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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질문 "우주는 누구의 것인가"

영화 <아바타>는 민간 우주 기업이 한 행성을 침략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영화 속 지구는 에너지자원이 고갈되며 위기를 맞고 있었죠. 이 기업은 단순한 우주 탐사나 과학 연구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채굴, 이를 통한 막대한 수익 획득과 주주 배당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행성에 살고 있는 원주민 나비족의 삶과 생태계는 그들의 고려 사항에는 없었습니다.영화 첫 편이 나온 지 17년이 흐른 지금, 민간 우주 기업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주 탐사 및 개발 기업 스페이스X는 오는 12일 역사상 최대 규모로 증시에 상장(기업공개)될 예정입니다. 기업가치가 1조 5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000조 원이 넘습니다. 그 돈으로 지구인의 ‘화성 이주’를 추진하고, 지구 저궤도를 수천 개의 통신위성으로 뒤덮고, 더 나아가 소행성의 광물을 캐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근대 식민지 개발 경쟁 때처럼 우주가 미지의 신대륙으로 떠오르고 있는 겁니다.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 스타링크 위성은 현재 7000기가 넘습니다. 이들 위성이 줄지어 날아가며 발하는 빛은 한 편의 ‘우주 쇼’입니다. 하지만 위성이 많아질수록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우주 쓰레기도 급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케슬러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우주를 주인 없는 ‘무주공산’으로 놔두었다가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우주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요, 아니면 누구의 것이어야 할까요?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우주 인터넷, 위치정보시스템(GPS), 기상위성, 군사통신까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가 독차지하는 것은 ‘우주 자원의 사유화’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기술 진보가 빨라지고 인간의 삶은 더 편리해지겠지만 새로운 형태의 ‘지배’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는 ‘기술 진보가 과연 공공의 이익을 증진할까’라는 물음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대입 논술과 면접에서 충분히 다룰 만한 주제입니다. 3면에서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국가에서 민간으로…막 오른 '뉴스페이스' 시대문명의 무한 확장, 기술자본의 독점은 경계해야지금은 뉴스페이스(New Space)의 시대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 대표되던 국가 주도 우주 개발의 무게중심이 민간 기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과거 우주 개발이 국가 안보와 체제 경쟁의 상징이었다면, 이제 우주는 통신·데이터·자원·국방이 맞물린 거대한 산업 무대로 변모하고 있죠. 우주 개발의 중심축이 ‘국가의 전략’에서 ‘시장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입니다.뉴스페이스는 시대의 요구우주 개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 경쟁이 벌어지면서 본격화했습니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공산주의 진영이 붕괴하면서 군사적 목적의 우주 개발이 동력을 잃었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자원 투입도 크게 줄었죠. NASA의 한 해 예산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24 회계연도에 272억 달러이던 NASA의 예산은 올해 244억 달러(약 36조7200억원)로 감소했어요. 발사체 한 번 쏘는 데 2조원 넘게 드는 걸 고려하면 이는 많은 돈이 아닙니다. 당연히 민간의 자본과 기술이 더 필요해졌습니다.정부 조직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민간의 과감한 투자와 도전 정신도 뉴스페이스 시대를 앞당겼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2017년 재사용 로켓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 기술로 우주선 발사 비용이 지난 10년간 90% 이상 줄었죠. 나아가 1단 로켓과 2단 우주선 전체를 완전 재사용하는 기술, 우주를 오가는 여객기라 할 수 있는 스타십 개발에도 노력 중입니다. 지난 4월 NASA의 아르테미스 2호가 무려 45년 만에 달 궤도를 돌아 지구로 무사히 귀환했는데요, 뉴스페이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우주산업 생태계 폭발시킬 계기스페이스X의 증시 상장은 역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20세기의 석유(아람코), 21세기 초의 기술기업(페이스북·알리바바 등)에 이어 우주 기업이 자본시장의 새 축으로 떠올랐다는 의미입니다.스페이스X가 상장을 통해 끌어모을 자금은 우주 개발을 한 차원 전진시키는 데 쓰입니다. 화성 유인 탐사를 실제 사업 계획서에 올릴 수 있게 되죠.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건립의 자금으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이는 우주산업 전체의 투자 생태계를 폭발적으로 확대할 겁니다. 벌써부터 스페이스X의 독점을 막으려는 대항마 그룹(아마존 카이퍼, 원웹, AST 스페이스모바일 등)이 저궤도 위성 연합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인류 문명에 기여하려면 …이 과정에서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우주와 통신산업을 독점하는 문제는 주목해볼 만합니다. 머스크는 일반 주식보다 10배 많은 의결권을 지닌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해 스페이스X 의결권의 최대 85%를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합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기차·AI·인터넷에 우주산업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기술·자본 생태계가 머스크의 지배력 아래 놓이는 셈입니다.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합니다. 재사용 로켓 개발이나 대량 위성 제조 등은 후발주자가 10년 안엔 꿈도 못 꿀 기술입니다. 위성통신망은 구축 비용이 워낙 커서 자연독점의 성격을 갖기도 합니다. 초기에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시장을 선점한 자가 지배력을 키울 수밖에 없죠.그렇다고 비판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닙니다. 첫째, 우주라는 공유지의 사유화 문제입니다. 지구 저궤도는 인류의 자산인데, 스타링크 위성들이 이 저궤도를 포화 상태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둘째, 국가주권에 대한 위협 가능성입니다. 한 기업이 전 세계 인터넷 인프라와 군사 통신을 동시에 장악하는 상황은 국가주권의 개념을 흔듭니다. 스타링크의 군사 버전인 스타실드는 우크라이나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죠. 우주 통신 인프라가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셋째, 민주적 통제의 어려움입니다. 스타십이 화성을 식민화하고 소행성 자원을 채굴할 때, 그 의사결정과 이익 배분을 누가 어떻게 감시할 수 있을까요? 1967년 발효된 유엔의 외기권조약(Outer Space Treaty)만으로는 민간 기업의 우주 독점을 규율하기 어렵습니다.스페이스X의 기업공개는 한 기업의 단순 상장 문제를 뛰어넘습니다. 우주 개발과 인류 문명의 확장이라는 꿈이 소수의 기업 주주만이 아닌, 인류 전체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머스크의 선구적 도전을 존중하면서도 우주 공간의 민주적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NIE 포인트1. 뉴스페이스의 특징을 정리해보자.2. 우주 개발에 관한 유엔 협약 등을 찾아보자.3. 우리나라 기업이 우주 개발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대입 전략

의대 수시 인원의 12.5%, 수능최저 적용 안 해

2028학년도 내신 및 수능이 전면 개편되는 대입전형계획에 따르면 전국 39개 의대는 정원 내 기준으로 3616명을 선발한다. 수시로 선발하는 인원은 2633명으로 전체의 72.8%다. 정시는 983명으로 27.2%에 불과하다. 의대의 수시 선발 비중이 전국 72.8%로 매우 높지만, 전체 수시 선발 인원 2633명 중 12.5%인 330명만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선발하고, 87.5%인 2303명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해 뽑는다. 교과 내신과 학생부 내용이 우수해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합격하는 구조다. 서울대만 수능최저 없이 수시 선발서울권 8개 의대의 경우 수시 전체 선발 인원 중 44.9%를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선발한다. 반면 경인권 4개 의대는 17.0%, 지방권 27개 의대는 4.1%에 불과하다. 서울권은 수시 선발 인원의 거의 절반 정도를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선발하는 반면, 경인 및 지방권은 거의 모든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있다.서울대는 서울권 의대 중 유일하게 수시 전체 선발 인원 105명 전원을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선발한다. 연세대 32.9%, 고려대 32.8%, 중앙대 65.3%, 이화여대 39.1%, 한양대 24.2%, 경희대 23.6%의 인원을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선발한다. 반면 가톨릭대 전체 수시 선발 인원 58명 중 96.6%에 해당하는 56명에게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고, 나머지 3.4%인 2명만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선발한다.경인권 4개 의대 중 성균관대는 수시 전체 선발 인원 29명 중 24명을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선발하고, 논술전형으로 뽑는 5명(17.2%)에게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 이 외 가천대, 아주대, 인하대 등 3개 대학은 수시 선발 인원 전체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다.정량적 평가로 선발하는 교과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살펴보면 고려대 학교추천전형은 국·수·영·탐(1) 4개 영역 등급 합 5를 요구하고, 연세대 추천형은 수학을 포함한 2개 영역 등급 합 2, 경희대 지역균형은 3개 영역 등급 합 4, 가천대 학생부우수자 및 지역의사선발전형은 3개 영역 1등급을 요구한다. 적어도 2~3개 영역에서 1등급을 받아야 할 정도로 요구 수준이 매우 높다. 최소 3개 영역서 1등급 받아야정성평가인 종합전형도 마찬가지다. 고려대 학업우수전형은 4개 영역 등급 합 5, 연세대 종합인재는 수학 포함 2개 영역 등급 합 2를 요구한다. 가톨릭대 학교장추천, 한양대 학업형, 경희대 네오르네상스전형(서류형), 인하대 인하미래인재(면접형)는 3개 영역 등급 합 4이다. 이화여대 미래인재(서류)와 중앙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학종(CAU탐구형인재)은 4개 영역 등급 합 5를, 아주대 ACE전형(면접형)은 4개 영역 등급 합 6을 적용한다. 가천대 가천의약학 전형은 3개 영역 1등급으로 교과전형과 마찬가지로 2~3개 영역 이상에서 1등급을 받아야 안정권이라 할 수 있다.학생부보다 대학별 논술 비중이 높은 논술전형의 경우 성균관대·중앙대·이화여대는 4개 영역 등급 합 5, 가톨릭대·경희대·한양대는 3개 영역 등급 합 4, 인하대 3개 영역 등급 합 3, 가천대 3개 영역 1등급 등 논술전형 역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요구 수준이 높다.수능, 내신, 고교학점제 등 대입이 전면 개편되는 2028학년도 의대 입시는 수시 선발 비중이 매우 높은 외형적 구조다. 하지만 전국 의대 수시 인원의 87.5%, 지방권 의대 수시 인원의 95.9%에 달하는 수험생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한다.수험생 입장에서는 내신과 수능 부담이 다 있으며, 수능 최저학력기준 요구 수준으로 볼 때 학교 내신 성적이 상위권인 반수생들이 상당수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권은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선발하는 비율이 44.9%이므로 내신과 고교학점제 등 학생부 관리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지방권은 95.9%가 최저 기준을 반영하기 때문에 학교 내신 및 학생부 관리뿐 아니라 수능 준비까지 병행해야 할 것이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잔인한 감옥' 동물원, 폐지해야 하나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모습의 사자 ‘바람이’, 어린이공원을 탈출해 도심을 질주하던 얼룩말 ‘세로’에 이어 최근 대전 오월드에서 일어난 늑대 ‘늑구’ 사건까지…. 야생동물 수난사가 끊이지 않는다. 좁은 시멘트 우리에 갇힌 동물이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본능을 이기지 못해 탈출을 감행하는 사건이 반복되면서 동물원 폐지론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동물을 가둬 인간의 유희와 구경거리로 삼는 일이 정당한지를 두고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동물원의 교육적 가치와 멸종 위기종 보호라는 공익적 순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동물원 폐지보다 관리 체계 개선이 해결책이라는 반론을 펼친다. 동물원 존폐를 둘러싸고 나오는 다양한 주장을 살펴보자.[찬성] 창살 없는 감옥, 이제는 멈춰야…교육적 효과 있는 대체재 많아동물원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유희와 영리 추구를 위해 야생동물의 자유를 박탈하는 반생명적 공간이다. 최근 땅굴을 파고 탈출했던 늑대 늑구의 사례는 넓은 방사장 체계를 갖추더라도 동물원이 야생동물의 본능을 억누르는 억압적 공간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광활한 대지를 달리며 무리 생활을 해야 하는 늑대가 콘크리트 바닥과 철창 속에 갇혀 지내는 것은 심각한 학대나 다름없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이 같은 자리를 무의미하게 반복해 도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모습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의 증거다. 인간의 짧은 즐거움을 위해 생명체를 평생 감옥에 가두는 행위는 현대사회가 지향하는 생명 존중의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동물원 밖에서 자유를 누려야 할 동물들이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은 동물권을 심각하게 해치는 일이다. 또 동물원에서는 동물에게 여러 가지 묘기를 부리게 한다. 쉬어야 할 시간에 계속 사람들에게 노출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본래 지녀야 할 습성도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인위적 환경을 개선한다고 해도 동물은 자연의 삶을 선호할 것이다.과거에는 동물원이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는 교육의 장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갈수록 교육적 효과는 회의적이다. 창살 안에 갇혀 생기를 잃은 동물을 보는 것은 오히려 생명을 도구화하는 행위일 뿐이다. 인간 중심적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줄 위험도 크다. 지금은 고화질 다큐멘터리나 가상현실(VR) 등으로 동물의 야생 생태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는 시대다. 기술적 대체재가 충분하다는 뜻이다.굳이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둬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 삶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 고차원적 생태 교육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전시하는 상업적 동물원은 전면 폐지하고, 자연 그대로의 서식지를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공존의 시작이다.[반대] 멸종 위기종 등은 보호해야…관리·규제 강화가 현실적 해법동물원을 무조건 폐지하자는 것은 기후변화와 밀렵, 서식지 파괴 등으로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사지로 내모는 무책임한 처사다. 현대의 국·공영 동물원은 단순히 동물을 가두고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동물 종의 보존과 학술 연구를 수행하는 공익적 역할을 하고 있다. 야생에서 생존하기 어렵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인공적으로 증식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서식지 외 보존 시설’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같은 기능은 국·공영 동물원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도심 속에서 자라는 미래 세대가 살아 있는 생명과 직접 교감하며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적 가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책이나 TV, 모니터로만 접하는 동물은 박제된 지식에 불과하다. 동물들과 눈을 맞추고 숨결을 느낄 때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 싹틀 수 있다.동물원의 극단적 폐쇄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동물원을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생태 공원으로 진화시키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다. 대전 오월드 늑구 탈출 사건 이후 정부 주도로 ‘전국공영동물원협의체’가 출범하는 등 동물 복지와 안전 기준을 법적으로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동물 보호를 위한 긍정적 신호다. 부실한 민간 시설과 오락 목적의 체험형 동물원은 규제하되, 선진국형 생태 동물원처럼 서식지 환경을 최대한 재현하고 동물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된다.한국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물 보호 체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 법은 2023년 12월부터 시행됐으며, 기존 등록 동물원에는 2028년 12월까지 유예 기간이 부여돼 단계적 전환을 예고했다. 정부는 협의체를 통해 허가제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장의 애로를 공유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제도적으로 보완해 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다.√ 생각하기 - 생명 존중 위한 공존의 길 모색할 때동물원 존폐 논쟁은 결국 ‘인간이 다른 생명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 질문으로 귀결된다. 무조건적인 동물원 폐지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보호 기능이 사라진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렇다고 현재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동물권 침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오락거리·전시 중심의 동물원을 종 보존과 부상 동물 치료, 철저한 생태 교육 중심의 공익적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일이다. 동물원 탈출 사건이 잇따르는 것은 동물들이 우리 안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이 같은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동물 복지를 확실히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단순히 동물원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동물의 존엄성을 존중하면서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길을 고민해야 한다.안정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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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움직이는 '덕질'…'프로슈머'가 된 팬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이 열리면 그 도시의 항공과 숙박, 식당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스위프트가 개최하는 월드 투어가 전 세계 도시의 지역 경제를 통째로 활성화하거든요. 가수가 움직이는 동선이 올림픽이나 슈퍼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 수준의 경제 효과를 내자 학계에서도 진지하게 분석하게 됐고, ‘스위프트노믹스(Swiftonomics)’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퀘스천프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경제에 미친 스위프트 효과는 57억 달러(약 8조5900억 원)로 추정됩니다.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방탄소년단(BTS)은 연간 5조5000억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하며 국내총생산(GDP)의 0.3%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팬덤인 ‘영웅시대’는 중장년층의 강력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히어로노믹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죠.과거의 팬덤은 만들어진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집단에 불과했어요. 그래서 팬덤 활동을 ‘덕질’로 치부하거나 ‘빠순이’나 ‘오타쿠’ 같은 비속어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팬덤은 달라졌습니다. 단순한 소비 집단을 넘어 새로운 경제 흐름을 이끄는 핵심 주체로 부상했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진화했어요. 팬들은 직접 2차 창작물을 제작해 소셜미디어(SNS)를 이용해 콘텐츠를 홍보하며,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시장의 판도까지 좌우합니다.지난해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에 빠진 사람들은 커버 댄스와 밈(meme), 팬아트, 챌린지 영상 등을 만들며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확산시켰어요. 팬들이 스스로 홍보와 생산까지 참여한 겁니다. 그 결과 빌보드 등 전 세계 음원 차트를 점령하는 것은 물론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경제적 신드롬으로 이어지게 됐죠. 하나의 문화현상을 넘어 전 세계 뉴노멀로 자리 잡은 ‘팬덤 경제’에 대해 좀 더 알아볼게요. '최애'를 좋아했을 뿐인데…경제가 움직였다 불경기 지갑 여는 팬덤 경제의 빛과 그림자 경제학적으로 접근해도 이 같은 현상은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과거 수동적 소비자에 머물렀던 팬이 이제는 상품의 생산과 유통, 홍보의 전 과정을 주도하게 됐기 때문이죠. 이를 가리켜 ‘팬덤 경제(Fandom Economy)’ 혹은 ‘팬코노미(Fan+Economy)’라고 합니다.‘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의 관점으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의 한정된 시간과 관심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 됐고, 이를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결집 가능한 팬덤이 결국 시장의 경제적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겁니다. 특히 하이브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팬덤의 활동을 데이터화해 인공지능(AI) 사업으로 확장하려 하고 있습니다.디지털과 SNS로 날개 단 팬덤팬덤 경제가 급성장한 가장 큰 배경에는 디지털 기술과 소셜미디어(SNS)의 발전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팬들의 응원 방식이 앨범을 구매하거나 공연장, 팬미팅을 찾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팬 커뮤니티 플랫폼 등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를 생산해 전 세계로 공유할 수 있어요.특히 K-팝은 팬덤 경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산업입니다. 팬들은 위버스나 버블, 프롬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전용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와 실시간 소통하고 굿즈를 구매하며 독점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커머스와 콘텐츠가 결합한 ‘엔터테크(Enter-Tech)’ 산업이죠. 최근엔 유니버설뮤직그룹 같은 글로벌 기업도 위버스에 입점하며 팬 관리에 집중하고 있어요. 기술이 팬과 스타 간의 거리를 허물고 24시간 연결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한 겁니다.이러한 현상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로, 팬이 늘수록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이 증가하고 다른 팬들을 플랫폼에 더 오래 머물게 함으로써 플랫폼의 영향력과 수익을 키우는 것이죠. 팬들은 음원뿐 아니라 응원봉, 포토 카드, 의류, 캐릭터 상품 등 소비 영역을 넓히며 새 시장을 창출하고 있습니다.지역 경제 전체 소비까지 자극팬덤 경제는 일반적인 소비 행태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보통 소비자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지갑을 닫습니다. 반면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금리인상이나 물가상승 등 대외적 경제 여건과 관계없이 지출 규모를 유지하는 경향이 뚜렷하거든요.전통 경제학에서 소비는 주로 가격과 품질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반면 팬덤 소비는 감정과 유대감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애플 팬들이 아이폰만 고집하고, 특정 가수를 좋아하는 팬들이 그가 광고하는 제품을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를 ‘정체성 소비(Identity Consumption)’라고 합니다. 소비자는 “나는 이 브랜드와 스타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소비로 증명하기 때문에 팬덤 소비는 경기침체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요. 코로나19 시기에도 K-팝 산업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력한 팬덤 덕분이었다는 해석이죠.팬덤 경제의 범위는 급격하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나 BTS의 사례처럼 인근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지역 경제 전반의 소비까지 자극합니다. 이를 ‘파급효과(Multiplier Effect)’라고 해요. 콘서트 티켓 구매라는 단발성 소비에서 시작된 지출이 숙박, 교통, 외식, 쇼핑 등으로 연쇄적으로 확산하며 연관 산업에 더 큰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드는 겁니다.기업 가세…팬덤 경제의 그늘도이제 팬덤은 연예인이나 아티스트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일반 기업들도 브랜드 팬덤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은 자체 팬클럽 ‘호그’를 운영하며 강력한 충성 고객층을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팬덤 전략은 일반적인 광고보다 파급력이 큽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홍보대사가 되어 제품을 추천하기 때문인데요, 이를 ‘구전 효과(Word of Mouth Effect)’라고 합니다. 최근 기업들이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브랜드 가치를 경험하는 공간을 설계하는 ‘팬 인게이지먼트(Fan Engagement)’ 전략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물론 팬덤 경제에 긍정적 측면만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과도한 소비를 유발한다는 비판도 높아요. 팬 사인회 응모권을 얻기 위해 앨범을 수백 장 구매하는 행태는 자원 낭비와 환경문제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팬들의 지나친 간섭과 사생활 침해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팬덤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때 돌아서기 쉽거든요.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팬덤 경제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대체 불가능한 충성 고객의 가치는 절대적이기 때문이죠. AI 기술의 발전은 팬과 창작자의 경계를 허물며 팬덤 경제의 외연을 더 확장할 것입니다. 결국 팬덤 경제의 본질은 스타와 팬,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관계에 있을 겁니다. NIE 포인트 1. 플랫폼에 팬이 늘수록 콘텐츠 생산 및 영향력이 커지는 현상은 무엇일까?2. 왜 팬덤 소비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소비 패턴과 다르게 나타날까?3. 팬덤 경제의 부정적 측면이나 문제점에 대해 말해보자.김정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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