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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별세… 군주정·민주정은 무엇인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이 지난 19일 치러졌습니다. 여왕의 뒤를 이어 장남인 찰스 왕세자가 왕으로 등극했습니다. 찰스 3세입니다. 영국은 입헌군주정을 하는 나라입니다. 헌법으로 왕의 권력을 제한하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왕은 군림하지만 통치하지 않는다”는 거죠. 현실정치는 의회, 내각, 수상이 맡아 합니다. 70년 만에 왕이 교체된 영국에선 요즘 군주정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여왕, 왕, 왕자, 공주 이야기가 21세기 자유민주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대론과 “군주정은 영국을 상징하는 전통이고 왕이 국민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속돼야 한다”는 찬성론이 맞서고 있답니다. 크게 보면 인류의 정치 체제는 절대 군주정, 입헌 군주정, 대의 민주정으로 변해 왔습니다. 절대 군주정은 왕이 절대 권력을 갖는 체제, 입헌 군주정은 왕의 권력을 헌법으로 제한하는 체제, 대의 민주정은 주권자인 국민이 통치자를 뽑는 체제를 의미합니다. 요즘 정치학계에선 군주정 논란에 못지않게 민주정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민주정이 극한 대립, 혼탁과 부패, 고비용 정치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군주정과 민주정을 공부해봅시다. 생각할 만한 포인트가 의외로 많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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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정치는 권력 나누고 제한해온 역사였죠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알고 있는 데모크라시(Democracy)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됐습니다. 데모크라시라는 말이 그리스어 ‘데모크라토스(demokratos)’에서 왔다는 게 정설이죠. ‘데모(demo)는 국민을, ‘크라토스(kratos)’는 권력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왕의 지배를 군주정(monarchy), 여러 명의 지배를 과두정(oligarchy), 지배자가 없는 것을 무정부(anarchy)라고 부르는데 왜 민주주의를 디마키(demarchy)가 아니라 데모크라시로 부르게 됐을까요? 당시 마을 수장의 사무실을 지칭하는 말이 디마키였기 때문에 아키(archy)를 붙이지 않고 크라시(cracy)를 붙였다고 합니다. 민주정은 그리스 도시국가(polis) 중 아테네에서 발달했습니다. 당시 도시국가들은 다양한 지배체제를 갖추고 있었는데 아테네는 공동체의 필요성 때문에 귀족에게만 권력을 부여했던 다른 폴리스와 달리 일반 시민에도 정치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시민들의 도움과 참여가 절실했던 모양입니다. 아테네 민주정은 직접민주정이었습니다. 현대 민주정이 대부분 간접민주정인 점과 다르죠. 직접민주정은 시민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합니다.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모두가 아침에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상정된 안건에 일일이 투표합니다. 지식수준이 천차만별인 구성원들이 외교·금융·정치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직접 투표로 국가진로를 결정하는 겁니다. 하루종일 투표해야 할 수도 있죠.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매일 이런다면 정말 골치 아플 겁니다. 인구 규모가 5000만 명, 1억 명, 10억 명인 나라라면 어떨까요? 이해관계가 얽힌 법을 만들어야 할 경우 사정은 더 복잡해질 겁니다. 그래서 오늘날과 같은 거대사회(great society)에서 직접민주정은 불가능합니다. 직접민주정은 많아야 수천~수만 명 정도 크기의 마을이나, 지도자가 “여러분 모이세요”라고 소리질러서 말이 들릴 정도의 크기를 가진 소규모 공동체에서만 작동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직접민주정이 좋은데 못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엔 불가능하기 때문에 못한다는 겁니다. 공동체 규모가 커지면서 국가들은 간접민주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날 선거를 통해 대통령, 수상, 광역단체장, 국회의원을 뽑고 이들에게 정치를 맡기는 겁니다. 우리는 이것을 대의민주정이라고 합니다. 대통령제, 내각책임제는 대표적인 대의민주정 체제입니다. 대의민주정으로 진화하기 전에는 군주정이나 과두정을 경험했습니다. 군주정은 세습 왕(황제)이 군림하고 통치합니다. 토지와 재산, 권력이 모두 왕에게 속한 체제입니다. 왕의 절대권력은 17세기 명예혁명, 18세기 미국혁명과 프랑스혁명, 20세기 러시아혁명으로 몰락했습니다. 왕의 절대권력이 제한된 입헌군주정은 그 흔적입니다. 과두정은 왕의 절대권력을 인정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권력을 공유하는 체제를 말합니다. 좋은 왕이 나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역사가 많았기 때문에 절대권력의 폐해를 과두정으로 최소화해보자는 노력이 나타난 겁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전체주의 체제가 나타났습니다. 군주정이 아닌데도 누군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체제입니다. 레닌, 스탈린, 히틀러, 김일성 같은 인물들이죠. 국민의 지지를 받아 통치자가 됐다는 점이 세습군주제와 다릅니다. 미국은 18세기 후반에 인류에 새로운 형태의 민주정을 제시했습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나눠 서로 견제토록 했고, 입법부조차 상원과 하원으로 나눠 입법 독재가 이뤄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권력과 사람은 타락하기 쉽기 때문에 서로 감시하도록 한 게 현대민주정의 정신입니다. 대의민주정은 20세기 들어 인기를 누렸습니다. <문명의 충돌>을 쓴 새뮤얼 헌팅턴은 1970년에서 2010년 사이 현대민주정을 실시하는 나라가 35개국에서 120개국으로 증가했다고 썼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의 민주헌법 혁명 이후 대의민주정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는 게 옳습니다. 대한민국도 그 꽃 중 하나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1. 민주주의를 뜻하는 데모크라시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자. 2. 그리스 도시국가인 폴리스(polis)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조사해보자. 3.직접민주정과 간접민주정의 차이를 살펴보자.

2023학년도 대입 전략

2023 논술 전형 출제경향 분석과 대비 전략

올해는 연세대, 홍익대, 서울시립대(자연), 성신여대, 가톨릭대, 경기대(인문), 서경대 등 7개 대학이 수능 전 논술고사를 시행한다. 논술전형은 각 학교의 출제 경향이 달라 대학별 맞춤 준비가 필요하다. 경쟁률도 높다. 원서 접수 결과 연세대는 39 대 1, 서울시립대 34 대 1, 홍익대 26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2023학년도 수능 전 논술 실시 대학의 기출 및 모의논술을 통해 출제경향을 분석하고 마무리 학습법을 소개한다. 연세대, 인문계는 영어제시문에 수학문제도 출제 연세대 논술전형은 논술 100% 선발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어 관심이 높다. 하지만 수능,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순수하게 논술만으로 합격생을 가르기 때문에 논술고사 난도가 높기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인문계열은 인문사회통합형을 기본으로 통계자료 해석 및 수학 문항이 함께 출제되고, 꾸준히 영어 제시문이 등장한다. 인문계 수학 문항은 통계자료 및 그래프, 함수식 등 주어진 수학적 조건을 활용해 제시문의 주장을 비판하는 식의 논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계열은 수학을 기본으로 과학논술도 치른다. 100점 만점에 수학이 60점으로 배점이 더 높고, 과학은 40점을 차지한다. 과학은 모집단위별로 지정된 과목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치른다. 예컨대 물리학과는 물리학과 화학, 시스템생물학과는 화학과 생명과학 중 한 과목을 선택하는 식이다. 수능 전 논술 실시 대학 중 연세대만 과학논술을 치른다. 수학논술은 수학,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고교 교육과정 전 과정에서 출제된다. 홍익대, 인문계 기본에 충실, 자연계 소논제 3개씩 출제인문계열은 인문사회통합형 기본에 충실한 편이다. 답안 분량이 800±100자로 2개 논제가 출제되는데, 제시문의 주장과 관점을 비교 분석하거나 제시문 속 근거를 활용해 주어진 논제를 논증하는 전통적인 인문사회통합형 출제 유형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인문계 오전 논술에선 제시문 속 근거를 활용해 특정 입장에 대한 찬반을 논증하거나 제시문 간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는 논제가 출제됐다. 또 국어, 사회 교과서 속 수록 지문 활용도가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자연계열은 수학만 출제한다. 총 3개의 문항이 출제되는데, 보통 문항당 3개의 소논제로 구성된다. 홍익대도 수학,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고교 교육과정 전 범위를 출제 대상으로 한다. 수리논술의 소논제는 그것 자체로 점수 배점이면서 다음 소논제 풀이의 키워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앞선 소논제를 풀다 보면 다음 소논제의 풀이 키워드가 자연스레 등장하는 식이다. 정확하게 답을 맞히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풀이 과정을 서술해 부분점수를 얻고, 다음 소논제의 풀이에 응용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시립대, 올해 출제범위에 기하 추가자연계만 논술을 시행하고, 수학만 출제한다. 각각 한두 개의 소논제로 구성된 4개 문항이 출제된다. 논제 구성 등 문제 유형엔 큰 변화가 없지만 올해부터 출제 범위가 늘어나는 등 학습 부담이 증가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까진 기하를 제외한 수학,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 미적분을 출제 범위로 제시했는데, 올해는 기하가 추가돼 고교 전 교육과정으로 확대됐다. 문항 구성과 관련해선 뒤로 갈수록 배점이 커지는 구조다. 1번이 85점, 2번 95점, 3번 105점, 4번은 115점을 차지한다. 120분 동안 마지막 문항까지 충분히 풀 수 있도록 문항별 시간 안배가 중요하다. 성신여대, 자연계 시험시간 100분으로 짧은 편인문계는 답안 900자 안팎의 2개 논제가 출제되는데, 각각 50점 배점이다. 인문사회통합형을 기본으로 도표 및 통계자료 제시문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도표, 그래픽, 통계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자연계는 수리논술만 치른다. 기하를 제외하고 수학,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 미적분 내에서 출제할 예정이다. 고교 전 교육과정에서 출제되는 연세대, 홍익대, 서울시립대와 비교해 학습 부담이 조금 적다. 하지만, 소논제 수가 총 12개에 이르는 데 비해 시험시간은 100분으로 짧은 편이다. 문항별 시간 안배에 신경 쓰면서 풀이를 간결하게 적는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가톨릭대, 인문계 답안 300~600자 짧은 구성 중요인문계는 인문사회통합형으로 총 3개 문항(각 1논제)으로 출제된다. 문항별 요구 답안 분량은 300~600자 수준으로 짧은 것이 특징적이다. 약술형 논술인 서경대를 제외하고 수능 전 논술 실시 대학 중 답안 분량이 가장 짧다. 시험시간도 90분으로 짧다. 짧은 시간 안에 간결한 답안을 구성하는 훈련을 반복해 대비해야 한다. 자연계는 수학논술만 시행하는데, 출제 범위가 수학, 수학Ⅰ, 수학Ⅱ로 좁아 학습 부담이 가장 적은 편이다. 서경대, 인문·자연 구분 없고 단답형 가까운 약술형 논술약술형 논술은 논증 중심의 긴 답안을 요구하는 서술형 논술과 달리 단답형, 단문형 답안 중심의 논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기존 적성고사 전형이 폐지되면서 일부 대학에서 적성고사를 대체해 약술형 논술을 도입했다. 수능 전 논술 실시 대학 중엔 서경대, 수능 후 대학 중엔 가천대, 고려대(세종), 수원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서경대 SKU논술우수자 전형은 ‘학생부60+논술40’의 방법으로 선발해 외형적으로는 학생부(교과) 전형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논술(40%)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문, 자연 구분 없이 동일 문항이 출제된다. 국어는 국어, 문학, 독서 과목에서 9문항, 수학은 수학Ⅰ, 수학Ⅱ 과목에서 6문항 안팎이 출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남아도는 쌀 세금 1조원 들여 사들여야 하나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2022년 정기국회가 요란스럽다. 신문 지면에는 ‘쌀 의무매입법’이라고도 나오고, ‘쌀 시장격리법’이라는 냉소 섞인 표현도 나온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 법안은 정부가 예산을 써 쌀값 수준을 어느 선에서 의무적으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쌀 생산량이 국내에서의 예상 수요량보다 3% 이상 많거나 쌀 가격이 전년도보다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물량을 사들여 ‘시장격리’(매입 후 보관하면서 일부 재판매)를 하라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국제 가격보다 높은 쌀값을 유지할 예산 여력이 있느냐는 것, 다른 곡물과 육류 등 식량 자급률이 계속 떨어지는데 쌀에만 이런 지원을 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것이 반대의 주된 논리다. 연간 1조원 이상 드는 비용 때문에 포퓰리즘 논란까지 유발한 정부의 쌀 의무 매입, 타당한가. [찬성] 시장 상황 따라 생산량 조절 어려운 곡물, 쌀의 특수성 감안해야국내 쌀값 하락으로 생산 농가의 어려움이 커졌다. 심각해지는 인플레이션으로 모든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와중에 쌀값은 하락세를 보여 농민들의 허탈함은 더 크다. 지난해 수확기에 비해 30%가량 가격이 내렸다. 2021년산 재고 물량이 전국 곳곳에 쌓여 있어 쌀 수확기에 접어들면 가격 하락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생산에 들어간 비룟값과 인건비를 고려하면 농민들은 상당한 수준의 적자를 안게 됐다. 오죽하면 땀 흘려 생산한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농민까지 나타났겠나. 정부가 농민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동안도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는 있었다. 다만 임의조항인 이 대책을 의무조항으로 바꿔 생산량이 초과되면 정부가 자동으로 개입해 격리하자는 정도에, 최저가 매입 방식을 농민 편에 서서 변경하자는 게 법 개정 사항의 전부다. 시장의 기능이 중요하지만 농산물, 특히 전통적 주식인 쌀에 대해서만큼은 시장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고유의 특성이 있다. 과거 통상 개방 과정에서 정부가 다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외국 쌀을 도입하기로 한 적 있으니 농민에게 그만큼 계속 보상해줘야 할 이유도 있다. 지난해 국내 초과 생산량이 27만t이었는데 정부가 수입해야 하는 물량이 40만t에 달하니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차원도 있다. 쌀은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쉽게 늘리거나 줄이기 어려운 중요한 곡물이다. 경작지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논도 감소하고 있다. 생산 녹지는 한 번 줄어들면 복구 불능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과잉 생산 논란도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정부가 나서 생산이 넘치면 사들이고, 부족하면 저축 물량을 푸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기능의 시장격리에는 소요 예산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쌀 주산지인 전국 8개 지역의 도지사가 국회를 방문해 ‘쌀값 안정대책 마련 촉구’ 성명을 낸 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쌀을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더 방치해선 곤란하다. [반대] 구매 비용만큼 보관 비용도 막대…'전략 작물'로 전환 등 구조조정이 해법2021년 과잉 생산 37만t을 시장격리하는 데 든 예산만 8489억원이었다. 올해는 50만t이 초과 생산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조원 이상의 매입 예산이 필요하다. 구매 비용만 이 정도다. 보관하는 데는 오히려 더 많은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한 해 만에 비축 물량이 다 소화되는 것도 아니다. 매년 쌀이 남아도는 탓에 사들인 쌀을 팔아 자금을 회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긴축재정을 외치고, 지출 예산 줄이기로 마른 수건도 다시 짜는 판에 이런 비용을 지출해야 하나. 가뜩이나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매우 어렵고, 이 불황은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쌀에 대해서만 유독 특별한 지위를 두자는 논리도 어불성설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밥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고 밀가루 제품이나 육류 소비는 급증하고 있다. 콩을 비롯한 기타 곡물도 대부분 수입에 기대는 판이다. 쌀 생산량은 소비량을 훨씬 넘어서는데 식량 자급률은 떨어지는 게 무서운 현실이라면 답은 정해져 있다. 쌀 생산을 줄이고 다른 농작물과 육류 생산을 늘려야 한다. 정부가 매년 시장 가격과 동떨어진 무리한 가격으로 쌀을 수매해주니 농민은 이 구매 제도를 믿고 과잉 생산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쌀값도 교통비도 모두 나라가 책임지라는 식이면, 정부가 지출하는 자금은 어디서 나오나. ‘정부 강제 구매’로 과잉 생산을 부추기며 농업 현실을 악화시킬 게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스마트팜 확대, 전략적 작물 확충, 기업의 농업 진출 허용·유도 등으로 농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게 정공법이다. 농사짓기 편하다고, 익숙한 경작법이라고, 주식에서 오래전에 멀어진 쌀만 생산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먹거리 대책이 되기 어렵다. 더구나 식량 수입량은 갈수록 늘고, 비용도 기하급수로 증가한다. 현실성 있는 식량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당장 쌀 경작 논에 다른 경제성 있는 작물 재배를 유도해야 한다. 농업지원 비용은 이런 데 써야 한다. √생각하기 - 소비 급감으로 쌀은 남는데 밀 99.5%, 콩 63.2% 수입… 농업, 첨단산업화 모색해야2021년 22만원을 넘었던 80㎏ 쌀 한 가마니 가격이 1년 만에 16만7000원 선으로 떨어졌으니 농민의 시름이 깊어진 것은 사실이다. 1991년 116.3㎏에 달했던 1인당 소비량이 2012년 69.8㎏, 2021년에는 56.9㎏으로 수요가 떨어지는데도 공급은 그대로니 자연스러운 결과다. 정부 구매라는 임시방편책이 아니라 쌀 농가가 다른 전략 작물로 관심을 돌리도록 유도 정책을 적극 쓰지 않은 탓도 크다. 정부가 시장격리에 나선다 해도 농민 구매 요구 물량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언제까지 정부가 과잉 생산량을 사들일 수도, 줄어드는 소비량을 확 늘릴 수도 없다. 단기 대책에서 벗어나 한국 농업의 체질 개선을 이뤄야 한다. 쌀은 남아도는데 밀은 99.5%, 콩도 63.2%나 수입해 식량 자급률이 20%에 그친다면 답은 나와 있다. 무조건 경작지 보호보다 농지의 효율화를 꾀하고, 농업이 첨단산업이 되도록 기업 진출 길도 터나가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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