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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유행 ‘모두의 OOO’
포용은 항상 좋은 걸까?

요즘 우리 사회에 ‘모두의 OOO’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여러분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요금 서비스에도 ‘모두의 카드’(다른 말로는 K-패스)란 게 있죠. 정부 정책이든, 공공서비스든, 또는 민간의 서비스든 여기엔 ‘모든 사람(everyone 또는 all)을 위한 것’이란 뜻이 담겼습니다. 사람들 간의 평등과 형평성이란 가치를 강조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꿈꾼다는 얘기로 들립니다.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습니다. 대표적인 게 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을 상징하는 ‘모두의 AI’입니다. AI 기술이 소수의 특권 또는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되지 않고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겁니다. 경찰 민원 응대와 경찰관 업무 보조를 위한 치안 특화 AI 서비스 ‘모두의 경찰관’도 추진되고 있습니다.민간에선 수요에 대응하는 대중교통 서비스 ‘모두의 셔틀’, 전국 주차장의 요금을 비교해 할인 주차권을 판매하는 주차 플랫폼 ‘모두의 주차장’, 통영국제음악재단 등이 개최하는 성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교류 축제 ‘모두의 오케스트라’, 서울역 근처 갤러리인 ‘모두미술공간’ 등이 그런 예입니다.이는 크게 공공정책의 브랜드, 또는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 마지막으로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서비스로 분류할 수 있어요. 국민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정치의 언어’에서 소비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기업의 마케팅으로 진화하고, 공유경제 플랫폼에서도 적극 활용되면서 ‘모두의 OOO’는 거의 일상 용어가 되고 있습니다.만약 이런 현상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묻는 논술시험 문제가 출제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답을 할 건가요? 한번은 정리하면서 미리 준비해 볼 만한 주제인 것 같습니다. ‘모두’는 구체적 ‘개인’을 지우는 폭력이다?‘모두의 카드’ 홍보 패널일단, 이런 식의 조어(造語)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각자 다른 개성이나 형편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일률적으로 취급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적 관점에선 ‘모두’를 앞세우는 화법이 전체주의의 함정과 획일성의 위험을 내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이는 서구 정치철학에서 오랜 기간 이어진 논쟁거리였습니다. 예를 들어, 장 자크 루소는 공동체 전체의 ‘일반의지’가 개인의 ‘특수의지’보다 우선한다고 봤지만, 후대의 자유주의자들은 ‘전체’라는 이름 아래 소수의 의견과 이익이 억압받을 위험성을 비판했습니다.프랑스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이성이나 자아(주체)를 중심으로 다른 사람(他者)을 이해해 온 서양 철학의 전통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대신, 타자 중심의 윤리학과 철학을 정립했습니다. 그는 ‘모두’라는 집합명사는 개별 주체의 고유한 모습과 타자성(他者性)을 지워버린다고 봤습니다. ‘모두’는 언뜻 포용적인 말로 들리지만, 타인의 ‘다름’을 나의 틀이나 사회의 표준 속으로 흡수해 버린다는 겁니다. 개성의 말살이고 익명의 타자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그는 이 같은 ‘전체성’에 저항합니다.정치철학에서 ‘모두’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기는커녕 갈등 양상을 억누르기만 하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 ‘모두의 이익’ ‘모두의 만족’이란 개념으로 포장된다는 겁니다.역시 프랑스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미셸 푸코는 국가나 제도가 ‘모두’라는 이름의 정상상태(Norm)를 만들고,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을 통제해 왔다고 비판합니다. “모두를 위한다”고 선언하는 순간, 이 기준(Norm)에서 탈락한 사람은 ‘비정상’, ‘예외’ 또는 ‘배려 대상’으로 재분류된다는 얘기입니다.경제철학과도 연결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국민지원금을 지급할 때 ‘보편 지급이냐, 선별 지급이냐’로 논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복지정책을 설계할 때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는 장단점이 분명합니다. 보편적 설계는 행정비용을 줄이고 혹시 생길지 모를 낙인효과를 없애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가 서로 다른 집단에 동일한 자원을 배분해 복지정책의 효율성을 떨어트릴 위험도 큽니다. 차등의 원칙, 역량의 법칙이 같은 주장이나 이론은 자유주의 진영에서 많이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체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지적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포용’이란 지향은 살려가면서 ‘모두’를 대체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까요?이런 문제에선 현대 ‘정의론’의 기초를 놓은 존 롤스의 ‘차등의 원칙(Difference Principle)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차등의 원칙이란 경제적·사회적 불평등(경제적 부(富)나 권력의 차이)은 사회에서 가장 처지가 곤란한 사람에게 최대 이익이 돌아갈 때만 허용될 수 있다는 철학입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나눠 가져야 한다는 절대적 평등주의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불평등이 생기더라도, 그로 인해 가장 사회에서 취약한 계층의 삶이 나아진다면 그런 불평등은 정의롭다는 겁니다. 롤스의 가치 기준으로는 ‘모두의 OOO’보다 ‘가장 필요한 이를 위한 OOO’가 정의롭습니다.최근의 논의 중 주목되는 것은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역량 접근법(Capability Approach)’입니다. 여기서 ‘역량’이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의 총합을 뜻합니다. 즉,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결과를 주는 게 아니라, 각자 다른 출발선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쉽게 이해하면 ‘기회의 평등’과 비슷한 뜻입니다.이런 점에서 센 교수는 단순히 돈이 많다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대신,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끔 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말하자면 ‘모두의 OOO’가 아닌, ‘각자의 가능성을 위한 OOO’가 낫다는 것이죠. ‘모두의 AI’에서 ‘당신의 AI’로올초 미국 CES에 참가한 삼성전자의 행사 모습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미국 CES’에 나온 삼성전자의 주제어입니다.삼성전자는 2025년초 CES 2025에서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올초 CES 2026에선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로 슬로건을 바꿨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범용 기술이었던 AI가 이젠 개인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개인 비서’로 진화했다는 의미입니다. ‘모두의 AI’ 수준에선 사용자가 시키는 일을 잘하는 AI 정도로 족합니다. 그런데 ‘당신의 AI’ 단계에선 AI가 사용자의 패턴을 미리 파악하고 먼저 작업을 제안하는 동반자가 됩니다.이처럼 기술 수준도 ‘모두’나 ‘전체’보다 개별 주체의 구체성과 주체성을 살리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각자의 OOO’ ‘당신만의 OOO’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OOO’로 진화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의 일상과 정치 공간, 정부 정책 등에선 여전히 ‘모두’의 가치와 수준에 머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모두’ ‘전체’에서 진일보해 시민 각자의 삶과 개별성에 가치를 더욱 두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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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학년도 입시, '졸업생' '사탐런'이 최대 이슈

오는 9월 모평 졸업생 접수자, ‘사탐런’ 역대 최대... 졸업생 강세, 탐구 과목 간 유불리 문제 커질 듯... 2027학년도 9월 모의평가 접수 결과, 졸업생 증가와 ‘사탐런’이 동시에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며 입시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2011학년도 9월 모평 접수통계 공개 이후 졸업생 수와 비율 모두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사탐 접수 비율 역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자연계 학생들의 ‘사탐 쏠림’ 현상까지 겹치면서 탐구 과목 간 유불리 문제가 그 어느 해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9월 모평 접수 현황과 그 의미를 분석해본다.오는 9월 모평 졸업생 접수자는 11만192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1학년도 9월 모평 접수통계 공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접수자 중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2.4%로, 이 또한 같은 기간 통계 공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원과 비율 모두에서 동시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졸업생이 이처럼 많이 늘어난 배경에는 대입제도 개편이 자리하고 있다. 내년부터 2028학년도 수능과 고교 내신(5등급제) 체제가 전면 개편을 앞두고 있어 현재 체제로 치러지는 2027학년도 수능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퍼졌고, 재도전에 적극 나서는 졸업생이 늘어난 것이다.여기에 2027학년도부터 도입되는 지역의사제도 상위권 N수생 유입을 부추긴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지역의사제 도입으로 의대 입시 문호가 확대되면서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상위권 졸업생들의 재도전이 증가했다. 따라서 이번 9월 모평 접수자에서 나타난 졸업생 수의 증가는 상위권 N수생 수의 증가로 볼 수 있다.이 같은 졸업생 강세 현상은 고3 재학생들의 수능 성적 예측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통상 졸업생이 재학생보다 수능에서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는 만큼 고3 학생들은 이번 9월 모평 성적을 실제 수능 성적으로 곧바로 연결짓기보다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27학년도 수능에서 졸업생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상대적인 위치 파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이번 9월 모평에서 사탐 접수자 수는 43만2504명으로, 전년 9월 모평 39만1449명 대비 4만1055명(10.5%) 증가했다. 사탐과 과탐을 합산한 전체 탐구 접수자 중 사탐이 차지하는 비율은 68.3%에 달했는데, 이 역시 2011학년도 9월 모평 접수자 통계 공개 이후 역대 최대 비율이다. 반면 과탐 접수자 수는 20만1060명으로, 전년 9월 모평 24만7426명 대비 4만6366명(18.7%)이나 큰 폭으로 감소해 역대 최저치였다.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후 9월 모평 사탐 접수 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이번 사탐런의 심각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사탐 접수 비율은 2022학년도 53.3%, 2023학년도 52.1%, 2024학년도 50.0%, 2025학년도 53.2%였다가 2026학년도 61.3%로 크게 상승한 데 이어, 2027학년도에는 68.3%로 더 높아졌다. 접수 인원 역시 2022학년도 28만237명, 2023학년도 26만4077명, 2024학년도 25만1253명에서 2025학년도 29만421명, 2026학년도 39만1449명으로 급증한 뒤, 2027학년도에는 43만2504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1학년도 9월 모평 접수자 통계 공개이래 사탐 접수자가 처음으로 40만명대에 진입한 것이다.사탐런의 배경에는 자연계 학생들의 사탐으로 이동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대학 자연계 학과에서 수시와 정시 모두 사탐 과목도 인정하는 사례가 늘면서, 자연계 학생들이 수시 수능최저 충족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탐 과목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이 같은 자연계 학생들의 사탐 쏠림이 탐구 과목 간 유불리를 키운다는 점이다. 사탐 접수자가 대거 늘어난 만큼 사탐에서는 수시 수능최저 충족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과탐의 경우 접수자 감소로 과탐에서는 수시 수능최저 충족 인원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자연계 학생 중에서도 사탐을 선택한 학생과 과탐을 선택한 학생 간에 수능최저 충족 여부를 둘러싼 유불리가 크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나아가 자연계 학생들의 사탐 선택 확대는 문과 교차지원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인다. 자연계 학생들이 이미 사탐 과목을 응시한 상황이라면, 정시에서 인문계열 학과로 교차지원을 시도하는 구도가 한층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문과 수험생 입장에서도 입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2027학년도 입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졸업생 강세와 역대 최대 수준의 사탐런이 동시에 맞물리며 탐구 영역이 최대 변수로 부상한 모양새다. 고3 재학생은 졸업생 강세를 감안해 성적 예측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자연계 학생은 사탐과 과탐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남은 기간 수험생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전략적 판단이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해 보인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회원 시사이슈 찬반토론

지자체의 AI 구독료 지원,
필요한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학습과 취업, 업무 전반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들의 AI 구독료를 지원하는 ‘AI 복지’ 경쟁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10월부터 19~29세 청년 50만 명에게 생성형 AI 유료 이용권을 1년간 제공하는 ‘청년 AI 사다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울산시는 19~39세 청년 1000명에게 주요 AI 서비스 6종의 결제액 90%를 최대 10만 원까지 환급한다. 경기 용인시와 의정부시는 연간 최대 5만 원을 지원한다. 군포시도 9월 추경을 거쳐 청년 300명에게 최대 1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청년들의 AI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사업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금으로 청년들의 AI 구독료를 대신 내주는 정책이 시급하고 효율적인지 찬반 의견도 팽팽하게 맞선다. 찬성 측은 “AI 활용 격차가 곧 교육·취업 격차로 이어지는 만큼 선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에서는 “공공 재정을 민간 기업의 유료 서비스 이용에 투입하는 것은 선심 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찬성]AI 활용 격차 해소, 취업에 도움 … 청년 미래 위한 선제적 투자지방자치단체의 AI 구독료 지원은 청년들의 경제적 여건에 상관없이 최신 AI 기술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AI 활용 능력은 이미 취업과 학습, 업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은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AI 활용 역량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주요 생성형 AI는 대부분 월 구독료 3만 원 안팎의 유료 서비스로 제공된다. 수입이 없거나 적은 취업 준비생과 청년층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학생 10명 중 6명이 비용 부담으로 유료 서비스를 구독했다가 해지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서울시에 따르면 월 소득 500만원 이상 가구의 AI 이용률은 55.5%에 달하는 반면 200만원 이하 가구의 AI 이용률은 7.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다양한 AI 서비스를 경험하며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엔 무료 서비스에 의존해야 한다.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 차이가 학습 능력과 업무 역량 차이로 이어진다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AI 디바이드(격차)’를 방치할 경우 기존 교육·소득 격차가 그대로 대물림될 수 있다. 지자체의 AI 구독료 지원은 AI 시대 출발선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AI가 미래 사회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청년에게 AI 구독료를 지원하는 것은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투자라고 봐야 한다. 청년 시기에 습득한 AI 활용 능력은 향후 노동시장에서 AI·로봇과의 협업, 디지털·직무역량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 인재의 역량을 강화하면 장기적으로는 지역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유능한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는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정부와 지자체는 그동안 청년들을 위해 주거, 일자리, 금융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쳐왔다. 청년 복지 프로그램 역시 AI 시대에 걸맞게 진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의 AI 활용 격차를 줄이고 학습 및 업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AI 구독료 지원은 꼭 필요하다. [반대]한정된 재정으로 특정 서비스 지원은 과도 … 실효성 낮아 복지 포퓰리즘 우려생성형 AI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선택해 이용하는 민간 서비스다. 취업·업무에서 중요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필수 보편 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무료나 저가 서비스를 통해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이런 서비스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한정된 공공재원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서울의 경우 대상자가 50만명에 달하지만, 다른 지자체들은 예산의 한계로 인해 선착순이나 추첨을 통해 소수의 청년에게만 혜택을 주는 형태로 운영된다. 일부 청년에게만 공공 재정으로 유료 서비스 구독료를 대납해 주는 것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다수 청년과의 형평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AI 지원금은 결국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할 의향이 뚜렷한 사람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정작 정보 접근성이 낮아 AI 필요성조차 체감하지 못하는 계층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지자체의 한정된 예산을 AI 구독료에 사용할 경우 교육, 복지 등 더 시급한 분야에 사용할 자원이 줄어들 우려도 있다. AI 구독료 지원이 실질적인 역량 강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도 크다. 구독료를 지원 받은 사용자가 학습이나 취업, 업무 등에 활용하지 않고, 단순 오락용으로 소모할 경우 예산만 낭비될 위험이 높다.구독료 지원금은 결국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해외 빅테크 기업의 주머니만 불려줄 것이다. 국민의 세금이 국내 산업 육성과 무관하게 해외 플랫폼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생성형 AI 활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보안 누출과 저작권 침해,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전 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이유다.AI 업계는 최근 무제한 정액 구독 모델을 축소하고 사용량 기반 과금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릴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구독료 자체를 지원하는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게 구독료를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무료 AI 교육을 제공하거나 공공 서비스를 개발하고, 디지털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기]선심 행정 그쳐선 안 돼 … 실질적 역량 개발 지원해야청년들의 AI 활용 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는 좋다. 문제는 지자체의 재정 상황이다. 한정된 지방재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에 따른 우선순위 설정이 필수적이다. 다른 시급한 사업에 들어가야 할 예산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대상과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취업준비생, 청년 창업가 등 AI 기술 접근 격차가 실제 소득이나 역량 격차로 이어질 위험이 큰 계층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AI 구독료 지원은 학업이나 업무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구독료만 지원한다면 현금성 지원과 다를 바 없다. 무료 서비스 수준의 기본 정보 검색이나 그림 그리기 등으로 활용이 제한될 경우 예산이 낭비될 위험도 있다. 전체 예산 중 일부를 AI 실무 활용 교육이나 프로젝트 지원에 배정해 실제 역량 개발로 이어지도록 지원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원 받은 청년들의 취업 및 창업 성과, 생산성 향상 여부 등을 평가해 성과 검증이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양준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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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4만달러 간다는데...
대졸 실업자 48만명은 왜?

정부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3만9164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작년에 비해 2750달러(약 7.6%) 늘어난 수치인데요, 최근 5년 만의 최대 증가폭입니다.중요한 건 4만달러에 근접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4만달러를 넘긴 적은 아직 없습니다. 내년 우리 정부가 예상하는 경제성장률(4.6%)과 최근의 환율 추이를 감안하면 내년 1인당 GDP가 처음으로 4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주요 7개국(G7)이나 서유럽 국가, 싱가포르 등의 1인당 GDP는 대략 3만~4만달러 수준입니다. 4만달러를 넘기면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확실한 선진국 클럽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초호황에 따른 수출 증가를 바탕으로 ‘소득 4만달러 선진국 대한민국’ 뉴스를 접할 것 같습니다. 1%대 안팎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을 우려하던 데 비하면 수출 호황과 3%대 성장 전망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의 고용 한파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습니다. 일자리가 그만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9개 주력 제조업종 가운데 작년에 비해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은 반도체와 조선산업뿐입니다. 나머지 기계, 전자·디스플레이 등 6개 업종은 ‘유지’에 그치고, 섬유산업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그중에서도 청년 고용이 큰 문제입니다. 취업 절벽에 가로막혀 생애 첫 직장을 잡기도 힘들고,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잃는 청년이 많다는 뉴스가 매달 통계를 통해 전해집니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총 34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1000명(5.3%) 줄었습니다. 월별로 따져본 청년 취업자 감소세는 4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기간 동안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청년 고용률은 44.2%로 27개월 연속 하락했고, 청년 실업률 6.8%는 5년 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입니다.고학력자의 실업 문제가 특히 눈에 띕니다. 올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총 48만1000명으로, 5년 만의 최대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2030세대가 30만9000명을 차지하며 전체의 64% 가량을 점했습니다. 첫 직장이라도 잡아야 경력을 쌓아 더 좋은 일자리로 옮길 텐데, 이것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20대 실업자 가운데 취업 경험이 아예 없는 사람이 4만8000명으로, 2분기를 기준으로 할 때 2021년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대졸 청년이 “일이 없어 그냥 쉰다” “일 없어 운다”고 할 정도입니다.성장(또는 경기 수준)과 고용 간에 왜 이런 미스매치(mismatch, 불일치)가 생겨날까요? 경제는 다시금 힘을 내며 성장하는데 청년들은 왜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일까요? ‘고용 없는 성장’이란 말에서 보듯, 이 문제는 오랜 기간 반복돼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결은커녕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기준)로 굳어지는 듯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이해를 충실히 하면 국어 비문학 지문이나 논술시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겁니다. 3가지 구조적 원인 심각 한경DB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이른바 ‘성장 엔진’과 ‘고용 엔진’이 분리됐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등 업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 산업은 자본집약적 성격이 강해 고용을 늘리는 효과는 그보다 못합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많고 고용안정성이 높은 제조업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2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에만 의존한 경제성장은 다른 부문의 인력과 투자를 흡수해 성장 기반을 잠식하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둘째,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간의 임금, 고용안정, 사내복지 등 격차가 여전한 점입니다. 한마디로 한국 노동시장의 고질병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때문입니다. 청년들은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은 나름 필요로 하는 능력과 경력을 갖춘 구직자가 많지 않다고 하소연합니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들 가운데 약 26%가 고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구직자가 원하는 일자리, 구인 기업이 원하는 경력(내지 능력)을 갖춘 인력이 서로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일자리가 없다’기 보다는 ‘맞는 일자리’가 없는 거죠.마지막으로 이게 중요한 부분인데요, AI가 청년 일자리를 사실상 뺏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4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000개 급감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94%(26만8000개)가 AI 활용도가 높은 ‘AI 고노출 업종’이었습니다. 이는 전문대 졸업자보다 대졸자의 실업률을 더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어요. 문제는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며 맡던 업무와 일자리가 AI로 대체되면서 ‘경력 사다리’의 첫 칸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 하려는 의욕 살리는 게 지름길이처럼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성장-고용 미스매치’ 문제가 왜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걸까요? 먼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데 이해관계자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근무기간이 늘어나면 자동적으로 임금이 높아지는 대기업 정규직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강력하게 버티는 대기업 노동조합의 힘, 청년 고용 못지않게 중요한 정년 연장의 문제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노조, 노란봉투법 등장 이후 현실화한 하청 노조의 파업 압박 등으로 더욱 더 청년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다음으로 AI에 따른 청년 일자리 감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정부의 정책 설계도 아직 미비합니다. 경제부처에선 GDP나 수출, 환율 같은 거시 지표 관리에 아무래도 신경을 더 쓰게 됩니다. 고용의 질과 청년 취업 체감도는 경제 지표 관리에 잘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도 있습니다.현실은 만만치 않지만, 청년 고용 해결의 방향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결국 기업의 투자 확대가 청년 일자리 증대에 핵심 요소로 꼽힙니다. 정부는 기업의 채용 여력을 떨어트리는 규제 장벽과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합니다. 신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도 과감히 풀어 양질의 일자리가 자꾸 만들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이 인력을 더 뽑고 싶게 하는 규제 완화와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합니다.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 연장, 이익에 연계한 과도한 성과급 요구, 파업 리스크 등의 기업 부담을 줄여줘야 합니다. 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공법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첨단산업 인력 20만명 양성과 민간 및 공공일자리 30만개 창출 등을 뼈대로 하는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을 곧 내놓을 예정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을 담은 자료는 뭔가 도식적이고 목표 숫자를 꿰어맞추려는 듯한 느낌을 많이 줍니다. 위에서 열거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권의 인기와 지지도 하락도 감수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은 대책 자료는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본질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부의 각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생산성 향상과 업무능력 증대를 위한 청년 자체의 노력도 빠트릴 수 없습니다. 결국 AI를 활용하는 역량과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는 문제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 등을 보면 구직자들은 단기적으로는 AI 도구 실습과 프로젝트 경험을, 장기적으로는 문제해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을 세우고 노력해야 합니다.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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