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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외계 문명과 소통 위해 우주로 송출된 K팝

    지난 4월, 가수 지드래곤의 신곡이 우주로 향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번 송출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우주에 남기고 외계 문명과의 소통 가능성을 실험하는 목적을 담고 있다.현재까지 확인된 외계 행성은 5000개가 넘는다. 그마저도 전체 우주에서 약 0.00000005%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만 1000억 개 이상의 외계 행성이 존재한다. 외계 행성이 무수히 많다면 인간과 비슷한 지적 생명체가 사는 행성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런 생명체는 전파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는 이런 전제에서 시작됐다.목표는 우주에서 인위적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다. 천체 활동과 같은 자연적 신호와 구별되는 지적 생명체의 신호를 포착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와우(Wow)! 시그널’과 같은 의미 있는 신호가 감지되기도 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의 빅이어 전파망원경에서 궁수자리에서부터 온 비정상적 전파를 72초 동안 잡아낸 것이다. 이후 여러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 신호의 비밀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반대로 SETI는 지구의 전파를 우주로 보내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1974년 천문학자들은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망원경을 사용해 우주에 강력한 전파를 발사했다. 지구에서 2만5000광년 떨어진 헤라클레스 성단 M13을 향해 보낸 것으로, 우주로 전송한 첫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는 소통보다 외계 행성에 인류의 기술적 성취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2020년 아레시보 망원경은 해체됐으나, 메시지는 여전히 성단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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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담하고, 공감하고…튜링 테스트 통과한 GPT-4.5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 ‘사만다’는 사람처럼 말하고, 웃고, 위로하고, 농담을 건넨다. 주인공은 그런 사만다와 대화를 나누다 점점 그녀를 사람처럼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AI와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대화한다. 과제를 물어보고, 글쓰기를 첨삭받고, 친구 관계나 연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AI는 문맥을 파악하고, 감정을 공감하는 듯한 말투로 답한다. 대화를 마친 뒤 “고마워, 네 덕분에 힘 난다” 같은 말을 AI에 건네는 일도 낯설지 않다.그렇다면 지금의 AI는 사람과 얼마나 비슷할까?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사람인지, AI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사람과 비슷할까? 지금으로부터 75년 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실험을 하나 고안했다. 바로 그 유명한 ‘튜링 테스트’다.튜링은 언젠가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모방하는 기계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너무 추상적이고 철학적이었기 때문에, 그는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꿨다. 기계가 실제로 생각하거나 감정을 느끼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으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즉 대화에서 얼마나 인간처럼 보이는지를 평가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튜링 테스트’다.튜링이 제시한 테스트는 간단하다. 질문자 한 명, 답변자 두 명이 등장한다. 답변자 중 한 명은 인간이고, 다른 한 명은 AI다. 질문자는 이 둘과 채팅으로 대화를 나눈 뒤, 누가 사람인지 추측한다. 둘 중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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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뱀 '파괴'에, 해안가 뱀은 '퍼뜨림'에 위력적

    독성이 약하다고 알려진 뱀이 어느 날 블랙맘바처럼 맹독을 품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섬뜩하지만, 실제로 뱀의 독성은 단순한 유전적 특성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서식 환경에 따라 뱀의 독성이 바뀔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인도 과학연구소(Indian Institute of Science, IISc) 소속 연구진이 ‘기후’가 뱀의 독성을 바꾸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열대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PLOS Neglected Tropical Diseases’ 최근호에 게재했다.같은 종의 뱀이라도 서식하는 지역의 온도, 강수량 같은 환경 조건에 따라 독의 성분과 위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도 전역에 서식하는 독사인 러셀살무사(학명 Daboia russelii)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인도 내 34개 지역에서 러셀살무사 115마리의 독 샘플을 채취한 후 독의 성분과 강도를 평균기온, 기온 변화 폭, 강수량, 강수량의 계절성, 습도 등 각 지역의 기후 데이터와 비교해 분석했다. 독의 경우 단백질분해효소(protease), 인지질분해효소(PLA2), L-아미노산 산화효소(LAAO) 등 세 가지 효소로 나눠 각자의 활성 정도를 측정했다. 세 효소는 각각 신체 조직 파괴, 세포막 분해, 세포 사멸 촉진을 유발하는 독소다.분석 결과, 독성 효소의 활성이 지역별 기후 조건에 따라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분해효소는 연평균 강수량이 낮고, 일교차가 크면서 건조한 지역일수록 활성도가 특히 높았고, 온난다습한 지역일수록 낮았다. 반대로 인지질분해효소의 활성도는 강수량이 많고, 습한 지역일수록 높게 나타났다.연구진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는 뱀이 사는 지역의 기후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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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표 투과레이더 등으로 땅꺼짐 신호 찾죠

    지난 3월 서울 강동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지름과 깊이가 각각 20m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이었다. 이번 싱크홀로 4개 차선이 무너졌고,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3년간 서울에서만 60건 넘게 보고됐을 정도로, 최근 도심 한복판에서 싱크홀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싱크홀은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지반이 내려앉는 현상이다. 주로 석회암 지대에서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암석이 용해되며 나타난다. 빗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약산성의 탄산을 형성하고, 이 탄산이 석회암과 반응하면서 암석이 서서히 용해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동이라는 지하 공간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공동이 점점 커지다 지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지반이 무너져 내리며 싱크홀이 발생한다.싱크홀은 형성 과정에 따라 용해형, 침식형, 붕괴형 등으로 나뉜다. 용해형은 빗물이 암석의 균열을 따라 서서히 스며들면서 암석을 용해해 지표면에 우묵한 함몰지를 만든다. 이런 현상은 영국 페나인산맥의 석회암 지대처럼 석회암이 넓게 분포한 지역에서 흔히 관찰된다. 침식형은 사암 등 비용해성 암석 아래에 위치한 석회암이 용해되면서 상부 암석이 서서히 침하하는 방식으로 발생한다. 붕괴형은 지하에 형성된 동굴이나 공동의 천장이 무너지면서 발생한다. 지표면이 갑자기 함몰되는 것이 붕괴형 싱크홀의 특징이다.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이크킬 세노테는 붕괴형 싱크홀이 물로 채워져 천연 수영장처럼 변한 곳으로, 세계적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그러나 이런 싱크홀이 도로, 주택 등에서 발생하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 최근에는 도시화가 진행된 도심지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해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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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0년 사라질 수도"…초콜릿 대체 원료 개발 활발

    기후변화로 날씨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변덕스러워지면서 우리의 일상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초콜릿도 그중 하나다. 초콜릿과 함께 누리던 달콤한 순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초콜릿의 주재료는 카카오다. 카카오는 적도에서 남북으로 약 20도 지점인 좁은 열대우림 지대에서만 자란다. 최대 32°C를 넘지 않는 균일한 기온과 높은 습도, 연간 1500mm 이상의 풍부한 강우량을 갖춰야 한다.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가 이 조건에 해당하며,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카카오의 절반 이상을 두 나라가 담당하고 있다.이처럼 카카오의 재배 지역이 워낙 한정적이다 보니 작은 기후변화에도 전 세계 생산량이 좌지우지된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조직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서아프리카 카카오 생산지 44곳의 기온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작년에는 전체 생산지의 71%가 6주간 극심한 더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도 변했다. 작년 코트디부아르의 여름은 평년보다 강우량이 40% 많았고, 겨울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카카오 재배지의 평균기온이 높아지면서 해충도 번성하고 있다. 2023년에는 가루깍지벌레가 옮기는 바이러스(Cacao Swollen Shoot Virus, CSSV)으로 인해 가나의 카카오 생산량이 17% 감소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카카오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점점 부풀어 오르다 결국 죽고 만다. 결국 카카오 수확량은 매년 급감하고 카카오 가격은 치솟고 있다. 카카오는 공장에서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로 가공·판매되는데, 수십 년간 톤당 2000달러 수준에 머물던 코코아 가격이 지난해 최대 6배까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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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유류 귓바퀴 만드는 '물고기 유전자' 찾았다

    모든 종의 기원은 바다에서 비롯한다. 태초에 바다에서 생명이 시작됐고, 어류가 육지로 진출한 뒤 다양한 생물종으로 진화하다가 지금의 포유류가 출현했다. 포유류 중 하나인 인간 역시 이런 방식으로 진화한 결과다.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생물종은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진화했기에 어류와 포유류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지녔다.겉모습만 봐서는 단번에 파악할 수 없지만, 포유류에는 그 조상인 어류의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다. 한 예로 포유류에서 고막의 진동을 달팽이관까지 전달해주는 부분인 귀의 ‘중이’(中耳)는 어류의 턱뼈에서 진화한 결과다. 이렇게 과학자들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조상인 어류의 흔적을 찾고 있는데, 최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줄기세포 생물 및 재생의학과 연구팀이 그 흔적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이번 흔적은 포유류의 ‘외이’(外耳)에 숨어 있었다. 흔히 ‘귓바퀴’라 부르는 부분과 외이도로 이루어진 외이는 귀의 가장 바깥 부분으로 소리를 모아 귀 안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소리는 외이의 독특한 모양에 부딪히면서 반사되고 굴절되고, 이 과정 덕분에 포유류는 소리의 방향을 파악한다. 외이는 탄력 있는 결합조직인 연골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연골은 화석으로 남지 않는 조직이기 때문에 화석 연구만으로는 외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 수 없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그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외이의 기원을 유전자 수준에서 추적했다. 그중에서도 유전자가 발현 과정에서 스위치 역할을 하는 ‘인핸서(enhancer)’를 활용했다.연구팀은 외이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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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가 배설한 자리, 주변보다 영양분 7배 풍부

    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이다. 종에 따라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까지 다양하지만, 대왕고래의 경우 몸길이가 약 30m, 무게는 무려 200톤에 달한다. 압도적 크기만큼, 고래는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해양 생태계 엔지니어’라는 별명처럼 바다 생태계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바로 배설물을 통해서다.고래의 똥이 바다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2010년에 밝혀졌다. 고래는 바닷속에서 크릴 등의 먹이를 먹고, 수면 위로 올라와 똥을 싼다. 고래가 똥을 싼 자리는 주변 바다보다 영양분이 3~7배나 많다. 과학자들은 고래가 깊은 바다에서 얕은 바다로 영양분을 끌어올리는 이 현상을 ‘고래 펌프’라고 부른다.고래 펌프는 바다 생물에게 엄청난 자원이다. 질소, 철, 인 등이 풍부해 식물성플랑크톤이 크게 번성한다. 그리고 식물성플랑크톤은 다른 해양 생물의 먹이가 되어 결과적으로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이 확대된다.게다가 고래 똥은 탄소 저장에도 기여한다. 고래 똥을 먹고 번성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죽은 뒤 바닷속 깊이 가라앉아 오랜 시간 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고래 덕분에 매년 약 22메가톤의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저장된다고 추정한다. 이는 자동차 약 500만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이다.최근에는 고래의 오줌도 바다 생태계에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버몬트대 연구팀은 귀신고래, 혹등고래, 북대서양 긴수염고래, 남방긴수염고래 등 대형 고래 4종의 이동 경로와 배설량을 조사했다.이들 고래는 여름철에 영양분이 풍부한 알래스카, 아이슬란드,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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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물, 찬물 번갈아 담그면 맛·영양 다 잡아

    달걀 하나를 삶을 때도 과학이 필요할까. 화학자, 재료과학자, 공학자가 이 질문에 답을 내놨다.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University of Naples Federico II) 소속 공동 연구팀은 ‘주기적 조리(periodic cooking)’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달걀 조리법을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엔지니어링(Nature Communications Engineering)’에 발표했다.해당 연구는 식품의 식감과 영양을 모두 최대한 끌어 올리는 동시에 재료과학과 소재공학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달걀 조리가 까다로운 이유는 흰자와 노른자의 익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흰자는 85℃쯤 돼야 단단히 굳지만, 노른자는 65℃ 정도에서 가장 부드럽게 익는다. 그런데 달걀 껍데기를 깨지 않는 이상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삶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흰자와 노른자 중 하나를 희생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예컨대 반숙이나 수비드(밀봉된 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정확히 계산된 온도의 물로 천천히 가열하는 조리법) 방식처럼 저온에서 오래 익히면 노른자는 부드러워지지만 흰자는 설익고, 펄펄 끓는 물에서 삶을 경우 흰자는 잘 익으나 노른자는 퍼석해진다.연구팀은 흰자와 노른자 모두 최적의 상태로 익히기 위해 달걀 내부의 열전달(온도변화)과 단백질 변성(익는 정도)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수학 모델을 구성했다. 달걀흰자와 노른자는 열전도도·밀도·비열 같은 물성이 다르고, 이 물성들은 온도에 따라 변한다. 연구팀은 이를 고려해 열이 달걀 내부를 통과할 때 단백질이 변성돼 익어가는 속도를 아레니우스 방정식을 이용해 수식화했다. 아레니우스 방정식은 화학반응의 속도가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