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야구 투구판정시스템(ABS)
지난달 3월 23일, 2024년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올해는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류현진 선수가 친정 팀인 한화이글스로 복귀하면서 정규 리그가 시작되기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올해 프로야구에 류현진 선수만큼 팬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 시즌 개막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타석에서 스윙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 시즌 개막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타석에서 스윙하고 있다. 뉴스1
ABS는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투구를 추적해 스트라이크와 볼을 자동으로 판정해주는 시스템이다. 구장에 설치된 여러 대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간 순간부터 이동경로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할 때 공의 위치와 속도를 계산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판단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우선 마운드, 홈플레이트, 베이스 등 고정 그라운드와 투수 및 타자의 위치 정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또 선수마다 신장이 다른 만큼 각 타자의 데이터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을 달리 설정해야 한다. KBO에 따르면, 상단은 선수 신장의 56.35%, 하단은 27.64%인 위치가 스트라이크존의 기준이다. 공이 홈플레이트의 중간 면과 끝 면 두 곳에서 상하 높이 기준을 맞춰 통과하면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판정 결과는 음성으로 변환돼 주심이 착용하고 있는 이어폰으로 전달된다. 주심은 수신호로 스트라이크 또는 볼 판정을 내린다.

ABS는 2019년 미국의 독립 리그인 애틀랜틱리그에서 처음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2020년부터 2군 리그인 퓨처스리그에서 시범적으로 사용하다 올해 세계 최초로 1군 리그에 도입했다. ABS를 도입된한 가장 큰 이유는 ‘공정하고 일관된’ 기준으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기 위해서다.

야구에서 스트라이크와 볼의 판정은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심판마다 스트라이크존이 들쭉날쭉했고, 오심도 잦았다. 심판의 권한이 막강하다 보니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고, 선수와 팬들의 불만도 컸다.

ABS는 모든 투수와 타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불만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시작된 19차례의 시범경기에서 ABS는 99.9%의 투구 추적 성공률을 보였고, 선수와 팬, 심판 모두에게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AI)이 심판을 보조하며 공정성을 확보해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팀이 개발한 택틱 AI. 코너킥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고, 전술도 제안해준다.  ⓒ Google DeepMind
구글 딥마인드 연구팀이 개발한 택틱 AI. 코너킥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고, 전술도 제안해준다. ⓒ Google DeepMind
스포츠에서 AI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야구만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축구에서는 AI가 경기를 분석하고 전술을 짜는 데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구글 딥마인드 연구팀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구단 중 하나인 리버풀 FC와 함께 ‘택틱AI’를 개발했다. 택틱 AI는 코너킥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고 전술을 제안해주는 축구 전술 도우미다.

축구에서 코너킥은 수비 측이 골라인 밖으로 공을 찼을 때 주어진다. 상대 팀 골대 쪽으로 공을 차올릴 수 있기에 골을 넣을 좋은 기회가 된다. 그렇기에 각 축구팀은 다양한 코너킥 전략을 세우고, 반복 연습을 통해 약속된 플레이를 한다.

연구팀은 코너킥 상황을 그래프로 표현해 선수의 위치, 속도, 높이와 선수 간 암묵적 관계를 모델링하고, 리버풀 FC에서 제공한 2020~2021년 프리미어리그의 코너킥 데이터 7176개를 AI에 학습시켰다. 코너킥 전술 패턴을 학습한 AI는 코너킥 상황에서 공을 처음 받는 선수와 킥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고, 코너킥 상황에서의 공격 전술과 수비 전술까지 제안했다. 리버풀 FC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전문가들은 사람의 전술과 택틱AI가 제안한 전술을 구분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90% 이상이 택틱AI(TacticAI)의 전술을 선호했다. 연구팀은 “축구는 매우 역동적이고 분석하기 까다로운 경기로, 선수들의 체격부터 심리까지 다양한 요소가 작용해 노련한 전문가도 모든 패턴을 생각해내기는 어렵다”며 ”AI가 인간을 도와 인간의 능력을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판정과 전술을 짜는 일 외에도 스포츠 분야에서 AI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선수의 특성을 분석해 최적의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부상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AI 기술 발전이 스포츠 경기의 수준을 높이고, 팬들이 스포츠를 더욱더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길 기대한다. √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공 궤적·선수 키 등 반영…판정 정확도 99.9%
ABS는 모든 투수와 타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불만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개막전을 치른 19차례 시범경기에서 ABS는 99.9%의 투구 추적 성공률을 보여 선수와 팬, 심판 모두에게서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인공지능(AI)이 심판을 보조하며 공정성을 확보해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