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 우주범선
지난 4월,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 범선이 돛을 펼쳤다. 커다란 돛을 펼쳐 바람의 힘으로 바다를 항해하는 범선처럼, '우주 범선'은 빛 입자의 힘을 받아 추진력을 얻는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4월 24일 우주 범선을 태운 로켓을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에서 쏘아 올려, 궤도에 진입시킨 뒤 우주 범선을 배치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우주 범선은 평범한 택배 박스 크기(23×23×34cm)인 초소형 인공위성 큐브샛에 담겨 우주로 향했다. NASA는 우주 범선에서 돛을 지지하는 돛대를 유연한 탄소섬유 소재로 만들어 돌돌 말아 큐브샛에 탑재했다. 4개의 삼각형으로 분리된 돛도 전체 면적은 80㎡로 아주 크지만, 두께가 사람 머리카락의 40분의 1 수준인 2.5㎛라 평범한 박스 크기에 싣는 것이 가능했다. 지상 1000km 궤도에 진입한 뒤, 우주 범선이 큐브샛에서 분리돼 최종적으로 돛을 완전히 펼치는 데까지는 총 25분이 소요됐다. 우주 범선은 주변의 빛 조건이 적절하다면 지구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NASA는 “우주 범선의 돛은 반사 소재이기 때문에 때로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만큼 밝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우주 범선의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태양으로부터 날아온 광자들이 돛에 부딪힐 때 가해지는 힘으로 추진력을 얻어 움직인다. 돛을 펼친 직후에는 광자로부터 얻은 추진력이 적어 속도가 느리지만, 태양으로부터 계속 광자를 받아 힘이 축적되면서 점점 추진력이 향상된다. 우주 범선이 한 달 동안 햇빛을 받으면 시속 550km까지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초속 30만km인 광속의 10~20%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한 모든 로켓의 속도를 가뿐히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 범선의 속도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점은 연료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우주 탐사체 무게의 대부분은 연료가 차지하기 때문에 우주 범선은 기존의 탐사체와 비교했을 때 훨씬 가볍다. 우주 탐사체가 가벼워진다는 것은 곧 지상에서 우주까지 비행체를 운반하는 로켓도 그만큼 가벼워진다는 의미다. 지금은 탑재한 비행체의 무게에 따라 더 강력한 추진력과 더불어 더 큰 로켓이 필요하다. 즉 우주 범선이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저비용 미션이 가능해지고 심우주 탐사 임무도 시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주 범선의 아이디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사람은 17세기 행성 운동의 원리를 밝힌 요하네스 케플러다. 케플러는 혜성의 꼬리가 태양에서 멀어지는 것은 태양 빛의 압력 때문일 것이라는 가설하에 우주 범선을 떠올렸다. 그리고 케플러가 집필한 소설 <솜니움(Somnium)>에서 햇빛을 사용해 우주선을 추진하는 비행체를 처음 제안했다. 이어 20세기 러시아의 로켓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는 태양의 힘을 받아 돛이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해냈다.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코스모스> 집필자인 칼 세이건과 행성협회(Plentary Society) 회원들은 1970년대부터 우주 범선을 이용한 임무를 제안했지만, 당시에는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다 2019년 ‘라이트세일2’를 발사했는데, 지상 600~700km 궤도에서 안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2022년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불에 타 사라졌다. 그보다 앞서 2010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우주 범선 이카로스(IKAROS)를 개발해 발사했지만, 발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위치 제어 능력을 잃어 동면 모드에 들어갔다.
우주 범선은 아직 순항 중이다. NASA는 이번에 발사된 우주 범선이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경우 돛 크기를 계속 키워 실험을 거듭할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돛을 축구장 절반 정도의 크기인 2000㎡까지 키우는 것이다. NASA는 “태양은 수십억 년 동안 계속 타오를 것이므로 우리에게는 무한한 추진력이 있다”며 “우주 범선의 성공은 달, 화성 너머로 향하는 대규모 임무의 문을 열고 미래 우주여행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억해주세요 우주 범선의 원리는 간단하다. 태양으로부터 날아온 광자들이 돛에 부딪힐 때 가해지는 힘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돛을 펼친 직후에는 광자로부터 얻은 추진력이 적어 속도가 느리지만, 태양으로부터 계속 광자를 받으며 힘이 축적되며 점점 추진력이 향상된다. 우주 범선이 한 달 동안 햇빛을 받으면 시속 550㎞까지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초속 30만km인 광속의 10~20%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한 모든 로켓의 속도를 가뿐히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