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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가 되는 우주공간 경계선

    최근 역주행하고 있는 노래가 있다.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가수의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가사와 음률이 좋아서 인상에 남았다. 반 아이들과 종업식 날 함께 들을 계획도 세웠다. 가사 중 몇 줄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이 노래는 헤어짐을 위로하는 내용인데, 생소한 단어들이 보인다.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과 같이 말이다. 사실 이 곡을 작사, 작곡하고 직접 부른 가수 윤하는 이전부터 꾸준히 천체 물리학적 소재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어왔다. 2007년 발매한 앨범에 포함된 주기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혜성’부터2022년 발매된 앨범에 포함된 블랙홀의 경계선을 일컫는 ‘사건의 지평선’까지 말이다. 특히 ‘사건의 지평선’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는 가상의 혜성 구름이지만 태양계 혜성들의 발생지라고 여겨지는 ‘오르트 구름’, 혜성의 순우리말 표현인 ‘살별’, ‘별의 조각’, ‘하나의 달’, ‘black hole’과 같이 천체 물리에서 따온 비유와 내용이 한가득이다.그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란 무엇이며 왜 이 표현을 사용해 헤어짐을 비유한 것일까.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용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나온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질량은 시공간을 휘게 한다. 이때 질량이 클수록 시공간을 많이 휘게 한다. 질량에 따른 시공간의 휘어짐에 따라 나타나는 힘을 ‘중력(gravity)’이라고 한다. 질량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물체가 탈출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다. 그 경계가 되는 속도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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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기월식 현상 '신비의 달' 2030년 착륙 도전

    2022년 11월 8일 화요일 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개기월식이 나타났다. 특별히 이번 개기월식 때는 달이 천왕성을 다시 가리는 엄폐 현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월식과 행성 엄폐가 동시에 발생하는 건 100년에 한두 번 정도 일어나는 드문 현상이고, 우리나라에서 이번처럼 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 동시 발생 현상을 보려면 200년은 기다려야 한다.다행히 날씨도 좋아 많은 사람이 일생에 단 한 번 볼 수 있는 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 현상을 마주했다.개기월식은 보름달이 뜨는 음력 15일, 공전궤도상에서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일 때 지구 그림자 속으로 달이 들어가 달이 가려지는 현상이다.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면 태양 빛을 반사하지 못하는 부분부터 어두워지기 시작해 부분월식이 시작되고 지구의 본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가려지면 개기월식이 된다. 개기월식이라도 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붉은색 보름달로 보이게 되는데, 이는 직접 들어오는 태양 빛은 차단돼도 지구에서 산란한 빛이 달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기월식 때 붉은 정도는 지구 대기에서 산란돼 나오는 빛의 양이 얼마인지를 상대적으로 알려주는 척도가 된다.개기월식이 얼마나 붉고 선명한지를 나타내는 정도를 댄존 등급(Danjon Scale)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천문학자 루이스 댄존이 달이 보이는 정도를 0~4등급으로 나눈 지표다. 0등급이 가장 어둡고 4등급이 가장 밝다. 댄존 등급은 지구의 대기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지구상에서 화산 활동이 일어나면 대기에서 산란해 나가는 빛의 양도 줄어들어 달은 어둡게 관측된다.달과 관련된 천문현상으로 개기일식도 있다. 개기일식은 공전궤도상에서 태양-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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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여행 시대가 다가오고 있어요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선생님들의 과학 이야기 (12)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우주여행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리 가가린이 1961년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한 이후 우주는 선택받은 사람들만의 영역이었습니다. 여전히 우주여행은 개척 단계이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지만, 조금씩 가능성의 영역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올해 4월 미국 우주개발 기업 액시엄이 모집한 우주 여행객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다녀왔습니다. 이들은 스페이스X가 제작한 우주 발사체 팰컨9과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이용해 우주로 나갔다가 17일 만에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이들은 15일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렀습니다.작년 7월에는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우주에 다녀왔습니다. 브랜슨 회장은 VSS 유니티라는 우주 여객기를 타고 지구를 벗어나 3~4분간 ‘무중력 체험’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본격적인 우주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주 공간을 체험하고 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도 작년 7월 자신이 설립한 우주여행 기업 블루오리진의 로켓을 타고 지구와 우주의 경계선인 고도 100㎞ 상공까지 올라갔다 왔습니다. 블루오리진의 우주여행은 유인 캡슐과 결합한 로켓이 수직으로 올라간 뒤 내려오는 방식으로, 캡슐은 고도 75㎞에서 분리된 후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인 고도 100㎞의 카르만 라인에서 낙하합니다. 비행 시간은 약 10분으로 캡슐에 설치된 3개의 대형 낙하산을 이용해 지구에 착륙합니다.우주여행은 아직 보통 사람이 접근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까요. 액시엄의 우주여행에는 미국 부동산 투자 사업가와 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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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생식은 유전적 다양성 확보로 생존확률 높여

    1859년, 다윈은 <종의 기원>을 발간해 '자연선택'을 세상에 소개하며 유럽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인간이 침팬지와 비슷한 영장류 조상으로부터 진화했다는 그의 주장은 당시 유럽 사회의 세계관과 윤리관을 뒤엎는 것이었다.다윈의 자연선택론은 동물 중 어떤 개체는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대물림하고, 어떤 개체는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는지에 대해 비교적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새는 암컷이 수컷에 비해 우중충한 색을 갖는데, 이는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동안 포식동물의 눈에 잘 띄지 않아 생존율이 높아진 ‘자연선택’의 결과 때문이고, 가젤 영양의 몸이 천적보다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발달한 것도 ‘자연선택’의 결과라고 제시했다.다윈은 <종의 기원>을 발간한 지 12년이 되는 1871년에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이라는 책을 발간해 유럽 사회에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다윈은 자신의 기존 이론인 ‘자연선택론’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는 특성 즉, 공작 수컷의 화려한 꼬리 깃털이나 엘크 수컷의 무겁고 거대한 뿔처럼 생존에 불리한 특성이 어떻게 발달했는지 스스로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서 다윈은 같은 종 내에서 일어나는 짝짓기 행동과 짝 고르기라는 번식 경쟁을 끌어들여 ‘성선택 이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공작새 수컷의 꼬리나 엘크 수컷의 거대한 뿔은 성선택 과정에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것이다. 다윈은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과 번식을 위한 성선택을 구분한 뒤, 성선택은 자연선택보다 훨씬 더 지능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했다.성의 존재는 생명의 진화에 어떤 이점이 있는 것일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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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고구마 맛과 향은 아미노산과 당의 합작품

    군고구마, 붕어빵, 호떡…. 겨울철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맛있는 간식이다. 이들 앞을 지나갈 때면 달콤하고도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이 맛있는 냄새는 어떤 물질일까? 바로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만들어진 화합물이다.마이야르 반응은 1912년 프랑스 과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에 의해 보고된 아미노산과 환원당의 화학 반응이다. 환원당은 알데하이드나 케톤 작용기를 갖는 당으로 반응성이 크다. 마이야르는 당시 아미노산으로 단백질을 형성하는 과정을 연구 중이었는데, 아미노산에 포도당과 같은 당을 반응시키면 갈색 물질이 형성되는 것을 알게 됐다. 이때 생긴 갈색 물질은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데, 군고구마나 군밤의 표면에 형성된 맛있는 갈색 부분이 바로 마이야르 반응으로 인해 만들어진 화합물이다.밀가루 반죽을 가열하면 반죽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의 아미노기(-NH2)와 환원당의 카보닐기(-(C=O)-)가 결합해 여러 단계를 거치며 갈색 물질의 ‘멜라노이딘’을 형성한다.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결합할 때 아미노산과 환원당(포도당, 엿당, 젖당 등)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생성물이 생기는데, 이를 총칭해 멜라노이딘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아미노산 중 류신과 당이 결합하면 초콜릿 향을 내는 멜라노이딘을 형성하며, 아르지닌과 당이 결합하면 팝콘 냄새를 풍기는 멜라노이딘을 만든다.마이야르 반응은 고기를 불에 구울 때도 일어난다. 삼겹살을 구우면 고기 속 아미노산과 당이 결합하는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고 맛있는 냄새가 난다. 인류는 아주 오랜 기간 마이야르 반응으로 생성된 멜라노이딘을 먹었다. 빵을 구울 때 나는 빵 냄새나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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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공간 전자기 성질 따라 빛의 속도 변화

    어떤 물체가 전기적 성질을 띨 때 우리는 보통 “정전기를 띤다”고 말한다. 과학에선 정전기라는 표현보다 전하(Charge)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한다. 금속이 아닌 얇은 물체의 양면에 금속판을 밀착시켜 놓고 두 금속판에 직류 전원을 연결해 양전하(+)와 음전하(-)가 각각 모이면 양전하를 띤 금속판에서 음전하를 띤 금속판 방향으로 얇은 물체 내부에 전기장이 생긴다.이 전기장의 세기는 사용한 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어느 물질이 얼마나 전기장을 잘 형성하는지 비교할 수 있도록 나타낸 값으로 ‘물질의 유전율’이라는 실험값이 있다.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은 대개 외부 전기장이 상쇄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기 때문에 두 금속판 사이의 유전율은 진공인 때가 가장 크다. 진공의 유전율은 약 8.85×10-12 C2/Nm2이다. 진공에 유전율 값이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전기적 성질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유전율을 측정하는 실험과 달리 원기둥 모양의 물체를 마련해 주위에 구리 선을 칭칭 감은 뒤 구리 선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물체 내부에 자기장이 생긴다. 외부의 자기장이 공급되면 물체를 구성하는 자성을 띤 입자들이 약간씩 이동해 물체 내부의 자기장이 조금 변한다. 어느 물질이 얼마나 자기장을 잘 형성하는지 비교할 수 있도록 나타낸 값으로 ‘물질의 투자율’이라 부르는 실험값이 있다. 물체를 이루는 물질의 종류가 외부 자기장에 대해 순종적이냐 아니면 반항적이냐에 따라 물질의 투자율은 진공의 투자율보다 크거나 작다. 진공의 투자율은 4π×10-7 Ns2/C2이다. 진공에 투자율 값이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자기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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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R은 질병진단·과학수사·유전자연구 등에 쓰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는 학생과 교사들은 매일 코로나19 진단 방법의 종류를 접하고 있다. 무엇인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면, 지금 바로 '건강상태 자가진단' 앱을 열어보자.1. 학생 본인이 코로나19 감염에 의심되는 아래의 임상증상이 있나요?2. 학생 본인은 오늘(어제저녁 포함) 신속항원검사(자가진단)를 실시했나요?3. 학생 본인이 PCR 등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나요?위의 질문에서 코로나19의 진단 방법을 찾았는가? 그렇다! 2번 항목의 ‘신속항원검사’와 3번 항목의 ‘PCR 검사’가 코로나19의 진단 방법이다! 신속항원검사와 PCR이 무엇인지 살펴보자.신속항원검사는 채취한 검체에 바이러스 특이 항원이 있는지를 검출하는 방법이다. 신속항원검사 중 면역 크로마토그래피 분석법을 이용하는데, 이는 항원-항체 면역반응과 크로마토그래피 원리를 결합한 기술이다. 일회용 키트로 개발돼 집에서도 자가진단을 할 수 있다. 검체를 희석한 용액을 진단 키트에 떨어뜨리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반대편으로 흘러간다. 이때 검체에 있는 항원(코로나바이러스)은 라벨이 부착된 항체 그리고 Test(T)라인과 Control(C)라인에 있던 항체와 결합한다. T라인과 C라인에 모두 선이 보인다면 양성이다.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 연쇄 반응)은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복제해 증폭시키는 기술이다. PCR의 사이클(cycle)은 세 단계로 이뤄진다.첫 번째는 DNA 변성 단계(Denaturation)로 94~96도로 가열해 이중 나선인 DNA를 단일가닥으로 분리한다.두 번째는 프라이머(DNA 합성 시 출발점 역할을 하는 짧은 단일 가닥 조각) 결합 단계(Annealing)로, 온도를 50~65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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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원소를 원자량 순서로 배열해 주기율표 창안

    과학은 크게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으로 나뉜다. 만물의 작동 원리를 다루는 물리학, 물질의 변화를 다루는 화학, 생명체의 특성을 다루는 생명과학, 대기 해양 별 등 자연 현상을 다루는 지구과학. 이처럼 대상이 다르다 보니, 각 과목을 대표하는 이미지도 다르다. 물리학이 F=ma 같은 식으로 대표된다면, 생명과학은 DNA의 이중나선, 지구과학은 별이나 지질 사진으로 대표될 것이다.그렇다면 화학의 대표적 이미지는 뭘까. 아마도 주기율표일 것이다. 가로줄 18개와 세로줄 7개로 구성된 주기율표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주기율표를 처음 만든 과학자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드미트리 멘델레예프(사진)로,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다가 60여 종의 원소를 하나하나 알려주는 데 회의를 느끼고 비슷한 성질을 지니는 원소끼리 분류하던 중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원소를 원자량 순서로 배열했을 때 비슷한 성질을 지니는 원소들이 일정한 주기를 두고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하고 주기율표를 창안했다. 당시 발견돼 있던 60여 종의 원소만으로 만들었던 그의 주기율표는 현대 주기율표와는 형태가 다르지만, 원소들의 집을 처음으로 지었다는 점에서 주기율의 아버지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이후 주기율표는 모즐리 등 후배 과학자들에 의해 업그레이드돼 오늘날 우리가 흔하게 보는 형태로 진화했다.멘델레예프는 주기율표를 만들면서 이후 추가로 발견될 원소를 예견하고 표에 빈자리를 남겨뒀다. 주기적인 성질을 고려했을 때 반드시 있어야 할 원소의 존재를 예언하고 그 원소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까지 적어뒀던 걸 보면 자신의 발견이 가진 의미를 정확하게 알았던 자신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