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 갈등’이란 신조어를 들어보셨나요? 현대자동차가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아틀라스)을 2028년부터 공장 작업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측과 노동조합 간에 새로운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로 갈등은 노조와 로봇의 대립을 뜻하는 말입니다. 로봇의 투입은 근로자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현대차 노조는 “노사 합의 없는 로봇 투입은 전면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러다 ‘현대판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걱정됩니다.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이와 관련한 의견을 내 눈길을 끕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로봇을 현장에 못 들어오게 하겠다고 어느 노동조합이 선언한 것 같다.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며 “AI 로봇이 지치지 않고 일하는 세상이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0일 국가창업시대 회의에선 “우리가 어떻게든지 대응해야 되는데, 결국 방법은 창업”이라고 했습니다. 피하기 어려우므로 조금씩 준비를 해야 하고, 실업 위기 대처법으로 창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겁니다.인공지능(AI)이 따라 하기 어려운 블루칼라 일자리가 인기를 끌었는데, 로봇이 그 영역을 치고 들어오는 건 아닐까요? 기술 발전과 노동운동이 충돌한 과거 역사는 어떤 교훈을 던져줬는지, 우리 사회는 어떤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로봇의 일자리 공습 "생각보다 빨리 찾아와"예측 어렵고 현장 판단 중요한 업무만 생존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에 아틀라스를 처음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아틀라스는 공정 순서에 맞춰 부품을 가져다 놓는 단순 작업부터 시작해 2030년께는 부품 조립에 일부 참여합니다. 이후 무거운 물체를 다루거나 복잡한 작업으로 범위를 넓혀갈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꾸릴 계획입니다.“작업자 안전 도움” vs “고용 축소 의도”현대차는 “아틀라스는 위험하고 반복적인 육체노동을 대신해주는 협업형 로봇”이라고 설명합니다. 생산성 향상 목적도 있지만, 작업자의 안전을 돕는 순기능이 있다는 거죠. 또한 로봇을 유지·정비하고 데이터 관리와 운영을 맡을 새로운 일자리도 생길 것이라고 얘기합니다.현대차의 로봇 도입은 기업 경영 관점에선 합리적 결정입니다. 공장 노동자 두 명의 2년 치 연봉이면 아틀라스 한 대를 들여놓을 수 있다고 하니 그 효과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생산성 향상과 소득증대에도 기여합니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17년 낸 보고서에서 로봇과 자동화 활용을 확대할 때 전 세계의 생산성이 매년 0.8~1.4% 향상되고, 세계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총합이 2030년까지 약 11% 늘어날 것으로 봤습니다.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거세게 반발합니다. 아틀라스를 현대차의 글로벌 공장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국내 생산분과 고용을 해외 공장으로 대체하려는 신호라고 주장합니다. 노조는 “마차에서 자동차로 전환되는 시기엔 마차도, 차도 사람이 만들었다. 지금은 인간이 로봇을 만들고, 그 로봇은 모든 일자리에 대체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회사 측이 일방통행하면 판을 엎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노사 간에 조성된 긴장감으로 볼 때 ‘현대판 러다이트’ 바람이 언제 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화이트·블루칼라 모두 위협그렇다면 로봇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까요? 권위 있는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2030년 전후까지 세계 주요국 노동력의 20~40%가 로봇과 인공지능(AI),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3년 고용 전망’에 따르면 자동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무는 OECD 평균으로 전체의 약 27%입니다. ‘몇 퍼센트(%)의 일자리(job)가 사라지느냐’보다 ‘각 직무에서 몇 %의 작업(task)이 자동화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맥킨지의 2025년 보고서는 미국 노동시간의 약 57%가 현재의 자동화 기술로도 처리 가능하다고 밝힙니다.그동안은 로봇보다 AI로 인한 일자리 소멸을 걱정했습니다. ‘AI 충격’이 먼저 찾아왔기 때문이죠. 데이터 입력 등 단순 정보처리, 기초회계 같은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일, 콜센터 등의 간단한 고객지원 업무에서 AI가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비해 육체노동 중심의 블루칼라 일자리는 당분간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인식이 생겼습니다.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서도 수작업·현장 위주의 블루칼라는 화이트칼라에 비해 자동화 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기능·기술 자격증이 인기를 얻고 젊은 세대가 블루칼라 직종을 선호한다는 보도도 많았습니다.그러나 로봇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일자리 안전지대’는 무의미해졌습니다. 블루칼라 역시 반복적이고 표준화할 수 있으며, 실내의 정해진 공간에서 하는 일은 산업용 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충분히 대체 가능합니다. 정형화돼 있지 않은 작업 환경, 현장 판단과 협업이 중요한 일, 예측이 어렵고 즉흥적 대응이 필요한 업무 등이 로봇 시대에도 존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화이트칼라냐 블루칼라냐’가 아니라 일과 작업의 성격과 구조를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작업 현장의 공정과 설비 등을 잘 알고 있으며, AI와 로봇을 다룰 줄 알고 협업하는 블루칼라들이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NIE 포인트1. 아틀라스를 개발한 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를 둘러보자.2. 로봇과 인간 노동의 장단점을 비교해보자.3. 로봇 기술 발전으로 블루칼라 인기가 한풀 꺾일까?기술발전-근로자 충돌, 고용제도 개선의 계기"로봇세·기본소득·창업 지원 등 논의 필요"19세기 초 영국에서 벌어진 러다이트(Luddite, 기계 파괴) 운동은 기술문명과 노동세력이 정면 충돌한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기술발전을 산업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여러 생각거리와 교훈을 남겼죠.군대까지 투입된 러다이트 사태러다이트 운동은 영국 직물 노동자들이 “기계 도입으로 숙련 일자리가 파괴된다”며 조직적으로 기계를 부수었던 일입니다. ‘러다이트(Luddite)’라는 말은 구전으로 전해지는 인물인 ‘네드 러드(Ned Ludd)’에서 따온 것이란 해석이 있습니다. 18세기 후반 영국 견습공 네드 러드가 양말 짜는 기계 두 대를 부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공장 기계가 고장 나면 노동자들이 “네드 러드가 그랬다”고 농담하기 일쑤였습니다. 1811년 이후 기계 파괴 운동이 본격화하자, 직조공 비밀결사를 ‘러드를 따르는 사람들’이란 뜻에서 러다이트라고 불렀죠.당시 영국은 나폴레옹전쟁으로 고물가와 실업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자동 직조기와 편직기의 도입으로 고임금 숙련 직조공들마저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줄었습니다. 이에 불만이 쌓인 직조공들은 저녁 시간에 공장에 침입해 기계를 파괴하고 불을 지르기까지 했습니다. 정부는 기계 파괴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많게는 1만 명이 넘는 군대 병력까지 투입해 사태를 진압했습니다.미국 車 산업도 자동화로 발전러다이트들은 기계를 부수며 저항했지만, 기계화의 방향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국가의 폭력적 개입만 불러왔죠. 하지만 대규모 공장제 생산이 정착되면서 노동 수요는 더 늘어나고 기계의 유지·보수, 품질관리 등을 맡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습니다. 이후 노동운동은 ‘기계 반대’가 아니라 임금, 노동시간, 고용 보장, 작업 강도, 안전 기준 등을 둘러싼 제도 개선에 주력하게 됐습니다. 이는 근대적 노동조합 발전과 노동법 체계의 형성을 도왔어요. 새 기술의 도입이 ‘생산성 향상→기존 직무의 축소와 변형→노동의 저항과 조정, 실업→노동 친화적인 고용제도의 정착’이란 과정을 통해 선순환하게 된 거죠.20세기 중반엔 미국의 포드와 GM을 중심으로 분업 생산,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등 대규모 자동화가 추진됐습니다. 일부 공장에선 노동자들과 격한 충돌이 있었죠. 하지만 기술 도입은 진행됐고 노사는 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안전 규제, 해고완화 장치 마련 등에 합의합니다. 기술 혁신이 노동운동과 충돌할 때 사회 전체가 해결책을 찾으면 이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국가적 대책 논의 시발점개별 기업이나 산업별 노사협상을 넘어 국가 정책적인 차원의 구제책은 없을까요? 예를 들어 로봇세 또는 디지털세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로봇이나 자동화 도입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에 과세해 실업자 구제 재원을 마련하는 거죠. 이는 기업의 자동화 속도를 조금은 늦추는 효과도 낳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원(稅源)을 둘러싼 논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인세는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영업이익)에 매기는 세금입니다. 그런데 로봇세는 어떤 근거로 부과해야 할까요? 로봇 도입에 따른 이익은 이미 영업이익에 녹아들어 있을 겁니다. 따라서 로봇세는 로봇 도입 사실 그 자체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자동화 추진은 경영 혁신의 일환인데, 여기에 세금을 매기면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게 됩니다.이재명 대통령은 “창업이 로봇 시대 실업 문제의 대안”이란 식으로 말했지만, 어제까지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하루아침에 혁신적 창업자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가 창업을 장려하는 행사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기본소득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로봇 도입이 기본소득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는 될 것 같습니다.NIE 포인트1. 기술발전이 노동운동과 충돌한 또 다른 역사 사례를 찾아보자.2. 기술발전이나 혁신의 부정적인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3. 기본소득 논의가 로봇 문제로 본격화할까?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026학년도 대학입시를 마무리하면서 주요한 변화를 꼽자면 수험생들의 실리 위주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방권 대학 지원자가 크게 증가하며 지방권 대학 정시 경쟁률은 최근 5년 새 최고를 기록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속 무리하며 인서울을 고집하기보다 지역의 취업률 높은 대학, 학과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전문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또한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 소재 전문대는 정시 경쟁률이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하는 등 수험생 사이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전문대 정시 경쟁률 및 취업률을 분석해본다.최근 2개년 정시경쟁률을 공개한 서울·경인 지역 28개 전문대의 정시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2026학년도 경쟁률은 12.5 대 1로 전년 6.6 대 1 대비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권 9개 전문대는 2025학년도 10.5 대 1에서 2026학년도 15.7 대 1로 상승했고, 같은 기간 인천권 3개 대학은 6.1 대 1에서 12.7 대 1로, 경기권 16개 대학은 4.6 대 1에서 10.2 대 1로 큰 폭 상승했다.지원자 수도 급증했다. 28개 대학 합산 2025학년도 7만7939명에서 2026학년도 10만1184명으로 29.8%나 늘었다. 권역별로는 서울권이 9517명(3만8136명→4만7653명) 늘었고, 인천권은 2531명(6748명→9279명), 경기권은 1만1197명(3만3055명→4만4252명) 증가하며 수험생 사이 전문대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전문대는 지원 횟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경쟁률과 지원자 수를 해석할 때 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건은 2025학년도와 2026학년도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험생 사이 전년 대비 관심이 크게 상승했다는 것 자체는 분명해 보인다.2026학년도 대학별 경쟁률을 살펴보면, 서울권에선 삼육보건대가 33.0 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고, 다음으로 인덕대 23.2 대 1, 서울여자간호대 22.9 대 1, 서일대 22.0 대 1, 숭의여대 20.6 대 1, 명지전문대 16.6 대 1, 한양여대 13.8 대 1, 배화여대 13.8 대 1, 동양미래대 6.8 대 1 순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인천권은 인하공업전문대 26.5 대 1, 경인여대 11.6 대 1, 재능대 6.2 대 1 순이었고, 경기권에선 부천대 20.2 대 1, 신구대 19.1 대 1, 유한대 17.1 대 1, 동서울대 15.2 대 1, 안산대 13.8 대 1, 대림대 13.7 대 1, 오산대 12.5 대 1, 농협대 11.5 대 1, 경복 대 10.8 대 1, 서정대 10.6 대 1, 신안산대 10.0 대 1 순으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서울권에서 학과별로는 한양여대 항공과가 132.0 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다음으로 삼육보건대 아동심리상담과 95.0 대 1, 삼육보건대 사회복지과 89.0 대 1, 삼육보건대 자유전공과 68.0 대 1, 숭의여대 아동보육과 65.0 대 1, 삼육보건대 의료AI융합과 63.8 대 1,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62.5 대 1, 서일대 비즈니스중국어과 62.0 대 1, 숭의여대 자유전공학과 62.0 대 1, 인덕대 기계공학과 58.0 대 1 순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이 같은 전문대에 대한 관심 증가는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수험생 사이 취업 등 실리 위주 선택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2026학년도 수능이 어려웠던 것도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 4년제 대학 정시에선 안정·하향 지원 추세가 강해지곤 하는데, 이 같은 분위기가 전문대 지원 증가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실제 취업 관련해선 전문대가 4년제대를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 최근 10개년 전국 전문대 및 4년제 대학의 취업률을 분석해보면, 전문대의 취업률은 대학알리미 공시년도 기준 2016년 61.6%에서 2025년 70.9%로 9.3%P가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4년제대는 56.3%에서 61.9%로 5.6%P 증가에 그쳤다. 매해 전문대의 취업률이 4년제 대학을 5~9% 앞서고 있다. 전문대가 4년제 대학을 앞서는 격차는 2025년 9.1%P까지 벌어져 최근 10년 새 최대로 커졌다. 취업 여부만 놓고 보면 전문대가 4년제 대학보다 수월하다는 것이다.전문대의 권역별 취업률을 살펴보면, 공시년도 2025년 기준 서울권 9개 대학은 64.6%, 경인권 33개 대학은 68.9%, 지방권 87개 대학은 73.2%로 분석됐다. 10년 전인 2016년 대비 증가 폭은 서울은 8.2%P, 경인은 8.3%P, 지방은 10.1%P로 지방권 전문대의 취업률 상승 폭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된다.전문대의 경쟁률 상승, 지원자 증가가 일시적 현상인지 장기적 추세인지 지금으로선 판단이 쉽지 않다. 다만, 지방권 4년제 대학의 경쟁률이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까지 고려해보면, 수험생 사이 실리 위주 선택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험생들은 이런 변화를 인지하면서 2027학년도 대입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때 개성과 소비 감각으로 1990년대 문화를 주도한 이른바 X세대는 이제 40세를 훌쩍 넘겼다. 이들은 최근 ‘영포티(Young Forty)’라는 이름으로 다시 소환되고 있다. 당초 영포티는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기 관리에 적극적인 40대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던 마케팅 용어였다. 인구 구조의 고령화로 중위 연령이 상승하면서 40대가 사회의 실질적인 ‘허리’이자 가장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세대가 됐음을 선언하는 상징이었다.그러나 온라인 공간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그 의미가 빠르게 바뀌었다. 지금의 영포티는 “나잇값을 못 한다” “젊은 세대의 문화를 어설프게 흉내 내는 기득권”이라는 조롱과 멸칭에 가깝다. 영포티 논란은 한국 사회 내부의 세대 갈등을 드러내는 거울이 되고 있다.[찬성] '젊은 척'만…내면은 일방적·권위적, "자신이 사회의 중심"…청년들 '눈쌀'영포티 논란을 두고 흔히 “나이 들어도 젊게 살 자유가 있다”고 반론한다. 그러나 비판의 초점은 애초부터 외모나 취향 자체에 있지 않다. 2030 세대가 문제 삼는 것은 일부 40대가 젊음을 소비하는 방식이 타인에게 불편함과 위계를 동반할 때다. 영포티라는 말에 담긴 반감은 ‘젊게 산다’는 사실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직장이나 생활 현장에서 연령과 경력을 앞세워 권위를 행사하면서도, 자신보다 훨씬 어린 세대에게는 수평적 관계와 친밀함을 구하는 이중적 태도가 반감을 자초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영포티를 “말투는 부드럽고 배려심 있는 척하지만, 내면은 지독하게 권위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직장 내에서 스스로를 개방적인 상사로 자처하고 친밀함을 요구하지만, 실제로는 그 친밀함을 무기로 업무 외적인 복종을 강요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소프트 꼰대’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젊은 세대와 친구 같은 관계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는 연장자의 권위를 동원해 자기 의사를 일방적으로 관철하려는 이중적인 태도에 대한 비아냥이 담겨 있다.40대의 이런 내면에는 자기 인식의 오류가 있다. 일부 영포티는 여전히 자신을 문화와 사회의 중심에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나는 아직 젊다”는 자기규정과 “이 정도는 내가 누려도 된다”는 암묵적 특권 의식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젊은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본인은 스마트하고 경험 많은 ‘중년의 매력남’이라고 자부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그저 거절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불편한 연장자일 뿐이라는 점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취업난과 주거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2030에게, 이미 안정된 기반을 갖춘 40대가 수백만 원짜리 명품 스트리트 브랜드를 입고 젊음을 과시하는 것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라 기득권을 과시하는 행위로 읽힐 뿐이다.[반대] "취향을 나이로 재단해선 안 돼"…혐오 이면에 세대 간 정치적 대립 투영‘개인의 취향을 나이로 재단할 수 없다’는 건 보편적 권리다. 40대가 아이폰을 쓰고 스트리트 패션을 즐기는 것은 조롱받을 일이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받아야 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적 선택이다. 특히 40대는 1990년대부터 해당 문화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해 온 주역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수십 년간 이어온 취향을 갑자기 폐기해야 한다는 요구는 시대착오적인 ‘연령 차별’이다.영포티는 실재하는 집단이라기보다, 마케팅과 온라인 담론이 만들어낸 이미지에 가깝다. 취향과 태도, 정치 성향과 삶의 조건이 제각각인 수많은 40대를 하나의 이름으로 묶는 순간, 논쟁은 현실을 왜곡하고 만다. 이해를 돕기보다 또 다른 낙인을 찍는 방식이다. 40대 중에는 권위주의를 타파하려 노력하며 직장 내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합리적인 리더가 훨씬 많다.영포티를 기득권으로 보는 시각도 동의하기 어렵다. 2030 세대가 영포티를 향해 쏟아내는 분노의 본질은 그들의 옷차림이 아니라, 그들이 선점한 ‘자산의 사다리’에 대한 박탈감이란 분석이 많다. 하지만 오늘날의 40대는 안정된 기득권 집단이 아니다. 부모 세대의 부양과 자녀 세대의 양육 책임을 동시에 짊어진 ‘샌드위치 세대’로서 극심한 경제적·심리적 압박을 겪고 있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청년기에 겪으며 평생직장 개념이 붕괴하는 과정을 목격했고,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무한 경쟁에 내몰린 끝에 살아남은 생존자다. 이제 40대가 됐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고용 불안과 생계 부담 속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수많은 40대 중 일각의 소비나 취향을 전체의 문제인 양 비난하는 것은 악의적인 음모에 가깝다.영포티 혐오의 이면에는 2030 세대의 보수화와 4050 세대의 진보적 성향 간 정치적 대립이 투영돼 있다. 영포티라는 프레임은 갈등을 인위적으로 증폭시키는 정치적 기제로 작동할 위험이 크다.√ 생각하기 - 영포티는 없다, 갈등을 만드는 프레임만 있을 뿐영포티 논란의 본질은 ‘40대가 젊게 사는 게 옳으냐’ 여부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왜 특정 세대를 하나의 이미지로 묶어 비난하게 됐는가다. 이는 대한민국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 자산 불평등, 그리고 가치관의 급격한 변동이 ‘세대’라는 가장 취약한 고리를 통해 분출된 현상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취향과 태도, 정치 성향과 삶의 조건이 제각각인 개인들을 영포티라는 틀에 욱여넣는 순간, 논쟁은 현실이 아니라 허상과 싸우는 양상이 된다.이 지점에서 필요한 건 새로운 낙인이 아니라 생각의 전환이다. 일부 개인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구성 오류다. 세대를 가르는 언어를 내려놓고 생산적인 공동체 논의로 나아갈 때 비로소 갈등의 온도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세대라는 이름으로 묶인 집단 혐오와 조롱의 언어에 대한 성찰과 사회적 자정이 필요하다.유병연 논설위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4년째 미국에 뒤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9%로, 미국(2.4%)보다 0.5%포인트 낮습니다. IMF의 작년 10월 리포트에선 한국과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 격차가 0.3%포인트 였습니다. 격차가 더 커진 겁니다.미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우리보다 16배가량 큰 세계 최고 경제대국입니다. 몸집이 크면 움직임도 느리기 마련이죠. 당연히 미국의 성장률이 우리를 추월하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그런데 이젠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되고 있지 않나 걱정입니다. ‘코끼리 미국 경제’가 우리보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면 경제 규모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물론 미국 경제의 활황세 영향이 큽니다. 한편으론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약한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선진국 평균 전망치(1.8%)와 비슷하지만, 신흥국·개발도상국 평균(약 4.2%)에는 훨씬 못 미칩니다.한 나라의 경제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 국방 분야 등의 재정 수요 대처,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위해 꾸준히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계층 갈등이 심화하고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게 되죠. 우리나라 성장률이 부진한 현상과 이유를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연1%대 韓성장률…4년째 미국에 뒤처져 경제 기초체력 키워야 증시 활황세 지속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비교해보면 마치 미국이 신흥국이고, 한국이 선진국인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올해 전망치 격차 ‘0.5%포인트’를 작다고 볼 수 없습니다. 미국의 경제 규모가 우리보다 16배나 크기 때문에 이 정도 성장률 격차도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내죠. 더욱 중요하게는 미국의 왕성한 경제 활력이 어디에서 샘솟는지, 우리는 어떤 병목(bottle neck)에서 경제 성장세가 꽉 막혀 있는지 진지하게 되묻게 해줍니다.“코끼리는 뛰는데…”‘신흥국 고성장, 선진국 저성장’이란 공식이 깨진 것은 아닙니다. 앞서 봤듯, 올해 신흥국 성장률은 평균 4.2%, 선진국 평균은 1.8%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인도가 6.5%로 높은 수준이고, 중국은 4.2%대입니다. 상대적으로 미국이 2.4%라는 두드러진 성장세를 구가할 전망이어서 신흥국과 선진국의 표정이 달라 보이는 겁니다.물론 ‘세계경제의 기관차’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률이 점차 둔화하고 있긴 합니다. 공통적으로 인구 고령화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 보호무역주의 발호로 인한 글로벌 교역 둔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되는 재정적자와 민간 부채 급증 문제 등이 성장률을 떨어트리고 있습니다.하지만 이런 흐름을 위안 삼을 일은 아닙니다. 우리와 수출 무대에서 경쟁하는 대만의 경제 성장세는 여전합니다. 대만은 작년 7.4% 전후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4%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도 작년 대만이 우리나라를 추월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경쟁국도 이런 상황이어서 “코끼리(미국 경제)가 우리보다 빨리 달린다면 우리 경제엔 미래가 없다”는 지적은 예사로 들리지 않습니다.설상가상으로 ‘금리 역전’한·미 간 역전은 성장률뿐이 아닙니다. 중앙은행 기준금리도 미국이 더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은 자본 축적도가 높고 금융시스템이 발전해 금리가 신흥국보다 낮은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는 연 3.5~3.75%로, 우리나라(연 2.5%)보다 1.00~1.25%포인트 높습니다. 2010년대 이전엔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높았지만, 2023년 중반부터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저(低)금리는 기업의 투자를 자극하기 때문에 나쁜 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외환시장이 불안할 때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은 한국에서 외화가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 문제를 낳습니다. 금리가 낮으면 각종 투자의 수익률도 함께 낮아집니다. 투자의 메리트가 적으니 한국에서 돈이 떠날 수밖에 없어요. 채권의 경우 금리가 낮으면 가격은 높다는 얘기인데요, 그만큼 국내 채권의 투자 매력이 떨어져 해외 채권으로 돈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자본의 해외 유출은 국내 유동성을 감소시켜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고 기업의 주가를 하락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자본 유출로 달러 수요가 늘고 원화 수요는 감소해 환율을 오르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높은 환율 수준이 고착될 위험성이 큽니다.펀더멘털을 봐야 할 때경제성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입니다. ‘코스피지수 5000 돌파’로 요약되는 국내 증시의 강한 시황이 펀더멘털과 따로 놀 수는 없어요. 코스피지수가 작년 한 해 약 75% 상승했고, 연초에도 강한 상승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뜨겁죠. 그러나 반도체 호황 주기(슈퍼사이클)에 증시가 앞서 과열되는 양상이기도 합니다. 우리 경제는 내수시장과 서비스업 침체, 건설업 투자 부진으로 저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 전체가 아닌,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기업의 실적 호조에만 지탱하고 있는 거죠. 이래서는 증시도 강세를 계속 유지하기 힘듭니다. 증시는 경제의 거울일 뿐입니다. 펀더멘털을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NIE 포인트 1. 한국·일본·대만·중국의 최근 10개년 경제성장률을 비교해보자.2.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왜 위험한지 알아보자.3. 주식시장과 실물시장은 다르게 움직일 수 있을까? 기록적인 저성장은 구조개혁 미룬 대가 혁신역량 살려 생산성 높이는 노력 필요 경제성장률과 관련한 중요 개념 중 하나는 잠재성장률입니다. 이는 한 나라가 과도한 물가상승 없이 장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 최대치를 말합니다.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높으면 수요와 시장이 과열됐다는 얘기여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집니다. 반대로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으면 공급과잉 상황이어서 실업 증가와 물가하락이 나타날 수 있어요.‘2040년대 0%대’ 잠재성장률잠재성장률을 계산하는 데 특별한 공식이 있는 건 아닙니다. 경제 연구기관들이 노동력, 자본, 기술 수준 등 여러 요소를 가지고 생산함수 접근법, 시계열 분석법 등의 통계 기법을 활용해 추정합니다.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저조한 것은 잠재성장률 하락에서도 확인됩니다. 1980년대 7~9%, 1990년대 5~7%로 높았던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이후 계속 낮아져 20024~2026년엔 2%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부는 2030년대엔 이 수치가 1%대, 그리고 2040년대엔 0%대로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선진국 중 최저 수준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다분합니다.자본수익률 낮아 ‘해외로 해외로’우리의 잠재성장률이 이렇게 낮아지는 이유는 뭘까요? 크게 네 가지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때문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와 관련해 가장 우려된다고 짚는 대목입니다. 둘째는 노동생산성·총요소생산성 등 생산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총요소생산성이란 노동, 자본, 원자재 등 ‘눈에 보이는’ 생산요소 외에 기술개발이나 노사관계, 경영혁신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 요소를 말합니다.셋째는 국내 투자의 둔화와 해외 투자의 증가입니다. 앞서 설명한 요인들로 인해 국내 자본수익률이 떨어지자 일본처럼 국내 대신 해외에 투자하는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고 성장을 둔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옵니다. 마지막으로 비효율적인 경제구조가 개선되고 있지 않습니다.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 부동산에 쏠린 가계 자산과 막대한 가계부채, 서비스업의 낮은 생산성, 대·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등이 여전히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개혁이 미뤄지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시장과 혁신을 중심에 두는 미국이번엔 반면교사로 삼을 미국 고성장의 비결을 살펴볼까요? 미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쇠퇴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연간 2~3%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미국은 무엇보다 기술혁신과 이를 통한 생산성 제고에 성공했습니다. 에릭 브린욜프슨 미 스탠퍼드대 교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미국의 생산성을 1~2%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실제로 2023~2025년 미국의 총요소생산성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엔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들이 AI 관련 투자를 크게 늘린 것이 최근 국내총생산(GDP) 증대에 큰 효과를 낸 겁니다. 다음으로 유연한 노동시장의 존재입니다. 기업의 여건에 맞는 고용 조정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면 경기 변동에 맞게 기업이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 있고, 경기 회복기에 높은 성장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지로서 확고한 우위를 다진 점입니다. 미국의 스타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미국 주식시장이 세계 자본의 60%를 흡수하며 ‘혁신 자금 순환’의 고리를 형성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월가를 움직이는 금융인 중 한 사람인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도 “미국의 금융화와 혁신 생태계가 중국의 제조업 모델을 압도한다”고 했습니다.우리는 어떤가요? 새로운 기술·경영혁신이 기득권 보장으로 인해 사장되고 마는 사회, 기업 활동을 옥죄는 경제 규율의 확대, 말로만 강조하는 총요소생산성 등이 여전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장은 누가 이끌 수 있을까요? NIE 포인트 1. 잠재성장률과 실제 성장률의 관계에 대해 공부해보자.2. 총요소생산성이 왜 중요한지, 국가별 수준은 어떤지 알아보자.3. 혁신이 사장된 최근 사례를 찾아보자.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