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빈대의 속성
요즘 최고의 화두는 빈대다. 전국 곳곳에서 빈대를 발견했다는 제보가 이어지면서, 빈대를 두려워하는 이른바 '빈대 포비아(phobia)'가 확산되고 있다. 조짐이 심상치 않다. 최근 몇 년간 뉴욕·홍콩 등 주요 도시에서 빈대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었고, 지난가을 무렵엔 프랑스 파리를 습격해 사람들을 큰 혼란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바짝 가까워진 빈대, 만약 발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빈대 퇴치에 가장 먼저 떠오른 방법은 역시 살충제다. 모기나 바퀴벌레를 발견했을 때에도 가장 먼저 찾는 것이 퇴치제니까 말이다. 살충제 중 DDT는 빈대를 죽이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DDT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39년의 일이다. 스위스의 화학자 파울 헤르만 뮐러가 DDT라는 물질에 살충 작용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냈다. DDT는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에탄(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의 약자로, 유기염소계 살충제로 분류된다. 색깔과 냄새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무엇보다 곤충을 죽이는 ‘살충’ 효과가 뛰어나다. 곤충을 향해 DDT를 뿌리면, 즉시 독성이 나타난다. 몸에 닿기만 해도 죽는 것이다. 곤충은 물에 젖지 않도록 표면에 얇은 지방층이 덮여 있다. DDT는 지방에 잘 녹는 성질이라 곤충의 몸에 닿는 순간 지방층을 통해 몸속으로 빠르게 흡수된다. 이후 신경세포에 있는 나트륨이온의 흐름을 방해해 신경을 마비시키는 원리다. DDT 이전에 사용한 살충제들은 해충이 먹어야 그 효과가 나타났다. 그 때문에 살충제를 뿌리고도 실제 살충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그에 비하면 DDT는 그 속도가 확연이 빠른 만큼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DDT는 가격이 저렴해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1960~1970년대 주변에 많았던 빈대는 모두 DDT를 이용해 박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살충제가 인간의 몸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DDT가 남아 있는 토양에서 자란 농작물을 먹거나, 동물을 통해 인간의 몸에 그 성분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성분이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사람에게 암 발생 우려가 있는 그룹인 ‘2A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이후 DDT는 사용이 완전히 금지되었고, 빈대를 잡기 위해 피레스로이드 계열 살충제가 쓰였다.
또 다른 문제는 살충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빈대가 살충제에 내성이 생겼다는 점이다. 내성이란 어떤 약물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그 약물의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살충제를 써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번식하며 개체수가 늘어났다. 최근 나타나는 빈대는 이미 내성이 생긴 종이라, 우리가 쓰는 살충제로는 퇴치가 어렵다는 걸 뜻한다. 이 때문에 지난 10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빈대용 새 살충제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8종을 긴급하게 승인했다. 이 살충제는 미국·유럽에서 빈대 퇴치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사용하지 않던 약물이다. 전문 방역업체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빈대를 발견한다면 방역업체나 보건소로 신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퇴치 방법이다.
그렇다면 SNS에서 회자되기도 한 ‘바퀴벌레 작전’은 어떨까. 신고를 하고 방역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지만, 이 방식은 이미 너무 싫은 빈대를 마주한 뒤이며 즉시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므로 조금 아쉽다. 반면 천적인 바퀴벌레를 집에 들이면, 처음부터 빈대를 마주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혀 효과가 없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일단 두 곤충의 주무대가 다르다. 노린재목 빈댓과에 속하는 빈대는 주로 집 안의 침대나 쇼파, 가구 등의 틈새에서 지낸다. 낮동안 숨어 있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활동하기 시작해 사람이 침대나 쇼파에 기대는 순간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다. 반면 바퀴벌레는 부엌에서 서식한다. 축축한 곳을 좋아하고, 먹이가 될 만한 음식물 쓰레기가 있기 때문이다. 빈대의 사체를 발견하면 먹이 삼아 먹을 순 있지만, 굳이 빈대가 있는 침실까지 이동할 필요가 없다. 빈대 잡으려다 오히려 병균을 옮기는 바퀴벌레까지 함께 생활하게 되다니, 현명한 방법은 아닌 것이다.
결론은 청결이 최선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청결로 빈대 퇴치에 성공한 적이 있다. 1950~1960년대만 해도 빈대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었지만, 1960년대 새마을운동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이나 1970년대 맹독성 DDT 살충제 도입, 집이나 숙박 시설의 청결 유지와 더불어 빈대가 더 이상 서식하기 힘든 환경이 된 것이다.
또 다른 효과적인 퇴치 방법의 핵심은 열이다. 빈대는 열에 약하다. 흡혈을 하지 않고도 최대 150일간 살아남지만, 50℃ 이상의 고온에선 버티지 못하고 곧바로 죽는다. 침대와 소파 구석구석, 이불 등을 고온의 스팀청소기로 청소하고 틈틈이 청소해서 탈피각이나 알 등을 제거한다. 빈대가 가장 빨리 자라는 실내 온도는 27~28℃라고 하니, 실내온도를 이보다 낮게 설정하는 것도 좋다.√ 기억해주세요 빈대 퇴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청결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청결로 빈대 퇴치에 성공한 적이 있다. 또다른 효과적인 퇴치 방법은 열이다. 빈대는 고열에 약하다. 흡혈을 하지 않고도 150일까지 살아남지만, 50도 이상의 고온에선 곧바로 죽는다. 침대와 소파 구석구석, 이불 등을 고온의 스팀청소기로 청소하면 이상적이다. 빈대가 가장 빨리 자라는 실내 온도는 27~28도라니, 실내온도를 이보다 낮게 설정하는 것도 좋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