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 미생물 식품
미생물은 맨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다. 17세기 중반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많은 연구를 거쳐 미생물의 다양한 능력이 확인됐다. 미생물은 현재 인간의 질병 치료를 비롯해 농산물 관리, 에너지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 문제를 해결할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성 등 지구 밖 행성에서의 활용성까지 검증되고 있다. 우주에서 미생물 식품을 이용한 자급자족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치의 유산균, 메주의 고초균 등은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양가 높은 미생물로, 훌륭한 미생물 식품 후보다. /Pixabay
김치의 유산균, 메주의 고초균 등은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양가 높은 미생물로, 훌륭한 미생물 식품 후보다. /Pixabay
박테리아, 조류, 진균 등은 대표적 미생물이다. 이들의 크기는 0.1mm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는 썩은 고기에 나타난 구더기, 나뭇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는 자연히 생겨난다는 ‘자연발생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현미경이 발명되고도 한동안 시대를 지배하던 자연발생설은 1861년 루이 파스퇴르의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으로 완전히 부정됐다. 이후 ‘생물속생설’이 확립되면서 미생물 연구도 가속화했다.

미생물은 습기만 있으면 살 수 있으므로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하며, 생명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의 몸속에도 잔뜩 살고 있다. 100조 개에 이르는 미생물이 군집을 이루며 살고 있고, 대장에는 1000종의 다양한 미생물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장내미생물은 체내 소화효소로도 분해되지 않은 성분을 발효시켜 영양소와 에너지 공급을 돕는다.

미생물의 유익성과 유용성이 연구를 통해 속속 드러나면서, 2010년 후반부터는 질병 치료에 미생물을 이용하는 연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장내미생물이 치매와 같은 뇌 질환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항암 치료 효과도 밝혀졌다. 2023년에는 항암 치료를 돕는 경구 장내미생물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승인됐다.
김치의 유산균, 메주의 고초균 등은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양가 높은 미생물로, 훌륭한 미생물 식품 후보다. /Pixabay
김치의 유산균, 메주의 고초균 등은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영양가 높은 미생물로, 훌륭한 미생물 식품 후보다. /Pixabay
이 외에도 미생물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농축산업에서는 미생물로 비료나 농약, 항생제 대체용 사료 첨가제가 개발되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매스로부터 에탄올과 같은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가 촉발되면서 미생물을 식품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예기치 못한 가뭄, 폭염의 발생은 농작물 수확량과 농업 생산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동시에 식량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기후변화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영양가 있고 지속 가능한 식량자원으로 미생물 식품이 식량 위기를 극복하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생물의 바이오매스에는 단위 건조 질량당 많은 양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육류에 맞먹을 정도다. 또 가축, 어패류, 농작물과 비교해 단위질량을 생산하는 데 가장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미생물을 배양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과 토지 면적도 적어 환경친화적이다. 그야말로 지속 가능한 고영양 식량자원인 셈이다.

미생물은 이미 음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김치, 청국장, 빵, 요구르트 같은 발효식품이 대표적이다. 김치에 함유된 유산균, 메주 표면에 분포한 고초균 등이 모두 미생물이다. 이 외에 미생물 배양으로 얻은 바이오매스나 배양액으로부터 분리한 식품 성분도 음식 재료로 두루 쓰이고 있다. 글루탐산나트륨, 식품용 단백질, 아미노산, 향료 화합물, 식용색소 등이다. 미래에는 바이오매스나 배양액 형태가 아닌 미생물을 음식처럼 섭취하게 될 전망이다.

이런 미생물의 유용성은 지구 밖 행성에서도 통할 것이다. 애덤 아킨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생명공학과 교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우주공간에서의 생물공학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아킨 교수는 지난 4월 ‘2024 한국생물공학회 춘계 학술 발표대회 및 국제 심포지엄’에서 화성에서 직접 식물을 키우고 미생물을 배양하는 우주 식품 공장 건설 계획 검증 단계를 마쳤다고 밝혔다.

지구에서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 가는 데만 약 2년이 걸린다. 화성에 도달한 후 연구를 진행하려면 생존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때 각종 식품을 우주선에 싣고 가는 것보다 식품으로 쓰일 재료만 싣고 화성에 미생물 공장을 만드는 것이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생물 공장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건 미생물,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빛뿐이다. 지구에서 미생물만 가져가면 나머지는 모두 화성에 존재한다. 아킨 교수는 “화성에 미생물 공장을 지으면 20명의 우주비행사가 1년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머지않아 우주인의 자급자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미생물만 있으면 화성에서 장기체류 가능
미생물 식품은 미생물을 이용해 생산되는 식품과 원료다. 미생물의 바이오매스에는 단위 건조 질량당 많은 양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육류에 맞먹을 정도다. 가축, 어패류, 농작물과 비교해 단위질량을 생산하는 데 가장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미생물을 배양하는 데 필요한 물의 양과 토지 면적도 적어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고영양 식량자원으로 쓸 수 있다.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