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그린수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그린수소가 대안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린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만들어진 수소로, 재생에너지의 전기를 이용해 생산한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어떻게 대기오염 물질 배출 없이 연료를 만들어내는 걸까.
그린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로 얻어내는 수소다. 태양광, 풍력, 수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생성한 전기를 이용해 생산한다. /freepik
그린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로 얻어내는 수소다. 태양광, 풍력, 수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생성한 전기를 이용해 생산한다. /freepik
수소는 우주에 가장 풍부한 원소다. 우주의 75%를 구성하고 있고, 태양계의 70.7%를 차지한다. 정작 지구상에서 수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1억분의 5 수준이다. 지구중력으로 붙잡아두기에는 지극히 가볍기 때문에 수소 분자 상태를 유지하기 힘든 것이다.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 뿐, 수소는 지구상에서도 물, 철광석, 화석연료 등에 결합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런 물질에서 수소를 분리해 에너지자원으로 이용하는데, 철강·금속 가공·전력 발전 등 쓰임이 다양하다. 비교적 대용량, 장시간 저장이 가능하고 액체, 기체 등 다양한 형태로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무게가 가벼워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를 비롯해 로켓, 우주선의 추진 연료로도 사용된다. 수소가 수소연료전지에서 연료로 이용될 때는 물의 전기분해 역반응이 일어난다. 전지 속의 수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다. 부산물로 일부 열과 물이 나오지만, 어떠한 대기오염 물질도 나오지 않는다. 수소 공급만 원활히 이뤄지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수소라고 다 같은 수소가 아니다. 생산방식에 따라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먼저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에서 분리한 수소다. 천연가스를 고온, 고압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생산한다. 문제는 수소 분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부산물로 다량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블루수소다. 생산방식은 그레이수소와 유사하지만, 탄소 포집 기술을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 기술로 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최대 90% 포집할 수 있다. 포집된 탄소는 지하 저장고에 저장한 뒤 산업 원료 등으로 재사용한다. 다만 저장하는 데 큰 비용이 발생하고, 포집해도 이산화탄소 일부는 여전히 대기로 배출된다는 문제가 남아 있다.

그린수소는 대기오염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로만 이뤄진 물 분자를 전기분해(수전해)하는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물에 전기를 가하면 물 분자는 수소이온(H+)과 수산화이온(OH-)으로 분해된다. 이때 양이온을 띤 수소이온은 음극으로 이동하고, 음극에서 수소이온은 전자를 얻고 환원돼 수소를 생성한다.

그린수소가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이유가 또 있다. 전기분해에 쓰이는 전기조차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진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때 이용되는 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이다. 자연의 햇빛, 바람, 물의 힘으로 에너지원을 만든다는 의미다.

국내외 연구진은 여러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는 이미 생산 시설을 갖추고 가동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제주에서 가장 먼저 그린수소 생산 시설을 가동했다. 제주의 바닷바람으로 돌아가는 풍력발전의 전기를 이용한다. 9월에는 이곳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연료로 충전한 수소버스가 시범 운행을 시작했으며, 연말에는 본격적으로 운행될 예정이다.

같은 달, 경기 성남광역정수장에서는 소수력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 시설이 구축됐다. 전기는 성남광역정수장에서 운영하는 소수력 발전시설에서 생산되는 것을 이용한다. 전기분해에 이용되는 물은 팔당댐에서 온 한강 물이다. 한강 물은 염소, 미네랄 등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친 뒤 쓰인다. 수소 생산과정에서 만들어진 산소는 대기로 배출하고, 수소는 수분을 제거하고 순도를 높여 연료로 이용될 예정이다. 한강 물이 전기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그린수소의 원료가 되는 셈이다.

성남광역정수장에 있는 소수력 발전기 2기(700kW)를 이용하면, 하루에 물 18톤을 전기분해할 수 있다. 이는 수소 188kg을 생산할 수 있으며, 수소차 4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성남광역정수장에서 생성된 그린수소는 내년부터 수소 충전소에 공급될 예정이다. 한강 물로 만든 그린수소 연료를 넣은 수소차를 타고 도로를 달릴 날이 머지않았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물을 전기분해해서 얻는 청정 에너지죠
그린수소는 대기오염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하는 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물에 전기를 가하면 물 분자는 수소이온(H+)과 수산화이온(OH-)으로 분해된다. 이때 양이온을 띤 수소이온은 음극으로 이동하고, 음극에서 수소이온은 전자를 얻고 환원돼 수소를 생성한다. 수전해 과정에서는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광·풍력·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진 전기를 이용한다. 생산과정에서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아 청정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조혜인 과학칼럼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