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종교를 단순히 종교인이 아닌 학자의 시각에서 탐구한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인류학, 심리학, 철학, 생태학 등과 연계해 학제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종교를 학문으로 탐구하는 기독교학과
기독교학이라고 하면 생소하게 느끼는 수험생이 많을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기독교학이라는 학문에 익숙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간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독교학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기독교학은 신앙인이 아닌 학자의 시각에서 기독교라는 종교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기독교의 탄생과 기독교가 인류 사회에 자리 잡아온 과정을 특정 종교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학문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철학, 사학, 생태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과 연계해 기독교를 연구합니다.

기독교학과의 전공과목으로는 ‘기독교 신학과 현대 사상’, ‘성서 희랍어’, ‘인간관계와 자아 발달’ 등이 있습니다. 이런 과목을 들으며 저는 포스트휴머니즘과 생태 신학을 연결해 신과 세계를 공부하기도 했고, 신약성서의 원어인 고대 그리스어를 익혀 성서 원문을 읽으며 고대 서양 사상과 문화를 탐구해보기도 했습니다. 또 발달 심리와 인간관계 이론을 통해 하느님과 나, 그리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고 내면적으로 성숙해지는 경험도 해봤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저는 철학과 미학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윤리와 사상, 생활과 윤리 등의 과목을 열심히 공부했고, 관련 서적도 찾아 읽었습니다. 이런 관심이 자연스럽게 종교학이라는 분야까지 이어졌습니다.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해온 종교를 단순히 종교인이 아닌 학자의 시각에서 탐구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인류학, 심리학, 철학, 생태학 등과 연계해 학제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져 기독교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기독교학을 공부하려면 가톨릭이나 개신교 신자여야 하느냐는 궁금증을 가진 학생도 많을 것입니다. 제가 재학 중인 이화여대 기독교학과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답하겠습니다. 물론 가톨릭이나 개신교 신자라면 구약·신약성서를 비롯해 기독교에 관한 기초 지식을 갖고 있어 수월하게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자가 아니더라도 전공에 애정을 느낀다면 수업을 듣고 교수님과 소통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메울 수 있습니다.

기독교학과 졸업생은 기독교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분야로도 많이 진출합니다. 학과 행사에서 비정부기구(NGO), 증권사, 방송사, 법조계, 문화예술계 등에서 일하며 기독교의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선배들을 만났습니다. 대입 전 마지막 방학인 이번 여름방학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공부는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송지은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23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