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뉴스는 국제유가의 강세, 주요국 국채금리의 급등, 그에 따른 각국 증시의 약세로 연일 채워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란 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기름값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향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면서 금리는 사상 최고치로 오르고 있습니다.이런 흐름에 가장 뿔이 난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미국민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고금리 상황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렸습니다. 최고 연 4.00%에 달합니다. 시중금리 동향을 나타내는 미국 국채금리 10년물은 지난달 29일 기준 5.26%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은 미 Fed가 금리를 올리기 전부터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지난달 6일에 이어 13일에도 “미 Fed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 일부 국가와 교역을 중단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이는 “금리가 높으니까 무역적자를 본다”는 평소 그의 생각에 따른 것입니다. 금리가 높으면 달러 수요가 늘고, 강달러가 되면 무역에서 불리하다는 겁니다. 그리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금리와 무역수지의 관계를 아주 단순하게 이해한 결과입니다.트럼프식 경제 관념을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라고 부른다면 이보다 더한 것도 많습니다. 그는 미국 내 고용지표가 최근 호전된 것으로 나오자, “미국 신용도가 훨씬 높아졌다. 강한 나라일수록 금리가 낮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경기변동을 줄이기 위해 조정하는 것인데, 경기가 좋으면(경제가 부강한 나라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금리가 낮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겁니다.트럼프는 무역수지에 관해서도 무역적자는 돈을 뺏기는 것이며 무역흑자는 돈을 버는 것이라는 ‘제로섬(Zero-sum game)’ 사고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상품교역에서 적자를 낸 것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갈취한 결과라는 겁니다.최근 한국경제신문은 이런 트럼프노믹스 세계관을 두고 ‘경제학과 싸우는 트럼프’라는 제목으로 보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통 경제학과 다수가 동의하는 경제이론에 어긋나거나, 전혀 엉뚱한 결론으로 이끄는 문제를 ‘경제학과 싸운다’고 표현했습니다. 트럼프의 생각과 정통 경제학이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왜 트럼프는 경제학에 싸움을 걸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경제(경기)와 금리 수준의 관계먼저, 금리 얘기입니다. 금리를 결정하거나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금의 수요와 공급입니다. 금리(金利)가 화폐의 가격이라고 본다면, 돈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금리가 결정됩니다. 아무래도 경기가 좋을 때 투자가 증가하고 자금 수요는 늘어납니다. 이는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입니다.다음으로 금리는 통화량에 영향을 받습니다. 시중 통화량은 자금 공급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금리는 낮아집니다. 금융정책 당국은 경기가 나쁠 때 시중 통화량을 늘려 금리를 낮춥니다. 기업과 가계가 더 많은 돈을 빌려 투자와 소비에 나서도록 권장하는 것이죠. 거꾸로 경기가 좋으면 중앙은행은 물가를 걱정하게 되고, 통화량을 줄여 경기과열을 막으려 합니다. 결국, 경제 상황이 좋을 때 금리가 올라가는 게 정상입니다.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예상하는 물가상승률, 즉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금리 수준에 영향을 미칩니다. 향후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많은 사람이 예상한다면 실질금리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더한 명목금리는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을 예상한다면 명목금리는 내려갈 겁니다. 경기가 좋으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고, 결국 금리가 올라가는 방향에 더 힘이 실립니다.경제가 강한 나라일수록 금리가 낮아야 한다는 말은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도가 높으면 대출금리가 낮아진다는 민간 신용시장의 논리를 거시경제에 그대로 대입한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무역이 제로섬 게임일까?더 중요한 부분은 국가 간 교역에 대한 생각입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인식이 ‘중상주의(mercantilism)의 현대판’이라고 봅니다. 중상주의는 국부(國富)를 금·은 등 귀금속의 축적량으로 보는 16~18세기의 경제관입니다. 금·은의 부존량(총량)이 세계적으로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면, 한 나라가 무역으로 금과 은을 더 벌어들이면 그만큼 다른 나라의 금과 은은 줄어들게 됩니다. 무역흑자는 금·은이 자기 나라로 들어오는 ‘승리’이고, 적자는 금·은이 빠져나가는 ‘패배’라고 인식하는 겁니다. 제로섬 게임의 세계관이 여기에서 나옵니다.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국부란 금·은의 재고량이 아니라, 그 나라가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이라고 정의합니다. 또한 무역은 제로섬이 아니라, 분업과 비교우위를 통해 양자 모두 이득이 되는 ‘플러스섬(Plus-sum game)’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미 1776년에 스미스가 논파한 중상주의 이론과 세계관을 250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 경제학자 채드 바운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은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 관계이며, 트럼프가 익숙한 부동산 거래의 논리와는 다른 틀이라고 지적했습니다.중상주의는 정부가 개입해 국가 간 교역을 관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트럼프도 관세 인상을 협상 카드로 쓰며 무역수지를 강제로 조정하려고 합니다. 시장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직접 개입하려 한다는 점에서 자유무역 시대 이전의 세계관과 통상관인 셈입니다.중상주의는 금과 은의 확보가 곧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18세기 당대엔 나름 국가전략의 논리로 기능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엔 금본위제가 사라지고 국제 자본시장이 통합되면서 무역수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전략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중상주의의 유령’이 백악관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겁니다.혼란의 시기...올바른 경제학의 이해 중요지금의 국제정세는 자유무역이 최고의 가치로 숭앙받고 세계가 함께 성장하던 시대와는 판이합니다. 미국과 중국, 양대 슈퍼파워의 패권 갈등이 거세지다 보니 정치군사력의 우위가 국부의 향방을 결정짓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18세기 중상주의 국부 경쟁이나 19~20세기 식민지 쟁탈전을 방불케 하는 국제사회의 불안정성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이런 상황에 자유주의 경제학의 원론만 강조해선 안 되겠죠. 하지만 수백 년간 검증되고 합의 위에 선 경제학의 기초를 아전인수식으로 허물어버리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를 분별해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어요. 요즘 같은 시기에 청소년의 경제 이해력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올해 수능 판도를 예측해 볼 수 있는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가 공개됐다. 영어 1등급 비율이 15.54%까지 치솟는 등 난도 널뛰기가 심해졌고, 탐구 과목별 응시자 규모는 격차가 더 벌어지며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등에서 과목 간 유불리가 더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반수생이 최대 10만 명 가까이 유입이 예측되는 상황이어서 수능 점수 예측은 더 힘들어졌다. 9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분석해보고 남은 기간 학습전략을 살펴본다.영어 1등급 15.54%, 역대 세 번째 쉽게 출제올해 9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 비율은 15.54%까지 치솟았다. 2018학년도 절대평가 도입 이후 6월, 9월, 수능 포함 역대 세 번째로 쉽게 출제됐다. 2026학년도 6월 19.10%, 2023학년도 9월 15.97%, 2027학년도 9월 15.54% 순으로 1등급 비율이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9월 모의평가를 보고 본수능 영어도 쉽게 출제될 수 있겠다고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문제는 매 시험마다 난도 널뛰기가 심각해 본수능 난도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영어 1등급 비율이 6월 모의평가에선 19.10%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가 본수능에선 3.11%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널뛰기를 보였다. 올해 수능 영어 또한 어렵게 나올 수 있다고 가정하고, 빈칸 추론 등 고난도 문항을 충분히 대비하기를 권한다.국어 어려웠지만, 본수능은 어떨지...상대평가로 실시하는 국어, 수학에서는 국어가 상대적으로 더 어렵게 출제됐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4점으로 수학 137점보다 7점 높게 나타났다. 표준점수는 과목 난이도를 고려한 보정점수로 통상적으로 더 어려운 과목에서 표준점수가 높게 형성되는 특징을 보인다.국어, 수학도 본수능 난도 차는 해마다 달랐다. 2022학년도, 2024학년도, 2026학년도는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수학보다 높게 형성됐지만, 2023학년도, 2025학년도는 반대로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더 높게 나타나는 등 국어, 수학 난도는 해마다 다른 양상을 보였다. 국어, 수학 또한 본수능에서 어떤 과목이 어렵게 출제될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과탐 2등급 이내 33.7% 감소, 탐구과목간 유불리 심화사탐런 심화로 탐구 과목 간 유불리는 어느 해보다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과탐 응시자는 전년 9월 대비 8개 과목 합산 84,301명(33.0%) 감소했지만, 사탐 9개 과목 응시자는 전년 9월 대비 59,292명(10.8%) 증가했다. 과목별 증감을 살펴보면, 생명과학Ⅰ은 전년 88,311명에서 금년 54,499명으로 33,812명(38.3%)이 줄며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고, 다음으로 지구과학Ⅰ 28,864명(32.2%), 물리학Ⅰ 11,595명(32.1%), 화학Ⅰ 4,808명(25.1%)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반대로 사탐의 경우 생활과윤리 응시자가 전년 대비 26,498명(전년 161,959명 → 금년 188,457명) 늘며 가장 크게 증가했다. 사회문화는 전년 대비 24,738명(12.1%)이 늘었다. 이에 따라 과목별 응시자 규모 격차는 더 커졌다. 응시자가 가장 많은 사회문화는 228,525명에 달했지만 가장 적은 화학Ⅱ는 3,114명으로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현행 수능은 1등급 상위 4%, 2등급 상위 11%까지 나뉜다. 과목별 응시자 규모 차이는 수능 상위등급 확보와 관련해 유불리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특히, 과탐 등 응시자가 크게 줄어든 과목에선 본인 실력과 무관하게 상위등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탐구 과목 간 응시자 변화로 과탐 2등급 이내 인원은 전년 9월 32,656명에서 금년 9월 21,662명으로 10,994명(33.7%)이나 감소한 반면, 사탐 2등급 이내 인원은 65,190명에서 74,804명으로 9,614명(14.7%) 증가하는 등 과목 간 유불리는 더 도드라졌다. 이 같은 상황은 수능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탐구 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도 주의할 부분이다. 사탐에선 정치와법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74점으로 가장 높았는데, 한국지리·세계지리·동아시아사는 65점으로 가장 낮게 형성되며 사탐 과목 간 최고점 격차는 9점에 달했다. 과탐은 지구과학Ⅰ이 73점, 물리학Ⅰ은 65점으로 과목 간 최고점 격차는 8점이 발생했다. 이처럼 탐구 과목은 과목 간 난도 격차는 물론, 사탐런에 따른 응시자 규모 변화 등 변수가 많아 올해 수능에서 최대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올해 대입은 현행 대입 마지막 해로, 반수생이 10만 명 가까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어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시전략은 불확실성은 줄이고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합격 예측이 정교해지기 위해선 변수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탐구 학습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서울 도심에서 야외 테이블을 설치해 영업하는 이른바 ‘야장(야외 장사)’이 늘고 있다. 종로와 을지로 등에서는 식당 안은 물론 인도와 도로 주변까지 테이블을 내놓는 업소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야장을 찾는 시민도 많다.야장은 침체된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자영업자에게 추가적인 영업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시민들도 도심에서 색다른 외식과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하지만 허술한 관리가 문제다. 허가 없이 보도나 차도에 테이블을 설치하는 행위는 도로 점용 규정에 위배된다. 보행 공간이 좁아지면서 시민들의 보행권이 침해받고 흡연과 쓰레기, 소음·악취 등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도 많다. 야장 확산을 단순히 단속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합법적인 영업 형태로 관리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상권 활성화와 시민 편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찬성]골목상권 활기에 효과적...법 테두리 안에서 관리해야 야장은 침체된 골목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속 일변도의 규제 행정에서 벗어나 합법적 관리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서울 일부 자치구들은 야장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 종로구는 돈화문로11길을 중심으로 정식 도로 점용 허가와 식품위생법상 옥외영업 신고를 접수받아 구청이 영업시간, 안전 규정, 위생 조항을 직접 지도·감독할 합법적 권한을 확보했다. 상인들은 정당하게 도로 점용료를 지불하고 안정적인 영업권을 보장받는 대신 소음 관리·통행로 확보라는 의무를 이행한다.이에 발맞춰 서울시는 ‘서울 달빛야장’ 특화 상권 시범 사업을 추진하며 강남구 세로수길, 광진구 건대맛의거리 등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지자체 주도의 야장 환경 정비와 양성화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5곳을 시범 운영한 뒤 2028년까지 25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자치구별로 제각각이던 기준을 통합한 ‘옥외영업장 도로점용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최소 2m 이상의 보행 유효 폭 확보, 테이블 1줄 배치, 영업 종료 후 시설물 즉시 철수, 외부 조리 엄격 금지 등 구체적인 준수 사항을 명시해 무질서 요소를 차단하고 있다. 야장의 경제적 효과는 살리면서도 시민의 보행권과 안전을 침해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적용하는 제도적 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반대]공공재 보도를 영업에 이용해서야...위생·소음 문제 해결 쉽지 않아야장 양성화를 반대하는 쪽은 보행권 침해와 생활 소음, 도시 위생 악화라는 부작용을 지적한다. 공공재인 도로와 보도를 특정 자영업자의 사적 영업 공간으로 내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영업 편의를 위해 공공 공간의 사용 권한을 일부 업소에 장기간 보장할 경우 형평성 논란과 특혜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야외 테이블이 보도를 차지하면서 보행자들은 차도로 내몰리고 교통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 비상시 소방차나 구급차 등 긴급 차량의 진입을 방해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한번 허용된 야장 구역을 다시 축소하거나 철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엄격한 허용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주거 환경에 미치는 폐해도 무시할 수 없다. 심야까지 이어지는 음주 소란과 소음 피해는 인근 주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야외 취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방치, 악취, 담배 연기는 도심 위생 환경과 주거 공간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지자체가 불법 야장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단속에 나서더라도 단속반이 있을 때 잠깐 철수했다가 단속반이 떠나면 같은 자리에 다시 야장을 펴는 상황이 반복되기 일쑤다. 과태료 액수보다 영업으로 인한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업소들이 암암리에 경쟁적으로 야장을 하면서 단속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단속 인력과 행정력에도 한계가 있는 데다 특정 업소만 단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생각하기]단속 사각지대 방치는 곤란...상생의 관리 기준 정립해야야장을 둘러싼 갈등은 불법과 단속의 사각지대 안에서 반복돼 왔다. 당연히 시민들의 보행권과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고물가와 고금리의 이중고 속에서 생계의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실 또한 외면할 수 없다. 골목상권의 위기 속에서 야장은 손님을 끌어모으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돌파구이다.결국 해법은 갈등의 방치가 아닌 ‘제도권 안에서의 명확한 질서 확립’에 있다. 지자체들이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정식 영업 신고 및 도로 점용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상생의 첫걸음이다.지금은 합법적인 야장 제도가 정착해 나가는 초기 단계다. 명확한 설치 기준과 영업시간 제한, 철저한 현장 지도·감독이 병행되지 않으면 애초의 야장 활성화 정책의 취지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와 상인, 그리고 주민이 지속해서 소통하며 공공성과 상권 활성화 사이의 균형을 찾는 모범적인 관리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이정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게티이미지공연이나 스포츠 관람 티켓 가격이 치솟는 ‘티켓플레이션(Ticketflation, Ticket+Inflation)’이 일상이 된 가운데 매크로 기법을 이용한 티켓 싹쓸이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한 뻥튀기 암표 판매까지 진짜 극성입니다. 최근엔 암표를 약 30배까지 비싸게 팔아 십수억원을 챙긴 암표 업자가 아파트와 상가까지 샀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용돈이나 아르바이트 수입을 모아 공연 등을 관람하는 청소년과 사회초년생에게 티켓플레이션과 바가지 암표는 단순히 ‘비싸다’는 문제를 넘어섭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직접 보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청소년 사이에서 적잖게 나옵니다. 문화 관람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여러 ‘상품’ 가운데 하나일 뿐인지, 아니면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할 공공재로 여겨야 할지 생각해 볼 만한 주제입니다.3~4배 웃돈 줘야 암표 구매티켓플레이션 현상은 신조어로 만들어질 만큼 두드러집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형 뮤지컬과 인기 아이돌 콘서트 티켓의 가격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5만원을 뛰어넘어 20만원에 육박합니다. 올 상반기 큰 인기를 끈 뮤지컬 ‘겨울왕국’의 최고 가격(VIP석)이 19만원을 기록했고, ‘드라큘라’ ‘엘리자벳’ ‘베토벤’ 등 인기작들도 최고 18만원을 줘야 볼 수 있습니다.공연 기간이 짧은 아이돌 가수나 해외 작품의 국내 공연 티켓값은 2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올 1~8월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방탄소년단 티켓은 23만원, 위켄드는 2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4인 가족이 함께 공연을 즐기려면 ‘티켓값 100만원’은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원래 관람 티켓값이 비싸기 때문이지만, 최근의 가격 상승률은 일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그런데 ‘광클릭’으로 매크로 로봇을 이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암표라도 구하려면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들여야 합니다. 인기 그룹 라이즈의 경우, 올해 평균 17만원 정도 한 티켓값이 암표로는 64만원가량에 재판매됐습니다. 암표 프리미엄만 47만원이 넘었죠. NCT Wish도 원가 16만원짜리 티켓에 평균 43만원의 웃돈이 붙어 59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공급의 희소성, 독점이 근본 원인그렇다면 티켓플레이션 현상을 경제적으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가장 궁금한 부분은 문화콘텐츠의 가격만 유독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입니다. 첫 번째 요인으로는 비용구조의 특징을 들 수 있습니다.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는 스타들의 출연료, 아레나와 같은 대규모 공간의 대관료, 제작비 등이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전체 비용 가운데 이런 고정비 비중이 절대적이죠. 반면, 관객을 한사람 더 받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 즉 한계비용은 거의 제로(0)에 가깝습니다.관객이 늘어나면 공간이 협소해지고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행사 진행과 안전관리 인력은 더 필요해집니다. 하지만 고정비 중심의 비용구조로 인해 이런 부분은 비용 증가에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자연히 공연 규모는 커지고 고정비 투입이 늘어나는 만큼 티켓값을 높게 받아야 합니다.물가상승률을 구할 때는 다종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망라하기 때문에 변동폭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반면, 고정비 항목이 큰 공연 등의 티켓 가격은 그때그때의 경기 상황에 따라 상승폭이 많이 달라집니다.다음으로 독점 공급의 문제입니다. 인기 아티스트는 대체 불가능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인기 스포츠 구단도 희소성의 가치를 지녀 공급량(예, 경기 수)을 수요에 맞춰 늘리기 어렵습니다. 이를 두고 경제학에선 공급이 비탄력적이라고 표현합니다. 공급곡선으로 나타내면 기울기가 큰 우상향 형태를 띱니다. 그런데 수요가 크게 늘어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공급량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은 큰 폭으로 뛸 수밖에 없습니다.하나 더, 동태적인 가격 책정(Dynamic Pricing) 방식의 영향입니다. 공연 등의 티케팅 시스템은 수요가 몰릴 때 가격이 실시간으로 뛰어오르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표도 결국 이런 원리로 가격이 형성되겠죠? 공급은 비탄력적인데 가격은 수요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급상승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문화소비의 양극화, 시장의 역설이번엔 수요 측면의 가격탄력성은 어떤지 볼까요? 먼저, 가격이 많이 올라도 충분히 그 가격을 지불하고 공연 등을 볼 의사가 있는 충성 소비자층이 있을 겁니다. 소득 수준이 되고 문화콘텐츠 소비에 진심인 층이죠. 이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비탄력적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소년과 청년층은 티켓플레이션에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합니다. 가격 급등으로 사치품 소비와 다를 바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가격탄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그런데 이 부분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문화와 여가 활동에 격차가 벌어지는 문화소비의 양극화, 또는 문화적 빈부격차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이런 문제는 현실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올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보고서를 보면, 뮤지컬의 티켓 판매액은 6.1% 감소한 2232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연 건수는 1801건으로 13.1% 증가했는데, 티켓 판매액은 거꾸로 줄어들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대형 히트 신작이 적었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티켓 가격 상승에 대한 관객의 저항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대극장 뮤지컬 한 편을 좋은 좌석에서 보는 데 15만~20만원 들어간다면, 관객 입장에선 같은 돈으로 연극 두 편을 보거나 콘서트 한 회차를 선택하는 대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올 상반기 연극의 티켓 판매액이 두 배가량 증가하고, 콘서트 쪽도 9.6% 늘어난 데 반해 뮤지컬이 뒤로 밀린 것은 이렇게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장르간 경쟁이 무대 위가 아니라, 예매 창에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위해 티켓값을 올리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겠지만, 길게 보면 미래의 소비자인 청소년에게 진입 장벽을 높여 문화 생태계의 수요 저변을 약화시킵니다.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층은 좋아하는 공연을 여러 차례 반복 관람하는 덕후(일명 회전문 관객)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티켓값 폭등의 직격탄을 맞고 객석에서 이탈한다면 뮤지컬 공연시장과 업계에는 손해가 아닐까요? 이런 점에서 ‘시장의 역설(Paradox of market)’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시장기능 회복 대책이 우선 뉴스1티켓플레이션이 단순한 바가지 상혼의 결과는 아닙니다. 엔터테인먼트와 문화콘텐츠 산업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 수요층의 한계, 그리고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이 이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이지요.그런데 이를 문화소비의 양극화, 문화 격차(Cultural Divide)의 문제로 이해하면 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문화콘텐츠가 단순한 상품의 일종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가 누려야 할 기본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공재적인 성격을 띠는 건데요, 정부가 이런 공공재의 충분한 공급을 위해 시장에 개입해야 할까요? 다시 말해, 공공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걸까요?극단적으로 정부는 티켓값 급등을 막기 위해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거나, 저소득층 자녀에게 문화소비 바우처를 지급하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부 개입이 시장기능을 왜곡시키는 문제와 그 부작용은 여러 분야에서 아주 많이 지적된 바 있습니다. 여러분이 동아리나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충분히 찬반양론을 벌여보고, 현실적인 대책은 없는지 토론해보면 어떨까요?힌트를 하나 드릴 수 있습니다. 매크로 로봇을 이용한 암표 판매와 폭리를 취하는 행위는 더이상 뿌리내리지 못하게 단속을 철저히 하고, 법적인 처벌도 단호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단속과 처벌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 티켓 예매 때 본인 확인 절차를 철저히 거치게 하고, 공식적인 재판매를 가능하게 하고, 인기 공연에는 추첨제도 병행합니다. 시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접근법을 동시에 시행하는 겁니다. 티켓플레이션과 암표 문제에도 수급 균형, 공정한 가격 형성을 돕는 친시장적인 대책을 생각해 볼 때입니다.‘덕질’에도 돈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거나, 문화소비의 양극화와 격차는 해소돼야 한다는 주장은 티켓플레이션 등을 경제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바라본 결과입니다. 공정한 티케팅 시스템과 가격 형성을 돕는 것은 1차적으로 경제문제로 바라보고 해법을 찾는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