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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매머드 털 가진 쥐,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났다
영화 ‘쥬라기 공원’을 아시나요? 영화 속 과학자들은 호박에 갇힌 모기 화석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하고, 개구리를 활용해 공룡을 태어나게 했어요. 이미 수천 년 전에 지구에서 멸종된 생명체를 되살린 거예요.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연구가 실제로도 일어났습니다. 최근 지구에서 멸종된 매머드의 털을 가진 쥐가 탄생했거든요. 영화 ‘쥬라기 공원’이 현실이 되는 걸까요?미국 바이오 회사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콜로설 털복숭이 쥐’를 탄생시켜 세상에 공개했어요. 콜로설 털복숭이 쥐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온몸을 북슬북슬하게 뒤덮은 황토색 털이에요. 이 털은 지구에서 오래전에 멸종된 매머드의 특징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매머드의 특징을 가진 쥐를 만든 거예요.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매머드에 주목했죠. 매머드는 몸길이 4m, 몸무게 약 8톤으로 매우 거대한 포유류예요. 또 긴 코와 그 옆으로 길게 난 상아가 코끼리와 매우 닮았어요. 특히 피부 아래에 두꺼운 지방층이 있어서 추위에 매우 강했어요. 덕분에 북극의 차갑고 넓은 초원인 툰드라 지역에서 풀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쯤 빙하기가 끝난 시기에 지구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어요.그러다 최근 매머드가 다시 발견되기 시작했어요.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이 오르자 동토층이 녹았고, 그 안에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의 매머드 사체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거예요. 과학자들은 매머드가 지구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유전자를 채취해 매머드 복원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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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충치로 이 빠지면 새로 자라게 한다?
음식을 먹고 나면 이를 닦아야 한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한번 충치가 생기면 그 고통은 물론이고, 치료 비용 또한 상상을 초월하니 말이다. 그런데 만약 충치가 생겨도, 이가 빠져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온다면 어떨까? 썩은 이를 새 치아로 교체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인간의 치아는 크게 앞니, 송곳니, 작은어금니, 큰어금니로 나뉘며, 각 치아는 위치와 형태에 따라 고유의 기능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앞니는 음식을 자르고, 송곳니는 찢고, 어금니는 갈아 으깨는 역할을 하며 소화를 돕는다.이러한 기능이 가능한 건 치아를 구성하는 독특한 조직 덕분이다. 치아는 법랑질, 상아질, 치수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법랑질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으로 치아를 외부 충격과 부식으로부터 보호한다. 상아질은 치아의 형태를 유지해주고, 가장 안쪽에 있는 치수는 혈관과 신경이 분포해 치아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처럼 정교하게 구성된 치아는 우리가 평생 음식을 섭취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하지만 문제는 인간의 치아가 한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치 20개가 빠지고 나오는 영구치 32개를 평생 써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정기적으로 치과의사의 도움을 받는다. 충치가 생기면 때우고, 더 심하게 손상되면 임플란트 같은 인공 치아 시술을 받는다. 임플란트는 잇몸 뼈에 티타늄 나사를 심고 그 위에 인공 치아를 씌우는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자연 치아만큼 완벽하지 않다.인간과 달리, 동물은 놀라운 치아 재생능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파충류와 어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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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우주에서 발효시킨 된장이 더 맛있다?
최초의 우주식량은 튜브에 담긴 퓨레였다. 간편하게 식사를 마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우주비행사들은 마치 접착제나 치약을 먹는 것 같다며 '끔찍한 수준'이라고까지 악평했다. 영양학적으로는 우수한 식사였음에도 지구에서 먹던 음식과는 영 딴판이었기에 우주비행사들은 한결같이 적응하기 어려워했다. 심지어는 맛과 향, 질감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식사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우주비행사도 있었다. 성공적인 우주 탐사를 위해서는 우주식량 연구가 절실했다.그로부터 50년 동안 수많은 연구를 거치며 우주식량은 계속해서 진화했다. 과거 오직 가볍고 오래가는 식품을 목표로 하던 우주식량에서 벗어나 맛과 향까지 신경 쓴 우주식량을 개발한 것이다. 지금은 우주에서 스파게티, 토마토수프, 오트밀, 카레, 마파두부 같은 가공식품을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최근 또 한번의 진보를 이루었다. 우주에서 직접 된장을 발효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가 발표된 것이다. 이 연구는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됐다.2020년 3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덴마크공대 연구팀은 미소된장 1kg을 용기 3개 에 나눠 담은 뒤, 각각 미국 MIT와 덴마크공대 실험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30일 동안 발효시켰다. 세 곳의 발효 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발효 기간 동안 환경 감지 장치를 설치해 온도, 습도, 압력, 방사선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했다. 30일 후, 3개의 미소된장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여러 측면에서 살펴봤다.실험 결과, 우주에서 발효된 된장은 외관, 향, 맛 모두 정상 범주 안에 있었다. 우주에서 ‘정상 된장’을 발효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총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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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124광년 떨어진 행성서 '강력한' 단서 찾았다
우주는 정말 우리만의 공간일까? 인류가 이 물음에 과학적으로 답할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몇십 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공동 연구팀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태양계 밖 생명체 존재에 관한 역대 가장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혀 과학계가 술렁이고 있다.이번에 포착된 증거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지난 4월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지구에서 약 124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진공에서 이동하는 거리로, 약 9조4,610억km) 떨어진 외계 행성 K2-18b의 대기에서 디메틸황화물(DMS)로 추정되는 신호가 포착됐다. 이 물질은 지구에서는 해양 박테리아나 플랑크톤 같은 생명체만이 만들어내는 분자다. 연구팀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K2-18b의 대기를 통과한 빛을 관측해 얻은 분광 데이터를 분석해 이 신호를 찾아냈고, 그 신뢰 수준은 약 3시그마(σ)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3시그마는 99.7%의 확률로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무게가 지구의 8배 수준인 K2-18b는 표면이 바다로 덮여 있고, 대기는 수소로 가득하다. 과학자들은 이런 종류의 행성을 ‘하이션(Hycean) 행성’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 하이션 행성은 2021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이 제안한 새로운 행성 분류 카테고리인데, 당시 K2-18b를 대표 후보로 지명했다.이번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K2-18b의 대기에서 메탄(CH₄)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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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문명과 소통 위해 우주로 송출된 K팝
지난 4월, 가수 지드래곤의 신곡이 우주로 향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번 송출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우주에 남기고 외계 문명과의 소통 가능성을 실험하는 목적을 담고 있다.현재까지 확인된 외계 행성은 5000개가 넘는다. 그마저도 전체 우주에서 약 0.00000005%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만 1000억 개 이상의 외계 행성이 존재한다. 외계 행성이 무수히 많다면 인간과 비슷한 지적 생명체가 사는 행성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런 생명체는 전파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는 이런 전제에서 시작됐다.목표는 우주에서 인위적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다. 천체 활동과 같은 자연적 신호와 구별되는 지적 생명체의 신호를 포착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와우(Wow)! 시그널’과 같은 의미 있는 신호가 감지되기도 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의 빅이어 전파망원경에서 궁수자리에서부터 온 비정상적 전파를 72초 동안 잡아낸 것이다. 이후 여러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 신호의 비밀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반대로 SETI는 지구의 전파를 우주로 보내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1974년 천문학자들은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망원경을 사용해 우주에 강력한 전파를 발사했다. 지구에서 2만5000광년 떨어진 헤라클레스 성단 M13을 향해 보낸 것으로, 우주로 전송한 첫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는 소통보다 외계 행성에 인류의 기술적 성취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2020년 아레시보 망원경은 해체됐으나, 메시지는 여전히 성단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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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하고, 공감하고…튜링 테스트 통과한 GPT-4.5
2013년에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 ‘사만다’는 사람처럼 말하고, 웃고, 위로하고, 농담을 건넨다. 주인공은 그런 사만다와 대화를 나누다 점점 그녀를 사람처럼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는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AI와 실시간으로 자연스럽게 대화한다. 과제를 물어보고, 글쓰기를 첨삭받고, 친구 관계나 연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AI는 문맥을 파악하고, 감정을 공감하는 듯한 말투로 답한다. 대화를 마친 뒤 “고마워, 네 덕분에 힘 난다” 같은 말을 AI에 건네는 일도 낯설지 않다.그렇다면 지금의 AI는 사람과 얼마나 비슷할까?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사람인지, AI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사람과 비슷할까? 지금으로부터 75년 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실험을 하나 고안했다. 바로 그 유명한 ‘튜링 테스트’다.튜링은 언젠가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모방하는 기계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너무 추상적이고 철학적이었기 때문에, 그는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꿨다. 기계가 실제로 생각하거나 감정을 느끼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으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즉 대화에서 얼마나 인간처럼 보이는지를 평가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튜링 테스트’다.튜링이 제시한 테스트는 간단하다. 질문자 한 명, 답변자 두 명이 등장한다. 답변자 중 한 명은 인간이고, 다른 한 명은 AI다. 질문자는 이 둘과 채팅으로 대화를 나눈 뒤, 누가 사람인지 추측한다. 둘 중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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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뱀 '파괴'에, 해안가 뱀은 '퍼뜨림'에 위력적
독성이 약하다고 알려진 뱀이 어느 날 블랙맘바처럼 맹독을 품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섬뜩하지만, 실제로 뱀의 독성은 단순한 유전적 특성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서식 환경에 따라 뱀의 독성이 바뀔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인도 과학연구소(Indian Institute of Science, IISc) 소속 연구진이 ‘기후’가 뱀의 독성을 바꾸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열대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PLOS Neglected Tropical Diseases’ 최근호에 게재했다.같은 종의 뱀이라도 서식하는 지역의 온도, 강수량 같은 환경 조건에 따라 독의 성분과 위력이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인도 전역에 서식하는 독사인 러셀살무사(학명 Daboia russelii)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인도 내 34개 지역에서 러셀살무사 115마리의 독 샘플을 채취한 후 독의 성분과 강도를 평균기온, 기온 변화 폭, 강수량, 강수량의 계절성, 습도 등 각 지역의 기후 데이터와 비교해 분석했다. 독의 경우 단백질분해효소(protease), 인지질분해효소(PLA2), L-아미노산 산화효소(LAAO) 등 세 가지 효소로 나눠 각자의 활성 정도를 측정했다. 세 효소는 각각 신체 조직 파괴, 세포막 분해, 세포 사멸 촉진을 유발하는 독소다.분석 결과, 독성 효소의 활성이 지역별 기후 조건에 따라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분해효소는 연평균 강수량이 낮고, 일교차가 크면서 건조한 지역일수록 활성도가 특히 높았고, 온난다습한 지역일수록 낮았다. 반대로 인지질분해효소의 활성도는 강수량이 많고, 습한 지역일수록 높게 나타났다.연구진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는 뱀이 사는 지역의 기후에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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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투과레이더 등으로 땅꺼짐 신호 찾죠
지난 3월 서울 강동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지름과 깊이가 각각 20m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이었다. 이번 싱크홀로 4개 차선이 무너졌고, 인명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3년간 서울에서만 60건 넘게 보고됐을 정도로, 최근 도심 한복판에서 싱크홀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싱크홀은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지반이 내려앉는 현상이다. 주로 석회암 지대에서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암석이 용해되며 나타난다. 빗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약산성의 탄산을 형성하고, 이 탄산이 석회암과 반응하면서 암석이 서서히 용해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동이라는 지하 공간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공동이 점점 커지다 지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지반이 무너져 내리며 싱크홀이 발생한다.싱크홀은 형성 과정에 따라 용해형, 침식형, 붕괴형 등으로 나뉜다. 용해형은 빗물이 암석의 균열을 따라 서서히 스며들면서 암석을 용해해 지표면에 우묵한 함몰지를 만든다. 이런 현상은 영국 페나인산맥의 석회암 지대처럼 석회암이 넓게 분포한 지역에서 흔히 관찰된다. 침식형은 사암 등 비용해성 암석 아래에 위치한 석회암이 용해되면서 상부 암석이 서서히 침하하는 방식으로 발생한다. 붕괴형은 지하에 형성된 동굴이나 공동의 천장이 무너지면서 발생한다. 지표면이 갑자기 함몰되는 것이 붕괴형 싱크홀의 특징이다.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이크킬 세노테는 붕괴형 싱크홀이 물로 채워져 천연 수영장처럼 변한 곳으로, 세계적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그러나 이런 싱크홀이 도로, 주택 등에서 발생하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 최근에는 도시화가 진행된 도심지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해 문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