이었지만, 정치적 사건과 맞물리며 예상치 못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사건은 연예인의 발언과 행동이 정치적 맥락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확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들은 연예인이기에 앞서 한 개인이다. 일반 개인처럼 표현의 자유도 있지만, 표현 안 할 자유도 있는 것이다. 그런 메시지를 내든, 말든 개인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정치나 사회적 메시지를 강요하는 게 오히려 비민주적이자 전제적·집단적 발상이다. 연예인은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발언이나 게시물을 더욱 신중하게 다뤄야 하며, 대중 역시 이러한 행보를 자유민주적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병연 논설위원

대입 전략

의·치·한·약, 지원 1만9037건…작년보다 18% 급증

2025학년도 정시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메디컬 부문 지원은 2만2546건으로 지난해 1만9037건보다 3509건(18.4%)이 늘어났다. 의대 39개 대학 정시 지원 건수는 1만519건으로 지난해 8098건 대비 2421건(29.9%) 증가했다.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중 가장 많이 늘어난 수치다. 치대 10개 대학은 1657건, 지난해 1423건 대비 234건(16.4%), 한의대 12개 대학은 2700건, 지난해 2434건 대비 266건(10.9%), 약대 37개 대학은 7670건으로 지난해 7082건 대비 588건(8.3%) 늘어났다. 권역별로 서울권이 4629건, 경인권 1673건, 지방권 1만6244건으로 전체 지원 건수는 2만2546건이다. 서울권은 전년 4180건 대비 449건(10.7%), 경인권은 전년 1356건 대비 317건(23.4%) 증가했고, 지방권은 전년 1만3501건 대비 2743건(20.3%)이 늘었다. 정시 경쟁률은 의대가 6.6 대 1로 전년 6.7 대 1보다 다소 하락했다. 모집 정원이 전년 1206명에서 1599명으로 32.6%가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치대는 전년 5.3 대 1에서 6.1 대 1, 한의대는 전년 9.9 대 1에서 10.5 대 1, 약대는 8.2 대 1에서 9.0 대 1로 경쟁률이 모두 상승했다. 치대, 한의대, 약대는 정원 변동이 크지 않았다. 2025학년도 정시 경쟁률에서 의대는 순천향대 의대가 26.19 대 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고신대 25.77 대 1, 동국대(WISE) 16.33 대 1, 단국대(천안) 15.95 대 1, 대구가톨릭대 14.60 대 1 순이었다. 약대는 제주대 약대가 57.00 대 1로 가장 높았고, 계명대 50.00 대 1, 순천대 29.61 대 1, 경북대 13.50 대 1 순이었다. 치대는 강릉원주대가 15.33 대 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전북대 9.93 대 1, 전남대 6.92 대 1, 연세대 6.75 대 1, 조선대 6.58 대 1 순이었다. 한의대는 동국대(WISE)가 25.13 대 1로 가장 높았고, 상지대 19.11 대 1, 동신대 16.09 대 1, 대전대 11.31 대 1, 부산대 11.17 대 1 순으로 높았다. 수도권(서울, 경인)에서는 부문별로 경희대 의대 8.22 대 1, 연세대 약대 9.76 대 1, 연세대 치대 6.75 대 1, 가천대 한의대 10.39 대 1로 가장 높았다. 의대 모집 정원 확대 영향으로 의대는 2022학년도 의전원에서 학부로 모두 전환한 이래 처음으로 지원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섰다. 연도별 의대 지원 건수는 2022학년도 9233건, 2023학년도 8044건, 2024학년도 8098건, 2025학년도 1만519건이다. 또한 치대, 한의대, 약대도 의대 모집 정원이 확대하면서 지원 건수와 경쟁률 모두 상승했다. 수능 최상위권 고득점 학생들은 이공계에서 의대로, 이공계에서 치대·약대·한의대 메디컬 전 부문으로 지원이 몰렸다. 금년도 정시 지원에서 의대 간, 의대와 치대·한의대·약대 간 정시 중복 지원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의약학계열 간 중복 합격에 따른 등록 포기와 이에 따른 추가 합격 규모도 상당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커버스토리

정치에 휘둘리는 '환율'
외환위기 악몽 깨우나

을사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경제계는 초긴장 모드입니다. 정치·경제의 혼돈 속에 연말 여객기 대형 참사까지 발생해 경제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습니다. 당장은 경제의 중요한 가격 변수인 환율 급등이 걱정입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6원대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수출 둔화, 내수 침체, 달러 강세에 계엄, 국무총리까지 이른 탄핵 사태로 환율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을 포함해 역사적으로 네 번밖에 없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11월 미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때였죠. 지금 상황이 위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달러당 1450원대의 환율은 외화를 매매하는 외환딜러들에겐 이른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집니다. 이게 여지없이 뚫리니 시장에 공포감이 더해지는 겁니다. 환율은 수출입과 물가, 주식가격, 외채 규모, 고용 등 여러 경제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환율로 표시되는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그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4·5면에서 환율의 역할과 중요성, 환율 변동 요인 등 기초적 이해를 다진 뒤, 최근 환율과 관련해 생각해볼 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환율은 글로벌 시대 가장 중요한 가격변수 단기엔 이자율, 장기로는 물가에 좌우되죠환율(換率)은 한 나라의 통화와 외국 통화 간 교환 비율을 말합니다. 이는 상대적 개념인 데다 환율과 통화가치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많이 헷갈릴 수 있습니다. 환율과 관련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평소 차분히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수출입·물가·주가·고용에 큰 영향 환율만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없습니다. 먼저 수출입부터 보죠. 환율이 상승(자국 통화가치 하락=자국 통화 평가절하)하면 기본적으로 수출 기업의 외화 표시 제품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만약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라면 1000원짜리 상품의 수출가격은 1달러가 됩니다. 그런데 환율이 1100원으로 오르면 이 상품의 수출가격은 약 0.9달러로 낮아집니다. 이 경우 수출이 증가할 수 있고, 국내 기업은 생산 확대를 위해 근로자 고용을 늘리려 할 겁니다. 하지만 환율 상승은 수입 상품 가격을 끌어올려 물가를 상승시키고, 원자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기업에 제조원가 상승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환율은 외국인의 투자를 좌우합니다. 만약 외국인이 한국에서 주식 투자로 5% 수익을 올렸다고 해도 환율이 10% 상승해버리면 결과적으로 손실을 보게 됩니다. 투자를 회수할 때 값싸진 원화로 비싸진 달러를 사야 하기 때문이죠.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 하락과 달러화 상승이 예상되면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할 매력이 확 줄어듭니다. 환율은 또 경제정책 구사를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을 부르기 때문에 경기회복을 위한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환율의 움직임은 플러스와 마이너스 효과를 동시에 지닙니다. 이자율평형 조건, 구매력평가 이론 이번엔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볼까요? 환율은 외화의 가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품의 균형가격처럼 외화의 가격도 그 외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릅니다. 예를 들어 달러의 수요가 늘어나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고, 달러 공급이 증가하면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죠. 달러의 수요·공급은 기본적으로 수출입을 통해 늘어나고 줄어듭니다. 단기적으로 볼 땐 이자율(금리)이 환율을 좌우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 금리가 오르면 국내 금융상품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집니다. 이들의 투자가 늘어나면 달러 등 해외 통화의 공급이 확대되고 원화 수요는 증가합니다. 이에 따라 환율은 하락(원화 가치 상승, 해외 통화 가치 하락)하게 됩니다. 해외투자자 입장에선 한국의 금리가 올라도 환율이 하락해 수익에 변동이 없게 됩니다. 이를 이론적으로 “환율은 이자율평형 조건(interest parity condition)을 따른다”고 합니다. 한편 장기적으로 환율은 물가수준에 좌우됩니다. 두 나라의 물가수준에 차이가 있다면 이를 반영해 환율이 조정·결정된다는 것이죠. 이론적으로는 한 나라의 물가상승률과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율(환율상승률)이 똑같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대해 “환율은 구매력평가 이론(purchasing power parity)을 따른다”고 표현합니다. 외환시장 안정책 튼튼히 해야 환율이 급등할 때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각국 중앙은행은 예기치 않은 환율 급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유가증권, 예치금,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등의 형태로 외환을 보유합니다. 정부는 외화자금의 수급불균형을 조절하고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도 합니다. 이때 활용하기 위해 평소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해 외국환평형기금을 축적합니다. 이 밖에 국가 간 통화스와프(currency swap) 협정도 맺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과 미국이 이 협정을 맺으면 필요할 때 한국이 원화를 미국 달러화와 맞교환해 외환 보유를 늘리고 환율안정을 기할 수 있습니다. 또는 한국은행이나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화 자금을 대출받는 방안도 있습니다. NIE 포인트1. 국내 외환시장에선 어떻게 매매가 이뤄지고, 정부는 고시환율을 어떻게 정하는지 알아보자. 2. 이자율평형 조건과 구매력평가 이론을 좀 더 공부해보자. 3.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에 대해 살펴보자. 현지생산·판매로 환율의 수출 영향 줄어 환율 급등이 외환위기로 직결되진 않을 듯정부는 경제정책을 마련할 때, 그 정책이 환율에 미칠 파급효과까지 살펴보는 경우가 많아요. 기업 등 민간도 환율 변수를 가장 중심에 놓고 투자 등 의사결정을 내리죠. 주목할 부분은 환율과 관련된 상식, 경제 작동 방식이 경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큰 도움 안 되는 고환율 대표적 예가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앞서 살펴봤듯 환율이 오르면 수출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나 수출기업에 유리해진다는 게 그동안 알려진 상식이었습니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었죠. 그런데 이런 연결고리와 인과관계가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환율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또는 원화 평가절상) 때 중소기업의 수출은 감소하지만, 대기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기업은 ‘가격 경쟁’에서 ‘기술 경쟁’으로 이미 나아간 경우가 많아 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 변화가 예전만큼 크지 않습니다. 또 자동차·배터리 등 업종의 대기업은 미국 등지의 현지 생산과 현지 판매를 늘리고 있어 환율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원·부자재의 해외 구매를 뜻하는 글로벌 아웃소싱이 늘어나면 환율이 올라갈 때 비용 부담이 커지는데,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최종 제품 가격에 이를 즉각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글로벌 경영이 가속화한 결과, 고(高)환율이 수출 증대에 기여하는 효과가 적어진 겁니다. 한편으론 달러화가 강세를 띠면 원화 환율뿐 아니라 수출 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 일본의 엔화 환율도 함께 상승해 우리나라만의 수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고환율이 호재가 아닌, 악재로 받아들여질 정도입니다. 수출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수입 상품과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국내 물가만 앙등시키기 때문입니다. 단기외채 비중 크게 줄어 환율이 급등하면 외환위기가 현실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단정 짓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 개인이 해외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을 사고팔면서 얻게 된 순(純)대외금융자산(총매입금액-총매각금액)이 지난해 11월 현재 9778억달러(약 1440조원)에 이릅니다. 해외 자산 투자에서 실현한 투자 차익을 국내로 들여올 때는 달러를 원화로 바꾸게 돼 환율을 낮추는 효과가 생깁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 근본적으로 달라진 대외부채 상황도 있습니다. 당시엔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 비중이 211.4%로 높았지만, 지금은 이 비중이 37.8%로 낮아졌습니다. 달러 등 외환보유액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1996년 말 332억달러에 불과하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4154억달러로 12배 늘어났습니다. 강달러 계속될까? 마지막으로 미국이 강달러 흐름을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는 일종의 고질병인데요, 곧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장벽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강달러를 약화시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국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미국 내 언론 보도도 있었습니다. 20세기 들어 네 차례 펼쳐진 ‘환율전쟁’은 그 핵심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었습니다. 3차 환율전쟁의 상징인 ‘1985년 플라자 합의’는 결국 2년 뒤 달러화 가치를 30%가량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미국은 평상시에도 교역 규모가 큰 20개국을 상대로 환율조작국 또는 환율관찰대상국 지정을 검토하며 외국 정부의 인위적 환율 개입을 감시합니다. 즉 과도하게 자국 통화가치를 낮춰 달러가 강세를 띠게 만드는 것을 막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내외 경제 여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높아졌음에도, 지난 11월 미국 정부는 우리를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을 정도입니다. NIE 포인트1. 원·달러 환율의 최근 10년간 흐름을 살펴보자. 2. 한때 고환율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장단점을 파악해보자. 3. 강달러의 역사와 환율전쟁 과정을 공부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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