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공부란 무엇인가>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공부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507/AA.41153638.1.jpg)
김영민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브린모어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학교를 떠난 적이 없다”는 김영민 교수는 삶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때 마약을 하는 등의 일탈을 하지 않은 힘은 자신이 ‘배우는 와중에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며 “배우는 사람은 자포자기하지 않는다”고 정의했다.
저자는 우리나라를 일찍부터 입시에 정열을 바친다는 점에서 ‘교육열이 강한 나라’이지만, 진정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육에 냉담한 나라’라고 분석했다. 중·고교가 입시 기관으로 변화되었다면 대학은 취업 준비 기관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깊어진 지식과 섬세한 인식“계속 읽고 쓰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가능한 인간의 변화에 대해 믿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대학에 가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성숙한 시민으로서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공부의 길, 공부하는 삶, 공부의 기초, 공부의 심화’라는 단원 속에서 ‘지적 성숙의 과정,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 질문과 맥락 만들기, 생각의 정교화’를 논의한다.
김영민 교수의 일상, 대학교수로서의 삶, 유학 시절, 독서 경험 등 다양한 체험을 필요에 따라 인용하면서 공부를 재미있게, 유익하게, 때로 심오하게 토로한다.
“돈을 더 벌기 위한 공부, 더 유식해 보이기 위한 공부, 남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공부, 즉각적인 쓸모에 연연하는 공부” 등 다양한 공부가 있다. 저자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 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며 “지식이 깊어지면 좀 더 섬세한 인식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섬세한 언어야말로 자신의 정신을 진전시킬 정교한 쇄빙선이다.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면 다른 세계를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 만남에는 섬세한 언어가 필수적이다”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섬세함’이라는 단어가 헤쳐나가는 새로운 세계와 공부의 파워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저자는 ‘공부의 생애주기’ 파트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을 돌아보며 아쉬웠던 점을 전했다. “청소년기에는 타고난 육체적 역량을 최대한 펼쳐보는 체험을 하고 싶다. 잘 먹고 들소처럼 뛰었어야 하는데 너무 오래 누워 있었다. 외국에 살 때 부러웠던 것은 교육자들이 청소년의 체육교육에 지극한 관심과 공을 들인다는 사실이었다”는 글에 입시 때문에 마음껏 달리지 못하는 요즘 청소년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공부에 매진해야 제대로 쉴 수 있다“기초체력을 안 쌓으면 나중에 감기에 자주 시달리듯, 지적 기초를 쌓지 않으면 지적 감기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학에 들어가기 전 ‘운전, 요리, 각종 수리의 달인’이 되면 좋겠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를 고루 잘 배우고 싶다”며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 책은 공부의 즐거움과 왜 공부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들면서 제목 만드는 법, 질문하는 법, 독서하는 법, 연구계획서 쓰는 법, 토론과 비판의 기술 등을 습득할 기회도 제공한다.
김영민 저자는 책 말미에 수록한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중고등학교 시절 독서회 활동도 하고 삼중당 문고 같은 책을 쭉 읽은 게 도움이 됐다. 역설적으로 대학 때 잘 지내기 위해선 중고등학교 시절에 그런 감각을 키우는 게 중요한 셈이다”라고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