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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법원은 왜 '학생 백신 패스' 중단을 결정했나

지금 세계는 ‘백신 패스’ 혹은 ‘백신 강제화’ 문제로 시끌시끌합니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죠. 미국에서는 우리처럼 소송으로 번졌어요.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우리 법원은 백신 패스에 대해 1차적으로 정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공부 차원에서 법원의 판단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공부거리죠. 헌법 10조, 11조, 15조 침해이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제8부는 헌법 10조, 11조, 15조와 헌법재판소 판례를 동원했습니다.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 조항입니다.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합리적 이유 없이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평등원칙을 선언하고 있지요. 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선언합니다. 헌법재판소는 2000년 4월 “모든 국민은 자신의 직업선택 및 자아실현 등을 위해 누구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교육받아야 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학습할 것인지 등을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를 갖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백신 패스 집행 정지를 결정하면서 이런 대원칙을 적용했습니다. 백신 패스가 인격권,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의 원칙을 침해한다고 본 것이죠. 대학에 가서 법학을 전공하고 싶어지지 않습니까? 자기운명결정권 침해 여부법원은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호하기 위해선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자기운명결정권은 자기의 신체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죠. 모든 국민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질병 치료나 예방 치료를 받을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자기운명결정권을 중시하는 판결을 내렸는데 서울행정법원 8부는 이것을 적용했답니다. 법원은 “백신 미접종 학생이 학원, 독서실,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하고, 이는 결국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봤어요. 자기운명결정권은 여성의 낙태 권리와 관련해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쟁점인데요. 백신 주사와 조금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만, 낙태를 찬성하는 측에선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강하게 내세운답니다. 법원은 헌법 11조를 다시 인용하면서 백신 패스를 강제화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도 살폈습니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면, 학원과 독서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거였죠. 법원은 “백신 접종자에게서 돌파감염도 상당수 벌어지고 있고, 백신 미접종자 집단이 백신 접종자 집단에 비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어요. 정부의 입장법원은 코로나 백신이 필요 없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답니다. 법원은 “코로나 백신이 위중증률과 치명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고, 백신 부작용이 기존의 다른 백신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고, 현 단계에선 백신이 개인의 감염과 위중증 예방을 위해 적극 권유될 수 있다”고 했지요. 정부도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백신을 적극 권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 집단면역력이 생기고, 그러면 코로나 감염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감염 대응력이 약한 60대 이상 노령층이 백신을 맞을 경우,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보다 위중증으로 진행되는 위험도를 88% 낮출 수 있다고 질병관리청은 설명합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권유 덕분에 60대 이상 인구의 접종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94.9%에 달하게 됐습니다. 급증하던 확진자 수가 최근 꺾이고 있는 것은 백신 패스 덕분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정부는 법원의 결정을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항고’했습니다. 백신 패스는 학생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적용되고 있는데요. 이것 역시 법원에 제소된 상태입니다. 결론이 어떻게 날까요?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1.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하는가’란 주제를 놓고 찬반 토론을 해보자. 2. 행복추구권, 평등의 원칙, 자기운명결정권을 헌법에서 찾아보고 이것들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기록해보자. 3. 학교에서 판사, 변호사, 찬성론자, 반대론자로 나눠서 백신 패스 공개재판을 해보자.

영화로 배우는 경제

'수능 점수가 인생 성적표는 아니다' 일깨운 영화

“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지금. 시간은 말없이 흐르고, 오늘 활짝 핀 꽃송이도 내일 질 것이다. 이런 감정을 라틴어로 ‘카르페 디엠’이라고 한다. 현재를 즐기라는 뜻이지.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 여기 사진 속 60년 전 이 학교를 다닌 선배들의 얼굴이 있다. 희망찬 눈빛, 웃음 모두 여러분과 같지. 이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소년 시절의 꿈을 한평생 마음껏 펼쳐본 사람이 이 중 몇 명이나 될까?” ‘카르페 디엠’으로 잘 알려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50년대 미국의 보수적인 교육제도를 대표하는 웰튼 아카데미에 영어 선생 존 키팅(故 로빈 윌리엄스 분)이 부임하며 시작된다. 자율성이 억압됐던 학생들이 키팅 선생의 가르침과 시를 통해 주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감독 톰 슐만이 실제 모교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했다. 확률 낮아도 효용 크면 ‘베팅’영화의 배경인 웰튼 아카데미는 미국 최고의 명문 학교다. ‘아이비리그 진학률 75%’가 가장 큰 자랑이다. 이곳의 모든 수업과 규칙은 입시 위주다. 그래서 학부모에게 인기가 많다. 영화의 시작인 웰튼의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친다. 웰튼의 최고 모범생 닐 페리(로버트 숀 레오나드 분)와 친구들, 부모의 성화로 전학 온 토드 앤더슨(에단 호크 분)까지. 2학년이 된 16살 소년들에게 이곳은 ‘헬(hell·지옥)튼’이다. 첫날부터 수업을 빼곡히 듣고 스터디 그룹을 짜 공부를 해야 한다. 동아리와 학생회 등 과외 활동은 교장이 지정한다. 낯선 풍경은 아니다. 한국도 뒤지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거금을 들여 사교육을 시키고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시키려 한다. 아이가 학원을 몇 개씩 가고 독하게 공부해도 명문대에 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부모들이 입시 열풍에 동참하는 이유는 기대효용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그 결과가 실제로 발생할 확률과 결과로 얻을 효용을 계산해 기댓값을 산출한다. 명문대에 입학할 확률이 낮아도 입학으로 얻는 효용이 크다면 기댓값도 커지므로 도전한다. 영화 속 웰튼 아카데미 학생들은 명문대에 진학할 확률도 높아 혹독하게 공부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대학이 정보의 비대칭 보완새로 부임한 영어 선생은 독특하다. 아이들의 아이비리그 진학에 별 관심이 없다. 자신을 이름 대신 ‘오, 선장님(captain)! 나의 선장님!’으로 부르길 원한다. 남들과 맞춰 걷지 말고 원하는 대로 걸으라고 한다. 갑자기 교탁에 올라 교실을 내려보라고 시키더니 세상을 다른 시각에서도 보라고 한다. 아이들은 두려우면서도 궁금하다. 자신의 신념대로 만들어가는 삶은 어떤 삶인가. 부모와 세상의 기준대로 명문대에 입학해 전문직이 되는 삶과 무엇이 다른가. 영화 속 모든 아이들의 계획에는 아이비리그가 있다. 명문대를 가야 좋은 일자리를 얻는다는 믿음이 굳건하다. 2001년 정보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마이클 스펜스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제학에 ‘신호’라는 개념(그림)을 도입해 이 믿음의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 채용을 한다. 그러나 지원자들은 자신의 단점은 감추고 장점을 과장한다. 기업은 짧은 채용과정에서 이들의 말이 사실인지 판별할 만큼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스펜스는 학교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대학은 시험과 면접 등 다양한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해 4년간 가르치고 학점으로 평가한다. 기업은 지원자가 어느 대학에서 어떤 학점을 받았는지 보고 그의 역량을 일부 추정할 수 있다. 대학이 지원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크리닝(screening)’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경험이 쌓이면 기업들이 신뢰하는 대학도 생긴다. 특정 대학의 졸업생들이 업무를 잘 해내면 다른 지원자는 이 대학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인재라는 신호를 기업에 줄 수 있다. 그렇게 명문대가 만들어진다. 노유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1. 기대효용이론에 대해 자세히 학습해보자. 2. 현재를 즐기자는 생각과 미래를 위해 행복을 유보하고 노력하자는 생각에 대해 비교해 보자. 3. 기업이 인재를 채용할 때 학력을 기재하는 방식과 블라인드 평가 방식 중 어떤 게 더 공정한가.

시사이슈 찬반토론

비정규직에게 '공정수당' 지급, 효과 있을까

민주사회에서 선거 때면 온갖 좋은 말과 장밋빛 공약이 넘친다. 그 사이로 선동도 있고 포퓰리즘 공약도 있다. 논란이 되는 공약일수록 인기영합적 요소가 강한 경우가 많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를 새로 구성하는 총선이 있을 때면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남발되는 선심공약은 때로 한국에서 더 심하기도 하다. 해주겠다는 것도 많다. 대머리 모발치료제를 건강보험에 포함시키겠다거나 군복무 병사의 월급을 한꺼번에 200만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이 그런 사례다. 막대한 비용, 재원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말이 없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정부가 임금 외에 돈을 준다는 공약도 그와 다르지 않다. 공공 분야가 아닌 민간의 비정규직에 정부가 일정 금액을 임금 보전(補塡)액으로 준다는 ‘비정규직 공정수당’ 제도는 타당한가. [찬성] 고용시장 양극화 갈수록 심화…저임금 비정규직 지원 늘려야개인의 직업에 기반한 현대사회에서 직장 등지의 고용 형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개인 직장의 최대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과 각종 사업장에서는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근로자의 수입과 직업의 안정성에서 매우 큰 차이가 생긴다. 이런 격차는 경제적인 차이를 넘어 사회적 신분화로 고착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을 선언하고 강하게 밀어붙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에서만 정부가 강행했을 뿐 민간 영역에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개별 기업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반대가 적지 않았을뿐더러 현실적으로 강제화할 법적 근거가 없기도 했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보다 고용신분이 불안정한 데다 임금도 적을 때가 많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런 문제가 제기됐다. 비정규직이 고용의 불안정과 저임금이라는 중복차별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로 인해 고용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경제적 격차 심화로 이어진다는 우려다. 그래서 경기도 등에서 제한적으로 시도된 비정규직에 대한 공공의 수당을 민간으로 확대해보자는 것이다. 2021년 경기도는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792명을 대상으로 기본급의 5~10%를 지급한 사례가 있다. 이것을 확대해 하나의 정책으로 굳히면 갈수록 늘어나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가능한 한 비정규직을 줄이려 하지만, 비정규직은 갈수록 증가해 2021년 이미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다. 갈수록 현저해지는 일자리와 고용 형태의 양극화를 방치할 수는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하는 것이라면 공공부문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수혜자가 너무 제한적이다. 단계적으로 밟아가더라도 고용시장 전체를 염두에 두고 진행돼야 전면적 양극화도 개선된다. [반대] 정부 개입 커지면 부작용도 커…'비정규직 = 저임금'은 낡은 틀민간 기업의 비정규직에도 정부 돈으로 임금 외 별도로 주자고 하면서 재원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부터가 매우 무책임하다. 반복되는 재정 동원의 퍼주기부터가 엉터리 발상이지만, 고용관계의 본질에서 엇나갔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임금이 무엇이며, 급여가 어떻게 산정되는 것인지, 나아가 일자리가 어떻게 지속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그릇된 고용관(觀)에서 나온 주장이다. 임금은 고용주와 피고용자의 자율 의지에 따라 서로 이익이 맞을 때 결정되는 것이다. 고용의 안정성, 업무의 보람·자부심 같은 임금 외 요소도 중요한 게 고용시장이다. 전반적으로 비정규직 임금이 낮다면 고용시장의 수급관계, 근로자의 생산성 등이 종합 반영된 결과다. 그러한 이런저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소득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기에 정부 주도로 근로장려세제(EITC)와 강화된 실업급여를 포함한 고용보험제도가 있다. 많은 나라가 시행 중인 EITC는 저임금 근로자 우대 세제여서 정규직까지 포함한 저소득 근로자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다. 그 밖에 다양한 복지체계가 사회안전망으로 있고, 논란의 와중에 최저임금제도도 그래서 유지된다. ‘비정규직=저임금·고용불안’이라는 도식적 접근도 낡은 인식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심화되는 ‘탈(脫)노동 사회’에서는 자발적 비정규직도 적지 않고, 고소득 비정규직도 있다. 특정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전문직에까지 재정을 동원할 만큼 나라 살림에 여유도 없다. 열악한 중소기업의 정규직은 외면한 채 대기업 비정규직에 재정을 퍼붓는 게 ‘공정수당’이라면, 그 공정은 어떤 공정인가. 더 중요한 것은 사적 영역에 대한 거침없는 정부 개입의 위험성이다. 사적 자치, 계약자유 원칙은 헌법의 가치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더욱이나 5년 임기의 특정 정부가 고용·노동시장에 마구 개입·간섭하고 편향된 제도를 강요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커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 생각하기 - 저임금 中企 정규직 두고 대기업 비정규직 지원? 공정한가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대거 전환했다. 다른 공기업에서도 같은 변화가 있었지만 부작용이 만만찮았다. ‘인국공 사태’라는 근로자끼리의 노노 갈등은 길게 이어졌다.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정규직이 된 뒤에도 요금징수 자회사 직원의 본사 직접고용 요구로 홍역을 치렀다. 고용시장의 왜곡만 심화시킨 채, 나라 전체로는 비정규직 수만 사상 최대로 늘려버렸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소수만 정규직이 됐을 뿐 다수는 취업 기회조차 못 가져 공정의 가치를 훼손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용·임금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 선거철에 표를 의식한 결과라지만, 경제원론과 반대로 가는 공약은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호하겠다고 나설수록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현실에 눈감아선 곤란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윤명철의 한국인 이야기

고려·몽골의 일본 정벌,
대패로 끝난 후 벌어진 일

당시 세계 최고의 군사력과 기술력, 경제력을 갖춘 원나라와 고려의 대규모 연합군은 변방의 섬나라 일본 원정에서 두 번씩이나 실패하고 퇴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패인을 ‘바람(神風)’ 탓으로 몰고, 아쉬워하는 평가까지 한다. 그것이 사실일까. 전쟁의 성격을 분명하게 아는 확실한 방법은 실질적인 주체인 원나라의 정책을 살피는 것이다. 첫째는 세계 제국 완성이라는 원나라의 정책과 쿠빌라이칸의 개인적인 야망이다. 칭기즈칸의 뜻을 실천한 2대 오고타이칸은 실제로 유럽 정복의 문턱까지 도달했다. 후계자 경쟁에서 승리한 4대 칸인 쿠빌라이에게 이 과업은 일종의 숙명이었다. 그는 1270년에 몽골의 원향인 동방에서 고려의 항복을 받아냈고, 1273년에는 삼별초를 진압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어 남송과 치열한 전쟁을 벌여 44년 만인 1279년에 멸망시켰다. 무인들이 지배하는 바다 건너 소국은 정치적, 군사적으로 가치가 작았다. 또 은, 면, 수은 등의 물품들이 있다 해도 경제적인 가치는 낮았다. 그런데도 쿠빌라이칸은 왜 대규모의 연합군을 편성해 어려운 해양전을 감수하면서 일본 열도를 공격했을까. 둘째는 고려를 장악하는 원나라 정책의 문제다. 원나라가 추진한 고려 정책은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단계는 전략적인 가치가 약하고, 우선 과제가 아닌 고려와의 전면전을 연기하면서 강도정부를 존속시킨 일이다. 2단계는 삼별초를 진압하고, 여몽연합군을 조직해 일본을 공격한 일이다. 고려는 연합군의 일원으로 원치 않은 전쟁에 동원됐지만 패배로 말미암아 많은 병력이 희생됐고, 수많은 배를 건조하기 위해 국토는 황폐해졌을 것이다. 전비를 충당하느라 국가 경제력도 소진됐다. 고려는 2차 원정에 참전할 능력이 없음을 호소했으나 참전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차 또한 태풍으로 인해 연합군은 대패했다. 그나마 다행히 고려인들은 많이 생존했으나, 동로군에 편입된 북방계 종족들은 일부만이 귀환했을 뿐이다. 3500여 척을 갖고 참전했던 만군(남송군) 10만여 명은 선박들과 함께 완벽하게 전멸했다. 원나라와 쿠빌라이칸은 원정에 실패했지만, 자체 전력에는 별로 손실이 없었고 정치적, 특히 대고려 정책을 추진하는 데 수확이 많았다고 풀이된다. 3단계는 고려의 실질적인 지배와 친원파의 양성이다. 원나라는 이미 1258년에 쌍성총관부를 설치했고, 1270년에는 동녕부까지 설치해 현재 평안도 지역과 함경도 지역을 빼앗았다. 또 1차 정벌 전인 1273년 제주도에 다루가치를 파견해 목마장을 만들었다. 1280년에는 2차 정벌을 명분으로 ‘정동행성’을 설치한 뒤 해체하지 않은 채 무려 76년 동안 고려의 정치 구조에 간섭했다. 이로써 고려는 친원파와 권문세족들이 발호하면서 자주성이 약화했고, 사회는 역동성과 자의식이 약해지면서 몽골풍들이 만연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방위력, 특히 해양력이 약화해 한때는 강도정부의 해안까지 공격했던 왜구가 대규모로 공격하자 대응할 수 없었고, 결국 고려 멸망에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일본의 대응과 승리승전국인 일본은 어떻게 됐을까. 당시의 국제 관계나 원나라의 내부 사정을 고려하면 피할 수도 있는 전쟁이었는데, 일본은 첫 교섭부터 사신단을 몰살시키는 등 현실을 무시한 정책들을 폈다. 물론 일본은 변방의 섬나라이고, 외국과의 교류는 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송나라의 상인들이 혼슈 중부인 쓰루가의 객관에 머물렀을 정도이니, 무역은 물론이고 국제질서 또한 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일본은 내부 문제로 인해 전략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즉 가마쿠라(겸창) 막부가 천황권을 약화하고, 무사들을 통제하는데 활용하려는 기회로 삼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계 최강의 몽골군에게 승리를 거둔 일본인들은 자부심은 얼마나 커졌을까. 그들은 두 번의 폭풍을 ‘가미카제(신풍)’라고 부르면서, 일본을 ‘신국’이라는 자존감을 또 한 번 확신했다. 그 의식이 그 후 우리 민족에게 700년 이상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가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전쟁에서 실질적인 패배자가 고려라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 기억해주세요원나라는 1258년에 쌍성총관부를 설치했고, 1270년에는 동녕부까지 설치해 현재 평안도 지역과 함경도 지역을 빼앗았다. 또 1차 정벌 전인 1273년 제주도에 다루가치를 파견해 목마장을 만들었다. 1280년에는 2차 정벌을 명분으로 ‘정동행성’을 설치한 뒤 해체하지 않은 채 무려 76년 동안 고려의 정치 구조에 간섭했다. 이로써 고려는 친원파와 권문세족들이 발호하면서 자주성이 약화했고, 사회는 역동성과 자의식이 약해지면서 몽골풍들이 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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