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 '태양폭풍'은 왜 생길까
올해 태양활동이 극대기에 접어들면서 역대급으로 강한 태양폭풍이 지구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폭풍은 태양 대기에 있는 고에너지 입자가 고속으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이때 함께 뿜어져나오는 자기장은 지구를 둘러싼 자기장을 교란하는데, 이로 인해 전산망이 마비되거나 전자 장비가 먹통이 되기도 한다. 우리 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태양폭풍은 왜 생기는 걸까.우리 눈에 보이는 태양은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순간 폭발하고 있다. 폭발의 근원은 수소의 원자핵이 태양의 강한 중력에 의해 결합하는 ‘핵융합’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높은 열에너지는 태양을 구성하는 수소, 헬륨 등의 물질을 플라즈마(이온과 전자가 분리된 기체 상태의 물질. 일반적인 고체, 액체, 기체 상태와 구분된다)로 만든다. 이 플라즈마 상태의 입자들이 태양자기장 등의 영향으로 대략 초속 450km로 방출되는 ‘입자의 바람’을 태양풍이라고 한다. 태양풍은 평소에도 일정한 세기로 흘러나오며 지구자기장과 상호작용해 오로라나 자기폭풍 같은 현상을 발생시킨다.
태양폭풍은 근본적으로 태양풍과 같은 현상이다. 태양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플레어(별의 표면에서 엄청난 양의 빛과 에너지가 표출되는 현상) 같은 거대 폭발이 일어날 때 발생하는 거센 태양풍이라고 볼 수 있다. 태양풍보다 방출되는 입자의 에너지가 높고, 빠르기는 초속 2000km를 웃돌 때도 있어 지구자기장에 훨씬 더 강력하게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태양폭풍이 몰아치면 지구에서는 인공위성, 항공기 등에 통신장애가 발생하거나 전력망이 망가지기도 한다. 극지방 인근에서만 볼 수 있는 오로라가 극지방이 아닌 북위 40도 근처에서 관찰되는 것도 태양폭풍이 원인이다.
그렇다면 태양활동은 언제 활발할까. 과학자들은 오랜 관측 결과를 토대로 태양활동 주기를 11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11년마다 태양활동이 가장 활발한 극대기와 가장 조용한 극소기가 반복된다. 태양활동의 정도는 태양 표면에서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영역인 흑점의 수로 판단한다. 태양활동이 활발해지면 자기장이 꼬이고 엉키면서 흑점이 많아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태양활동의 첫 번째 주기(1주기, Solar Cycle 1)는 1755년~1766년이다. 이 기간이 하나의 주기라는 사실은 흑점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태양활동 주기를 추정한 스위스 천문학자 루돌프 볼프가 처음 알아냈다. 현재까지 24번의 주기가 있었고, 미국 항공우주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 25주기가 시작됐다. 극대기는 2025년 7월로 예측된다. 그런데 지난해 7월 태양의 흑점 수가 24번째 주기의 정점에서 나타났던 흑점 수를 이미 초과하면서 학자들이 새로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현재 상태로 예측해보면 올해 1~10월 태양활동이 정점에 이를 수 있다.
강한 태양폭풍은 우리 실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1859년 9월(태양활동 10주기),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양폭풍이 지구를 덮친 사건이다. 이 태양폭풍의 원인이 된 태양 플레어를 영국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리처드 캐링턴이 최초로 관측해 ‘캐링턴 사건(the Carrington Event)’으로 불린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22만5000km에 달하는 전산망이 마비됐다. 미국 국립과학원(NAS)는 2011년 이 규모의 태양폭풍이 다시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1조~2조 달러에 이르고, 복구에 4~10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과거에 비해 GPS 등 전자 장비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다. 이 외에 1989년 3월에는 태양폭풍으로 인해 캐나다 퀘벡주 전체가 정전돼 약 600만 명이 9시간가량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한 일도 있었다.
한편 제임스 와일드 영국 랭커스터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스페이스 웨더(Space Weather)>에 태양폭풍이 자기 교란을 유발해 열차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의 철도 노선 중 일부를 대상으로 컴퓨터 모델링을 진행한 결과 지구자기장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전류인 지자기 유도전류(GIC)가 철도 신호를 오작동하게 만들어 열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기억해주세요 태양 대기에 있는 플라즈마 상태의 입자들이 자기장 등의 영향으로 고속으로 방출되는 현상이 ‘태양풍’이다. 입자들이 방출될 때 동반되는 거센 자기장은 지구 자기장을 교란시켜 전산망을 마비시키거나 대규모 정전을 일으킬 수 있다. 태양활동은 11년 주기로 극대기와 극소기가 반복된다. 올해는 관측 이래 25번째 주기에 포함돼 있다. 당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5년 7월을 극대기로 예상했지만, 흑점 수 관측 결과에 따르면 시점이 앞당겨져 올해 극대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