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빅테크 기업인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합병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합병이란 통상 2개의 기업을 하나로 합치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을 인수한 뒤, 합병을 진행하기도 하죠. 그런데 두 회사는 모두 글로벌 경쟁 기업이 없을 정도로 대규모 기술기업입니다. 분야도 자율주행과 전기차, 그리고 우주개발 사업으로 전혀 다른데, 왜 합병하려 하는지 궁금해집니다.기업 간 합병은 여러 경영상의 목적을 위해 추진됩니다. 합병을 이해하게 되면 경제상식의 폭이 넓어집니다. 최고 기술기업들이 ‘왜 합치려 하는가’란 의문을 푸는 과정에서 첨단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질 겁니다. 청소년 여러분의 향후 직업 선택과 투자 등 경제생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 커버스토리를 다뤄봅니다.4700조원대 거대 기업 나오나먼저, 현재까지 확인된 양사의 합병 관련 팩트를 보겠습니다. 이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20일 스페이스X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주 요청에 따라 양사의 이사회가 합병 논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각각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합병이 확실하다고 보는 것은 과장이라고 일축했으며, “합병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이날 기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시가총액, 증권시장 상장주식의 총가치)는 2조100억달러, 테슬라는 1조4800억달러에 달합니다. 합병이 성사되면 약 3조5000억달러(약 4685조원) 짜리 기업이 탄생합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합병 기록이 될 겁니다.일단 합병안은 전체 주주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합니다. 만약 합병이 테슬라의 기술을 독점하는 식으로 이뤄진다면 반독점 시비에 휩싸일 수도 있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 지분 20%, 스페이스X 지분 48%를 갖고 있지만, 스페이스X의 지분은 차등의결권을 가진 것이어서 실질적으로는 의결권이 85%에 달합니다. 최종 합병에 이르는 데 많은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기업 합병의 여러 잇점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합병을 하려고 할까요? 합병에는 어떤 잇점이 있을까요?첫째는 여러분이 많이 들었을 ‘규모의 경제’입니다.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면 똑같은 산출물을 얻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듭니다. 둘째, 공급망의 수직계열화입니다. A기업의 생산품이 합병 대상인 B기업의 원재료로 사용된다면 이를 외부에서 조달(아웃소싱)할 때보다 비용과 시간, 안정성 측면에서 잇점이 있습니다. 전쟁이나 진영 간 갈등, 공급망 애로와 같은 갑작스런 외부 변수의 발생에 영향을 덜 받게 됩니다.셋째는 사업 다각화를 이뤄 경영 상의 여러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넷째는 필요로 하는 기술과 인재, 브랜드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는 선제적인 합병을 통해 경쟁 회사의 인수 시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죠. 시장 지배력을 더욱 넓히려는 게 기업 합병의 최종 목적입니다.다만, 이런 잇점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합병을 위한 인수 가격이 과다하거나, 통합 후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조직문화 등으로 합병 효과가 반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00년 미국 인터넷서비스 회사인 AOL과 미디어 회사인 타임워너의 합병은 양사 조직문화의 충돌, 당시 닷컴 버블 붕괴로 수십조 원대 손실을 내고 말았습니다.1998년 독일 다임러와 미국 크라이슬러 자동차는 ‘대등한 합병’을 시도했지만, 실제론 다임러가 사실상 인수한 것이었고, 결국 문화 차이로 2007년 분리됐습니다. 2014년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핀란드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가 합병했으나, 이미 애플과 삼성이 선점한 시장을 공략하기 어려웠습니다. 막대한 손실을 남겼죠.AI 시대에 다시 정의되는 경쟁력최근 큰 화제를 모은 테슬라의 공중부양 자동차 시연 모습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여러 잇점이 있음에도 불구, 전기차 회사와 우주기업을 왜 합치려 하는지 궁금한 게 사실입니다. 하나씩 풀어가 보겠습니다.과거 기업들의 경쟁은 ‘제품 대 제품’ 경쟁이었습니다. 자동차 기업이라면 어떤 차가 더 잘 달리느냐, 휴대폰 메이커라면 어떤 휴대폰이 더 성능이 뛰어나느냐가 경쟁의 포인트였습니다. 그런데 AI 시대에는 경쟁의 양상이 달라집니다. AI를 돌리는 데 필요한 여러 층위의 요소들(이름하여 스택, stack)을 얼마나 갖췄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합니다.AI가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대략 5가지 스택이 필요합니다. AI의 ‘두뇌’인 반도체 칩, 이 두뇌를 24시간 돌리는 ‘에너지’인 전력, 반도체 칩을 수만 개씩 모아 둔 ‘컴퓨팅 인프라’(예, 데이터센터), 데이터를 ‘연결’시켜 주는 통신망, AI의 ‘몸’이라 할 수 있는 차량이나 로봇이 그것입니다. 이런 스택을 한 손에 쥐고 컨트롤 할 수 있느냐가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합니다.머스크 CEO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합니다. 칩을 먼저 보면, 두 회사는 합작 반도체공장 테라팹으로 테슬라의 차량과 로봇, 스페이스X의 AI위성에 쓸 칩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력은 테슬라의 메가팩 배터리가 스페이스X의 멤피스 컴퓨팅 허브에 이미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또한 데이터 통신망에는 위성인터넷 스타링크가 있습니다. AI의 몸에 해당하는 것은 테슬라 자동차와 옵티머스 로봇입니다. 결국 두 회사의 합병은 자동차 회사와 로켓 회사를 묶는 게 아니라, AI 스택의 여러 층위를 한 회사로 묶는 시도라는 설명이 가능합니다.머스크의 머릿속에는 이들 기업이 같은 AI 인프라 위에 놓여져 있습니다. 전기차, 로봇, 우주발사체, AI모델 등 각종 첨단기술을 한 회사에서 컨트롤하며 무한한 공학적 상상력을 실험해 보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에 스타링크가 연결된다면 그 어떤 자동차 브랜드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겁니다. 또한 스페이스X는 테슬라의 공장자동화 기술을 이용해 우주발사체 스타십을 대량생산할 수 있습니다. 최근 화제가 된 ‘하늘을 나는 자동차’ 테슬라의 로드스터도 스페이스X의 로켓을 장착해 시험에 성공했습니다. 따라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합병 시도는 ‘(사업 내용이) 무관한 다각화’라기 보다 인공지능(AI) 하드웨어 생태계 속에서 ‘수직계열화’ 하려는 쪽에 가깝습니다.시너지는 미래의 일그러면 이들 스택이 ‘왜 따로 있으면 안되고, 꼭 한 몸이어야 하는가’ 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위에서 ‘공급망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외부에서 필요로 하는 원재료를 사 오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장에서 사 오는 비용이 직접 만드는 비용보다 크면 기업은 그와 관련된 일을 안으로 가져옵니다.AI 스택에서는 이 비용이 상당히 큽니다. 만약 반도체 칩이 부족하면 로봇도 자율주행도 늘릴 수 없습니다. 다른 회사의 반도체 공장 앞에 줄 서서 제품이 생산되길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입니다. AI 시대엔 속도도 중요합니다. 부품을 설계하는 팀과 사용하는 팀이 한 회사에 있으면, 복잡한 과정 없이 사양을 맞출 수 있습니다. 생산한 제품의 데이터를 계속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와 공장의 로봇에서 얻은 현실의 데이터가 모델을 개선하고, 개선된 모델이 다시 차와 로봇을 똑똑하게 만드는 선순환이 가능해집니다.물론 이런 시너지는 당장이 아니라, 미래에 발생합니다.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는 실제로 건설하고 가동해야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로봇 옵티머스의 판매는 2027년 후반 이전엔 어렵습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반독점 당국이 테슬라에만 스타링크 기술이 제공되면 독점 문제에 시비가 붙을 수 있습니다. 시너지의 상당 부분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정 위에 있다는 거죠. 또한 기업들이 ‘한 몸’이 되면 시장의 병목(bottleneck, 중요 길목)을 장악하고 속도는 얻지만, 자본 부담과 복잡성, 규제 리스크 등은 떠안아야 합니다. 이런 균형 있는 시각으로 양사의 세기적인 합병 추진 과정을 지켜봐야겠습니다.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10월 학력평가는 수능까지 가는 길목에서 학력 수준을 점검하고 정시 지원전략을 가다듬기에 좋은 기회이다. 목표를 더 구체화하고 막판 힘을 낼 수 있는 발판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2026년 10월 고3 학력평가 가채점 기준 주요대 및 의약학 계열 학과의 정시 지원 가능 점수를 분석해 본다. SKY 인문 합격선 288~268점, 자연 296~266점 예상국어, 수학, 탐구(2) 과목 합산 원점수 기준 SKY 인문계열은 학과별 최고 288점에서 최저 268점 사이에서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인문계는 288점에서 275점, 연세대·고려대 인문계는 278점에서 268점 사이 합격을 기대해 볼 수 있다. SKY 자연계는 최고 296점에서 최저 266점 사이로, 평균 271.2점으로 분석됐다. 각 대학별 평균은 서울대 274.9점(296~269점), 연세대 268.8점(294~266점), 고려대 269.2점(289~266점)으로 전망된다.SKY 대학별 최고 학과로는 인문은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88점, 연세대 경영 278점, 고려대 경영대학 278점으로 예상되며, 자연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모두 의예과로 순서대로 296점, 294점, 289점에서 합격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주요 10개대 인문 258점, 자연 250점 이상 지원 가능할 듯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 주요 10개대 그룹 인문은 최고 288점에서 최저 258점 사이 지원이 가능해 보인다. 대학별 평균은 성균관대 269.7점(278~268점), 서강대 268.1점(271~267점), 한양대 267.2점(271~266점), 중앙대 265.2점(267~262점), 경희대 262.4점(288~258점), 이화여대 267.8점(288~262점), 한국외대 262.5점(267~258점) 수준으로 예상된다. 경희대 288점과 이화여대 288점은 모두 의약학 인문계열 모집으로 경희대는 한의예과(인문), 이화여대는 의예과(인문) 선발이다.주요 10개대 자연계열은 최고 292점에서 최저 250점 사이 합격선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학별로는 성균관대 평균 270.9점(292~265점), 서강대 266.1점(271~265점), 한양대 266.0점(290~263점), 중앙대 263.2점(289~256점), 경희대 262.8점(289~250점), 이화여대 263.7점(284~254점), 한국외대 263.0점(Language&AI융합학부) 수준에서 지원을 권한다.10개대 그룹 내 인문 주요 학과로는 성균관대 글로벌경영 278점, 서강대 인문학기반자유전공 271점, 한양대 한양인터칼리지학부 271점, 중앙대 경영학부(글로벌금융) 267점, 경희대 경영회계계열 265점이 예측된다. 주요대 의대 중엔 성균관대 의예 292점, 한양대 의예 290점, 중앙대 의학부 289점, 경희대 의예 289점에서 합격을 기대해 볼 수 있다.주요 15개대 인문은 최고 265점에서 최저 248점, 자연은 최고 277점 최저 239점 사이 지원을 고려해 보기를 권한다. 인문 대학별 평균은 서울시립대 262.1점(265~259점), 건국대 259.6점(262~256점), 동국대 256.7점(265~248점), 홍익대 256.7점(259~255점), 숙명여대 256.2점(258~254점)으로 예측된다. 자연 대학별 평균은 서울시립대 257.0점(266~250점), 건국대 255.7점(277~248점), 동국대 248.6점(274~246점), 홍익대 248.0점(256~246점), 숙명여대 245.3점(273~239점) 수준에서 합격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주요 21개대 인문은 최고 259점에서 최저 236점 사이, 자연은 최고 284점에서 224점 사이 학생들이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주요 21개대 그룹 자연 최고 284점은 아주대 의학과 지원 가능 점수다. 인서울 지원 가능 최저 점수는 인문은 205점, 자연은 193점으로 분석된다. 의대 282.6점, 치대 278.1점, 연고대 반도체 274.0점 합격 기대연계 최상위권 학과인 의대는 평균 282.6점(296~277점)으로 합격을 점쳐볼 수 있다. 치대는 평균 278.1점(288~274점), 한의대는 274.0점(279~272점), 약대는 272.0점(281~265점)으로 합격이 예상된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274점 수준에서 지원을 고려해 보기를 추천한다. 연·고대 반도체공학과는 대기업계약학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채용 연계 등 파격적 혜택으로 최근 상위권 수험생 사이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의약학을 제외한 SKY 이공계는 평균 270.1점(281~266점)에서 합격선 형성이 예상된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여성 징병제에 대한 논의가 최근 국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엔 남녀평등 차원에서 여성 징병제 문제가 제기됐지만, 최근에는 인구 감소에 따른 병역자원 부족을 이유로 남녀 모두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인구 감소에 대비해 여성 징병제 논의를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소영 병무청장은 “여성 징병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다. 여성 간부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면서 국민 공감대를 쌓아가겠다는 것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도 “정책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찬성 측에서는 인구 감소로 병역자원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남성에게만 국방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성 징병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국방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찬성]인구절벽, 병역자원 급격히 줄여...국가 안보는 남녀 모두의 책임찬성 측은 무엇보다 심각한 인구 절벽으로 인한 안보 위기를 지적한다. 현역 입영 대상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군대 규모를 유지하려면 여성 징병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병역자원은 빠르게 줄고 있다. 오는 2040년에는 현역 입영 가능 자원이 14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인력까지 국방에 참여시키는 양성 징병제는 병력 자원을 확보하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일부 국가는 여성 징병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해 병력을 확보하고 안보 공백을 메우고 있다. 현대전은 무인화·정보화로 과거와 달리 병사의 신체적 능력보다 첨단 무기 체계 운용, 정보통신, 드론 제어, 사이버 방어, 의료 등 전문 인력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여성이 기여할 영역이 넓고 신체적 한계가 절대적인 장벽이 되지 않는다. 양성평등과 사회적 형평성 측면에서도 징병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필요하다. 현재 병역의무는 원칙적으로 남성에게만 부과되며, 헌법재판소는 이를 안보 상황과 신체적·사회적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 차별로 보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국방은 특정 성별만의 의무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함께 져야 할 공동의 책무다. 남녀 모두가 병역 의무를 공유할 때 진정한 의미의 성평등과 사회적 연대 의식이 강화될 수 있다. 사회적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개혁신당 개혁연구원이 8월 실시한 여론조사(18세 이상 남녀 1006명 대상)에서 여성 징병제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전체 59.6%로 반대(34.0%)를 크게 앞섰다. 여성 응답자 중에서도 54.5%가 찬성했다. 병역자원 감소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 기존 제도를 당연시하기보다는 모든 국민이 어떻게 국방에 참여할 수 있을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여성도 국민으로서 국방에 기여할 방법과 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반대]성평등한 軍문화 개선이 먼저...무리한 추진은 갈등만 초래반대 측은 병역자원이 감소한다고 해서 여성 징병제를 곧바로 대안으로 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방의 목표는 단순히 병력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전투와 작전 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확보해 국가를 지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병역제도뿐만 아니라 군 구조 개편, 첨단 기술 도입, 직업군인 확보, 복무 여건 개선 등을 검토해 종합 처방을 내려야 할 사안이다. 해외 사례 역시 안보 환경과 병역 제도의 역사가 달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현대전에서는 병사의 수뿐 아니라 무기체계와 정보기술, 작전 능력이 중요하다. 국방부와 군은 인공지능(AI)과 최첨단 로봇 기술을 결합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도입해 적은 병력으로도 강한 전투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군 구조를 개편하고 병력 수요를 줄이는 마당에 여성 징병제 도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여성 군인을 수용하기 위한 생활관, 위생 시설, 보건·의료 체계 등 군대 내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기존 병역 인프라조차 미흡한 상황에서 무리한 전환은 국가 예산의 비효율적 지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남성 중심적 군 문화가 여전하고 군대 내 성범죄 및 성차별 등 위험 요소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 징병제를 시행하면 군 내부의 갈등과 혼란만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여성의 권익 문제와도 분리해 논의할 수 없다. 출산·양육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현실에서, 여성에게 병역의무까지 부과하면 경력 단절과 가사·돌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과 출산 선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저출생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모든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군 복무를 요구하는 것이 진정한 평등인지도 논쟁의 대상이다. 국방은 국민의 자발적 신뢰와 공감 위에 서야 한다. 젠더 갈등이 심화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제도를 추진하면 극심한 사회적 분열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생각해보기]상호존중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대안 고민해야여성 징병제 논란은 성별 갈등을 넘어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국가 안보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찬성 측이 지적하듯 인구 감소와 평등의 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반대 측이 우려하듯 사회적 갈등과 출산·양육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군이 여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다. 군은 병역자원 감소와 미래전 양상 변화에 대응해 기존 대규모 병력 위주 구조에서 AI 기반의 첨단·정예화 구조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군 구조 개편에 맞춰 여군의 역할 확대 방안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성의 군 참여는 자발적 복무를 확대하는 데서 출발해 볼 수 있다. 여성 장교·부사관 비율을 높이고, 전문성과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인력을 운용해야 한다. 병영 시설 정비와 복무 여건 개선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여성 군인이 안전하게 복무할 수 있는 환경과 성평등 문화를 강화해야 한다. 여성 징병제만을 유일한 선택지로 삼기보다 우수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여성이 군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여성 징병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제도적 준비가 갖춰진 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양준영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프랑스 국민은 왕을 단두대에 세운 역사를 자랑스러워합니다. 진짜 혁명은 러시아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극렬 시위는 우리나라도 둘째가라면 서러운데요, 파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과격 시위가 자주 벌어지는 곳입니다.그런 프랑스인들도 이번 시위는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민자의 나라’라서 그런 건지, 혁명의 피가 프랑스 국민 몸속에 흘러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높아지는 생활비와 연료 가격, 교육환경에 대한 불만이 “엘리제궁 마크롱 침대에서 편히 자보자”라는 혁명적 구호로 변하고 있습니다.이를 두고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의 종말’이라는 평가도 많습니다. ‘프랑스 재정적자 EU 2배 육박, 민생까지 삼켰다’ ‘구조개혁 미룬 대가...프랑스가 불탔다’는 신문 제목이 이를 대변합니다. 수십 년 간의 복지 중독에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 및 연금개혁 실패가 중첩되며 프랑스 복지정책이 길을 잃고 있습니다. 정부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8%로, EU 권고치 상한의 2배 가까이 되며 경보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물가가 급등하며 시민들이 도로로 쏟아져 나왔고, 전국 시위로 확산 중입니다.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은 왜 쇠퇴했으며, ‘폐기’가 아닌 개선과 ‘치료’의 여지는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복지국가 출현 배경과 사상적, 이론적 기초를 짚어보고 복지국가의 장단점, 대안으로 삼을 성공사례와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황금기 지나 쇠락하는 유럽 복지모델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은 크게 5단계를 거치며 발전해 왔습니다. 먼저 ‘씨앗’은 19세기 독일 비스마르크 시대에 도입한 질병·산업재해·노령보험이었습니다. 전투적 노동운동의 확산을 막고 노동자를 달래는 일종의 ‘당근 전략’이었죠. 비슷한 시기 영국 런던에선 혁명이 아닌 점진적 개혁으로 사회주의를 이루자는 페이비언 협회(Fabian Society)의 주장이 공감대를 넓혔습니다. 다음으로 1920년대 후반 대공황은 경제에 대한 국가 개입의 정당성을 키워주었습니다. 즉, 시장 기능에만 기대서는 실업 등 경제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했죠.세 번째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로 유명한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의 발간입니다. 1942년 발간된 이 보고서는 전후 복지정책의 청사진을 담았으며, 1940년대 후반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출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영국 사회학자인 토머스 험프리 마셜은 1950년 <시민권과 사회계급(Citizenship and Social Class)>이란 저술에서 복지국가의 사상적 기초를 다졌습니다. 18세기 시민권은 신체·재산·계약·표현의 자유를 뜻했으며, 법원 등 사법제도의 정착에 기여했습니다. 19세기의 시민권은 투표권, 참정권 등 정치적 권리에 주목했고, 의회제도의 발전을 가져왔죠. 그리고 20세기 시민권은 최소한의 경제적 복지와 안전, 사회구성원으로서 문명화된 삶을 누릴 권리로 확대됐다고 주장합니다. 복지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향유해야 할 권리라는 얘기죠. 이게 교육과 의료 등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한 복지국가의 사상적 기초가 됩니다.네 번째는 2차대전이 끝난 뒤, 오일쇼크 직전인 1970년대까지 이어진 황금기입니다. 전후 고성장과 높은 출산율, 젊은 인구층 덕분에 복지제도의 확대가 가능했습니다. 특히 1971년 출간된 존 롤스의 <정의론>은 가장 불리한 사람의 처지를 개선하는 불평등만이 정의롭다고 봤는데요, 당시의 복지정책 확대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경제이론의 토대도 만들어졌습니다.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와 조지 애커로프는 의료보험 시장에서 생겨나는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시장에만 맡기면 의료서비스의 공급이 실패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사회보험의 경제학적 근거를 제시한 거죠. 뮈르달 부부 등은 복지를 성장의 걸림돌이 아니라 투자로 보았고, 이는 이른바 ‘스웨덴 모델’로 통칭되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의 근간이 됐습니다.그런데 이후 오일쇼크, 스태그플레이션, 고령화 가속으로 인해 복지국가 모델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유럽병, 유럽동맥경화증(Eurosclerosis)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복지국가 모델이 한계에 봉착한지 이미 30년 이상 됐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비유로 알아보는 복지국가 모델의 장단점 이번엔 복지국가 모델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볼까요? 비유를 들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첫 번째 장점으로 ‘서커스 그물 효과’가 있습니다. 그물이 있으면 곡예사가 공중 기술을 더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듯, ‘복지 그물’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기회를 제공한다면 창업 등 경제적인 도전을 더 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다음으로 ‘사회적 접착제 효과’입니다. 복지제도로 인해 빈곤과 불평등이 감소하면 범죄가 줄고 사회적 갈등이 완화됩니다. 부의 불평등이 다음 세대로 이전되지 않고 경제적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계층 간 대립과 반목을 줄여줍니다. 또 복지제도를 통해 아이들의 교육과 건강이 개선되면, 이는 인적자본을 늘리는 투자와 같은 효과를 내게 됩니다.마지막으로 ‘자동안정화 효과’입니다. 경제가 불황을 겪을 때 실업급여가 풀리면 소비가 갑자기 감소할 위험을 줄여줍니다. 경기 하락을 막는 일종의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겁니다.한편, 복지국가 모델의 단점도 선명합니다.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비유한 ‘새는 양동이’가 있습니다. 부자로부터 물을 퍼 가난한 이에게 나르는데, 그 양동이에 구멍이 나 있다면 낭패일 겁니다. 복지제도 운영을 위한 세금 부과가 근로자의 근로의욕과 자산가의 투자의욕을 꺾고 적지 않은 행정비용을 유발한다는 점을 그렇게 비유했습니다.다음으로 복지제도가 ‘그물’이 아니라 편히 쉬기만 하는 ‘해먹’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업급여, 고용보호 등 사회안전망이 두터우면 일할 의욕이 줄게 된다는 거죠. 실제로 프랑스의 연금제도는 은퇴 전 소득의 70%를 보장하는데, 이 때문에 프랑스 은퇴자는 일하는 근로자의 중위소득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취업 때 실질소득이 늘어나는 비율이 약 24.5%에 불과해 일하려는 인센티브 자체가 크지 않습니다. ‘해먹’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사례입니다.세 번째는 뷔페 식당을 떠올려보면 쉽습니다. 뷔페에선 먹는 양에 관계 없이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습니다. 의료서비스의 경우, 이용과 급여 수급이 과도해지고, 한번 늘린 복지는 줄이기 어려워집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공유지의 비극’이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마지막 본질적인 문제는 저출생·고령화와 저성장에 따른 복지국가 모델 유지의 어려움입니다. 현 세대가 은퇴 세대를 부양하는 복지재원의 마련은 젊은 층 인구가 많고 인구구조가 피라미드형일 때 유지됩니다. 그렇지 않고 인구구조가 항아리형이나 역피라미드가 되면 부양해야 할 노년층이 청년층보다 많아 유지가 어렵습니다. 재정지출에도 한계가 있죠. 독일 메르츠 총리는 “현재의 생산력으로는 오늘 누리는 복지국가의 재정을 충당할 수 없다”고 솔직히 고백했습니다. 복지국가 지속불가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럽병' 고치기 힘들까? 그렇다면 ‘유럽병’이라 불리는 복지국가 모델의 문제를 개선, 치료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눈을 돌려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 모델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덴마크에선 근로자 해고는 쉬운 반면 실업급여는 후하게 줍니다.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거죠. 연금의 수급 연령을 기대수명에 연동되도록 해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 자연히 연급 수급이 늦춰지게 했습니다. 괜한 사회적 갈등 요소를 줄인 것이죠.스웨덴은 복지정책 때문에 국가재정이 파탄나지 않도록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1994년에 연금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강력한 복지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회복한 사례로 꼽힙니다.이런 성공 사례를 중심으로 경제학자들은 몇 가지 부분에서 ‘유럽병 치료법’에 의견을 같이합니다. 첫째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완화입니다.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 장치를 줄임으로써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고 고용시장이 유연성을 되찾도록 합니다. 대신 재교육과 실업급여 지급을 강화해 고용불안을 줄이는 데 노력합니다.둘째는 연금개혁이 고통스럽더라도 북유럽 국가들처럼 적극 추진하는 겁니다. 장기적으론 국민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위기가 닥쳐야 이런 개혁을 본격 추진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과제이긴 합니다.셋째, 복지 지출의 질 개선입니다. 복지예산을 많이 쓰는 게 능사가 아니라, 잘 쓰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위의 ‘새는 양동이’ 효과를 줄일 수 있도록 지출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현금을 쥐여주는 것보다 아동돌봄, 교육, 직업훈련처럼 미래의 생산성을 높이는 곳으로 복지예산이 쓰여야 합니다.근본적으로는 성장 기반의 강화가 중요합니다. ‘파이’가 커지지 않고서는 ‘다 같이 잘 먹고 잘사는 사회’를 이룰 수 없습니다. 다른 이의 부와 자산을 뺏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되고 맙니다. 20세기 후반 복지국가 모델의 황금기가 가능했던 것은 고성장과 높은 출산율, 젊은 인구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복지제도 및 재정 파탄은 저성장이 본격화한 2000년대 이후 더욱 심각해졌습니다.지금처럼 전쟁이 일상화하고 진영 간 갈등이 격화하며 공급망 분리로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고 있는 세계 경제에서 서유럽식 복지모델의 유지는 더욱 힘듭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다시 회복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서울에 파리가 오버랩되지 않으려면...그런데 경제학자나 정치권에서 이견이 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즉, ‘허리띠 졸라매기’를 앞세우느냐, 아니면 부자증세를 통해 재원 늘리는 것을 강조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복지 지출 개혁을 주장하는 그룹에선 노동시장과 연금 개혁이 우선이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부자증세가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을 설득하긴 쉽지 않습니다.지금의 프랑스 시위대도 복지를 줄이라고 외치진 않습니다. “프랑스 사회의 부를 재분배해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부자증세로 복지제도 유지를 원하는 거죠. 지출 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당장의 고통을 줄여줄 수 없기에 정치적으로 인기가 덜한 문제가 있습니다.마지막으로 분명히 인식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서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은 나쁜 모델이 아니라 조건부 모델이란 점을 알아야 합니다. 즉, 젊은 인구, 고성장, 정치권에 대한 높은 신뢰와 사회적 합의 없이는 지속하기 힘들죠. 다음으로 복지모델을 성공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복지제도를 재설계했다는 점입니다. 더 일을 하도록 유인하고, 국가재정과 연금재정이 더 건전해지도록 지속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유럽식 복지제도의 장점이 더 부각되고 단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노력 없이는 우리도 곧 프랑스 시위와 같은 현실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파리의 불타는 건물과 자동차가 서울에서도 목격될 수 있습니다.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