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탐사선 '주노'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은 존재만으로 오랜 세월 인류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 거대 행성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목성에 탐사선 ‘주노’를 보냈다. 이후 주노는 목성 구석구석을 탐사하며 인류에게 놀라운 사실을 전해왔다. 탐사의 끝자락에서, 주노는 임무를 마치고 우주의 먼 곳으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NASA/JPL-Caltech 제공
NASA/JPL-Caltech 제공
2011년 8월 5일, 탐사선 주노가 우주를 향해 떠났다. 그동안 여러 탐사선이 목성을 관찰했으나, 대부분은 목성을 스쳐 지나거나 외부만 관측했다. 목성 자체를 직접 조사한 탐사선은 주노가 처음이었다.

지구에서 27억4000만km 떨어진 목성에 도달하는 데는 5년이 걸렸다. 목성으로 향할 때 주노는 ‘스윙바이(중력 도움)’를 이용했다. 스윙바이는 우주선이 행성의 중력 얻어 가속하거나 방향을 바꾸는 기술이다. 우주선이 행성 가까이 접근하면 행성의 중력에 끌려 들어가며 속도가 빨라지고, 행성을 벗어날 때는 행성이 태양을 공전하는 속도까지 더해져 실제 우주선의 속도가 증가한다. 이는 연료를 아끼면서 먼 행성까지 갈 수 있는 항법으로, 우주탐사에서 빈번히 쓰인다.

주노는 2013년 지구를 한 차례 돌며 스윙바위를 실행했고, 이 과정에서 지구의 공전속도를 더했다. 덕분에 주노는 적은 연료로 2016년 7월 4일 목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이후 태양계 최대 거대 행성의 면면을 살피는 본격적 탐사가 시작됐다.

주노의 임무는 목성이 탄생한 기원과 태양계가 형성된 초기 비밀을 밝히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목성 대기 아래를 살폈고, 양극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조사했다. 위성 활동도 함께 탐사했다. 주노가 관측한 자료를 토대로 인류는 우주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때로는 기존 이론이 완전히 수정되기도 했다.

목성의 실제 모습은 상상하던 것과 전혀 달랐다. 목성 표면에 보이는 줄무늬 띠는 단순한 구름층이 아니었다. 또한 극지방에서는 여러 개의 거대 폭풍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는데, 그 원인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목성 상층 대기에서 지구와 전혀 다른 형태의 번개 현상도 포착됐다. 지구에서는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가 충돌하면서 번개가 발생하지만, 목성 상층은 온도가 너무 낮아 얼음만 존재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목성 대기에 존재하는 암모니아가 부동액처럼 작용해 얼음을 녹이며 액체 방울을 만들고, 이 액체가 다시 얼음과 부딪혀 전기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물과 암모니아가 섞인 ‘머시볼’이라 불리는 얼음덩어리가 형성돼 하층 대기로 떨어지는 현상도 관측됐다. 이는 ‘암모니아 번개’로 불리며, 목성의 극한 환경에서도 방전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내부 조사에서는 목성이 단순한 가스 행성이 아니라 고체 핵과 금속성 수소가 섞인 ‘퍼지 코어’ 구조를 지닌 것으로 드러났다. 무거운 원소가 핵에만 집중되지 않고 대기 전반에 퍼져 있어, 목성 내부 구조가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적도 부근에서는 강력한 자기장이 집중된 ‘그레이트 블루 스폿’이 발견됐다. 이로써 금속성 수소가 전기를 띠며 목성 내부에서 거대한 자기장이 생성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했다.

위성 관측에서도 새로운 성과가 이어졌다. 주노는 가니메데와 유로파의 대기와 표면을 정밀 관측했으며, 이오 남반구에서는 약 10만㎢ 규모의 초대형 화산 분출을 포착했다. 한반도 면적에 맞먹는 규모로, 태양계 최대 규모의 화산 활동으로 기록됐다.

올해도 주노의 성과는 이어졌다. 지난 8월,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주노의 최신 데이터를 분석해 목성 북극 자기장 지역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플라스마 파동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현상은 강력한 자기장과 희박한 플라스마가 상호작용하며 생긴 것으로, 외행성 자기권과 오로라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한편 주노의 임무는 올해 9월을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었다. 이후 주노는 5.5일 동안 ‘죽음의 나선’ 궤도를 돌며 목성 대기로 진입해 스스로 소멸할 계획이었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를 지구 미생물로 오염시키지 않기 위한 ‘청정 자멸 계획’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10월 1일 시작된 미국 정부의 셧다운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 운영이 중단되면서 주노의 정확한 임무 일정과 현재 상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주노는 임무가 연장된 바 있어 향후 일정은 불확실하다. 다만 임무 종료 여부와 상관없이 이제껏 주노가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는 과학자들에게 귀중한 연구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어질 ‘유로파 클리퍼’와 ‘주스’ 탐사선에도 든든한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기억해주세요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
주노 탐사선은 목성 상층 대기에서 암모니아가 얼음을 녹여 액체 방울을 만들고, 이 방울이 다시 얼음과 충돌하며 번개를 발생시키는 ‘암모니아 번개’를 관측했다. 또한 목성은 고체 핵과 금속성 수소가 섞인 ‘퍼지 코어’ 구조를 지니며, 적도 부근의 강력한 자기장인 ‘그레이트 블루 스폿’을 통해 금속성 수소가 거대한 자기장을 형성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