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의 공격 방법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묘사되는 독사의 공격은 늘 비슷하다. 풀숲에 웅크린 채 혀를 날름거리며 기회를 노리다가 번개처럼 몸을 튕겨 사냥감을 물고 재빠르게 도망치는 식이다. 그런데 실제 독사의 공격은 우리가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다. 선풍기 날개가 빠르게 회전하면 멈춰 보이는 것처럼 독사의 0.1초는 눈이 잡아내지 못하는 디테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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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호주 모나시 대학교(Monash University) 연구팀이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국제 학술지 ‘실험생물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독사를 고속카메라로 촬영하고, 이를 3D 영상으로 만들어 공격 동작을 분석해 독사의 공격이 단순 돌진이 아니라 속도, 가속도, 각도 조절이 동시에 이뤄지는 고도의 생체역학적 행동이라는 점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살모사과(Viperidae), 코브라과(Elapidae), 뱀과(Colubridae)에 속하는 서로 다른 36종의 독사에게 의료용 젤로 만들어진 더미 모형을 물게 했다. 그리고 여러 각도에서 초당 1000프레임 이상의 고속카메라로 촬영한 후 3D 영상으로 재구성해 송곳니가 어디에 어떤 각도로, 어느 정도의 힘으로 박히는지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독사들은 몇 가지 공통된 기술을 사용했다. 먼저 몸을 S자로 접은 상태에서 순식간에 힘을 폭발시키며 초속 3m가 넘는 속도로 튀어나가고, 물기 직전에는 송곳니가 목표에 정확히 들어가도록 머리를 몇 도 단위로 미세하게 회전해 궤적을 조정한다.

마지막으로 한번 문 것으로 끝내지 않고, 송곳니를 살짝 뺐다가 다시 찌르는 ‘재배치’ 동작을 통해 독이 더 깊고 효과적으로 퍼지도록 만든다. 이전까지는 빠르게 물고 도망치는 단순 행동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정교한 ‘독 주입 최적화’ 과정이 숨어 있었던 셈이다.

다만 이런 기본 기술을 어떻게 조합해 사용하는지는 종마다 뚜렷하게 달랐다. 살모사과는 길고 접히는 송곳니를 이용해 멀리서 몸을 튕겨 깊게 관통하는 전략을 썼고, 코브라과는 상대적으로 짧은 송곳니를 활용해 짧은 거리에서 빠르게 여러 번 무는 연타 방식을 사용했다. 뱀과는 송곳니가 입 안쪽 뒤에 있어 긁듯이 상처를 내며 독을 흘려 넣는 방식을 썼다.

이런 공격 방식의 차이는 독사의 서식지, 먹이의 이동 속도와 방어 습성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이뤄진 진화의 결과로 해석된다. 일률적 방식으로는 느리게 움직이며 피부가 부드러운 양서류와 순간적으로 튀어 달아나는 설치류를 모두 사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숲속처럼 시야가 좁은 환경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근거리 연타 전략’이, 열린 초원에서는 멀리서 몸을 튕겨 관통하는 ‘원거리 돌진 전략’이 더 유리하다. 결국 뱀마다 공격법이 다른 것은 단순한 개체 차이가 아니라 먹이를 붙잡기 위해 수백만 년 동안 다듬어진 생존 기술의 흔적이다.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독사의 공격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여러 요소가 얽힌 복합적 행동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정량화했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독사가 물고 도망치는 속도만 측정하거나 송곳니 구조만 분석하는 연구가 많았는데 고속 촬영과 3D 영상을 활용해 속도, 가속도, 궤적 등 독사의 공격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하나의 움직임 패턴으로 통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독사는 무작정 빠르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속도는 줄이더라도 각도 조절을 더 정밀하게 하는 등 전략적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향후 확장 가능성도 크다. 독 주입량을 정밀 예측하는 모델 개발, 생체역학을 모방한 로봇 관절 정밀 조작 기술 등에 응용될 수 있다. 기술이 자연을 더욱 촘촘하게 비추기 시작하면서 익숙하게 여겨지던 생물도 전혀 새로운 존재로 보인다. 독사의 0.1초는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 수백만 년의 진화가 압축된 생체역학적 퍼즐이고, 우리는 그 퍼즐 조각을 조금씩 맞춰가고 있다.√ 기억해주세요
김우현
칼럼니스트
김우현 칼럼니스트
독사가 먹잇감을 물어 독을 주입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0.1초 동안 초속 3m 이상의 돌진하거나 미세하게 머리 각도를 조절하고, 송곳니를 뺐다가 다시 무는 재배치를 조합해 독을 주입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활용한다. 실제 공격 방식은 살모사과·코브라과·뱀과 등 종마다 다른데 송곳니의 길이와 위치에 따라 깊게 관통하는 방법, 여러 번 무는 방법, 긁는 방법 등을 사용했다. 이런 공격 방식의 차이는 서식지와 먹이의 특징에 맞춰 진화한 결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