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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포유류 귓바퀴 만드는 '물고기 유전자' 찾았다

    모든 종의 기원은 바다에서 비롯한다. 태초에 바다에서 생명이 시작됐고, 어류가 육지로 진출한 뒤 다양한 생물종으로 진화하다가 지금의 포유류가 출현했다. 포유류 중 하나인 인간 역시 이런 방식으로 진화한 결과다. 수억 년의 시간 동안 생물종은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진화했기에 어류와 포유류는 전혀 다른 생김새를 지녔다.겉모습만 봐서는 단번에 파악할 수 없지만, 포유류에는 그 조상인 어류의 흔적이 분명히 남아 있다. 한 예로 포유류에서 고막의 진동을 달팽이관까지 전달해주는 부분인 귀의 ‘중이’(中耳)는 어류의 턱뼈에서 진화한 결과다. 이렇게 과학자들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조상인 어류의 흔적을 찾고 있는데, 최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줄기세포 생물 및 재생의학과 연구팀이 그 흔적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이번 흔적은 포유류의 ‘외이’(外耳)에 숨어 있었다. 흔히 ‘귓바퀴’라 부르는 부분과 외이도로 이루어진 외이는 귀의 가장 바깥 부분으로 소리를 모아 귀 안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소리는 외이의 독특한 모양에 부딪히면서 반사되고 굴절되고, 이 과정 덕분에 포유류는 소리의 방향을 파악한다. 외이는 탄력 있는 결합조직인 연골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연골은 화석으로 남지 않는 조직이기 때문에 화석 연구만으로는 외이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 수 없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그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외이의 기원을 유전자 수준에서 추적했다. 그중에서도 유전자가 발현 과정에서 스위치 역할을 하는 ‘인핸서(enhancer)’를 활용했다.연구팀은 외이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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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가 배설한 자리, 주변보다 영양분 7배 풍부

    고래는 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이다. 종에 따라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까지 다양하지만, 대왕고래의 경우 몸길이가 약 30m, 무게는 무려 200톤에 달한다. 압도적 크기만큼, 고래는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해양 생태계 엔지니어’라는 별명처럼 바다 생태계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바로 배설물을 통해서다.고래의 똥이 바다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2010년에 밝혀졌다. 고래는 바닷속에서 크릴 등의 먹이를 먹고, 수면 위로 올라와 똥을 싼다. 고래가 똥을 싼 자리는 주변 바다보다 영양분이 3~7배나 많다. 과학자들은 고래가 깊은 바다에서 얕은 바다로 영양분을 끌어올리는 이 현상을 ‘고래 펌프’라고 부른다.고래 펌프는 바다 생물에게 엄청난 자원이다. 질소, 철, 인 등이 풍부해 식물성플랑크톤이 크게 번성한다. 그리고 식물성플랑크톤은 다른 해양 생물의 먹이가 되어 결과적으로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이 확대된다.게다가 고래 똥은 탄소 저장에도 기여한다. 고래 똥을 먹고 번성한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죽은 뒤 바닷속 깊이 가라앉아 오랜 시간 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고래 덕분에 매년 약 22메가톤의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저장된다고 추정한다. 이는 자동차 약 500만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이다.최근에는 고래의 오줌도 바다 생태계에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버몬트대 연구팀은 귀신고래, 혹등고래, 북대서양 긴수염고래, 남방긴수염고래 등 대형 고래 4종의 이동 경로와 배설량을 조사했다.이들 고래는 여름철에 영양분이 풍부한 알래스카, 아이슬란드,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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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물, 찬물 번갈아 담그면 맛·영양 다 잡아

    달걀 하나를 삶을 때도 과학이 필요할까. 화학자, 재료과학자, 공학자가 이 질문에 답을 내놨다.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University of Naples Federico II) 소속 공동 연구팀은 ‘주기적 조리(periodic cooking)’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달걀 조리법을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엔지니어링(Nature Communications Engineering)’에 발표했다.해당 연구는 식품의 식감과 영양을 모두 최대한 끌어 올리는 동시에 재료과학과 소재공학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달걀 조리가 까다로운 이유는 흰자와 노른자의 익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흰자는 85℃쯤 돼야 단단히 굳지만, 노른자는 65℃ 정도에서 가장 부드럽게 익는다. 그런데 달걀 껍데기를 깨지 않는 이상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삶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흰자와 노른자 중 하나를 희생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예컨대 반숙이나 수비드(밀봉된 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정확히 계산된 온도의 물로 천천히 가열하는 조리법) 방식처럼 저온에서 오래 익히면 노른자는 부드러워지지만 흰자는 설익고, 펄펄 끓는 물에서 삶을 경우 흰자는 잘 익으나 노른자는 퍼석해진다.연구팀은 흰자와 노른자 모두 최적의 상태로 익히기 위해 달걀 내부의 열전달(온도변화)과 단백질 변성(익는 정도)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수학 모델을 구성했다. 달걀흰자와 노른자는 열전도도·밀도·비열 같은 물성이 다르고, 이 물성들은 온도에 따라 변한다. 연구팀은 이를 고려해 열이 달걀 내부를 통과할 때 단백질이 변성돼 익어가는 속도를 아레니우스 방정식을 이용해 수식화했다. 아레니우스 방정식은 화학반응의 속도가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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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선 충돌시켜 궤도 변경…방어기술 개발 '박차'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소행성 ‘2024 YR4’가 2032년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행히 2월 최고 3.1%까지 상승했던 충돌 확률은 한 달 내 급격히 낮아져 사실상 위험이 해소됐다. 그러나 소행성 충돌이 초래할 피해가 워낙 파괴적이기에 과학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지구 근접 소행성을 관측하고 있다.소행성 충돌은 지구 궤도를 도는 소행성이 지구와 부딪치는 사건이다. 충돌 시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며, 대규모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은 베누(Bennu), ‘2024 YR4’ 등이다. 베누는 지름 약 500m의 소행성으로, 2182년 지구와 충돌할 확률 이 약 0.037%로 추정된다. 최근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소행성 ‘2024 YR4’의 지름은 약 40~100m로 추정된다. 최대 지름인 100m조차 지구 지름의 약 13만분의 1에 불과하다. 크기가 작아 보이지만, 충돌 시 위력은 매우 파괴적이다.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에서 발생한 운석 충돌은 소행성 2024 YR4와 비슷한 크기의 천체가 대기 중에서 폭발한 사건으로, 그 파괴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당시 충돌로 약 2150㎢의 숲이 파괴됐는데, 이는 서울 면적의 약 3.56배에 해당한다. 충돌 여파로 현장에서 15km 떨어진 곳에서는 방목되던 순록 약 1500마리가 폐사했다. 200km 떨어진 곳을 지나던 기차는 궤도를 이탈했으며, 무려 1500km 떨어진 지역의 가정집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다. 이는 소행성 충돌이 단순한 크기 이상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충돌 순간의 피해만이 문제가 아니다. 충돌로 발생한 부유물은 전 지구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수백만 톤의 먼지와 암석 조각이 대기로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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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물 사료, 코 마스크…소 방귀·트림 잡았다

    지구 생태계가 직면한 문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단연코 ‘지구온난화’일 것이다. 지구의 온도는 지속해서 오르고 있고, 이로 인한 여러 이상기후로 인간은 물론 여러 생명체가 고통받고 있다. 그리고 최근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소의 트림과 방귀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관련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온난화 부추기는 반추동물의 소화 시스템2006년 UN 식량농업기구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소가 내뿜는 트림과 방귀를 지적했다. 소의 트림과 방귀에는 온실가스인 메탄가스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소 한 마리가 1년간 트림과 방귀로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85kg이나 된다.전 세계 13억 마리로 추정되는 소가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전 세계 메탄가스 배출량의 25%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트림할 때 많은 양의 메탄가스가 배출되는데, 그 원리는 소의 독특한 ‘소화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소는 반추동물이다. 반추동물은 먹은 것을 게워내어 다시 먹는 소화 형태를 지닌 동물을 말한다. 즉 ‘되새김질’을 한다는 것이다. 사슴, 기린 등 250여 종이 반추동물에 포함된다. 하루에 3만 번, 12시간 이상 음식물을 씹고 되새김질하며 보낸다. 소의 위는 반추위, 벌집위, 겹주름위, 주름위 이렇게 4개의 구획으로 나뉜다.우선 소는 풀이나 거친 식물을 뜯어 먹는데, 이때 충분히 씹지 않고 빨리 삼킨다. 삼킨 음식은 첫 번째 구획인 반추위로 이동한다. 여기서 소화 역할을 하는 것은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식물의 섬유질을 당분으로 분해하는 발효를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수소와 이산화탄소가 결합해 메탄가스가 된다. 이후 음식물은 두 번째 구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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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뱅 기억 품은 미지의 입자…우주의 비밀 풀릴까

    매 순간 수십조 개의 작은 입자가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우리 몸을 통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입자의 존재를 전혀 느낄 수 없다. 별명이 ‘유령 입자’인 이 이상한 입자의 이름은 ‘중성미자’다.중성미자는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 중 하나로, 우주에 광자(빛) 다음으로 많다. 입자물리학에서는 물질과 힘을 이루는 17개의 기본 입자와 이들의 상호작용을 ‘표준 모형’으로 설명한다. 표준 모형에 따르면 모든 물질은 ‘쿼크’와 ‘렙톤’이라는 두 종류의 기본 입자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힘(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입자인 ‘보손’, 기본 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가 있다. 중성미자는 이 중 렙톤에 속한다.힉스 입자처럼, 중성미자도 발견되기 전에 이론으로 먼저 예측된 입자다. 중성미자의 존재를 예측한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이론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다. 1930년대, 물리학자들은 원자핵 속의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하며 전자가 튀어나오는 베타 붕괴를 연구하고 있었다. 물리 법칙에 따르면, 반응 전후 각 물질의 질량과 에너지 총합은 보존돼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측정해도 반응 전과 후의 에너지 총합이 보존되지 않았다. 이에 파울리는 베타 붕괴 시 쉽게 찾을 수 없는 미지의 입자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했다.이후 과학자들은 이 미지의 입자, 즉 중성미자를 검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중성미자가 전하를 띠지 않고, 다른 물질과도 거의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중성미자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1956년, 미국의 물리학자인 클라이드 카원과 프레더릭 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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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핵 안에 또 다른 핵 발견…과학 교과서 바뀔까?

    전체가 커다랗고 단단한 하나의 돌일 것만 같다. 하지만 지구는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고, 그 한가운데에는 태양 표면만큼 뜨거운 열을 내뿜는 핵도 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기존에 알려진 구조와 달리 핵 안에 있는 또 다른 핵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지구의 내부 구조는 흔히 과일에 비유하곤 한다. 복숭아를 예로 들어보자. 복숭아 표면에는 아주 얇은 껍질이 있고, 껍질을 벗겨내면 말랑말랑한 과육이, 더 안쪽에는 단단한 씨앗이 있다. 지구도 이와 같은 구조를 띤다. 지구의 가장 바깥쪽에는 복숭아 껍질처럼 얇지만 단단한 지각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육지나 바다 밑바닥이 지각에 포함된다. 지구 전체 부피의 1%밖에 되지 않는다.말랑말랑한 과육은 지구의 맨틀에 해당한다. 지각 바로 아래에 있다. 맨틀은 지구 전체 부피의 약 8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지구에서 가장 두꺼운 층이다. 철과 마그네슘으로 이뤄진 고체지만 일반적인 고체와 달리 ‘점성이 있는 액체’처럼 아주 서서히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지각이 함께 움직이며 산, 해구 등 여러 지형이 만들어졌고 화산활동이나 지진이 발생한다.맨틀 바로 밑에 있는 핵은 지구의 중심이다. 복숭아 씨앗 부분이다. 온도는 무려 4000~6000℃에 이를 정도로 매우 뜨겁다. 이 열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46억 년 전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관련이 있다. 소행성들이 충돌하고 뭉쳐지며 불덩어리 형태의 초기 지구가 만들어졌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바깥쪽부터 천천히 식기 시작했고, 지금의 지구가 되었다. 따라서 지구의 내부 온도는 핵 쪽으로 들어갈수록 뜨겁다.핵은 다시 외핵과 내핵으로 나뉜다. 외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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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수피해 막고 탄소 흡수…댐 건설비용도 줄여줘

    지난 2월, 체코에서 비버가 댐을 건설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댐 건설 프로젝트가 중단된 지역이어서 더욱 반가운 소식이었다. 심지어 비버의 댐 건설로 절약한 비용은 무려 18억 원이었다. 또한 비버가 만든 댐은 단순한 서식지를 넘어 생태계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은 비버가 만든 댐이 생태계 유지 외에 홍수를 막고 탄소 흡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미국에는 “비지 애즈 어 비버(busy as a beaver)”라는 관용어가 있다. 비버가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동물로 알려져 ‘바쁘게 일하는 사람’ 또는 ‘정말 바쁜 상태’를 묘사할 때 쓰는 표현이다. 비버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서식지인 댐을 만들어내는 동물이다. 게다가 한번 댐을 만들고 난 뒤에도 끊임없이 서식지를 보수공사 하며 살아간다.최근 체코에서 비버가 열심히 움직인 덕분에 고민거리로 남아 있던 프로젝트를 해결하고 경제적·환경적 이득까지 얻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7년 전 체코 정부는 프라하 남서쪽 브르디 지역 클라라바강에 댐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습지를 조성해 강의 산성수와 오염수를 방지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가재 등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다. 100만 달러(약 15억) 이상의 자금도 확보했다. 그러나 과거 군사 훈련장으로 사용한 토지라는 이유로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해 프로젝트는 무기한 지연되었으며, 강은 수년째 방치된 채로 남아 있었다.그러던 지난 1월, 댐이 건설돼 있었다. 댐을 건설한 숨은 엔지니어는 비버 8마리였다. 체코 자연보호청의 보후밀 피셰르에 따르면, 비버의 댐 건설로 약 3000만 체코 코루나(약 18억 원)가 절약됐다. 통상 댐을 건설하는 데 수년이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