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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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놀자
공룡이 육지 생태계를 지배한 힘 '잡식성'
지금으로부터 약 2억 년 전, 지구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공룡들이 육지 생태계를 지배했다. 브라키오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등 종도 매우 다양했다. 공룡은 어떻게 다른 생명체들을 제치고 지구 생태계를 지배할 만큼 번성할 수 있었을까? 많은 과학자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화석을 연구한다. 그리고 최근 똥화석에서 그 비밀의 실마리가 나왔다.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그제고시 니에츠비에지키 박사가 이끈 국제연구팀은 공룡들의 똥과 구토물 화석인 브로말라이트(bromalite)를 분석한 결과, 공룡들의 식습관이 번성의 비밀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다양한 먹이를 먹으며 주변 환경에 잘 적응했고, 덕분에 기후가 크게 변했을 때 취약해진 다른 생물과 달리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연구팀은 폴란드 분지에서 발견된 브로말라이트에 주목했다. 폴란드 분지는 후기 트라이아스기 당시 ‘판게아’라는 하나의 큰 대륙의 북부에 위치한 곳이다. 트라이아스기 말부터 쥐라기 초까지 시대에 만들어진 공룡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 이 시기는 공룡이 지구 생태계에 나타나 번성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이번 연구의 또 다른 핵심은 브로말라이트다. 브로말라이트는 똥과 구토물 등이 화석화된 것을 말한다.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 당시 주변에 어떤 식생이 형성돼 있었는지 등 뼈나 이빨 화석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똥과 구토물이 배설된 뒤 재빠르게 흙이나 화산재 등에 묻히거나, 산소가 적어서 미생물 활동이 제한되어 분해가 느려지는 환경, 탄산칼슘 같은 광물질이 주변에 많은 환경에서 화석화될 수 있다. 또 똥에 뼈나 껍질 같은 무기질 성분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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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 운동, 기억·학습능력 향상의 '열쇠'
최근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운동은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기억력과 집중력 등 뇌 기능 향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지며 운동의 긍정적인 효능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흔히 새해가 되면 꾸준히 운동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야심 차게 세운 계획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으나, 최근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과거와 달리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홈트’ ‘러닝크루’ 등 다양한 운동 방식이 유행하고, SNS에 ‘오운완’ 인증 사진 업로드는 일상이 됐다. 남녀노소 모두가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자랑하는 것이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그러나 청소년들이 운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다소 낮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10대의 규칙적인 체육 활동 참여 비율은 47.9%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조사에서 20대는 57.6%, 30대 이상은 전부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앞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건강증진활동 조사’에서 한국 청소년의 건강 활동은 전 세계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당장은 문제없어 보일 수 있으나, 청소년기 운동은 훨씬 더 중요하다. 이 시기 운동 부족은 신체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비만이 발생할 경우, 청소년기에는 지방세포 수가 증가하는 ‘지방세포 증식형 비만’으로 발전할 수 있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지방세포는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지방세포 수가 늘어난 상태에서 체중 감량은 어려워지고, 만성 비만으로 이어진다. 청소년기 운동은 비만 예방뿐 아니라 건강한 성장과 성인기 체중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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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 매일 달라져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영국 지질조사국(BGS)이 지난해 말 세계 자기장 모델(World Magnetic Model, 이하 WMM) 최신판을 공개했다. WMM은 지구가 방출하는 자기장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나타내는 ‘자기장 지도’다. 두 기관은 1985년 WMM 첫 공식 버전을 공개한 후 대략 5년마다 최신 데이터를 반영해 업데이트하고 있다. WMM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될까.지구가 방출하는 자기장은 중심부에 있는 외핵에서 발생한다. 지구의 내부구조를 살펴보면 지표면인 지각, 핵을 감싸는 고체층인 맨틀, 그리고 주로 철과 니켈로 이뤄진 외핵과 내핵으로 구분된다. 내핵은 고체지만, 외핵은 액체다. 지구가 자전하면 액체 상태의 금속이 대류하고 회전하면서 그 안의 전자도 함께 움직인다.전자의 흐름은 곧 전류이고, 전류가 흐르면 주변에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외핵에서 발생한 자기장은 지구의 남극에서 나와 북극으로 향한다. 자석 주위에 생기는 자기장이 N극에서 S극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지구는 남극이 N극, 북극이 S극인 거대한 자석인 셈이다. 자석의 특징 중 하나는 서로 다른 극끼리 잡아당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석으로 만들어진 나침반 바늘의 N극은 S극인 북극을 가리킨다.그런데 나침반 바늘이 가리키는 ‘자기장의 북극(자북극)’과 지구의 자전축과 북반구의 지표면이 만나는 곳(위도 90도)인 ‘지리적 북극’은 일치하지 않는다. 지리적 북극은 고정된 지점이지만, 자북극은 외핵의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은 탓에 조금씩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나침반이 가리키던 북쪽이 오늘 가리키는 북쪽과 다르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기장의 변화를 추적해 지리적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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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지구궤도에 머문 '미니 달', 정체는 달의 파편?
지구의 동반자, 달은 약 40억 년 동안 지구와 함께했다. 한편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불과 두 달 동안 지구의 위성궤도에 머문 '미니 달'이 발견됐다. 이 천체를 발견한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연구팀은 "진짜 위성이 매장 안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과 같다면, 지구를 잠시 찾아왔던 미니 달은 창밖에서 잠시 매장을 보고 간 쇼핑객과 같다"고 비유했다.미니 달의 정식 이름은 소행성 2024 PT5로, 길이는 10m밖에 되지 않는다. 보통 지구에 접근한 소행성은 두 가지 행보를 보인다. 지구를 비껴가 다시 우주 멀리 떠나는 소행성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지구 하늘에 밝은 줄무늬를 남기며 타버리거나 드물게 지상에 충돌한다. 그러나 2024 PT5는 지구를 비껴가지도, 지구에 충돌하지도 않고 지구의 중력에 잡혔다. 천문학자들이 2024 PT5처럼 지구의 중력에 잡힌 미니 달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매우 드문 케이스다. 크기가 작고 이동속도가 빨라 식별하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때로는 미니 달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인공 물체로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 연구를 이끈 라울 데 라 푸엔테 마르코스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연구원은 “지구와 비슷한 궤도를 가진 물체를 발견하고 처음엔 당연히 우주선의 잔해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관측 결과 2024 PT5는 자연 물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2024 PT5는 8월 7일에 처음 발견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소행성 충돌 방지 시스템 아틀라스(ATLAS)에 속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천문대에서 확인됐다. 이후 2024 PT5는 지구의 중력의 영향권에 들어오면서 말굽 모양의 경로를 따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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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세계 최초로 소·돼지 '방귀세' 도입해요
2025년 새해가 밝은 지 일주일 남짓, 경제 뉴스는 벌써 심상치 않다. 특히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의 가격이 껑충 뛰었다. 지난여름에 나타나는 기록적 폭염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석을 반영하듯 '기후플레이션' '히트플레이션'이라는 경제 신조어가 등장했다. 모두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 지구온난화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니, 무슨 말일까?기후플레이션은 ‘기후(climat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단어다.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폭염, 가뭄, 폭설 등의 자연재해와 병충해 탓에 농작물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고, 그로 인해 가격이 치솟는 현상을 의미한다. 영국의 BBC 시사 프로그램 뉴스나이트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쓰이게 됐다. 이 외에도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은 기온 상승이, ‘소크플레이션(soakflation)’은 홍수와 폭우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준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다.그렇다면 실제로 지구온난화가 물가상승의 원인이 됐을까? 지난해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른 적이 있다. 배추의 경우 한 포기에 1만원에 육박했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호냉성 채소이므로, 해발고도가 높아 여름에도 서늘한 강원도의 고랭지 지역에서 자란다. 그러나 지난여름 역대급 폭염이 길게 이어지면서 배추가 노랗게 말랐고, 반쪽시들음병과 무름병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배와 사과는 여름철 집중호우로 생산량이 30% 줄었고, 가격은 지난해보다 88% 올랐다. 차가운 물에 사는 명태와 고등어는 어획량이 크게 감소했고, 오징어 또한 차가운 물을 찾아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모두 가격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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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서열로 정보 기록…바이오메모리 시대 왔다
AI 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전 세계 데이터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21년까지 생산된 데이터 총량이 약 50ZB(제타바이트, 10의21승 바이트)인데, 2023년 한 해에만 120ZB의 데이터가 생성됐다. 이는 1TB(테라바이트) 크기의 외장 하드디스크가 1200억 개 필요한 양이다. 이렇게 기존 저장장치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데이터 생산 속도가 가속화되자, 과학자들은 작고 빠르고, 안정적인 차세대 저장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생명체의 설계도인 DNA를 활용한 저장장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현재 우리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저장장치로 사용하며, GB(기가바이트)에서 TB 단위의 데이터를 저장한다. HDD는 자기 디스크가 회전하면서 물리적으로 데이터가 기록되고 읽히는 방식이다. SSD는 플래시 메모리라는 반도체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다. 이들은 0과 1의 두 가지 숫자를 사용하는 이진법으로 데이터를 저장한다.이진법은 단순해 오류 발생 가능성이 적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수많은 정보를 단 2개의 숫자로 표기해야 하므로 그만큼 저장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또 HDD와 SSD의 수명은 10년 내외로 길지 않아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이런 상황에서 DNA가 차세대 저장장치로 떠오르고 있다. 생체 분자인 DNA가 디지털 정보의 저장 매체로 활용된다는 점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DNA는 자연이 발명한 최고의 저장장치다. 생명체는 DNA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정보는 아데닌, 시토신, 구아닌, 티민(A, G, C, T)이라는 4개의 염기배열로 이뤄져 있다.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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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험 많을수록 시간 천천히 흘러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캐럴과 반짝이는 화려한 장식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런 크리스마스는 유난히 빨리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이 들수록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속도는 더 빨라지는 듯하다. 이는 단순한 착각이 아닐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시간 감각은 나이에 따라 다르며, 그 배경에는 경험과 심리적 요인이 깊이 얽혀 있다.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지만, 체감하는 흐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다가올 일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기대되는 일이 있을 때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듯하지만, 불안하거나 꺼리는 일은 유난히 더디게 느껴진다.이런 시간 감각의 차이가 감정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연구가 있다. 지난 7월, 루스 오그던 영국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 교수팀은 감정이 시간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긍정적 감정을 느낄 때 중요한 행사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고 여길 가능성이 크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발표됐다.연구팀은 영국과 이라크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때 영국인 응답자의 약 76%는 “크리스마스가 해마다 더 빨리 다가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라크인 응답자의 70%는 라마단 행사에 대해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라마단은 무슬림들의 최대 종교 행사로, 매년 약 한 달간 금식과 기도를 하며 신앙심을 다지는 기간이다.연구팀은 다가올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시간의 흐름을 더 빠르게 지각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반면 불안하거나 긴장되는 일이 있을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의료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등 스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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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가루' 한 움큼으로 탄소 20kg 없앤다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하면 지구의 평균온도는 얼마나 올랐을까.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는 약 1.45℃ 높았고, 관측을 시작한 이래 174년 만에 가장 따뜻한 해였다. 그런데 올해 기록이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9월 상승폭이 약 1.54℃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15년에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한 상승폭 마지노선이 1.5℃였던 걸 생각하면 지구는 우리의 바람보다 빨리 따뜻해지고 있다.지구 기온이 점점 높아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온실가스다. 온실가스는 마치 이불처럼 지표면이 방출하는 열(적외선)을 가두는 물질이다. 온실가스의 농도가 높아지면 지구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이 더 많아지므로 기온이 올라간다.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있는데 이산화탄소의 비율이 70% 이상으로 가장 크다. 더군다나 다른 온실가스보다 배출량이 많고, 대기 중에 오래 남아 있어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과학자들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연구에 힘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대표적 연구가 대기 중에 흩어져 있는 이산화탄소(약 400ppm 수준)를 포집하는 DAC(Direct Air Capture)다. DAC는 대기 중의 공기를 포집한 후 특별한 화학물질로 이산화탄소를 흡착해 걸러내는 기술이다. 이산화탄소를 직접 줄일 수 있고,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다양한 산업에 활용할 수도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농도가 낮은 이산화탄소를 걸러내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데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상용화하려면 기술적·경제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소속 오마르 M. 야기 교수 연구팀이 이런 장애물을 극복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