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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동전 5번 연속 앞면 나왔다면 6번째는 뒷면?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을 얼마나 잘 판단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다섯 번 연속 앞면이 나왔다면 여섯 번째는 뒷면이 나올 것 같다고 느끼지 않나요? 이 단순한 오해 속에 인간의 사고가 얼마나 직관에 의존하는지, 그리고 그 직관이 얼마나 자주 우리를 속이는지가 숨어 있습니다.이런 착각은 ‘도박사의 오류’라고 불립니다. 앞서 동전이 다섯 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왔다고 해서 다음에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각 시행은 서로 독립적이기 때문이죠. 매번 앞뒤의 확률은 여전히 2분의 1, 즉 50%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자연이 ‘균형’을 맞춰줄 거라 믿습니다. ‘이쯤이면 나올 때가 됐지’라는 생각은 인간의 심리적 균형 감각에서 비롯된 착각입니다.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확률은 실제로 매우 작은 건 맞습니다. 굳이 내기를 해야 했다면 ‘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경우’에 걸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각 시도의 확률은 여전히 2분의 1이고, ‘균형’을 위해 확률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확률은 과거를 기억하지 않으니까요.비슷한 예로, 생일의 확률 역시 우리의 직관을 배반합니다. 한 반에 학생이 23명 있을 때, 생일이 같은 학생이 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1년은 365일이고 23명의 생일이 있으니 ‘그 정도로는 겹치기 어렵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확률은 50%가 넘습니다. 예상보다 꽤 높은 편이죠.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23명의 생일이 모두 다를 확률을 구해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첫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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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不求甚解 (불구심해)
▶한자풀이不: 아닐 불 求: 구할 구 甚: 심할 심 解: 풀 해깊이 있는 해석을 구하지 않는다책을 읽으면서 깊이 알려고 하지 않음- <오류선생전>불구심해도연명(陶渊明)은 중국 동진 후기에서 남조 송대 초기까지 살았던 전원시인이다. ‘오류(五柳) 선생’이라고 불렸으며, 육조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이다. 그의 유명한 <귀거래사>는 13년에 걸친 관리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41세에 향리로 돌아가 이제부터는 은자의 생활로 들어간다는 선언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돌아가련다. 전원이 바로 거칠어지려는데 아니 돌아갈소냐”라는 명구로 시작된 글은 선명하고 청아한 자연의 풍이 넘쳐난다.그의 산문집 <오류선생전>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선생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그의 성(姓)과 자(字)도 자세하지 않으나, 그의 집 주변에 다섯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었으므로 호(號)를 오류(五柳)라고 하였다. 한가하고 조용하며 말이 적고, 빛나는 명예나 이익을 마음으로 따르지 않는다. 그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였으나 깊이 깨달아 알려고 하지 않았다(好讀書 不求甚解). 번번이 자기 뜻과 일치하는 구절이 있으면 기뻐하여 밥을 먹는 일도 잊어버린다. 술을 좋아해도 집이 가난하여 늘 마실 수 없다. 그의 처지를 아는 친구가 술을 준비해놓고 초대하면 다 마시고 취하며, 취한 뒤에는 집으로 가고 머무르는 데 뜻을 두지 않는다.”<오류선생전>은 도연명 자신을 비유해 쓴 글이다. 그는 자기 집 문 앞에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심어놓고 스스로를 ‘오류선생’이라 칭했다. 불구심해(不求甚解)는 깊이 있는 해석을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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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밥 한번 먹자" 남발해선 안되는 까닭
우리말에서 대표적 ‘친교어’ 중 하나로 꼽히는 “밥 한번 먹자”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얼마 전 국회 국정감사 기간 중 있었던 한 국회의원의 자녀 결혼식 논란으로 인해서다. 우리가 주목하는 건 그의 해명 가운데 한 대목이다. 그는 본인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 행정실 직원들에게 청첩장을 돌린 데 대해 “시간 되면 밥 한 끼 먹으러 오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가 이 말을 가볍게 예의상 한 것으로 여겼는지 몰라도, 듣는 이에겐 많은 생각거리를 던질 만했다. 상황 따라 친목어가 수행어로 바뀌어우선, 이 말은 글자 그대로 읽히지 않는다. 우리말에서 “밥 한번 먹자”라는 표현은 특수한 위치에 있다. 대개는 실제로 밥을 같이 먹자는 얘기가 아니라 상투적으로 하는 ‘친교어’로 쓰인다. 누군가에게 “담에 밥 먹자” “담에 연락할게”라고 할 때, 이는 굳이 답을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가면서 자주 못 보던 이에게 예의상 하는 말이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반갑게 “안녕하세요. 어디 가세요?”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이 어디 가는지 사생활을 캐묻는 말이 아니다. 상대방도 그것을 잘 알기에 그냥 지나치고 만다.하지만 “밥 한번 먹자”가 직장같이 위계질서가 있는 곳에서 나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때는 단순한 친교문도 수행문으로 바뀔 수 있다. ‘수행문(수행어)’이란 어떤 평가나 판단, 규정을 행하는 문장이다. “정부는 오늘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전히 해제했습니다.” 이걸 리포터가 말했다면 그것은 진술문이다. 그는 발화를 통해 단순히 정보를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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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즉흥적인 'impromptu'
It began with a toast of beer and fried chicken at a modest Seoul eatery, followed by compliments and gift exchanges.What unfolded was less a corporate summit than a lively show of friendship among three of the world’s powerful business leaders - Nvidia Corp. CEO Jensen Huang, Samsung Electronics Chairman Lee Jae-yong and Hyundai Motor Group Chairman Chung Eui-sun.The fried chicken-and-beer pub was chosen by Nvidia after Jensen Huang suggested an impromptu, informal meet-up for conversation.The evening began shortly after Huang landed at Incheon Airport, his first visit to South Korea in 15 years.“I do have strong confidence in Samsung’s technology,” Huang told reporters. Huang presented Lee and Chung with personal gifts, notably bottles of 25-year-old Hakushu whisky valued at about 6 million won each.서울의 소박한 식당에서 맥주와 치킨으로 건배를 나눈 것으로 시작된 이 만남은 칭찬과 선물 교환으로 이어졌다.그 자리는 기업 간 회담이라기보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명의 기업인인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활기찬 우정을 나눈 모습이었다.치킨과 맥주를 파는 이 식당은 젠슨 황이 즉흥적으로 격식 없는 대화를 제안하면서 엔비디아 측이 선택한 장소였다.이 저녁 자리는 황이 15년 만의 한국 방문인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마련되었다.“저는 삼성의 기술력을 매우 신뢰합니다. ” 황은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하며,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개인적인 선물을 전달했는데, 특히 병당 약 600만 원 상당의 25년산 하쿠슈 위스키가 눈길을 끌었다. 해설 올해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과 주요 경제인이 참석한 중요한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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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다른 관점 비교, 더 타당한 입장 설명할 수 있어야
처음 경희대학교 인문논술을 접하는 학생들은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낍니다. 문제를 보면 제시문이 길고, 서로 다른 주장들이 얽혀 있어 무엇을 써야 할지 쉽게 감이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희대 인문논술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매우 명확한 원리를 가진 시험입니다. 이 시험은 글솜씨를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제시문 속 서로 다른 관점을 분석하고 비교함으로써 더 타당한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즉 문장을 잘 꾸미는 능력보다 사고의 방향과 근거의 논리성이 더 중요합니다.경희대 인문논술의 모든 문제는 기본적으로 ‘비교’와 ‘평가’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시문들은 각기 다른 주장을 담고 있으며, 이 중 하나가 기준이 되고 나머지는 그 기준과의 일치나 불일치 속에서 평가됩니다. 학생이 해야 할 일은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각 제시문의 핵심 주장과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관계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경희대 인문논술의 출발점이자, 모든 문제를 푸는 기본 원리입니다.제시문은 대부분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주장문으로 구성됩니다. 또한 주장이라기보다 상황 전달적 제시문이라는 특징이 있으며,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현대시 등이 포함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글을 쓸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각 제시문이 무엇을 주장하고, 왜 그렇게 말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경희대 논술은 요약과 비교·평가를 중심으로 한 확정적 유형으로 출제됩니다. 첫째, [논제Ⅰ]은 기준 제시문을 중심으로 다른 제시문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다면적 비판 사고 유형의 논제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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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략
인문-자유전공, 자연-반도체·AI학과 인기몰이, 전자·전기 약세…빅데이터 영향 통계학과 상승세
대학의 전통적 인기 학과를 꼽는다면 인문은 경영, 자연은 전기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시류를 타지 않고 꾸준히 인기를 끄는 곳이 있는 반면, 정부 정책 및 대학 내 혜택, 입시 환경에 따라 급부상하는 학과도 있다. 최근 인문은 자유전공, 자연은 반도체학과 등이 좋은 예다. 최근 5개년 주요 10개 대학에서 수험생 선호도가 높았던 인기 학과를 분석해본다. 대학별로 인문(인문자연통합 포함), 자연계열(의약학 제외) 정시 합격선 상위 3개 학과를 골라낸 뒤, 그 안에서 어떤 학과가 다수를 차지했는지 비중을 살펴보는 방법으로 인기 학과를 분석했다.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이화여대·서울시립대 등 주요 10개 대학의 2025학년도 인기 학과를 살펴본 결과, 인문은 경영 계열(31개 학과 중 5곳) 학과가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계열 전통의 강호답게 꾸준히 1~2위 자리를 지켰다. 2023학년도를 제외하고 2021학년도 이후 2025학년도까지 4개년 동안 1위를 고수해왔다. 2023학년도엔 정치·외교 계열 학과가 6곳으로 1위에 올랐다.2025학년도 2위엔 자유전공(4개 학과)이 이름을 올렸다. 자유전공 학과는 지난해부터 각 대학에서 모집 정원이 크게 늘었다. 계열 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유형과 계열 상관없이 모든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 이수할 수 있는 유형으로 크게 나뉜다. 흔히 무전공, 광역선발, 자유전공학부, 자율전공학부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곳이다. 자유전공은 경영, 경제, 행정 계열 학과 다음에 위치하다 지난해 2위로 올라서며 인기 학과로 급부상했다. 특히 서울대 내에서 순위 상승이 눈에 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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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글이 통신
면접 핵심은 지식 아닌 나의 태도 보여주는 것
최근 영상·영화 관련 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들의 면접 준비를 도와줬습니다. 보통 수험생들은 지원하는 학과와 전공에 대해 자기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입시 면접에서 면접관들이 알고자 하는 것은 수험생의 전공 분야 지식만은 아닙니다. 따라서 내가 이 분야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느냐보다는 나는 어떤 사람이고, 이 분야를 전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중심에 두고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영상·영화 관련 전공을 지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면접 준비 방법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첫째,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진로를 구체화해 보세요. 단순히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식이 아니라 매체를 넘나드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는 식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각 학과와 나를 연결해 봅니다. 예를 들어 영상학과에서는 다양한 영상 매체를 탐구하며 그 목표에 다가갈 수 있고, 영화학과에서는 서사 구조를 깊이 있게 배워 여러 매체에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명확할수록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서 면접을 보든 일관성 있게 답할 수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줄 수 있습니다. 면접의 핵심은 내가 가진 지식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과 나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둘째, 해당 학과에 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나만의 키워드를 만들어 보세요. 대학별로 면접 예상 질문지를 만들어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여러 형태로 준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비효율적입니다. 대학마다 요구하는 인재상에 맞춰 키워드를 차별화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영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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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글이 통신
마지막 3일, 침착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해요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일 남았습니다. 수험생 여러분에겐 오지 않을 것 같은 날이 오고 만 느낌일 것입니다. 더 이상의 연습 없이 실전을 앞둔 지금,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우선 수능 시간표와 똑같은 상황에서 모의고사를 연습해봐야 합니다. 저는 수능 2~3주 전부터 그렇게 했는데요, 국어·수학·영어·탐구·한국사·제2외국어까지 매 순간 실전이라 생각하며 문제를 풀다 보면 실제 수능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만약 시간이 부족했다면 어느 부분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는지 이유를 분석해 다음 날 연습에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연습으로만 끝나서는 안 됩니다. 시험 결과와 등급을 산출해보고 틀린 문제는 오답 이유를 정확히 분석해야 합니다. 시간 안에 풀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다시 한번 천천히 풀어보고 키포인트를 체크해야 합니다.차분하고 안정된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의고사나 사설 시험을 치르다 보면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기분이 다운될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지나친 감정 소모는 독이 될 뿐입니다. 빨리 털고 일어나 오답을 분석하고 다음에 비슷한 문제가 나오면 틀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끝내면 됩니다. 한번 절망적인 기분에 휩싸이면 무기력함이 시험 당일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침착함을 잃지 말고 안정된 정신 자세로 실전에 임해야 합니다.마지막으로 자신이 목표로 한 대학을 바라보며 의지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수능이 임박하면 ‘막판 스퍼트’를 한다며 무리하게 공부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역효과를 낳기 쉽습니다. 목표로 정한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