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배양육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저녁 특선 메뉴로 딸기와 토마토를 곁들인 생선 요리가 나온다. 선홍빛 생선 살과 흰 지방이 줄무늬처럼 늘어져 있는 이 요리를 보면 누구나 연어를 떠올린다. 그러나 요리를 한 주방에는 생선 뼈도, 비늘도 남아 있지 않다. 요리에 쓰인 생선은 바다가 아닌 실험실에서 왔다.
와일드타입이 만든 연어 배양육으로 만든 초밥. /와일드타입
와일드타입이 만든 연어 배양육으로 만든 초밥. /와일드타입
전 세계적으로 육류와 생선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61년부터 2015년까지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3kg에서 42kg으로 83% 상승했고, 생선 소비량은 9kg에서 20.2kg으로 124% 증가했다. 이에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생선 소비량이 1998년 대비 약 80%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육류와 생선 소비 증가는 식량 공급에 문제를 일으킨다. 실제로 해양 어획량은 이미 한계에 가까워졌다. 동물 도축을 둘러싼 윤리적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배경에서 대체 단백질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대체 단백질은 환경 부담이 적고, 식량 공급을 원활하게 조절할 수 있어 미래 식량를 확보하는 대안으로 꼽힌다.

대체 단백질은 ‘대체육’과 ‘배양육’이 대표적이다. 대체육은 콩과 같은 식물성 원료로 고기와 유사한 맛을 낸 식품이다. 한편 배양육은 동물세포를 추출해 배양액에서 키워 만든 식품이다. 배양육은 동물세포를 사용하지만 동물을 도축할 필요가 없다. 또한 기존 고기의 맛, 질감, 영양 성분 등이 거의 유사해 식물성 대체육의 한계를 보완한다.

배양육은 동물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다. 줄기세포는 자가복제 능력이 있는, 아직 분화되지 않은 세포다. 배양육을 생산하기 위해 동물의 근육이나 지방 조직에서 소량의 샘플을 채취한 뒤 줄기세포를 분리한다. 분리된 줄기세포는 동물 체내 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배양한다. 이때 대량생산을 위해 ‘바이오리액터’를 사용하는데, 이는 pH·온도·산소 농도 등을 정밀히 조절해 세포의 빠르고 균일한 증식을 돕는 장비다.

줄기세포가 충분히 증식하면 분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세포가 3차원 조직을 형성할 수 있도록 셀룰로오스 등의 다당류, 옥수수 단백질 등으로 만든 지지체를 사용한다. 지지체는 세포가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 틀이다. 최근에는 3D 프린팅이나 해조류 조직 구조를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세포들이 지지체에 붙어 증식하고 성장하면 실제 고기와 유사한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형성된 각 조직을 적절한 비율로 결합하고, 추가로 가공하면 실제 고기와 유사한 형태, 맛, 질감, 풍미 등을 갖춘 배양육이 완성된다. 실제 고기와 영양 성분도 거의 동일하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배양육 연구와 개발이 한창이다. 미국의 잇저스트와 굿미트는 2023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닭고기 배양육을 공식 출시했다. 퍼펙트데이와 네이처스파인드는 젖소 없이 미생물 발효로 우유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기업 와일드타입이 연어 배양육을 개발해 FDA 판매 승인을 받았다. 어류나 해산물 중에서는 최초다. 현재 와일드타입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레스토랑에서 연어 배양육을 판매 중이다.

이 연어 배양육은 태평양 연어의 세포를 추출해 생산했다. 연어가 살아가는 바다 환경과 비슷하게 조절한 환경에서 배양해 실제 연어살의 맛과 질감을 재현했다. 업체에 따르면, 오메가3, 오메가6 등 실제 연어와 영양 성분 또한 유사하다. 이 연어 배양육 220g을 만들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2주. 알에서 깨어난 연어가 성체로 성장하는 데 2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생산 속도다. 통제된 환경에서 배양이 이뤄져 기생충, 미세플라스틱 등 위해 요소로부터 안전하게 생산되며, 요리 시 뼈나 비늘 같은 잔여물도 발생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배양육 개발이 활발하다. 셀미트는 독도새우 배양육을, 씨위드는 해조류 기반 지지체로 한우 배양육을 개발 중이다. 스페이스에프는 돼지 줄기세포로 돼지고기 배양육을 선보였다. 주요 대기업도 배양육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FAO는 2040년까지 전 세계 육류 소비의 35%가 배양육, 25%는 식물성 대체육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실험실에서 배양된 연어살, 식탁 위에 올랐다
배양육은 동물세포를 사용해 실제 고기의 맛과 질감, 영양 성분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다. 동물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동물 체내와 유사한 환경에서 배양한 뒤 이를 근육, 지방, 결합조직 등으로 분화시켜 고기 형태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는 동물을 도축하지 않아도 되며, 모든 생산이 통제된 환경에서 이루어져 기생충이나 항생제 등 위해 요소로부터 안전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40년까지 전 세계 육류 소비의 35%가 배양육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