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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4만달러 간다는데...
대졸 실업자 48만명은 왜?

정부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3만9164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작년에 비해 2750달러(약 7.6%) 늘어난 수치인데요, 최근 5년 만의 최대 증가폭입니다.중요한 건 4만달러에 근접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4만달러를 넘긴 적은 아직 없습니다. 내년 우리 정부가 예상하는 경제성장률(4.6%)과 최근의 환율 추이를 감안하면 내년 1인당 GDP가 처음으로 4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습니다.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주요 7개국(G7)이나 서유럽 국가, 싱가포르 등의 1인당 GDP는 대략 3만~4만달러 수준입니다. 4만달러를 넘기면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확실한 선진국 클럽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초호황에 따른 수출 증가를 바탕으로 ‘소득 4만달러 선진국 대한민국’ 뉴스를 접할 것 같습니다. 1%대 안팎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을 우려하던 데 비하면 수출 호황과 3%대 성장 전망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최장기간의 고용 한파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습니다. 일자리가 그만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9개 주력 제조업종 가운데 작년에 비해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은 반도체와 조선산업뿐입니다. 나머지 기계, 전자·디스플레이 등 6개 업종은 ‘유지’에 그치고, 섬유산업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그중에서도 청년 고용이 큰 문제입니다. 취업 절벽에 가로막혀 생애 첫 직장을 잡기도 힘들고, 그나마 있던 일자리도 잃는 청년이 많다는 뉴스가 매달 통계를 통해 전해집니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총 34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1000명(5.3%) 줄었습니다. 월별로 따져본 청년 취업자 감소세는 4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 기간 동안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청년 고용률은 44.2%로 27개월 연속 하락했고, 청년 실업률 6.8%는 5년 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입니다.고학력자의 실업 문제가 특히 눈에 띕니다. 올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총 48만1000명으로, 5년 만의 최대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2030세대가 30만9000명을 차지하며 전체의 64% 가량을 점했습니다. 첫 직장이라도 잡아야 경력을 쌓아 더 좋은 일자리로 옮길 텐데, 이것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20대 실업자 가운데 취업 경험이 아예 없는 사람이 4만8000명으로, 2분기를 기준으로 할 때 2021년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대졸 청년이 “일이 없어 그냥 쉰다” “일 없어 운다”고 할 정도입니다.성장(또는 경기 수준)과 고용 간에 왜 이런 미스매치(mismatch, 불일치)가 생겨날까요? 경제는 다시금 힘을 내며 성장하는데 청년들은 왜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일까요? ‘고용 없는 성장’이란 말에서 보듯, 이 문제는 오랜 기간 반복돼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결은커녕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기준)로 굳어지는 듯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이해를 충실히 하면 국어 비문학 지문이나 논술시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겁니다. 3가지 구조적 원인 심각 한경DB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이른바 ‘성장 엔진’과 ‘고용 엔진’이 분리됐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등 업종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 산업은 자본집약적 성격이 강해 고용을 늘리는 효과는 그보다 못합니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많고 고용안정성이 높은 제조업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2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에만 의존한 경제성장은 다른 부문의 인력과 투자를 흡수해 성장 기반을 잠식하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둘째,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간의 임금, 고용안정, 사내복지 등 격차가 여전한 점입니다. 한마디로 한국 노동시장의 고질병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때문입니다. 청년들은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기업은 나름 필요로 하는 능력과 경력을 갖춘 구직자가 많지 않다고 하소연합니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들 가운데 약 26%가 고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로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구직자가 원하는 일자리, 구인 기업이 원하는 경력(내지 능력)을 갖춘 인력이 서로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겁니다. ‘일자리가 없다’기 보다는 ‘맞는 일자리’가 없는 거죠.마지막으로 이게 중요한 부분인데요, AI가 청년 일자리를 사실상 뺏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4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000개 급감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94%(26만8000개)가 AI 활용도가 높은 ‘AI 고노출 업종’이었습니다. 이는 전문대 졸업자보다 대졸자의 실업률을 더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했어요. 문제는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며 맡던 업무와 일자리가 AI로 대체되면서 ‘경력 사다리’의 첫 칸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 하려는 의욕 살리는 게 지름길이처럼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성장-고용 미스매치’ 문제가 왜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걸까요? 먼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데 이해관계자의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근무기간이 늘어나면 자동적으로 임금이 높아지는 대기업 정규직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강력하게 버티는 대기업 노동조합의 힘, 청년 고용 못지않게 중요한 정년 연장의 문제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노조, 노란봉투법 등장 이후 현실화한 하청 노조의 파업 압박 등으로 더욱 더 청년 고용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다음으로 AI에 따른 청년 일자리 감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정부의 정책 설계도 아직 미비합니다. 경제부처에선 GDP나 수출, 환율 같은 거시 지표 관리에 아무래도 신경을 더 쓰게 됩니다. 고용의 질과 청년 취업 체감도는 경제 지표 관리에 잘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도 있습니다.현실은 만만치 않지만, 청년 고용 해결의 방향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결국 기업의 투자 확대가 청년 일자리 증대에 핵심 요소로 꼽힙니다. 정부는 기업의 채용 여력을 떨어트리는 규제 장벽과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합니다. 신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도 과감히 풀어 양질의 일자리가 자꾸 만들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이 인력을 더 뽑고 싶게 하는 규제 완화와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합니다.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 연장, 이익에 연계한 과도한 성과급 요구, 파업 리스크 등의 기업 부담을 줄여줘야 합니다. 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공법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첨단산업 인력 20만명 양성과 민간 및 공공일자리 30만개 창출 등을 뼈대로 하는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을 곧 내놓을 예정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을 담은 자료는 뭔가 도식적이고 목표 숫자를 꿰어맞추려는 듯한 느낌을 많이 줍니다. 위에서 열거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권의 인기와 지지도 하락도 감수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은 대책 자료는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본질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부의 각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생산성 향상과 업무능력 증대를 위한 청년 자체의 노력도 빠트릴 수 없습니다. 결국 AI를 활용하는 역량과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는 문제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 등을 보면 구직자들은 단기적으로는 AI 도구 실습과 프로젝트 경험을, 장기적으로는 문제해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을 세우고 노력해야 합니다.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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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지역의사제 합격선,
내신 2등급대 전망

기존 지역인재전형보다 합격선 낮아질 듯... 2027학년도부터 지역의사제가 도입된다. 지역의사제는 중·고교를 지역에서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발하고,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복무가 의무화된 제도이다. 의무 복무제도가 없는 기존 지역인재전형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해당 지역의 학생들만 선발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이에 따라 지방 학생들에게는 의대 진학의 문호가 넓어졌다. 하지만 지역의사제가 2027학년도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만큼 지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학생부 교과전형은?수시 학생부 교과전형에서 지역인재 선발전형의 합격선은 2026학년도 전국 평균 1.24등급이었다. 부울경이 1.13등급, 충청권 1.15등급, 강원권 1.23등급, 제주권 1.25등급, 호남권 1.32등급, 대구경북 1.42등급으로 전국 평균 1.24등급이었다.학생부 교과전형 지역인재전형의 경우, 연도별 전국 평균 합격선은 2022학년도 1.31등급, 2023학년도 1.25등급, 2024학년도 1.26등급, 2025학년도 1.40등급, 2026학년도 1.24등급으로 최근 5년새 2026학년도 합격선이 가장 높았다.2027학년도 지역의사제 수시 전체 선발 인원 중 교과전형의 선발 비율이 43.7%이고, 종합전형이 56.3%이다.2027학년도 학생부 교과전형 지역의사제 합격점수는 기존 지역인재 전형 합격선보다는 다소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 합격선은 1.3등급 이하대도 합격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생부 종합전형 지역인재전형 2026학년도 내신 합격점수는 전국 평균이 1.70등급이었다. 부울경은 1.22등급, 충청권 1.31등급, 호남권 1.32등급, 대구경북 1.62등급, 강원권 2.76등급이었다. 대체로 내신 합격선이 1등급 중후반대에서는 자사고 또는 상위권 일반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2등급대가 넘어갈 경우에는 대체로 자사고 권으로 봐야 한다.연도별 학생부 종합전형 지역인재 평균 합격선은 2022학년도 1.70등급, 2023학년도 1.98등급, 2024학년도 1.59등급, 2025학년도 1.83등급, 2026학년도 1.70등급이었다.2027학년도 지역의사제 학생부 종합전형 합격선은 대체로 1등급 후반대 또는 2등급대까지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 권역별로 살펴보면...지방권 27개 의대에서 2027학년도 지역학생 선발 규모는 전년 대비 지역인재전형에서 31명, 지역의사제 전형에서 466명으로 전체 497명이 늘어난다. 지역인재전형은 호남권에서 355명, 부울경에서 308명, 충청권에서 258명, 대구경북권에서 228명, 강원권 90명, 제주권 24명을 선발하고, 지역의사제 전형은 호남권에서 88명, 부울경에서 97명, 충청권에서 118명, 대구경북권에서 72명, 강원권에서 63명, 제주권 28명을 선발한다. 따라서 지역학생 선발은 호남권에서 443명, 부울경에서 405명, 충청권에서 376명, 대구경북권 300명, 강원권 153명, 제주권 52명을 선발한다.전년 대비 지역학생 선발규모가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증감률 기준으로 전년 대비 31명, 147.6% 증가한 제주지역이고, 다음으로 강원권이 전년 대비 62명, 68.1%, 충청권이 134명, 55.4%, 대구경북권이 80명, 36.4%, 부울경이 99명, 32.4%, 호남권이 91명, 25.9%가 늘어났다.지역학생 선발이 늘어난 인원을 해당 지역 일반고 학교수로 비교해볼 때 지역학생 선발 비율이 늘어난 제주권의 경우, 학교당 지역학생 선발이 31명 늘어났고, 지역에는 일반고가 22개교로서 한 학교당 합격생이 1.4명 추가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강원권은 학교당 0.7명, 충청권은 학교당 0.7명, 대구경북, 호남, 부울경권은 각 0.4명이 늘어난다. 현재로서는 제주, 강원, 충청권이 지난해에 비해 매우 유리한 구도로 볼 수 있다.2027학년도 지역의사제가 처음 도입되는 상황에서 지방권 중·고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자연계 학과보다는 의대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학교내신 합격선도 기존 지역인재 전형보다는 낮게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지역의사제를 지원하는 경우, 대체로 수시 6회 지원 중 안정지원 가능성도 높다. 수시에서 중복합격으로 인한 타 대학으로의 이동이 높아 합격선도 당초 예상보다 낮아지는 대학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회원 시사이슈 찬반토론

마지막 녹지 ‘용산공원’에
대량으로 집을 지어야 할까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짜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한 8·13 공급대책에 이어 연내 7만3000여 가구 규모의 추가 택지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4일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해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재점화했다.애초 용산어린이정원은 전날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의 택지 개발 부지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최종 대책에서는 빠졌다. 김 장관이 용산공원 전체로 검토 범위를 넓히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서울시와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찬성]청년·신혼부부 거주 부담 완화해 줘야...녹지기능 잃은 부지 적극 활용할 필요용산공원은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는 약 300만㎡ 규모의 넓은 땅이다. 여의도공원 면적이 약 22만㎡인 것과 비교하면 13배가 넘는다.용산공원의 가장 큰 장점은 입지다. 서울 도심에 있어 지하철과 도로 등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고 직장과 학교, 병원, 상업시설 등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주택은 단순히 몇 채를 짓느냐보다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싶어 하는 곳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용산은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주거 선호 지역이다.특히 청년·신혼부부·고령층 등을 위한 장기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고 입주 대상을 엄격하게 정한다면 실수요자들의 주거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일반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보다 공공주택 중심으로 개발하면 집값을 자극하는 효과도 줄일 수 있다.무엇보다 정부가 검토하는 것은 용산공원 전체를 없애고 아파트 단지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공원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녹지 기능을 잃은 일부 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용산 공원 내 주택공급 활용 후보지로는 어린이정원(30만㎡), 장교 숙소(13만5000㎡)와 군인아파트(4만5000㎡) 용지, 옛 방위사업청(9만5000㎡) 부지 등이 거론된다. [반대]용산은 서울의 마지막 대규모 녹지...“미래세대 위한 자연 자산으로 남겨야”서울시와 인근 주민들은 도심 녹지 보전을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공원은 서울 한복판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규모 녹지”라고 강조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런던의 하이드파크, 파리의 뤽상부르공원처럼 세계 주요 도시들이 도심의 대규모 녹지를 도시의 상징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으로 보전했듯이 용산공원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오 시장은 특히 서울의 녹지가 충분해 보이지만 시민들이 실제로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생활권 공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도보 생활권 공원 면적은 1인당 5.7㎡에 불과하다. 주택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역시 중요하다는 주장이다.교통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용산공원에 1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들어서고 인근 국제업무지구까지 개발되면 주변 도로에 차량이 몰려 교통 체증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토양 오염 정화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용산공원 부지는 과거 미군기지로 사용된 만큼 반환된 부지의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정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오 시장은 현재 정화 작업이 진행 중인 캠프킴 부지를 사례로 들며 용산공원 전체의 정화 작업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생각해보기]‘개발’과 ‘보전’의 합리적 절충점 고민할 때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우리 사회가 오랜 기간 겪어온 '개발'과 '보전'이라는 두 가치의 대림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우선 따져봐야 할 것은 공급 가능 물량과 대책 실효성이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용산공원을 택지 후보지로 꺼내 든 것이라면 오히려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키울 수 있다.공원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주택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고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공론화 과정도 필요하다.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부지로 바꾸려면 2006년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오랜 기간 미군기지 부지로 사용되면서 오염된 토지의 정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공공 자산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현실적 필요성과 도심 환경 보존이라는 미래 가치의 합리적 절충점이 어디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이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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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선진국, 문 여는
개도국 … 뒤집힌 세계화

관세·보조금 장벽 높이는 서방과 자유화에 나선 신흥국, 탈세계화 아닌 공급망 재편 … ‘세계화 2.0’ 시대 진입 ‘세계화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 지 꽤 됐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중국에 대한 미국의 첨단기술 통제가 본격화한 게 계기였죠. 작년 세계 경제에 충격을 던진 미국의 관세 인상 시도는 보호무역주의의 재등장을 알리며 이런 인식을 더욱 공고하게 했습니다.자유무역은 1990년대 이후 많은 나라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긴 가치였습니다. 자유무역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나라 경제의 발전이나 국부의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범위도 비단 상품과 금융에 한정되지 않고 기술과 저작권, 노동력에 이르기까지 급속히 넓어졌습니다. 무역자유화는 세계화와 동의어입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세계화의 물결에 어느 순간 의문부호가 달리기 시작한 겁니다. 막 내린 세계화…이후엔? 게티이미지한국경제신문은 최근 ‘뒤집힌 세계화…닫는 선진국, 여는 개도국’이란 기획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세계화가 종언을 고하는 듯하면서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역할이 뒤바뀌는 새로운 양상(role change)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일단 선진국은 관세를 올리고 자국 산업에 보조금을 쏟아붓고 외국인 투자를 막으려고 심사를 강화합니다. 중국 등의 산업 보조금이 문제 있다며 제동을 걸던 선진국이 이제는 자기 나라 기업에 보란 듯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진 보호무역주의의 회귀가 맞습니다.그런데 개발도상국(이하 신흥국)들은 정반대 모습입니다. 자유무역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선진국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세계화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자본과 기술, 개도국의 공장과 노동력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이 세계에서 3번째로 해외직접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가 됐고, 한국과 대만 기업은 미국에다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2020~2025년 세계 반도체 그린필드(현지 설립 투자) 투자액 중 대만 기업의 비중은 45%, 한국은 10%에 달했습니다. 이런 투자가 향한 대표적인 곳은 미국으로, 전체의 47%를 차지했습니다. 국제 투자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거꾸로 흐르고 있는 겁니다.이런 변화에 대해 최근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경제에서 놀라운 역할 역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향한 서방 강대국의 추파가 노골화하는 사이 많은 신흥국은 성장에 불을 붙이기 위해 오랫동안 검증된 자유화와 민영화 정석을 따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뒤집힌 세계화’의 원인을 한마디로 짚은 건데요, 어떤 속사정(배경)이 있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경제 통합되면 내부는 분열” 게티이미지먼저 선진국의 경우, 세계화 가속으로 국내 정치의 어려움이 가중됐습니다. 상품 교역과 자본 이동이 자유화하면 세계 각국은 저임금 국가의 노동력, 24시간 이동하는 국제 금융자본과 경쟁하기 위해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합니다. 선진국은 이런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자국 내 노동자와 소득계층, 지역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심각한 사회 양극화와 갈등 문제를 부릅니다. 다시 문을 걸어 잠그는 선택 외에 달리 대안이 없었던 겁니다.세계화의 명과 암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한 다니 로드릭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는 이에 대해 “경제가 서로 더 통합될수록 내부적으론 더 분열됐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1990년대 세계무역기구(WTO)가 중심이 된 세계화는 애초에 지속가능한 체제가 아니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를 ‘하이퍼 글로벌라이제이션(Hyper-Globalization, 초세계화)’이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지금은 이를 되돌리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다음으론 세계 패권 경쟁이 지경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를 가져왔고, 이게 세계화 진전에 급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입니다. 조금 어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지경학적 분절화는 ‘산업의 공급망 재편’과 같은 뜻입니다. 즉,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반도체, 인공지능(AI)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다시 짜려는 미국의 전략이 본격화했고,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던 세계화는 역류하기 시작했습니다.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는 흥미로운 분석을 담았습니다. 세계화 속도가 늦춰지면서 다극화하고 있는 세계가 반드시 더 분리·고립되는 세계는 아니며, 각국이 지정학적 진영을 넘어 새로운 무역 파트너를 찾고 협정을 맺는 양상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탈세계화’ 보다는 ‘재배치(rewiring)’라고 봅니다. 성장 절박한 신흥국의 선택 ‘개방과 자유화’그렇다면 신흥국들은 왜 개방과 세계화 쪽으로 기울고 있을까요? 먼저, 신흥국은 자신의 국내 수요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선진국이 관세 장벽을 세우고 투자 심사를 강화한다면 신흥국은 다른 성장엔진을 어떻게든 찾아야 합니다. 신흥국 간 교역이라도 늘려야 합니다. 실제로 신흥국 간의 교역은 1995년 500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작년 6조8000억달러로 급증하며 세계 교역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습니다.또 국제 투자자금을 유치하려면 자국이 예전보다 안전하고 개방적이며 규제가 예측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야 합니다. 국영기업의 비효율성, 불투명한 기업 규제, 외환 통제 등의 이미지를 벗고 민영화와 개방, 자유화의 모습을 보여야 글로벌 자본을 유치할 수 있죠. 선진국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있지만, 우리(신흥국)라도 문을 열어야 투자와 성장을 붙잡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뒤집힌 세계화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탈세계화든 재배치든, 혹은 지속가능한 세계화로의 복귀든 분열되는 세계에선 경제의 파이가 줄어들게 됩니다. 지난 4월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로 낮추며 더 길거나 광범위한 분쟁, 심화하는 지정학적 분절화, 무역긴장 재점화 등이 성장을 크게 훼손하고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순수 경제학 관점에서 세계화의 퇴조는 글로벌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높입니다. 비교 우위가 아니라 안보 논리로 투자를 하게 되면 진영별로 반도체, 배터리 등 같은 산업 분야에 중복해 투자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당장의 고용과 국내총생산(GDP)에 도움이 되겠지만, 세계 전체로 보면 자원이 낭비되고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위험이 다분합니다. 마지막으로 WTO의 권위와 역할이 땅에 떨어지면서 무역분쟁이 생겨도 각국의 개별 협상력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신흥국과 약소국엔 절대적으로 불리한 형국인 거죠. 세계화 ‘무게중심 이동’ 아닐까?이런 우울한 얘기 속에서도 희망 섞인 전망을 해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1차 세계대전 이전인 1870~1914년 세계화의 흐름이 있었습니다. 금본위제를 바탕으로 자본·노동 이동의 활성화, 낮은 관세 등으로 이른바 ‘1차 세계화’가 이뤄졌습니다. 이 질서는 이후 1차 대전과 대공황, 미국 보호무역 입법(스무트-홀리법) 속에서 급속히 붕괴했고, 세계 무역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약 반세기가 걸렸습니다.지금은 미·중의 경제 상호의존, 패권국 간 협력이 20세기 초 세계열강들보다는 긴밀한 상황입니다. 또한 선진국이 문을 닫는 대신 신흥국이 문을 더 열고 있어 세계화 체제가 붕괴할 위험은 줄고 있습니다. 그래서 탈세계화라기보다는 위에서 말한 재배치, 또는 재편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세계화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란 생각이 듭니다.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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