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외계인은 있을까
매년 4월 1일이 되면 세계인들은 피오키오가 된다. 만우절!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즐길 수 있는 날이다. 그런데 최근 과학계에서 역대급 거짓말이 들통났다. 만우절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어쩌면 조금은 식상한 말, ‘외계인이 나타났다!’. 멕시코에서 벌어진 때아닌 외계인 논란,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외계인이라고 공개된 시체의 모습. 실제론 외계인이 아니라 동물의 뼈를 접착체로 붙여 만든 모형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합뉴스
외계인이라고 공개된 시체의 모습. 실제론 외계인이 아니라 동물의 뼈를 접착체로 붙여 만든 모형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합뉴스
2023년 가을, 멕시코 의회에 이상한 물체가 나타났다. 오래된 미라 같은 시체 한 구였다. 납작한 얼굴에 한껏 위로 올라간 눈, 지나치게 앙상한 팔다리와 몸뼈, 손가락은 3개인 데다 머리뼈가 뒤쪽으로 뻗어나온 것이 마치 영화 를 연상케 했다.

역시나 이 시체를 내보이며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했다. 멕시코 언론인이자 자칭 ‘UFO 연구가’인 하이메 마우산은 “지금으로부터 한 6년 전인 2017년, 페루 나스카 인근 모래 해안 깊은 곳에서 이것을 포함한 시체 여러 구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 지역은 이미 외계인 출현과 연관성이 높은 곳이다. 넓다란 대지에서 미스터리한 문양이 발견된 곳이기 때문이다. 거미와 고래, 원숭이 등의 그림은 물론 소용돌이, 직선 같은 기하학 무늬까지 다양한데, 그림 하나의 크기가 약 100~300m에 달할 정도로 커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종종 실제 인간 미라가 발견되기도 한 곳이었다.

그래서일까. 일단 ‘나스카 지역에서 발견한 미라’라는 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계산했을 때 이 시체가 약 1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또 지구상에 알려진 어떤 종과도 관련 없는, 인간이 아닌 존재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 중 1구는 암컷으로, 몸 안에 알이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외계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환호했고, 그의 주장을 옹호하는 연구자도 있었다.

수개월이 지난 최근 외계인 출현 주장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가 발표됐다. 페루 법의학 연구소의 한 고고학자가 “외계인이 아니다”라고 공표한 것이다. 충격적인 것은 그 시체가 여러 동물들의 뼈를 접착제로 붙여 만든 인공물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자칭 ‘UFO 전문가’의 거짓말은 결국 과학으로 인해 들통나고 말았다. 얼핏 말도 안 되는 쇼였지만, 과학계는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는 점에서 ‘외계인’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실제로 UFO를 봤다는 목격담과 그를 뒷받침하려는 근거와 설명 자료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등판했다. 나사는 외계 생명체에 대한 많은 사람의 목격담과 증거를 정확하게 검증하기 위해 독립된 연구팀(AARO)을 꾸렸다. 그리고 2023년 6월 첫 공개회의를 열었다. 연구팀은 외계인과 관련된 미스터리한 현상을 검증해달라는 신고가 약 800여 건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검증 결과 ‘하늘을 날아다니는 외계 비행 물체’에 대한 증거는 대부분 빛반사, 풍선, 기상현상, 마이크로파(전자레인지)에 의한 착시현상 등이었다고 밝혀졌다. 숀 커프태트릭 소장은 “신고된 내용 중 정말로 비정상적 현상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며 “좀 더 정확한 검증을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분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그 증거를 찾고, 지적 생명체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지적 외계생명체 탐사(SETI)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우주에서 오는 여러 신호에서 외계 생명체의 신호일 것으로 추정되는 ‘특이신호’를 감지하고 있다.

우리의 신호를 우주로 보내기도 한다. 1974년 칼 세이건을 포함한 천체물리학자들은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인간의 형체, DNA 구조 등의 정보를 담은 메시지를 우주로 쏘아 보냈다. 최근에도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은하의 신호등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에 위치한 ‘아레시보 천문대’. 그동안 지구의 메시지를 우주에 보내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다. /위키미디어
푸에르토리코에 위치한 ‘아레시보 천문대’. 그동안 지구의 메시지를 우주에 보내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다. /위키미디어
심우주에서 지적 생명체와 만날 준비도 하고 있다. 1970년대에 발사한 보이저 1호가 그 주인공이다. 보이저 1호에는 구리로 만든 30cm 크기의 레코드판 ‘골든 레코드’가 들어 있는데, 골든 레코드는 외계 생명체가 보이저호를 발견했을 때 지구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정보를 담았다. 음악과 사진, 자연의 소리, 한국어를 포함한 55개 언어의 인사말 등이 담겨 있다.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세계인은 여전히 외계인 출현이 ‘거짓말’이 아닌 ‘현실이 될 그날’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기억해 주세요
[과학과 놀자] 존재 가능성에 무게…우주신호 등 분석 활동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 증거를 찾고, 지적 생명체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지적 외계 생명체 탐사(SETI)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우주에서 오는 여러 신호에서 외계 생명체의 신호일 것으로 추정되는 ‘특이신호’를 감지하고 있다. 우리의 신호를 우주로 보낸 적도 있다. 1974년 칼 세이건을 포함한 천체물리학자들은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인간의 형체, DNA 구조 등의 정보를 담은 메시지를 우주로 쏘아 보냈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