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6월 학력평가' 분석
현 고1부터 문·이과 구분 없이 동일 문제를 푸는 새 수능이 시작된다. 국어, 수학, 탐구에서 선택과목이 사라지고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를 풀게 된다. 2028 대입 개편안은 이 같은 문·이과 완전 통합이 핵심이다. 새로운 수능에서 상위권을 가를 핵심 과목은 무엇일까? 지난 6월 4일에 시행한 고1 학력평가는 이를 엿볼 좋은 기회였다. 결론은 수학, 과학으로 모아졌다. 상위권을 가를 핵심 과목으로 수학, 과학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고1 6월 학력평가는 2028학년도 수능 형태로 실시한 첫 모의고사였다. 특히 관심은 큰 변화를 겪은 탐구 과목으로 쏠렸다. 사회탐구(통합사회), 과학탐구(통합과학) 문항 수가 기존 20문항에서 25문항으로 늘고, 배점은 기존 2점, 3점 구성에서 1.5점, 2점, 2.5점 구성으로 바뀌었다. 평가 방식 또한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변경되면서 새 수능 체제에 맞춰졌다.
[2028학년도 대입 전략] 2028 수능, 상위권 가를 핵심은 수학·과학, 과탐 어려워하는 경향 뚜렷…학습량 늘려야
분석 결과, 새 수능 체제에서 학생들은 사탐보다 과탐을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학력평가에서 과탐 평균 점수는 50점 만점에 26.8점으로 사탐 31.8점에 비해 5점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과탐이 69점, 사탐이 66점으로 과탐이 높게 형성됐다. 통상 시험의 평균 점수가 낮고, 난도가 높을 때 표준점수 최고점은 더 높게 형성되곤 한다. 학생들이 사탐보다 과탐을 더 어려워했다는 것이다.

사실 과탐은 기존 절대평가 시험 방식에서도 학생들이 어려워하던 과목이었다. 기존 절대평가 방식에서도 과탐의 평균 점수는 사탐보다 낮게 형성됐다. 기존 방식으로 치른 지난해 네 번의 모의고사와 올해 3월 시험까지 과탐 평균 점수는 사탐에 비해 최고 8.5점에서 최저 2.3점 낮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격차가 상대평가로 바뀐 올해 6월에서도 비슷하게 유지된 것이다.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평가 방식의 차이를 떠나 학생들은 과탐을 어려워했다. 문제는 이 같은 격차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는 현 고1 학생들의 전반적인 기초 실력 부족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현 고1 학생들의 중3 학업성취도를 분석해보면, 과학의 전국 평균 A등급 비율은 26.6%로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사회의 A등급 비율이 30.8%로 가장 높았고, 영어 30.6%, 수학 28.5%, 국어 28.4% 순으로 분석됐다. 고등학교 입학 전 중학교 단계부터 주요 과목 중 과학의 학업성취도가 가장 낮고, 과학을 가장 어려워한다는 뜻이다.
[2028학년도 대입 전략] 2028 수능, 상위권 가를 핵심은 수학·과학, 과탐 어려워하는 경향 뚜렷…학습량 늘려야
과탐 8개 과목, 사탐 9개 과목 중 탐구 2과목을 선택해 응시하는 구조에서는 이 같은 과탐과 사탐 간 격차가 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의약학 및 주요 대학 일부 자연계 학과 등에서 과탐을 지정하거나 과탐에 가산점을 주는 등 일부 혜택을 제외하면 과탐과 사탐 응시자 간 불이익은 심하지 않다. 심지어 최근엔 사탐 과목에서 등급 확보가 용이하면서 이과생이 사탐에 응시하는 사탐런 현상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2028학년도부터는 수험생 전원이 사탐과 과탐에 응시해야 한다. 현행 수능과 비교해보면 모든 수험생이 사탐 1과목, 과탐 1과목은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난도가 있는 과탐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수시 수능최저 충족 문제뿐 아니라 정시 국어, 수학, 탐구 백분위 총합 경쟁에서도 과탐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고1 6월 학력평가에서 국어, 수학, 영어 중엔 수학의 평균 점수가 가장 낮게 형성됐다. 수학은 41.9점, 국어는 48.7점, 영어는 61.0점으로 조사됐다. 영어는 새로운 수능에서도 절대평가로 치러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험생의 부담감은 낮은 편이다.
[2028학년도 대입 전략] 2028 수능, 상위권 가를 핵심은 수학·과학, 과탐 어려워하는 경향 뚜렷…학습량 늘려야
이처럼 2028학년도 수능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은 수학, 과학으로 특징되는 상황이다. 수학, 과학 고득점자가 상위권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경쟁 구도다. 즉 수학, 과학에 강한 이과 성향 최상위권 학생이 의약학뿐 아니라 주요 대학 인문계 학과까지 대거 합격이 예상된다. 현행 수능에서 나타난 이과생 독주가 현 고1 학생들이 치를 새로운 수능에서도 유사한 모습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수능에서 이과생 독주는 통합 수능이 지닌 구조적 한계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기존 이과 수학에 해당하는 미적분, 기하의 백분위, 표준점수가 확률과통계(문과 수학)를 전 점수 구간 대에서 앞서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수학 고득점자들이 미적분에 몰리면서 미적분의 평균점 자체를 높여놨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행 통합 수능에서 형성된 대입 판도는 수학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
통합 수능과 드러나는 양상에선 차이가 있겠지만, 2028 새 수능에서 수학 고득점자가 절대적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 과탐까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면서 수학, 과탐 고득점자, 즉 이과 성향 최상위권 학생의 독주는 2028 대입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대학 인문계 학과를 목표한다고 해서 수학, 과탐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과 성향 학생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현 고1 학생들은 이런 부분을 반드시 인지하고 수학, 과탐 학습량을 꾸준히 늘려가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