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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화물차 파업 '물류 대란'
실학자 박제가가 봤다면?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1750~1805)는 ‘도로와 수레’에 조선의 운명이 달렸다고 봤습니다. 오늘날로 표현하면 ‘물류’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정보가 도로망과 수레를 통해 잘 유통되면 조선 백성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조선의 도로망과 수레 수준은 형편없어서 대규모로 교환 또는 거래하기 어려운 처지였죠. 200여 년 전 이런 물류관과 상업관을 가진 애덤 스미스 같은 인물이 조선에 있었다니 놀랍습니다. 최근 발생한 화물연대의 파업과 그로 인해 일어난 물류 대란을 박제가가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할 말이 많을 겁니다. 물류 대란은 화물연대와 정부의 합의로 8일 만에 해결됐습니다.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한다고 합의한 덕분이죠. 전국 도로 위를 달려야 할 수레(화물차)가 멈추어 선다면 피해는 커집니다.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조선은 거의 완벽한 물류 시스템을 갖춘 대한민국으로 진화했지만, 박제가는 파업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조선의 애덤 스미스’ 박제가의 물류관은 어땠는지, 최근 파업은 어떤 문제로 발생했는지 알아봅시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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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최저운임제 위헌인가, 안전운전 장치인가

최근 발생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의 파업과 물류 대란은 ‘안전운임제’에서 비롯됐습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을 맡기는 화주들이 화물차주들에게 반드시 정부가 고시한 가격 이상으로 운임을 지급하도록 한 조치입니다. 화물차를 모는 사람들은 안전운임제 연장을, 화주들은 법이 정한 대로 폐지를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이번 파업과 파업 쟁점 안에는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엇갈린 관점들이 존재합니다. [관점1] 안전운임제는 무엇인가?화물자동차 사업법에 들어 있는 제도인데요. 2018년 지금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집권당일 때 이 법을 개정해 안전운임제를 넣었습니다. 화물차를 소유한 차주들은 “소득이 적은 운전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많은 화물을 싣고 더 빨리 달리려 하기 때문에 과적, 과로, 과속에 시달린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적정운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친노동정책을 선호하는 민주당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안전운임위원회(화주 3명, 차주 3명, 운수사 3명, 공익위원 4명)를 구성했고, ‘안전운임제’를 3년 일몰제(2020년 1월 1일~2022년 12월 31일)로 만들었습니다. 적정 운임을 주지 않은 화주는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습니다. 일몰제(日沒制)는 해당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지된다는 뜻입니다. [관점2] 연장하자, 폐지하자화물연대노조는 안전운임제 연장을, 화주들은 일몰제 준수를 요구했습니다. 화물 운송을 맡기는 화주들의 주장은 확고합니다. 화주들은 “운임은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화주와 화물차주가 협상을 통해 정해야 할 운임을 왜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해 ‘적정 운임’을 의무적으로 주라고 강제하고 안 주면 과태료를 내도록 하냐는 거예요. 화주들은 안전운임제를 규정한 화물자동차 운송사업법을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상태입니다. 위헌이라는 것이죠. 헌재는 2년 넘게 판단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화물차를 소유한 사업자들은 안전운임제를 만들 때 내걸었던 주장을 재차 강조합니다. 적정 소득을 보장해야 화물차 운전자들이 과적, 과로, 과속의 위험을 덜게 된다는 겁니다. 화물차주 중에는 차 한 대만 굴리는 개인사업자가 많고, 이들은 화주와의 운임 협상에서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운임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토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관점3] 보호는 비용을 늘린다?안전운임제로 인해 물류비가 상승했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안전운임 평균 인상률은 2020년 12.5%, 2021년 1.93%, 올해 1.57%였죠. 한국무역협회 화주협의회는 컨테이너 운송 물량의 절반(49.6%)을 차지하는 단거리(50㎞ 이하) 안전위탁운임은 최대 42.6% 인상됐다고 주장합니다. 물량 비중이 31.9%인 중장거리(171~250㎞) 운임은 최대 31.9% 올랐다고 합니다. 다양한 할증이 붙을 경우 품목별로 최대 70% 수준의 운임이 인상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화주들은 정부의 보호가 비용 상승을 유발했다고 봅니다. 안전운임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물류비 중 운송비 비중은 대기업이 65.6%, 중소기업이 92.1%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시멘트 화물차주의 경우 월평균 근로 시간은 2019년 376시간에서 2021년 355시간으로 3.8% 줄어들었고, 소득은 201만원에서 424만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관점4] 화물운송사업허가제 폐지?적정 운임을 정부가 사실상 정해주고 안 지키면 과태료를 물리는 예는 세계적으로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다른 것들의 가격을 정해줘도 된다는 얘기가 됩니다. 정부가 나서서 최저운임제를 옹호하면, 다른 노조와 단체들도 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파업하니까 들어주더라”라는. 화물연대 노조는 큰 노조여서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노조는 노조원의 권익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노조가 공급을 독점한다면 비용 증가를 유발합니다. 진입장벽도 높이죠. 이 때문에 화물차 운송사업법상 사업허가제를 폐지하고 누구나 화물운송자로 등록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화물연대가 동의할까요?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1. 화물연대 파업의 원인이 된 ‘안전운임제’가 무엇인지 찾아보자. 2. 일몰제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3. 면허제가 진입장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보자.

2023학년도 대입 전략

6월 모의평가 분석, 내 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은?

입시전략 관점에서 6월 모의평가는 중요한 기준점이다. 6월 모평 성적을 토대로 정시에서 지원 가능한 대학의 수준을 가늠한 뒤 수시에서 목표할 대학과 학과의 범위를 좁혀가야 한다. 6월 모의평가 성적으로 큰 틀에서 방향을 정한다면, 9월 모의평가 직후 수시 지원 대학, 학과를 최종 결정 짓는다. 6월 모의평가 가채점 기준 주요 대학 및 의약학계열 정시 지원 가능 점수에 대해 분석해본다. 이후 성적표가 발표돼 표준점수가 확정되면 실채점 기준으로 정시 지원 가능 점수를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인문, 원점수 기준 SKY 287~259점, 서울권 최저는 174점 추정 종로학원 분석 결과 2023학년도 6월 모의평가 원점수(국수탐(2) 300점 만점) 기준으로 SKY권 인문계열 학과 정시 지원 가능 점수는 최고 287점(서울대 경영, 경제)에서 최저 259점(고려대 한문학과 등)의 분포로 예상된다. 수학은 확률과통계, 탐구는 사회 과목에 응시했을 때 기준이다. SKY를 제외한 주요 10개 대학 인문계는 최고 283점(이화여대 의예과(인문) 등)에서 최저 226점(경희대 일본어학과(국제) 등)까지 지원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15개 대학의 지원 가능 점수는 최고 251점(서울시립대 세무학과)에서 최저 222점(동국대 불교학부)으로 추정되며, 주요 21개 대학은 최고 233점(아주대 금융공학과)에서 최저 200점(인하대 철학과)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권 지원 가능 최저 점수는 174점으로 추정된다. 대학별 지원 가능 점수 평균을 살펴보면, 서울대 인문계는 283.3점(287~281점), 연세대 268.1점(281~259점), 고려대 268.4점(281~259점)으로 추정된다. 주요 10개 대학 인문의 경우 성균관대 255.4점(265~247점), 서강대 258.3점(264~255점), 한양대 251.8점(264~245점), 중앙대 245.3점(259~231점), 경희대 238.1점(283~226점), 이화여대 249.7점(283~241점), 한국외국어대 239.7점(251~233점)의 분포로 분석된다. 주요 21개 대학의 인문계 지원 가능 점수 최고 학과는 상당수가 경영, 경제 등 상경계열 학과였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등이 그렇다. 하지만 대학별 최고 학과는 대학 평판과 역사, 모집단위 차별화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경희대 한의예과(인문), 이화여대 의예과(인문), 한국외대 LD학부, LT학부,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홍익대 캠퍼스자율전공(인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자연, 원점수 기준 SKY 295~264점, 서울권 최저는 213점 추정SKY권 자연계열 학과 정시 지원 가능 점수(원점수, 수학 미적분 또는 기하, 탐구는 과학 응시 기준)는 최고 295점(서울대 의예과)에서 최저 264점(연세대 의류환경학과 등)으로 분석된다. SKY를 제외한 주요 10개 대학 자연계는 최고 292점(성균관대 의예과) 최저 252점(경희대 환경학및환경공학과(국제) 등)의 분포로 예상된다. 주요 15개 대학은 최고 269점(건국대 수의예과), 최저 247점(동국대 통계학과), 주요 21개 대학은 최고 288점(아주대 의학과), 최저 237점(단국대(죽전) 건축공학전공)으로 추정된다. 자연계 인서울 최저 점수는 213점으로 분석된다. 대학별 자연계열 지원 가능 점수 평균을 살펴보면, 서울대는 272.8점(295~266점), 연세대는 267.9점(294~264점), 고려대는 267.1점(292~264점), 성균관대는 266.5점(292~262점), 서강대는 263.0점(264~262점), 한양대는 263.9점(288~262점)의 분포로 추정된다. 중앙대는 262.3점(288~257점), 경희대는 258.6점(288~252점), 이화여대는 264.5점(286~259점) 수준에서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의약학, 의대 295~270점, 치대 287~266점, 약대 276~262점 추정의약학계열을 대학 그룹별로 살펴보면 의대는 최고 295점(서울대)에서 최저 270점(고신대)에서 지원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치대는 최고 287점(서울대)에서 최저 266점(조선대)의 분포로 예상된다. 약대는 최고 276점(서울대)에서 최저 262명(순천대 등), 한의대는 최고 272점(경희대)에서 최저 266점(동신대 등)으로 분석된다. 의약학계열 등 자연계 최상위 학과 입시는 1점 차이로 대학이 달라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여러 곳에 지원할 수 있는 경합구간에 속한 학생들은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국수탐(2) 원점수 합 286~283점 구간은 이화여대, 인하대, 경북대, 부산대, 순천향대, 한림대 등 일부 의대와 함께 연세대 치대를 동시에 지원해볼 수 있는 경합구간이다. 276~270점 구간은 고민이 더 깊다. 약대 중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에 지원이 가능하면서 동시에 일부 의대, 치대, 한의대도 도전해볼 수 있기 때문에 지원 가능 폭이 상당히 넓다. 여기에 서울대 생명과학부(276점),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272점),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270점),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270점) 등 SKY 자연계 일반학과도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 이처럼 경합구간에 속한 학생들은 7월 6일(수) 성적이 발표되면 확정 백분위 및 표준점수, 대학별 수능 반영 비중 등을 따져 대학별 유불리를 더 자세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최소 세 군데 이상 입시기관의 실채점 기준 정시 지원 가능 점수를 참고하고, 대학별로 수능 반영 비중을 고려해 더 정밀하게 합격 유불리를 따져보도록 한다. 대입정보포털 ‘어디가’를 참고해 각 대학 입시 결과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어디가 사이트에는 70%컷 등 동일 기준으로 2022학년도 대학, 학과별로 정시 합격선이 공개돼 있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원자재 가격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타당한가

국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시행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하청업체가 상대적으로 대기업인 원청업체에 납품할 때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연동해 가격을 올려받게 하자는 법이다. 세계 어느 곳에도 유례가 없는 법이어서 더 관심을 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찬성 입장이 많고, 국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입법 논의를 계속 이어왔다. 정부에서는 업계 자율을 침범하는 강제법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의 해외 아웃소싱 확대, 하청기업 쪽에선 단가 맞추기를 위한 혁신노력 기피 등 부작용이 만만찮다. 코로나 쇼크와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고물가로 이 제도를 도입하자는 중소기업계 요구는 커지는 분위기다.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에도 시행할 것인가.[찬성] 인플레 쇼크로 중소기업 궁지 몰려…중기·대기업 상생해야 경제발전중소기업이 다수인 하청 소기업들의 납품가를 원자재 가격 동향에 연동하자는 논의가 시작된 지 무려 14년이나 됐다. 그만큼 중소기업계에서는 절실한 현안이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도 살고, 나라 경제도 발전할 수 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기형적인 격차와 심화되는 양극화를 방치한 채로 한국의 산업과 경제는 더 발전하기 어렵다.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도입 적기다. 무엇보다 2년 이상이나 지속된 코로나 충격으로 중소사업자 피해가 특히 컸다.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다급하다. 많은 논란을 겪지만 중소상공인 대상의 코로나 보상 지원도 그래서 하는 것 아닌가. 현금 지원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런 방법까지 결국 시행하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와중의 최근 인플레이션도 중소기업엔 치명적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게 무엇인가. 물가 상승, 중소 산업계가 조달하는 원자재의 가격 상승이다. 취약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 번 정한 계약서로 반년씩, 1년씩 변경 없이 그대로 가기가 어려운 비상 시기다. 오르는 원자재 가격이 적기에 반영돼야 마음 놓고 제품을 만들어 원청기업에 납품을 지속할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에 중소 제조업 209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응답 기업 세 곳 가운데 한 곳(67%)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위한 요긴한 방법으로 이 제도 시행을 꼽았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납품업체와 대기업이 다수인 원청기업은 ‘갑을 관계’여서 자체적으로 원자재·원료 가격을 적기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가가 나서 법으로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상생전략을 펴자는 취지다. 지금껏 나온 법안을 보면 원자재 가격이 10% 이상 오르거나 최저임금이 상승할 때 변동된 금액에 대한 분담을 원청회사와 하도급회사가 약정서에 명문화하자는 정도다.[반대] 정부가 가격 보장하면 누가 원가절감 하나…어디에도 없는 반시장·계약자유 침해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반(反)시장적 발상이다. 법의 이름으로 개인과 민간의 사적 자치 영역, 계약 자유를 어디까지 침해하려는지 두렵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요구하는 중소기업의 딱한 사정은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 쇼크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이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모든 기업과 가계에 고통이다. 산업 생태계로 볼 때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납품가 인상 요구가 적기에,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정도 짐작할 만하다. 그렇게 사정이 어렵다고 무리한 법을 만든다면, 극단적으로 말해 대기업의 여유자금을 아예 강제로 빼앗아 중소기업에 넘겨주면 간단히 끝날 일 아닌가. 이익 내는 기업이 법인세 내고 남은 이익금을 전부 환수해 적자 기업에 나눠주면 경영난을 호소하는 기업도, 부도 나는 기업도 다 없어질 일 아닌가. 그런 원리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자동적으로 반영토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우리 민법의 근간인 사적 자치와 계약 자유의 원칙과 배치된다. ‘자유주의의 복원’을 그렇게 외친 윤석열 정부에서 이처럼 반자유주의적 법제화를 용인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가격을 거래의 당사자, 즉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 혁신 기업이 성장할 수 없다. 모든 가격이 마찬가지다. 가격에 굳이 개입하려면 정부가 대주주이거나 정부 업무를 대리하는 공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한해야 한다. 그 또한 막무가내식은 안 된다. 가격 개입이 한국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을 빚투성이 부실기업으로 만들지 않았나. 정부가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겠다면 누가 원가 절감에 나서고, 혁신을 고민하겠나. 이런 경제가 과연 발전할 수 있나. 가뜩이나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더딘 나라가 한국인데, 눈앞의 이익관계만 보는 강제법이 이를 가로막을 판이다.√ 생각하기 - 중기 보호하려다 해외로 '아웃소싱' 우려…인센티브로 자율 시행 유도해야가장 효율적인 곳으로 흐르는 게 자본과 투자의 속성이다. 정부 압박이 거칠어지면 원청기업은 비용이 싼 해외 기업으로 ‘아웃소싱’할 것이다. 그러면 국내 협력업체에 더 큰 손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원자재 가격이 10% 올랐을 때 납품단가 연동제로 납품 가격에 반영할 경우, 국내 중기에 대한 대기업 수요는 1.45% 감소하고 해외 중기에 대한 수요는 1.21% 증가한다. 정부 일각의 인센티브 방안도 좋아 보인다. 정부의 가격 개입이나 법을 통한 강제가 아니라, ‘표준 하도급계약서’를 만들어 자발적으로 부응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이다. 원가 연동제를 스스로 시행하는 원청기업에 세제 등으로 파격적 지원을 해준다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제법’보다 ‘자율적 상생 노력’이 무난하고 길게 갈 수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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