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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폭싹 속았수다'에 담긴 문법들
지난 3월 선보인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며 연일 화제다. 드라마 주요 무대인 제주와, 제목으로 쓰인 제주 방언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가 표준어를 쓰는 이들에겐 ‘완전히 속았네요’쯤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제주 방언에서 ‘폭싹’은 ‘매우, 몹시’란 뜻이다. ‘속았수다’의 기본형인 ‘속다’는 ‘수고하다’라는 의미다. 어미처럼 쓰인 ‘-수다’는 표준어 ‘-어요’에 해당한다. 이 말은 함남 지방 사투리로도 많이 알려졌다. 그러니 드라마 제목 ‘폭싹 속았수다’는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정도의 뜻이다. ‘ㄱ, ㅂ’ 받침 뒤에선 된소리로 적지 않아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폭싹’이란 표현이다. 우리말의 소리 적기, 그중에서도 된소리 적기에 관한 것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안 나오고,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는 ‘폭삭’의 비표준어로 나온다.그런데 표준어 ‘폭삭’을 우리는 “폭삭 망했다” “폭삭 늙었다” 식으로 어떤 상태가 아주 심한 것을 나타내는 말로 쓴다. 이는 ‘보통보다 훨씬 더, 더할 수 없이 심하게’란 뜻을 담은 ‘매우, 몹시, 아주’ 같은 부사와 의미 자질이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시중에서는 이 드라마의 제목에 쓰인 ‘폭싹’을 ‘폭삭’으로 바꿔 쓰는 경향이 있다.물론 표준어에선 ‘폭삭’만이 바른 표기다. ‘폭싹’은 허용되지 않는다. 여기에는 한글맞춤법의 된소리 표기 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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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전략
수도권 의대엔 고3, 지방 의대엔 N수생 합격 많아…올해 정원 축소해도 합격선 크게 안 오를 가능성
2025학년도 서울대 의대 합격생 중 고3 학생 비중이 전체 합격생의 75.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실 등에서 각 대학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근거한 수치다. 2025학년도에 의대 모집 정원이 확대되어 고3 학생 비중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고3 때 철저히 준비해서 진학해야 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재수해서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기는 어렵다.2025학년도 울산대 의대도 고3 학생 비중이 전체 합격생의 62.7%였고, 연세대는 60.0%, 한양대 58.0%, 성균관대 54.5%였다. 이 외 고3 학생 비중이 높은 학교는 순천향대 64.2%, 강원대 57.1%, 전남대 57.0% 순이다. 고3 학생 합격 비중이 50%가 넘어가는 대학은 전국 39개 대학 중 8개 대학이었다. 8개 대학 중에서는 서울대, 울산대, 연세대, 성균관대로 가톨릭대를 제외한 4개 대학이 이른바 TOP 5 대학이었다. 가톨릭대는 고3 학생의 비중이 44.8%였다.반면 영남대 의대는 고3 학생 비중이 20.4%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다음으로 건국대(글로컬)가 22.0%, 전북대 22.2%, 연세대(미래) 22.6%, 을지대 24.1%, 충북대 24.6%, 건양대 24.8%, 인제대 25.0%, 부산대 25.2%로 이들 대학은 고3보다 N수생 합격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2025학년도 지역별 의대 고3 합격자 비중은 서울권 8곳 51.5%였고, 경인권 4곳 44.4%, 지방권 27곳 37.3%였다. 2024학년도에는 서울권 의대가 고3 학생 비중이 51.2%, 경인권은 57.8%, 지방권 40.2%로 나타났다.현재 최근 2개년도 추세로 볼 때, 서울권 의대 진학은 고3 학생이, 지방권은 재수생 이상이 합격에 유리한 구도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서울·경인권은 의대에 수시 지원 가능한 상위권 학생 자체가 많아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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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길잡이 기타
소수 기반 RSA 해독…사막서 바늘찾기 만큼 어렵죠
“암호 편지 한 장이 한 나라의 여왕을 단두대로 이끌었다면, 우리는 암호를 단지 숫자의 장난으로 볼 수 있을까?”1586년,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는 옥중에서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는 치밀하게 암호화된 기호와 문자로 이루어진 정치적 음모의 기록이었다. 여왕은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1세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동료들과 공유했고, 그 내용을 철저히 숨겼다. 그러나 영국의 정보국이 암호문을 가로챘고, 토머스 펠리페스라는 수학자이자 암호 해독가는 그 안의 규칙을 해석해냈다. 그날 단두대에 오른 것은 여왕 한 사람의 운명만이 아니었다. 암호가 역사의 흐름과 권력의 균형을 바꾼 순간이었다.메리 스튜어트가 사용한 암호는 단순한 단일 치환 암호였다. 알파벳을 일정한 기호나 다른 문자로 바꾸는 방식으로, 당시로서는 강력한 보안 기술이었다. 예를 들어 A는 △, B는 □, C는 ☆ 등으로 바뀌고, 특정 단어들은 전체 기호 하나로 요약되기도 했다. ‘Queen(여왕)’은 하나의 상징 기호로, ‘Death(죽음)’는 약어처럼 표현했다.하지만 이 암호는 결국 문자의 등장 빈도와 반복 주기를 분석하는 수학적 방식에 의해 해독되었다. 펠리페스는 편지 전체에서 반복되는 기호를 세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기호가 영어의 ‘E’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리고 그 주기를 파악해 특정 간격마다 나타나는 기호의 구조를 분석했고, 그 주기 길이가 소수(예: 7)일 때 해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소수 간격에서 나타나는 반복은 암호문의 패턴을 읽어내는 결정적 열쇠가 되었다.이런 방식은 훗날 더 정교한 암호 체계로 발전했다. 특히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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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의 수리 논술 강의노트
공통범위에서 논술 출제…논리적 서술 과정 중요
경기대는 지난해에 처음 수리논술을 실시했고, 서울여대는 자연계열의 경우 올해부터 기존의 과학논술을 수리논술로 출제한다. 따라서 덕성여대를 포함해 위 3개의 대학은 미적분을 제외한 수학 공통 범위 (수학,수학Ⅰ,수학Ⅱ)에서 논술을 출제하는 대표적 중위권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미적분이 빠진 만큼 문제의 난이도는 평이한 편이지만, 약술형 논술이 아닌 일반 수리논술 전형이므로 답안의 논리적 서술 과정이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난이도와 유형이 유사하므로 이들 대학의 기출문항 및 예시 논제를 바탕으로 답안 작성을 꼼꼼히 연습할 것을 적극 권한다. ◆ 경기대·서울여대·덕성여대 ◆ 수리논술 대비 포인트 1. 문제의 난이도가 비교적 평이하고 수능과의 연계성이 높아 수능 및 EBS 연계 교재와 연동하여 대비 가능.2. 약술형 논술이 아닌 일반 수리논술 전형이므로 꼼꼼하고 논리적인 답안 서술과정 훈련이 필수적으로 요구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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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招搖過市 (초요과시)
▶한자풀이招: 부를 초 搖: 흔들릴 요 過: 지날 과 市: 저자 시요란스럽게 저잣거리를 지나가다허풍을 떨며 자신을 드러냄을 비유-<사기(史記)>공자가 위나라에 가서 거백옥의 집에 머물 때였다. 위나라 군주 영공(靈公)의 부인인 남자(南子)가 사람을 보내 뵙기를 청했다. 공자는 처음에는 사양했으나, 남자가 거듭 사람을 보내 요청하자 마지못해 만나러 갔다. 남자는 휘장을 드리우고 공자를 만났는데, 패옥(佩玉)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다. 겉치레를 과시하는 이러한 행동은 공자가 중시하는 예(禮)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공자는 제자 자로에게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지 않았으나, 기왕에 만났으니 예로써 대해주었다”라고 말했다. 예가 없는 사람에게 예로 대한 것을 마뜩잖게 생각하는 자로에게 공자는 “내가 잘못이라면 하늘이 나를 미워할 것이다”라고 했다.위나라에 머문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에 영공과 부인 남자는 함께 수레를 타고 행차했다. 그런데 환관인 옹거는 수레에 함께 태우고, 공자에게는 뒤 수레를 타고 따라오게 하면서 요란스레 저잣거리를 지나갔다. 공자는 이를 두고 “나는 덕(德)을 좋아하기를 색(色)을 좋아하는 것과 같이하는 자를 보지 못하였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영공이 자신을 그와 같이 대하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고 위나라를 떠나 조(曹)나라로 갔다.<사기(史記)>의 공자세가(孔子世家) 편에 나오는 고사다. 여기에서 유래한 초요과시(招搖過市)는 남의 이목을 끌기 위해 요란스럽게 행차하고 저잣거리를 지나간다는 뜻으로, 허풍을 떨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실속 없이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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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글이 통신
대학 생활에서 배우는 진짜 공부는…
흔히들 대학에 가서 전공 수업을 듣고 졸업하면 전문 지식을 자연스럽게 갖출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에 와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학부생 수준의 수업만으로는 해당 분야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교수님 중에서는 강의보다 연구에 매진하는 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전공 관련 서적을 따로 찾아 읽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바로 이 점이 대학 공부와 중고등학교 공부의 차이점일 것입니다. 대학 공부는 단순히 암기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교수님이 가르쳐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공부뿐이 아닙니다. 대외 활동이나 동아리·봉사활동 등 학교 공부 이외 다양한 경험 또한 스스로 찾아 나서지 않으면 그 누구도 그냥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 홈페이지나 공식 SNS 계정, 수강 편람 등을 자주 확인하며 교환학생 자격 요건이나 전공 관련 정보를 찾아봅니다.대학 신입생이던 작년을 돌아보면 1학기 학점 관리에 소홀했고, 복수전공에 대해서도 고민조차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혹시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복수전공 제도를 통해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학교마다 기준이 다르니 미리 알아두는 것을 추천합니다.저는 1학년 때부터 영어 과외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하고 있고, 음식점 아르바이트 경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초등학교 원어민 교사와 학부모 간 상담 통역 실습에도 참여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수업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실질적 배움을 줍니다. 저는 대학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이 다양한 활동과 실패를 경험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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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글이 통신
탐구활동의 두 축, 독창성과 합리성
고등학교 생활에서 탐구활동은 문제 해결 능력과 자기 주도적 탐구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탐구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독창성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탐구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수립해나가는 일입니다. 따라서 독창적 아이디어와 접근 방식이 필요합니다.나만의 고유한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기존의 연구나 해결책과는 차별화한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탐구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탐구활동은 생활기록부를 보다 풍부하게 채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탐구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연구 결과를 얻는다면, 생활기록부에 아주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길 수 있게 됩니다.이때 주의할 점은 독창성을 강조한 나머지 탐구 내용이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탐구활동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므로 이런 태도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탐구활동에 편향된 의견이나 관점이 반영되면 과도하게 주관적이거나 비논리적인 결론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탐구 과정에서는 독창성을 발휘하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탐구활동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일정한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그런 기준이 없다면 탐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변수를 제대로 분석하거나 통제할 수 없습니다. 단, 주관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해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실험을 거쳐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론을 검증하거나 객관적인 조사 자료를 비교해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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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고급 맞춤옷, 럭셔리 패션 'haute couture'
Until recently, it was not unusual to see people waiting in a long line in front of foreign haute couture brands’ stores early in the morning in South Korea, but that is not an ordinary scene anymore in a country where a taste for luxury was long seen as an appetite that would die hard.Koreans’ credit card transactions of goods of upscale fashion brands under French multinational luxury group Kering were estimated at 38.1 billion won in February, down 10.3% from the same month last year.The total sales amount of Gucci, Balenciaga, Bottega Veneta, Brioni and Boucheron marks the lowest monthly sales of Kering brands in Korea since 2018.Monthly card transactions of 17 LVMH brands, including Louis Vuitton and Givenchy, also fell 4.2% to 146 billion won over the same period.Card transactions of Dior, Burberry and Chanel goods retreated 24.8%, 22.4% and 8.4% year over year, respectively.최근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외국 명품 브랜드 매장 앞에 이른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흔한 일이었지만, 더 이상 그런 장면이 일상적이지 않다. 오랫동안 명품에 대한 욕구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나라에서 말이다.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 산하 브랜드인 구찌·발렌시아가·보테가 베네타·브리오니·부쉐론 제품의 지난 2월 국내 신용카드 매출액은 약 38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이후 케링 산하 브랜드의 국내 총 월간 매출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루이 비통, 지방시 등 17개 브랜드를 보유한 LVMH 그룹의 카드 매출도 같은 기간 1460억 원으로 4.2% 감소했다.이 외에도 디올, 버버리, 샤넬 카드 매출은 각각 24.8%, 22.4%, 8.4% 감소했다. 해설 한국은 세계 주요 명품 시장 중 하나입니다. 한때 부유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