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의 진화
지금 두 손을 활짝 펴보자. 한 손에 5개씩, 총 10개의 손가락이 보인다. 모두 길쭉길쭉한데, 그중 눈에 띄는 손가락이 있다. 유난히 짧고 뚱뚱한데, 홀로 다른 손가락과 멀리 떨어져 있는 손가락. 친구에게 톡을 보내고 게임을 하느라 온종일 바쁜 손가락. 바로 엄지다. 그런데 이 엄지가 지능이 높은 고등동물의 증거라고 한다. 엄지에 숨어 있는 과학적 비밀을 만나보자.
과학자들은 이런 엄지의 능력이 약 200만 년 전에 처음 나타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21년 독일 튀빙겐대학교 고인류학 연구팀은 옛날 사람들이 손을 어떻게 썼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과거의 인류를 직접 만날 수 없기에 화석으로 남아 있는 고인류의 손뼈를 오늘날의 사람 손뼈와 비교했다. 특히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과 맞닿을 수 있게 하는 핵심 근육인 ‘무지대립근’에 주목했다.
연구를 위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3D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로 무지대립근이 붙는 위치, 엄지손가락을 다른 손가락 쪽으로 굽혔을 때의 작용 등 엄지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 여러 화석 인류의 엄지손가락 사용 능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유적에서 발견된 약 200만 년 전 인류인 ‘호미닌’의 엄지손가락의 효율성과 민첩성이 다른 인류에 비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도구를 쓰기 시작한 사건부터 100만 년 정도가 더 지나서야 엄지를 활용해 정교한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약 200만 년 전 엄지손가락의 정교한 움직임이 발달하면서 인류의 문화가 점점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시기에 대뇌를 가진 호모에렉투스 계통이 나타나고, 동물 자원과 석기 도구를 정교하게 이용하기 시작해 현대인의 수준에까지 다다랐다.
엄지의 진화가 뇌 크기와 관련 있다는 연구도 이어졌다. 과학자들은 엄지가 인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만큼, 엄지가 뛰어난 지능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그런데 최근 영국 과학자들이 이 가설을 실제로 검증한 것이다.
영국 레딩대학교 연구진은 여우원숭이부터 침팬지, 고릴라에 이르기까지 총 94종에 이르는 영장류의 뇌 크기와 엄지손가락 길이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진은 먼저 영장류 종별로 엄지손가락 길이를 측정했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상대적 치수’를 이용했다. 몸 크기가 크면 손가락 길이나 뇌 크기도 커지므로 단순히 길이나 크기만으로 비교하면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엄지손가락 뼈와 집게손가락 뼈 길이를 측정해 그 비율로 엄지손가락의 상대적 길이를 조사하고, 뇌 크기 또한 몸 크기에 비해 얼마나 큰지를 분석했다. 이렇게 하면 덩치가 커서 뇌가 큰 경우와 뇌가 특별히 발달해서 큰 경우를 구분할 수 있다.
분석 결과는 명확했다. 엄지손가락이 상대적으로 긴 영장류일수록 뇌도 더 컸다. 이 결과는 인간을 제외하고 다른 영장류끼리 분석해도 동일했다. 즉 이 관계는 단지 인간의 특징이 아니라 영장류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진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커진 뇌 부위다. 연구진은 처음에는 손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는 소뇌가 가장 큰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고, 판단, 계획, 감각 정보 처리 등을 담당하는 대뇌의 ‘신피질’이 더 깊이 연결돼 있었다. 엄지손가락을 통한 정교한 작업이 복잡한 사고와 인지 능력의 발달과 큰 관련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에 대해 ‘영장류 진화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봤다. 물건을 정밀하게 잡고 조작하는 능력이 생기면서, 뇌는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을 계획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뇌, 특히 신피질이 점점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엄지의 진화가 뇌를 발달시켰고, 발달한 뇌가 더 정교한 손 사용을 가능하게 만든 ‘공진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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