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올여름 미국 최대 매미 떼 예고
지난 5월 8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매미 김치'가 소개됐다. 한국계 미국인 셰프가 만든 매미 김치는 매미를 통째로 양념과 버무린 형태였다. 이 외에도 기사에는 매미 파스타, 매미 토르티야 등 다양한 매미 요리가 열거됐다. 미국의 일간지에 때 아닌 '매미 레시피'가 나타난 이유는 미국에서 221년 만에 최대 규모의 매미 떼가 나타날 것으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예측에 따르면 규모는 최대 1000조 마리다.
미국에 서식하는 17년 주기 매미 /출처: 위키미디어/Dan Keck
미국에 서식하는 17년 주기 매미 /출처: 위키미디어/Dan Keck
매미는 생애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보낸다. 성충이 나뭇가지에 낳아둔 알에서 부화한 매미 유충은 땅으로 떨어진 다음 땅속을 파고들어가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고 산다. 나무뿌리 수액에는 물과 미네랄이 포함돼 있다. 유충 상태로 땅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종마다 다른데, 한국에서 여름에 흔히 볼 수 있는 참매미와 말매미, 유지매미는 땅속에서 5년을 사는 ‘5년 주기 매미’다.

우리는 여름마다 비슷한 크기의 매미 울음소리를 듣는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에 사는 매미 종의 대부분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 2년, 4년 등 주기를 안 지키고 땅 밖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에 사는 매미는 13년이나 17년 등 긴 주기를 지니는데, 외부 요인에 상관없이 주기를 엄격하게 지킨다. 그래서 이들을 따로 ‘주기 매미’라고 분류해 부르기도 하는데, 전 세계 3400종 중 9종이 여기에 속하며 이 중 7종이 미국에 서식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매미 울음소리가 수년에 한 번꼴로 들린다.

올해는 미국에서 13년 주기 매미(Brood XIX)와 17년 주기 매미(Brood XIII)가 동시에 땅 밖으로 나오는 해다. 이 두 매미가 동시에 발생한 것은 13과 17의 최소공배수인 221년 전 1803년으로, 미국의 세 번째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재임하던 시기다. 올해 이후 다시 두 매미가 동시에 발생하는 시기는 2245년이다. 두 매미는 모두 미국 동부 산림에 서식하며, 13년 주기 매미에는 총 4종이, 17년 주기 매미에는 총 3종이 포함돼 있다. 존 릴 조지 워싱턴대 생물학과 교수는 “매미의 발생 주기가 시간상으로 일치하는 경우도 많지 않지만, 시간과 공간이 모두 일치하는 것은 훨씬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매미 떼의 규모는 전체 16개 주에 1에이커(4,046.9m²)당 평균 100만 마리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매미는 조류를 비롯해 다양한 포유류, 파충류 등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생태계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행히 인체나 농작물에 해를 주진 않지만,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 존 쿨리 미국 코네티컷대 생태 및 진화생물학과 교수는 “매미 떼가 내는 소리는 110dB에 달하는데, 마치 제트기 옆에 머리를 대고 있는 것 같이 고통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쿨리 교수는 이번에 예고된 매미 대발생을 ‘매미’와 큰 재앙을 뜻하는 단어인 ‘아마겟돈(Armageddon)’과 합쳐 ‘매미겟돈’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수많은 과학자는 이번 매미 떼 출현이 매미 종에 대한 이해를 획기적으로 넓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3년 주기 매미와 17년 주기 매미의 동시 출현으로 두 그룹 종의 진화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매미를 숙주로 삼는 곰팡이의 비밀은 무엇인지뿐 아니라, 가장 큰 미스터리인 매미 주기에 대한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다.

아직 과학자들은 매미 유충이 땅속에서 어떻게 햇수를 정확히 셀 수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을 때 구성 성분의 연간 변화를 감지해 시간의 흐름을 추적한다는 가설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부족하다. 크리스 사이먼 코네티컷대 생태 및 진화생물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매미의 DNA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1년에 미국 테네시주에서 포획한 17년 주기 매미의 유전자 서열을 최초로 분석했으며, 이번에 매미 떼가 출현하면 13년 주기 매미를 포함해 여러 종의 DNA를 분석해 비교할 계획이다. 사이먼 교수는 “매미에 관한 정보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며 “이번 매미 떼 출현이 과학자들에게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13년·17년 주기로 성충되는 매미 동시에 나와
올해는 미국에서 13년 주기 매미(Brood XIX)와 17년 주기 매미(Brood XIII)가 동시에 땅 밖으로 나오는 해다. 이 두 매미가 동시에 발생한 것은 13과 17의 최소공배수인 221년 전 1803년으로, 미국의 세 번째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 재임하던 시기다. 올해 이후 다시 두 매미가 동시에 발생하는 시기는 2245년이다. 두 매미는 모두 미국 동부 산림에 서식하며, 13년 주기 매미에는 총 4종이, 17년 주기 매미에는 총 3종이 포함돼 있다.

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