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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AI發 종말론, 어디까지 진실일까?

    지난달 23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지수, S&P500지수 모두 약 1%씩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미국의 한 시장분석기업인 시트리니리서치의 보고서에 주목했습니다. 2년 뒤인 2028년이 되면 인공지능(AI)이 사무직 노동을 불필요하게 만들면서 카드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음식 배달업체 도어대시, 차량공유기업 우버 등이 몰락한다는 예측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AI가 부를 ‘화이트칼라의 종말’ 예언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AI의 인간 노동력 대체, 또는 AI 시대의 ‘노동의 종말’은 생글생글에서도 커버스토리로 다룬 적이 있는 주제입니다. 전혀 새로운 얘기는 아닙니다. 최근엔 AI 서비스로 인해 소프트웨어 업계가 모두 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었죠. 그럼에도 보고서 하나가 어떻게 이런 큰 충격파를 던지고, ‘AI발 종말론’ 얘기까지 퍼졌는지 궁금해집니다.시트리니리서치의 보고서는 극단적 가정을 더해 결론에 다다릅니다. 예를 들어 화이트칼라의 대량 실업, 그로 인한 소비 급감, 종국에는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붕괴와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전망합니다. 겉으로만 경제가 성장하는 ‘유령 국내총생산(GDP)’이란 개념까지 제시했어요. ‘유령 GDP’라고 할 정도의 공급과잉 문제가 경제 전반에서 불거질지, 보고서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어떠한지, 소프트웨어 업계의 공포심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AI가 만드는 '유령 GDP'…위기 부르나?"수요 부족은 총생산 다시 줄여" 반박도‘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란 제목의 시트리니리서치 보고서는 기업 업무를 돕는 인공지능(AI) 에이전

  • 교양 기타

    그리스 탈레스와 조선 허생이 큰돈 번 사연 [고두현의 문화살롱]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는 가난했다. 그는 유럽 철학의 시조이자 수학·지질·천문에 밝았지만, 돈 버는 일에는 무관심했다. 별자리를 관찰하며 걷다가 우물에 빠지는 바람에 “하늘의 이치를 알려면서 제 발밑도 볼 줄 모르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툭하면 “철학이 밥 먹여주냐?”는 조롱에 시달렸다.참다못한 그는 팔을 걷어붙였다. 기원전 6세기에 벌써 일식을 예측할 정도로 천문학에 능한 그는 이듬해 올리브가 풍작일 것을 알고 한겨울에 기름 짜는 착유기(搾油機)를 미리 빌렸다. 정확하게는 ‘수확기에 일정 금액으로 빌릴 수 있는 권리’를 샀다. 착유기 주인들은 사용하지도 않고 밀쳐둔 기계로 돈을 벌 수 있으니 너도나도 응했다.수확기가 되자 예상대로 풍작이었다. 올리브 농가들이 일제히 착유기를 빌리러 나섰다. 사용권을 가진 탈레스는 비싼 값에 착유기를 빌려줬다. 당장 기름을 짜야 하는 농가들은 탈레스가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 파생금융상품의 한 종류인 ‘옵션거래’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다. 피라미드 높이를 그림자로 측량그는 큰돈을 번 뒤 흔쾌히 사회에 환원했다. 이를 두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부자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은 단지 그들의 진지한 관심사가 아닐 뿐이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직접 돈벌이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정치학(Politics)> 제1권)이라고 평했다. 탈레스의 진짜 관심사는 돈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지, 그런 혜안을 통해 경쟁자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는지, 어떤 원리로 돈을 벌 수 있는지

  • 경제 기타

    '민스키 모멘트'…과도한 빚이 부른 강세장의 끝

    “나는 천체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예측할 수 없다.” 근대과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이 주식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고 한 말이다. 천체의 움직임보다 예측하기 힘든 게 주가란 얘기다. 코스피가 이런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불과 1년 2개월 만에 3000, 4000, 5000, 6000을 연이어 돌파하더니 미국·이란 전쟁 소식에 지난 4일 하루에만 12% 넘게 하락했다. 인간 심리에 내재한 탐욕과 공포를 꿰뚫어보고, 자산시장은 필연적으로 불안정성을 지닌다는 점을 일찍이 경고한 경제학자들이 있었다.시장에 내재한 불안정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수요와 공급이 가격에 따라 균형을 찾아간다는 주류 경제학의 주장에 의심을 품었다. 그는 시장경제엔 불안정성이 내재해 있어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고, 자산 가격 또한 급등과 급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그의 논리는 이렇다. 경기가 좋을 때 기업들은 미래를 낙관하고, 생산 설비를 늘리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빌린다. 금융회사 또한 경기를 낙관해 예전 같았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위험한 기업에까지 대출해준다. 대출 수요와 이를 충족시키는 예금 수요가 함께 늘면서 금리가 올라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높아진 금리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생겨난다. 불안해진 은행은 대출 회수에 나선다. 빚을 못 갚아 도산하는 기업이 생기고, 자금시장이 경색돼 불황과 금융위기가 찾아온다.민스키는 이런 현상이 자산시장에도 나타난다고 봤다. 주가와 집값이 오르면 사람들은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선다. 가격 상승세가 길어질수록 대출 규모도 커진다. 그러나 자산 가격이 끝없이 오르지는 못한다. 가격이 꺾일 조짐을

  • 김동욱의 세계를 바꾼 순간들

    청나라 경제 발목 잡은 '물가상승'

    “속담에 이르기를 지주(莊家)들에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쌀 가격이 높아질수록 팔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 심한 경우, 사들이는 사람은 동전을 제시하지 않고 파는 사람도 반드시 (현물) 미곡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데, 이것을 ‘공렴(空斂)’이라고 한다. 현재의 미가를 기준으로 하여 장래의 가격을 정하는데 마음대로 늘리는 것으로서 이를 ‘매공매공(買空賣空)’이라 한다.”청나라 후기 산서성(山西省) 수양현(壽陽縣) 출신 기준조(祁寯藻, 1793~1866)가 쓴 <마수농언(馬首農言)>이라는 농서에는 오늘날 선물거래(futures trading)라고 할 수 있는 ‘공렴(空斂)’이나 ‘매공매공(買空賣空)’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당시 상업경제가 발달한 청나라에서는 거래의 매개 수단으로서 현물이 아니라 화폐가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거래의 양상도 복잡한 형태를 띠었다. 일찍이 명말·청초의 대유학자 고염무(顧炎武, 1613~1682)가 “군자는 선물을 직접 건네는 법이 없는데 요즘엔 고관들이 스스럼없이 은을 옷에서 꺼내고, 담소 주제는 그저 돈 이야기뿐”이라고 한탄할 정도로 청나라 초기부터 화폐경제가 빠르게 사회 곳곳으로 침투했던 것이다. 실제로 강희연간(1662~1722) 연평균 41만관(貫)이었던 주전액은 옹정연간(1723~1735) 연평균 70만관, 건륭연간(1736~1795) 연평균 129만관으로 빠르게 증가했다.청나라는 건국 초기부터 정부 차원에서 ‘통화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입관(入關) 이전부터 ‘한문전(漢文錢)’이나 ‘만문전(滿文錢)’ 등의 동전을 주조한 청나라는 1644년 중국 본토를 지배한 직후인 1645년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 순치통

  • 커버스토리

    AI발 종말론은 미래 대비하라는 경고…'사스포칼립스'는 이미 진행 중인 현실

    전문가들은 시트리니리서치의 AI발 종말론에 대해 “맞다, 틀리다”로 보기보다 “과장됐다” 또는 “경고의 의미다”라고 반응합니다. 보고서는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단기간에 대규모로 인공지능(AI)에 대체돼, 새로운 산업과 직종에서 노동 수요가 충분히 발생하지 않는다는 극단적 가정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삼(Sahm)의 법칙’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삼은 “시트리니리서치 시나리오의 문제는 파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며 “생산적인 쪽이 느리게 작동하더라도 장기 균형에 중요하다”고 했습니다.금융위기와 연결한 시각시트리니리서치의 시나리오는 단기 예측이라기보다 AI가 일자리와 소득분배, 금융시스템 등을 얼마나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는지 조금은 과장되게 드러낸 경고 정도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탄광 속 위험을 알리는 카나리아에 비유하면 어떨까요? 여기에 인류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정말 큰일이 벌어지는 거죠.미국 월가가 이 보고서에 주목한 것은 요즘 투자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월가는 보고서대로 최악의 상황에 이르진 않겠지만, AI의 파괴적 혁신 및 그에 따른 연쇄효과는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고 봅니다. 한편으론 글로벌 경제위기의 ‘10년 주기론’이 얘기되곤 하는데, 그런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저소득층의 비우량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이 문제였다면 2028년엔 화이트칼라의 우량 대출의 부실화가 문제라고 보고서는 짚습니다. 이런 비교 자체가 경제위기에 대한 평소 공포심을 반영하고 있는 겁니다.

  • 커버스토리

    AI가 만드는 '유령 GDP'…위기 부르나?, "수요 부족은 총생산 다시 줄여" 반박도

    ‘2028년 글로벌 지능 위기’란 제목의 시트리니리서치 보고서는 기업 업무를 돕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 인해 근로자가 일자리와 소득을 잃고, 순차적으로 소비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잠도 자지 않고 일하고, 건강보험료 비용 부담도 없는 AI 에이전트가 널리 쓰이면 일단 겉으론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납니다. AI가 창출한 부(富)는 그러나 소득과 소비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름하여 ‘유령(ghost) GDP’가 되고, 이는 세계경제의 종말적 위기를 몰고 온다고 보고서는 주장합니다. ‘유령 GDP’란 총공급이 총수요보다 많은 ‘공급과잉’ 상황을 말합니다. 이게 과연 정통 경제이론에서 가능한 추론일까요?19세기 공급과잉 논쟁경제학이 학문적 기초를 갖추기 시작한 고전학파 시절엔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믿음이 퍼져 있었습니다. 이는 19세기 프랑스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가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한 명제인데요, 이후 ‘세의 법칙(Say’s Law)’으로 불립니다. 경제주체는 생산을 통해 소득을 얻고 그 소득은 다른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가 되기 때문에 경제 전체로 볼 때 지속적인 공급과잉(General Glut)은 있을 수 없다는 겁니다.역시 19세기 경제학자인 영국의 데이비드 리카도와 토머스 맬서스는 이를 두고 다시 논쟁을 벌였습니다. 리카도는 세의 법칙을 받아들여 “부분적 과잉(특정 산업의 과잉생산)은 있더라도 경제 전체의 일반적 과잉은 없다”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산업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과잉이 나타나더라도 그로 인해 절감된 비용이 다른 분야의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제 전체의 과잉은 불가능하다는 입

  • 키워드 시사경제

    점 21개 모아보면…미래 금리가 보인다?

    한국은행이 미래의 기준금리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게 하는 ‘점도표(dot plot)’를 도입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첫 점도표를 보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현재 수준인 연 2.5%로 당분간 묶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한은 금통위원의 6개월 뒤 금리 전망 취합점도표는 말 그대로 ‘점을 찍은 도표’다.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인사들이 각자 전망하는 특정 시점의 금리를 점으로 나타낸 표를 가리킨다. 이 점도표는 이창용 한은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이 저마다 염두에 둔 6개월 후 기준금리 수준을 1인당 점 3개씩, 총 21개 찍는 형태로 작성된다. 금융시장은 지나간 일보다 앞으로의 상황을 궁금해하는 만큼 투자자에게 유용한 자료가 된다. 점의 분포를 따져보면 6개월 동안 기준금리가 올라갈지 내려갈지를 역으로 추정해볼 수 있어서다.원래 미국 중앙은행(Fed)이 활용하던 방식을 한은도 시도한 것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참가자 19명이 제시하는 미국의 점도표와 형식은 다소 다르지만, 도입 취지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매년 2, 5, 8, 11월마다 점도표를 공개할 계획이다.첫 점도표에서는 전체 21개 점 가운데 16개가 연 2.50%에 몰렸다. 금통위원 대부분이 6개월 후에도 동결을 예상한다는 의미다. 현재 금리보다 0.25%p 낮은 연 2.25%에는 4개가, 0.25%p 높은 연 2.75%에는 1개가 찍혔다. 만약 기준금리를 조정한다면 인상보다는 인하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라는 뜻이다.한은은 그동안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이 내놓은 3개월 범위의 금리 전망을 취합해 외부에 공개해왔는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게 됐다. 이 총재는 오는 4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

  • 숫자로 읽는 세상

    유가·환율·금리 '3高 쇼크' 우려…"장기화땐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격화하면서 유가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치솟는 ‘3고(高) 쇼크’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이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목표도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지난 4일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43%포인트 오른 연 3.223%에 마감했다. 중동 사태 전인 지난달 27일(연 3.041%) 대비 0.182%포인트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한때 1506.5원을 기록해 2009년 3월 금융위기 후 17년 만에 1500원을 돌파했다.우리 시장이 이란 사태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의 3중 충격에 시달린 트라우마 때문이다. 한국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원유 수입의 약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이란이 폐쇄하겠다고 공언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우리 경제가 처음 겪은 대외 충격형 경제위기도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인이었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여파로 1차 오일쇼크가 일어나자 배럴당 3달러이던 유가가 12달러로 급등했다. 이 바람에 이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3%를 기록했고, 경제성장률은 7.7%로 전년(14.9%)에 비해 반 토막 났다. 1990년 걸프전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에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군사 충돌 장기화로 유가가 정상 수준을 크게 벗어나는 경우다. 급등한 유가와 환율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