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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선의로 포장된 정책들…역효과 내는 이유는?

    상법 개정안과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의결 과정에서 큰 논란을 빚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수주주와 근로자의 권리를 크게 늘려주는 경제개혁 법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기업의 경영활동과 지배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개악’ 입법이라고 맞섰습니다. 상법은 기업 등의 경제적 활동을 규율하는 중요한 법률인데요, 이번엔 소수주주 권리를 키우고 최대주주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됐습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기업의 노동조합이 하청을 준 회사 측과 직접 임금협상을 벌일 수 있게 하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이라면 파업도 허용하는 등 근로자의 권리를 대폭 신장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어쨌든 법안들은 국회를 통과해 국무회의 심의까지 거쳤고, 내년 시행을 앞두게 됐습니다.이들 법 개정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내용이 많아 청소년이 관심을 갖고 이해하기엔 어렵습니다. 하지만 법 개정의 목적이 무엇이고, 왜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갈렸는지, 관련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어떤지 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여당의 설명대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근로자와 소수주주만 약자고, 기업은 항상 강자인지 되물을 수도 있습니다. 약자를 보호하는 선의(善意)만 담으면 정책은 저절로 효과를 내는지도 궁금합니다. 역사와 현실은 반대 효과를 낸 경우가 많았어요. 이런 얘기들을 4·5면에서 풀어보겠습니다.노사 상생 돕고 경영 투명성 높인다지만기업활동 위축되면 모두가 손해 아닐까?약칭 노동조합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노사관계

  • 경제 기타

    지분 적다고 최대주주의 경영권 규제하면?

    주식회사의 기본 원리에 대한 지문은 수능 출제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주주의 종류와 역할 등 기본 개념에 대한 것이 비문학 지문으로 나올 수 있죠. 헷갈리는 부분이 꽤 있는 개념인 만큼 시험 문제 내기에도 좋은 주제입니다.주식회사는 회사 지분을 여러 명이 나눠 들고 있어요. 회사의 주인이 여러 명인 셈이죠. 이는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회사 지분을 나눠주면서 생긴 일입니다. 과거 대항해시대를 떠올려볼게요. 멀리 떠나는 배는 무역에 성공하고 돌아오면 큰 부를 안겨주지만, 사건·사고로 배가 침몰하기라도 한다면 그 손해는 막심했어요. 한번 배를 보냈다가 다시는 재개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죠. 그래서 투자자를 모아요. 여러 명이 무역선 하나에 걸려 있는 위험 부담을 분산한 겁니다. 그리고 이익은 투자한 만큼 나눠 가졌죠. 그게 주식회사의 시작입니다. 동인도 주식회사가 유명했죠.여기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도 생겨나요. 어떤 투자자가 있는데, 이 사람은 배를 몰고 무역을 하는 일은 잘 알지 못해요. 그래서 무역에 밝은 한 선장을 고용하죠. 그 선장이 무역을 총괄하고, 투자자는 배에 타지 않고 돈을 대면서 위험에 따른 책임을 지는 거예요. 성공하면 선장에게 더 큰 보상을 주고 실패하더라도 선장은 최소한의 월급을 챙기죠. 현대에선 전문경영인이 이와 동일한 사례입니다.처음엔 선원 20명만 태우던 배가 있는데, 점차 규모를 키웠어요. 이번엔 100명의 선원을 태워 대형 무역을 하려고 해요. 그만큼 투자금도 많이 들겠죠. 더 많은 투자자를 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무역선에 대한 지분이 어떻게 될까요. 줄어들겠죠. 이게 주식회사의 성장입니다. 주식회

  • 경제 기타

    병원비 지원하니 환자 폭증…복지의 '코브라 효과'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과 주요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5년간 21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중 복지를 포함한 ‘기본사회’ 예산이 57조원으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재원 조달 방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복지정책에는 재정 부담을 따지기 전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복지정책 자체의 속성으로 돈은 돈대로 쓰면서 의도한 목적은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집에서 뱀을 키운 이유복지정책에 내장된 첫 번째 문제점은 ‘코브라 효과’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 델리에 코브라가 출몰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 영국 식민당국이 대책을 내놨다. 죽은 코브라를 가져오면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처음엔 성공하는 듯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잡아 오는 코브라가 줄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인도인들이 포상금을 받을 요량으로 집에서 코브라를 키우고 있었다. 경악한 식민당국이 포상금을 폐지하자 인도인이 키우던 코브라를 내다 버려 더 엉망이 됐다.이렇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정책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하는 현상을 코브라 효과라고 한다. 독일 경제학자 호르스트 지베르트가 2001년 출간한 책 <코브라 효과>에서 유래했다. 코브라 효과는 인센티브를 잘못 설계했을 때 발생하기 쉽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도덕적 해이가 유발되는 것이다.2006년 6세 미만 아동이 입원하면 병원비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그러자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한 6세 미만 아동 진료비가 1년 만에 40%나 증가했다. 멀쩡한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동창회에 다녀오는 부모도 있었다. 코브라를 잡아 오랬더니 코브라를 키운 것

  • 경제 기타

    변동환율제에선 재정확대 효과 크지 않아

    이번 주부터는 개방경제에서 경제 안정화를 목표로 하는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며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개방경제에서 경제정책의 효과는 개방 정도와 환율 결정에 대한 국가의 개입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드러낸다. 현실 경제에서 나타나는 개방 정도와 환율 결정에 국가가 개입하는 방식이나 정도는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경제학에서는 몇 가지 극단적 상황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현실 경제의 모습은 이처럼 극단적 상황이 적절하게 조합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개방 정도와 환율 결정 과정을 극단적 사례를 통해 잘 이해한다면 실제 전개되는 경제정책의 효과도 충분히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주에는 환율정책으로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국가에서 경제 안정화를 위한 재정정책을 실시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자금이동 정도에 따라 살펴볼 것이다.폐쇄경제와 재정정책재정정책은 경제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지출과 세금의 규모를 조정하는 것이다. 경기침체 시 정부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줄이면 총수요가 증가해 경기가 좋아진다. 반대로 경제 호황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경우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늘려 총수요를 감소시키면 인플레이션 정도도 줄어든다. 상품이나 자금의 국가 간 이동이 전혀 없는 폐쇄경제의 재정정책 효과는 이미 거시경제 부분에서 살펴봤지만, 결과만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정부가 경기침체 시 확대재정정책을 펼치면 GDP가 늘어나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침체를 벗어나고, 반대로 긴축재정을 시행하면 GDP와 물가가 하락해 경제가 안정화된다.변동환율제도와 확대재정정

  • 과학과 놀자

    "물속에서도 끄떡없는 접착제, 홍합에서 배웠다"

    자연 속 동식물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고안해 왔다. 과학자들은 종종 이런 전략들에 착안해 인간에게 유용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이를 '생체 모방 기술(Biomimetics)'이라고 한다. 비행기 날개(새 날개), 고속열차 앞부분(물총새 부리), 벨크로 찍찍이(도꼬마리 씨앗)가 대표적인 사례로, 자연을 흉내 내 만든 일종의 '모방작'이다.최근 주목받고 있는 생체모방 기술 중 하나는 홍합을 참고해 만든 ‘수중 접착제’다. 홍합은 해류가 잘 통하는 바위나 암초에 달라붙어 사는데, 바위에 물이 묻어 있거나 파도가 세게 쳐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홍합의 강력한 접착력은 입에서 분비하는 ‘접착 단백질’ 속에 포함된 ‘카테콜(catechol)’이라는 특별한 화학구조에서 나온다.카테콜 구조는 분자 끝에 작은 갈고리 같은 손잡이가 달려 있어 금속이나 돌, 플라스틱 표면의 미세한 부분을 잘 붙잡는다. 처음에는 약한 힘으로 달라붙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강력 접착제처럼 굳어버린다. 게다가 카테콜 구조 주변 분자들이 물과 잘 어울리는 성질(친수성)이 있어 젖은 표면에도 안정적으로 붙는다. 이런 장점 때문에 과학자들은 예전부터 홍합의 접착 단백질을 흉내 내 의료용 접착제나 수중 보수재를 개발하려고 노력해왔다.다만 카테콜 구조를 본떠 만든 합성 접착제는 물속에서 접착력이 약하다. 합성 접착제의 몸통은 물을 싫어하는 성질(소수성)을 가진 고분자로 구성돼 물에 젖은 표면에서 잘 퍼지지 못하고 밀려난다. 카테콜 구조가 표면에 닿기 전에 물이 가로막으니 들러붙을 수가 없는 것이다.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드로

  • 숫자로 읽는 세상

    "9월 모평,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

    3일 시행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국어·수학·영어 영역은 모두 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도로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입시업체별 영역별 난도에 대한 세부 평가는 다소 엇갈렸지만,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다.작년 수능은 전 영역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고루 확보해 ‘물수능’도 ‘불수능’도 아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9월 모의평가는 오는 11월 13일 시행되는 2026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동시에 실제 수능 출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시험이다. 다만 이번 9월 모의평가는 물론 본수능에서도 소위 ‘사탐런’ 현상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여 실제 수능 점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EBS현장교사단과 입시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9월 모의평가 난도는 대체로 2025학년도 수능과 비슷했다. 난도가 널뛰었던 작년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거쳐 치러진 작년 수능은 평이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변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EBS현장교사단 총괄을 맡은 윤윤구 한양사대부고 교사는 “전체적인 난도는 작년 수능과 유사하고, 지난 6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다소 어려웠다”며 “작년 수능의 출제 경향과 난도를 유지함으로써 안정적인 수능 출제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영역별로 보면 EBS현장교사단은 국어·수학·영어 모두 작년 수능과 난도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국어는 다소 어렵게, 수학은 비슷하게, 영어는 어렵게 출제됐다고 봤다.입시업계 역시 대체

  • 역사 기타

    "페스트, 산 자에겐 축복"…전염병이 바꾼 사회

    “최근 중국, 북인도를 비롯한 동방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연령과 인종에 상관없이 페스트(흑사병)가 퍼지고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피를 토하고 일부는 토혈한 지 얼마 후에, 나머지는 2~3일 뒤면 죽는다. 전염병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차츰 번져나가 마침내 흑해와 시리아, 터키와 이집트, 홍해와 북방의 러시아, 그리스, 아르메니아까지 모두 퍼졌다….”1346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연대기 작가인 마테오 빌라니는 머나먼 동방에서부터 번지는 흑사병 소식을 상세히 기록했다. 하지만 그도 미처 몰랐었다. 빌라니가 살고 있던 유럽도 조만간 이 미지의 전염병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14세기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당대의 유럽인도 이 끔찍한 전염병이 머나먼 동방의 중국에서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랍의 의사도, 비잔티움 제국의 역사 기록자도, 러시아 평원의 희생자들도 정확히 질병의 발원지라는 키타이(중국)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다. 사실과 전설·전언이 섞인 형태로 전한 것이긴 하지만, 이 끔찍한 질병의 근원지로 모두 중국을 지목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등장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오늘날의 코로나19와 너무나 유사하게….코로나19 팬데믹 충격처럼 중·근세 시대 유럽을 뒤흔든 치명적 전염병은 처음에는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나와는 관계없는 일로 다뤄지다가 순식간에 자신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됐다. 그리고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던 대전염병은 사회·경제구조에 심원한 변화와 흔적을 남겼다.우선 전염병이 초래한 죽음의 공포가 너무나 컸다. 유럽 거의 전역이 전염병의 희생양이 됐다. 네덜란드 일부 지역과 벨기에, 피

  • 교양 기타

    신달자 시인 "비가 손을 적시는데 등이 따스하다" [고두현의 아침 시편]

    내 앞에 비 내리고              신달자밤새 내리고 아침에 내리고 낮을 거쳐 저녁에 또 내리는 비적막하다고 한마디 했더니 그래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계속 보여 주는구나고맙다, 너희들 다 안아 주다가 늙어 버리겠다 몇 줄기는 연 창으로 들어와반절 손을 적신다 손을 적시는데 등이 따스하다죽 죽 죽 줄 줄 줄 비는 엄마 심부름처럼 다른 사람에게는 내리지 않고춤추듯 노래하듯 긴 영화를 돌리고 있다 엄마 한잔할 때 부르던 가락 닮았다큰 소리도 아니고 추적추적 혼잣말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비이젠 됐다라고 말하려다 꿀꺽 삼킨다 저 움직이는 비바람이 뚝 그치는그다음의 고요를 무엇이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표현이 막막하다.하루 종일 비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밤부터 쉬지 않고 내리는 비를 보면서 ‘혼잣말’을 나직하게 되뇝니다. “적막하다”.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비는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고맙다”. 평생 보듬어 키운 인연처럼 그 빗줄기를 “다 안아 주다가 늙어 버리겠다”고 한마디 보태자 몇 줄기가 창 안으로 슬며시 들칩니다. 그렇게 들어온 비가 손을 적시는데 뜻밖에도 등이 따스합니다.‘죽 죽 죽’ 쏟아지는 비는 ‘춤추듯’ 노래하고, ‘줄 줄 줄’ 흐르는 비는 ‘노래하듯’ 춤춥니다. 그 사이로 지난 시절이 긴 영화처럼 펼쳐집니다. 화면 속으로 ‘엄마 심부름’과 ‘엄마 한잔’의 인생 여정이 흐릅니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인생은 ‘큰 소리도 아니고 추적추적 혼잣말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비’와 같습니다.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