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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압력 작아지면 기체 부피 커지는 '보일의 법칙' 작동

    해마다 봄이 오면 반가운 꽃들이 앞다퉈 피어난다. 3월을 지나면서 산수유, 목련, 개나리에 이어 4월 초에는 벚꽃이 한창이다. 봄의 상징과도 같은 벚꽃이 활짝 피기 전, 봉오리와 꽃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며 팝콘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햇빛과 기온의 도움으로 꽃망울을 터뜨리는 벚꽃처럼 열과 압력의 도움으로 톡톡 터지는 팝콘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팝콘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미국의 원주민 인디언들이었다고 전해진다. 유럽에서 건너간 초기 이주민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 인디언족의 한 추장이 팝콘을 선물로 줬고, 이후 이주민들이 옥수수 재배 방법을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팝콘을 먹기 시작했다. 17세기경 미국의 5대 호 부근을 탐험하던 프랑스인들은 인디언들이 팝콘 튀기는 것을 보고, 옥수수 알 속에 갇혀 있던 악마가 열을 받아 ‘탁’ 소리를 내며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믿기도 했다. 그 악마는 무엇이었을까.옥수수 알 속에 들어 있다는 악마는 ‘수분’이다. 옥수수 알 속에는 14% 정도의 수분이 들어 있다. 팝콘용 옥수수 알은 크게 외피, 배젖, 배의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녹말로 된 배젖과 배 속에 수분이 포함돼 있다. 옥수수를 팝콘 기계에 넣으면 녹말 속 수분이 끓기 시작해 수증기로 변한다. 그런데 옥수수 알의 외피가 단단해 수증기가 빠져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쪽의 압력은 점점 높아져 부푼 풍선 같은 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옥수수 알의 외피가 깨지는데, 이때 배젖을 둘러싸고 있던 압력이 갑자기 작아지면서 녹말 속 공기 부피가 30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 과정이 순식간에 일어나 배젖이 튀어나오고, 그 결과 벚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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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 크기·지속성 높일수록 공은 빨라져

    얼마 전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 일본의 우승으로 끝났다. WBC는 세계 국가 대표팀이 참가하는 야구대회로, 2006년 시작해 올림픽처럼 4년마다 개최된다. 3월 8일부터 3월 22일까지 열린 올해 대회에서는 일본이 우승하고 MVP(오타니 쇼헤이)까지 거머쥐었다.반면 한국은 2승2패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사실 한국 야구팀은 초창기의 WBC 1회와 2회를 제외하고는 1라운드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모규엽 국민일보 문화체육부장은 한국 야구의 실패 원인을 강속구 투수의 부재로 꼽았다. 세계 야구의 흐름은 강속구인데 현재 한국 야구 선수 중 시속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선수가 적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포스텍 연구팀은 2017년 선발 투수의 승률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의 승률이 높았으며, 이런 경향이 10년간 유지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즉 기교파보다는 강속구 투수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한국물리학회에서 발행하는 물리학 저널 ‘새 물리’에서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주목받기도 했다.강속구를 던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공의 속도를 증가시키려면 큰 힘을 오랫동안 가해야 한다. 물리적 원리로 설명해보자면, 평균 힘의 크기 곱하기 힘을 가하는 시간에 해당하는 충격량이 많아야 운동량의 변화가 크게 증가한다. 시속 160㎞ 이상 강속구를 던지는 것은 팔 힘만으로는 어렵다. 힘을 크고 길게 주려면 몸을 많이 이용해야 한다. 사용하는 근육이 많을수록 힘을 더 크게, 회전 길이가 길수록 힘을 더 오래 줄 수 있다는 것이다.배드민턴이나 테니스, 골프처럼 공을 빠르게 보내야 하는 운동을 해본 사람은 몸 전체를 써야 한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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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의 90% 이상은 활성단층에서 발생해요

    2016년 9월 경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하고 1시간도 되지 않아 다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지진 통보를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였다. 그리고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고, 16일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로 연기됐다.포항 지진은 진원 깊이가 7㎞에 불과해 피해가 더 컸다. 게다가 포항은 1700만 년 전 땅이 바다에 가라앉아 1000만 년 전까지 물속에 있었던 지역이라 완전히 고체화되지 않은 해성 퇴적층이 200m 두께로 쌓여 있다. 이때 지진으로 생긴 진동으로 지반 속 물이 고여 흙이 액체처럼 행동하는 ‘액상화’ 현상이 국내 최초로 발견됐다.이때부터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경주와 포항 근처에는 원자력발전소가 모여 있어 지역 주민의 불안이 높아졌고, 낙동강 하구를 시작으로 경주를 거쳐 영덕으로 이어지는 180㎞에 달하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리고 2022년 10월에는 괴산에서 규모 4.1, 2023년 1월에는 인천 강화군에서 규모 3.7의 지진이 발생했다. 두 지진 모두 활성단층 지역임이 밝혀졌다. 이제는 전국에 어느 지역에 단층이 존재하는지, 그 단층은 활성단층인지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활성단층이란 최근 지질시대까지 움직였고 미래에도 움직일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의미한다. 다만, ‘최근’에 대한 시간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우리나라 연구진은 2014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활성단층을 ‘우리나라의 현재 지질환경이 형성된 제4기(신생대, 약 200만 년 전) 이후 활동 흔적이 있는 단층’으로 정의했다. 단층이 한 번 생기면 그 부분이 약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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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날갯소리 등으로 꿀의 종류·방향·위치 알려줘

    몸을 얼어붙게 했던 추위가 물러가고 따스한 봄기운이 다가오면서 우리 마음과 행동이 조금 풀린 듯하다. 봄은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 동식물의 기운을 돋우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겨우내 숨죽이고 움츠렸던 꿀벌에게는 꽃가루와 꿀을 찾아 분주히 돌아다녀야 할 계절이다.이른 아침, 벌통에서 나온 200~300마리의 정찰벌은 빠른 속도로 흩어져 꽃을 찾아다닌다. 원하는 꿀과 꽃가루를 찾은 정찰벌은 신속히 벌통으로 돌아와 주변 동료에게 자기가 가져온 꿀의 향기, 맛, 위치를 알려준다. 그런데 사람처럼 말과 글이라는 정보를 전할 수단이 없는 꿀벌은 어떻게 꽃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일까?양봉가와 박물학자들은 수세기 동안 꿀벌이 먹이의 위치를 동료 일벌에게 전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방법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꿀벌의 언어를 처음으로 밝혀낸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1886~1982)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덕분에 프리슈는 자신의 넓은 농장에서 꿀벌을 키우며 꿀벌의 생리를 연구했다. 프리슈는 특정 벌의 등에 페인트를 칠해 표시한 뒤 그 벌들이 꿀이나 새로운 집터를 발견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했다. 프리슈는 꿀벌들이 두 가지 형태의 춤을 춘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원을 그리면서 추는 원형 춤(round dance)과 8자 모양으로 돌며 추는 8자 춤(tail-wagging dance or waggle dance)이 바로 그것이다.원형 춤<그림1>은 목적지가 100m 이내에 있을 때 추는 춤으로, 방향을 나타내지 않고 일정하게 원을 그리며 돈다. 정찰벌이 춤을 출 때 다른 일벌은 몸을 바짝 붙여 춤을 따라 추며 먹이의 종류와 거리(원을 그리는 속도로)를 터득한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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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렘브란트의 '야경' 색은 왜 어두워졌을까

    그림 그릴 때 사용하는 물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물감은 기름이나 물과 같은 용매에 색을 띠는 고운 가루를 섞어 만든다. 가루는 용매에 녹지 않고 용매가 증발하면 굳어 색을 나타내는데, 이와 같은 분말 형태의 착색제를 '안료'라고 부른다. 안료는 재료에 따라 유기 안료와 무기 안료로 구분된다. 천연에서 얻거나 탄소를 기반으로 한 화합물로 색을 내면 유기 안료, 색을 띠는 광물을 곱게 갈아 사용하면 무기 안료라고 한다.현재 사용하는 물감은 대부분 무기 안료이고, 인쇄 잉크나 플라스틱의 색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은 유기 안료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안료를 사용했다. 구석기 시대에 그려진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서 산화철 가루를 사용해 붉은색을 표현했으며, 고구려 벽화에서도 인물의 입술이나 볼에 붉은 안료를 칠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우리나라의 궁궐이나 사찰에 가면 단청을 볼 수 있다. 단청은 목재 위에 청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 다섯 가지 색의 안료를 이용해 연꽃 등의 무늬를 그린 것이다. 단청에 쓰이는 안료는 대부분 색을 띠는 광물을 갈아 만들었다. 청색은 구리 광석의 일종인 남동석(Cu3(CO3)2(OH)2), 적색은 적철석(Fe2O3), 황색은 유황(S)이나 비소(As), 백색은 연백이라 불리는 납(Pb), 흑색은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인 송연묵(C)을 사용했다. 광물을 사용한 안료는 입자 굵기에 따라 다양한 명도나 빛깔을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동석 가루 입자가 커질수록 더 어두운 계열의 청색을 표현할 수 있었기에 하나의 광물로 다양한 청색 물감을 만들 수 있었다. 안료는 단청 외에도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쓸 때, 피부를 하얗게 표현하거나 입술이나 볼을 붉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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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의 파동을 응용…정보통신의 핵심 기술이죠

    '요즘 TV에선 노래 실력을 겨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다. 컴퓨터를 켜면 음악을 배경으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이나 동영상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 생활에서 음악이나 소리가 주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다. 음악 소리뿐만 아니라 모든 소리는 파동으로 이뤄져 있고, 이런 파동을 정보통신 장치로 빠르게 주고받는 데는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이라는 기술이 큰 몫을 하고 있다.푸리에는 62세 되던 1830년 사망한 프랑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로 푸리에 변환의 원리를 고안하고 증명했다. 우리가 그를 TV에서 볼 기회는 거의 없으니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그의 기술을 적용한 아이디어 중에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 많다. 푸리에 변환을 응용한 첨단 사례가 발에 챌 정도로 많아도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안 보이는 법이다. 첨단 기술에 대한 더 나은 시야를 갖기 위해 푸리에 변환을 이해해보자.푸리에 변환의 기본 아이디어는 모든 파동의 모양을 진동수가 다른 단순한 파동들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1]을 통해 이것을 전형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그림은 진동 주기가 다른 sin 함수 10개를 진폭이 다르게 합성한 결과다. 부드러운 sin 함수들을 합성해 전혀 다른 모양인 삼각형 파동을 만들었다.다음의 [그림2]는 이런 원리를 기술자들이 어떻게 응용하는지 설명하기 위한 것이다.[그림2]는 [그림1]에서 언급한 10개의 sin 파동 중 진폭이 제일 큰 3개만으로 합성한 결과다. 첫 번째 그림의 삼각형 파동과 똑같진 않아도 비슷한 모양의 파형을 얻을 수 있다. 푸리에 변환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때는 무한히 많은 sin 파동을 합하면 원하는 파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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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도 지역에서 해가 지지 않거나 뜨지 않는 현상

    1년 내내 더운 날씨가 지속되는 열대 지방이나 추운 날씨가 지속되는 한대 지방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 꽃이 만개하는 봄과 무더위가 찾아오는 여름, 단풍과 높은 하늘의 가을, 하얀 눈과 함께 추위로 얼어붙은 겨울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계절의 풍경을 모두 만끽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계절의 변화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그 답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데서 찾을 수 있다.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바퀴씩 공전하는 지구는 그와 동시에 24시간을 주기로 자전한다. 구 모양을 하고 있는 지구의 자전축은 지리상의 북극점과 남극점, 즉 위도가 각각 90°N, 90°S인 지역을 관통하는데, 지구의 공전축에 대해 약 23.5°만큼 기울어져 있다. 따라서 지구의 적도는 공전 궤도면에 대해 약 23.5°만큼 기울어진 채 자전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상에서 나타나는 계절 변화의 원인이 된다.기울어진 자전축을 가진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 지구 위에서 관측되는 태양이 하루 중 정오 무렵 가장 남쪽에 위치했을 때의 고도인 ‘남중 고도’가 달라진다. 남중 고도는 지표면의 단위면적당 도달하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양을 결정하는데, 남중 고도가 낮을 때는 같은 에너지가 넓은 영역을 비추고, 남중 고도가 높을 때는 더 좁은 영역을 비추므로, 단위면적당 도달하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양은 남중 고도가 낮을 때가 높을 때보다 더 적다. 따라서 만약 태양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있는 시기라면 북반구의 남중 고도는 높아 이때가 여름이며 이와 반대인 남반구는 겨울이 되는 것이다.계절이 변화하면 태양의 남중 고도뿐만 아니라 낮의 길이도 달라진다. 낮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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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르키예는 4개 대륙판 경계에 있어 지진 잦아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에서 대지진이 연달아 일어나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11일 다른 시각, 다른 뉴스 채널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이 보도됐다.내용은 같지만, 두 뉴스는 다른 단어를 사용했다. 바로 ‘진도’와 ‘규모’다. 진도와 규모는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섞어서 사용하고 있지만 의미는 다르다. 둘 중 어떤 표현이 맞을까?진도는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척도’이다. 물체의 흔들림과 건물의 파괴 정도를 수치로 나타내며, 현재 우리나라는 수정 메르칼리 진도 계급(MMI)을 사용한다. 12단계로 나뉘며 ‘진도 Ⅲ’ ‘진도 Ⅳ’와 같이 로마자로 표기한다. 진원에서 멀어질수록 진도의 크기는 감소하며, 같은 지역에서도 상황에 따라 진도가 다를 수 있다.하지만 규모는 ‘지진파의 진폭을 이용해 계산한 절대적인 척도’로, 지진으로 방출된 진동에너지의 양을 나타낸다. ‘규모 7.8’ ‘규모 7.5’처럼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하고 소수점 한자리까지 적는다. 그러므로 위의 뉴스 중에선 ②번이 맞는 표현이다.그렇다면 튀르키예에서 강진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첫 번째는 판과 판의 경계에서 일어난 대륙판의 마찰 때문이다. 지구 표면은 여러 판의 조각으로 덮여 있다. 이 판들은 퍼즐처럼 얇은 조각이 맞춰져 있는 상태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다. 두께와 밀도가 다양한 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축적된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현상을 지진이라고 한다. 해양판은 대륙판보다 얇고 밀도가 높으며, 마그마가 나온 지역부터 맨틀 속으로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