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탁구 로봇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는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무너뜨렸고,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바둑 9단 이세돌을 4대 1로 제압했다. 인공지능(AI)은 그동안 머리로 하는 게임을 차근차근 정복해왔다.
탁구는 AI 로봇이 정복하기 가장 까다로운 스포츠로 꼽힌다. 프로 경기에서는 시속 100km에 달하는 빠른 공이 오가고 강한 회전까지 걸려 궤적이 미세하게 휘어진다. 인간 엘리트 선수가 공을 보고 반응을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30밀리초(ms, 1ms는 1000분의 1초). 그 짧은 사이에 공의 위치, 속도, 회전 방향을 모두 읽고 라켓의 각도와 스윙 궤적까지 계산해야 한다. 더 까다로운 점은 상대가 매번 궤적과 속도가 다른 공을 보낸다는 것이다. 알파고가 두는 바둑처럼 정해진 규칙 안에서 최선의 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변하는 물리 환경에 즉각 반응해야 한다.
Sony AI 연구팀의 에이스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세 가지를 결합했다. 빠른 눈과 빠른 팔, 학습하는 두뇌다. 먼저 눈에 해당하는 시각 시스템에는 센서 3대와 일반 고속 카메라 9대를 사용했다. 이때 사용한 센서는 일반 카메라처럼 매 순간 화면 전체를 찍는 것이 아니라 화면 안에서 ‘변화가 일어난 픽셀’만 감지한다. 그래서 1ms 이하의 매우 짧은 시간 단위로 공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시각으로 공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속도보다 약 10배 빠르다. 또 카메라들은 공 표면에 인쇄된 로고를 추적해 공이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회전하고 있는지까지 읽어낸다.
팔은 사람의 팔보다 한 단계 더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회전과 직선운동이 가능한 관절 각각 6개씩 갖췄으며, 가벼운 합금으로 제작해 인간 선수와 비슷한 가속도를 내면서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두뇌에 해당하는 제어시스템은 강화 학습 알고리즘으로 훈련됐다. 강화 학습이란 정답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채 시도와 보상을 반복하며 스스로 최적의 행동을 찾아내는 학습 방식이다. 알파고도 강화 학습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연구팀은 에이스를 실제 탁구대가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수만 번 훈련시킨 뒤 여기서 익힌 동작을 실제 로봇에 그대로 옮겨 심는 방식을 사용했다.
훈련을 마친 에이스의 실력은 어땠을까. 연구팀은 엘리트 아마추어 선수 5명을 초청해 경기를 진행했다. 결과는 5전 3승. 인간 선수와 진검승부를 벌인 자율 로봇이 절반 이상의 경기를 이긴 것은 처음이었다. 공을 인식하고 라켓을 휘두르기까지 에이스가 걸리는 전체 처리 시간은 20.2ms로, 인간보다 10배 이상 빨랐다. 논문 게재 이후에도 연구팀은 시스템을 계속 개선해 지난해 12월과 지난 3월에 치른 추가 경기에서는 세계 랭킹 25위권에 드는 일본 프로 선수 기하라 미유까지 꺾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물론 에이스가 모든 인간보다 강한 것은 아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기에서는 여전히 패하는 경우가 많고, 공이 네트에 가깝게 짧게 떨어지는 쇼트 서브나 사이드스핀이 강하게 걸린 공 앞에서는 약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승률이 아니다. 그동안 AI가 정복해온 영역은 체스나 바둑처럼 변화하지 않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였다. 반면 탁구는 매 순간 상대 선수가 어떤 공을 보낼지 예측 불가능한 환경이다. 즉 AI가 데이터로만 학습하던 단계를 넘어 실제 물리 세계에서 인간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뜻이다.
연구를 이끈 피터 스톤 수석 과학자는 “이번 성과는 AI 시스템이 정밀함과 속도가 필요하며,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실제 환경에서 처음 효과적으로 인식·추론·행동까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AI 연구의 이정표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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