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과학과 놀자

    지구에 유기물 배달?…힘받는 외래 생명기원설

    약 40억 년 전, 원시 지구는 뜨겁고 척박한 땅이었다. 그런데 이 불모의 땅에서 어떻게 복잡한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두 가지 가설을 세웠다. 지구 자체에서 재료가 만들어졌다는 ‘자생설’과 외부에서 재료가 배달됐다는 ‘외래설’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 후자인 외래설에 힘이 실리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이 실마리를 가져다준 건 소행성 ‘베누’다. 베누는 지구에서 약 3억3300만km 떨어져 있으며, 태양계 형성 초기인 약 45억 년 전의 물질을 고스란히 간직한 ‘탄소질 소행성’이다. 지구와 같은 행성들은 지각 변동과 화산 활동, 대기 작용을 거치며 초기 형성 당시의 정보를 대부분 잃어버렸다. 하지만 베누처럼 크기가 작은 소행성은 열적 변화가 거의 없어 태양계 탄생 당시의 레시피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냉동 타임캡슐과 같다.특히 베누는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지구 근접 소행성’이기도 하다. 인류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수십억 년 전 지구에 물과 유기물을 배달해 생명의 씨앗을 뿌린 주역이 바로 이런 소행성들이었을 것이라는 가설을 입증하기엔 최적의 연구 대상이다. 그래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6년 베누의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는 임무를 가진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을 발사했다. 그리고 7년 만인 2023년 9월, 베누의 시료를 담아 귀환했다. 캡슐 속에는 121.6g의 샘플이 들어 있었다. 고작 종이컵 한 컵 정도의 양이지만, 그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거대했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핵심 성분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

  • 과학과 놀자

    레몬별에 다이아몬드 비?…제임스웹이 발견 [과학과 놀자]

    행성은 구형에 가깝다. 이제껏 의심하지 않던 우주의 공식이다. 이처럼 당연히 받아들여진 명제가 최근 깨졌다. 레몬처럼 한쪽이 길쭉하게 늘어난 모양의 행성이 발견된 것이다. 독특한 외형만큼이나 공기 성분도 생경하다. 이곳의 하늘에는 산소 대신 탄소가 가득하다. 투명한 다이아몬드 비가 쏟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만약 이 행성의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면, 레몬처럼 휜 지평선 너머로 반짝이는 보석 소나기가 내리는 장관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202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우주로 쏘아 올린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우주의 눈’으로 불린다. 허블의 뒤를 잇는 JWST는 아주 미세한 적외선까지 포착해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우주의 속살’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JWST 탐사 이후, 과거 존재만 겨우 확인한 먼 천체들의 숨겨진 실체가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최근 JWST는 다시 한번 기이한 외계 행성을 포착했다. 지구에서 75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PSR J2322-2650b’이다. 이 행성의 존재는 10년 전 전파 신호를 통해 처음 확인했지만, 너무 멀고 어두워 그간 구체적인 모습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12월, JWST의 정밀 분석 데이터가 공개되며 이 행성의 정체가 마침내 세상에 드러났다.놀랍게도 JWST가 들여다본 이 행성은 흔히 우리가 아는 둥근 공 모양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 양옆에서 힘껏 잡아당긴 듯 길쭉하게 늘어난 레몬 모양이었다. 미국 시카고대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이 놀라운 관측 결과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에 발표했다.사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포함해 태양계 대부분 행성도 완벽한 공 모

  • 과학과 놀자

    "빛 99.8% 흡수"…극락조 깃털 옷감 나왔다 [과학과 놀자]

    색은 물체에 흡수되지 못하고 튕겨 나온 빛의 잔여물이다. 예컨대 사과가 붉게 보이는 이유는 사과 표면이 붉은색에 해당하는 긴 파장의 빛은 반사하고, 다른 파장의 빛은 흡수하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어떤 물체가 검은색으로 보이면 표면이 빛을 반사하지 않고 대부분 흡수했다는 뜻이다.사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검은색은 대부분 빛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한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빛 일부를 반사하고 있다. 검은색을 자세히 보면 칠흑같이 검지 않고, 진한 회색이나 약간의 광택이 도는 검은색으로 보이는 게 이 때문이다.그래서 과학계에서는 진정한 어둠을 따로 구분하기 위해 물체가 반사하는 빛의 양이 전체의 0.5% 미만인 상태, 다시 말하면 반사율이 0.5보다 작은 상태를 ‘울트라블랙(Ultrablack)’이라고 부른다.과학자들은 빛의 반사를 극도로 억제한 울트라블랙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소재와 구조를 연구해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팀은 울트라블랙 중에서도 반사율이 유난히 낮은, 지금까지 보고된 것 중에 가장 어두운 옷감을 개발해 지난해 11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연구팀은 구애의 춤을 추는 것으로 알려진 ‘극락조(Magnificent Riflebird)’의 깃털에서 비결을 찾아냈다. 극락조의 검은 깃털은 반사율이 매우 낮아 울트라블랙에 가까운데, 이는 깃털 표면에 아주 미세한 기둥들이 촘촘하게 솟아 있는 구조가 빛을 내부에서 계속 튕기게 만들어 물체 안에 가둬버리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천연 양모인 ‘메리노 울’에 적용하기 위해 두 단계의 공정을 거쳤다.먼저 동물의 피부나 눈 조

  • 과학과 놀자

    물고기 아가미 본뜬 필터로 미세플라스틱 걸러낸다 [과학과 놀자]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사용하는 수많은 물건 가운데 가장 흔한 물질 중 하나는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잘 분해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크기가 매우 작은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게 떠오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우리가 옷을 빨래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옷을 세탁하는 동안 미세플라스틱은 왜,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그 이유는 옷 성분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옷 안쪽 봉제선을 따라 붙어 있는 성분표를 보자.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미세플라스틱이란 이름 그대로 지름이 5mm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모래알 크기이거나 그보다 훨씬 작은 입자까지 포함되며,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일상생활 곳곳에서 생겨나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페트병 뚜껑을 여는 순간에도 나오고, 치약과 스크럽 같은 화장품에도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빨래하는 과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아크릴’ 같은 외래어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 섬유들은 ‘합성섬유’로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계열의 물질이다.여러 연구에 따르면 합성섬유 옷 한 벌을 세탁기에 넣고 빨래하면, 여러 물리적 힘에 의해 수천에서 수만 가닥의 미세섬유가 떨어져 나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이 미세섬유가 흔히 말하는 미세플라스틱인 것이다. 옷을 여러 번 입으면서 마모될수록 그 수는 더 많아진다.이 수많은 미세섬유는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하수처리 과정에서 완

  • 과학과 놀자

    세계 최대 규모 3D 지도…27억개 건물 정보 담아

    전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건물이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히 인간의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인간은 건물을 중심으로 생활한다. 따라서 건물의 수는 인간이 어디에서 얼마나 활동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다.최근까지도 전 세계 건물 정보는 정확하지 않았다. 국가 단위로 통계 자료를 만들고 있긴 하지만 개발도상국이나 농촌, 비공식 정착지의 정보는 알기 어려웠다. 특히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대륙에 누락되어 있는 건물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독일 뮌헨공대 연구팀은 국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건물들을 포함한 전 세계 건물 지도를 완성했다. 지도 이름은 ‘글로벌 빌딩 아틀라스(Global Building Atlas)’로,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스 시스템 사시언스 데이터(Earth System Science Data)’ 12월 1일자에 실렸다.연구팀은 정확한 건물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위성사진을 활용했다. 위성은 전 지구를 촬영하기 때문에 세계 단위 통계를 낼 때 적합한 자료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위에서 내려다본 이미지라 위성사진에는 높이 정보가 없다. 건물 개수와 면적도 중요한 정보지만 건물 높이, 즉 건물 부피 정보까지 포함해야 완벽한 건물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위성사진에 함께 찍힌 그림자를 활용해 한계를 극복했다. 태양 각도와 그림자 길이를 알면 아주 간단한 산수 계산으로 건물의 높이를 알아낼 수 있다. 이때 그림자 길이를 정확하게 재는 것이 관건인데, 문제는 위성사진 한 장으로는 건물 앞 나무인지 그림자인지 정확히 판별하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다른 시간대에 찍힌 여러 사진을 겹쳐 이 문제를 해결했다. 태양의 각도가

  • 과학과 놀자

    "엄지손가락 길수록 뇌도 커"…고등 동물의 증거

    지금 두 손을 활짝 펴보자. 한 손에 5개씩, 총 10개의 손가락이 보인다. 모두 길쭉길쭉한데, 그중 눈에 띄는 손가락이 있다. 유난히 짧고 뚱뚱한데, 홀로 다른 손가락과 멀리 떨어져 있는 손가락. 친구에게 톡을 보내고 게임을 하느라 온종일 바쁜 손가락. 바로 엄지다. 그런데 이 엄지가 지능이 높은 고등동물의 증거라고 한다. 엄지에 숨어 있는 과학적 비밀을 만나보자.엄지손가락은 특별하다. 인간과 영장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이 갖고 있지 않은 신체 구조다. 엄지를 접으면 손바닥 쪽에 가까워져 다른 손가락과 마주 볼 수 있다. 이 ‘맞섬 움직임’ 덕분에 우리는 물건을 집을 수 있고, 연필로 글을 쓰거나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등의 정교한 동작을 할 수 있다.과학자들은 이런 엄지의 능력이 약 200만 년 전에 처음 나타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21년 독일 튀빙겐대학교 고인류학 연구팀은 옛날 사람들이 손을 어떻게 썼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과거의 인류를 직접 만날 수 없기에 화석으로 남아 있는 고인류의 손뼈를 오늘날의 사람 손뼈와 비교했다. 특히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과 맞닿을 수 있게 하는 핵심 근육인 ‘무지대립근’에 주목했다.연구를 위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3D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로 무지대립근이 붙는 위치, 엄지손가락을 다른 손가락 쪽으로 굽혔을 때의 작용 등 엄지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 여러 화석 인류의 엄지손가락 사용 능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유적에서 발견된 약 200만 년 전 인류인 ‘호미닌’의 엄지손가락의 효율성과 민첩성이 다른 인류에 비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반면 그보다 훨

  • 과학과 놀자

    "껌 씹으면 독감 걸렸는지 알 수 있죠"

    감기와 독감, 증상은 비슷하지만 감기는 대부분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반면 독감은 매년 전 세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이다. 독감의 전파를 막기가 유독 어려운 이유는 감염 시점에 바로 진단하기가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다.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자 대부분은 증상이 심해지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데, 독감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전염성이 있어 진단 전에 이미 주변에 바이러스가 퍼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 로렌츠 마이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독감 진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센트럴 사이언스’ 10월 1일 자에 게재됐다.현재 독감 진단을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PCR 검사와 신속항원 검사 두 가지다. PCR 검사는 콧속 깊은 곳에서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하고 실험실에서 증폭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는 높지만 비용과 시간이 든다. 독감 환자가 검사를 기다리는 하루이틀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있다. 한편 신속항원 검사는 바이러스에 있는 특정 단백질 항원의 존재 여부를 빠르게 확인하는 방식으로, 코 벽면에서 채취한 검체를 용액과 섞어 키트에 떨어뜨리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 아주 간단하고 빠르지만, 바이러스양이 적은 감염 초기에는 잘못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두 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로렌츠 마이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감염자의 혀에 주목했다. 복잡한 진단 기기 없이 혀 자체가 감지기가 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독감 바이러스의 종류는 H1N1·H3N2 등과 같이 다

  • 과학과 놀자

    원거리 돌진, 근거리 연타…뱀 따라 사냥법 달라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묘사되는 독사의 공격은 늘 비슷하다. 풀숲에 웅크린 채 혀를 날름거리며 기회를 노리다가 번개처럼 몸을 튕겨 사냥감을 물고 재빠르게 도망치는 식이다. 그런데 실제 독사의 공격은 우리가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다. 선풍기 날개가 빠르게 회전하면 멈춰 보이는 것처럼 독사의 0.1초는 눈이 잡아내지 못하는 디테일로 가득하다.최근 호주 모나시 대학교(Monash University) 연구팀이 이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국제 학술지 ‘실험생물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독사를 고속카메라로 촬영하고, 이를 3D 영상으로 만들어 공격 동작을 분석해 독사의 공격이 단순 돌진이 아니라 속도, 가속도, 각도 조절이 동시에 이뤄지는 고도의 생체역학적 행동이라는 점을 정량적으로 밝혀냈다.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살모사과(Viperidae), 코브라과(Elapidae), 뱀과(Colubridae)에 속하는 서로 다른 36종의 독사에게 의료용 젤로 만들어진 더미 모형을 물게 했다. 그리고 여러 각도에서 초당 1000프레임 이상의 고속카메라로 촬영한 후 3D 영상으로 재구성해 송곳니가 어디에 어떤 각도로, 어느 정도의 힘으로 박히는지 정밀하게 분석했다.그 결과 독사들은 몇 가지 공통된 기술을 사용했다. 먼저 몸을 S자로 접은 상태에서 순식간에 힘을 폭발시키며 초속 3m가 넘는 속도로 튀어나가고, 물기 직전에는 송곳니가 목표에 정확히 들어가도록 머리를 몇 도 단위로 미세하게 회전해 궤적을 조정한다.마지막으로 한번 문 것으로 끝내지 않고, 송곳니를 살짝 뺐다가 다시 찌르는 ‘재배치’ 동작을 통해 독이 더 깊고 효과적으로 퍼지도록 만든다. 이전까지는 빠르게 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