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지적생명체 탐사 'SETI'
지난 4월, 가수 지드래곤의 신곡이 우주로 향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한 이번 송출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우주에 남기고 외계 문명과의 소통 가능성을 실험하는 목적을 담고 있다.

목표는 우주에서 인위적 신호를 찾아내는 것이다. 천체 활동과 같은 자연적 신호와 구별되는 지적 생명체의 신호를 포착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와우(Wow)! 시그널’과 같은 의미 있는 신호가 감지되기도 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의 빅이어 전파망원경에서 궁수자리에서부터 온 비정상적 전파를 72초 동안 잡아낸 것이다. 이후 여러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 신호의 비밀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반대로 SETI는 지구의 전파를 우주로 보내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1974년 천문학자들은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망원경을 사용해 우주에 강력한 전파를 발사했다. 지구에서 2만5000광년 떨어진 헤라클레스 성단 M13을 향해 보낸 것으로, 우주로 전송한 첫 메시지였다. 이 메시지는 소통보다 외계 행성에 인류의 기술적 성취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2020년 아레시보 망원경은 해체됐으나, 메시지는 여전히 성단을 향해 가고 있다.
유명 가수의 노래를 우주로 보내기도 했다. 2008년 러시아의 천문대에서 영국 록밴드 비틀스의 곡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를 지구에서 431억광년 떨어진 북극성을 향해 쏘아 보냈다. 노래 제목처럼 우주를 가로질러 간 셈이다.
지난 4월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지드래곤의 곡이 우주로 보내졌다. SETI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번 프로젝트는 이진준 KAIST 교수가 가수 지드래곤과 협업해 진행했다. 생성형 AI로 지드래곤의 홍채 패턴을 분석하고 3D 구조로 재구성한 뒤, ‘에밀레종’이라 불리는 선덕대왕신종의 소리와 지드래곤의 노래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을 결합해 미디어 아트 작품 ‘아이리스(Iris)’를 만들었다. ‘아이리스’는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활용해 상영됐으며, 음원은 79억 광년 떨어진 사자자리로 송출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인류 문화유산을 남기는 동시에 우주와 소통을 시도하는 의미를 담았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우주와 소통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아직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한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다. 외계에서 신호를 감지할 기술이 부족하거나, 외계에서 보낸 신호가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형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우리의 신호가 외계 행성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신호를 발견했더라도, 아직 지구로 도달하는 중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SETI는 전 세계 전파망원경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호 분석과 과학적 탐지 범위 확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SETI 연구팀은 ‘외계 문명이 우리와 유사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구와 인간 활동을 감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탐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지구와 유사한 기술을 지닌 외계 행성에서 인류 문명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아레시보 천문대에서 전송한 신호와 유사한 신호를 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최대 1만2000광년 떨어진 곳에서도 우리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고 추정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2월 국제 학술지 천문학 저널에 실렸다.
한편 외계 생명체 탐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NASA는 2021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발사해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하고 그곳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특히 행성 대기에서 생명체 활동의 영향을 탐지함으로써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비록 외계 생명체의 지능 수준은 알 수 없지만,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SETI 프로젝트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억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