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이 생기면 찾는 약, 진통제! 그중에서도 타이레놀은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찾는 진통제다. 그런데 지난 9월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이레놀의 부작용과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다. 타이레놀이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임산부가 복용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의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논란의 타이레놀, 도대체 어떤 약일까?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한 진통제 중 가장 유명한 약이 ‘타이레놀’ 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한 진통제 중 가장 유명한 약이 ‘타이레놀’ 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타이레놀은 대표적 진통제로, 제약 회사에서 만든 상품 이름이다. 이 진통제의 주요 성분은 ‘아세트아미노펜’. 열을 내리고 통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만들어진 진통제 상품은 여러 가지이며, 진통 효과가 있는 또 다른 성분으로 만들어진 진통제도 있다. 진통제는 크게 마약성 진통제와 비마약성 진통제로 나뉘는데, 타이레놀은 비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된다.

마약성 진통제는 이름 그대로 마약으로 알려진 아편에서 유래된 성분으로 제조한 약물이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진통 효과를 낸다. 그러나 부작용이 나타나기 쉽고, 또 반복해서 먹다 보면 중독될 수 있어 전문가인 의사의 처방으로만 약을 쓸 수 있다. 주로 통증이 심한 암 환자나 만성 통증 환자들에게 사용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통증을 줄이는 데에는 비마약성 진통제로도 충분하다.

과학자들은 아세트아미노펜이 신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완전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한다는 원리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우리 몸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거나 조직이 손상되면 중추신경계에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은 몸의 온도를 높이고, 통증을 느끼는 기준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열이 나고 우리 몸은 예민해져서 더 많은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프로스타글란딘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 통증을 줄인다.

최근엔 아세트아미노펜이 말초신경에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새롭게 밝혀졌다. 말초신경은 뇌에서부터 연결되어 온몸에 뻗어 있는 신경 전체를 말한다. 피부나 근육, 장기에서 생긴 통증을 감지한 뒤, 그 정보를 중추신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스라엘 과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아세트아미노펜이 몸 안에서 작용하면, 말초신경을 통해 감지된 통증이 중추신경으로 가지 못하게 막아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통제 ‘타이레놀’은 어쩌다 논란의 중심이 됐을까?

올해 초 미국은 최근 자폐를 앓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미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미국의 자폐증 아동 비율이 2000년에는 150명 중 1명꼴이었는데, 최근에는 31명 중 1명꼴로 늘었다고 한다.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현상을 ‘자폐증 유행’이라고 표현하며, 유행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대규모 검사와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사 끝에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 ‘타이레놀’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타이레놀이 임산부에게 위험하다”라고 주장하며 논문을 하나 내밀었다. 미국 뉴욕의 한 의과대학 연구였는데, 이 연구팀은 그동안 발표된 ‘임산부가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을 때 뱃속의 태아가 받는 영향’을 주제로 한 논문 46개를 모아 각각의 연구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약을 먹었을 때 “자폐 위험이 커진다”라고 말한 연구가 27개나 된다고 했고, 이를 근거로 논란의 불을 지핀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세계보건기구, 유럽연합, 식약처 모두 “타이레놀이 자폐를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도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에도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약으로 분류된다는 의견을 냈다. 네이처와 인터뷰한 호주 과학자는 임산부가 열이 날 때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지 않은 상태로 통증과 열을 오래 경험하면, 오히려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시중에 판매되는 약은 안전에 대해 여러 단계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보통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약들은 세상에 태어나기까지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친다. 연구실 실험은 물론, 환자가 직접 복용하는 임상 시험을 거친다.

임상 시험은 총 4단계로 나뉜다. ‘1상’은 신약 후보 물질이 사람에게 처음으로 사용되는 단계로,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이 물질의 부작용이나 독성은 없는지 안정성을 확인한다. ‘2상’에서는 실제 약 효과를 기대하는 환자들이 대상이다. 이 단계까지 통과하고 나면 최소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환자에게 약의 효과와 안정성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3상’이 이뤄진다. 용법이나 용량, 주의 사항 등도 확인한다. 이 세 단계를 무사히 통과한 약들만 허락받아 시중에 판매된다. 단계별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공 확률도 높지 않다.

마지막 단계 ‘4상’은 세상에 나온 뒤 이뤄진다. 전문 약사들을 통해 많은 사람이 약을 먹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부작용이나 내성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한다. 만약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이 발견되면 약 판매를 취소하기도 한다.

즉 아세트아미노펜은 1878년 처음 만들어진 뒤 수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복용해온 150년 역사가 안전하다는 근거가 된다고 설명한다. √ 기억해주세요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세계보건기구, 유럽연합, 식약처 모두 ‘타이레놀이 자폐를 일으킨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에도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약으로 분류된다는 의견을 냈다. 네이처와 인터뷰한 호주 과학자는 임산부가 열이 날 때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지 않은 상태로 통증과 열을 오래 경험하면, 오히려 태아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