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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 기타

    영웅 vs 집단지성…경쟁·협력하며 시대 이끌었다

    서구 문학의 첫 장을 연 작품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다. ‘트로이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전쟁을 배경으로 영웅 아킬레스의 분노를 다룬 <일리아스>와 오디세우스의 10년 모험담을 다룬 <오디세이아>는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로 재생산되면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이 두 작품의 저자는 일반적으로 ‘호메로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시인으로 전해진다. 전설 속에서 키오스섬 출신이라고도 하고, 스미르나·콜로폰·살라미스·로도스·아르고스·아테네 같은 도시도 연고권을 주장하는 이 시인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이름부터 ‘보다’라는 뜻을 지닌 고대 그리스어 ‘호로스’와 부정을 뜻하는 ‘메’가 합쳐져 ‘눈먼 사람’을 뜻하는 호메로스로 불리는 게 심상치 않아 보인다.많은 사람이 궁금해했다. 호메로스라는 시인은 과연 실존 인물이었을까. 정말로 존재한 사람이라면 단 한 명일까, 아니면 여러 시인의 개별 작품을 호메로스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모은 것일까.이런 궁금증은 오래전부터 학문적 논란으로 이어졌다. 호메로스의 작품에서 어디까지가 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를 모아놓은 전통의 산물인지, 어디부터 개인의 창작물인지에 대해서도 학자마다 의견이 갈렸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창작자가 같은 사람인지를 두고서도 서로 다른 견해가 쏟아졌다.19세기 이래 고전학자들은 이런 논쟁점들을 두고 ‘호메로스 문제(Homerische Frage)’라고 불렀다. 학자들은 크게 ‘분석론자(analysts)’와 ‘단일론자(unitarians)’라는 2개 진영으로 나뉘었다.분석론은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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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산업 90% 장악…재산만 美 GDP의 1% 넘어

    게오르그 짐멜이 쓴 <돈의 철학>은 각주가 하나도 없는 독특한 학술서다. 1000페이지가 넘는 그 책을 각주 없이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고전 중의 고전인데,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돈을 가치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짐멜은 경제적 가치에서 돈을 “최상의 구현체이자 가장 순수한 표현”이라고 했다. 돈의 속성을 말한 것이 아니다. 형태의 이로움이다. 중세 장원의 영주에게 밀이나 소와 같은 현물을 바치려면 농민은 필요한 품목을 정확히 계산해서 생산하거나 불편을 감수하며 물물교환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의무가 금전적 형태가 되면서 농민은 자신의 경제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짐멜은 이를 예시로 들면서 화폐가 개인의 자유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좁은 개념의 자유다.우리가 영원히 부자가 되기 힘든 이유짐멜에 동의하면서 나는 그 자유가 협소가 아닌 ‘진짜 자유’라는 의견을 보태고 싶다. 돈은 그 사람이 가진 자유의 총량을 계량화한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자유,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있는 자유다. 마음 내키면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사막에 세워진 초대형 공연장 스피어를 구경할 수도 있고, 유럽 일주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도 있는 자유다. 물론 돈이 곧 행복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부자를 부러워한다. 그러면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어야 부자일까.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고객을 상대로 국내 한 은행이 설문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자산 규모는 109억 원이었다. 그럼 부자가 아닌 사람들의 기준은 어느 정도일까. 재미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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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수송로 장악한 로스차일드, 노벨家 밀어내다

    “나는 연필입니다”로 시작하는 에세이가 있다. 평범한 나무 연필을 의인화해서 탄생의 비밀을 털어놓는데, 읽고 나면 책상 위 굴러다니는 연필이 달리 보인다. 연필은 자기가 태어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지만 극소수를 제외하면 자기가 만드는 게 연필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행위를 지시하고 통제하는 관리자가 없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느냐며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먼저 캘리포니아주 북부에 세로 나뭇결의 삼나무를 심고, 잘 자란 나무를 베어 통나무 상태로 철도를 이용해 제재소로 운반한 다음 제재소에서 연필 두께의 막대기를 만든다. 한편 동인도제도에서는 흑연을 캐 연필심을 만들고 펑지씨유(油)를 추출하여 지우개를 만든다. 이러한 공정을 통해 한 자루의 연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서정주의 시구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를 패러디하면 “연필 한 자루를 만들기 위해 오래전부터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그렇게 연결되었나 보다”쯤 되겠다.‘시장경제’라 불리는 봉사경제주목하고 싶은 것은 이 과정에 참여한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그 누구도 지구 어딘가에서 그 연필을 깎아 글을 쓸 어린아이의 고사리손을 위해 작업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일을 했다. 자신은 이익을 취하고, 사용자인 다른 사람은 편익을 취하는 이 시스템을 ‘봉사 경제’라고 부른다(봉사 경제의 다른 말이자 가장 잘 알려진 명칭이 시장경제). 애덤 스미스의 유명한 경구가 있다. “우리가 맛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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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2년 美, 유가 낮춰 소련 '돈 줄 말리기' 전략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는 24시간 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했다. 선거 앞두고 뭔 소린들 못하겠냐마는 다들 트럼프 특유의 허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언어는 과격할지는 몰라도 무책임하지는 않다. 24시간은 그냥 상징이다. 짧은 시간 안에 끝내겠다는 표현을 드라마틱하게 한 것뿐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화상 연설에서 종전 작업 개시를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는 준비가 됐고 러시아에 물어볼 차례라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제유가를 낮추자는 제안을 했다. 이는 자원 수출로 먹고사는 러시아에 치명적인 압박이다. 유가가 떨어지면 재정이 마르고 전쟁 비용 고갈이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 협상장에 안 나올 수가 없다. 국가를 지탱하는 기반이 반대로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예전에도 미국은 석유로 러시아를 압박한 적이 있다. 냉전(cold war) 말기 때 이야기다. 스타워즈와 서울올림픽, 소련 붕괴의 원인?보통 소련 붕괴의 가장 큰 요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사회주의 집단주의적 경제 시스템의 부패로 인한 내부 취약성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이다. 전자는 약간 미국의 프로파간다에 가깝다. 후자는 그보다는 훨씬 객관적인데, 레이건 행정부는 우주를 군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이른바 ‘스타워즈’ 프로젝트에 소련이 보조를 맞추도록 유도했으며 과잉 지출 끝에 소련을 재정적으로 파산하게 했다. 개인적으로 하나 더 추가하고 싶은 게 88 서울 올림픽이다. 올림픽에 참가한 동구권 사회주의 세력은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전까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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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재 살 돈으로 석유공장 매입…장남의 '神의 한수'

    스웨덴의 위대한 발명가 임마누엘 노벨이 러시아로 이주한 게 1837년이다. 화학제품 공장을 설립한 그는 크림전쟁(1853~1856) 당시 지뢰와 수중 기뢰를 러시아 군부에 납품했는데 파병을 위해서는 죽으나 사나 바다를 건너야 하는 영국군에게 이보다 위협적인 무기는 없었다. 상대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은 수요가 엄청나다는 의미이기에 임마누엘은 돈방석에 앉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쟁에서 패한 러시아 정부는 잔금 지불을 잊었고, 영국·프랑스 등 연합군에게도 미운털이 박혀 노벨은 파산하고 만다. 이에 공장은 채권자들의 손에 넘어갔는데, 문제는 생산품이 워낙 전문 영역이다 보니 이를 돌릴 사람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세 아들 로베르트·루드비그·알프레드가 자신들의 인건비와 수익으로 채무를 변제하는 방식으로 공장을 운영했고, 덕분에 형제들은 일하면서 자신들의 연구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먼저 대박을 터뜨린 건 둘째 루드비그다. 그는 일명 ‘노벨 수레’를 발명했는데 지면이 고르지 못한 러시아 도로에 안성맞춤인 제품이었다. 셋째 알프레드는 니트로글리세린에서 힌트를 얻어 다이너마이트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가문의 막내인 에밀이 알프레드의 공장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동생의 그늘 벗어나려 한 형의 돌발 행동수레에 이어 러시아 정부에 소총을 납품하는 대규모 계약을 따낸 루드비그는 소총 개머리판에 필요한 나무를 조달하기 위해 형 로베르트를 캅카스 남쪽 지역으로 파견한다(발명은 물론 경영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인 루드비그와 달리 이렇다 할 재능이 없던 맏형 로베르트는 동생 밑에서 일하는 처지였다). 1873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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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세기 대기근 때 240만명 '아사'…노비제도 몰락

    기근(飢饉)의 사전적 정의는 절대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유명한 대기근으로 아일랜드 기근, 벵골 기근, 우크라이나 기근이 있고 최소 100만 명 이상의 아사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찰리 채플린 주연의 영화 ‘황금광 시대’에는 산속 외진 오두막에서 식량이 떨어진 남자 둘의 이야기가 나온다. 남자 1은 자기 구두를 삶아 먹는다.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남자 2의 눈에 남자 1이 칠면조로 보이기 시작한다. 폭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장면이지만 이게 현실이 된다고 가정해보라. 그곳이 바로 지옥이다. 대기근 2년 동안 지옥 같은 일들이 무수히 벌어졌다. 대기근은 전쟁보다 더 큰 재앙우리에게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조선 후기 대표적 기근인 경신대기근(1670~1671, 현종 11~12년)과 을병대기근(1695~1696, 숙종 21~22년)이다. 소(小)빙하기가 주요 원인으로 전 세계가 다 같이 고통받았지만 한반도만큼 끔찍한 곳은 없었다. 경신대기근 때는 최소 100만 명, 을병대기근 때는 141만 명이 굶어 죽었다. 보통 조선 국가 체제 몰락의 단초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양란을 꼽지만, 재앙의 강도로 치면 이 두 기근을 따라가지 못한다. 아사(餓死)라고 하면 흔히 중산층 이하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 두 기근 때는 고위 관료까지 굶어 죽었다. 임금을 지키는 호위무사도 쓰러졌고 왕실 피붙이도 죽었다. 기근은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기근 전까지 조선 사대부는 부를 축적하려는 이기심과 싸워 이겼다. 그러나 두 번에 걸친 굶주림의 시대가 끝나자 지배계급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재산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경신대기근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쌀 생산량 기준) 2달러를 1달러로 떨어뜨린 임진왜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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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림전쟁 패배한 러, 농노해방 선포했지만…

    19세기 중반 제정러시아의 발목을 잡고 있던 것은 농노제였다. 황제도, 귀족도, 심지어 당사자인 농노도 그게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폐지하는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던 것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농노제를 폐기할 경우 러시아 전제군주제의 토대인 귀족계급이 몰락한다. 그러면 뒤이어 거대한 사회변혁이 따라올 것인데 러시아 구(舊)지배계급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미증유의 사태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정치체제를 놓고 가장 방황을 많이 한 것은 황제인 차르다. 대세는 전제군주정에서 입헌군주정으로의 이행이다. 따르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황제는 상충하는 욕구를 털어버리지 못했다. 차르가 생각하는 헌법은 ‘군주의 행동에 제약이 없는’ 이상한 헌법이었다. 바꿀 생각은 있으나 기득권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상한 심리 상태에서 알렉산드르 1세, 니콜라이 1세, 알렉산드르 3세가 정책 실행에 따른 중압감과 과다한 스트레스로 사망한다(중간의 알렉산드르 2세는 피살).인구 6700만 명 중 4000만 명이 농노농노(農奴)는 고대 로마제국에서 본격적으로 유래해 유럽 중세 봉건제까지 이어진 농업 생산양식에서 생산을 담당하던 하층민을 총칭한다. 땅에 예속되어 그 땅의 소유주인 영주에게 종속되었지만 사유재산이 인정되었으며, 다만 각종 권리의 제한으로 자유민과는 구별된다. 사유재산권 유무로 노예와 구분하기도 하지만 시대별·지역별로 경우가 다 달라(가령 사유재산을 가진 노예도 있었다) 실재하는 계급이라기보다 학술을 위한 추상적 개념이나 전근대적 농업사회의 주류 생산양식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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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중단 통보하던 날, 땅에서 기름 솟구쳤다

    젊고 가난하고 외로운 남자가 있다. 대목장에서 일하는 그는 쉬는 시간이면 벽에 비스듬히 기대 폼을 잡는 것으로 우울과 불만을 해소하는 약간 ‘중 2’적인 캐릭터다. 종마를 사기 위해 도시로 나간 농장주가 말 대신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돌아왔을 때 남자는 그만 첫눈에 여자에게 반하고 만다. 그러나 이미 유부녀에다 무일푼이기까지 한 남자에게 여자는 너무나 먼 존재다. 남자에게 호의를 가진 농장주의 누나가 사망하면서 그에게 약간의 땅을 남겨주었을 때, 남의 땅이 자기 농장 안에 있는 것이 싫었던 농장주의 고가 매입 제의를 거절했을 때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그 땅에서 홀로 시추를 시작했고 보상을 기약할 수 없는 지루한 노동 끝에 콸콸 석유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1956년에 개봉한 영화 ‘자이언트’의 스토리다. 삐딱한 청춘의 대명사 제임스 딘, 아프로디테의 강림 같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출연한 이 영화는 그러나 단지 영화일 뿐이다. 현실 세계에서 고물상 잡동사니 같은 장비로 나 홀로 시추를 해 석유를 퍼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석유가 땅에서 나온다고요?”1855년 예일대 화학 교수 실리만이 석유가 각기 다른 비등점에서 다양한 물질로 분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이어지는 질문은 두 가지였다. 다 좋은데 과연 충분한 석유가 존재하느냐, 있다면 어떻게 파낼 것이냐. 당시 사람들은 석유를 지하의 석탄층에서 떨어지는 기름방울로 인식했고, 석유를 얻는 방법은 당연히 땅을 파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리만 교수에게 연구 용역을 맡긴 투자 그룹의 리더 조지 비셀은 이미 동유럽에서 농부들이 수작업으로 땅을 파 등유 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