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인공태양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장치는 가벼운 원소들의 원자핵을 서로 융합시켜 에너지를 생성한다. 원료인 수소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수소 1g으로 석유 8t에 맞먹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꿈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형 인공태양 ‘KSTAR’.   위키미디어
한국형 인공태양 ‘KSTAR’. 위키미디어
태양이 1초에 뿜어내는 에너지의 양은 약 3.8x1026와트(W)다. 지구에 있는 모든 인류가 100만 년 동안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보다 많다. 태양이 이렇게 거대한 에너지를 눈 깜짝할 새에 만드는 비결은 바로 핵융합이다. 핵융합은 원자력발전의 기본 원리인 핵분열과 마찬가지로 원자의 ‘질량 결손’을 유도해 에너지를 생성하지만, 방식이 다르다.

먼저 핵분열은 우라늄의 방사성 동위원소(양성자 수는 같으나 중성자 수가 달라 질량이 다른 원소)인 우라늄235(235U)를 원료로 사용한다. 전하를 띄지 않는 중성자를 우라늄235의 원자핵에 충돌시키면 더 가벼운 원소인 바륨(Ba)과 크립톤(Kr)으로 쪼개지고, 이때 질량 결손이 일어난다. 다시 말하면 우라늄235의 질량보다 바륨과 크립톤 질량의 합이 작다는 뜻으로, 사라진 질량만큼이 에너지로 바뀐다. 결손되는 질량이 아주 작아도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 빛의 속도를 두 번 곱한 만큼의 에너지(E=mc2)가 생성된다. 우라늄235 원자핵 1개가 분열하면 같은 무게의 석유나 석탄이 탈 때보다 몇백만 배 많은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반면 핵융합은 가벼운 원소인 중수소(2H)와 삼중수소(3H)를 이용한다. 두 원소는 모두 수소의 동위원소로, 수소보다 중성자가 각각 1개, 2개 많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들이 서로 충돌하면 더 무거운, 하나의 원소로 합쳐진다. 이때 충돌 전 원소들 질량의 합이 충돌 후 생성된 원자의 질량보다 크다. 즉 질량 결손이 생기고, 이만큼의 질량이 에너지로 바뀐다. 태양처럼 스스로 빛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항성에서는 높은 온도와 강한 중력으로 인해 수소가 중수소나 삼중수소로 융합되고, 이들이 헬륨으로 합쳐지는 연속적인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보통 핵이 분열될 때보다 융합할 때 결손되는 질량이 커서 핵분열보다 핵융합의 에너지 생성 효율이 높다. 또 방사선도 더 적게 방출한다.

결과적으로 핵융합은 에너지 생산 효율이 크고, 방사성 폐기물이 적다. 석유·석탄과 달리 연료가 되는 자원이 풍부한 것도 장점인데 중수소는 바닷물을 전기분해해서, 삼중수소는 핵융합로에서 리튬과 중성자를 반응시켜 얻을 수 있다. 삼중수소는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탄소중립이 강조되는 시대에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인공태양 기술이 미래의 청정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하지만 인공 태양을 구현하는 건 쉽지 않다. 인공 태양은 태양의 강한 중력 대신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이온과 전자가 분리된 기체 상태의 물질) 상태의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핵융합로에 가두고, 이를 1억℃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하지만 고온·고압의 플라즈마에서 나타나는 자기장 찢어짐 현상은 인공 태양의 플라즈마 붕괴(불안정한 플라즈마가 붕괴되어 인공 태양을 꺼뜨리는 현상)를 일으킨다. 게다가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추출하고 저장하는 기술도 아직 개발되지 않아 실용화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1960년대 인공 태양 연구가 처음 이뤄진 이후 지금은 범국가적 차원의 공동연구와 기술 선점을 위한 개별 국가들의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2006년에는 한국과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일본, 러시아 등 7개국이 참여해 핵융합 에너지의 대량생산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 사업이 출범했다. 한국에서는 전담 연구 기관인 한국핵융합연구원이 한국형 인공 태양 ‘KSTAR’를 독자 개발해 2007년부터 운영 중이다. 한국은 연구 후발 주자임에도 지난 3월 1억℃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48초 동안 운전하며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 기억해주세요
과학칼럼니스트
前 동아사이언스 기자
과학칼럼니스트 前 동아사이언스 기자
인공태양은 가벼운 원소의 핵융합 반응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장치다.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할 때 결손되는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되는 원리다. 핵분열보다 에너지 생성 효율이 높고, 방사선 방출량이 적어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플라즈마 상태의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1억℃ 이상의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반응시켜야 하고, 에너지를 추출 및 저장하는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핵융합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인공 태양 ‘KSTAR’는 지난 3월 1억℃의 플라즈마를 48초 동안 가동했다.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