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 우주 재급유 위성 개발
바야흐로 배달의 시대다. 어떤 물건이든 손가락 터치 한 번이면 음식도 디저트도 집 앞으로 배달된다. 지구 반대편 국가에서 시켜도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배달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머지않은 미래에는 우주로의 배달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 우주 배송은 과연 누가 어떤 물건을 시킨 주문일까?
재급유 위성 APS-R의 상상도.  Astroscale
재급유 위성 APS-R의 상상도. Astroscale
지난 4월, 미국 연구개발 기관인 사우스웨스트연구소가 우주 재급유 위성 ‘APS-R’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우주 재급유 위성은 이름 그대로 연료가 부족한 우주선이나 위성에 기름을 공급해주는 위성이다. 다시 말해 기름을 지구에서 우주로 가져다주는 배달 서비스인 셈이다.

재급유 위성 APS-R의 목적지는 지구 상공 3만6000km의 정지궤도다. 로켓에 실려 정지궤도에 도달하면, 지구의 자전주기인 24시간에 맞춰 원형궤도를 돌 예정이다. 지구가 도는 속도와 같은 속도인 초속 3.07km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구에서 봤을 때 같은 위치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정지궤도’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정지궤도는 우주의 여러 궤도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다. 통신, 방송, 항행, 기상 등의 역할을 하는 위성이 주로 이 궤도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만큼 임무가 끝났거나 연료가 부족해서 멈춰 있는 우주쓰레기도 넘쳐난다.

우주쓰레기 문제는 지구의 환경오염만큼 중요한 이슈다.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위성들이 우주에 머물며, 현재 작동하고 있는 위성들과 부딪혀 파손시키는 등 방해를 하기 때문이다. 일부는 중력에 의해 지구로 떨어져 충돌 위험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우주쓰레기가 미국의 한 가정집 천장을 뚫은 일이 있었다. 미국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버린 장비 중 일부였는데, 무게 0.7kg, 높이 10cm, 너비 4cm의 작은 크기였음에도 집 지붕을 뚫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이런 우주쓰레기는 대체로 지구로 들어오는 대기에서 불에 타 없어지지만, 이번 사례처럼 타지 않은 경우 사람이 크게 다칠 수 있다. 현재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파악하고 있는 우주 쓰레기만 2만여 개가 훌쩍 넘는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자들은 우주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모으고 있다. 로봇 팔이나 그물이 달린 위성으로 우주쓰레기를 따로 모아 처리하고, 지구 대기에서 불타 없어지도록 일부러 지구 쪽으로 당기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다. 그러나 아직 쓸모 있는 위성들을 재활용하는 방법 또한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우주로 나간 위성들은 대체로 10~15년 정도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위성을 구성하는 여러 장비는 그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즉 재급유 위성이 연료를 제공한다면, 수년간 임무를 더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위성 한 기를 만들고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수천억 원이 드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주선이나 위성을 재활용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란 결론이 나온다. 심지어 우주쓰레기를 줄일 수도 있다. 재급유 위성이 기름을 배달하는 이유다.

재급유 위성 APS-R은 정거장 역할을 하는 부분과 실제로 배달하는 셔틀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정지궤도에 자리를 잡으면 정거장 부분은 지구 자전주기 속도와 동일하게 궤도를 돈다. 이후 셔틀 위성이 기름을 받을 위성을 향해 본격적인 배달을 시작한다. 셔틀 위성이 정거장과 연료가 떨어진 위성 사이를 오가며 연료를 재충전하는 방식이다.

배달 서비스를 받을 주문자들은 대체로 정지궤도에서 300km 떨어진 ‘무덤궤도’다. 무덤궤도는 이름 그대로 수명을 다한 위성들이 모이는 곳이다. 연료를 거의 다 쓴 위성은 마지막 순간에 남은 연료를 사용해 엔진을 작동시켜 무덤궤도로 움직이는데, 이 궤도에 도착해서야 위성의 임무가 공식적으로 종료된다. 이곳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위성이 서로 충돌할 확률이 낮다. 재급유 셔틀 위성은 무덤궤도까지 이동해 기름을 배달하게 된다.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의 설명에 따르면 임무를 수행 중인 위성에 재급유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연료를 주입하기 위해 위성이 움직임을 멈추거나 본래의 임무 작업을 일시 정지해야 했다. 그러나 APS-R 재급유 위성은 기름을 배달받는 위성이 작업을 중단하지 않고도 연료를 배달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APS-R은 오는 2026년까지 준비를 마치고 우주로의 배달을 시작할 예정이다. 과연 멈춰 있는 위성들의 기름 주문을 잘 전달하고, 생명력을 넣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연료 떨어져 멈춘 우주선·위성 재활용 길 열릴 듯
우주로 나간 위성들은 대체로 10~15년 정도 임무를 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그러나 위성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장비는 그보다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즉 재급유 위성이 연료를 제공한다면, 수년간 임무를 더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위성 한 기가 만들어지고 우주로 쏘아지는 데 수천억 원이 드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주선이나 위성을 재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결론이 나온다. 심지어 우주쓰레기를 줄일 수도 있다. 재급유 위성이 기름을 배달하는 이유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