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인간치아 배양 성공
음식을 먹고 나면 이를 닦아야 한다.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한번 충치가 생기면 그 고통은 물론이고, 치료 비용 또한 상상을 초월하니 말이다. 그런데 만약 충치가 생겨도, 이가 빠져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온다면 어떨까? 썩은 이를 새 치아로 교체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이러한 기능이 가능한 건 치아를 구성하는 독특한 조직 덕분이다. 치아는 법랑질, 상아질, 치수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 법랑질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으로 치아를 외부 충격과 부식으로부터 보호한다. 상아질은 치아의 형태를 유지해주고, 가장 안쪽에 있는 치수는 혈관과 신경이 분포해 치아에 영양분을 공급한다. 이처럼 정교하게 구성된 치아는 우리가 평생 음식을 섭취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의 치아가 한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치 20개가 빠지고 나오는 영구치 32개를 평생 써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정기적으로 치과의사의 도움을 받는다. 충치가 생기면 때우고, 더 심하게 손상되면 임플란트 같은 인공 치아 시술을 받는다. 임플란트는 잇몸 뼈에 티타늄 나사를 심고 그 위에 인공 치아를 씌우는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지만, 자연 치아만큼 완벽하지 않다.
인간과 달리, 동물은 놀라운 치아 재생능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파충류와 어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은 상어다. 상어의 이빨은 여러 줄로 배열돼 있어 앞줄의 이빨이 빠지면 뒷줄에 있던 이빨이 컨베이어벨트처럼 앞으로 이동해 그 자리를 채운다. 이렇게 평생 약 3만 개가 넘는 이빨을 갖는다. 상어가 강력한 포식자로 먹이를 닥치는 대로 물어뜯을 수 있는 것도 이처럼 이빨이 빠져도 계속해서 새 이빨이 나기 때문이다.
이런 동물의 치아 재생능력에 영감을 받아 과학자들은 인간의 치아를 재생시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2021년 일본 교토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USAG-1’이라는 유전자가 영구치 이후에 치아가 나지 않도록 막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인간은 유치와 영구치가 자란 이후에도 치아가 다시 날 수 있는 씨앗을 갖고 있다. 그런데 USAG-1이 이를 막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쥐와 페럿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USAG-1을 억제하는 물질을 투여한 결과 새로운 치아가 자라나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물질을 치료제로 개발해 지난해 7월부터 선천적 무치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들은 유전적 문제로 영구치가 일반인보다 부족한 사람들이다. 연구팀은 2030년에 주사형 치아 재생 약물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올해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인간 치아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치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상피세포와 간엽세포라는 두 종류의 세포가 필요하다. 상피세포는 치아의 법랑질을, 간엽세포는 상아질, 백아질, 치주 인대 등 나머지 구조를 만든다. 연구팀은 쥐의 배아에서 치아 상피세포와 간엽세포를 추출한 뒤, 이 둘을 배양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세포가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연구팀은 하이드로겔이라는 젤리 같은 물질을 사용해 이 물질의 비율을 다르게 조절하며 어떤 조건에서 치아가 가장 잘 자라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부드러운 상태의 하이드로겔에서만 두 세포가 안정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정상적인 치아로 발달했다. 연구팀은 “이전 시도들에서는 치아 성장 신호를 한 번에 너무 많이 전달해 실패했는데, 이 하이드로겔 환경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신호를 천천히 방출해 치아를 정상적으로 발달시켰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렇게 만든 치아를 실제 사람의 입안에 이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는 빠진 치아 자리에 어린 치아 세포를 이식해 입안에서 자라게 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실험실에서 전체 치아를 만든 다음 이식하는 것이다. 물론 두 방법 모두 실험실에서 초기 치아를 어느 정도 발달시켜야 한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치과가 더 이상 충치를 깎아내고 손상된 이를 보철물로 채우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치아를 다시 자라게 하는 곳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가끔 양치질을 깜빡하고 넘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 기억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