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북스토리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19세기 뉴욕상류층의 사랑과 회한…여성 첫 퓰리처상
<순수의 시대>는 1920년 출간하자마자 기록적 판매량을 올리며 당대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듬해 이디스 워튼이 이 작품으로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받으면서 여성 작가에 대한 편견이 불식됐다. 아울러 “헨리 제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장”이라는 평을 받았다.<순수의 시대>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으며 세 차례에 걸쳐 영화로 만들어졌다. 올해 5월에 발표한 뉴진스의 ‘버블검’ 뮤직비디오에 민지가 <순수의 시대>를 읽는 장면이 나오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순수의 시대>는 1870년대 뉴욕 상류사회의 관습과 풍속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다양한 사람의 복잡다단한 삶을 통해 시대의 욕망을 드러낸다. 이디스 워튼은 1862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해 유년 시절에 뉴욕 상류사회를 직접 체험했다.뉴욕은 글로벌 문화의 중심이자 가장 개방적인 도시로 우뚝 섰지만 소설 속 뉴욕은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수천 년간 이어오는 유럽 귀족에 대해 상대적 열등감을 느끼는 뉴욕 상류층은 더욱 형식과 예법에 집착하며 “질병보다 추문을 더 두려워하고, 용기보다 체면을 중히 여기며” 살았다.<순수의 시대>가 세 번이나 영화로 제작된 배경에는 가슴 저미는 사건이 이어지는 사랑의 트라이앵글이 자리한다.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가운데 세 사람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뉴랜드 아처, 메이 웰랜드, 엘렌 올렌스카가 그들이다. “남성은 그녀에게 자신의 과거를 숨겨야 하고, 그녀는 혼기에 든 처녀로서 숨길 과거가 없어야” 하는 뉴욕에서 뉴랜드는 과거 여성 편력이 있었고, 메이는 “빛나는 미모, 건강, 승마술, 우아한 태도, 민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위험한 비행에서 얻은 지혜, 인류에게 선사하다
교통체증도, 신호등도 없는 하늘을 질주하는 비행기야말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다. 100년 전에는 어땠을까. 비행기 조종사가 주인공인 〈인간의 대지〉 속 비행기는 덮개도 없는 데다 기계장치들도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동력 비행기의 모든 조건을 최초로 충족시킨 것은 미국인 라이트 형제가 1903년에 날린 플라이어(Flyer) 1호다. 〈인간의 대지〉는 비행기가 하늘을 난지 36년 만에 나온 소설이다. 생텍쥐페리가 ‘휴머니즘’이라는 주제로 짧은 글을 여러 편 발표하자 〈좁은 문〉의 작가 앙드레 지드가 “그것들을 한데 모아 장편소설로 발전시키라”고 강하게 독려해 탄생했다.생텍쥐페리가 9세 때인 1909년, 루이 블레리오가 영국해협을 비행기로 횡단하는 데 성공하자 프랑스인은 열광에 빠졌다. 마침 생텍쥐페리가 사는 생모리스 인근에 비행장과 조종사 양성학교가 들어섰다. 12세 때 조종사가 태워준 비행기로 짧은 비행을 맛본 생텍쥐페리는 사립 비행학교에서 비행을 익혔다. 첫 단독비행에서 착륙 이상과 엔진 화재를 겪은 그는 1922년 르부르제 지방의 전투 비행대로 배속되었다. 이듬해 비행기 추락으로 두개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지만, 그는 늘 비행기와 함께했다.1944년 7월 31일 비행기를 타고 이륙한 생텍쥐페리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시신도 비행기의 잔해도 발견되지 않았다. 독일군 정찰기에 의해 격추되어 니스와 모나코 사이에 있는 앙주만 인근 해안 어딘가에 추락했을 것으로 추측할 따름이다. 비행기 조종사이자 작가매우 드문 조합인 ‘비행기 조종사이자 작가’인 그는 비행기를 조종하며 겪은 경험을 세심하게 다듬어 ‘서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살며 사랑한 인생, 마침표 없는 문장으로 그려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극작가인 욘 포세는 2023년 64세의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100명의 살아 있는 천재들’ 리스트 83위에 오른 욘 포세는 소설뿐 아니라 시, 아동서, 에세이,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쓰고 있다. 그의 연극은 전 세계에서 수천 번 이상 공연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욘 포세의 대표작 <아침 그리고 저녁>은 130페이지여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다만 담긴 이야기는 진중하고 의미 있어 여운이 길게 남는다. 마침표 없는 문장이 이어지다가 군데군데 잠시 휴식하라며 쉼표를 흩뿌린 독특한 소설이다.소설은 짧은 1부 탄생의 아침과 긴 2부 죽음의 저녁으로 구성된다. 1부는 올라이의 아들이 태어나는 광경을 담았다. 올라이는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따서 아이를 ‘요한네스’라고 부르기로 결정한다.2부는 요한네스가 “잠에서 깨어나 뻣뻣하고 찌뿌듯한 몸으로 오래 거실 옆방의 커튼으로 가려놓은 침대”에 누워 생각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요한네스는 오늘 무얼 할까 생각하다 그리 나쁠 것 없는 형편인데 불평하지 말자고 자신을 다독이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때 몸이 몹시 가벼워 완전 풋내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몸을 굽힐 때 통증도 전혀 없어 이상한 생각이 든다. 간단히 요기하고 창고와 다락을 둘러본 후 배를 살펴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늙는다는 건 고약한 일이야해변에서 평생 서로의 머리를 다듬어주며 친분을 쌓은 페테르를 만난다. 어찌 된 셈인지 페테르의 길게 자란 머리가 하얗게 센 상태다. 7명의 자녀를 키울 때 수선비를 거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대통령 13명을 치우침 없이 사실에 근거해 기록
건국 75년이 된 대한민국은 13명의 대통령이 통치하는 동안 세계에서 손꼽힐 만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 K-팝이 세계 청년문화를 이끌고, 삼성 휴대폰이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3위에 올라섰고, 누리호 발사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우주 강국 대열에 들어섰다.각종 수치가 선진국임을 증명하지만, 대통령들의 잘못된 면만 부각하면서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말도 떠도는 실정이다. 제대로 알지 못해, 왜곡된 사실로 인해,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갖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대학교수, 교사, 공인회계사, 변호사로 구성된 17명의 〈대한민국 사회 교과서〉 저자들은 “되돌아보며 욕만 해대는 음울한 역사관”에서 벗어나 “밝고 찬란한 미래를 자신만만하게 개척하려는 늠름한 역사관”을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570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총 5부와 부록으로 구성된다. 1부 들어가기, 2부 개념 바로 세우기, 3부 ‘대한민국 이전의 사회’에 이어지는 4부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이 가장 관심을 끈다. 과거 대통령들의 공과를 가감 없이 기록했기 때문이다.각 대통령의 경제 공적‘경제 공적’ 위주로 본다면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농지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룬 이승만 대통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미국으로부터 총 27억 달러의 경제 원조를 받아 폐허 같은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애썼다. 1959년에 원자력원을 창설하고 원자로 공사 기공식을 거행한 지 3년 만에 원자로의 정상 가동이 시작됐다. 6년제 의무교육과 문맹퇴치운동, 국비 유학생 제도 도입 등 교육혁명도 이뤄졌다.박정희 군사정권은 집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소설가와 소설 속 주인공이 나누는 '인생 이야기'
고등학교 교사였던 기욤 뮈소는 2004년에 출간한 두 번째 소설 <그 후에>로 작가적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세 번째 소설 <구해줘>는 아마존 프랑스 8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무려 200주 이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인생은 소설이다>까지 17권의 소설이 모두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기욤 뮈소는 일간지 <르 피가로>와 프랑스서점연합회가 선정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순위에서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45개국의 독자가 그의 작품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발표하는 소설마다 1위 기록을 세우는 비결은 한마디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인생은 소설이다>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놀라운 발상에 감탄하다 결국 이마를 치게 되는 소설이다. <인생은 소설이다>는 <아가씨와 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에 이어 세 번째로 작가가 주인공을 통해 ‘작가란 어떤 존재이고, 소설이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내용이다.사석에서 작가들이 나누는 대화가 고스란히 담긴 <인생은 소설이다>는 특히 창작하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읽는 작품이다. 어떤 분야든 창작자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이 책으로 ‘골치 아픈 작업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충분히 엿볼 수 있을 것이다.플로라 콘웨이와 로맹 오조르스키<인생은 소설이다>에는 소설가 두 명이 등장한다. 세 편의 작품을 발표한 스코틀랜드 출신 소설가 플로라 콘웨이는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한 여성 작가다. 또 한 명은 프랑스인 남성 작가 로맹 오조르스키로 그동안 쓴 소설 19권이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른 인물이다.소설은 먼저 딸 캐리와 함께 사는 플로라의 이야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