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노벨상 상금은 왜 매년 다를까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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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6개 부문에서 총 11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과학 분야만 살펴보면 생리의학상은 코로나19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을 개발한 2명, 물리학상은 아토초(100경분의 1초) 단위의 짧은 순간을 포착하는 빛을 만들어낸 3명, 화학상은 양자점을 개발해 관련 기술 상용화를 이끈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과학계는 대체로 수상이 유력한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왔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 8명은 과학계 최고 권위를 지닌 아주 특별한 상을 받았다. 하지만 상금은 1000만 크로네(한화로 약 12억1200만 원)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액수를 평범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운이 좋았다면 더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 관련 상의 상금이 대개 고정된 것과 달리 노벨상 상금은 매년 바뀐다. 이유가 뭘까?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이 1895년 작성한 유언장에 따라 제정(첫 시상은 1901년, 경제학상만 1969년부터 수여)됐다. 노벨은 유언과 함께 3100만 크로네(약 38억5700만 원)를 유산으로 남겼는데 이것이 현재 노벨상 상금의 원천이다.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몇천 억 원에 달하는 돈이지만, 매년 상금을 주다 보면 아무리 큰돈도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벨은 유산을 투자해 그 수익금을 상금으로 주는 방식을 떠올렸다. 화학자이자 뛰어난 사업가이던 그는 유언에서 펀드·증권 등 어디에 투자할지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투자를 맡은 노벨 재단은 상황에 따라 투자처를 바꾸기도 하지만, 어쨌든 노벨이 바람대로 투자를 통해 상금을 마련하고 있다. 노벨 재단이 그해 ‘재테크’를 잘해 수익이 많아지면 상금이 커지고, 반대의 경우는 줄어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노벨상이 처음 수여된 1901년 이후 상금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를 정확하게 비교하는 건 쉽지 않은데, 이유는 매년 화폐가치가 변하기 때문이다. 과잣값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르면 1만 원의 가치가 과자 10개에서 과자 5개로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로, 작년과 올해 상금이 같아도 물건값이 비싸졌다면 돈을 적게 받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노벨위원회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연도별 상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제공한다. 일부를 살펴보면 1901년 당시 상금은 876만3633크로네(약 10억6200만원)다. 이 금액은 1990년까지 수여된 상금 중 최고치다. 이 시기 노벨 재단의 투자 수익이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유럽을 뒤흔든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에는 상금이 240만크로네(약 2억9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역대 노벨상 상금 중 가장 적은 액수다.

이렇게 부침은 있지만, 그렇다고 노벨상 상금이 과학과 관련된 다른 상의 상금에 비해 결코 적은 건 아니다. 예컨대 ‘이스라엘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울프상(물리학, 화학, 의학, 수학, 농학, 예술 부문 시상)의 상금은 10만 달러인데 환율이 시시각각 변하는 점을 고려해도 한국 돈으로 1억 원 안팎이다. 라스커상(기초의학, 임상의학, 공공서비스 부문 시상)은 수상자 중 다수가 훗날 노벨 생리의학상 또는 화학상을 받아 ‘노벨상 등용문’이라고 불린다. 상금은 25만 달러로, 현재 환율로 약 3억4000만 원 정도다. 상금 규모가 노벨상보다 큰 상으로는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이라는 별칭을 가진 브레이크 스루상(기초과학, 생명과학, 수학)이 있다. 상금이 무려 300만 달러(약 40억6200만 원)로, 올해 기준 노벨상 상금의 3배가 넘는다.

한편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어도 상금을 각자 주지 않는다. 예컨대 올해 생리의학상은 2명이 함께 받았으니 1000만 크로네를 둘이 나눠가져야 한다. 물리학상, 화학상은 각각 3명이 함께 수상했으니 1명이 실제로 받는 상금은 생리의학상 수상자보다 적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투자수익 따라 상금액 바뀌고, 공동수상자엔 나눠 지급
노벨상은 일반적인 과학상과 달리 노벨이 남긴 유산을 투자해 발생한 수익금이 곧 상금이다. 이 때문에 매년 수익률에 따라 상금이 바뀔 수 있다. 올해 상금은 작년과 같은 1000만크로네로 책정됐다. 제1차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 상금은 240만크로네로, 이는 역대 가장 낮은 액수다. 노벨상은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총 6개 부문에서 시상하는데 공동 수상인 경우 상금을 나눠 갖는다.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