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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약자보호" vs "경제부담"…'뜨거운 감자' 알바 임금
새 정부 들어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여러분이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일도 있어요. 정부가 추진하는 ‘초단시간 근로자 주휴수당 지급’이 그런 경우입니다.‘초단시간 근로자’란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근로자를 말합니다. 여러 직업을 가진 이른바 ‘N잡러’가 늘어나고,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줄이려 노력하는 바람에 초단시간 근로자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56만여 명에 달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초단시간 근로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휴수당(일주일간 근로시간을 채우면 받는 유급휴일 수당)과 유급 연차휴가, 퇴직금 등을 받지 못합니다. 이런 ‘복지 사각지대’를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입니다.그런데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영세기업이나 편의점 점주 같은 자영업자는 1개 일자리를 2개로 쪼개 주휴수당 지급을 피해왔습니다. 이는 최저임금이 최근 수년간 급등해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시급 1만30원인 최저임금이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사실상 1만2000원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이 될 ‘노동 약자 보호책’이 등장하면 경제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요?요약하자면 우리 사회는 ‘노동 약자 보호냐, 경제의 수용 가능성이냐’를 놓고 고심하는 형국이 됐습니다. 과연 무엇을 앞세우는 게 이치에 맞을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인류 역사는 '노동약자 보호'의 길 걸어와 플랫폼 근로자 증가는 풀어야 할 과제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노동권 보장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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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건드리면 바로 반응하는 미모사의 비밀 [고두현의 아침 시편]
미모사김민서포트에서 차가 끓고 있다들꽃을 발로 차고 다니는몹쓸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 손님이 말했다나는 하얗게 센 민들레를불지 않고 발로 차서 날려주었는데내가 어떤 말을 해도당신은 나를 몹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왜인지 그건 내가그동안 나를 탁월하게 변명해 왔다는 증거 같아요잎이 움츠러드는 것을 지켜보면서미모사 같은 사람에겐민감함이 건강함일까요2019년 시인동네 신인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잎이 움츠러드는 것을 지켜보면서// 미모사 같은 사람에겐/ 민감함이 건강함일까요’라고 묻는 장면이 눈길을 끕니다. 젊은 여성의 내면 심리와 섬세한 감성 묘사가 돋보이는 시인데, 미모사 잎은 실제로 너무나 민감해서 손만 갖다 대면 금방 움츠러들지요.제가 미모사를 처음 만난 건 오래전 초여름 날 오후였습니다. 한적한 산길에서 얼떨결에 마주쳤지요. 첫눈에 봐도 참하고 보드라운 모습이었습니다. 어딘가 낯이 익은 것 같기도 했지요. 어디에서 봤을까, 한참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딱히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생각을 굴리다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습니다.그런데 미모사는 손끝을 안으로 오므리더니 아예 손을 밑으로 내려버렸습니다. 무엇엔가 섭섭해서 뾰로통하게 토라진 듯했습니다. 새침한 것 같기도 하고 수줍어하는 것 같기도 했지요.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잎 접는 풀미모사는 신경이 예민해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양쪽 잎을 접어버린다고 해서 별명이 ‘신경초(sensitive plant)’입니다. 특별한 자극이 없으면 낮 동안 잎을 펴고 있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잎을 닫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잠자는 것 같아서 ‘잠풀’이라는 이름도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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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읽는 세상
약가 인하, 소비자 부담 되레 14% 늘려
정부가 2012년에 시행한 일괄 약가 인하 정책이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약회사들이 비급여 약품 및 인하 대상이 아닌 급여 약품의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1일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와 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최윤정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날 발간된 학술지 경제학연구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친 영향’ 논문을 게재했다.2012년의 약가 인하 정책은 복제약(제네릭) 가격을 낮추기 위해 시행한 ‘동일 성분, 동일 가격제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만3814개 품목 중 6506개 품목(47.1%)의 가격이 약 14% 인하됐다.약가 인하가 제약회사의 행태 변화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강 교수 등이 2012~2019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약가 인하에 노출된 기업은 무노출 기업에 비해 매출 증가세가 최대 5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약가 인하 영향을 받은 기업은 비급여 약품과 약가 인하 대상이 아닌 품목의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들 기업은 영향이 없는 기업에 비해 비급여 약품 생산액을 연도별로 10~52%가량 더 늘렸다. 급여 약품 중에선 인하 대상이 아닌 품목의 생산 비중이 평균 5.7%p 높아졌다.강 교수 등의 분석에 따르면 약가 인하(15%)가 적용되면 급여 약품 가격은 85% 수준으로 낮아진다. 소비자 부담은 약 10.4% 줄어 후생이 늘고, 건보 부담은 15% 감소해 재정이 탄탄해진다. 하지만 기업이 급여 약품 생산 비중을 10%p 낮추고, 비급여를 10%p 높이는 식으로 대응할 경우 소비자 부담액은 오히려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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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세상
"여기는 뚝섬역"…한강버스 9월 운항
한강버스 체험 운항이 시작된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뚝섬선착장에 한강버스가 잠시 정박하고 있다. 한강버스는 서울시가 한강 유역에 처음 도입하는 친환경 수상 대중교통 수단이다. 마곡∼망원∼여의도∼옥수∼압구정∼뚝섬∼잠실 7개 선착장, 약 31.5km 거리를 오간다. 정식 취항은 오는 9월로 예정돼 있다. 8월 30일까지는 매주 화·목·토요일에 시민 체험을 위해 운항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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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스타벅스 옆 투썸'…코앞에 점포 내는 까닭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 커피·음료점이 9만5337개다. 인구 500여명당 한 개다. 조금 과장하면 한 집 건너 카페다. 커피점만이 아니다. 편의점 근처에 편의점이 또 생기고, 제과점 맞은편에 다른 제과점이 들어선다. 닭갈비 골목, 국밥 골목, 횟집 거리, 화장품 거리처럼 동종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왜 모일까? 다른 곳에 가게를 내면 ‘독점’을 누릴 수 있을 텐데…. 바닷가에 카페를 차린다면?가상의 상권을 생각해 보자. 어느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백사장의 길이는 2㎞다. 별커피와 콩커피가 점포를 하나씩 내기로 했다. 관광객은 해변 전역에 고르게 분포해 있고, 두 커피집의 커피 맛과 가격은 같으며 소비자 선택을 결정하는 요인은 커피점까지의 거리뿐이라고 하자.처음에 두 점포는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자리 잡았다. 해변 정중앙을 중심으로 각각 1㎞ 안에 있는 고객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위치였다. 어느 날 별커피가 손님을 더 끌어들일 욕심으로 해변 중앙에 가까운 쪽으로 점포를 옮겼다. 그러자 콩커피에 가던 손님 중 일부가 별커피로 발길을 돌렸다. 손님을 빼앗긴 콩커피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콩커피도 해변 중앙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결국 두 점포는 해변 한가운데서 이웃한 위치에 자리 잡게 된다.이처럼 시장에서 공급자들이 차별화하기보다는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하는 현상을 호텔링의 법칙 또는 호텔링 모형이라고 한다. 미국의 수리경제학자 해럴드 호텔링이 1929년 ‘경쟁의 안정성(Stability in Competition)’이라는 논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호텔링의 법칙에 따르면 경쟁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보다 경쟁자와 가까운 곳이 더 많은 고객을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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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타
변동환율제에서도 시장 안정 위해 정부 개입
지난주까지 살펴본 환율의 결정 과정은 변동환율제도를 전제로 한 설명이었다. 외환시장에서 외환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도록 작동하면서 환율을 결정하는 과정을 변동환율제도라고 한다. 고정환율제도는 환율 결정 과정에 정부가 개입해 환율을 정하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가 변동환율제도를 환율 결정의 근간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고정환율제도가 중심이었다. 아직도 일부 나라에서 변동환율제도 함께 고정환율제도도 병행해 사용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환율을 결정하는 제도에 대해 살펴보겠다. 환율제도의 역사고정환율제도의 시작은 화폐의 가치가 금의 무게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만들어놓은 금본위제도(gold standard)다. 금본위제도에서 환율이 결정되는 과정을 설명하면 금과 달러 사이의 교환 비율이 금 1온스당 50달러라 하고, 금과 파운드와의 교환 비율은 금 1온스당 10파운드라고 한다면 환율은 변하지 않고 1파운드당 5달러로 고정된다.고정환율제도의 또 다른 예로는 브레튼우즈(Bretton Woods) 체제가 있다. 1944년 연합국 대표들이 미국의 브레튼우즈라는 곳에 모여 합의한 제도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금 1온스를 35달러로 고정한 후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를 미국 달러에 연동시켜 달러와 각국 화폐 간 환율이 자동으로 고정되도록 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미국 정부의 대외부채가 대폭 증가하면서 달러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고 이에 많은 국가가 앞다퉈 달러를 금으로 바꾸려 들었다. 하지만 미국은 1971년 금 1온스를 달러로 교환해주는 것을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고정환율제도를 근간으로 한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졌다.이에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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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매머드 털 가진 쥐,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났다
영화 ‘쥬라기 공원’을 아시나요? 영화 속 과학자들은 호박에 갇힌 모기 화석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하고, 개구리를 활용해 공룡을 태어나게 했어요. 이미 수천 년 전에 지구에서 멸종된 생명체를 되살린 거예요.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연구가 실제로도 일어났습니다. 최근 지구에서 멸종된 매머드의 털을 가진 쥐가 탄생했거든요. 영화 ‘쥬라기 공원’이 현실이 되는 걸까요?미국 바이오 회사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콜로설 털복숭이 쥐’를 탄생시켜 세상에 공개했어요. 콜로설 털복숭이 쥐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온몸을 북슬북슬하게 뒤덮은 황토색 털이에요. 이 털은 지구에서 오래전에 멸종된 매머드의 특징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매머드의 특징을 가진 쥐를 만든 거예요.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매머드에 주목했죠. 매머드는 몸길이 4m, 몸무게 약 8톤으로 매우 거대한 포유류예요. 또 긴 코와 그 옆으로 길게 난 상아가 코끼리와 매우 닮았어요. 특히 피부 아래에 두꺼운 지방층이 있어서 추위에 매우 강했어요. 덕분에 북극의 차갑고 넓은 초원인 툰드라 지역에서 풀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쯤 빙하기가 끝난 시기에 지구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어요.그러다 최근 매머드가 다시 발견되기 시작했어요.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이 오르자 동토층이 녹았고, 그 안에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의 매머드 사체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거예요. 과학자들은 매머드가 지구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유전자를 채취해 매머드 복원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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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노예제 무너뜨린 중세의 장원
장원(seigneurie)은 노예제가 쇠퇴하기 시작하자 흥기한 시스템이다. 고대 유럽에서 널리 퍼진 노예제는 9세기가 되어 거의 종막에 다가가고 있었다.1세기경 유럽 전역에는 노예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전쟁 포로와 유괴, 매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예가 공급됐다. 당대의 부호들은 집안일뿐 아니라 농업에 종사하는 대규모 노예 집단을 휘하에 두고 있었다.노예제가 정점을 지났더라도 오랜 기간 노예는 낯설지 않은 존재로 여겨졌다. 이는 메로빙거 왕조 초기에도 변함이 없었다. 투르의 그레고리는 편지에서 이탈리아에서 잡아 온 포로들이 프랑크 왕국 노예시장에 팔리고, 나폴리에는 골 지방에서 약탈한 노예가 거래된 모습을 묘사했다. 그래도 이 시기는 이전과 비교해 노예의 중요도가 크게 줄었다. 여자 노예들은 영주 방앗간의 방아를 돌리거나 양 떼를 돌보는 일 정도를 맡았을 뿐이다.하지만 2~3세기 더 지나 카롤링거 왕조 시기가 되면 노예의 중요성은 더욱더 떨어진다. 서유럽에서 노예는 주로 집안일과 같은 중요치 않은 허드렛일이나 맡는 수준이 됐다.이처럼 유럽에서 노예제가 쇠하게 된 데에는 군사적·종교적·경제적 이유가 있었다. 그중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경제적 이유다. 역사학자 앤서니 앤드루스에 따르면 노예에게 투자하는 것은 수익이 상당히 적고, 토지만큼 안전한 것도 아니었다. 노예 공급이 풍부하고 노예 가격이 저렴한 한도 내에서만 노예 투자는 합리적 경제행위였다는 설명이다. 더글러스 노스도 고대 노예제가 중세 봉건제 장원경제로 넘어간 이유로 노예 시스템을 강요하는 비용이 많이 들고, 상대적으로 노예 감시 및 감독 비용도 다른 체제에 비해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