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썰 때 눈물 덜 나려면?
양파는 묘한 식재료다. 생으로 먹으면 톡 쏘는 매운맛이 입안을 자극하는데 열을 가하면 달콤한 맛이 살아나 볶음밥, 자장면, 카레 등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여기에 식이섬유와 세포 손상을 막아주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혈압을 낮추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매력적인 식재료에 꽤 성가신 면이 있다. 바로 칼로 썰기만 하면 눈물을 쏟게 해 손질하기가 골치 아프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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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무엇이 눈물을 유발하는지 살펴보자. 양파 세포에는 황화아미노산이라는 물질과 이를 분해하는 효소가 분리된 상태로 들어 있다. 그런데 양파를 칼로 자르거나 치아로 으깨면 세포가 파괴되면서 두 물질이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물질이 생성된다. 그중 하나는 양파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티오설피네이트’고, 다른 하나가 바로 눈 점막을 자극해 눈물이 나게 만드는 ‘프로파네티올-S-옥사이드’다.

원인 물질이 무엇이든 우선 양파를 썰 때 눈이 자극받지 않는 게 급선무다. 사람들은 보통 양파를 물에 담가두거나 고글을 쓰고 손질하는 방법을 택한다. 경험에서 얻은 지혜다. 한편에서는 이 익숙한 불편함을 과학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실험을 통해 양파를 자를 때 정확히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하면 눈물을 덜 흘릴 수 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팀이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발표한 연구가 좋은 예다.

연구팀은 고속카메라와 미세입자 추적 기술을 이용해 양파를 자를 때 세포 속에서 어떤 물질이 어떤 형태로 방출되고, 어떤 속도로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했다. 그 결과 양파 절단 시 크게 두 번의 ‘방울 분출’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첫 번째는 칼이 단단한 겉껍질과 그 바로 안쪽의 단단한 조직을 절단할 때 발생하는 고속 분출로, 방울의 속도는 초속 40m에 달해 눈까지 단숨에 도달했다.

두 번째는 부드러운 속살 조직을 가를 때 나타나는 느린 분출로, 속도는 훨씬 느리지만 지속 시간이 길어 방울이 비교적 오랫동안 공기 중에 머물렀다. 실험에 따르면 눈물샘을 강하게 자극하는 주범은 주로 고속 분출이었다. 빠르게 튄 방울이 짧은 시간 안에 눈 점막에 도달해 프로파네티올-S-옥사이드가 포함된 자극 물질을 한꺼번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방울 분출이 칼의 날카로움과 자르는 속도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무딘 칼로 빠르게 자를 경우 세포벽이 깔끔하게 절단되지 않고 불규칙하게 찢기면서 내부 압력이 갑자기 상승해 방울이 더 많이, 더 세게 분출됐다. 이때는 고속 분출과 느린 분출 모두에서 방울의 개수와 속도가 증가했지만, 특히 고속 분출의 강도가 눈에 띄게 커졌다. 반대로 날카로운 칼로 천천히 자르면 세포가 매끄럽게 절단돼 내부 압력 변화가 최소화되면서 분출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고속 분출의 세기도 크게 약해졌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양파는 날카로운 칼로 썰어야 눈물이 덜 난다”는 조언이 단순한 요리 상식이 아니라 물리적·화학적 근거를 갖춘 사실임을 입증했다.

이 연구는 단순히 생활 꿀팁을 위한 실험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런 미세한 방울이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식품 가공산업이나 급식소처럼 양파를 대량으로 손질하는 곳에서는 방울 분출이 작업자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파 한 알을 자를 때 일어나는 작고 빠른 반응이 위생과 안전, 산업 효율성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응용 연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칼날의 구조나 절단 방식에 변화를 줘 분출 방울을 최소화하는 주방 도구를 설계할 수 있고, 식품 가공 현장에서는 작업자의 눈물뿐 아니라 잠재적인 병원성 미생물 확산까지 줄일 수 있는 위생 시스템을 고안할 수 있다. √ 기억해주세요
김우현
칼럼니스트
김우현 칼럼니스트
양파를 썰 때 눈물이 나는 이유는 세포 속에 따로 존재하던 황화아미노산과 이를 분해하는 효소가 칼날에 의해 만나면서 시작된다. 세포벽이 파괴되면 두 물질이 반응해 ‘프로파네티올-S-옥사이드’라는 휘발성 자극 물질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공기 중으로 퍼져 눈 점막에 닿아 신경을 자극한다. 최근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팀이 고속카메라와 미세입자 추적 기술로 이 과정을 관찰한 결과, 특히 칼이 겉껍질을 절단할 때 초속 40m의 빠른 방울 분출이 일어나 자극 물질을 한꺼번에 눈까지 전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딘 칼로 빠르게 자르면 세포가 마구 찢기며 분출량과 세기가 커져 눈물이 더 많이 나고, 날카로운 칼로 천천히 자르면 이런 분출이 크게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