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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지진의 90% 이상은 활성단층에서 발생해요

    2016년 9월 경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하고 1시간도 되지 않아 다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지진 통보를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였다. 그리고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고, 16일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로 연기됐다.포항 지진은 진원 깊이가 7㎞에 불과해 피해가 더 컸다. 게다가 포항은 1700만 년 전 땅이 바다에 가라앉아 1000만 년 전까지 물속에 있었던 지역이라 완전히 고체화되지 않은 해성 퇴적층이 200m 두께로 쌓여 있다. 이때 지진으로 생긴 진동으로 지반 속 물이 고여 흙이 액체처럼 행동하는 ‘액상화’ 현상이 국내 최초로 발견됐다.이때부터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경주와 포항 근처에는 원자력발전소가 모여 있어 지역 주민의 불안이 높아졌고, 낙동강 하구를 시작으로 경주를 거쳐 영덕으로 이어지는 180㎞에 달하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리고 2022년 10월에는 괴산에서 규모 4.1, 2023년 1월에는 인천 강화군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두 지진 모두 활성단층 지역임이 밝혀졌다. 이제는 전국에 어느 지역에 단층이 존재하는지, 그 단층은 활성단층인지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활성단층이란 최근 지질시대까지 움직였고 미래에도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의미한다. 다만, ‘최근’에 대한 시간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우리나라 연구진은 2014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활성단층을 ‘우리나라의 현재 지질환경이 형성된 제4기(신생대, 약 200만 년 전) 이후 활동 흔적이 있는 단층’으로 정의했다. 단층이 한 번 생기면 그 부분이 약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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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날갯소리 등으로 꿀의 종류·방향·위치 알려줘

    몸을 얼어붙게 했던 추위가 물러가고 따스한 봄기운이 다가오면서 우리 마음과 행동이 조금 풀린 듯하다. 봄은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동식물의 기운을 돋우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겨우내 숨죽이고 움츠렸던 꿀벌에게는 꽃가루와 꿀을 찾아 분주히 돌아다녀야 할 계절이다.이른 아침, 벌통에서 나온 200~300마리의 정찰벌은 빠른 속도로 흩어져 꽃을 찾아다닌다. 원하는 꿀과 꽃가루를 찾은 정찰벌은 신속히 벌통으로 돌아와 주변 동료에게 자기가 가져온 꿀의 향기, 맛, 위치를 알려준다. 그런데 사람처럼 말과 글이라는 정보를 전할 수단이 없는 꿀벌은 어떻게 꽃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일까?양봉가와 박물학자들은 수세기 동안 꿀벌이 먹이의 위치를 동료 일벌에게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꿀벌의 언어를 처음으로 밝혀낸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1886~1982)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프리슈는 자신의 넓은 농장에서 꿀벌을 키우며 꿀벌의 생리를 연구했다. 프리슈는 특정 벌의 등에 페인트를 칠해 표시한 뒤 그 벌들이 꿀이나 새로운 집터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프리슈는 꿀벌들이 두 가지 형태의 춤을 춘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원을 그리면서 추는 원형 춤(round dance)과 8자 모양으로 돌며 추는 8자 춤(tail-wagging dance or waggle dance)이 바로 그것이다.원형 춤<그림1>은 목적지가 100m 이내에 있을 때 추는 춤으로, 방향을 나타내지 않고 일정하게 원을 그리며 돈다. 정찰벌이 춤을 출 때 다른 일벌은 몸을 바짝 붙여 춤을 따라 추며 먹이의 종류와 거리(원을 그리는 속도로)를 터득한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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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렘브란트의 '야경' 색은 왜 어두워졌을까

    그림 그릴 때 사용하는 물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물감은 기름이나 물과 같은 용매에 색을 띠는 고운 가루를 섞어 만든다. 가루는 용매에 녹지 않고 용매가 증발하면 굳어 색을 나타내는데, 이와 같은 분말 형태의 착색제를 '안료'라고 부른다. 안료는 재료에 따라 유기 안료와 무기 안료로 구분된다. 천연에서 얻거나 탄소를 기반으로 한 화합물로 색을 내면 유기 안료, 색을 띠는 광물을 곱게 갈아 사용하면 무기 안료라고 한다.현재 사용하는 물감은 대부분 무기 안료이고, 인쇄 잉크나 플라스틱의 색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은 유기 안료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안료를 사용했다. 구석기 시대에 그려진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서 산화철 가루를 사용해 붉은색을 표현했으며, 고구려 벽화에서도 인물의 입술이나 볼에 붉은 안료를 칠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우리나라의 궁궐이나 사찰에 가면 단청을 볼 수 있다. 단청은 목재 위에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 다섯 가지 색의 안료를 이용해 연꽃 등의 무늬를 그린 것이다. 단청에 쓰이는 안료는 대부분 색을 띠는 광물을 갈아 만들었다. 청색은 구리 광석의 일종인 남동석(Cu3(CO3)2(OH)2), 적색은 적철석(Fe2O3), 황색은 유황(S)이나 비소(As), 백색은 연백이라 불리는 납(Pb), 흑색은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인 송연묵(C)을 사용했다. 광물을 사용한 안료는 입자 굵기에 따라 다양한 명도나 빛깔을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동석 가루 입자가 커질수록 더 어두운 계열의 청색을 표현할 수 있었기에 하나의 광물로 다양한 청색 물감을 만들 수 있었다. 안료는 단청 외에도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쓸 때, 피부를 하얗게 표현하거나 입술이나 볼을 붉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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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의 파동을 응용…정보통신의 핵심 기술이죠

    '요즘 TV에선 노래 실력을 겨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다. 컴퓨터를 켜면 음악을 배경으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이나 동영상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 생활에서 음악이나 소리가 주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음악 소리뿐만 아니라 모든 소리는 파동으로 이뤄져 있고, 이런 파동을 정보통신 장치로 빠르게 주고받는 데는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이라는 기술이 큰 몫을 하고 있다.푸리에는 62세 되던 1830년 사망한 프랑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로 푸리에 변환의 원리를 고안하고 증명했다. 우리가 그를 TV에서 볼 기회는 거의 없으니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그의 기술을 적용한 아이디어 중에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 많다. 푸리에 변환을 응용한 첨단 사례가 발에 챌 정도로 많아도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안 보이는 법이다. 첨단 기술에 대한 더 나은 시야를 갖기 위해 푸리에 변환을 이해해보자.푸리에 변환의 기본 아이디어는 모든 파동의 모양을 진동수가 다른 단순한 파동들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1]을 통해 이것을 전형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그림은 진동 주기가 다른 sin 함수 10개를 진폭이 다르게 합성한 결과다. 부드러운 sin 함수들을 합성해 전혀 다른 모양인 삼각형 파동을 만들었다.다음의 [그림2]는 이런 원리를 기술자들이 어떻게 응용하는지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그림2]는 [그림1]에서 언급한 10개의 sin 파동 중 진폭이 제일 큰 3개만으로 합성한 결과다. 첫 번째 그림의 삼각형 파동과 똑같진 않아도 비슷한 모양의 파형을 얻을 수 있다. 푸리에 변환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때는 무한히 많은 sin 파동을 합하면 원하는 파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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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도 지역에서 해가 지지 않거나 뜨지 않는 현상

    1년 내내 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열대 지방이나 추운 날씨가 지속되는 한대 지방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 꽃이 만개하는 봄과 무더위가 찾아오는 여름, 단풍과 높은 하늘의 가을, 하얀 눈과 함께 추위로 얼어붙은 겨울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계절의 풍경을 모두 만끽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계절의 변화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그 답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데서 찾을 수 있다.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바퀴씩 공전하는 지구는 그와 동시에 24시간을 주기로 자전한다. 구 모양을 하고 있는 지구의 자전축은 지리상의 북극점과 남극점, 즉 위도가 각각 90°N, 90°S인 지역을 관통하는데, 지구의 공전축에 대해 약 23.5°만큼 기울어져 있다. 따라서 지구의 적도는 공전 궤도면에 대해 약 23.5°만큼 기울어진 채 자전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상에서 나타나는 계절 변화의 원인이 된다.기울어진 자전축을 가진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 지구 위에서 관측되는 태양이 하루 중 정오 무렵 가장 남쪽에 위치했을 때의 고도인 ‘남중 고도’가 달라진다. 남중 고도는 지표면의 단위면적당 도달하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양을 결정하는데, 남중 고도가 낮을 때는 같은 에너지가 넓은 영역을 비추고, 남중 고도가 높을 때는 더 좁은 영역을 비추므로, 단위면적당 도달하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양은 남중 고도가 낮을 때가 높을 때보다 더 적다. 따라서 만약 태양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있는 시기라면 북반구의 남중 고도는 높아 이때가 여름이며 이와 반대인 남반구는 겨울이 되는 것이다.계절이 변화하면 태양의 남중 고도뿐만 아니라 낮의 길이도 달라진다. 낮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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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키예는 4개 대륙판 경계에 있어 지진 잦아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에서 대지진이 연달아 일어나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11일 다른 시각, 다른 뉴스 채널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이 보도됐다.내용은 같지만, 두 뉴스는 다른 단어를 사용했다. 바로 ‘진도’와 ‘규모’다. 진도와 규모는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섞어서 사용하고 있지만 의미는 다르다. 둘 중 어떤 표현이 맞을까?진도는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척도’이다. 물체의 흔들림과 건물의 파괴 정도를 수치로 나타내며, 현재 우리나라는 수정 메르칼리 진도 계급(MMI)을 사용한다. 12단계로 나뉘며 ‘진도 Ⅲ’ ‘진도 Ⅳ’와 같이 로마자로 표기한다. 진원에서 멀어질수록 진도의 크기는 감소하며, 같은 지역에서도 상황에 따라 진도가 다를 수 있다.하지만 규모는 ‘지진파의 진폭을 이용해 계산한 절대적인 척도’로, 지진으로 방출된 진동에너지의 양을 나타낸다. ‘규모 7.8’ ‘규모 7.5’처럼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하고 소수점 한자리까지 적는다. 그러므로 위의 뉴스 중에선 ②번이 맞는 표현이다.그렇다면 튀르키예에서 강진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첫 번째는 판과 판의 경계에서 일어난 대륙판의 마찰 때문이다. 지구 표면은 여러 판의 조각으로 덮여 있다. 이 판들은 퍼즐처럼 얇은 조각이 맞춰져 있는 상태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다. 두께와 밀도가 다양한 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축적된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현상을 지진이라고 한다. 해양판은 대륙판보다 얇고 밀도가 높으며, 마그마가 나온 지역부터 맨틀 속으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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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카페인 커피 일등공신은 이산화탄소

    1700년대 초반 활동했던 바흐는 특별한 칸타타를 작곡했다. 주인공 리센은 '아, OO의 맛은 얼마나 기가 막히는가! 천 번의 키스보다 더 사랑스러우며 포도주보다 달콤하다네. 내게 즐거움을 주려거든 OO 한 잔을 따라줘요'라고 노래할 정도로 OO를 좋아한다. 하지만 당시 OO가 불임을 유발하고 피부를 검어지게 한다며 여성에게 금지됐기 때문에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다. 그러나 리센은 지혜를 발휘해 아버지와 화해하며 마음것 OO를 마실 수 있게 된다. 칸타타의 마지막 장면에는 OO를 찬양하는 합창이 즐겁게 흐른다. 이런 내용 때문에, 이 작품은 원래 제목과 달리 OO 칸타타라고 불리고 있다. OO는 도대체 무엇일까?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칭송을 받았고, 지금도 많은 이에게 사랑받는 이것은 바로 ‘커피’다. 철학자 칸트는 말년에 커피에 푹 빠졌고, 베토벤은 아침 식사로 커피를 마셨으며, 작가 발자크는 빚을 갚기 위해 수많은 작품을 쓰면서 커피를 벗 삼았다. 이렇게 서구 세계를 사로잡았던 커피는 조선 말기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초기의 커피는 일부 특권층이나 예술가 같은 소수를 위한 음료였지만, 6·25전쟁을 계기로 미군 부대를 통해 인스턴트 커피가 퍼져나가면서 대중화됐다.인스턴트 커피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처음 만들어졌는데, 원두를 갈아서 내리는 커피에 비해 맛과 향이 떨어지지만 간편함을 무기로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는 원두를 볶은 뒤 뜨거운 물로 추출해 커피 원액을 만들고, 이 원액을 영하 40도의 급속 동결기로 보내 얼린 상태에서 수분만 날리는 냉동 건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냉동 건조법은 성분의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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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폭탄 개발 후 확산방지 앞장선 '프로메테우스'

    2023년 7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 전기 영화가 개봉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터스텔라' 감독으로 유명하다. ‘인터스텔라’ 개봉 당시 일반 상대성 이론을 어떻게 표현하고 스토리에 녹였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러 갔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는 상당히 흥미로웠고, 대중에게도 과학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인터스텔라’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인 <인터스텔라의 과학(킵 손)>이 나올 정도였다. 놀란 감독의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은 다음 영화 ‘오펜하이머’도 기대하게 만든다.영화 ‘오펜하이머’는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의 평전 도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으로 한다. 오펜하이머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그는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 핵무기를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로 임명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렇게 개발한 원자폭탄을 미국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리면서 항복을 끌어내 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된다. 하지만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으로 인한 참상을 알게 되며, 무차별 대량 살상 핵무기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미국은 이후 핵무기로 소련을 공격하는 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었기에 오펜하이머는 대량 살상 핵무기 연구의 방향을 틀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수소폭탄 연구를 방해한다. 이런 오펜하이머가 거슬렸던 정부는 오펜하이머를 스파이로 몰아가며 정치권력에서 내쫓는다. 오펜하이머는 사후인 2022년 12월에야 구소련의 스파이라는 혐의를 벗게 된다.여기서 주요 쟁점이 되는 원자폭탄은 화학반응으로 에너지가 방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