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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캐나다 ‘관세 치킨 게임’, 갈등의 뿌리는?

미국 미시간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를 잇는 휴런호(오대호 중 하나)의 블루워터브리지에 양국 국기가 걸려 있다. 양국이 얼마나 가까운 나라인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연합뉴스외신 요즘 미국-이란 전쟁만큼이나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경제전쟁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과 캐나다 간의 관세전쟁입니다. 미국의 관세 인상 파상 공세는 그동안 중국, 우리나라, 유럽 국가(EU) 등을 겨냥했는데, 지금은 캐나다에 집중되고 있습니다.캐나다도 한 치의 양보가 없습니다. 지난 8월 미국이 캐나다산 와인 등에 최고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는 지난 8일 미국산 수입품 629종에 15~50%의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습니다. 관세 부과 규모도 미국이 예고한 200억달러(약 26조8000억원)에 정확히 맞췄습니다. 미국이 지난 96년간 잠자고 있던 1930년 제정 관세법(제338조)까지 꺼내 들면서 캐나다의 자존심을 자극한 결과입니다.미국과 캐나다는 자유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중심 국가들입니다. 무역, 산업 공급망 등에서 양국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을 통해 군사 안보 동맹도 오랜 기간 다져온 전통 우방입니다. 게다가 앵글로 색슨족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건국한 두 나라인데요, 지금은 왜 이렇게 앙숙이 돼 싸우고 있는 걸까요?영토·주권 갈등으로 비화여기엔 관세 갈등이라는 경제적 요소만 있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51번째 주로 삼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정치적인 대립까지 불렀습니다. 같은 듯 다른 양국의 국민성, 문화, 그리고 미국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캐나다의 집요함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양국이 어디에서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는지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먼저, 미국의 관세 인상 명분이 의심받고 있습니다. 양국의 관세전쟁은 2025년 초부터 시작됐습니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펜타닐 밀매와 불법적인 국경 통행을 막는다며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산 상품에 25%의 관세를 매긴 게 발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불법 이민을 가거나 펜타닐을 유통시키는 물량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다고 생각했을 겁니다.다음으로, 감정 문제에서 시작해 영토와 주권의 문제로 비화한 부분입니다. 작년 10월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1987년 라디오 연설을 편집해 관세에 부정적인 광고를 만들었는데요, 이게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온타리오주는 또 미국에 대한 석유공급 중단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세계적인 산유국이지만, 해외에서 석유를 수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국으로 수입하는 석유의 60%가량을 캐나다에서 들여옵니다.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여러 번 반복해서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며 관세 갈등의 성격을 영토와 주권 문제로 치환시켜 버렸습니다.작년 3월 캐나다 총리에 오른 마크 카니는 공교롭게도 반미, 반트럼프 기조를 내걸며 지지율의 열세를 극복하고 집권에 성공한 인물입니다.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 출신인 경제전문가여서 트럼프 대통령도 호락호락하게 볼 상대가 아니죠. 국가적 자존심이 상한 캐나다인들은 “어떤 경제적 대가를 치르더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카니 총리를 적극 지지합니다. 총리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62%에 달합니다. 우스갯소리로 “트럼프가 캐나다를 때릴수록 카니 총리의 지지율이 뛴다”고 합니다. 미국의 합병 위협에 캐나다군 신규 입대자가 3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우리나라와 일본, EU 등에 대한 관세는 미국의 ‘무역수지 불균형 시정’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협상 테이블에서 주고받기가 가능했습니다. 반면, 미국-캐나다의 갈등은 주권과 정체성, 그리고 자존심 싸움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양쪽 다 물러서기 어려운 형국이 됐습니다.마지막으로 지리적인 인접성이 오히려 갈등의 소재를 늘렸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태평양 건너편에 있어서 미국과 국경·이민·마약 밀매와 같은 접점 이슈가 없지만,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미국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펜타닐, 불법 이민, 자동차·낙농품·주류 등의 교역에서 갈등 소재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캐나다 일부 주의 미국산 주류 불매운동의 중단을 요구한 적도 있습니다.정체성 잃지 않으려는 캐나다 그런데 미국과 캐나다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동맹국입니다. 얼마나 긴밀한 관계인지 살펴볼까요?양국의 국경은 1812년 미국과 영국의 전쟁 이후 비무장화됐습니다. 국경을 통과할 때 일반시민 같으면 상대국의 경찰이 차량을 쓱 한번 둘러보고 농담 몇 마디 던지는 걸로 끝납니다. 군사적 협력은 2차 대전 중 가장 긴밀했으며, NORAD와 NATO에 이어 ‘파이브 아이즈’(영국 호주 뉴질랜드 포함)에서 정보공유 동맹까지 맺고 있습니다.경제적 관계는 더 끈끈합니다. 양국 간 무역액은 캐나다 경제 규모의 약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또 캐나다 수출의 70% 이상이 미국으로 향합니다. 양국의 에너지와 자동차 시장은 고도로 통합돼 있고, 캐나다는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의 최대 공급 국가입니다. 또한 1994년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2020년엔 USMCA로 발전시키며 자유무역의 혜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국민 구성도 비슷합니다. 미국엔 흑인이 33%를 넘고 히스패닉이 많은 반면, 캐나다엔 남아시아(인도 등, 7.1%)와 중국계(4.7%)가 많습니다. 하지만 백인이 양국 모두 60%대로 주류를 이루죠. 캐나다에선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기는 하지만, 양국 모두 영어 통용 사회입니다. 개신교와 가톨릭 등 그리스도교 중심 사회이기도 합니다.그런데 국민성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캐나다인들이 조금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비유럽계 이민에 대해 미국인의 반대는 캐나다인보다 두 배 가까이 많습니다. 인종차별 문제도 미국에서 더 심합니다. 캐나다는 국가 정책으로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헌법과 법률에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인종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프로그램, 위반할 때 처벌하는 규정까지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미국 문화를 ‘용광로’에 비유한다면, 캐나다 문화는 ‘모자이크’라고 표현합니다. 미국은 여러 문화가 하나로 융합되는 대표적인 나라이고, 캐나다는 각 문화가 고유의 모습을 유지한 채 공존한다는 뜻입니다. 캐나다가 미국에 비해 좀 더 진보적인 나라라는 느낌을 줍니다.경제적, 정치적 관계에서 캐나다가 미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은 현실입니다. 통합과 자유교역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캐나다 경제는 점점 더 미국에 대한 의존을 늘려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의 비즈니스 제트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를 콕 집어 “미국에서 계속 항공기를 팔고 싶다면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압박한 게 하나의 예입니다.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봄바디어 항공기 약 5100대 가운데 절반가량이 미국에 있기에 트럼프가 으름장을 놓을 수 있는 겁니다. 미국에서 판매가 막히면 봄바디어는 큰 피해가 불가피합니다.문화산업에서도 캐나다는 미국을 경계합니다. 캐나다는 미국의 음악과 방송, 영화산업 또는 문화가 자국 문화를 압도당하고 흡수될까 봐 걱정합니다. 그래서 1970년대부터 라디오 방송의 35%를 캐나다산 콘텐츠로 채우게 법으로 강제하는 캔콘(CanCon)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미국의 스트리밍 플랫폼까지 규제 대상으로 확장한 온라인스트리밍법을 2023년 제정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국경을 마주하는 이웃 나라 사이에는 애증의 관계가 싹틀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캐나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제2의 미국’으로 평가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관세전쟁의 이면에는 이같은 양국의 관계와 역사, 경쟁심이 깔려 있습니다.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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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N수생 20만명 육박...
23년래 최고

올해 수능은 어느 해보다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내신 9등급제, 통합수능 등 현행 대입 체제의 마지막 해이면서 지역의사제 등 자연계 최상위권을 자극하는 이슈가 더해져서다. N수생 유입에 따른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2027학년도 수능 접수자 분석 결과, 졸업생 등(검정고시 포함) N수생 수는 최근 23년 새 최고를 기록했다. 반수생 유입, 사탐런, 확통런도 역대 최고로 나타났다. 2027학년도 수능 접수 현황을 분석해본다.통합수능 마지막 해, 지역의사제 등 N수생 역대급 유입올해 수능 접수자 551,864명 중 졸업생 등 N수생은 196,473명(35.6%)에 달한다. N수생 수로는 2004학년도 198,025명을 기록한 이후 23년 만에 최고치로 집계됐다. 졸업생은 173,706명, 검정고시 출신은 22,767명으로 확인됐다. 검정고시 접수자는 최근 32년 사이 최고 수준이다.N수생 접수 비율로 본 35.6%는 1996학년도 37.3%를 기록한 이래 31년 만에 최고치다. 6월 이후 본격 가세하는 반수생은 99,542명으로 역대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학생과 N수생 간 경쟁이 역대 수능 중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N수생 급증은 올해 수능이 현행 대입 마지막 수능이라는 점과 지역의사제 첫 선발에 따른 자연계 최상위권 재수생의 유입이 주요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대입 마지막 도전일 수 있다는 불안감뿐 아니라 지역의사제가 의약학 계열 열풍에 또 다른 기폭제로 작용하면서 N수생이 대거 가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탐런, 확통런 역대 최대...과목 간 유불리 심해져사탐런, 확통런도 통합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 이래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사탐 9개 과목 접수자는 총 812,691명으로 전년 대비 82,969(11.4%)명이 늘어났지만 과탐 8개 과목 접수 합산은 234,518명으로 전년 대비 92,734명(28.3%)이 줄어들었다.통합수능 첫해인 2022학년도와 비교해 보면 사탐은 517,457명에서 812,691명으로 295,234명(57.1%)이 증가한 반면, 과탐은 같은 기간 465,171명에서 234,518명으로 230,653명(49.6%)이 감소하며 반토막 났다.탐구 과목 간 차이를 보면, 접수자 수가 가장 많은 사회문화는 298,188명에 달했지만 가장 적은 화학Ⅱ 과목은 4,536명에 그쳐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탐구 과목별 접수자 규모는 각 과목별 등급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다. 1등급은 상위 4%, 2등급은 상위 11%로 나뉘는 상황에서 접수자 및 최종 응시 규모 자체가 큰 과목이 상위등급 확보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본인의 실력과 무관하게 해당 과목 접수 및 응시 규모에 따라 등급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사탐은 상위 등급 확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진 반면 과탐은 상위등급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이는 곧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과 관련해 탐구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선택과목 간 유불리는 국어, 수학에서도 변수가 커졌다. 수학 확률과 통계 접수자는 전년 대비 38,813명( 13.0%)이 증가했다. 미적분, 기하는 전년 대비 41,068명(18.4%) 감소하며 확통런은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국어의 경우 화법과 작문이 전년 대비 32,134명(8.6%) 늘어나면서 언어와 매체는 전년 대비 35,259명(20.4%)이 줄었다.국어, 수학은 최종 점수 계산 과정에서 선택 과목 응시생들의 평균 점수 등이 보정 점수로 활용되기 때문에 해당 과목에 응시한 학생들의 전체적인 학력 수준에 영향을 받게 된다. 우수 학생들이 어느 과목에 집중되느냐에 따라 최종 표준점수 및 백분위가 달라 질 수 있다는 뜻이다. 특정 과목으로의 쏠림이 심해질 때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커질 수 있다. 변수 많아 예측 어려운 수능, 안정적 입시전략 필요고3 재학생들은 남은 기간 대입전략 및 학습계획에서 이 같은 변수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N수생 대거 가세와 과목 간 유불리 심화로 수능 점수 예측이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다. 2028학년도부터 내신 5등급제, 수능 문·이과 완전통합 등 큰 변화를 앞두고 있어 재수를 각오한 입시전략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N수생의 유입을 감안해보면 고3 재학생 입장에선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본수능에서 점수 하락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해 마지막까지 수능 학습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수시 논술 및 면접 등 각 대학별 고사에 최선을 다하면서 수능 학습을 포기하지 않는 균형이 올해 대입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다.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회원 시사 이슈 찬반토론

유기동물 ‘예비입양제’
계속 운영해야 할까

정부가 이달 1일부터 유실·유기동물을 입양하기 전 최대 10일간 가정에서 함께 지내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리는 ‘예비입양제’를 도입했다. 유실·유기동물 입양에 관심은 있지만, 동물의 성격이나 행동 특성을 잘 몰라 선뜻 결정하지 못하던 예비 입양자들의 현실적 고민을 반영한 정책이다.하지만 시민단체는 동물의 안전을 지킬 장치가 미흡하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동물을 ‘일단 살아보고 결정하는 대상’으로 전락시켜 생명을 거래 가능한 물건으로 비하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찬성] 충동 입양·파양 줄일 수 있어...입양 희망자 부담 줄어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을 개정해 도입한 예비입양제는 입양 희망자가 입양을 전제로 보호동물을 집으로 데려가 최장 10일간 성격과 행동 특성, 가족 및 기존 반려동물과의 적응 여부를 살펴본 뒤 최종 입양을 결정하는 제도다. 우선 지방자치단체 직영 동물보호센터 87곳에서 시행하며, 해당 지자체 관할지역 주민이면 신청할 수 있다.찬성 측은 예비입양제가 충동적인 입양을 줄이고 입양 희망자도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사회 유명 인사들이 대수롭지 않게 입양과 파양을 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됐고, 이 과정에서 입양 희망자들이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부담을 갖게 된 게 사실이다.지자체 보호소에서는 보호동물 10마리 중 4마리가 자연사나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고, 입양률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보호소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분리불안이나 배변 문제, 가족·기존 반려동물과의 갈등이 입양 후 나타나 다시 보호소로 돌아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대] 입양 안 된 동물, 큰 스트레스...“생명이 반납 가능한 물건인가?”문제는 최장 10일 동안 새 환경에 적응했던 동물들이 입양되지 않고 다시 보호소로 돌아올 때다. 시민단체들은 이 과정에서 동물들이 겪을 지 모를 스트레스를 문제로 제기한다.보호소로 다시 돌아온 동물들이 한동안 먹이를 먹지 않고 극도로 사람을 경계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이미 한 차례 버려진 경험이 있는 동물에게 잠깐의 가정생활 후 다시 좁은 철창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잔인한 정서적 학대에 가깝다는 지적을 흘려들을 수만 없다.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최근 ‘생명에는 반품 기간이 없다’는 취지의 성명을 내고, 제도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동물을 ‘일단 살아본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납하는 대상’으로 취급하는 접근법 자체가 생명을 거래 가능한 물건으로 비하하는 위험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생명관을 갖게 하지 않을지 우려한다.[생각해보기] 보완 통해 지속가능한 정책 만들어야...예비입양자 책임의식 확인도보호소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는 유실·유기동물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대 측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비입양제는 필요한 제도로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관건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예비입양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다.현재도 사전 입양교육 이수와 상습적인 사육 포기 이력에 따른 입양 제한 등의 장치가 있지만, 가족 구성원 모두의 동의 여부와 입양자의 책임 의식을 보다 면밀하게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마이크로칩 삽입도 검토할 만하다. 정식 입양 때는 보호자 정보가 담긴 내장형 마이크로칩 등을 활용해 동물등록을 하지만, 예비입양 단계에서는 일률적으로 의무화돼 있지 않다. 예비입양 기간에도 동물의 소재와 책임 주체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관리 장치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이정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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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조원 ‘슈퍼 예산’,
여러분의 미래가 달렸다

처음 보는 800조원대 나라 살림, 성장률 높이고 양극화 해소에 쓴다지만 반도체 꺾이고 물가 자극할 가능성... 기업 옥죄는 규제 푸는 게 더 중요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맨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7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지난주 국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예산안은 이후 국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정부 안이 골간을 이루기 때문에 매년 큰 관심을 끕니다. 내년도 정부 예산은 처음으로 800조원을 넘긴 약 821조원 규모로, 이른바 ‘슈퍼 예산’이라 불리고 있어 관심을 끕니다. 올해보다 무려 12.8% 증액된 규모입니다.‘한 해 나라 살림을 어떻게 꾸려가느냐’는 청소년과 같은 미래 세대의 삶의 조건을 바꾸는 중요 계기입니다. 정부 재정이 꼭 필요한 분야와 성장 동력에 예산이 알뜰살뜰 쓰인다면 나라 경제는 물론, 개인의 경제생활도 풍요로워질 겁니다. 하지만, 미래를 너무 낙관하고 재정을 방만하게 쓴다면 그에 따른 피해는 오롯이 미래 세대의 부담이 됩니다. 우리가 딱딱한 경제 분야인 예산 편성을 굳이 생글생글에서 살펴보는 이유입니다. 예산 제약과 수지 균형나라 살림은 개인 경제생활 또는 가계 운용과 기본적인 원리에서 똑같습니다. 가정이 수입이라는 제약 속에 지출 계획을 세우듯, 국가도 세금 수입(稅收, 세수)을 예상하고 예산을 짭니다. 이를 경제학에선 예산 제약(budget constraint)라 부릅니다.개인이 빚이 너무 많으면 파산하는 것처럼 국가도 부채 규모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수지의 균형, 즉 밸런스(balance)를 맞추는 것이 가계와 국가 재정 운용의 기본입니다. 최근 경기도의 재정 고갈 위험이 커졌다는 뉴스를 들어보셨죠? 재정 건전성 유지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항상 유의해야 하는 사항입니다.그런데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내 삶의 주인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나’이지만, 국가는 우리나라의 경우, 5년에 한 번씩 바뀌는 정부가 대표한다는 점입니다. 임기가 정해진 정부의 속성상,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정치철학을 담은 역점 사업을 많이 추진하고 싶어합니다. 또한 다음 선거에서도 이겨 정권을 유지하려면 예산을 짤 때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가 재정 악화의 모든 문제가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적극 재정’에도 한계는 있어지금 정부는 과거와 달리 ‘적극 재정’을 강조합니다. 기업 등 민간의 경제활동이 자본주의 경제의 근간이란 점은 부인하지 않지만, 경제성장의 마중물을 붓고 국가의 중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재정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믿습니다.그러려면 ‘재정의 수지 균형’ 또는 ‘재정건전성 유지’를 잠시 포기할 각오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금은 많이 호전됐지만, 경제성장률이 0%대에서 허우적댄다면 정부가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해서라도(빚을 크게 내서라도) 재정 지출을 늘리는 정책을 쓰고자 합니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저성장이 고착된다면 건전 재정을 유지해 봐야 무엇하겠느냐는 거죠.하지만 건전 재정의 둑이 무너질 정도로 지출을 과도하게 늘렸다가 재정이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 재정위기가 닥칠 수도 있습니다. ‘재정의 건전성’과 ‘적극 재정’이라는 가치는 어느 한쪽을 너무 강조하면 탈이 나게 돼 있습니다.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거죠. 초과 세수 적극 활용하기내년도 슈퍼 예산을 보면 이런 정부의 고민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한편으론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론 우려되는 대목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초과 세수라는 호기(好機)를 놓치지 않으려는 선순환(善巡還) 전략”이라는 게 대표적인 긍정 평가입니다.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분이 국세 기준으로 무려 194조원에 이릅니다. 내년 정부의 총수입은 880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이를 인공지능(AI)과 같은 미래산업과 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한 투자의 마중물로 쓰고, 취업과 비싼 주택 가격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을 지원하는 데 크게 할애하더라도 지출은 821조원이니 괜찮다는 겁니다.또한 반도체 호황과 수출 신장으로 국내총생산(GDP)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슈퍼 예산을 짜더라도 국가부채비율은 오히려 낮아진다(51.6→48.3%)고 정부는 설명합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 지출에도 나라 살림은 개선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정부가 또 하나 강조하는 부분은 고착되는 저성장 기조를 깨고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위해 재정 지출 확대가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모두 맞는 말이고, 이런 나라 살림을 계획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슈퍼 예산과 5가지 의문점그런데 동시에 의문도 생깁니다. 이 글은 마칠 때까지 이 의문점에 집중해 봅니다.첫째, 정부의 설명은 이전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아 저성장이 고착되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재정 지출 확대는 나라의 총수요를 늘리고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에 힘을 보탤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금리 상승과 민간 투자감소라는 구축효과를 몰고 옵니다. 이 때문에 재정 지출 확대가 GDP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는 ‘재정 승수 효과’가 1에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쉽게 말해, 재정 지출을 100억원을 늘려도 GDP가 100억원 증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그러나 우리나라 성장률이 0%대까지 낮아진 것은 재정의 역할이 부족했다기보다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며 경제성장을 견인해 나가도록 기업 활동의 여러 애로와 규제를 풀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런 방향의 성장 정책은 구축효과에 대한 걱정 없이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친시장 처방입니다. 의욕만 앞세운 정부가 시장의 효율적 자원배분을 오히려 교란하고 마는 ‘정부 실패’는 이런 처방에선 확률적으로 적게 나타납니다.둘째, 슈퍼 예산 편성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반도체 산업의 초호황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반도체 산업은 20세기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원유 채굴 산업에 비견됩니다. 관련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 공급망을 주도하는 나라는 업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초과이윤을 올릴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는 봅니다. 그게 우리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슈퍼 예산은 이런 초과이윤과 거기서 파생되는 초과세수가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다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어요.그런데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이 일반적인 산업 사이클과 특별히 다를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경기가 ‘호황-침체-불황-회복’을 반복하며 순환하는 것처럼 과잉생산 등 여러 요인으로 반도체 산업도 일정한 사이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자산시장에 버블이 끼면 끝도 없이 가격 급등세가 지속될 것 같은 환각상태(illusion)에 빠지듯, 지금 반도체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어떤 이유로든 하강 쪽으로, 그것도 단기적으로 방향을 잡아도 그 충격이 적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데, 자꾸만 초호황이 지속된다는 전제로 슈퍼 예산을 짜는 것은 경제정책을 책임진 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 겁니다.셋째, 슈퍼 예산 집행으로 과도한 유동성이 시중에 풀리면 물가 상승세는 어떻게 진정시킬까 걱정됩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급등한 집값의 근저에는 정부 지출 확대, 즉 확장적 재정정책의 영향, 그로 인한 시중 유동성의 과도한 공급이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800조원 넘는 예산으로 청년 등의 지원에 나선다고 해도 그런 유동성이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리는 결과를 낳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겁니다.더군다나 최근 한국은행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같은 국가기관 간에 이렇게 엇박자가 나면 나라 경제가 순탄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요?넷째, 초과세수로 걷히는 돈은 3분의 1만 쓰고, 나머지는 미래의 투자와 재정수지의 안전판으로 남겨두는 ‘미래대응기금’ 문제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기금의 주요 사업비를 국회의 통제(의결)를 받지 않고 30%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정부가 견제받지 않고 쓰는 쌈짓돈이 될 위험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내년 미래대응기금 수입 규모는 162조원대로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국가부채를 먼저 갚는 데 이 돈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마지막으로,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뉴욕 월가의 투자 구루들은 AI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2000년 닷컴버블, 심지어는 1929년의 대공황 직전만큼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합니다.자산운용사 GMO의 공동창업자인 제레미 그랜섬은 현 상황을 ‘버블 속의 버블’이라고 표현합니다. 2021년 위험한 고평가 국면을 맞았다가 다행히 지나갔는데, 챗GPT 등장 이후 불어닥친 AI 열풍이 문제를 더 키우며 위기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겁니다. 브리지워터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AI 버블이 만약 붕괴하면 이는 단순한 금융 사건이 아니라 약 80년 주기로 반복되는 거대 사이클의 종료를 알리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80년 만의 경기 사이클이 꺾인다면 다시 경기가 회복되는 데 80년이 걸린다는 암울한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 예산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말 그대로 미래대응기금이라고 한다면, 이런 금융 불안의 안개가 걷힐 때까지 예비 차원에서 남겨둘 재정의 여력이라고 해야 맞지 않을까요? 슈퍼 예산으로 ‘K자 양극화 해소’ ‘격차 메우기’ 등에 쓴다지만, 불안한 세계 경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먼저 ‘재정의 저수지’를 키우고 경제체력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힘써야 하지 않을까요?위에서는 통상적인 생글생글 커버스토리와 달리, 슈퍼 예산이라는 뉴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한번 조명해 봤습니다. 정부 예산의 기능과 재정정책의 효과,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 등 경제에 대한 기본적 이해는 다음 기회에 다시 다뤄볼 것을 약속드립니다.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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