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동물 복원 기술
약 4000년 전 지구에서 번성한 매머드의 상상도. /위키미디어 제공
약 4000년 전 지구에서 번성한 매머드의 상상도. /위키미디어 제공
영화 ‘쥬라기 공원’을 아시나요? 영화 속 과학자들은 호박에 갇힌 모기 화석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하고, 개구리를 활용해 공룡을 태어나게 했어요. 이미 수천 년 전에 지구에서 멸종된 생명체를 되살린 거예요.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연구가 실제로도 일어났습니다. 최근 지구에서 멸종된 매머드의 털을 가진 쥐가 탄생했거든요. 영화 ‘쥬라기 공원’이 현실이 되는 걸까요?
콜로설 털복숭이 쥐는 매머드의 털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태어나 털색은 황갈색이고, 털 길이는 일반 쥐(오른쪽)보다 3배 정도 길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제공
콜로설 털복숭이 쥐는 매머드의 털 특성을 그대로 지니고 태어나 털색은 황갈색이고, 털 길이는 일반 쥐(오른쪽)보다 3배 정도 길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제공
미국 바이오 회사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가 최근 ‘콜로설 털복숭이 쥐’를 탄생시켜 세상에 공개했어요. 콜로설 털복숭이 쥐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온몸을 북슬북슬하게 뒤덮은 황토색 털이에요. 이 털은 지구에서 오래전에 멸종된 매머드의 특징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매머드의 특징을 가진 쥐를 만든 거예요.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매머드에 주목했죠. 매머드는 몸길이 4m, 몸무게 약 8톤으로 매우 거대한 포유류예요. 또 긴 코와 그 옆으로 길게 난 상아가 코끼리와 매우 닮았어요. 특히 피부 아래에 두꺼운 지방층이 있어서 추위에 매우 강했어요. 덕분에 북극의 차갑고 넓은 초원인 툰드라 지역에서 풀을 먹으며 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쯤 빙하기가 끝난 시기에 지구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어요.

그러다 최근 매머드가 다시 발견되기 시작했어요.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이 오르자 동토층이 녹았고, 그 안에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의 매머드 사체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거예요. 과학자들은 매머드가 지구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유전자를 채취해 매머드 복원 연구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매머드 복원 연구의 핵심 기술은 ‘크리스퍼’입니다. 크리스퍼는 유전자가위로 불려요. 색종이를 자르는 가위처럼 유전자를 원하는 부분만 잘라내고, 붙이고, 다른 유전자를 끼워 넣을 수도 있어요. 매머드의 특징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유전자가위로 자른 뒤, 친척뻘인 코끼리의 몸에 편집해 넣으면 매머드가 탄생할 수 있다고 봤어요. 과학자들은 코끼리 실험을 하기 전에 쥐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했어요.

연구팀은 우선 매머드의 유전자를 분석해 코끼리 유전자와 비교했어요. 털의 길이, 색깔, 피부 등 매머드의 특징을 나타내는 유전자 10개를 구별했고, 유전자가위로 이 부분만 잘라내 준비했어요. 이후 실험 쥐의 수정란에 잘라낸 매머드 유전자를 편집해 넣고, 다른 암컷 쥐의 몸에서 자라게 했어요.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쥐가 바로 ‘콜로설 털복숭이 쥐’입니다. 겉모습은 분명 쥐인데, 황토색 털이 길고 빽빽하게 나 있어 일반 쥐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어요. 털 길이만 해도 다른 쥐보다 3배 이상 길었거든요.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연구진은 멸종된 동물을 생명공학적으로 복원하는 데 한 걸음 나아갔다고 설명했어요. 또 2028년까지는 코끼리를 활용한 연구로 매머드를 탄생시키는 게 목표예요.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매머드 이외에 다른 멸종 동물도 복원 연구를 하고 있어요. ‘다이어 울프’라는 늑대와 타즈메이니아 타이거, 도도새 등 다양합니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왜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을 다시 복원하는 걸까요?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연구진은 멸종 동물 복원이 잃어버린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매머드는 대형 초식동물이라 이들이 지구에 다시 나타나 풀을 많이 먹으면, 그 자리에 새로운 다양한 식물이 자라면서 생태계가 순환될 것이라고 해요. 새롭게 생긴 초지 덕분에 지구온난화 또한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기술들은 앞으로 멸종될지도 모르는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요.

그러나 한편에선 계속되는 멸종 동물 복원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요. 우선 유전자 기술로 태어난 생명체가 ‘멸종된 동물’ 그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에요. ‘콜로설 털복숭이 쥐’처럼 매머드 털을 지닌 코끼리가 탄생한다면, 이 코끼리를 ‘매머드’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매머드의 특징 중 겉모습 일부를 따라 했을 뿐 유전적으로 완전히 똑같아질 수 없다는 겁니다.

만약 진짜 매머드가 복원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매머드가 살던 시대의 툰드라는 현재의 툰드라와 분명 다르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물들 또한 다르기 때문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어요.

유전자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어요. 그 결과 유전적 결함을 지닌 생명체가 태어날 수도 있는 거지요.

멸종 동물 복원 연구, 과연 생태계를 돕는 일일까요? 생태계를 교란하는 일일까요? 다 같이 생각해봐요~.√ 기억해주세요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연구진은 멸종 동물 복원이 잃어버린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매머드는 대형 초식동물이라 이들이 지구에 다시 나타나 풀을 많이 먹으면, 그 자리에 새로운 다양한 식물이 자라면서 생태계가 순환될 것이라고 해요. 새롭게 생긴 초지 덕분에 지구온난화 또한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