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독감 진단
감기와 독감, 증상은 비슷하지만 감기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반면 독감은 매년 전 세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다. 독감의 전파를 막기가 유독 어려운 이유는 감염 시점에 바로 진단하기가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다.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자 대부분은 증상이 심해지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데, 독감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전염성이 있어 진단 전에 이미 주변에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 로렌츠 마이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독감 진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센트럴 사이언스’ 10월 1일 자에 게재됐다.
두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렌츠 마이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감염자의 혀에 주목했다. 복잡한 진단 기기 없이 혀 자체가 감지기가 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독감 바이러스의 종류는 H1N1·H3N2 등과 같이 다양한데, 이때 H와 N은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이 중 N(뉴라미니다아제) 단백질과 만나면 ‘티몰’이라는 물질이 방출되는 분자 센서를 개발했다. 티몰은 강한 허브 향을 내는 물질로 입속 침에 N 단백질, 즉 독감 바이러스가 있다면 환자는 허브 향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당연하게도 체내에 독감 바이러스가 없다면 아무런 맛을 느낄 수 없다.
연구팀은 이 분자 센서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실험실에서 독감에 감염된 사람의 침이 있는 시험관에 분자 센서를 넣은 결과, 30분 안에 티몰이 방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분자 센서를 사람과 쥐의 세포에 적용해 테스트한 결과, 세포 기능에는 변화가 없었다. 즉 안전성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독감 진단에 활용하려면 임상시험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앞으로 독감 감지 분자 센서를 껌이나 막대사탕으로 만들 계획이다. 누구나 언제든 사용할 수 있어 감염 초기에 독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렌츠 마이넬 교수는 “우리는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검사 절차 대신 인간의 자연적 감각 체계인 미각을 감염 조기 발견 도구로 활용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독감 진단 방법은 전 세계적으로 독감을 조기에 발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어, 특히 고위험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효과적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진단 방법이 더 의미 있는 것은 다른 병원체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렌츠 마이넬 교수는 “분자 센서의 구성물질을 바꾸면 바이러스가 퍼뜨리는 다른 감염병뿐 아니라 박테리아가 전파하는 감염병도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허브 향에 민감한 사람들을 위해 단맛, 쓴맛, 짠맛은 물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맛까지 감지되도록 변형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더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있다. 독감 환자가 껌이나 막대사탕을 먹고 진단해 확인한 결과를 기록하는 앱을 만들어 독감 바이러스의 확산 추이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는 계획이다.연구팀의 계획이 실현되면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이 다시 찾아왔을 때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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