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희귀 동위원소 '산소-28'

원소의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뤄져 있다. 양성자 수는 원소 번호와 화학적 성질을 결정한다. 중성자 수는 원소마다 다를 수 있으며, 중성자 수가 많을수록 질량이 크다. 이때 원소 번호가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쌍둥이 원소를 두고 ‘동위원소’라 한다. 이제껏 밝혀진 원소는 118개, 동위원소는 3000여 개다. 가령 모든 산소는 양성자 수가 8개지만, 중성자 수는 4~18개로 다양하다. 이 중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안정 동위원소는 중성자 수가 각각 8, 9, 10개인 산소-16, 산소-17, 산소-18 등 세 가지다. 안정 동위원소는 방사성 붕괴를 하지 않는 안정한 동위원소라는 의미다.

그러던 지난 8월 30일, 희귀 동위원소 ‘산소-28’을 처음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곤도 요스케 일본 도쿄공대 물리학과 연구팀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이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에서 개발한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해 중성자 20개를 가진 산소-28을 실험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표적 물질인 베릴륨 원소에 칼슘-48 동위원소 빔을 발사해 불소-29 동위원소를 만들었다. 불소-29의 양성자 수는 산소-28보다 1개 많고, 중성자 수는 20개로 같다. 이후 불소-29를 두꺼운 액체 수소 벽에 충돌시켜 원자핵에서 양성자 한 개를 떼어내는 방법으로 산소-28을 만들었다.
문제는 산소-28이 생성되자마자 붕괴돼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산소-28이 안정성이 높은 동위원소라는 물리학계 통설을 뒤집는 결과였다. 연구팀은 붕괴된 뒤 남은 산소-24와 중성자 4개로 산소-28의 존재를 확인했다.
통설은 ‘마법수’에서 시작한다. 핵물리학에서 2, 8, 20, 28, 50, 82, 126 등을 ‘마법수’라 부르는데, 양성자나 중성자 개수가 마법수이면 그 원자핵은 안정적이며 반감기가 길다. 양성자와 중성자 개수가 모두 마법수이면 ‘이중 마법’이라고 부르며, 원자핵은 더욱 안정적이다.
이번에 관측한 산소-28은 양성자 8개, 중성자 20개로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두 마법수로 이뤄진 이중 마법에 해당한다. 그러나 안정적일 거라는 기존 예측과 달리 산소-28은 중이온가속기에서 생성되자마자 빠르게 붕괴하는 불안정성을 보였다.
통설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 처음은 아니다. 중성자 수가 마법수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높은 안정성을 보인 연구 결과가 있었다. 2009년 캐나다 세인트메리대 연구팀은 양성자 8개, 중성자 16개를 결합해 산소-24를 생성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성자 수가 마법수가 아님에도 산소-24가 이중 마법을 이루는 수준으로 안정적이었다. 당시 연구 결과는 16이 마법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동시에 중성자에서 20이 마법수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원소의 기원과 원자핵 구조를 알아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처>는 “산소-28의 특징으로 원자핵을 하나로 묶는 힘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며 “이번 실험으로 그간 물리학 이론을 개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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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