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와 마운자로 같은 신약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천문학적 연구비와 오랜 시간이 투입된 결과물이죠. 제약사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내기 위해 일정 기간 다른 회사가 똑같은 약을 만들지 못하도록 특허권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누립니다. 독점시장에서는 공급자가 가격 결정권을 갖기 때문에 약값이 매우 비싸게 책정됩니다. 혁신에 대한 보상이라는 긍정적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문제도 생깁니다.그래서 비만약의 한 달 투약비는 국내 기준 수십만 원에 달합니다. 체중감량이 절실한 저소득층 환자는 비싼 약값 탓에 치료제를 구경하기 어려울 겁니다. 반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쉽게 약을 구비해 건강과 미용 효과를 모두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비만을 질병으로 본다면 누구나 치료받을 권리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제력이 접근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건강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습니다.건강보험 적용과 정부 규제 딜레마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돈이 된다는 사실이 증명되자 글로벌 제약사들은 물론 국내 제약업체까지 더 싸고 강력한 약을 만들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거든요. 하지만 소비자는 약의 부작용이나 정확한 효능을 의사만큼 잘 알지는 못합니다. 결국 정보 비대칭으로 자원이 잘못 배분되는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비만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보고 국가 건강보험을 적용해 누구나 저렴하게 처방받아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미용 목적의 오남용과 세금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정책적 딜레마도 존재합니다. 비만은 당뇨나 심혈관 위험을 높이는 만성질환인데, 정부가 나서 지나치게 규제한다면 치료 기회나 권리까지 가로막힐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과 시장의 자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비만 치료제에 울고 웃는 산업비만약은 다른 산업들의 흥망성쇠까지 좌우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식품 산업입니다. 달고 짠 고열량 간식이나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등 정크푸드의 소비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재미있는 현상도 있습니다. 지방뿐 아니라 근육까지 빠지게 하는 비만약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닭가슴살 같은 단백질 식품을 더 많이 소비하고, 근력운동을 위해 피트니스센터를 찾습니다. 비만 치료제가 식욕을 억제해 정크푸드에 대한 수요 자체를 줄인다면, 반대로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한 단백질 식품이나 피트니스 산업은 비만약과 함께 소비가 늘어나는 보완재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항공업계에서는 전 세계 탑승객의 평균 체중이 줄어들면 비행기를 띄우는 데 필요한 막대한 항공유를 절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선택 변화가 기업의 전략과 산업 구조까지 흔드는 셈이죠. 상품 하나가 산업 전체를 재편하는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비만약은 해방일까, 또 다른 강박일까비만을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여기는 시선은 사실 흔합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비만은 싸고 자극적인 가공식품, 과도한 노동시간, 걷기 힘든 도시 구조 등 복합적인 사회적 원인에서도 비롯됩니다. 근본 원인은 외면한 채 살 빼는 약이라는 결과만 소비한다면 결국 실패의 책임은 온전히 개인에게 돌아갈 것입니다.체중 관리가 도덕적 의무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 특히 여성에게 그 압박은 강하게 작용합니다. 소셜미디어(SNS)는 극도로 마른 몸을 전시하고, 패션계에서는 잠시 불었던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열풍이 사그라들고 다시 마른 모델들이 런웨이를 점령하고 있습니다.비만약 열풍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건강은 개인 책임일까요, 아니면 사회가 함께 해결할 문제일까요. 정부는 안전을 위해 어디까지 규제해야 할까요. 날씬함을 지나치게 이상화하는 사회 분위기는 건강한 것일까요. 비만약은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체중이라는 강박에 더 강하게 옭아매는지도 모릅니다. 기술이 인간의 몸을 바꾸기 시작한 시대엔 그 약이 만들어가는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NIE 포인트1. 비만약에 국가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할까?2. 비만은 개인의 의지 문제일까, 사회 구조적 문제일까?3. 돈 있는 사람만 더 건강해지는 사회는 공정할까?
2027학년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접수자 기준으로 사탐과목 선택이 66.9%, 과탐은 33.1%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사탐 선택 비중 7.2%p, 접수 인원은 13.5%(4만9917명) 증가했다. 과탐 비중은 지난해 40.3%에서 33.1%로 낮아졌으며, 접수 인원은 16.8%(4만1854명) 급감했다.‘사탐 쏠림’에 불안감 급증사탐·과탐 6월 모평 접수 추이를 보면 재학생, N수생 모두 지난해보다 사탐과목으로 집중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6월 모평에서 고3의 사탐 접수 인원은 지난해보다 10.2%(3만1179명) 증가했고, 과탐 인원은 17.8%(3만5298명) 감소했다. N수생의 사탐과목 선택은 전년 대비 30.0%(1만8738명) 늘었고, 과탐 선택은 13.1%(6556명) 줄었다.6월 모평 이후 수험생들은 이런 ‘사탐과목 쏠림’에 불안함을 느낄 것이다. 과탐 과목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 오는 9월 2일 시행되는 9월 모평 원서 접수는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11월 19일 치르는 2027학년도 대입수능 원서 접수는 8월 24일부터 9월 4일까지 진행된다. 2027학년도가 현 수능 체제 마지막인 만큼 9월 모평, 수능 원서 접수 직전까지 수험생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의대 수시·정시 탐구과목 인정 여부전국 39개 의대 가운데 11개 대학은 수시에서 사탐을 최저 과목으로 인정하고, 28개 대학은 불인정한다. 사탐 최저 인정 대학은 서울권에선 고려대, 한양대, 경희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5개 대학이다. 경인권에서는 성균관대·아주대 2개 대학이고, 지방권에선 부산대·경북대·순천향대·동아대 등 4개 대학이다. 사탐과목을 수시 수능최저에서 인정하지 않는 대학은 서울대, 연세대, 가톨릭대, 울산대, 가천대 등이다.수시에서만 의대가 ‘사실상 지원 가능권’으로 나오는 수험생은 ‘사탐런’을 고민할 것이다. 즉 6월 모평 결과에서 과탐이 원하는 등급대에 진입하지 못할 경우, 사탐과목으로 갈아타는 현상이 추가적으로 나올 수 있다.정시에서 사탐과목을 인정하는 대학은 연세대, 성균관대, 가톨릭대, 고려대, 한양대, 경희대, 중앙대, 이화여대, 아주대, 인하대 등 수도권에서 10개 대학이다. 지방권에서는 부산대, 경북대, 순천향대, 동아대, 가톨릭관동대 등 5개 대학이다. 이들 15개 대학은 모두 과탐과목에 가산점을 부여한다. 정시에서 사탐과목을 인정하지 않는 대학은 서울대, 울산대, 가천대, 연세대(미래), 충남대, 충북대 등 24개다.정시에서 의대를 준비하는 수험생은 사탐과목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사탐을 인정하는 모든 대학이 과탐과목에 가산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탐과목에서 도저히 점수가 나오지 않는 학생의 경우, 사탐과목에서 1등급에 진입하면 정시 합격이 가능할 수도 있다.사탐 전환 때의 기회비용 체크해야자연계학과에서 수시최저로 사탐과목을 인정하는 학과는 서울대의 경우 소비자아동학부·식품영양학과·의류학과 3개 학과이고, 나머지 학과는 모두 과탐만 인정한다. 연세대는 의류환경학과·식품영양학과·실내건축학과·간호학과 4개 학과에서 사탐과목을 인정하고, 나머지 학과는 불인정한다. 고려대는 자연계 전학과에서 사탐과목을 인정한다.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동국대, 숙명여대, 홍익대 등에서는 자연계 전 학과가 사탐과목을 수시 수능최저로 인정한다.정시에서도 서울대는 소비자아동학부·식품영양학과·의류학과 3개 학과만 사탐과목을 인정하고, 나머지 학과는 모두 불인정한다.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동국대, 숙명여대, 홍익대 등은 자연계 학과 정시 전형에서 사탐과목을 인정한다.6월 평가원 모의고사 직후 수험생은 과탐과목에서 원하는 성적대가 나오지 않을 경우, 사탐과목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다만, 수시·정시 가운데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지, 지망 대학과 학과가 수시에서 수능최저 사탐과목을 인정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또 수시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과 정시에서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가·나·다군 배치 상황상 정시에서 지원이 불가능한 대학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정시에서 과탐 가산점이 부여되는 상황과 현재 과탐과목의 수능 예상 점수와 사탐과목 전환 시 등급 상승 정도 등도 체크해보길 바란다. 사탐과목으로 전환할 경우 과탐과목에 필요한 학습량, 그에 따른 부담감과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보고, 학습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을 때 다른 과목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현장 체험학습 과정에서 학생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교사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책임을 묻지 않는 ‘현장 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잇따른 법적 분쟁으로 위축된 현장 체험학습을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학교 안전사고 관리 지침에 구체적인 예방·안전조치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가 아니라면 교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학교안전법을 개정할 방침이다.하지만 교원 단체들은 이번 대책만으로 현장 불안 해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특례법 제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교육부는 “고의·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특례 기준 자체가 모호해 다른 법적 분쟁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찬성] 교육부 대책에도 현장 불안 여전…책임 다했으면 형사처벌 제외해야2022년 강원 속초에서 발생한 학생 사망사고는 현장 체험학습 기피 현상을 본격화한 계기가 됐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졌고, 춘천지방법원은 인솔 교사에게 금고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교사가 안전관리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교육계는 예기치 못한 사고까지 교사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했다.이 사건으로 교사들이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현장 체험학습은 급격히 위축됐다. 지난 3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치원·초·중·고 교원 6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현장 체험학습을 계획대로 운영하는 학교는 51.7%에 그쳤다. 이동 거리를 줄여 축소 운영하는 학교가 15.2%, 취소 또는 보류한 학교는 21.8%에 달했다. 11.3%는 아직 실시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교사들은 안전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사전 안전교육과 인솔 의무 등 기본적 책무를 다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교총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처벌 절차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의 ‘학교안전사고특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교총 관계자는 “특례법이 교사에게 무제한적 면책특권을 부여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생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관리·감독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 교사가 형사처벌 공포에서 벗어나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도 운전자의 모든 책임을 면제해주지 않는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 한해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반대] 특례법 조항이 처벌 기준 될 수도…"새로운 소송과 법 해석 불가피"정부가 ’학교안전사고특례법‘ 제정에 신중한 입장인 것은 특례법 제정이 애초 의도와 달리 새로운 법적 분쟁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교원 단체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별도 법률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해 과도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도록 별도의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하지만 정부는 특례법이 제정되는 순간 ‘어떤 경우에 면책되고 어떤 경우에 처벌되는지’에 대한 기준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는 일반 형법과 과실범 규정에 따라 개별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만, 특례법이 제정되면 처벌 여부를 판단하는 법적 잣대가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특례법이 신설될 경우 교사들이 면책 요건 충족 여부를 둘러싼 새로운 소송과 해석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또 다른 쟁점은 ‘고의 또는 중과실’ 개념 자체가 지닌 모호성이다. 교원 단체들은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무엇을 중과실로 볼 것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힘든 게 문제다. 결국 특례법이 제정되더라도 중과실 여부를 둘러싼 해석 논란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특례법을 만들어도 사고 관련 수사는 불가피하며, 구체적인 조항을 법에 담을 경우 오히려 교사 처벌의 기준을 명문화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례법이 아니더라도 학교안전법 개정안에는 교사들의 책임 면제를 위한 여러 안전장치가 담길 예정”이라며 “중과실이 없다고 결론나면 경찰 수사 단계에서 검찰 불송치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생각하기 - 대화 지속하며 현실적 접점 찾아야학교 현장의 체험학습 중단 사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책임을 면제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일부 교원 단체는 ‘학교안전사고특례법’ 제정을 통한 추가 면책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물론 현장의 불안을 외면할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한 사고 한 번으로 교사가 형사처벌과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에 직면하는 현실은 부가적 교육 활동에 대한 의욕을 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교사 보호만 앞세워 면책 범위를 과도하게 넓힐 경우 피해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구제라는 또 다른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정부는 교원 단체들과 대화 창구를 계속 열고 현실적 접점을 찾아야 한다. 교사들이 안심하고 교육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법률 지원과 보험·보상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교원 단체들 역시 전향적 자세로 협의에 나서 멈춰서 있는 현장 체험학습을 정상화해야 한다.현장 체험학습은 교실밖 교육과정이다. 안전은 정부가 뒷받침하고, 교사는 법적 부담 없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것이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이정호 논설위원
영화 <아바타>는 민간 우주 기업이 한 행성을 침략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영화 속 지구는 에너지자원이 고갈되며 위기를 맞고 있었죠. 이 기업은 단순한 우주 탐사나 과학 연구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채굴, 이를 통한 막대한 수익 획득과 주주 배당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행성에 살고 있는 원주민 나비족의 삶과 생태계는 그들의 고려 사항에는 없었습니다.영화 첫 편이 나온 지 17년이 흐른 지금, 민간 우주 기업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주 탐사 및 개발 기업 스페이스X는 오는 12일 역사상 최대 규모로 증시에 상장(기업공개)될 예정입니다. 기업가치가 1조 5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000조 원이 넘습니다. 그 돈으로 지구인의 ‘화성 이주’를 추진하고, 지구 저궤도를 수천 개의 통신위성으로 뒤덮고, 더 나아가 소행성의 광물을 캐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근대 식민지 개발 경쟁 때처럼 우주가 미지의 신대륙으로 떠오르고 있는 겁니다.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 스타링크 위성은 현재 7000기가 넘습니다. 이들 위성이 줄지어 날아가며 발하는 빛은 한 편의 ‘우주 쇼’입니다. 하지만 위성이 많아질수록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우주 쓰레기도 급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케슬러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우주를 주인 없는 ‘무주공산’으로 놔두었다가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우주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요, 아니면 누구의 것이어야 할까요?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우주 인터넷, 위치정보시스템(GPS), 기상위성, 군사통신까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독차지하는 것은 ‘우주 자원의 사유화’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기술 진보가 빨라지고 인간의 삶은 더 편리해지겠지만 새로운 형태의 ‘지배’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는 ‘기술 진보가 과연 공공의 이익을 증진할까’라는 물음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대입 논술과 면접에서 충분히 다룰 만한 주제입니다. 3면에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국가에서 민간으로…막 오른 '뉴스페이스' 시대문명의 무한 확장, 기술자본의 독점은 경계해야지금은 뉴스페이스(New Space)의 시대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 대표되던 국가 주도 우주 개발의 무게중심이 민간 기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과거 우주 개발이 국가 안보와 체제 경쟁의 상징이었다면, 이제 우주는 통신·데이터·자원·국방이 맞물린 거대한 산업 무대로 변모하고 있죠. 우주 개발의 중심축이 ‘국가의 전략’에서 ‘시장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입니다.뉴스페이스는 시대의 요구우주 개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 경쟁이 벌어지면서 본격화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공산주의 진영이 붕괴하면서 군사적 목적의 우주 개발이 동력을 잃었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자원 투입도 크게 줄었죠. NASA의 한 해 예산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24 회계연도에 272억 달러이던 NASA의 예산은 올해 244억 달러(약 36조7200억원)로 감소했어요. 발사체 한 번 쏘는 데 2조원 넘게 드는 걸 고려하면 이는 많은 돈이 아닙니다. 당연히 민간의 자본과 기술이 더 필요해졌습니다.정부 조직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민간의 과감한 투자와 도전 정신도 뉴스페이스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2017년 재사용 로켓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로 우주선 발사 비용이 지난 10년간 90% 이상 줄었죠. 나아가 1단 로켓과 2단 우주선 전체를 완전 재사용하는 기술, 우주를 오가는 여객기라 할 수 있는 스타십 개발에도 노력 중입니다. 지난 4월 NASA의 아르테미스 2호가 무려 45년 만에 달 궤도를 돌아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는데요, 뉴스페이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우주산업 생태계 폭발시킬 계기스페이스X의 증시 상장은 역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20세기의 석유(아람코), 21세기 초의 기술기업(페이스북·알리바바 등)에 이어 우주 기업이 자본시장의 새 축으로 떠올랐다는 의미입니다.스페이스X가 상장을 통해 끌어모을 자금은 우주 개발을 한 차원 전진시키는 데 쓰입니다. 화성 유인 탐사를 실제 사업 계획서에 올릴 수 있게 되죠.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건립의 자금으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이는 우주산업 전체의 투자 생태계를 폭발적으로 확대할 겁니다. 벌써부터 스페이스X의 독점을 막으려는 대항마 그룹(아마존 카이퍼, 원웹, AST 스페이스모바일 등)이 저궤도 위성 연합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인류 문명에 기여하려면 …이 과정에서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우주와 통신산업을 독점하는 문제는 주목해볼 만합니다. 머스크는 일반 주식보다 10배 많은 의결권을 지닌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해 스페이스X 의결권의 최대 85%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합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기차·AI·인터넷에 우주산업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기술·자본 생태계가 머스크의 지배력 아래 놓이는 셈입니다.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합니다. 재사용 로켓 개발이나 대량 위성 제조 등은 후발주자가 10년 안엔 꿈도 못 꿀 기술입니다. 위성통신망은 구축 비용이 워낙 커서 자연독점의 성격을 갖기도 합니다. 초기에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시장을 선점한 자가 지배력을 키울 수밖에 없죠.그렇다고 비판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닙니다. 첫째, 우주라는 공유지의 사유화 문제입니다. 지구 저궤도는 인류의 자산인데, 스타링크 위성들이 이 저궤도를 포화 상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둘째, 국가주권에 대한 위협 가능성입니다. 한 기업이 전 세계 인터넷 인프라와 군사 통신을 동시에 장악하는 상황은 국가주권의 개념을 흔듭니다. 스타링크의 군사 버전인 스타실드는 우크라이나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죠. 우주 통신 인프라가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셋째, 민주적 통제의 어려움입니다. 스타십이 화성을 식민화하고 소행성 자원을 채굴할 때, 그 의사결정과 이익 배분을 누가 어떻게 감시할 수 있을까요? 1967년 발효된 유엔의 외기권조약(Outer Space Treaty)만으로는 민간 기업의 우주 독점을 규율하기 어렵습니다.스페이스X의 기업공개는 한 기업의 단순 상장 문제를 뛰어넘습니다. 우주 개발과 인류 문명의 확장이라는 꿈이 소수의 기업 주주만이 아닌,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머스크의 선구적 도전을 존중하면서도 우주 공간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NIE 포인트1. 뉴스페이스의 특징을 정리해보자.2. 우주 개발에 관한 유엔 협약 등을 찾아보자.3. 우리나라 기업이 우주 개발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