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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대륙의 실수'는 옛말…
차이나 테크의 역습

중국 전기차 기업 BYD의 중형 세단 씰(SEAL)이 한국 시장에 곧 상륙한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주행 실험 중인 씰을 봤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알려졌죠. 처음 보는 차라고 해도 중국산이라면 관심을 끄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테슬라를 추격하는 BYD라는 인식이 확산돼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졌어요. 영국 자동차 회사 로터스를 인수한 중국 지리차의 한국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한 수 아래라 여겨졌던 중국 제조업이 전자제품, 조선 등 노동집약산업뿐 아니라 최첨단 분야에서 한국을 맹추격 중입니다. 기술력만큼은 미국 턱밑까지 갔다는 평가도 많고, 한국을 추월한 분야도 속속 나옵니다.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의 제품을 두고 한때 ‘대륙의 실수’라고 말하기도 했죠. 생각보다 뛰어난 품질에 놀라면서도 기술력을 살짝 얕보는 듯한 표현이었는데요, 이제는 옛말이 됐습니다. 전기차, 반도체, 로봇, 인공지능(AI)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중국 제조업이 한국은 물론, 일본도 앞지르고 있습니다. 가히 ‘차이나 테크의 역습’이라 부를 만합니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산업 수출 규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청년실업, 사회주의 이념 강화 등으로 경제가 어려움 속에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첨단산업은 어떻게 성장세를 이어가는지, 새로운 국가 전략이라는 ‘신품질 생산력’과는 어떻게 연관되는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미국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의 첨단 기술력 '제조강국'서 '신품질'로 전략 업그레이드중국이 세계 슈퍼파워로 우뚝 일어선 것을 ‘대국굴기(大國起)’라고 합니다. 강대국으로 도약했다는 뜻이죠. 그런데 요즘엔 산업 분야로 좁혀 ‘테크굴기’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중국의 첨단산업이 분야별 세계 1위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는 비유입니다. 해가 다르게 급성장하는 차이나 테크(중국 첨단산업)의 현장을 잠깐 살펴보죠. AI 기술력, 미국과 불과 1년 차 가장 뜨거운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중국의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기술은 미국과 1년 정도밖에 시차가 나지 않습니다. 중국의 구글이라 할 수 있는 바이두의 AI 챗봇 ‘어니봇’ 사용자 수가 작년 8월 출시 이후 10개월 만에 3억 명을 돌파한 게 그런 평가의 배경입니다. 명령만 내리면 최대 1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미국 오픈AI의 ‘소라’가 올 초에 화제가 됐는데요, 이 서비스가 정식 출시되기도 전에 중국의 콰이쇼우라는 소셜미디어 회사가 생성형 AI ‘클링’의 동영상 숏폼 공개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AI를 학습시키는 데 쓰이는 토큰(말뭉치)은 AI 칩의 성능을 보완해줄 수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네이버가 2021년 선보인 한국 최초 LLM에 5600억 개의 토큰을 투입할 때 중국 텐센트는 자체 LLM 모델인 훈위안에 최근까지 3조 개 넘게 토큰을 투입했습니다. 투자 규모도 마치 인해전술을 펴는 것 같습니다. 반도체는 첨단 초미세 공정에서 ‘기술 독립’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 기업 SMIC는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에 들어갈 5나노미터급(1nm=10억분의 1m) 칩을 곧 양산한다는 소식입니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시작한 2020년 9월, SMIC는 14나노 공정에 도달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입니다. 반도체 칩은 나노미터급 숫자가 낮을수록 고부가가치 제품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기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시장의 5.7%를 점해 세계 3위로 도약했습니다. 중국은 AI 반도체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자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합니다. 또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석권한 중국 업체들이 이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최첨단 기술에서도 한국을 추격 중입니다. 디스플레이는 핵심 전자부품이기 때문에 올레드까지 중국 중심 공급망이 형성되면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옵니다. 2차전지 회사 CATL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6.8%로, 2~4위 기업의 점유율을 합한 것보다 큽니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불리는 수소 분야에서도 중국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한데, 중국의 수소 생산은 세계 전체의 45%를 점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품질 생산력’을 새 지도 이념으로 중국의 최첨단 기술 개발은 국가전략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그동안은 중국을 제조업 최강국으로 만들자며 ‘중국 제조 2025’란 전략을 밀어붙였는데요, 이제는 ‘신품질 생산력’이란 새로운 슬로건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작년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방을 시찰하며 처음 언급하고, 지난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 게 바로 신품질 생산력입니다. 이는 대량 자원 투입에 의존하는 전통적 생산력이 아닌, 기술혁신이 주도하는 생산력을 갖추자는 의미입니다. 당연한 얘기인 듯하나,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나라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미국의 기술 봉쇄와 패권 견제를 뚫어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집권 3기를 맞은 시진핑 체제의 새 지도 이념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됩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과 소비가 침체돼 있는 데다 청년실업도 심각한 수준이어서 경제성장률 목표치 5%대를 달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난 1분기에 5.3%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분기엔 4.7%로 부진했습니다. 그 때문에 과학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신품질 생산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성장세를 유지하려는 겁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과학자 시상식에서 “10년 동안 칼 한 자루만 갈겠다는 결심으로 과학기술 강국을 건설해달라”고 주문했을 정도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전자기기 등을 주변 사물과 연결하는 스마트 커넥티드,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 차), 수소에너지, 신소재, 혁신신약, 바이오제조, 상업용 항공우주, 양자 기술 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NIE 포인트1. 중국 첨단산업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체험한 바가 있다면 친구들과 공유해보자. 2. 중국 대외전략의 키워드인 대국굴기와 도광양회의 개념을 공부해보자. 3.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해 중국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아보자.미국 제재가 되려 '기술 독립' 자극해 '원조 제조강국' 한국에 주는 시사점 커차이나 테크가 우리나라는 물론, 기술 선진국들을 맹렬하게 추격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이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텐데요, 하나씩 조명해보겠습니다. 먼저 미국 명문대 출신의 기술개발 인력들이 쏟아내는 특허 출원과 연구논문이 압도적입니다. 영국 과학 학술지 의 ‘2024 네이처 인덱스’는 지난해 세계 최상위 학술지 145종에 실린 논문 7만5000여 편을 분석해 각국의 기술 영향력을 점수화했습니다. 여기서 중국은 미국을 뛰어넘어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한국은 8위에 머물고 있어요. 또 인공지능(AI) 분야의 연구 수준·특허·정부 전략·민간 투자 등을 평가하는 영국 토터스인텔리전스의 ‘글로벌 AI지수’ 평가에서 중국은 61.5점으로, 미국(100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강력해진 중국내 기술 생태계 다음으로 중국이 자체 구축한 기술 생태계의 경쟁력입니다. 미국이 첨단기술 수출 규제를 가하자 중국의 산업체·대학·연구소는 ‘기술 독립’을 목표로 한몸처럼 뭉쳤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굴기로 중국산 AP(모바일 기기용 반도체 칩셋)가 개발되자, 화웨이가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부활한 게 대표적이죠. 화웨이는 올 1분기 중국 내 점유율 15.5%를 기록하며 애플을 제치고 처음으로 중국 내 1위 스마트폰 제조사가 되었습니다. 2019년 미국이 화웨이의 5G(5세대) 통신장비를 제재할 때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지요. 엔지니어들은 AI 기술 개발을 위해 엔비디아의 오픈 플랫폼인 ‘쿠다(CUDA)’를 활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최근엔 바이두 등 중국 업체가 개발한 도구도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중국은 ‘신산업의 요람’이라고 부를 만큼 14억 명 인구와 전 국토가 하나의 실험실이 되고 있습니다. 우한에서 로보택시(자율주행택시)가 운행하는 자율주행 도로는 총연장 3378km에 이릅니다. 도시 전체가 자율주행차의 실험실인 셈이죠. 2016년 뒤늦게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들어간 바이두도 그간 베이징 등에서 1억 km 주행 데이터를 축적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화웨이와 샤오미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합하면 미국 기업들에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수도 베이징은 도심의 하이뎬공원을 AI 공원으로 꾸몄습니다. 여기에선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자판기, 자율주행버스 등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마어마한 투자 규모입니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 펀드를 무려 270억달러(약 37조4000억원) 규모로 조성해 반도체 장비의 80%를 중국산으로 국산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I 연구개발 투자액도 화웨이, 바이두, 텐센트를 합하면 작년 2496억위안(약 47조5000억원)으로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의 연구개발 투자액을 합산한 34조원을 능가합니다. 유연하고 꾸준한 ‘선택과 집중’ 중국의 새 국가전략인 ‘신품질 생산력’은 기존 제조 강국의 기초 위에 첨단 분야 경쟁력을 더하겠다는 겁니다. 제조업에서 손을 뗀 선진국들은 코로나19 사태 때 방역마스크 하나 생산할 공장이 없어 쩔쩔매기도 했습니다. 이때 제조업 기반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확인할 수 있었죠. AI 시대에도 제조업의 기초는 중요합니다. AI와 로보틱스 기술이 제조업의 미래를 바꿔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공정에서 데이터의 양이 늘어나고 있어 AI 기술 등을 접목하면 제조업의 혁신을 이룰 수 있는데, 중국은 이를 내다보고 있는 거죠. 신품질 생산력은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기술 선도자(first mover)로 도약하겠다는 다짐입니다. 또 공급망을 고도화하고,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히든챔피언(우량 강소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겁니다. 이쯤 되면 뭔가 많이 들어본 말 같지요? 이는 우리나라가 근래 10여 년 동안 강조하고 추진해온 산업정책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꾸준히 투자하는 게 중국의 강점입니다. 발전 가능성이 높고 경쟁력 있는 신산업이라 판단되면 시장이 성숙할 때까지 규제를 미루는 융통성도 힘을 보탭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에서 중국보다 불리한데요, 선택과 집중에서 유연함과 꾸준함을 보이는 중국의 모습은 우리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NIE 포인트1. 중국이 AI 강국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 대해 공부해보자. 2.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가 연기됐고, 애플은 전기차 개발을 중단했다.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발전했을까. 3. 기술 선도자가 되기 위한 우리나라의 기업 전략과 정부 정책을 살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대입 전략

지방 의대, 무조건
지역 인재가 유리하진 않다

2025 수험 전략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의대 모집 정원 확대 중에서도 지방권 의대 지역인재전형의 합격선이 어떻게 형성될지 여부다. 지방권 학생들은 현재 고3에 재학 중인 수험생들과 지방권 고교를 졸업하고 N수 또는 대학에 재학 중이면서 반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수험생들이다. 이들에게 지역인재 전형의 합격 점수 예상이 대단히 큰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대입정보포털 ‘어디가’ 발표에 따르면 2024 학년도 정시에서 전국 의대 합격선 최저선은 최종 등록자 70% 커트라인 기준으로 95.33점이다. 지방권 소재 의대이고 정시 중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전형에서 합격선이 가장 낮게 나타난 것으로 발표되었다. 지방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합격 점수는 정시에서는 전국 단위 선발전형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전국 단위 선발전형보다 합격 점수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호남권 소재 의대 지역인재 선발전형의 국수탐 백분위 70%컷 평균 점수는 97.92점이고, 전국단위 선발전형의 합격 점수는 97.83점으로 지역인재전형의 합격 점수가 오히려 높게 나오고 있다. 이들 지역 학생들이 전국선발, 지역인재 선발 가운데 어느 전형에 원서를 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지역에는 상산고 등 전국 단위로 선발하고 수능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있는 지역적 특성도 있다. 충청권도 지역인재 선발전형의 의대 합격 점수는 국·수·탐 평균 백분위 점수가 97.01점인데 반해 전국 단위 선발은 96.50점으로 오히려 지역인재 선발전형의 합격 점수가 높다. 이들 지역에도 공주사대부고, 한일고, 북일고, 대전 대성고 등 명문고와 자사고가 포진하고 있다. 제주권은 지역인재 선발과 전국 단위 선발이 모두 97.67점으로 동일하게 나왔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지역인재전형 선발이 97.28점이고 전국 단위 선발은 97.39점으로 전국 단위 선발이 근소하게 앞서는 상황이다. 대구·경북 지역은 지역인재전형의 합격 점수가 97.83점이고 전국 단위 선발에서는 98.05점으로 전국 단위 선발 합격 점수가 높다. 부울경, 대구·경북 모두 전국 단위 선발이 지역인재전형보다 합격 점수가 높지만 뚜렷하게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전국 단위 선발 기준의 합격 점수는 지역인재 선발 자체가 없는 서울권 의대 정시 평균 합격 점수가 98.90으로 가장 높고, 경인 지역 98.77점이다. 다음으로는 강원권이 98.06점, 대구·경북 98.05점, 호남권 97.83점, 제주권 97.67점, 부울경 97.39점, 충청권 96.50점 순이다. 수시의 경우도 지방권 교과전형 의대 내신 합격 평균점수는 부울경권 전국 선발 1.17등급, 지역인재 1.14등급, 제주권 전국 선발 1.04등급, 지역인재 1.22등급, 충청권 전국 선발 1.09등급, 지역인재 1.23등급, 강원권 전국 선발 1.19등급, 지역인재 1.25등급, 호남권 전국 선발 1.19등급, 지역인재 1.34등급, 대구·경북권 1.24등급, 지역인재 1.35등급으로 전국 선발과 지역인재전형의 격차가 비슷한 수준대로 나타났다. 서울권의 경우, 수시 교과전형 기준 합격 점수는 1.03등급, 경인권은 1.05등급이었다. 2025학년도에 지방권 고교생인 경우 우선 정시보다는 수시에서 재학생 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수시 지역인재전형이 늘어난 만큼 수시에서 내신 합격선이 낮아질 가능성도 커졌다. 고3 학생 중 내신 고득점 인원은 수시 지역인재전형이 늘어난 것과는 상관없이 정해진 학생 수에서 거의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합격선이 내려갈 수 있다. 지역인재전형 선발 인원이 늘어나고 학교 내신 고득점 인원은 큰 변화가 없어 학교 내신 합격선은 내려갈 수 있다. 하지만 수능 최저를 못 맞춘 경우도 있어 내신 성적은 합격선 안으로 진입하지만 수능 최저를 못 맞춘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럴 경우 내신 합격선은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수능에 우수한 명문고 학생들이 대거 수시에 합격할 수도 있다. 지역 고교 졸업생 중 내신이 우수한 학생이 수능 최저만 충족하면 합격권 진입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상위권 학생들이 수시로 지방권 의대에 재도전하는 학생도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늘어난 지역인재전형에 비례해 현재 대학에 다니는 내신 최우수 학생들이 수시 의대 재도전에 나오는 인원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수시 내신 합격선은 예상보다 더 떨어질수 있는 상황이다. 2025학년도에 지방권 학생들은 의대의 경우 수시에서는 지역인재전형이 매우 유리한 구도다. 상향은 서울·경인권, 안정은 지방권 지역인재전형에서 찾아야 한다. 서울·경인권 학생들은 상향, 안정 모두 서울·경인권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시에서는 서울·경인권, 지방권 학생 모두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 수시에서는 경쟁률 상황, 추가 합격 상황, 수시 이월 상황, 수능 난이도에 따른 수험생 성적 분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지방권 학생들은 정시에서 서울·경인권, 지방권의 전국 단위, 지역인재 선발 가운데 어디에 원서를 내는 것이 유리한지는 여러 상황 변수를 종합해봐야 한다. 우선 지방권 학생들은 정시와 달리 수시에서 지역인재전형이 유리한 구도임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지폐에 기업가 넣자" 논의 시작할 만한가

한국의 지폐에는 조선시대 인물뿐이다. 1000원권 이황, 5000원권 이이, 1만원권 세종, 5만원권 신사임당이다. 유학자 아니면 왕, 5만원권에 여성이 한 명 포함됐다. 근대 인물이나 대한민국을 세운 현대 인물은 없다. 최근 일본에서 경기 활성화 등을 이유로 새 지폐 3종을 발행했는데, 화폐 속 등장인물이 화제가 됐다. 1000엔권엔 의학자, 5000엔권엔 여성 교육자, 최고액 1만엔에는 기업인을 넣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화폐의 인물을 다양화하고, 특히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기업인을 등장시키자는 주장이 나왔다. 여기에는 화폐야말로 경제의 상징이라는 점, 돈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 시각을 떨쳐 경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자는 함의가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논란 많은 한국 사회에서 평지풍파만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찬성] 화폐는 국가·경제·발전·성장 상징…과거 조선시대 인물 일색은 곤란한 나라의 화폐는 국기와 국가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의 상징이다. 독립국가의 경제주권을 보여주는 최상의 신뢰 시스템이기도 하다. 모든 나라가 고유의 지폐와 주화를 만들어 화폐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도모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화폐에는 현대 한국의 인물이나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인물이 없다. 모두 조선시대 사람뿐이다. 전근대 왕조인 조선은 대한민국과 직접 연관 있는 국가가 아니다. 모두 조선시대 인물만 등장시킨 화폐로는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 어떠한 경제를 지향하는지 알 수가 없다. 굳이 경제발전이 아니더라도 국가와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상징적으로 담을 필요가 있는데, 지금처럼 유학자나 그 가족 중심의 등장인물은 그런 가치를 해내기 어렵다. 여러 나라의 공동 화폐인 유로화는 아예 인물을 삽입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지폐에는 그 나라의 국부(國父)나 독립·건국 영웅이 등장한다. 미국 달러의 경우 가장 많이 사용되는 10달러 지폐에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이, 최고액권인 100달러 지폐에는 독립의 큰 공신이자 과학자인 밴저민 프랭클린의 얼굴이 담겨 있다. 나머지는 역대 대통령들이다. 한국과 대조적이다. 2024년 7월 일본은 경기 활성화 등을 위해 새 지폐 3종을 발행했다. 1000엔권은 파상풍균 배양에 성공한 의학자, 5000엔권은 일본 최초의 여성 해외 유학생이었던 교육자, 1만엔권은 은행과 기업 등을 세워 일본 경제를 키우며 사회사업 등을 병행한 기업인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한 국가가 어떤 가치에 비중을 두는지 짐작할 만하다. 일본의 선택이 정답은 아니지만 우리도 좀 더 진취적으로 접근할 때가 됐다. 화폐는 외국인도 본다. 한국처럼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면서 개방과 자유로운 교역·투자로 살아가는 나라라면 그에 걸맞은 가치를 지향하고, 화폐도 그래야 한다. 신권을 만들거나 고액권을 발행할 때 기업가 등 진취적 인물을 담아야 한다. [반대] 평지풍파 예상, 배금주의 부추길 우려…인물 배제하고 '통합 상징물'로 해야지금 한국은 과도하게 분열돼 있다. 정치적 성향과 사회를 보는 관점에 따라 사사건건 진영 논리가 판치고 극한적 대립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 전체가 ‘정치 과잉의 사회’가 되어버렸다. 굳이 선거 때가 아니더라도 진영 논리가 판친다. 이런 판에 국민 모두가 한마디씩 할 수 있는 화폐의 도안 문제가 사회적 논쟁거리로 부각되면 차분하고 의미 있는 토론이 가능할까. 대한민국 건국과 이후 경제발전에 기여한 인물이 적지 않지만, 발자취가 있는 인사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이어지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가령 건국 과정에서도 이승만과 김구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판에 누구를 택한들 반대 그룹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정치적 인물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과학자나 교육자의 경우에도 진영 논리에 따라 추종 그룹과 배타적 세력이 필연적으로 생긴다. 이런 대립과 논란은 종교계나 문화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교육·종교·언론계에서도 정치적 좌우보혁의 논리나 입장이 앞서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공론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경제계 인물로 기업인을 선정한다고 해도 삼성(이병철)·현대(정주영) 등을 비롯해 LG·SK·유한양행·두산 등 의미 있는 기업의 창업주가 많은 데 누구를 무난하게 정할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는 그럴 만한 여유와 이성이 없다. 다만 지폐에 위조 방지 기술을 보강할 필요성은 있을 수 있다. 신권 발행에 따른 경기 자극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그럴 때라도 국가 통합의 문양이나 국보급 문화재를 담는 게 차라리 낫다. 아니면 일부 국가 화폐처럼 한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명승이나 수려한 산수 풍경을 담는 게 나을 수 있다. 신용 결제가 급증하고 화폐가 디지털화되면서 지폐의 쓰임새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이런 일로 논란거리를 보탤 필요가 없다. 유학과 관련됐지만 현재 화폐에 담긴 조선시대 인물은 무난한 편이다. √ 생각하기 - 돈은 최상의 신뢰시스템…'건설적 시대정신' 반영 필요국가는 다양한 신뢰 체계를 구축한다. 세제·교육·보건·사법·국방 등 많은 신뢰 시스템 중 최상이 화폐 제도다. 이는 대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평가다. 종이 한 장이 모든 사적·공적 거래에 따른 채권·채무를 담보하고 해소하는 것은 나라가 보증하기 때문이다. 금본위제가 아닌데도 화폐가 통용되는 것도 그래서다. 지폐든 동전이든 화폐는 그 자체로 국가의 상징이다. 국민 모두가 돈의 의미와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에겐 경제 교육도 필요하다. 국가의 가치, 미래 발전의 지향점을 자연스럽게 담아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조선시대 인물 일색으로 모자(母子)가 나란히 등장한 게 잘된 것인지, 원점에서 재평가해볼 때가 됐다. 그런 점에서 기업인·기술·과학자를 등장시키는 화폐도 의미가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될 논란을 우리 사회가 극복하고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느냐다. 1만·5만원 사이 3만원권과 고물가를 반영해 10만원 발행도 생각해볼 만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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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위기는
청소년 세대의 문제

우리나라 인구 위기와 관련한 뉴스가 연일 쏟아집니다. 급기야는 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대통령은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0명’(작년 기준 0.72명)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과제란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습니다. 그동안의 출생아 수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15세 이상 인구)는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로 계산해도 2040년까지 19%가량 줄어들 것이란 대한상공회의소의 전망도 나왔습니다. 경제활동이 위축되면 국민이 나눌 ‘파이(경제적 부)’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고령화와 수도권 인구 집중 여파로 2대 도시인 부산마저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됐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2030년이나 2040년 즈음엔 생글생글 독자들이 20~30대가 될 텐데요, 인생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때 이같이 암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까 걱정입니다. 그런 미래를 살아내야 할 이는 현세대도 현 정부도 아닌, 우리 청소년들입니다. 인구 감소 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경제 외형이 작아질 수 있는 시대에 적응할 사회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구 위기가 왜 청소년 자신의 문제인지, ‘인구 역발상’에서 배울 점은 없는지, 지방소멸 대응이 왜 중요한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인구 비상사태'에도 지나친 비관은 금물 사회에 이롭게 활용하는 역발상 필요하죠 인구의 크기는 이미 한 세대 전의 출생아 수에 의해 정해진다는 점에서 ‘정해진 미래’라고 흔히 말합니다. 그러면 인구정책을 짜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가 아닐까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출생아 수)이 1983년 이미 2명대로 떨어졌는데도 출생아를 줄이려는 정책을 계속했고, 1996년 1.6명에 이른 뒤에야 가족계획을 중단했습니다. “인구 절벽, 2030년 이후 체감될 것” 인구 감소가 위기 상황으로 인식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으면 인구가 자연적으로 감소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인구의 자연 감소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2022년엔 연간 출생아 수가 24만9000명으로 줄었는데요,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전문대까지 포함해 약 25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젊은이가 지방대학에 가려고 할까요? 지방대 입시에서 대량의 정원 미달 사태가 벌어진 것은 이 때문입니다. 저출산이 심각해진 것은 2002년부터입니다. 2001년 출생아 수 60만명이 무너지더니, 다음 해인 2002년 약 49만7000명으로 50만 명이 깨졌습니다. 이때 태어난 사람들이 취직을 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과 마찬가지로 지방 기업에 취직하려는 사람이 적을 겁니다. 지방의 인재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과 수도권에 더욱 몰려들 테고, 지방에선 고령화와 슬럼화가 가속될 수밖에 없어요. 흔히 말하는 ‘인구 절벽’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인구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25~59세의 일하는 인구가 2027년 2500만 명 아래로 떨어지고, 2028년부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하로 내려가야 인구 절벽을 체감할 것이라고 합니다. 인구 위기는 현세대가 아닌, 지금의 청소년들이 체감하고 마주하게 될 현실이란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역발상으로 접근하는 인구 위기 그러면 인구 감소를 위기 요인으로만 바라봐야 할까요?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어떤 나라든, 그 나라의 번영 정도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척도는 인구의 증가”라고 했습니다. 조지프 슘페터도 <경제분석의 역사>에서 “인구 증가는 부의 창출의 주된 요인이고, 인구는 부 그 자체”라고 강조했을 정도로 전통적 이해에선 인구 감소는 큰 문제입니다.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줄면 나라의 부가 감소한다는 실증연구도 많습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50년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 대비 35% 감소하고, 이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이 2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나라에서 고령화로 인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이 0.2~0.6%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청소년 입장에선 이로운 점도 있을 겁니다. 인구가 줄면 대입 경쟁률이 낮아져 사교육 문제가 개선될 여지가 있어요. 취업난과 환경문제가 완화되고 경쟁 압력이 줄면서 삶의 질이 나아질 수도 있죠. 특히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뺏어가고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주행하는 시대엔 인구가 줄어드는 게 축복이 되지 않을까요?<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의 저자인 요시카와 히로시 일본 릿쇼대 교수는 인구 비관주의가 지나치다고 말합니다. 그는 선진국의 경제성장을 결정짓는 것은 인구가 아닌, 혁신(innovation)과 노동생산성이라고 강조합니다. 인구 감소가 전체 국민소득을 줄일 순 있어도 혁신이 성공하면 1인당 소득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거죠.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명예교수는 한 콘퍼런스에서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는 성장잠재력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AI 등 첨단기술 발달로 이런 상식이 더는 통하지 않을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고령자가 노동·소비시장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면 고령화는 젊은 세대에 부담이 아닌, 인구 위기 극복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터를 고령자 친화적으로 바꿔나가면 더 오래 일하고 생산성도 유지하는 사회가 돼 인구 위기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모든 사회 현상에는 긍정·부정, 유익·무익 등 양면이 존재합니다. 인구 감소 문제를 우리 사회의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로 만들 수 있는 역발상이 필요한 때입니다.NIE 포인트1.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데이터를 50년치 정도 뽑아 살펴보자. 2. ‘인구절벽’의 개념을 알아보자. 3. AI 시대에 인구 감소가 축복이 될 수 있는지 친구들과 토론해보자.인구 감소·지방 소멸은 동전의 양면 함께 풀어야 인구 위기 넘을 수 있어 인구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일·가정 양립, 주거·출산 등 지원, 교육·돌봄 등 세 가지를 축으로 60여 가지 대책을 묶어 발표했습니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리고, 유치원·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12시간까지 늘려주기로 했습니다. 또 출산 가구에 주택공급 확대, 자녀 세액공제 확대, 난임 시술 대폭 지원 등에 이어 인구전략기획부라는 정부 부처 신설도 추진하기로 했어요. 경제적 지원책 중요하지만… 이번 대책에 대한 평가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나옵니다. 정부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주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은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혼인율이 낮아지는 현실에서 얼마나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있어요. 상대적으로 결혼할 여유가 없는 소득 하위층엔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과도한 입시·취업 경쟁, 너무 비싼 집값과 사교육비, 성평등이 부족한 사회문화, 출산을 행복으로 여기지 않는 현실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물론 경제적 지원의 가치를 무시할 순 없어요. 직원이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으로 1억원을 주는 부영그룹이 화제를 모으면서 이 그룹 공채에 작년의 5배가 넘는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전남 강진군이 2022년 1월 이후 태어난 아이 1명당 5040만원의 육아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이 효과 때문인지, 지난해 강진군 출생아 수는 154명으로, 전년(93명)에 비해 크게 늘었습니다. 물론 이런 혜택만 노리고 사람들이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닌다면 총인구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지원을 다 받은 뒤,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 버릴 수도 있죠. 그래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출산 지원을 늘려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수도권 집중은 지금도 진행 중 주목할 부분은 ‘지방 소멸’ 위험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지방의 젊은이들이 진학과 일자리를 찾아 서울과 수도권으로 옮겨가면서 각 지방은 자생할 수 있는 인구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면 수도권은 인구 집중과 과밀화로 먹고살기 위한 경쟁이 더 격화되고, 집값과 사교육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뜁니다. 아무리 정부가 출산장려금을 지원해도 이 돈이 학원비와 주택 관련 대출의 빚을 갚는 데 들어가고 출산 확대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고우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연구교수가 초저출산을 겪는 53개 국가 및 지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큰 도시의 인구 비중이 16.2% 이상인 경우,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는 정도가 더욱 커집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관계입니다. 일자리나 진학을 위해 자기가 자란 지역을 말 그대로 ‘탈출’하려는 젊은이들을 그 지역에서 잘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방 소멸 대책이 곧 저출생 극복의 중요 해법이 되는 겁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하는 소멸위험 자료에서 우리나라 2대 도시 부산이 처음으로 소멸위험지역에 진입했다는 뉴스는 우려를 더합니다. ‘소멸’이란 단어가 주는 과장된 느낌은 경계해야겠지만, 시골만 소멸되는 게 아니라 지방 대도시도 인구가 줄어 활력을 잃어간다는 얘기는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지방 소멸이란 말은 우리보다 이 문제를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 2014년부터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고용정보원이 같은 해인 2014년부터 소멸위험지역을 조사했는데요,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77곳(33.8%)이 소멸위험지역으로 꼽혔고, 지금은 이게 121곳(53.1%)까지 늘어났습니다. 분류 기준은 가임기 여성과 고령자 수의 비중입니다. 즉 지역 내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눠 그 값이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합니다. 아이를 낳을 여성은 적고 고령화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죠. 정부의 인구 대책은 결론적으로 인구의 지역 간 이동, 사회적 이동 문제까지 풀 수 있어야 합니다. 수도권 인구는 2011~2016년 빠져나가는 숫자가 많았지만, 2017년부터 작년까지 7년 연속 순유입이 늘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에만 4만7000명이 순유입됐죠. 수도권 집중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NIE 포인트1.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그동안 어떻게 짜여져 왔는지 확인해보자. 2. 수도권 인구 순유입이 2017년부터 다시 늘어난 원인에 대해 알아보자. 3. 지방 소멸 위험을 줄이거나 속도를 감속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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