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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징전비후 (懲前毖後)

    ▶한자풀이懲: 징계할 징前: 앞 전毖: 삼갈 비後: 뒤 후지난 날을 징계하여 뒷날을 삼가다이전 잘못을 교훈 삼아 앞날을 조심하다          - <시경><시경(詩經)>은 공자가 춘추시대 민요를 중심으로 엮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이다. <시경> 주송 편에 실린 ‘소비(小毖)’라는 시는 “내 지난 일을 징계하여 후환을 삼가리라(予其懲而毖後患)”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이는 주나라 성왕의 고사에서 비롯한 말이다.성왕은 주나라 무왕(武王)의 아들로, 무왕을 이어 즉위했을 때 아직 나이가 어렸으므로 숙부인 주공(周公)이 섭정을 했다. 주공의 형제인 관숙과 채숙은 주왕(紂王)의 아들인 무경(武庚)과 결탁해 주공이 왕위를 찬탈하려 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어린 성왕이 차츰 그 말을 믿어 주공을 의심하게 되었으므로, 주공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성왕의 곁을 떠났다. 주공이 사라지자 관숙과 채숙은 물 만난 고기처럼 반란을 꾀했다.성왕은 그제야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고 급히 주공을 불러들였다. 주공이 돌아와 반란을 진압하고 관숙과 채숙 등을 징벌했으며, 다시 섭정하다가 성왕이 장성하자 물러났다. 나중에 성왕은 이 일을 깊이 반성하며 여러 신하 앞에서 말했다.“내 지난일을 징계해 후환을 삼가리라(懲前毖後).”여기서 유래한 징전비후(懲前毖後)는 지난날의 과오를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을 이른다. 조선 시대 재상 류성룡(柳成龍)은 임진왜란을 겪고 나서 후세에 끔찍한 전화(戰禍)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기 위해 <징비록(懲毖錄)>을 지었는데, 이 고사에서 제목을 따온 것

  • 대학 생글이 통신

    예비 고3을 위한 '마음 다스리는 법'

    2025학년도 수능이 진행된 2024년 11월 14일 목요일. 올해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들 다음으로 이날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을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현재 고등학교 2학년, 내년에 고3이 되는 학생들이죠. 그날 이후 고2 여러분은 이제부터 고3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벌써 불안감이 밀려오며 마음을 다잡기 어려워하는 학생이 적지 않겠지요. 두 해 전 비슷한 시간을 보낸 입장에서 돌아보면 불안감 자체는 그리 나쁜 것이 아니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다만 그 불안감을 어떻게 다스릴지가 중요합니다.제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일상생활의 작은 부분에서 행복을 찾으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던 기억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어느 날 불현듯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혼자 걷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수험생으로서 느끼는 당연한 압박감이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돌이켜보면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내 모습에 도달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크게 느껴질 때 그런 불안감이 덮쳐왔습니다.마음이 흔들릴 때면 저는 플래너 한편에 좋아하는 격언을 적어두고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망하는 대학에 진학한 나’, ‘오래도록 꿈꿔온 일을 하면서 살아갈 나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 노력했습니다.그래도 불안할 때는 창문을 열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내가 왜 불안을 느끼고 있는지 자신에게 질문해보곤 했습니다. 야간 자습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가족들과 대화하는 것도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저에게 도움이 된 방법이 다른 사

  • 영어 이야기

    잘 안되는 사업에서 발을 빼다 'pull the plug'

    Ananti that operates multiple hotels, resorts and golf courses across the country rebranded Ananti Hilton Busan as Ananti At Busan Cove in January.The South Korean hospitality company announced it has ended its six-year-long partnership with Hilton by removing the global hotel giant’s nameplate from its luxury seaside hotel in Busan. It opened in 2017 as Hilton Busan.Even without the Hilton brand and operation system, Ananti expects its hotel in Busan to thrive under its independent booking and membership systems.To lure even more guests from abroad, Ananti will introduce a new hotel website that is supported in multiple languages including English, Japanese and Chinese.It once operated The Ananti Kumgang Mountain but pulled the plug on the golf resort in North Korea in April 2022 amid a lagging recovery in inter-Korean relations.호텔·리조트·골프장을 운영하는 아난티는 올 1월 ‘아난티힐튼부산’을 ‘아난티앳부산코브’로 바꿨다.우리나라 호텔 기업인 아난티는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과 6년간 이어온 협업을 종료하면서 부산 해변가에 위치한 럭셔리 호텔 ‘아난티힐튼부산’에서 힐튼을 뺐다고 발표했다. 이 호텔은 2017년 ‘힐튼부산’으로 문을 열었다.힐튼이라는 간판과 운영 시스템 없이도 독자적 예약과 회원 관리 시스템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아난티는 믿고 있다.아난티는 더 많은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새로운 홈페이지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포함한 외국어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아난티는 한때 북한에서 ‘아난티 금강산’이라는 이름으로 골프장을 운영했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됨에 따라 2022년 4월 운영을 중단했다.해설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아난티힐튼부산은 2017년에 개관한 이후 6년여간 부산을 대표하는 럭셔리

  • 대입 전략

    의대 수시 정원 1658명 중 1645명이 추가합격자, 올 추가합격 사상최대 전망…"대학 결정기준 명확히"

    지난 11월 14일 수능시험이 시행되었고, 이제 수능 채점 결과가 나오면 모든 대학은 12월 13일까지 최초 합격자를 발표한다. 수시 6회 지원을 한 수험생들은 최대 6곳의 대학에 중복 합격이 가능하지만 단 한 곳의 대학만 결정하고 등록해야 한다. 등록 기간은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다. 수시에서 단 한 곳도 합격하지 못한 학생은 지원한 대학별로 합격자 예비 번호를 받았거나 번호가 없더라도 대학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와 추가 합격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중복 합격한 학생들은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어느 대학을 최종 선택하느냐가 큰 고민이고, 불합격한 학생들은 본인이 지원한 대학 학과에서 타 대학 중복 합격이 많이 나와 등록을 포기한 학생이 많이 나오길 간절히 바라는 기간이다.12월 18일 수시 1차 등록 마감 이후 각 대학은 미등록 학과에 대해 추가 합격을 발표,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최종 등록 마감 27일 임박해서는 전화를 통한 합격자 통보도 동시에 진행한다. 추가 합격을 기다리는 수험생에게는 가장 초조한 시간이고, 전화 합격자 통보에 대비해 매시간 전화기를 놓을 수도 없는 긴박한 상황이다. 정시도 3회 지원 기회가 있기 때문에 수시와 같은 패턴으로 진행한다.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이슈가 된 의대 모집정원 확대는 이러한 수시·정시 중복 합격을 통한 추가 합격 상황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변수다.의대 모집 정원 확대가 없었던 2024학년도에 전국에서 수시 의대 합격생은 최초 1658명이었고, 이 중 대부분은 중복 합격으로 타 대학으로 빠져나갔다. 대부분 의대에서 그보다 상위권 의대로 옮겨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빠져나간 인원들의 빈자리가 1645명이었고, 이 자리를 예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시범 보이다'가 사전에 오른 까닭

    글쓰기에서 구(句) 형태의 중복 표현은 수없이 많다. 이들은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냥 두면 글이 허술해 보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글쓰기에서 저지르기 쉬운 구 차원의 겹말 표현을 몇 개 더 살펴보면, ‘해결이 어려운 난제→해결이 어려운 문제(과제), 미리 예상하다→예상하다, 지나간 과거→과거, 판이하게 다르다→판이하다, 회의를 품다→회의하다, 심도 깊은→심도 있는→깊이 있는, 일찍이 조실부모하고→조실부모하고(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등 수없이 많다. ‘시범하다’는 어색해 잘 쓰지 않아이런 것들은 대개 조금만 살펴봐도 표현이 중복됐음을 눈치챌 수 있다. ‘간결함’을 지향하는 언론 기사 문장에서는 겹말 표현을 피하는 게 좋다. 하지만 모든 언어에서 중복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허용된다. 이를 너무 배타적으로만 본다면 오히려 어색한 표현에 빠지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국어사전에서 여러 중복 표현을 용례로 올린 것은 그런 까닭이다.예컨대 ‘허송세월을 보내다’를 비롯해 ‘시범을 보이다’ ‘범행을 저지르다’ ‘부상을 당하다’ ‘피해를 입다’ 같은 게 모두 허용된 겹말식 표현이다. ‘시범(示範)’이 ‘모범을 보임’이란 뜻이다. 그렇다고 ‘시범을 보이다’가 중복이라 해서 ‘시범하다’라고 하면 어색하다. ‘범행’은 ‘죄를 저지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범행을 저지르다’란 용례가 올라 있다. ‘범행’을 동사로 쓸 때 ‘-하다’ 접미사를 붙여 ‘범행하다’라고 하면 되지만 이 말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 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기능론 vs 갈등론…사회 보는 관점 따라 갈려

    차별과 갈등은 사회현상의 한 종류입니다. 이러한 사회문화 현상을 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사회를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는 관점이 존재합니다. 이를 기능론이라고 하지요. 유기체(생명체)의 내부에 있는 모든 요소는 기능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데, 사회를 이와 같다고 생각하는 관점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의 다양한 부분이 사회 전체의 존속과 통합을 위해 상호 연관되어 있으므로, 각 부분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사회 안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사회에서 차별과 갈등 같은 사회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사회 구성 요소가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생긴 병리적 현상이겠죠? 따라서 사회의 정상적 복원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이는 사회 질서와 조화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지만 기득권층의 논리로 이용될 우려가 있습니다.한편 다른 관점으로는 갈등론이 있습니다. 갈등론에서는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가 아니라 두 집단의 갈등과 대립으로 이해합니다. 지배 집단은 자기 권력을 유지하려 하나 피지배 집단은 이에 도전하므로 갈등과 대립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갈등론에서 갈등은 비정상이 아니라 모든 사회에서 나타나는 본질적이며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또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변화하고 발전한다고 이해합니다. 갈등론은 지배와 피지배의 구도를 이해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현실의 협력이나 조화, 안정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문제를 풀어보세요. 아래의 각 관점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맞춰보세요. 두 제시문은 같은 사건에 대한 두 신문사의 보

  • 대학 생글이 통신

    고교 시절의 작은 경험도 미래엔 큰 자산

    수능을 치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지금쯤 정시 지원을 준비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각을 좀 달리하면 수험 생활 내내 맛볼 수 없었던 약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단지 대학입시라는 좁은 틀을 넘어 보다 넓은 시각에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볼 기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저는 고등학생 시절 탄소중립을 주제로 한 캠페인 영상을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큰마음 먹고 공들여 제작한 영상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해 아쉬움이 크게 남았어요.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지도 못했고요. 저 자신도 그저 한때의 작은 시도였다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얼마 전 이 영상이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았습니다. 지금 쌓아가는 작은 경험, 작은 시도 하나하나가 모두 미래의 자산으로 남는다는 사실입니다. 당장은 눈에 띄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유의미한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죠.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와 영상 제작에 관심이 있었고, 대학 전공도 관련 분야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뒤로도 전공을 잘 선택한 것인지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요. 고등학생 때 힘들게 영상을 제작한 경험을 떠올리며 제 진로에 확신을 가졌습니다.지금 여러분에게는 무엇보다 정시 지원 전략을 잘 세워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는 일이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이 아니면 해보기 힘든 경험과 이야기를 채워가는 시기로도 활용해 봤으면 합니다. 작은 경험이 의외의 성과로 돌아올 수도, 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