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 증상 줄이려면…
차나 배를 타면 종종 어지럽고 속이 미식거리는 멀미 증상이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그간 멀미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가설을 내놓았는데, 그중 ‘감각 불일치’로 발생한다는 해석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달리는 차에 앉아 있으면 눈은 ‘가만히 있다’고 인식하고, 귓속 평형감각 기관은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뇌가 혼란을 일으켜 멀미가 생긴다는 것이다. 다만 감각 불일치만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 어려우므로 멀미는 여러 요인이 겹쳐 나타나는 복합적 현상으로 보는 게 합당하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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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이야 어찌 됐든 이 불청객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왔다. 멀미약을 먹거나 생강 캔디를 씹고, 차 앞좌석에 앉아 페퍼민트 향을 맡으며 창밖 수평선을 바라보는 식이다. 흥미롭게도 이 가운데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음악 듣기’다. 음악이 긴장을 풀고 주의를 분산시켜 멀미 증상을 완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적으로도 정말 효과가 있을까? 또 음악이라면 아무 장르나 괜찮은 걸까 아니면 특정한 장르의 음악이 더 효과적일까. 최근 중국의 한 대학교 연구팀이 이 질문에 답을 내놨다.

연구팀은 달리는 차에 앉아 있는 상황을 재현한 ‘운전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실험 참가자 40명에게 일부러 멀미를 유발한 후 밝고 경쾌한 음악, 잔잔하고 편안한 음악, 슬프고 우울한 음악, 그리고 무작위 소리(화이트 노이즈) 등 네 가지 유형의 음악을 들려줬다. 그리고 뇌파를 측정해 멀미 정도를 수치로 나타냈다. 이른바 ‘멀미 지표’다. 멀미가 심해지면 뇌파는 다양한 패턴을 잃고 단순해지는데, 그 단순한 신호마저 리듬이 깨져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연구팀은 이 ‘불안정성’을 수치로 환산해 멀미가 심할수록 지푯값이 높아지도록 설계했다.

실험 결과는 뚜렷했다. 밝고 경쾌한 음악과 잔잔하고 편안한 음악을 들었을 때는 멀미 지표가 크게 줄었다. 즉 멀미 증상이 완화된 것이다. 반대로 슬픈 음악은 효과가 거의 없거나 회복을 오히려 늦췄다. 무작위 소리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뇌의 감각 처리 방식에서 찾았다. 멀미가 심해지면 뇌는 눈으로 본 정보와 귀가 느낀 균형 정보를 조율하지 못해 혼란이 생기는데 경쾌하거나 편안한 음악이 뇌의 활동을 안정된 상태로 되돌려줬다. 쉽게 말해 음악이 뇌를 ‘진정 모드’로 전환해 충돌을 완화한 것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음악 종류뿐 아니라 듣는 방식도 멀미 증상 완화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볼륨을 너무 키우면 오히려 멀미를 악화시켰고, 리듬이 지나치게 불규칙하거나 가사가 감정을 과하게 흔드는 곡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멀미에서 벗어나려면 밝고 박자가 일정한 음악 또는 부드럽고 편안한 음악을 적당한 볼륨으로 듣는 게 좋다. 반면 발라드처럼 감정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음악이나 지나치게 무겁고 우울한 곡은 피하는 편이 낫다.

음악 듣기 외에도 과학적으로 연구된 또 다른 멀미 완화 전략이 있다. 차가 코너를 돌 때 머리를 회전중심 쪽(안쪽)으로 살짝 기울이면 멀미가 줄어든다는 연구가 대표적인데, 이런 동작이 눈으로 본 움직임과 몸이 느끼는 움직임이 더 잘 맞아떨어지도록 도와 멀미가 완화된다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먼 곳을 바라보는 것 역시 같은 원리다. 이렇게 멀미는 특정 감각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감각의 불일치가 문제이므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처럼 과학자들이 멀미를 연구하는 이유는 여행길의 불편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이동 중에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는 일이 늘어날 테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우주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멀미는 큰 걸림돌이 된다.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음악, 머리 움직임, 시선 처리 같은 행동적·환경적 요인을 활용해 멀미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멀미 연구는 결국 ‘편안한 이동과 경험’을 위한 미래 기술의 토대인 셈이다. √ 기억해주세요
김우현
칼럼니스트
김우현 칼럼니스트
멀미는 눈과 귀에서 들어오는 감각이 서로 맞지 않아 생기는 복합 현상으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약물이나 민간요법 외에도 음악이 멀미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특히 밝고 경쾌하거나 잔잔하고 편안한 음악이 효과적이었다. 반대로 슬픈 음악이나 불규칙하고 과도한 자극을 주는 음악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볼륨은 적당히 리듬은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음악 외에도 머리를 코너 안쪽으로 기울이거나 먼 곳을 바라보는 습관이 멀미를 줄여준다. 이런 연구는 단순한 생활 팁을 넘어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우주 같은 미래 환경에서 꼭 필요한 과학적 기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