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지는 우주 팽창 속도
138억 년 전, 거대한 폭발인 ‘빅뱅’이 일어나며 우주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 우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팽창해왔다. 더 놀라운 점은 시간이 흐를수록 팽창 속도도 빨라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오랜 믿음에 균열을 내는 연구가 나왔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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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이후 우주가 계속 팽창해왔다는 사실은 현대 우주론의 기본 전제다.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우리에게서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허블의 법칙’을 발견하며 우주 팽창의 증거를 제시했다.

그리고 1998년, 천문학자들은 Ⅰa형 초신성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Ⅰa형 초신성은 백색왜성이라는 별의 잔해가 주변 물질을 끌어모으다가 특정 임계 질량에 도달하는 순간 폭발하면서 생긴다. 이 폭발은 우주 어디에서 일어나든 조건이 동일해 방출하는 에너지가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우주에서 거리를 측정하는 기준, 즉 ‘표준 촛불’이 된다. 고유한 밝기를 이미 알고 있으므로 지구에서 이 초신성이 얼마나 어둡게 보이는지를 측정해 그 거리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관측한 결과, 먼 곳의 초신성은 예상보다 훨씬 더 어둡게 보였다. 더 어둡다는 것은 더 멀리 있다는 뜻이기에, 과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가속 팽창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 바로 ‘암흑에너지’였다. 암흑에너지는 우주 전체 밀도의 약 68%를 차지하며, 중력과는 반대로 작용해 우주를 팽창시키는 힘으로 알려져왔다. 이 우주 가속팽창 이론은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표준 우주론의 핵심이 됐다.

그런데 최근 이영욱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은하진화연구센터 교수 연구팀이 이 이론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가 표준 촛불로 여겼던 Ⅰa형 초신성의 밝기가 생각만큼 균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약 300여 개 은하의 Ⅰa형 초신성을 조사한 결과, 폭발 당시 별의 나이에 따라 초신성의 밝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젊은 별이 폭발한 초신성은 상대적으로 어둡고, 나이 든 별이 폭발한 초신성은 더 밝았다. 즉 Ⅰa형 초신성이 사실은 나이 편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먼 은하를 본다는 것은 우주의 과거 모습을 본다는 뜻이다. 예컨대 100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온 빛은 우리에게 오기까지 100억 년이 걸렸다. 우리는 100억 년 전의 젊었던 우주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비교적 가까운 은하에서 오는 빛은 현재와 가깝다. 즉 먼 초신성은 대부분 우주 초기의 젊은 별에서 나온 폭발이고, 가까운 초신성은 나이 든 별의 폭발이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먼 초신성은 실제보다 더 어둡게 관측됐고, 가까운 초신성은 더 밝게 보였을 수 있다.

연구팀은 나이 편향에 따른 밝기 차이를 보정해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의 표준 우주 모형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우주는 더 이상 가속 팽창하지 않고, 오히려 팽창 속도가 서서히 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연구팀의 주장이 맞는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은 단순한 속도 변화가 아니다. 지금까지 우주 팽창을 주도한다고 알려진 암흑에너지에 대한 우리의 기본 상식이 통째로 뒤집힐 수 있다. 그동안 암흑에너지는 시공간에 항상 일정한 상수였는데, 이 연구는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흐르며 약해지는, 즉 변화하는 에너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최근 암흑에너지 분광 관측 장비(DESI) 프로젝트가 제시한 새 암흑에너지 모델과도 잘 부합한다.

물론 이번 연구는 학계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초신성의 나이 편향 보정 방법, 데이터의 해석 방식 등에서 여러 논쟁이 남아 있다. 연구팀 역시 추가 검증을 위해 나이가 비슷한 은하들만 선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1차 검증 결과는 기존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기억해주세요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
우주의 팽창 속도는 과연 느려지고 있을까? 아직 섣불리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방식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측과 분석이 더욱 정교해질수록 우주는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하며, 우주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