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 남녀 사이의 성 '간성'
지난 4월 5일,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간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의 핵심 내용은 각 나라에 "성적 특성에 선천적 변이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 폭력, 유해한 관행에 맞서 싸우고 그 근본 원인을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조금은 생소한 '간성'에 대해 알아보자.
![인간은 23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이 중 한 쌍은 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다. 여성은 XX, 남성은 XY로 표현된다. /위키미디어](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6918156.1.jpg)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간성은 성염색체 수가 다르거나, 성별에 해당하는 기관이 없거나, 또는 반대로 갖고 있거나, 안드로겐 무감응 증후군, 선천성 부신 과다 형성 등의 증상으로 알아챌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태어날 때부터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차 성징 때 드러나기도 한다. 심지어 본인이 ‘간성’이라는 사실을 평생 모르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성염색체가 XYY인 사람은 유전적으로 간성이지만, XY인 사람과 외형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간성은 왜 일어나는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성별은 언제, 어떻게 정해지는지 이해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엄마의 자궁에서 자라는 배아 시기에 염색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은 23쌍(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이 중 한 쌍은 성별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다. 흔히 알고 있는 ‘XX(여성)’, ‘XY(남성)’가 그것이다. 여기서 하나는 엄마, 나머지 하나는 아빠에게서 물려받는다. 즉 아빠가 성염색체 ‘XY’ 중 어떤 것을 물려주느냐에 따라 자식의 성별이 정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2019년 호주 머독아동연구소의 연구팀은 태아의 성별을 결정하는 또 다른 물질을 찾았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SOX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남성과 여성이 모두 가진 상염색체에 존재한다. 배아 상태에서 SOX9 유전자가 작동하면 고환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성별이 남성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SOX9 유전자를 작동시키는 건 Y염색체에 있는 ‘SRY’ 유전자라고 알고 있었다. 이 유전자의 이름이 ‘Y염색체 위의 성 결정 유전자(sex-determining region Y gene)’로 불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SRY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간성이 될 수 있다. 이 증상은 ‘스와이어 증후군’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SRY 유전자 이외에 SOX9 유전자를 작동시킬 수 있는 물질을 찾아냈다. 이 물질은 우리 몸에서 유전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부분으로, ‘쓰레기 DNA(Junk DNA)’로 불린다. 그 대신 다른 유전자를 발현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 물질을 가진 여성은 성염색체가 XX더라도 정소가 발달한 간성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대로 XY염색체로 남성이지만 난소가 발달한 간성인의 몸에는 이 물질이 없었다. 환자의 염색체에는 이들 증강인자가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Y염색체에 SRY 유전자와 상관없이,이 물질만으로 성 발달이 다르게 나타나는 간성이 발생한 것이다.
![호주에서 간성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섹스 인터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가 제작한 깃발. 깃발 안의 원은 정체성과 완전성을 상징한다. 자율성과 생식기의 온전함, 사람이 될 권리를 찾겠다는 간성인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위키미디어](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6918143.1.jpg)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독일은 오는 11월부터 만 14세 이상은 남성·여성·다양·무기재 중 하나를 선택해 등록할 수 있는 ‘성별 등록 자기 결정법 제정안’을 시행한다. 국가나 법원, 병원 등 공식적인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기 성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에서 나눈 여성 또는 남성에 속하지 못하는 간성! 우리는 이들과 공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생각해볼 문제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유전자 변이로 세계 인구 1.7%가 제3의 성 가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AA.36960798.1.jpg)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