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생명체의 흔적
우주는 정말 우리만의 공간일까? 인류가 이 물음에 과학적으로 답할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몇십 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공동 연구팀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태양계 밖 생명체 존재에 관한 역대 가장 강력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혀 과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4월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발표된 이 연구에 따르면 지구에서 약 124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진공에서 이동하는 거리로, 약 9조4,610억km) 떨어진 외계 행성 K2-18b의 대기에서 디메틸황화물(DMS)로 추정되는 신호가 포착됐다. 이 물질은 지구에서는 해양 박테리아나 플랑크톤 같은 생명체만이 만들어내는 분자다. 연구팀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K2-18b의 대기를 통과한 빛을 관측해 얻은 분광 데이터를 분석해 이 신호를 찾아냈고, 그 신뢰 수준은 약 3시그마(σ)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3시그마는 99.7%의 확률로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무게가 지구의 8배 수준인 K2-18b는 표면이 바다로 덮여 있고, 대기는 수소로 가득하다. 과학자들은 이런 종류의 행성을 ‘하이션(Hycean) 행성’이라 부르는데, 이들은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췄을 가능성이 높다. 하이션 행성은 2021년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이 제안한 새로운 행성 분류 카테고리인데, 당시 K2-18b를 대표 후보로 지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를 확정적인 증거로 보기엔 이르다. 가장 큰 이유는 디메틸황화물 신호의 신뢰 수준이 3시그마 수준이기 때문이다. 보통 과학계에서 ‘발견’이라고 부르려면 통계적 신뢰도가 5시그마(우연이 아닐 확률이 약 99.99994%)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기술로는 디메틸황화물이 정말 존재하는지 또는 다른 물질의 신호와 혼동된 것은 아닌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것도 이유다.
결국 앞으로 더 많은 관측 데이터를 확보해 디메틸황화물의 존재 여부를 재확인해야 하며, K2-18b 대기에서 나타난 기체 조합이 생명체가 없이도 생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뮬레이션과 검증도 필요하다.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찾는 일은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수십 년 이상 이어지는 마라톤이다. 한 번의 관측이 아닌 수차례 검증과 보완, 그리고 다음 세대 망원경을 통한 재확인이 필요하다. 과거에도 NASA가 화성 운석 ALH84001에서 미생물 화석처럼 보이는 구조를 발견해 ‘생명체의 흔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이후 반론이 끊임없이 나오며 힘을 잃었다.
이러한 시행착오 속에서도 과학은 한 걸음씩 전진해왔다. 최근에는 단순히 ‘살 수 있을 듯한’ 환경을 찾는 것을 넘어 실제 생명 활동이 있을 때만 나타나는 ‘바이오마커(Biomarker)’ 분자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바이오마커로는 산소(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디메틸황화물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K2-18b에서 감지된 디메틸황화물은 외계 생명체 찾기 마라톤 도중 만난 이정표인 셈이다. √ 기억해주세요
