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남녀 사이의 성 '간성'
지난 4월 5일,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간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의 핵심 내용은 각 나라에 "성적 특성에 선천적 변이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 폭력, 유해한 관행에 맞서 싸우고 그 근본 원인을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조금은 생소한 '간성'에 대해 알아보자.
인간은 23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이 중 한 쌍은 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다. 여성은 XX, 남성은 XY로 표현된다. /위키미디어
인간은 23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이 중 한 쌍은 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다. 여성은 XX, 남성은 XY로 표현된다. /위키미디어
단어를 살펴보면 ‘사이 간(間)’과 성별을 뜻하는 ‘성품 성(性)’으로 이뤄졌다. 영단어 또한 ‘사이에’라는 의미의 접두사 ‘inter’가 성별(sex) 앞에 붙어 있다. 이렇듯 간성이란 흔히 알고 있는 두 가지 성별 ‘남’과 ‘여’ 사이의 중간을 나타낸다. 사전에는 ‘신체 특성상 남성 또는 여성으로 구분할 수 없는 성’으로 정의돼 있다. 염색체, 유전자, 호르몬, 성기 등 성별과 관련된 신체적 특징이 이분법적 구조에 들어맞지 않는 것이다. 세계 인구의 1.7%가 간성인으로 태어나는 걸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간성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이를 규정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다.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간성은 성염색체 수가 다르거나, 성별에 해당하는 기관이 없거나, 또는 반대로 갖고 있거나,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 선천성 부신 과다 형성 등의 증상으로 알아챌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태어날 때부터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차 성징 때 드러나기도 한다. 심지어 본인이 ‘간성’이라는 사실을 평생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성염색체가 XYY인 사람은 유전적으로 간성이지만, XY인 사람과 외형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간성은 왜 일어나는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성별은 언제, 어떻게 정해지는지 이해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엄마의 자궁에서 자라는 배아 시기에 염색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은 23쌍(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이 중 한 쌍은 성별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다. 흔히 알고 있는 ‘XX(여성)’, ‘XY(남성)’가 그것이다. 여기서 하나는 엄마, 나머지 하나는 아빠에게서 물려받는다. 즉 아빠가 성염색체 ‘XY’ 중 어떤 것을 물려주느냐에 따라 자식의 성별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2019년 호주 머독아동연구소의 연구팀은 태아의 성별을 결정하는 또 다른 물질을 찾았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SOX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남성과 여성이 모두 가진 상염색체에 존재한다. 배아 상태에서 SOX9 유전자가 작동하면 고환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성별이 남성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SOX9 유전자를 작동시키는 건 Y염색체에 있는 ‘SRY’ 유전자라고 알고 있었다. 이 유전자의 이름이 ‘Y염색체 위의 성 결정 유전자(sex-determining region Y gene)’로 불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SRY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간성이 될 수 있다. 이 증상은 ‘스와이어 증후군’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SRY 유전자 이외에 SOX9 유전자를 작동시킬 수 있는 물질을 찾아냈다. 이 물질은 우리 몸에서 유전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부분으로, ‘쓰레기 DNA(Junk DNA)’로 불린다. 그 대신 다른 유전자를 발현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가진 여성은 성염색체가 XX더라도 정소가 발달한 간성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대로 XY염색체로 남성이지만 난소가 발달한 간성인의 몸에는 이 물질이 없었다. 환자의 염색체에는 이들 증강인자가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Y염색체에 SRY 유전자와 상관없이,이 물질만으로 성 발달이 다르게 나타나는 간성이 발생한 것이다.
호주에서 간성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섹스 인터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가 제작한 깃발. 깃발 안의 원은 정체성과 완전성을 상징한다. 자율성과 생식기의 온전함, 사람이 될 권리를 찾겠다는 간성인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위키미디어
호주에서 간성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섹스 인터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가 제작한 깃발. 깃발 안의 원은 정체성과 완전성을 상징한다. 자율성과 생식기의 온전함, 사람이 될 권리를 찾겠다는 간성인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위키미디어
국제사회에서는 간성인들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제3의 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간성이라는 점 때문에 편견이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지난 4월 간성 보호 결의안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독일은 오는 11월부터 만 14세 이상은 남성·여성·다양·무기재 중 하나를 선택해 등록할 수 있는 ‘성별 등록 자기 결정법 제정안’을 시행한다. 국가나 법원, 병원 등 공식적인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기 성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에서 나눈 여성 또는 남성에 속하지 못하는 간성! 우리는 이들과 공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해볼 문제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유전자 변이로 세계 인구 1.7%가 제3의 성 가져
2019년 호주 머독아동연구소의 연구팀은 태아의 성별을 결정하는 또 다른 물질을 찾아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SOX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남성과 여성이 모두 가진 상염색체에 존재한다. 배아 상태에서 SOX9 유전자가 작동하면 고환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성별이 남성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SOX9 유전자를 작동시키는 건 Y염색체에 있는 ‘SRY’ 유전자라고 알고 있었다. 이 유전자의 이름이 ‘Y염색체 위의 성 결정 유전자’로 불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SRY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간성이 될 수 있다. 이 증상은 ‘스와이어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