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 가려져 있지만, 뜨거운 논쟁을 예고한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을 규제하고, 한다면 어디까지 그리고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올 초 국회에서 관련 규제의 국내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게 계기였죠.청소년 SNS 금지는 이미 세계적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호주는 지난해 12월부터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부모가 동의하더라도 이용이 불가능하며, 이를 위반하는 플랫폼 기업엔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518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죠. 이후 불과 몇 달 사이에 유럽 국가들도 초강수 대응에 나섰습니다.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넘어 호주처럼 ‘법적 차단’을 시도하고 있어요. 프랑스는 오는 9월 새 학기부터 만 15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SNS 금지법을 전면 시행합니다. 스페인과 그리스는 총리가 나서 금지 결정을 밝혔고, 영국은 호주 모델을 본뜬 규제 시행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세계 각국이 이처럼 약속이라도 한 듯 움직이는 이유가 뭘까요? 호주 사례가 촉매제가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론 플랫폼 기업의 자율 규제나 가정 내 단속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SNS가 단순 중독을 넘어 청소년의 뇌 발달과 정신 건강에 해악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청소년 SNS 중독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이견은 없습니다. 지난 3월 중순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73%는 “청소년 SNS 금지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이 한쪽으로만 흐를 때를 경계해야 합니다. 응답자의 4분의 1이 청소년 SNS 금지에 찬성하지 않는 생각의 근거도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이 문제를 3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청소년 보호와 기본권 침해 사이 딜레마국가가 '디지털 부모' 역할할 수 있을까?지난 2월 동아일보 여론조사와 2024년 정부 실태조사에서 청소년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유해성과 중독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중순 국내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전체 응답자의 26.9%에 이르는 사람들이 청소년 SNS 금지법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당사자인 많은 청소년이 위험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적지 않은 국민이 금지법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겁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가치를 중시하기에 이런 다른 견해와 철학을 가지게 될까요?“과잉 금지 아닌가요?”반대론자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듭니다. 하나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들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청소년 역시 정보를 접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할 권리가 있다는 겁니다. 특히 온라인 공간의 비중이 커진 요즘, 이를 ‘디지털 시민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적으로 막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주장입니다.이는 기본권 보호를 중시하는 ‘고전적 자유주의(Libertarianism)’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자유는 절대적”이라고 설파했습니다.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개인에게 조언할 수는 있어도 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어떤 선택이 당사자에게 다소 해로울 수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국가가 일률적으로 금지에 나서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존 로크의 사상도 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대한 온전한 주인입니다. 청소년 역시 성장 단계에 따라 점차 이 권리를 획득하며, 부모나 국가가 이를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자율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결국 반대론자들은 SNS 금지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표현과 소통의 자유를 위축시키며, 필요한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규제, 즉 과잉 금지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공리주의, 어떻게 봐야 할까그렇다면 SNS 이용 금지를 주장하는 쪽의 철학적 근거는 무엇일까요? 이들은 국가가 부모와 비슷한 위치에서 시민, 특히 판단력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자유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국가 후견주의’ 또는 ‘어버이 국가주의’라 부릅니다. 영어로는 ‘Paternalism’이라고 합니다.이와 관련해 떠올릴 수 있는 철학자는 세 사람입니다. 먼저 아리스토텔레스를 들 수 있습니다. 그의 ‘덕(德) 윤리’에 따르면 정치는 시민이 좋은 삶을 살고 올바른 덕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청소년기는 바람직한 품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중독성 강하고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가 될 수 있습니다.다음으로 사회계약론으로 유명한 토머스 홉스는 국가의 보호 의무를 강조합니다. 그의 시각에서 보면 SNS 공간은 청소년의 정서적 안정을 위협하는 혼란스러운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강력한 규제를 통해서라도 질서를 세우고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마지막은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입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이 철학의 입장에선 SNS 중독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소수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SNS 규제를 통해 사회 전체의 손실과 불행을 줄일 수 있다면 규제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경제학자의 해결책은?반대론자들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적입니다. 법으로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겠냐는 거죠. 예를 들어 청소년들이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거주 국가를 속이거나 부모 계정을 이용하는 식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대형 SNS가 아닌, 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커뮤니티나 해외 메신저로 숨어들 가능성도 있죠. 텔레그램 대화방이 뜬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이른바 풍선효과입니다.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일부 경제학자는 청소년 SNS 문제를 ‘시장실패’의 사례로 바라봅니다. 이들은 플랫폼 기업이 만들어내는 과도한 중독성과 자극적 설계가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라는 외부불경제(Negative Externality)를 낳는다고 봅니다. 외부불경제란 시장 참여자가 부담하지 않지만,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되는 비용을 뜻합니다.경제학자들의 해법은 이런 사회적 비용을 시장 안으로 내부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SNS 과몰입으로 우울감을 겪고 학업 중단이나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미래 소득까지 감소한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추정해 플랫폼 기업에 특별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그 재원을 청소년 상담이나 정신건강 지원, 올바른 디지털 사용 교육에 투입하자는 것입니다.또 하나의 방법은 넛지(Nudge)를 활용한 정책 설계입니다. SNS 전면 금지는 반발을 키우거나 음성적 이용을 늘릴 수 있는 만큼 금지보다는 부드러운 개입이나 유도가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SNS를 일정 시간 이상 이용할 경우 광고 노출을 늘리거나, 반대로 사용 시간을 줄이면 플랫폼 내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 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지 않으면서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절충적 해법으로 볼 수 있죠.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027학년도 첫 모의고사인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의 결과가 공개됐다. 2027학년도 수험생들의 학력 수준을 짐작해볼 수 있고, 정시 지원 시 본인의 실력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도 가늠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정시에서 지원 가능한 대학 수준을 점검한 뒤 이를 기준 삼아 수시 지원 방향을 결정하면 된다.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3월 학력평가 결과 분석이다. 고3 3월 학력평가는 전국 범위에서 본인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다. 또한 고교 재학 중 국어와 수학에서 선택과목별로 나눠 보는 첫 시험이기도 하다. 큰 틀에서 수시와 정시 지원 방향을 가늠할 뿐 아니라 수능 학습 전략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정시 지원 가능 점수는 대개 시험 난이도에 따른 변수가 적은 백분위를 기준으로 한다. 표준점수는 시험이 어려우면 점수가 높아지고 쉬우면 낮아지는 경향 때문에 남은 모의고사들의 시험 난이도에 따라 변동이 커진다. 하지만 백분위 점수는 본인의 전국 위치를 알려주기 때문에 국어, 수학, 탐구(2과목 평균) 백분위 합(300점 만점) 기준을 많이 활용한다.SKY 인문 296~284점, 자연 296~285점2027학년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결과를 토대로 정시 지원 가능선을 살펴보자. 일단 자연계 최상위 학과인 의대 지원 가능 점수는 대학별로 최고 300점에서 최저 294점 분포로 나타났다. 치대는 최고 298점에서 최저 292점 사이에서 지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의대는 최고 294점에서 최저 289점, 수의대는 최고 294점에서 최저 288점, 약대는 최고 296점에서 최저 283점 사이에서 합격선을 예측해볼 수 있다.의약학을 제외한 주요 대학의 경우 SKY 인문계열은 최저 284점, 자연계열은 최저 285점을 받아야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10개 대학 인문 최저 지원 가능 점수는 271점, 자연은 274점으로 예상된다. 주요 15개 대학 인문은 259점, 자연은 260점 이상 점수에서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21개 대학 인문은 최저 248점, 자연은 최저 252점 수준으로 분석됐다.대학별 상세 점수를 통해 지원 전략을 좀 더 구체화해보자. 인문계열을 대학별로 살펴보면 서울대는 평균 293.2점(학과별로 296~292), 연세대는 288.9점(292~285), 고려대는 288.1점(292~284) 수준에서 합격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성균관대 286.2점(292~284), 서강대 284.3점(289~281), 한양대 281.9점(289~279), 중앙대 278.1점(284~275), 경희대 274.2점(279~271), 이화여대 277.5점(281~275), 한국외대 275.4점(281~271)으로 분석된다.의약학을 제외한 자연계열의 경우 서울대는 평균 291.7점(학과별로 296~288), 연세대는 287.1점(292~285), 고려대는 287.4점(292~285)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성균관대 286.7점(289~283), 서강대 284.6점(288~283), 한양대 284.1점(288~282), 중앙대 281.4점(283~279), 경희대 277.8점(282~274), 이화여대 279.9점(281~277), 한국외대 282.0점(Language & AI융합학부) 부근에서 지원을 고려해볼 수 있다.21개 대학 인문 최저 248점, 자연 최저 252점백분위 점수는 목표로 하는 대학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 절대적으로 합격을 보장하는 기준은 아니다. 특히 상위권 대학은 실제 정시에선 백분위가 아닌 표준점수를 반영하고, 대학이나 학과 간에도 수능 과목별 반영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유불리가 갈릴 수 있다. 수탐 백분위 합을 통해 대략적인 지원 가능 그룹과 대학을 선별한 뒤 대학별·학과별 수능 반영 방법과 가산점을 따져 구체적인 지원 방향을 정해야 한다.올해는 이과 과탐 응시생들이 사탐으로 갈아타는 ‘사탐런’ 현상, 수학도 미적분에서 확률과 통계로 갈아타는 ‘확통런’ 현상이 많아지고 있다. 또 마지막 현행 수능 체제에 따른 반수생이 증가하고 지역의사제 도입 등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사탐런 현상은 2025학년도부터 심해지기 시작했다. 3월 학력평가 기준 사탐 응시 비율은 2024학년도 52.8%, 2025학년도 55.1%, 2026학년도 64.6%로 높아졌고 이번 3월 학력평가에선 75.9%까지 치솟았다. 수학 확통런 현상은 지난해부터 심화하고 있다. 2025학년도 53.9%, 2026학년도 59.5%, 올해는 68.4%로 증가했다. 올해 수능에서는 확통런과 사탐런 현상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사탐런 현상은 중위권 이하 학생들 사이에서 눈에 띈다. 수시 수능최저 충족에서 수학은 미적분이나 확률과 통계에 제한이 없는 대학이 많고, 사탐·과탐에 대한 제약이 크지 않다. 정시에서도 수학 미적분에 대한 가산점이 거의 없고, 일부 과탐 응시자에 대한 가산점이 있긴 해도 그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영향으로 인문계 학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확통런과 사탐런 현상은 올해 6월, 9월 모의평가와 본수능을 거치면서 더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3월 학력평가 점수를 맹신해선 안 된다. 3월 성적을 기준으로 삼되,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거치면서 지원 전략 및 학습계획을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청소년 사이에서 ‘픽시 자전거’가 큰 인기를 끄는 가운데 위험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픽시는 ‘고정 기어(Fixed Gear)’의 약자로, 페달과 바퀴가 일체형으로 연결된 단순한 구조가 특징이다. 원래 경륜 경기용으로 제작한 특수 자전거로, 페달을 돌리는 대로 바퀴가 돌아가는 방식이다. 문제는 일부 이용자가 뒷바퀴를 미끄러뜨려 멈추는 스키딩 기술을 즐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브레이크를 제거하고 도로로 나선다는 점이다. 제동장치가 없는 자전거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고, 사고가 나면 치명적일 수 있다. 안전을 위해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반면 개인의 취향과 자유를 존중해 특정 지역에서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스포츠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찬성]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 보행자 위협, 도로교통법상 불법…생명 담보 도박픽시 자전거의 가장 큰 문제는 물리적 안전성 결여다. 일반 자전거에 비해 제동거리가 몇 배나 길어지는 ‘브레이크 없는’ 주행은 사고 위험을 크게 높인다. 페달 저항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숙련자가 아니면 쉽지 않다. 긴급 상황에서 즉각적인 제동이 어렵다는 점은 치명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뿐 아니라 보행자나 다른 차량 등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제동장치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반해 사고가 발생하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이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떼는 것은 본인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천만한 도박과 같다. 자유를 주장하기 전에 공공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청소년들의 과시 문화도 안전 불감증을 키우고 있다. 뒷바퀴를 미끄러뜨려 멈추는 스키딩 기술을 멋으로 여기며, 브레이크를 떼는 행위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영웅담처럼 퍼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취미 생활의 범주를 넘어 사회 안전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일부 이용자는 경찰의 단속을 피해 도주하거나 순찰차 앞에서 일부러 위협 주행을 하는 등 공권력을 경시하는 태도까지 보이는 사례도 있다. 자율적 정화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는 강력한 법적 규제가 불가피하다. 단순히 과태료를 부과하는 수준을 넘어 위험 주행이 반복될 경우 자전거 압수 등 실효성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제조 및 유통 단계에서부터 강력한 대책도 필요하다. 브레이크 미부착 제품의 판매를 원천 차단하고, 단속 적발 시 보호자에게도 책임을 묻는 법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안전은 자유나 취미보다 우선시해야 할 가치다. 규제 강화는 청소년을 처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정부와 지자체는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현장 단속의 실효성을 높여 도로 위의 무법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반대] 일종의 '자전거 놀이 문화'…개인의 선택과 자유 존중해야픽시 자전거 자체가 위험한 물건은 아니다. 고정 기어 방식은 자전거 본연의 구동 원리를 체감하게 해주며, 가벼운 무게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전거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의 무분별한 주행 방식을 근거로 전체 이용자를 범죄자 취급하며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가 될 수 있다. 많은 이용자는 법령에 따라 브레이크를 장착하고 안전하게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특정 사례를 일반화해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개인의 취미 생활과 자유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픽시 자전거를 하나의 놀이 문화로 키울 수도 있다. 안전성을 확보한 특정 지역이나 운동장 등에서 픽시 자전거를 청소년이 즐길 수 있게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일종의 스포츠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용 경기장(벨로드롬)이나 안전하게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등 대안적 접근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에너지를 건전하게 분출할 창구를 제공하지 않은 채 법으로 묶는 태도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오히려 음성적 이용을 확대할 수 있다. 단순히 브레이크 장착을 강제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브레이크가 있냐 없냐’의 문제라기보다 ‘어떻게 타느냐’라는 운전자의 의식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다른 이를 배려하고 스스로 규칙을 지키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다. 청소년이 픽시 자전거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어른의 역할이다.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체계적 교육에 나설 필요가 있다. 픽시 자전거의 원리를 가르치고 사고 발생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시켜야 한다. 강제적 규제보다 이용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캠페인과 교육적 홍보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이 장기적으로 사회 비용을 줄이고 성숙한 자전거 문화를 정착시키는 길이다.√ 생각하기 - "자유냐 책임이냐" 안전한 자전거 문화가 우선픽시 자전거를 둘러싼 논란은 결국 자유와 책임이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취향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공공질서를 무너뜨리는 수준에 이른다면 적절한 통제는 불가피하다. 단순히 법으로 억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정답은 아닐 것이다.이용자는 스스로 안전장치를 갖추고 주행 예절을 지키는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사회는 규제와 교육 사이에서 균형 잡힌 해법을 찾아야 한다. 청소년도 건전한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동참해야 한다. 자전거 주행은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기는 스포츠다. 이용자는 자유에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픽시 자전거를 타는 청소년들이 도로 위 무법자가 아닌 법과 안전을 준수하며 개성을 뽐내는 멋진 라이더로 인정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안정락 논설위원
핫플(핫 플레이스) 자주 가세요?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성수동,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의 한남동, 좁은 골목 굽이굽이 한옥이 즐비한 익선동과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북촌, ‘연트럴파크’를 따라 걷는 재미가 있는 연남동, 전통시장과 주택가가 잘 어우러진 ‘망리단길’ 망원동, 철공소 사이에 감성적인 카페가 숨어 있는 문래동 등이 대표적인 서울의 핫플 지역입니다.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이들 동네의 대부분이 조용한 골목이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특히 성수동은 수제화 거리의 낡은 공장과 창고를 예술인들이 감각적으로 꾸미면서 독특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습니다. 개성 넘치는 음식점과 카페와 공방 등이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 상권으로 급부상한 거죠.하지만 상권이 유명해지고 유동인구가 늘면서 가게 임대료와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오래전부터 거주하던 사람들과 독특한 문화를 유지해오던 소규모 상점들은 임대료 상승에 밀려 떠나게 됐어요. 이제는 높은 월세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정도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죠. 아마 최근 성수동에 가 본 분들은 느꼈겠지만 유명 브랜드의 팝업 매장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전반적인 물가도 꽤 비싸졌어요. 초기 예술인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골목 상권의 고유한 매력이 사라지면서 성수동만의 개성과 특색을 잃게 됐고, 상권 활성화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이처럼 특정 지역이 개발되면서 가치가 올라가고 임대료가 급상승하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쫓겨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합니다. 국립국어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둥지 내몰림’이라고 표현했는데요, 비자발적 이주를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젠트리피케이션은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화려한 핫플 뒤에 숨은 이 이슈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볼게요. 끊임없이 핫플 삼키는 젠트리피케이션 규제가 정답 아닌데…'공존의 길' 없을까 요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은 유령 동네 같습니다. 공실률이 45%가 넘었거든요. 공실률은 상가나 사무실이 얼마만큼 비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인데요, 가로수길 점포의 절반 가까이가 비어서 방치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직접 가 보니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나 글로벌 브랜드의 일부 매장만 남은 상태였어요.한때 가로수길은 트렌디한 감성을 담은 소규모 디자이너 숍과 카페 등으로 가득한 대표적 핫플이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화한 건 ‘애플 사건’이었어요. 애플은 2018년 1월 가로수길에 국내 첫 공식 매장을 연 후 해당 건물을 20년 장기 임대하는 계약을 맺으며 20년치 임대료인 600억 원을 선납했거든요. 월세로 환산하면 매달 2억5000만원에 달했죠.그러자 다른 건물주들이 “우리도 월세를 애플만큼 받아야겠다”며 일대 임대료가 폭등하기 시작한 겁니다.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이들은 쫒겨나 가로수길의 안쪽 도로인 ‘세로수길’ ‘나로수길’ ‘다로수길’ 등 골목상권으로 밀려났어요.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의 후폭풍은 가로수길뿐 아니라 성수동, 북촌, 연남동, 망원동 등 앞서 언급한 지역들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구도심 부활 vs 원주민의 눈물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ion)은 지주, 신사 계급을 뜻하는 영어 단어 젠트리(gentry)에서 유래했어요. 낙후하던 구도심 지역이 재개발이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가파르게 오르자 오래전부터 거주해온 주민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현상입니다.이 용어는 1964년 영국의 도시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가 1960년대 런던 도심 도시 재개발 과정을 설명하며 처음 사용했어요. 당시 런던은 도심에 노동자계급이, 교외에 중산층과 상류층이 살았거든요. 도로가 건설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진 도심에 기업 및 편의시설 등이 생기자 중상류층은 도심으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낙후한 주택을 고치거나 집을 새로 짓는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도심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예전부터 살던 노동자계급은 높아진 주거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옮길 수 밖에 없었죠. 결국 이 일대는 부동산 개발업자에 의해 고급 주택과 건물로 탈바꿈했습니다.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데요, 상업지역뿐 아니라 주거지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고 있어요. 낡고 오래된 주택 등이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을 통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바뀌고 있잖아요. 부동산 가치가 높아지면서 주택구매 비용이나 임대료 등 주거비가 오르고, 그 결과 중산층이나 고소득자가 원주민을 대체하는 거죠.임대료 묶는 정책, 부작용 우려도젠트리피케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합니다. 일단 황폐화된 구도심을 되살릴 수 있어요. 낙후하던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오르고 관련 인프라도 개선됩니다. 하지만 지가와 임대료가 상승하다 보니 예전부터 거주해오던 원주민은 다른 곳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성수동이나 가로수길처럼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채워지면서 골목상권의 고유한 개성과 특색도 사라지겠죠. 그럼 사람들은 외면할 테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 또한 쉽지 않을 겁니다.그래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가건물의 임대차 보호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9%에서 5%로 낮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개입이 순기능만 있는 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반시장적 정책을 동원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일본은 임대료 문제가 건물주와 임차인 간 지역사회의 약속이어서 함부로 올리지 못하거든요. 정해진 규범에 따라 협의하는 거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NIE포인트 1. 역세권, 학원가, 오피스 등 주변 상권의 특징을 생각해보자.2. 재건축와 재개발 사업은 어떻게 다른지 찾아보자.3. 도심 공동화를 극복하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알아보자. 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